20101231

두근두근 레이싱

참고 : 데프콘의 노래와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요새 게임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하고 있다. 사는게 벽에 부딪쳤을 때, 전기가 필요할 때, 헤메고 있을 때, 하여간 이런 비슷할 때 레이싱 게임을 한다. 별 건 아니고 그냥 PC용 게임이다.

그래서 레이싱 게임을 하기 시작하면, 뭔가 전기가 찾아오길 약간은 기대하고 그럴 때까지는 그저 하는 일 열심히 하며 밤마다 냅다 달려댄다. 물론 운좋게 잘 되갈 때도 있고, 별 일 없이 계속 헤매는 경우도 있다. 여하튼 디테일이 사라지지만 생활이 무척 단순해진다는 점에서 좋다.

머리 속의 게임 정보가 2000년에서 2005년 사이에 멈춰있고, 컴퓨터 사양도 그 비슷하기 때문에 그다지 발전은 없다.

 

선호하는 종류의 PC용 레이싱 게임은

* 키보드 지원 - 레이싱 휠, 틸트따위 정신 사납다. 베스트 라인에 집중하는게 재밌다.

* 약간의 무게감 - 게임이라기 보다 차량 종류 이야기인데 모스트 원티드의 DB9는 조금 무겁고, 포르쉐 언리쉬드의 991은 조금 가볍다. 포르쉐 언리쉬드의 993 기어비 세팅한 정도가 딱 좋다.

* 그립 주행 중심 - 드리프트 따위 소리만 요란하지 별 볼일 없다. PC용 콜린 맥리를 구입했었는데 마치 눈 위에서 썰매를 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게 인기인지 요새는 하나같이 썰매다.

* 차량이나 옵션이 바뀌면 성능의 미묘한 차이가 느껴져야 한다. 돈 좀 들이면 갑자기 슈퍼카 되는 건 재미없다.

* 타임어택 중심 - 똑같은 라인을 따라가는게 가능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 0.01초도 차이가 없어야 한다.

* 스트리트가 좋다 - F1이나 나스카는 지루하다.

* 뭐가 어떻든 경치가 마음에 들면 조금 용서된다. 예를 들어 랠리 트로피.

* 너무 아케이드는 곤란하다. 그럴바엔 R 타입을 하겠다.

* 너무 시뮬은 곤란하다. 예전 나스카같은 경우 그것은 실제 드라이버의 마음가짐이 아니면 안되는 게임이었다.

* 범퍼뷰가 나와야 한다. 범퍼뷰 특유의 속도감을 좋아한다.

* 니트로, 부스터 따위 좋아하지 않는다. 오직 엔진만 믿고 간다.

 

이 정도 쯤 된다. 한동안 니드포스피드 포르쉐 언리쉬드를 했었고(이건 내게 레이싱 게임의 레퍼런스 모델이다), 콜린 맥레이도 좀 했고, 랠리 트로피도 좀 했다. 이외에 이것저것 데모, 와레즈 설치해서 해보긴 했는데 다 별로 마음에 안 들었고 결국 이 셋만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나름 의미가 있는 것들이라 셋 다 정식 버전을 샀었는데 분명 어디서 봤는데 어디 있는지를 모르겠다. 랠리 트로피는 국내 출시를 안해서 꽤 비쌌는데. ㅠㅠ

 

사실 또 레이싱 게임을 시작했다. 꽤 문물이 발전한 새로운 세상이니 아이폰으로 해보려고 했는데 틸팅으로 하는데 익숙하지가 않아 진도가 별로 안 나가길래 포르쉐는 이제 좀 지겹고 해서 랠리 트로피를 설치했다. 예전에는 참 예쁜 시골길을 달리는 구나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허접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fulvia

란치아와 알파 로메오의 모난 디자인을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한다. 게임에서 알파 로메오는 콘트롤이 무척 어려워 전설의 란치아 풀비아(위 사진)를 선택해 러시아 스테이지부터 해 나가기 시작했다.

랠리는 운전자 옆에 코-드라이버가 앉아 코스를 계속 설명해 준다. 워낙 코스가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렇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랠리 트로피의 매력은 코-드라이버의 목소리다. 오래간 만에 달리니 그렇찮아도 정신이 없는데 날카로운 목소리로 부딪치거나 코스를 이탈할 때마다 계속 놀리고, 욕하고, 짜증낸다.

rally

성적이 시원찮기는 하지만(+19.70초로 20명 중 17위, 이 정도면 극복하긴 어렵다) 그래도 달리는 내내 욕을 쳐먹으니 이게 꽤나 서글프다. 어쨋든 슬렁슬렁 해 볼 생각이다.

20101229

12월 마지막 주, 듣는 음악들

네이버 지겨워서 이제 벅스를 이용해 볼까 생각 중이다. 관심이 가는 뮤지션들이 있어 리스트를 만들어놨는데 그건 손도 안대고 있고, 즉흥적으로 받은 국내 음반들 잠깐 프리뷰.


1. 백지영의 베스트

저번 주에 정말 오래간 만에 가요 프로그램을 봤는데 순위 속 쟁쟁한 걸 그룹, 아이유, 보이 그룹의 리스트 사이에 백지영 이름이 곳곳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그걸 보면서 이 판국에 저렇게 해내고 있다니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베스트인가, 10월 쯤에 나온 음반을 받았다. 막상 이렇게 주르륵 들은 건 처음인데 못들어 본 곡이 없다. 목소리의 호소력이 좋고, 여튼 티비 속에 비친 모습이 밝아서 좋다.



2. 거미의 loveless

거미에 대해 아는 거라곤 알앤비를 한다는 것, 예전 라디오 스타에 게스트로 나왔던 것 밖에 없다. 그러다가 이번에 휘성, 거미, 또 한 명(기억이 안난다)이 연말 공연을 한다는 포스터(셋이서 커피를 마시는 사진)를 보고 아, 거미 노래를 한번 들어보려고 했었지 한게 생각나서 loveless를 들어보게 되었다.

인상과 말투를 보고 막연히 상상했던 것 보다는 훨씬 소프트한 음악을 하고 있어서 놀랐다. 괜히 다이아나 로스 이런 거 예상하고 있었는데. 가사도 의외로 심약하다. 누가 뭐라든 내 갈길 간다 이런거 생각하고 있었다. 거미의 인상을 너무 강하게 보고 있었나보다.

결론적으로 듣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좀 했었는데(과하게 벅찬 리드미컬한 알앤비는 준비 운동을 좀 해야 잘 들을 수 있다), 그런 거 없고 여유있게 듣기 좋다.



3. 이적의 사랑

크리스마스 특집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이적의 일인극을 보다가(이 방송을 꼭 보시라, 꽤 웃긴다) 패닉에 대한 강한 애정에 비해 이적 솔로 음반은 제대로 들어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최신반을 들어봤다.

목소리도 좋고 완성도도 높고 나쁘진 않지만, 취향상 졸리다... 그냥 패닉이 그립다.


4. 카라의 점핑

원더걸스는 내 아이폰 잠김 화면 말고는 어딨는지 보이지도 않고(참고로 산이의 새 뮤직 비디오에 소희가 나온다), 소녀시대는 과도한 이미지 노출에 개인적으로 질려버린 와중에 초기 걸그룹 중에 그나마 카라 정도가 여전히 눈에 걸린다.

초기에는 곡의 어설픔도 그렇고, 라이벌들의 고도로 세련됨에 비해 완전 풋풋한 이미지가 메인이었고, 그 살짝 민망한 어설픔이 의외로 먹히는 포인트였다고 생각된다. 자켓 사진도 그렇고, 노래들도 사실 완성도 면에서는 한숨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점점 거물이 되가면서 음반에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가 달라졌다. 전반적으로 매우 세련되어졌고, 이미지 자체도 몇 살쯤 더 먹은 아가씨 풍이다. 점핑에서 머리를 날리며 쳐다보는 눈빛은, 불과 몇 년 전에 프리티걸을 부르던 얼굴이 전혀 아니다.

일단 곡 자체의 완성도가 확 올라가 듣는 재미가 많이 늘었다. 현재 이미지와 곡 사이의 발란스도 상당히 좋다. 요즘 니콜이 살짝 헤매지 않나 싶은데(이미지 업그레이드가 규리와 하라에 맞춰져 있고, 귀여운 건 지영이 잘 하고 있으니) 잘 헤쳐 나가길.

옛날 이미지가 살짝 그립긴 하지만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음 음반 완전 멋지게 만들어 중원의 왕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심은하도, 려원도, 윤은혜도, 한예슬도 한방이었다.



20101228

snow

12282

12281

about 10cm today, Seoul. But weather forecast predicts it'll snow 10cm more tomorrow.

snow

12282

12281

about 10cm today, Seoul. But weather forecast predicts it'll snow 10cm more tomorrow.

12월 28일 새벽

눈이 밤새 계속 내렸다. 두텁게 쌓여 미끌거리는 불편함도 싫고, 온갖 것들을 그저 뒤덮어버리고 모른 채 예쁘장하게 포장하는 그 외양도 싫고, 녹아가며 질퍽거리는 건 실로 끔찍하지만 눈이 내릴 때 들리는 소리가 좋다. 조용한 곳에서나 들을 수 있는 미묘한 사각거리는 소리 때문에 눈을 기다린다. 마치 횡설수설하고,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는 건 끔찍하지만 좋다고 술을 퍼 마시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창문을 열어놓고 멍하니 눈이 쏟아져 내리는 걸 보고 있다가 새벽 2시 쯤에 잠바를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천천히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사랑방, 벌집, 이브 따위의 여전히 불이 켜져있지만 한산해 보이는 술집들, 영광 굴비, 우정 용달, 모다 미용실, 호산나 유치원 간판을 지나친다. 사람 하나 없는 골목에 웬 아가씨가 나와 팔을 벌린 채 빙글빙글 돌며 눈을 만끽하고 있다. 조금 더 가다보니 술에 취한 몇 명의 젊은이들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골목을 뛰어다녔다. 나를 포함해, 이상한 사람들만 살아 남아 좀비가 휩쓸고 지나간 듯한 조용한 골목을 활개하고 있다. 방범등이 밝히는 골목은 비정상적으로 환해 민망하다.

24시간 하는 패스트푸드집이 있으면 가보고 싶었지만 동네 롯데리아는 10시만 되면 굳건히 문을 닫는다. 조금 멀리 가볼까 싶었지만 옷이 점점 무거워져 갔고, 별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집으로 돌아와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 계단 한칸 한칸마다 신발에 남아있던 눈이 녹아 물기로 얼룩지는게 계속 신경쓰인다. 옥상에 앉아 멍하니 담배를 피며 서울, 서울이라고 불리기도 사실 민망한 수도의 변방을, 바라본다. 그리고 거리를 내려다보며 어제 들은 노래의 가사를 기억해본다.

"사무실 옥상에서 바라 본 서울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어
고마웠던 사람들을 생각하니 눈엔 눈물이 흐르네"

밤은 그렇게 지나갔고, 바닥엔 산처럼 쌓인 눈만이 어제 흐드러지게 쏟아지던 그것들을 기억해 준다.

20101227

두근두근 영춘권

인디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꽤 열심히 봤었는데 간간히 자매품들이 나오고 있다. 저번에 나왔던 임원희가 주연한 신자유청년도 재미있었는데, 오늘 업데이트된 두근두근 영춘권도 재미있다. 나름 상큼하다.

indiesitcom 할수있는자가구하라 자매품7 두근두근 영춘권 from indiekoohara on Vimeo.

출연은 조현철, 박희본. 연출은 박재민, 윤성호. 참고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에도 나왔던 박희본은 SM의 밀크 출신이다.

끝나가는 것들

1. 무슨 일인가가 생겨서, 나한테 쓰는 건 아니고 누굴 주려고, 돈이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했는데, 조금 생겼다. 줍거나, 훔치거나 한 건 아니고 이벤트 비슷한 거에 당첨이 되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뭔가 했고, 그 대가로 다 주는 건 아니고 한정적으로 몇 명에게 주는 보상을 받았다. 조금 복잡한데 여하튼 그렇다.

요새는, 아주 가끔씩 이런 요행이 있는데, 이런 일이 생기면 이게 내 마지막 운이 아닌가 하는 절망적인 기운이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린다. 돈이든, 사랑이든, 사람이든 이 셋 중에 제대로 된 게 하나만 있다면 살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운이 아닌가 믿는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이게 마지막 운이라는 건 너무 우울한 소식이다.


2. 계속 사람들이 멀어져 가는 걸 피부로 느낀다. 무척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과의 마지막 대화가 2년 전, 그보다 더 오래되었을 지도 모른다 - 나는 자잘한 기억에 무척 약하다, 쯤의 채팅이었다. 조금 멀리있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른다. 그리고 그 사이에 몇 명, 각각 여러가지 종류의 호감을 가지고 다가간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다. 호된 질책도 들었고, 욕 비슷한 것도 먹었다. 남아있는 사람들도 급격히 희미해져 간다는 게 느껴진다.

지나가겠지 하지만, 나는 이런 종류가 주는 상처를 깨닫는 것도 느리고, 치유도 느리다. 예전에는 그럭저럭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한 것 같은데 시류에서 점점 멀리 떨어져 나가나보다. 옛날 영화만 보고, 옛날 음악만 들으니 템포를 따라갈 수가 없다.

덕분에 요새는 뭔가 꺼내는 말마다 실수하고 있나보다 하는 자괴감을 견딜 수가 없다. 이 역시 1번과 마찬가지로 결과주의의 시대에 결과가 좋지 않으니 당연히 들게되는 환류의 과정이다. 실수나 실패를 되돌릴 남은 의지도 별로 없다.


3. 가끔 눈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내 자신도 눈치가 없는 행동을 하는 구나 싶을 때가 있다. 사실 눈치가 없지는 않다. 공기의 흐름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다만 직접 들을 때 까지 반응을 안 할 뿐이다.

종종 눈치가 빠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또 여자들은 눈치가 빨라하는 일반론적인 이야기도 듣는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눈치가 빠른게 아니라 그저 성격이 급할 뿐이다. 분위기가 살짝 바뀌고 있구나하는 정도는 어지간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면 다들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그에 기반해 미리 성을 쌓거나, 댐을 무너트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는 건 오해의 가능성 때문이다. 어떤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을 때 눈치채고 미리 반응할 수도 있고, 느끼지만 잠자코 있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발란스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눈치가 만들어내는 득보다, 오해가 만들어내는 실이 더 크고 중대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무슨 일들이 있다면 섵불리 행동하지 말고 잠자코 실상을 확실히 알아내고 가믕한 직접 듣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살면 험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고, 혹은 찜찜함을 남긴 끝 이야기가 많게 되니 그만큼 상처가 많이 남는다. 보호 본능이 발동해 여기저기 다른 사람 헤집어대봐야 부메랑처럼 돌아와 자기 마음 속만 헝클어지고 결국 암이나 걸릴 뿐이다. 그런 상처 그냥 안고 사는게, 차라리 맘 편하다.


5. 커피를 많이 마신다. 아주 많이 마시고 있다. 두통도 끊이질 않는다. 둔탁한 어지러움. 기분이 상당히 안 좋은 감각이다. 그나마 커피라도 마셔야 좀 덜어진다. 머리 속이 카페인에 점령 당했다. 본진이 털리니 도망갈 곳이 없다.

두 시간 쯤을 내놔야 한다는 정신적 부담감에 영화는 거의 못 보지만, 음악은 계속 듣고 있다. 스피커가 고장나 집에서도 이어폰으로만 들으니 귓속이 축축한 느낌이다. 사실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습기가 차는 듯 하다.


6. 너무 춥다. 정말 너무 춥다. 스웨터에 추리닝, 머플러까지 두르고 잠을 자는데도 몸이 떨린다. 그럴때면 겨울, 그 추울때 논산 훈련소 생각이 난다. 참 말도 안되게 춥고도 을씨년스럽구나 생각했는데, 요새 이불 속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아무리 막아도 어디선가 바람이 계속 부는 건 견디기 어렵다.


7. 곧 아홉시다. 살짝 배가 고프지만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다. 별 소득없이 그냥 집에 가는게 너무 싫어 이리저리 헤매지만,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그저 어디 먼 곳, 구미나 승부, 순천이나 벌교, 양구나 묵호 같은 곳에 있는 아래목이 따뜻한 조그만 여관방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고 싶다. 요즘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패닉의 미안해라는 곡의 앞부분 피아노 소리를 계속 들으면서, 한펜같은 걸 조금씩 먹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거 같다.

201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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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tle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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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크니 액센트

영어(를 비롯해 외국어)는 개뿔 못하면서 이런 거 추적하는 데는 관심이 참 많다. 뭐든 재밌어하면 좋지 뭐.

Cockney에는 두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런던 토박이, 또 하나는 런던 사투리다. 사전에는 런던 사투리라고 그냥 나와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East End의 lower-class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소문에 의하면 upper-class가 못알아 먹도록 대화를 나누기 위해 사용된 언어라고 한다.

사전에 나와있는 카크니 액센트의 특징으로 우선 h음의 탈락이 있다. 반대로 모음으로 시작되는 말에 h가 첨가되는 경우도 있다. 화살표 뒤가 발음할 때 표시다.

ham and egg

-> am an hegg

 

up the hill

-> hup the ill

 

Harry and his girl Harriet

-> Arry an is gal Arriet

 

또 다른 특징으로 [ei]를 [ai]로 발음하는 게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봐야 무슨 소린지 모른다. 일단 들어보자. 영화의 한 장면이다.

 

위에서 말한 특징 외에 욕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에서도 그렇고 유투브 곳곳에 올려져있는 영상들을 봐도 영국인들도 잘 못알아 듣는 다는 걸 알 수 있다.

 

Amy Sedaris는 미국인 코미디언 겸 영화배우인데 이걸 보면 카크니 액센트에 대한 대충의 인상을 알 수 있다.

 

카크니 액센트를 대충 배워보자. 아래 동영상은 사용자의 요청으로 소스 코드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링크만 올려놓는다.

http://www.youtube.com/watch?v=LnjGNJ5JL8w&NR=1&feature=fvwp

 

예고 : 혹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아이리쉬, 스코티쉬 그리고 뉴욕 사투리 이야기를.

20101222

조국

조국 선생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슬그머니 오르내리고 있는걸 요즘 본다. 현 상황에서 민주당, 진보 계열 쪽에 마땅히 내새울 사람이 없기도 하고, 워낙 이쪽 계통에서는 유명한 학자니까 어떻게 좀 잘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파의 히든 카드로 정운찬이 있었다면(결국 MB의 방패막이 역할 정도 하다 끝이 났지만), 좌파의 히든 카드로 조국이 있는 격이다. 하지만 이 분이 정치를 할 가능성이 아직은 별로 안 보인다는게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이라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하지만 세상사 아무도 알 수 없는 법.

사람이 중요하다는 건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이태리도 벨루스코니가 막장이라는 걸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고, 며칠 전 대규모 시위도 일어났지만 마땅한 대안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도 비슷하다.

개인적인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지금은 정당 정치의 시대고, 그러므로 당사자가 무슨 말을 하든 그런게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MB가 유세 때 떠들었던 이야기들을 보고 꽤 많은 진보 정치인들이 환경/농업 문제에 대한 진보적 시각에 호감을 가졌었다.

하지만 저런 말들이 실현될 거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는 것, 공약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데 황당한 기분을 가졌던게 사실이다.

사실 그런 것들이 실현될 거라고 전혀 생각한 적이 없다. 당을 뒤에 두고, 앞에서 떠드는 건 그냥 립 서비스일 뿐이다. 시의회 선거, 국회 의원 선거 다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공약이란 (거의) 무용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선거에서 이겨보려고 아무 이야기나 하는 거다.

별 기술력 없는 벤처 기업 사장이 투자금 받겠다고 아무 이야기나 다 집어넣어서 그럴 듯 하게 프리젠테이션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현되는 건 아무 것도 없고, 목적은 그저 투자금이다. 돈만 받으면 오케이, 안녕히 가세요.

결국 정당의 진짜 모습은 급하게 만든 공약집이 아니라, 그 정당의 꾸준한 움직임에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나는 현 여당이 무슨 소리를 해도 전혀 믿지 못하겠다. 가만 보고 있으면 시정잡배만도 못한 놈들이라는 말이 이렇게 적절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없다.

http://blog.ohmynews.com/sonseokchoon/352389

이런 이야기가 뜬금없이 나오는 게 아니다.



어쨋든 조국 선생이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궁금하다. 내 기대로는 해도 골치고, 안해도 골치고 그런 느낌이다.

트위터러

내 친 여동생이 나를 팔로우하고 있다. 요즘같은 세상에 별 일 아닐지 몰라도 뭔가 낯설다. 더구나 나는 예전에도 말한 바 커네틱 피플을 여전히 망상하는 은밀한 자개증이고, 내 동생은 철저한 개인 신상 보호 주의자로 완전 폐쇄형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컨텐츠를 받아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고(동생은 디자이너다) 애드센스 수입만 내가 챙기마하고 제안했지만 거절 당했다. 친하다고 하기도 그렇고, 에라 남남이라고 하기도 그런데 여하튼 유일하게 연결되어 있는 SNS다. 어쨋든 아주 미묘하게 언론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다.

 

나무는 결국 못찾고 뒤로 미뤄졌다. 대신 인터넷 서핑으로 비스무레한 걸 하나 찾았고 아마도 몇 명은 그 사진을 보게 될 것이다. 겨울에 어딘가 가게 된다면 다시 한 번 찾아보리라.

20101220

포레스트

이렇게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건 토요일 밤 늦은 시각. 그리고 일요일, 월요일에 걸쳐 잠깐 돌아다녀봤다.

사실 돈도 안되고, 커리어도 아니고, 누구에게 감동이나 inspiration을 주는 것도 아닌데 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냥 재미, 라지만 품도 많이 들고 덴서티도 부족해 개인적인 만족도도 낮고 반응도 너무 낮아 쉐어의 만족감도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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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숲. 나무가 너무 가늘다.

 

야트막하지만 세군대의 숲 (= 산)을 찾아갔다. 하지만 딱 이거다 싶은 곳은 없었다. 좀 더 직선적인 느낌이고, 좀 더 울창한 느낌을 찾았지만, 좁은 산들은 의외로 경사가 매우 심했다.

그러면서 안 어울리게도 '경구'를 생각했다. "이쯤이면 됐어 따위로는 아무 것도 안된다". 좀 시니컬하게 생각하자면 그래 이거면 완벽한 숲이야 싶은 곳은 찾았다고 해서 뭔가 되는 건 있나 싶지만, 어쨋든 이왕이면.

20101219

마지막 신 아빠

심 감독의 이전 영화는 이글루스 등지에서도 논쟁의 화두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보고 싶다/별로다의 상황을 아예 떠나있는 종류라 관심이 전혀 없었다. 지금도 컴퓨터 그림 이무기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한시간 넘게 바라볼 생각은 여전히 없다. 다만 당시 어머님의 친구분께서 우리나라 거 우리가 잘 키워내야 한다며 나에게도 보라고 하셨던 건 매우 인상깊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이런 방식은 눈꼴사납긴 하지만 명백하게 먹힌다. 그리고 요즘 새로 개봉한 다는 영화 이야기를 듣고, 그래 이 사람이 잘하는 건 역시 이런 코미디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 영화가 여기저기 돈을 너무 많이 끌어다 만들어서 히트를 못치면 충무로가 공멸할 거라는 소문을 들었다. 약간 과장이 섞인 말이겠지만, 예전에 돈 많이 들였다던 씨지도 없는 거 같고, 내용도 소소해 보이는 데 뭔 돈이 들었을까 생각을 해 봤다. 미국 로케와 출연료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헐리우드 배우는 정말 비싸다.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번에는 또 돈을 끌여들인 루트의 문제점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전직부터 참 소소한 소문이 많은 감독이다. 중소 사업가 특유의 자신만만함과 홍보 체질이 이런 소문이 증폭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비슷한 예로 박 프로듀서를 보면 예전 벤처기업 다닐 때 흔히 만날 수 있던, 투자금 유치를 위해 자기 선전을 입에 달고 다니던 사장들이 생각난다. 이렇게 전투적으로 사는 게 나쁠 건 없다. 하지만 내가 본 그런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실상 기술과 아이디어라는게 별게 없다와 회사는 사라졌지만 그들은 돈을 벌어 어디서 또 뭔가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 경우가 많다. 나라의 경제를 키운다는 대의와 눈이 멀어 굴러다니는 지원금은 찰떡 궁합을 가지고 있다. 대체 그런 걸 신나게 주워 담는 인간들 빼고 누가 자본주의가 효율적이라고 말들 하는지. 나라가 주도하는 건설의 시대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것도, 당시의 기억이 영향이 있다. 당시에 어디선가 한창 돌아다니던 심 감독을 멀리서 봤던 기억이 난다. 어쨋든 이 소문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생각이다.

20101217

동시 게제에 대한 변명

블로그 질을 제대로 하려면 하루에 포스팅 3개는 해야되라는 말을 며칠 전에 어디서 보고 그런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여하튼 요즘에 이글루스와 티스토리에 동시에 올리는 글이 몇 가지 있다. 패션 관련 소식의 경우 그러한데 그렇기 때문에 티스토리 to 트위터는 일단 없앴다.


혹시 RSS로 둘 다 등록하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또 여기다 하는 이유는 이글-티스 분단 현장의 나름 중립 지대니까요, 하하하... ㅠㅠ


어쨋든 요즘 이런 귀찮은 짓을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며칠 전 쓴 부티크 닷컴에 대한 소소한 리뷰가 이글루스에서는 3천명이 왔는데, 티스토리에는 60명이 오는 이유가 뭔지 알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다.

원래 패션 쪽은 전부 티스토리로 옮길라고 했는데 오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재미가 없다.... 댓글이 안달리기야 매 한가지지만 -_-

20101216

세가지

옮겨옴

wretched

그러고보면 참 한심하다. 조용히.

 

disgust

우울함과 마음 아픔들에 속이 메슥거린다. 숨이 막힌다. 어제 먹은 것들의 냄새가 여전히 주위를 맴돈다. 그것들은 불현듯, 뭔지도 모를 모습의 창이되어 내 속의 보드라운 부분들을 마구 찔러댄다.

 

winter

춥다. 을씨년스럽게 춥다. 빈정상하게 춥다. 헛구역질이 나는 듯 하다.얇은 외투를 두르고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난다. 너는 살만하단 말인가. 어깨가 쑤신다. 두통이 가시질 않는다. 자판기 커피를 연속 두 잔 마셨더니 혓바닥에선 비린 프림 냄새가 계속 올라온다.

tooth

옮겨옴

하는 일도 그냥 그렇고, 원래 별로였던 인간 관계는 하염없이 안 풀리는 와중에, 컴퓨터 고친다고 웅웅거리는 소음 속에서 잠들었다가 이가 빠지는 꿈을 꾸었다. 원래 꿈은 거의 안 꾸거나 기억에 없는데 이번에는 생생하다. 왼쪽 어금니가 덜그럭거리길래 확 뽑았더니 손가락 길이만한 신경들과 핏덩이들이 함께 나왔다. 손으로 쓱쓱 닦고 보니 이는 멀쩡하고 유난히 매끈하다. 이게 아니라 옆에 이가 흔들렸던건가하고 쳐다보다가 잠에서 깼다. 보통, 미신같은 걸 많이 믿지는 않지만, 안좋은 꿈을 꾸면 복권을 산다. 복권이 떨어지면 꿈의 안좋은 암시가 그 불운으로 떨어져 나갈까 싶어서다. 말하자면 액땜이다. 이가 제대로 있는지 오늘 내내 신경쓰였다. 정말 빠질거 같기도 하다.

breakdown

옮겨옴

2시간쯤 잤나. 별일은 아니었다. 그냥 usb 연장선을 떼어다가 다른 곳에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하드디스크 3개가 사라졌다고 나오고, 있지도 않은 디스켓 쓰는 드라이브를 찾아대고, CMOS가 초기화 되었다. 팔짱을 끼고 앉아 대화를 시도했지만 무산되었고, 결국 소동은 진압되었다. 갈등이 청산된 게 아니므로 미래는 알 수 없다. 내 조막만한 방에서도 이렇게 태엽이 삐걱대는데 세상이 온전히 유지되고 있는 걸 보면 참 신통하다.

그러면서 노래를 들었다. 브로콜리 너마저를 들었고, 데프콘을 들었고, 라이드의 오래전 음반을 들었다. 조세희는 음식에 추억을 가지지 마라고 소설에다 썼었다. 내가 덧붙인다면 음악에도 추억을 가지지 말 것. 장소에도 추억을 가지지 말 것. 갑자기 생각나는데 예전에 누구였지, 장정일이었나 하일지였나, 혹은 다른 누구의 소설에 어떤 연인이 남자의 집에서 동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침대 위에서만 관계를 가졌는데 날이 갈수록 화장실, 소파, 테이블, 싱크대로 장소가 확대되어 갔다. 결국 남자는 어디를 봐도 음란한 추억만 서려있는 방 한가운데 남게 되었다. 그러므로 일찌감치 장소를 한정시켜라 뭐 이런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뭐든 대비하는 삶은 부럽운 점도 있기는 한데 잘 못한다. 아무렴 어때 싶기도 하고.

그리고 마침 동생에게 DSLR 빌려놓은게 있어서 새벽에 화장실에서, 옥상에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원래 이 글의 주인공이 될 뻔 했으나 너무 보잘것없어 모두 예선에서 탈락했다. 오늘의 공모전, 당선작 없음. 나이가 먹었다고 현명해지지 못하듯이 기계가 좋다고 훌륭한 게 나오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목소리 좋고 노래 좀 잘한다고 멋진 음악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에게 통치를 맡기고, 노래를 제일 잘 부르는 사람만 음반을 내게 했으면 세상은 일률적이긴 해도 훨씬 편해졌을 것이다. 한 줄로 세우는 경쟁이면 여건이 조금이라도 나은 자가 결국은 거의 이긴다. 대부분은 이런 식이긴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아니다. 그렇게 쉽게 돌아가진 않는다. 그래서 열악한 구석이 조금 있다면 아이디어를 총동원하고, 이를 통해 세상에 없던 게 나온다. 돈이 하나도 없는 고등학생이나 대학교 초년생들이 멋 좀 내보겠다고 동대문과 방산 시장을 훑고 다니면, 비록 과정을 구질구질할 지라도 뭔가 새로운 게 나오는 법이다.

물론 피곤한 것과 실패의 가능성은 덤으로 따라 다닌다. 실패의 가능성이라는 건 무섭다. 예전에 가수 김모씨가 어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와서 예전에 집이 없어서 아파트 옥상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개그맨 김모씨가 설마 구할라면 집을 못 구했겠냐고, 뭐 이유가 따로 있어서 그렇게 살았던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가수 김모씨가 정말 그 때는 구하고 싶어도 불가능했다는 답을 했다. 아무 것도 없다는 건 그런 것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따위의 말은 그래서 무섭다. 어떻게도 안되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밥이라도 한 술 줄게 아니면 그런 말은 입에 안올리는게 좋다. 여하튼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빼내려다 보니 한번 발을 잘못 디디면 돌이킬 수가 없다.

DSLR 하니 또 생각나는데, 며칠 전 DSLR을 빌리던 날, 갑자기 2일 후에 들고오라는 통보를 받았고, 결국 생쇼를 했다. 백팩과 카메라와 노트북을 들고 성북구, 송파구, 서초구, 서대문구를 뽈뽈거리면 돌아다녔고, 다음 날에는 성북구, 서초구, 중구, 마포구, 서대문구를 돌아다녔다. 한심한 건 이틀간 노트북은 한 번도 켜지 않았다. 4시간은 지하철 코인 락커에 넣어놨는데 4시간에 2천원이나 하는 지는 몰랐다.

뭐 하나 남는 것도 없이. 여기서 남는 것도 없다 하면 정말 남는 것도 없다 함이다. 그 어떤 것도. 기억을 되살려보면 내 인생 전반이 이렇게 온 몸의 힘을 빼가며 열심히 걷고 결국 남는 건 배고픔 정도인게 아닌가 싶다. 어쨋든 발가락이 여전히 좀 아프지만, 그날은 이미 지나갔다.

오늘은 오랜 만에 학교에 와 있다. 내가 밥을 주던 고양이 가족은 이사를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천하장사 소시지도 하나 챙겨왔는데 안타깝다. 오래된 노트북은 팬 소리도 우렁차고, 터치패드 클릭 소리도 우렁차고, 키보드 소리도 우렁차다. 모르긴 해도 반경 5km 이내에 실사용 중인 노트북 중에 성능은 제일 떨어질 게 틀림없는 주제에(펜티엄 모바일 2GHz에 램 380M, 하드는 20G다), 실로 요란하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를 제외한, 이 둘도 모르는 척하고 있지만 발을 조금은 들여놓고 있는 거 같기는 한데, 이태리 자동차 같다.

그래도 어제 노트북을 애써서 쓰기 좋게 정돈해 놔서 그런지 나쁘진 않다. 근사한 레이아웃과 폰트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여기 이렇게 앉아, 지하철에서 전화기로 에버노트에 반쯤 쓴 메모에다 나머지를 붙이고 있다. 뭘 좀 써볼까 하고 재밌는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은데 밥 먹으면서 다 잊어버렸다. 그리곤 문장 하나하나에, 글자 하나하나에 심드렁한 우유부단함과 우울함이 먼지처럼 달라 붙는다. 데프콘이 우울한 이야기만 안하면 연애는 계속 성공이라고 가사에다 썼었는데 몇 년째 우울한 이야기밖에 없다. 잘 모르지만 사실 데프콘도 그렇게 연애 잘 할 것 같은 아우라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만…

탈락한 사진들, 부질없던 발걸음들, 지나쳐버린 음악과 소리들, 머리 속을 떠도는 예전에 읽었던 소설과 수필의 문장들, 아련히 보이는 듯한 영화들, 사진들을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수면의 과학을 보겠다고 몇 주째 벼르고 있는데 못보고 있다. 이렇게 여전히 나는 살아있다.

20101214

시각

무슨 일인가를 할 때, 그게 어떤 감정적인 파장을 일으킬 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조마조마했는데 별 일 없이 지나가버리는 경우도 있고, 별 생각 없었는데 감정이 파고를 넘거나 심연의 세계로 가라앉는 경우도 있다. 아예 예상조차 없었는데 난데 없이 밥이 안넘어가는 경우도 생긴다. 전자든 후자든 마음이라는 건 보통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런게 없었으니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온다. 수십년을 함께 살며 다뤄왔는데도 제대로 콘트롤이 안되는 걸 보면, 감정이라는 건 참 골치 아픈 존재다.

근심이 조금은 있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고 발품을 팔고 움직였다. 어제 마무리 되면서 의외로 파장이 길게 느껴지며,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다. 체 할까봐 밥은 피하고 있다. 어제는 혼자 2시간을 커피집에 앉아 멍하니 TV를 보다가 스틱 골프를 쉬지도 않고 했고, 오늘은 쉬지도 않고 여기저기 글자들을 남겨놓고 있다.

트위터에 뭔가 계속 쓰고, 혹시나 해서 계속 지우고, 에버노트에, 블로그들의 드래프트에 뭔가를 채우고 있다. 몇 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이야기가 아침에 지하철에서 쓴 건데 어디론가 사라졌다. 자잘한 조사들을 많이 생각하며 붙였는데 약간 아깝다.

부티크 닷컴의 선호도 조사를 하나씩 하나씩 다 했고, 오케이큐피드의 자기 소개를 되도 않는 영어로 반 쯤 채웠다. 정확한 선호도 매칭을 위해 하버드 수학과 출신이 만들었다는데 질문이 너무 많아 다 채우는 건 무리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후스히어와 오케이큐피드에 올라와 있는, 한국과 한국 아닌 곳 사이에 존재하는 자기 소개 사진의 극명한 차이는 무척 재미있다.

어쨋든 고비를 넘기고 싶다.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곳에 멍하니 앉아 맘 편한 대화를 나누며 널부러져 있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하필 또 오늘 저녁부터 급격하게 추워져 내일은 최악의 혹한이 찾아온단다. 이번에는 운이 없다. 몇 주 전에 운을 집중적으로 써버려서 올해 남은 게 별로 없는 기분이다.

매번 말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흐른다. 매번 걱정하지만, 아마 별 일 없는 한 또 내일이 올 것이다.

20101213

필요없는 방만

이 블로그에는 하루에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들어온다. 뭐 애초에 남 보라고 만든 곳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유입자 최다 검색어가 벳키라는 건 기쁜 일은 아니다. 이글루스는 200명 정도, 패션붑은 100명 정도다. 휴대폰 이야기를 올리는 오리 블로그에는 300명 정도가 온다. 어디까지나 대략이다.

 

Ducks Don't Float는 BBC 영어 공부 팟캐스트에서 들은 이름이다. 직장을 관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 거기 나온 어떤 사람이 만든 펍 이름이 Ducks Don't Float였다.

 

여하튼 차곡차곡 뭔가 쌓고 싶었는데, 결론적으로는 필요없는 짓을 하고 있다. 비관적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인생 전반에 걸쳐 필요없는 짓만 하고 있다. 필요없는 데에 지나치게 애정을 쏟고, 필요없는 글을 너무 많이 남긴다. 사람을 만나면 필요없는 이야기만 계속 한다. 요즘에 특히 심해진 것 같다.

 

다른 사람 보라고 만든 블로그가 아닌데 공개로 해놓는 건, 혹시나 이런 거라도 보고 뭔가 뜻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해서다. 굉장히 뜸하긴 하지만, 간혹 그런 일들이 생기긴 한다. 예전처럼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건 아니라서 제대로 돌아가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이제와서 커뮤니티를 다시 살리는 건 탐탁치가 않다. 아무리 조막만해도 운영자를 하면 신경쓸 일이 많아진다. 뭐든 그렇듯, 하나를 잡으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슬슬 정리를 좀 해야겠다.

20101212

새벽의 바람

바람이 계속 불었다. 자다가 깨어 시계를 보니 세시. 창문이 덜덜 떨린다. 오래간 만에 집에 놀러온 강아지 막내는 내가 일어나자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쿵, 쿵 하면서 옥상 문이 열렸다, 닫혔다하는 소리가 들린다. 옥상 문이 고장나 고정이 되지 않는다. 바람이 계속 불면 부실한 이 집이 터져버릴 것 같다. 멍하니 누워 천장만 바라보다가 후레쉬와 신문지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복도 창문도 하나 열려있길래 닫고 계단을 올라 간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좁다. 곧 자동으로 켜졌던 복도등이 꺼진다. 후레쉬 불빛과 열린 문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만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옥상에 나가본다. 널부러진 빈 화분들, 춤을 추는 전기줄들. 아아, 신이시여, 왜 저를 버리려 하시나이까. 신문지로 문을 고정시켜놓고 계단을 내려온다. 올라갈 때는 못봤는데 옆 집 현관 앞에 신발 한켤레가 곱게 놓여있다. 외풍을 막겠다고 둘러놓은 은박지가 지저분하게 들쳐올라 있다. 집에 들어오니 무슨 일인가하고 나와있던 막내가 얼굴을 비빈다. 이 녀석도 너무 늙었다.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 문득 슬퍼진다. 쿠키 남은게 생각 나 조금 줬더니 냄새만 맡고 고개를 돌린다. 호불호가 분명한 건 좋은 태도다.

20101210

보온병

그것은 그들이 전쟁의 참극에서 언제나 비켜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며, 전쟁을 손익계산으로만 바라보는 의식의 소유자이기 때문일 겁니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늘 사회적 약자입니다. 뭍으로 피난온 섬 주민들은 찜질방에서 새우잠을 자며, 살아갈 날을 근심합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2월 6일.

20101208

crawl

서랍장을 뒤져 입고 싶지 않은 속옷을 꺼내 입는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신고 싶지 않은 양말, 입고 싶지 않은 스웨터, 입고 싶지 얺은 바지, 입고 싶지 않은 코트에, 두르고 싶지 않은 머플러를 보기 싫은 방식으로 굴둘 동여 맨다. 맡고 싶지 않은 향수를 뿌리고 뿌연 거리로 나온다. 이제 곧 보기도 싫은 해가 뜨겠지만 지긋지긋한 구름이 그걸 가려주겠지. 눈이 살짝 내린다. 신문지같은 하늘이다. 그러고보니 신문지 냄새도 나는 거 같다. 공기는 차갑다. 숨을 쉴 때마다 머리 속이 맑아진다. 몸이 떨린다. 입술 튼 곳이 살며시 쓰리다. 어제 밤에 삼년, 혹은 사년 쯤 묵은 보호제를 발랐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나보다. 멀리서 소주의 알콜 냄새가 난다. 웹을 뒤적거리며 눈을 기다리는 이야기들을 듣는다. 눈을 혐오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래가 더럽든, 깨끗하든, 아름답든, 신비롭든, 구역질나든, 부조리하든 눈은 다 덮어 버린다. 위력적이고, 그것만으로도 칭송받을 자격이 있다. 부재중 전화에 찍힌 이름들을 본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거부당한 사람들의 이름을 본다. 머리를 마주하고 쓸데없이 함께 시간을 축낸 이들의 이름을 본다. 노새, 노루, 프랑스시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아, 이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말레이 곰은 대체 어디에 가 있을까. 손이 더러우니 마음이 차분해 지지가 않는다. 꾸역꾸역 밥을 먹으며 자기혐오의 수치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20101203

극복할 수 있는가


이전 세대, 전 세대, 내 세대, 다음 세대. 모두 실패했다. 남은 건 망나니처럼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매판의 물결들 뿐이다. 전쟁도 돈이고, 평화도 돈이다. 사진에 나오는 이들은 아마도 90년대 생들. 과연 극복될 수 있을 것인가.

진은 AFP, 내용은 애드버스터의 어느 페이지든.

20101201

UI, 그리고 형편 없음에 대하여

웹 페이지든 프로그램이든 아니면 건물 안에 붙어있는 화제시 도망가는 길 안내 같은 매뉴얼이든 UI, 검색의 편의성, 일관성, 호환성 이런 것들은 만든 이/혹은 회사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걸 놓친다든가 - 얼마 전 말한 로닌의 약도, 이리저리 헤메게 만든 다든가 - KT가 만든 앱/KT의 CS, 하여간 KT와 관련된 모든 것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든가 - 윈도우에서 F1을 눌렀을 때 나오는 말들에 좌절하다 보면 대체 인생이란 무언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지... 수준까지 나아가 버리게 된다.

섬세하고 완벽하게까지는 아닐지라도 하여간 뭔가 찾는 데 도무지 나오지 않으면 머리가 지끈거리게 된다. 이것은 당연한 게 안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예전에 이야기한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디자인"(앨런 쿠퍼 지음, 안그라픽스)이라는 책에서 훨씬 더 자세하게 읽을 수 있다. 인터넷이나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는게 아닐지라도 이 책 꽤 재미있다.

http://macrostar.egloos.com/877339

 

오늘 하루동안 분노(까지는 아닐지라도)한 사이트/앱들을 되돌아보면

이글루스 모바일 - 드디어 이글루스에 모바일 홈페이지가 생겼다. 티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주소 뒤에다 /m을 넣으면 모바일 홈페이지가 나오고, 아이폰 등에서는 자동으로 모바일 버전이 읽힌다.

그런데 이 모바일 페이지라는게 온연히 자기 블로그만 보라고 만들어져있다. 다른데 아무데도 갈 길이 만들어져있지 않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참 재미나다. 만든 사람이 자기 블로그만 본다고, 다른 사람도 그러진 않는다. (egloos.com 은 아직 모바일 페이지가 만들어져 있지 않다)

 

2. 쇼 스팸 앱

아이폰 용 스팸 방지 앱. 시작하면 무조건 차단 전화 번호 등록으로 넘어간다. 나는 차단 전화 번호는 하나도 없고, 전부 문구로만 차단하고 있다. 만든 사람이 번호로 차단한다고, 다른 사람들도 번호로 차단하는 건 아니다.

 

3. 옥션/지마켓 사이트, 앱

얘네들은 들어가면 툭하면 스크립트가 어쩌구 하면서 컴퓨터 전체가 버벅거린다. 뭔 대단한 컴퓨터를 사용들 하고 있는지 몰라도 아직 안좋은 컴퓨터 쓰는 사람들도 많다. 동생이 모 대형 쇼핑몰 사이트에서 일해서 이 문제에 대해 물어봤는데 리소스를 너무 잡아먹어서 이런 부분을 제한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린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파는 사람 입장에서 다른 사람은 화려하고 번쩍번쩍한데 자기건 심플하면 걱정이 될 수도 있다.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가는 일종의 치킨 게임이다. 어쨋든 덕분에 나같은 사람은 버벅대는 순간 닫기를 눌러버리고 - 한동안 컴퓨터에 영향을 미치면 속으로 계속 증오한다 - 다른 곳을 찾아간다.

아이폰 앱 같은 경우 옥션은 사진이 한 장만 나오는데 지마켓은 여러개 나오던가 그렇다. 옥션 같은 경우는 자세한 사진을 볼 방법이 없어서 나쁘고, 지마켓 같은 경우는 3gs를 사용하는 경우 램이 모자라서 닫혀 버려서 나쁘다.

 

4. 가끔, 정부 사이트라든가 금융권 사이트라든가 가면 경고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사이트는 모질라 어쩌구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IE를 이용해 주세요, 보안을 위해 해킹 방지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들어가면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스마트폰에서의 로그인은 불가합니다 이런 경고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괜히 민감한 건지 몰라도 이런 말들을 참 보기가 싫다. 지들이 안 만들어 놓고 남 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정신이 박혔다면 모질라 계열 지원은 앞으로 준비하겠습니다 라든가, 스마트 폰은 앞으로 지원할테니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라고 해야 되는거 아닌가 싶다. 블로그나 개인 사이트면 몰라도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뭐, 말이 그렇다는 것임. 안 가면 되는거지...

20101124

하드 디스크

참 오랫동안 컴퓨터를 사용했지만, 하드코어한 사용자는 아니고, 하이엔드급 시스템도 아니지만 절대 안정적인 시스템 확보를 목표로 나름 신경도 많이 써왔다. 바이러스 검사는 물론이요, 온도도 항상 체크하고, 문제가 생긴 부품은 바로 교체하고, 정기적으로 먼지 청소도 해주고, 팬도 몇개 더 달아줬다. 케이스도 꽤 좋은거고(마이크로닉스), 파워도 꽤 좋은거다(시소닉).

중고로 샀던 램이 불량이라 고생한 적 있고, 오디오카드가 보드를 타서(asus와 궁합이 안좋다) 고생한 적 있지만 딱히 큰 문제는 없었다. 특히 하드 디스크는 용량 때문에 5, 6년 지나면 교체하기 때문에 한 번도 문제된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하드 3개 중에서 2개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골골대고 있다. 오랫동안 써오던 거라 불량 문제는 아니다.

대체 문제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다. 일단 메인보드, 케이스, 파워, cpu를 중고로, 새 것으로 사거나 얻어 현 시스템을 구축한지 1년 정도 지났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가능한 원인은 온도(케이스 설계에 문제가 좀 있다), 약간 불안한 하드랙, 시소닉도 나름 오래된 거니 전원 공급의 안전성 여부 정도다. 이 중에 괜히 의심스러운 건 케이스다.

하드만 바꿔 달았다가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까봐 걱정이다. 구글 블로그는 아이폰으로 쓸 수가 없구나. -_-

20101121

환율과 금리

간단한 이야기부터 하자. 미국이 달러를 풀었다. 세상에 달러가 많아지면 그 가치가 하락한다. 그러므로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1불을 사는데 1200원이 들었는데, 이제는 1100원 얼마가 든다. 더 싸진거다. 그러면 1불짜리 물건을 수입할 때 드는 비용이 낮아진다는 뜻이고, 우리나라 물가가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 예전에는 1불짜리 물건을 외국에 팔면 1200원을 벌었는데 지금은 1100원밖에 못 번다. 이 차이는 크다. 3만불짜리 자동차 한 대만 생각해도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둘 다 일장일단이 있고, 결국 정부나 금융 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은행의 의지에 따라서 그 향방이 갈린다. 현 정부는 수출을 얼마나 하는가, 그래서 얼마를 버는가, 우리는 몇 등이나 하는가를 시종일관 중시해 왔다. 인기가 없는, 혹은 적이 많은 정부는 통계를 좋아한다. 팩트기 때문이다. 인기가 많고,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편안하게 살고 있다면 그런데 관심을 가질 이유가 별로 없다.

살림의 편안함은 OECD 순위나 GDP 변화율에서 오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수치가 나아졌을때 즐거울 가능성은 분명히 더 높다. 하지만 예전에도 잠깐 말했지만 그 가능성이라는 것도 구조적으로 결정된다. GDP 양과 삶의 질이 밀접한 나라도 있고, 아닌 나라도 있다. 그것 역시 정치에 의해 결정되고, 결국 투표의 힘을 빌린 시민의 의지다.

여하튼 이런 선택의 와중에 있는데 어제 한은이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외국돈들이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이 나라로 들어온다. 즉, 우리 화폐의 가치가 높아진다. 그러므로 원화 환율은 더 낮아지게 된다. 정부에서 어떻게 대응할 지 모르겠지만 이 말은 수출 중심의 고환율 정책에서 지금은 한 발 물러나겠다는 태도다.

이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올해 3분기까지 고환율 덕을 많이 봤기 때문에 한 템포 쉬어가는 의미가 있다. 또 미국의 금융 정책에 거스르지 않는 측면도 있다. 어쨋든 금리 인상은 한동안 계속 될 것 같다. 하지만 수출 전선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지 궁금하다. 파인 튜닝이 소용없다는 주장도 이렇게 보면 다 헛소리다.

from mobile

20101114

파이가 커지면 분배되는가

 

http://nasanha.egloos.com/10610251

성장의 노예들에게 흔히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파이가 커져야하고, 그러면 그것이 분배될 거라는 주장이다. 바로 전 포스팅인 MV=PY에서 잠깐 말하기는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전반적으로 평균 생활 수준은 향상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가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대기업이라는게 너무나 커졌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커져서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러면 한단계 더 높은 레벨의 라이벌 기업이 나타난다. 예전에 설탕 팔면서 하급 레벨들과 경쟁하던 S기업 산하 S전자라는 기업은 계속 라이벌들을 갈아치웠고, 이제 애플이니 노키아니 하는 기업들과 라이벌이 되었다.

드래곤볼과 구조가 똑같다. 끊임없이 더 잘하는 라이벌이 나타나고, 그와 대결하자면 더 많고 더 큰 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커진 파이는 그 라이벌들과의 대결에 쓰인다. 자본주의의 쥐약같은 부분은 점점 더 커져야 된다는 데 있다.

 

 

20%씩 성장하던 기업이 10% 성장으로 돌아서면 그래도 10% 성장했으니 좋잖아라고 말 할 수 없다. 20%를 위해 기업의 모든 구조가 만들어져 있었고, 그러므로 비용의 낭비가 발생한다. 결국 남는 부분을 깎아내야 한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만약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하자. 그러면 경쟁이 없어지나. 보다시피 그런 일 없다. 또 밑에서 누군가 계속 쑤셔대고 그와 경쟁하기 위해 또 더 많은 파이가 필요해진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다. 더 좋은 차를 사면, 유지비가 더 많이 든다.

그러다 GM이 그랬던 것처럼, 아직은 아니지만 소니가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이런 일은 역사 내내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러므로 계속 파이가 필요하다. 모두들 담합해서 그냥 여기서 멈추자 하지 않는 한 나눠 줄 파이가 생길 수 없다. 혹시 담합이 가능한 순간이 있다고 해도 죄수의 딜레마에서 볼 수 있듯이 배반자는 이익을 독차지할 수 있게 된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세상의 행동이 조금 고급스러워져서 예전처럼 대포를 쏴대며 쳐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어쨋든 이 상황에서 타개 방법은 제국주의 스타일 밖에 없다. 결국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 그런 것 때문에 G20 같은 게 존재한다.

만약 모든 나라가 다 어느 수준 이상이 되고 더 만들어진 시장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외계인이라도 필요해질 거다. 가장 많은 생물들, 예를 들어 물고기에 파생 딱지를 붙여서라도 어떻게든 돈이 계속 돌고, 그러면서 점점 많아져야 한다.

피라미드 사업이 왜 사기인지 기억해 보자. 참여자가 무한대라면 피라미드는 사기가 아니다. 하지만 어느 게임에도 인구가 무한대인 경우는 없다. 이렇게 참여자가 다 발을 들여놓게 되면 발을 빼는 순간 패가망신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자,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가. 누구도 멈출 수 없고, 그렇다고 계속 커질 수도 없다. 이건 자본주의라는 자체 구조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그것 때문에 사민주의같은 여러 실험이 있었지만 다 실패했다. 결국 순수한 자본주의에 보다 가까운 신자유주의로 컴백해 가고 있다.

이건, 어차피 안될거면 지금이라도 먹자라는 심보와 비슷하다. 대안이 마련되야 하는데 대안이 없다. 나올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생각을 되돌려 보며 대안을 찾아 볼 여유가 필요한데 그럴 처지도 못된다. 인문사회학은 막장 취급을 받고 있고, 대안 경제학도 푸대접인 건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는 피리부는 사람을 쫓아가는 쥐떼들과 비슷한 처지다. 안좋은 감을 느끼면서도, 소리가 너무 좋아 계속 쫓아간다. 뭔가 대변혁이 나타나면 모를까 솔직히 희망 따위는 별로 안 보인다. 고쳐쓰기엔 모순이 너무나 심각하다.

그리고 저 위에 달려있는 링크를 읽어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거기다 더 해 국격 타령하느라 바빠서 개과천선의 기미도 없다.

제 몸 살아남는게 최고의 선인 바닥이다. 잔인하다고 해도 할 수 없다. 자본주의라는게 실로 잔인한 괴물같다는 건, 아담 스미스도 국부론에서 이미 말 했다. 18세기 사람도 알았던 사실인데 이제 와 새삼스러울게 뭐 있나.

20101111

엠브이는 피와이

오늘부터 지이십이다. 그토록 시끄라운게 드디어 시작이다. 이번 회의는 오바마에게는 중요하다. 얼마 전 지나간 선거에서 대패했고, 그 해결 방안을 M(화폐)를 늘리는 데서 찾았다.

이 정책이 어떻게 돌아갈 지 아직은 정확히 모르지만 오바마의 정책 중 가장 한심한 것으로 역사에 남지 않을까 싶다. 그는 월 스트리트에 놀아나고 있든지, 현대 금융을 지나치게 과소 평가하고 있든지 둘 중 하나다. 똑똑한 사람인데 후자일 가능성은 없지 싶다.

여하튼 M을 늘리는 정책은 장점도 있지만 그건 거대 금융권의 몫이 될 게 분명하다. 그리고 단점을 막아야 하는데 그건 미국의 규제벽을 올리고 나머지 나라의 규제벽을 낮추면 된다. 이번 회의의 진행을 보면서 주목해야 할 것은 행사장이 깔끔했네, 조용했네, 성숙한 시민 의식 같은 것 따위가 아니라 바로 이 점이다. 결국 모든 자본주의의 나라는 다른 나라의 안위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그래도 세력이 얼추 비슷하면 협상이라도 가능한데 이럴 때 미국은 전통적으로 힘을 과시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결국 통보가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희비가 갈릴 것이다. 이따위 회의를 여기서 하는게 뭐가 신난다고 이렇게 오두방정이라니. 어쨋든 이대로 가면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가 어찌 되든 미국은 중국에 성공적으로 압력을 넣을 것이고,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중국은 내수 시장을 키우려고 할 것이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거기 기대어 또 돈을 벌게 될 것이다.

현대 통계를 대할 때 중요한 점은, 다른 나라도 그렇고 경제에서 글로벌 기업/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고, 그렇기 때문에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 사이의 괴리가 이제 극복 불가능할 만큼 벌어져 버렸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지디피 성장과 하위 계층의 생활 여건은 아무 관련이 없어지고 있다. 파이가 더 커지면 분배도 많아질 거라고? 그런 파이는 대기업이 더 큰 놈하고 싸울 탄환이 될 뿐이고, 결국 거대 기업 하나만 남을 때 까지 계속 립드립만 있게 될거다.

다른 기업이 존재하는 한, 파이가 분배될 확률 따위는 없다.


from mobile

20101109

2010년의 겨울

여기보다 더 음침한, 모처로 옮긴다. 이곳에 다시는 우중충한 개인적인 이야기는 쓰지 않으리라. 온연히 러프한 사이드로, 거칠거칠, 습기가 가득한, 가끔 멀리서 이름 모를 동물의 움직임 소리가 들리게 하리라.

20101107

충실한 기록

너무 침침한 이야기라 여기에 옮긴다. 어두운 이야기는 마치 치부를 보이는거 같아 감동을 나누는 곳에 올려놓기 두렵다. 아래 글에서 블로그는 이글루스를 말한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에 대해 이 블로그를 검색해 봤더니 글이 딱 세개 나왔다. 하나의 음반 이야기와(infield fly에 대한), 두개의 잡담이다.

그의 음반을 모두 다 가지고 있고, 그 진절머리나는 구질구질함에 한때 애정을 가지고 듣기도 하고, 한때는 질려서 짜증을 내거나 한숨을 쉬며 꺼버리기도 하고, 그 직설들에 울컥해 361 버스를 타고 사방을 돌아다니기도 해놓고, 달랑 세 개다.

문화적 경험에 대한 충실한 기록이라도 남겨보자 해놓고, 잡담만 수두룩하게 나열하면서 이렇듯 작은 목표 하나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가 잘 되길 정말 바랬는데 안타깝다. 나의 이 복잡하고 어렵고 구질구질한 시기에 안타까운 일이 쉬지도 않고 또 하나 더해졌다. 내가 조금만 더 괜찮았다면 그를 위로하고, 명복을 빌텐데 이제 그저 짜증이 나고 한숨이 난다. 그는 아마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고 쓰려졌을거다. 물론 내 사정들이 달빛요정 탓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는 나의 위로 따위에 전혀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어쨋든 그는 그가 말한대로 그저 무모했고, 그저 열심히 했고, 그저 실패했을 뿐이다. 나 역시 그러하듯이. 그가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병명이 주는 위압감에 혹시나 하고 걱정했는데, 그게 막상 현실이 되고 나니 예상했던 것보다 개인적인 충격이 크다.

내 RSS에 차곡히 쌓이는, 그리고 내 포스팅 속에 차곡히 숨겨지는 수많은 사람들과 나 자신의 실패와 좌절과 방황과 모순들이 그저 덧 없다. 하필 그렇게 쓰러질 거라니. 이런 구질구질한 괴로운 이야기를 이제 또 누가, 누구에게 할 수 있을까.

다만 나는 운명, 혹은 내가 운명 탓이라 돌리고 있는 필연들이 지긋지긋할 뿐이다. 정말로 구질구질한 인생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렇게 사는 건 아냐
다 때려치고 어딘가로
숨어버리고만 싶어
아무리 버둥거려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
그 알량했던 자존심을
버릴 때가 온건가봐
내가 세상을 비웃었던 것만큼
나는 더 초라해질거야
아무래도 좋아 나는 내 청춘을
단 하나에
바쳤을 뿐
그저 실패했을 뿐
그저 무모했을 뿐
난 잊혀질거야 지워질거야
모두에게서 영원히
난 노래할거야 어디에서든
혼자서 가끔 이렇게
아무도 몰래

내가 세상을 사랑했던 것만큼
난 너무 아쉽고 섭섭해
아무래도 좋아 나는 내 젊음을
아낌없이
바쳤을 뿐
그저 실패했을 뿐
그저 무모했을 뿐
난 잊혀질거야 지워질거야
모두에게서 영원히
난 노래할거야 어디에서든
혼자서 가끔 이렇게
요정은 간다 이제 요정은 없다
그저 그런 인간이 되어
노래하겠지 또 어디에서든
혼자서 가끔 이렇게
초라한 숫컷이 되어
아무도 몰래
아무도 몰래

20101104

미시적 사실들에 대한 집착

G20 서울 회의인가 뭔가를 앞두고 내가 아는 것만 이렇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지 맙시다, 지하철 쓰레기통 철수, 코엑스 주변 교통 통제, 인근 학교 휴교 검토, 감격의 눈물 흘리는 초등학생, 경제 효과 수십조, 버리지 맙시다, 떠들지 맙시다, 멋지게 보이자구요 등등등.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게 지금 정부 시절에 안열려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런 호들갑이 또 없다.

대체 경제 효과가 무엇일까 하고 찾아보니 우리나라 이미지가 업그레이드되어 수출이 20조는 늘어날 것이고, 이에 연관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조금이라도 해소될 거란다. 이렇게 해서 31조 정도인데 말하자면 따로 광고비 지출해야할 걸 안해도 된다는 의미다.

이런 식으로라면 이 회의를 위한 희생, 청소비, 교통 통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학생들 휴교로 발생하는 교육적 손실, 짜증나는 광고를 봄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위자료 같은 것들도 모조리 화폐로 환산해 마이너스해야 순손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벌 돈이 얼마라는 말만 신나게 나오지 사역 부려먹는 행정보급관처럼 비용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다.



사실 이 회의에서 중요한 건 이런게 아니라 세계적인 금융 정책이 어떤 식으로 턴을 할 것인가, 환율을 가지고 벌어지고 있는 급박한 환경 변화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 등인데 이런건 사실 모호하다. 어쨋든 회의의 갑론 을박이 잘 마무리되야 나올 수 있는 것들이고, 잘못 마무리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적어도 이런 거시적 결과가 G20 대표 중 한명이 음식 쓰레기가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불쾌한 마음에 우기거나 해서 발생하지는 않을거라는건 분명하다.

여하튼 지금 정부의 애티튜드를 보면 환경 미화를 앞두고 학생들을 혹사시키는 초등학교 선생의 마인드, 혹은 참모총장이나 검열관이 찾아온다고 보일러실 청소시키는 군대와 하나도 다를게 없다.



예전 군부 시절도 그렇고, 요즘 우파도 그렇고 뭔가 큰 일이 있으면 미시적 화제로 급전환시켜 관심을 분산시킨다는 거다. 시위가 발생하면 시위의 발생 원인보다는 혼란스러운 시위 문화를 탓하고, 논쟁이 발생하면 논쟁의 태도나 말투를 문제삼는다. 이럴 때 생각나는 구절이 있다.


"선거 때가 되니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가려고 할 때, 후보자들과 그 운동원이 쭉 도열해 있다. 마치 규율부원 같다. 게다가 며칠 전에는 거기에서 얼마 떨어진 곳에 경찰들까지 함께 도열해서 팜플렛을 나누어 준다. 읽어보니 기본적 생활 질서를 지키자는 것이다.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말자. 어쩌구 저쩌구. 마치 시민이 초등학교 학생과 같다. 작은 것에 준엄하려고 노력하지만, 큰 것을 그냥 무시하는 것이 바보들의 특성이다. 작은 것에 대한 흠집을 문제 삼아 마치 시민들이 아무런 이성적 판단도 없고 무책임하며, 언제나 교육 받아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독재자의 전형적 수법이다."







20101029

논쟁

간밤에 트위터에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나우콤 문용식 대표 간에 논쟁이 잠깐 있었나보다. 찾아봤는데 딱히 결이 두터운 논쟁은 아니라 그 자체에서 생각할 만한 거리가 많이 있는 건 아니다. 복지 -> 반말 크리 -> 좌파 크리 -> 조롱 크리 -> 분노 크리 -> 사회가 멍들어요 크리 등등 그냥 되는데로 통통 튀었다.

문용식 대표가 아니라 진짜 SSM이 옆에 들어선 슈퍼 주인이었다면 약간 더 리얼함이 보태졌겠지만 논쟁은 반드시 당사자여야지 성립되는 건 아니다. 아담 스미스는 자본가가 아니었고 마르크스도 노동자가 아니었다.

이 논쟁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불만 투성이이 좌파가 잘나가는 사람에게 틱틱 말을 내뱉었다고 볼 수도 있고, 매판 자본가 혹은 신자유주의자에 대한 민중의 반감이 잠깐 일면을 드러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어쨋든 이 둘 사이는 서있는 자리가 다르고, 생각의 기반이 다르다.

쿤이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지동설 논쟁에 대해 이야기하며 말했듯이 패러다임이 다른 경우 설득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직 개종 만이 가능할 뿐이다. 위 경우도 설득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입장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 수도 없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협상과 타협이 가능하기 때문에 논쟁은 필요하다. 위 트위터 논쟁의 경우 양자 간의 편협한 인식은 협상과 타협의 여지도 없다.

다른 이야기. 많은 사람이 예의를 이야기한다. 문대표는 예의 없이 반말 크리를 작렬했다. 미시적인 예의다. 하지만 예의는 사람에 대한 태도이기도 하지만 사회에 대한 태도에도 필요하다. 요즘 시대에는 사실 이쪽이 파급력도 훨씬 크다.

지역의 반대가 너무나 귀찮다보니 정부회장네 회사는 몰래 몰래 조용히 개점하고 있다. 피자집이나 동네 슈퍼처럼 중소규모 업자들이 가장 많은, 말하자면 프로 vs 아마츄어의 싸움처럼 너무나 손쉬운 분야들을 속속들이 공략하고 있다. 더구나 사회에 대한 낮은 예의 수준은 미치는 파장력마저 너무 크다.




사실 마트 문제에 대해선 생각할 것들이 많다. 우선은 대기업에 대해 SSM 등 분야에 대한 허가가 난게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는 협상과 타협은 가능한 피하고 눈에 확 보이는 결과 지향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대기업에 기대는 손쉬운 길을 가려고 한다. 지금와서 딱히 없애는 것도 그러니 누진세를 강화하면 된다. 이왕이면 지방세로 신설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리고 중소 소매 업장 역시 자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자체 규제가 - 지금까지 보아왔지만 - 거의 불가능하니 지자체의 규제, 규제라는 말이 마음에 안든다면 구속력있는 표준 서비스 매뉴얼이라도 장만하는 방법 정도가 있을거 같다. 사실은 Co-Op이 괜찮은 대안이라고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가야하겠지만 우리 현실에서 갈 길이 아직은 좀 멀어보인다.

20101022

권리 침해 문제

이글루스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
http://coldice.egloos.com/2667054

간단히 요약하면 퀴즈노스 코리아에는 샌드위치의 염분 함유량이 적혀있지 않은데, 그래서 미국 홈페이지에서 염분량을 찾아 결론적으로 참 많이 들었더라라는 포스팅을 했다. 그랬더니 퀴즈노스 코리아에서 이미지 훼손으로 권리 침해를 신고했고, 이글루스를 운영하는 SK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비공개 처리했다.

이런 일은 사실 우리 사회에서 비일비재하다. 딱히 퀴즈노스 코리아, 이글루스라고 적시할 필요도 별로 없이 앞에 기업 이름, 뒤의 포털/블로그 회사 이름을 바꿔 대입하면 무수한 예를 찾을 수 있다.



이게 좀 웃긴게 우선 권리 침해 요청이 들어왔을때 삭제 여부는 사이트 운영 주체의 책임이다. 기업과 포스팅한 사람 사이의 일인데 중간에 사이트 운영 주체가 개입되어 있고, 기업은 사이트 운영 주체를 통해 일을 처리한다.

왜 그 사이에 있을 수 있었던 합의나 해명의 절차를 생략해 버렸을까. 굳이 저렇게 하지 않아도 퀴즈노스 코리아도 블로그 하나 쯤은 운영하고 있을테고 뭔가 부당하다고 느껴지는게 있다면 트랙백 하나 걸어 해명을 할 수도 있었을거다.

하지만 퀴즈노스도 그렇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런 절차 없이 곧바로 사이트 운영 주체에게 블라인드 처리를 요구한다. 그리고 사이트 운영자는 거의 예외없이 이를 받아들인다. 형법을 제외하고 법의 규율이라는건 어디까지나 사적 자치가 우선이고 그런 합의에 실패하거나 불가능해 보일때 찾아가는 수단이다. 하지만 법의 규율은 엄격하고, 그것보다 상당히 귀찮기 때문에 그런 귀찮음의 힘에 기대어 기업들은 손쉬운 수단을 택한다.

이건 기존 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서,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가능한 이런 손쉬운 길을 선택할 수 없게, 또는 어렵게 만들어놨어야 한다. 그런 규율이 없다고 해도 손쉽게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마인드는 소비재 사업자의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블로거 한 명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무슨 소비자 만족을 운운하나.



또 하나는 소명 절차다. 보통 개인과 기업 간의 법적 다툼에는 입증 책임의 전환이라는 논리가 적용된다. 환경 문제라든가, 이런 소비자 권리 문제 등에서 특히 적용되는데, 예를 들어 어떤 공장 옆에 있는 강에서 카드뮴이 나왔어요 하면, 그 카드뮴이 공장에서 나온거라는 증명을 신고하는 사람이 하는게 아니라, 공장에서 우리는 카드뮴을 낸 적이 없어요라고 증명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누군가 문제 제기를 하면 문제를 받은 사람이 그걸 증명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위의 예를 보면 알겠지만 문제 제기 - 블라인드 처리 - 문제 제기한 사람이 증명해라 순서로 되어 있다. 문제 제기 - 해명 - 블라인드 처리가 더 맞는 순서가 아닌가 싶다.

사실 이거보다 더한 예는 지금 우리 나라가 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 발생 - 어, 이거 좀 이상한데 해명 좀 해주라 - 너 북한 편이냐" 이런 수준의 논쟁이 오고가고 있다. 바로 어제 국감에서도 거의 비슷한 순서의 질답이 있었다. 뭔가 아주 구석구석까지 해괴해 지고 있다.

20101017

그냥 이야기

퍼스널한 이야기는 안쓴다고 했는데 바로 배반. 그런게 인생. 깝깝한 이야기 뿐이라 밝게 살고자 하시는 분은 안읽는게 정석.


뭔가 좀 그럴 듯 하게, 추상적으로 쓰고 싶은데 - 예를 들어 "어둡다, 대낮이다. 이봐, 힘을 아껴봐. 난 벌써 잉크가 떨어지고 있다"(기형도)라든가, "내 소원은 매독에 걸려 죽는 것"(장정일 - 뭔가 좀 더 길었던거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난다)이라든가, 아니면 "실존이란 비실존에 젖어 있으며, 우표의 점선이 우표 그 자체와 분리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비실존 역시 실존에게는 불가분"(장 그르니에) 같은 문장들 - 그러면 나와 글자 사이의 간격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투박하게 상세히 뭔가 적고 있는 건 수레바퀴 밑에서 따위(폄하의 의미 없음)를 읽고 있는 사춘기 소년같다. 결국은 글자들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선을 걷게 되고, 의미가 사라진다. 아니, 사실 의미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위 자체에 있다. 그것말고 지금 내 행위의 어떤 부분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관이나 쥐덫이 아닌 이상 어딘가로 들어가면 다시 나와야 하듯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위는 게시하기라는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완성된다. 별 쓸데 없는 이야기들로 인터넷 세상이 채워져도, 할 수 없다. 낭비는 숙명이다.

둔탁하다. 머리가 둔탁하다. 뇌 속이 스폰지같은 걸로 차오르는 거 같다. 산뜻한 기분을 느낀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진짜 스폰지가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오마메(하루키)가 자기 뱃속에 들어있는 존재를 갑자기 느꼈듯이, 무한도전에서 텔레파시를 받은 정형돈이 갑자기 고양시 체육관?을 되뇌였듯이. 하지만 나는 감과 상상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꽤 긴 시간을 둘을 섞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뭔가 막 쓰고 있으면, 그 순간 만큼은 다 잊어버린다. 아무 의미도 없는 망각. 누군가 멀리서 문을 쿵쿵 두드린다. 차가 지나간다. 고등학생들은 소리를 지르며 대화를 한다.

20101014

금리 동결

한국은행이 3개월째 금리를 동결했다. 물가 인상 압박이 넘실대고, 전세계가 환율 경쟁이라는 격전의 코앞에 와있는데 한국은행은 여전히 주춤거리며 정부 눈치만 보고있다. 경제를 보는 눈은 여러가지가 있고, 어떤 정책이든 일장일단이 있는법이고, 이미 벌어진 일이니 지금 이 시점에서 금리를 고정시키는게 과연 최선인가에 대해 갑론을박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중앙은행의 정책이라는건 '원래부터 주어진 것'과 비슷하게 작동해야한다. 문제는 중앙은행이 자진해서 자신의 자율성을 훼손시키며 시장의 신뢰대신 정부의 꼬붕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은행의 정책을 헌법 레벨로 높여 독립성을 보장하자던 그간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간곳이 없다. 대기업 몇푼 더벌게하기 위해 나머지 모두를 희생시키는 거라고 밖엔 이 상황을 바라볼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거대한 경제 위기 뒤에 안정을 향해 돌진하는 과정에 각 나라의 경제 헤게모니 쟁탈전이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무슨 플랜을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 계속 금리를 동결시키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20101013

사소설풍 잡담

원래 정치, 경제, 완결되지않은 이데올로기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곳인데 어쩌다보니 블로그 포스팅이 하나같이 사소설풍이다. 다시 읽어보니 이상한 문장도 너무 많고 "개인적으로, 솔직히, 여하튼, 물론" 등등의 반복되는 단어도 너무 많다. 좀더 정교하고 걸러져아한다.

휴대폰으로 써서 이메일로 보내고 그걸 데스크톱에서 완성하고 포스팅한 다음에 휴대폰으로 읽으면서 고치는데 퇴고를 일단 글을 올려놓고 하니 수정이 어렵다. 후회할 일을 만들어놓고 후회하는 버릇은 좋지않다. 어쨋든 사소설풍은 이제 지양하자.

반복되는 루틴

아이디어가 고갈되어간다고 느껴질 때, 계속 루틴만 반복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 머리 속이 아침 산정호수에 짙게 낀 안개 속을 헤매거나,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처럼 아무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도로를 쉬지않고 달리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건 체하는 것하고 비슷해 손 써야할 타이밍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뭔가 이상한데라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바야흐로 눈치를 챘을 때는 이미 심각한 상황에 도달해 있다. 이런 멍청한 짓을 계속 반복하는게 인생이라면 인생이다.

이럴때 개과천선을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여행이나 산행 같은건 그다지 효과가 좋지 않다. 이런건 머리를 비우거나 기분을 전환시키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생각의 전환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크리에이티브한 느낌의 건물 같은걸 만지고, 보고 오는건 나름 효과가 있었지만 서울 안에 그런 건물들 중 개인 주택이라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곳 빼고는 한번 쯤씩 다 돌아본거 같다. 가끔 승효상의 건물 같은걸 다시 보러 가기는 하는데 건물은 역시 살아봐야 더 느껴지는거라 한계가 있기는 하다.

인터넷 같은 경우에는 정보의 보고답게 참으로 다양한 자극들을 얻을 수 있지만 모니터라는 평면의 한계로부터 벗어나기가 힘들다. 나는 촉감에 의한 자극에 민감한지 그런게 없으면 김이 빠진다. 물론 평소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그럭저럭 자극을 얻지만, 순환의 고리에 빠져버렸을 때는 그저 하나의 루틴한 일과에 머무르게 된다.

물론 가끔 즐겨찾기 해놓은 하시시 팍 등등의 새로운 느낌의 사진가의 사진들을 하나씩 다시 보거나, HHstyle 사이트에서 가구들 사진을 뒤적거리거나, 평소 보던 남의 블로그를 유심히 다시 읽어보면서 뭔가 번뜩이는게 없을까 찾아보려고 할 때도 있다(헬무트랑 코뮤니티할때 하시시가 회원이었는데 인사를 못한 건 조금 아쉽다).

한때는 거의 매년, 어떨 땐 시즌마다, 야간 개장 같은 것도 챙겨가며 서울대공원에 갔었는데 그게 하도 자주 가니까 동물들을 다 알아버려서 재미가 좀 떨어졌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는데 커가는 모습을 봐버리니 시큰둥하다. 야간 개장은 조금 재미있었다. 얼마전 대대적인 리뉴얼이 있었는데 예전의 거친 환경이(하나같이 생 시멘트 바닥이었다) 조금 부드러워진 건 마음에 든다.

 

 

경험에 의하면 이럴 때 제일 좋은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거다. 아주 크리에이티브한, 말 몇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며 머리 속이 청량해지는 기분 좋은 느낌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면 더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사람이란건 다 다르고 언제나 새로운 뷰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형편없는 인간(특히 편협한 종류의)을 만나는게 아니라면 가치있다.

보고, 느끼고, 만지고 할 수 있으면 더 좋기 때문에 육체나 정신적 유대 관계가 동반된다면 더욱 좋기 때문에 연애가 더 낫고 그게 안되면 컴패니언도 괜찮다. 강연을 듣거나 하는건 인터액티브가 부족해서 그런지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 그 정도 자극이면 찰라의 경험일지라도 몇 년은 뭔가 끄집어낼 수 있다. 모딜리아니나 잭슨 폴락처럼 그거 하나 믿고 끝까지 돌진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어렵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고, 만난다고 관계가 괜찮게 유지될 지도 미지수다. 나같이 어리보기한 사람은 그나마 괜찮은 상황도 망치기 일수다. 그리고 차칫 잘못된 상황으로 접어 들면 10년은 슬럼프에 빠트릴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사람에 의한 자극은 최고의 경험치를 만들어내고 상호교감이 잘 호응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의지를 가진다고 나오는 결과가 아니다. 치명적일 수 있지만 그만큼 값어치가 있으니 본능의 불나방처럼 불 속에 뛰어들 준비를 한 채 잠자코 기다리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 정신적 자극은 커녕 맘편히 만날 제대로 된 친구 하나 만들기 힘든게 세상이기에 어쨋든 이런건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이런 의지가 개입되기 힘든 일 말고 일단 의지가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나같은 경우엔 보통 잘 깎여진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나무로 된 가구 같은걸 보러 간다. 작고, 정교하고, 묵직하고, 처음 보는거면 좋다. 신기종의 휴대폰도 좋고, 휘슬러의 주방 기기도 좋다. 개인적으로 의자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백화점이나 삼청동, 가로수길의 큰 상점들, 논현동이나 신당동의 가구거리 같은데를 멍하니 뒤적거리러 간다. 바이킹의 조리 기구나 아크리니아의 싱크대 같은걸 보면 좋겠지만 그런데는 그냥 구경가기엔 눈이 좀 따갑다. 뭐 사러왔냐는 눈초리랑 싸우는 건 좀 귀찮다.

훌륭한 의자가 많은 카페같은데도 좋은데 이런데는 인기가 있는 곳이 많아 혼자가기가 좀 그렇다. 신사동 쪽에 토토(변기 만드는 토토)에서 투자한 카페가 있는데 거기도 좋아한다. 아오야마의 HHStyle 매장처럼 아무 생각없이 여러 의자에 앉아보고, 만지작 거리면서 정말 좋았는데 휘릭 하며 갈 수 있는데가 아니라 슬프다.

 

 

이도 저도 안되면 서점에 간다. 큰 서점. 아무거나 들추고, 끄집어내고, 넘겨보고, 조금 읽어보고, 던져놓고하는 큰 서점. 문방구가 크면 좋다. 책을 사거나 하는건 좋기는 하지만 한권만 열심히 읽게 되서 좀 리버럴하게 이것 저것 생각하고자 하는 의도와는 안맞는거 같다. 이럴때 괜한 집중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잡지도 좋은데 몇 년전 어떤 사건을 겪은 이후부터 잡지를 사고자 하는 의욕이 사라졌다. 서점에서라도 보면 좋은데 요즘은 다 비닐로 덮여있다. 잡지를 뒤적거리고자 한다면 커피빈이 더 낫다. 여의도에 있는 Zephyr라는 커피 전문점은 잡지 보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반짝이는 새 잡지가 잔뜩 있고, 점심 먹고 커피 마시는 직장인 대상으로 돈 버는 곳이라 저녁 시간대에는 손님도 거의 없다. 대신 일찍 닫는다.

요새 교보문고 같은 경우에는 문구점에 잠깐만 머무르면 점원들이 따라 붙으며 제품의 특징 등을 줄줄줄 말하는 경우가 많아서 좀 걸리적거린다. 이런 방침은 좋지 않다. 마음이 불편하다.

 

 

어쨋든 요즘 이런 상태에 빠져있다는걸 깨닫고 오늘 올레스퀘어에 새로운 휴대폰이라도 만지작거릴 생각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아이폰에 올인하고 있는 근래 KT의 입지를 대변하듯 전시되어있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이 아이폰이었고, 나머지 몇개는 넥서스원이었다.

예전에 갔을 때는 옵티머스도 있고 피쳐폰도 몇가지 있고 그랬는데 다 사라졌다. 아이패드가 4대 있었지만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 네명이 달라 붙어 쉬지도 않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 올레패드가 있었지만 내가 건드리자 마자 도난 경보가 울려 직원이 찾아와 경보를 껐다. 잠깐 건드려 본 올레패드는 어딘가 답답했다.

괜히 우중충해져 인사동 맥도날드까지 걸어가 더블 치즈 버거 세트를 먹고 배탈이 나서 가만히 쉬다 이런거나 써본다. 조만간 논현동이나 청담동이라도 가볼까. 논현동 주택가의 배타적이고 을씨년스러운 담장 분위기 좀 좋아하기는 하는데.

20101011

무제 또는 자개증, 길어지다

별 쓸데없는 이야기를 잔뜩 쓰다가 지워버렸다. 그리고는 또 쓸데없는 소리를 잔뜩 지껄인다. 이런 이야기를 써놓고 아까워하는 버릇을 고쳐야 하는데 잘 안된다. 그건 일종의 자개증(자폐증의 반대)가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든다.

어쨋든 이 버릇과 마찬가지로 이메일, 문자메시지, 대화에서도 자꾸 그런다. 설레발을 치고, 말을 내려놓고 타이밍이 안맞아 후회하는 일도 많다. 영문도 모른채 그르쳐버린 관계도 몇 개 있다.

그래도 마음에 없는 소리를 내뱉는 성격은 아니라는게 조그만 자랑이다. 누군가에게 힘좀 내라고 말하면 그건 정말 그 순간 그가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소리고, 누군가에게 좋은 꿈꾸고 잘자라고 말하면 그건 정말 좋은 꿈을 꿨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한다. 듣는 것도 마찬가지 마음가짐으로 듣는다.

하지만 이렇게 곧이 곧대로 들으니 말귀를 잘 못알아듣는 경우도 꽤 생긴다. 열심히 듣거나 읽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게 돌아가는지 않는다.

이런 성격으로 좋은 일이라도 있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내내 복잡해지기만 한다. 이런 설레발로 꼬여버린 관계도 많고, 마음에 없는 소리한다고 오해도 받는다. 그런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이런 테크닉은 너무 부족하다. 이게 다 눈치가 너무 부족한 탓이다. 후회가 많지만 돌이킬 방법도 없다. 그리고 왜 사람들은 의심을 하는걸까 고심한다. 참 어려운게 인생이다.

 

기형도의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에 이런 구절이 있다.

"대구는 크고 넓었다. 밝고 우글거렸다. 장정일은 대구는 부산의 절반도 안된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내 고통의 윤곽을 조금 말해 주었다.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맥주만 마시니 기분이 이상하다고 중얼거렸다."

이제 이 책의 거의 모든 부분이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 버렸지만 이 부분이 항상 머리에 떠돌고 이 문장을 생각할 때 가장 슬프다. 길을 걷다가도, 잠을 자려고 누워있다가도 뜬금없는 순간에 이 구절이 떠오른다. 기형도의 휴가가 시작된게 88년 8월 2일, 대구행 버스를 타고 내려가 밤에 장정일을 만났다. 그리고 89년 3월 7일에 파고다 극장에서 숨졌다.

이 사이의 텀은 7개월이다. 고통의 윤곽. 8월 2일에 말했던 고통의 윤곽이 그를 죽게 만들었을까. 만약 장정일이 묵묵히 고개만 끄덕이지 않았다면 그 죽음은 더 가까워졌을까, 아니면 더 멀어졌을까. 말을 알아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그런걸 바라는게 지나친 일인가 생각을 계속하면 마음만 아프다.

 

몇 달 전부터 가족끼리 어디 바람이나 쐬자라는 말이 오고 갔는데 드디어 다녀왔다. 그리고 동생의 남자 친구가 동행했다. 우연히도 내 대학 1년 후배라고 한다. 동생의 남자 친구가 운전을 했는데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만약 나라면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었다.

더구나 찾아간 장흥이라는 곳은 뭐하나 번듯하게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결국 아주 매운, 조금 특이한 닭도리탕을 먹고 괴상한 공원(장흥 조각공원)에 들어가 차길을 막고 있는 담 바로 옆 잔디 밭에 앉아 과일을 먹었다. 참 어색한 마뜩잖은 자리일텐데 잘 대처하드라. 어쨋든 잘 지냈으면 좋겠다.

참고 1) 그렇게 매운 닭도리탕은 처음 먹어봤는데 사실 좀 맛있었다. 하지만 옆 자리에서 나는 청국장때문에 내심 괴로웠다. 개인적으로 청국장이 메뉴에 있는 집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안들어간다. 물론 오늘은 특별한이었으니 참았다.

참고 2) 닭도리탕은 잘못된 단어이고 닭볶음탕이 표준어다. 그런데 우선 아무리 생각해도 그 요리는 볶음이 아니다. 그리고 조금 더 복잡한 이야기를 하자면 우선 닭은 일본어로 이와토리다. 그리고 새는 토리다. 이런게 좀 합쳐져서 닭 + 도리가 된게 아닌가 싶고 그래서 표준어는 일제 잔재를 배제시키고자 닭도리탕을 비표준어로 규정했다.

하지만 나름의 조사에 의하면 옛날 경상도 사투리에 도리치다라는게 있다. 뭔가 듬성듬성 썰어있는 것에 쓰는 말이다. 만약 어원이 이쪽이라면 닭의 생김새로는 이쪽이 맞다. 어쨋든 닭볶음은 분명 아니다.

그래서 이 요리의 다른 이름이 나오거나 요리의 기원에 대한 추적이 좀 더 이루어질 떄까지 개인적으로 닭도리탕이라는 말을 계속 쓰고 있다. 물론 이게 맞는건 아니니 시험에서 그렇게 적으면 안된다.

그리고 밤에 후배 김군을 만났다. 구렁텅이로 슬렁슬렁 들어가는 동안에 계속 나를 살펴주고 있다. 내 인생에 행운이란게 있다면 그게 참 큰 자리를 차지할거 같다. 참 고맙다.

 

mp3 플레이어를 안가지고 나갔더니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별의 별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었다. 내 앞 7명 의자에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5와 여2이 앉아있었다. 다들 KBS 홀에서 열린 어떤 음악회의 팜플렛을 들고 있었다.

분위기상 남녀 공학이고 그들의 다른 동료들이 뭔가 잘못을 저질렀는데(아마도 땡땡이를 치고 PC방에 간듯) 그게 교감과 학생주임에게 걸린 듯 싶다. 보아하니 앞의 7인도 같이 PC방을 간거 같았고, 그걸 감추기 위해 심각한 얼굴로 20분간 쉬지도 않고 함께 입을 맞추며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오른쪽 커플은 (동갑내기 과내 커플, 4학년인듯)

(여) 어제 불꽃 놀이는 왜 한거야 - (남) 세계 불꽃 축제라고 하는거야 - (여) 왜 나한테 가자고 안했어? - (남) ..... - 다른 대화 조금 이어짐 - (여) 벌써 우리 4학년인데 군대는 어떻할거야 - (남) 무슨 대답을 함 - (여) 가족들이 블라블라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10년 후에 이 고민이 생각이 날까. 7명의 고등학생은 아마 잊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커플은 둘이 잘되든 안되든 나중에 대화의 자세한 부분은 기억이 안날지 몰라도, 그런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기억은 가지고 갈 가능성이 클 거 같다.

뭐 이렇게 길어졌냐.

20101009

템플릿

오래간만에 발전소의 템플릿을 바꿨다. 2007년에 이 블로그를 처음 만들었을땐 원래 하얀 바탕의 완전 심플한 모습이었다. 곰곰이 기억을 되살려보면 그 전부터 있기는 했는데 다 지웠다. 그러다 2008년 4월에 발전소라는 이름을 붙이고 어제까지 쓰던 템플릿을 계속 사용했다.

http://macrostars.blogspot.com/2008/04/blog-post.html

 

사실 중간 중간 템플릿을 바꾸기도 했는데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구글에 다른 블로그도 몇 개 있었는데 거의 포스팅을 다운받아 발전소에 업로드해놨다. 이렇게 하면 날짜 순에 맞춰서 중간에 끼어든다. 사실 지금도 몇 개 더 있기는 한데 그냥 방치되어 있는 상태다. 다 없애버리고 싶은데 그걸 하는거 자체가 귀찮다. 보잘 것 없는 블로그도 이렇게 시간을 질질 끌면 역사 비슷한게 생긴다.

올라오는 글도 우중충한데 화면이라도 좀 산뜻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눈치와 삼고초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지금 머리가 좀 아프다. 몇가지 일에 신경을 너무 썼다. 긴장을 너무 잘하는 성격이다.

며칠 전에 우연히 일본에서 만화가되기인가 하는 만화책을 읽었다. 일본에 가서 만화가가 될 생각이 있는건 아니고 시간을 떼울게 필요했는데 마침 그게 눈에 보였다. 다른건 몰라도 저자가 하여간 긍정적인 사람이다. 본받을 점이 많다.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를 본받고자 오모 시장 세금 축낸다고 욕만 하지 말고, 이왕 하는건데 나도 불꽃 축제 구경이나 한번 해보자 싶어서 갔는데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사람도 너무 많았고, 위치도 좀 안좋았다. 더구나 혼자 볼만한 쇼도 아니다. 서강대교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메달려있는건 처음 봤다.

원래 의도는 슬렁 슬렁 걷다가 아파트 건물 같은거 사이로 불꽃 놀이 모습을 보거나 어디 한적한 곳에 널부러져 저 멀리 불꽃 놀이를 하는구나 정도 기분을 느끼는 거였는데 하여간 여의도 방면으로 하늘만 보이면 다들 돗자리 깔고 누워있었다. 내가 생각한 정도의 긍정 마인드따위로는 어림도 없었다. 대단하다. 좀 더 정진하자.

골목

한때 골목에 꽤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다. 그래서 싸이월드에 커뮤니티도 하나 운영했었다.

http://rhfahr.cyworld.com/

블로그 시대가 찾아오면서 아무도 안오고, 나조차 가지않는 폐허가 되버렸다. 어쨋든 골목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아파트/건물 문화가 확산되면서 사라지게된 첫번째 공간이고 그 바람에 골목 단위의 커뮤니케이션이 사라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골목이라는 공간을 공동체 커뮤니케이션의 주된 도구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오류가 조금 있다. 예를 들어 평창동 윗 동네나 청담동 안쪽에는 여전히 주택 단지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골목이 있지만 거기에 예전 스타일의 맨투맨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하진 않는다.

결국 어떤 특정 공간 만으로 시너지가 확보되지 않는 다는 뜻이다. 빈 공터, 빈 골목, 빈 방 다 마찬가지다.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밤하늘의 별처럼 그냥 떠있을 뿐이고, 사람이 있어도 잠시나마 머물 곳이 없다면 그냥 지나가는 길일 뿐이다.

또한 시설 만으로 그런게 확보된 다고 볼 수 없다. 빈 벤치, 빈 회관, 빈 팔각정. 이런건 얼마든지 있다. 주변인들이 의지를 가지고 접근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

예비군 훈련장, 민방위 훈련장에 정교하게 짜여진 커리큘럼이 있지만 참여할 의지도 없고, 비참여자를 제제할 방법도 없으니 결국 엉망으로 흘러가는 것과 같다. 공간이나 도구가 있으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

20101005

상식

김구라의 경우, 말하자면 세간의 일반적인 관점, 특히 세속적인 측면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것은 일면 재미있고(차마 말로 못하고 있던걸 표현해 준다는 점에서) 일면 불쾌하다. 물론 그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심한 풍자나 조롱은 자제한다. 어쨋든 김구라는 대한민국이라는 꽤 한정적인 대상만 다룰 수 있는 나라에서, 공중파라는 보다 더 한정적인 대상을 다룰 수 있는 코미디언이다.

하지만 만약 표현의 완전 개방이 가능해졌을때 그가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적이다. 예전에 말했듯이 어덜트 비디오 산업이 발달한 나라에서 걸그룹 아이돌이 굳이 옷을 흘리고 다닐 필요는 없다. 환상이 다른 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건 어디까지나 그 분야에 있어 제한적인 나라에서 먹히는 전략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게 통용되지 않는 곳에서는 우리 관점으로는 얼토당토않아 보이는데 흥분한다. 대중문화라는건 필연적으로 그 사회에 들어 맞는 현상이다. 코미디같은 경우엔 더더욱 그러하다.

종교의 경우, 특히 범세계적인 신자를 가지고 있는 종교의 경우에는 각 나라의 문화와 융화되면서도 독립된 상식이 존재한다. 상식과 보편이 존재하는 유일한 분야가 아마 종교가 아닐까 싶다.

법원 판결문을 보면 최종적으로 나오는게 조리고 그것은 바로 일반의 평범한 상식을 말한다. 과연 그런 상식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솔직히 어느 정도 회의적이다. 특히 요즘처럼 정보가 대량확산되고 일반 대중의 지식 수준이 역사상 전례없이 높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결국 상식은 기득 사실의 보호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발전의 가장 큰 동력이 다양성과 유연성이라고 전제할 때 상식은 보존은 해주겠지만 더 나은건 보장못하는 닻이 된다. 닻은 배가 떠내려가지 않게 해주지만, 또한 아무대도 가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다.결국 선택은 언제 닻을 내리고, 언제 닻을 올릴지 하는 타이밍에 있다.

20100930

복도

다들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긴 막대기에 바퀴 다섯개가 달려있는 봉을 손으로 끌며 돌아다니고 있다. 봉의 끝에는 두개, 혹은 서너개의 약이 들어있는 비닐통이 있고, 비닐관과 주사 바늘로 팔에 연결해놓고 있다. 생명을 연장하는 줄, 건강을 회복시키는 줄. 대부분은 자신의 링겔병에서 흘러나오는 약을 바라보며 능숙하게 흐르는 양을 조절한다.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거의 안보이지만 입원 병동의 풍경은 확실하게,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그리고 모두들 뭔가를 말하고 싶어한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디서 왔는지, 어떤 병에 걸렸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이런 복도를 본 적이 있나싶게 드물게 긴 복도 끝에 앉아 하릴없이 소설책을 읽고 있는 동안 꽤 많은 사람이 옆에 앉는다. 그리고 훅, 훅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호흡이 느껴진다. 누군가는 말을 걸고, 누군가는 그냥 간다.

가만히 책을 보고 있는데(읽고 있기는 어렵다) 덜그럭 덜그럭하는 소리가 점점 커지며 다가온다. 그리곤 덜컹하며 앉아있던 긴 의자가 흔들린다. 그리고는 앉아서 몸을 휙휙 돌리며 체조를 한다. 동작이 상당히 과격해 의자가 흔들거린다. 조금 불쾌해진다. 그리곤 예의 그 훅, 훅하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시선은 그대로 책을 향하고 있었는데 몹시 거친 목소리로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엔 일단 아무도 없고 그러므로 혼잣말이 아니면 나에게 하는 말이다. 은근히 혼자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긴 하지만 일단 고개를 들고 할아버지를 쳐다본다. 초등학생 가슴에 다는 손수건처럼 생긴 거즈를 목에 붙이고 계신다. 폐와 관련된 병인건 확실하다. 다시 말한다.

이 복도 끝까지 200미터 되겠나?

복도 끝을 쳐다본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확실히 길다. 100미터는 넘지 싶다. 기묘하게 길다. 그쯤될거 같은데요라고 대답했다. 딱히 퉁명스럽게 말할 의도는 없었지만 그렇게 들렸을거 같다. 나는 다만 낯을 좀 가릴 뿐이다. 대답을 듣더니 가만히 계산을 한다. 갔다 오면 400미터, 800미터, 에휴. 너무 빨리 걸으시는거 같아요라고 말해봤지만 대답은 없다.

할아버지는 다시 400미터짜리 운동을 위해 출발한다. 역시 좀 빠르다. 그다지 좋은 계획으론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보면서 담배를 끊기는 끊어야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휴게소 테레비에서는 총리 청문회 방송을 계속 하고있다. 날은 여전히 맑고, 환절기 낮답게 아직은 살짝 덥다.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계속 귓가를 맴돈다.

20100925

일교차

두통이 오래 가고 있다. 그냥 두통이 아니라 다른게 아닌가 싶은데 뭔지 잘은 모르겠다. 여튼 컨디션이 그리 좋지는 않다. 매우 오랜 시간을 안잤고, 곧이어 매우 오랜 시간을 잤다. 연락을 취한 몇 명에게서는 대답이 없다. 큰 맘먹고 추석 인사도 몇 명에게 보냈는데 그다지 기분 좋은 결과는 없었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접속한 네이트온에는 약간 의외의 곳에서 쪽지가 와있었다. 뭔가 부탁을 할거라는데 뭔지는 몰라도 아마 내가 들어줄 수는 없는 거겠지 싶다.

다 놔버리고 싶었는데 하나도 놓지를 못했다. 낄낄거리는 농담 속에서 모두 다 잊어버린거 같다. 그래선 안되는거 였는데, 또 그렇게 했다. 회복이 불가능한 것들과 회복이 가능한 것들의 리스트를 만들어봤는데 별로 희망이 안보인다.

공덕역에서 마포대교 쪽으로 2번째 블록에 거대한 중국집 6개가 들어서는 꿈을 전라남도까지 가서 꿨다. 하나같이 중국풍의 붉은 색 벽면을 가진 거대한 건물들이었는데 짜장면 따위를 판매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즉 중국집이라기 보다는 요새 말로 차이니즈 레스토랑들이다. 다만 들어가는 입구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주 약간 가우디 풍인, 발코니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도 있었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와, 코스모스 백화점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 매번 무슨 이야기를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문장을 여기에 남기는거 같다. 친구가 책을 한권 냈다. 읽게 될거 같지는 않은데 어찌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나는 악순환의 한가운데 있다. 이제 9월 26일이다.

20100920

댁이나 잘 사슈

http://bit.ly/afVA7a

이런 기사를 볼 때 마다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TV에 평화롭게 뛰어노는 노루나 보고 사는 세상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인 씩이나 되는 사람이 왜 저런 내용이 방송을 타고, 저런 내용이나 되야 주목을 받고 시청률이 올라가는지 고민하지 않은 채, 저런 내용은 잘못된 것이니 무조건 막을 방법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생각부터 하고 있는지가 한심하다. 지들이 이렇게 각박하게 만들어놓지 않았나. 어디서 계도질이야.

그런거 생각할 생각에 성희롱 따위 한 위원들 형벌이나 강화할 생각을 해라. 사회 지도층(장관급 이상 공무원과 국회 의원, 10대 재벌 친인척)은 형법 10배 강화 제도 같은걸 만들면 좋을 듯 하다. 걸그룹이나 케이블 방송보다 세금 떼먹어도 나라를 위해 기여한 바가 크니 용서한다는 법원 판결 뉴스가 미래에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저런 방송보다 오지라퍼들이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믿는다. 딱히 저 사람으로 한정짓지는 않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사실 저런 사람을 뽑은 시민들이 더 한심한거지.

연장전

여기는 지독하게 조용하다. 멀리서 건물용 에어컨 냉각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겨울이면 탱~ 탱하는 소리와 함께 아마도 보일러를 돌리는 디젤 기관풍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째서 디젤 기관이라고 확신하고 있는가하면 예전에 컴퓨터로 2차 대전 잠수함 게임을 해본적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이라는건 시야가 제한적이고, 소나 등을 사용해 들리는 소리들에 민감하게 대처해야한다. 2차 대전이 배경이라 잠수함 자체의 기능은 정말 보잘것없고, 레이더가 말해주는 것들도 그닥 유용한게 없다.

밤중에 헤드폰으로 소리를 들으며 연합군 화물선을 폭파시키려고 대서양 어딘가 물속에 가만히 매복하고 있는 재미가 나름 있다. 다만 게임에 오래 집중하는 편은 아니라 일주일쯤 하다가 그만 뒀었다.
어쨋든 그 게임을 하면서 잠수함에 시동을 걸면 위에서 말한 디젤 기관으로 추정되는 물체와 거의 똑같은 소리가 났었다. 고작 일주일 경험했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소리만 들으면 계기판과 레이더의 모습이 나오던 그 모니터와 불꺼진 방, 답답했던 헤드폰이 생각난다. 기억이란건 참 이상한 현상이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잠시 졸다가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라는 제목의 오쿠다 히데오라는 사람이 쓴 짤막한 산문집을 읽고있다. 솔직히 영문도 모를, 그냥 우연히 집어 넘겨대고 있는 책이다. 머리 깎으러 미장원에 갈때마다 덴츠라는 영문 모를 만화책을 읽는데(18권까지인가를 다 읽고 다시 처음부터 다시보고 그런다) 그것과 비슷한 용도다.

어제 새벽에는 비가 그렇게 오더니 오늘 낮에는 꽤 더웠다. 해가 지면서 날이 급흐려졌고, 예보에 의하면 내일과 모레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릴거라고 한다. 날씨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세기말에 대한 이야기를 얼마 전부터 휴대폰 메모장에다 끄적거리다가 에버노트로 보내버렸다. 에버노트로 갔다는건 내게 완연한 보류 상태로 들어갔다는 뜻이다. 모르겠다 싶으면 발전소로 가고, 의지를 좀 부리면 이글루스로 가고, 이건 안되겠다 쓸데 없는 소리를 너무 했네 싶으면 에버노트로 간다.

세기말에는 떨어지는 운석에 대한 이야기와, 약간 19금과, 이제는 아마도 완전 연이 끊긴 어린 친구에 대한 걱정을 썼었다. 어린 친구 같은 경우 여전히 아쉬움이 있지만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부실하니 뭐. 그래도 아끼는 만큼 잘 살았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타인이 자신의 문제, 특히 정신적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건 관계가 무척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 서로 바라는게 없을 수록 훌륭하다. 물론 이런건 거의 불가능이고, 울고 불고 머리가 쑤셔도 서로 치근덕거리는게 더 옳겠지만.

두통이 끊이질 않고, 계속 졸린다. 밥은 하루에 한끼, 혹은 1.5끼 정도 먹는거같다. 패션붑에 매일 포스팅을 한개씩 올리고 싶고, 영국 사람들에게 녹차를 팔고 싶은데 생각만한다. 지금같은 삶이 의미가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여기는 계속 조용하다. 에어컨 기계 소리는 계속 들리는데 티셔츠 안쪽에서 땀이 나는게 느껴진다. 조금 불쾌하다. 건너편 건물 복도의 형광등 불빛은 조금 예쁘다. 조그마한 휴대폰을 깔짝 거리느라 손에서도 땀이 난다. 이것 역시 조금 불편하다. 비는 언제쯤부터 내릴까. 우산을 가져왔던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나.

20100915

여러가지 가능성

세상엔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다. 가끔 인터넷 상에서 128kbps로 인코딩된 mp3와 192kbps로 인코딩된 mp3 사이에 차이가 있느냐하는 논쟁이 벌어진다. 이런건 이 둘을 구별 못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참여가 불가능한 논쟁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쟁은 챗바퀴를 돌 수 밖에 없다. 나는 안들리는데 무슨 소리냐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128과 192는 분명히 다른 것이고 그 분야의 심도있게 파해친 사람이라면 (다는 아니겠지만) 대충은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꾸 소리 분야에 한정되서 이야기하는데 케이블 논쟁, 인코더 논쟁, 고급 앰프 논쟁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구별 못하는 사람들끼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봐야 소용이 없다.

비틀즈의 A day in the Life에 존 레논이 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넣은건 유명하다. 이걸 어떤 사람들은 들을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못듣는다. 사실 대부분 못듣는다. 하지만 내가 못 듣는다고 그 소리가 없는게 아니다. 일단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아주 간단한 예들이 많다. 군대 우편병은 말도 안되는 스피드로 우편 봉투를 쉭쉭 통에 집어넣는다. 나는 일단은 절대 못한다. 하지만 우편병으로 2년을 근무하면 아마 할 수 있을 것이다. 계산기를 잔뜩 두드리는 군생활을 했던 나는 처음에 계산기를 잘 못두드렸지만 나중에는 은행원처럼 계산기를 두드리게되었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있다.

사실 아주 하찮은 예에서 이런 생각이 시작되었다. 또 군대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군대라는 곳은, 특히 훈련소라는 곳은 자연과 매우 가까이 있구나 하는걸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다. 그리고 묻혀져 있던 인간의 능력이 아주 많이 깨어난다. (물론 한가해지면 다 사라진다, 애써 길렀는데 약간 아까웠다)

훈련소에서는 단 음식을 잘 안준다. 설탕은 피로를 푸는데 도움은 되지만 쉽게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비싸서 안주는걸 수도 있다). 자극적인 음식도 거의 안주기 때문에 냄새에 무척 민감해진다.

어느날 누군가 확 지나가는데 아주 아련하게 초코파이와 커피 냄새가 났다. 내가 개가 되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전에 개는 몇 시간전에 이 자리에서 누가 무엇을 먹었는지 냄새를 맡아서 알 수 있다는 내용의 방송을 EBS에서 본 적이 있다,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도심 속에서 수많은 소리와 냄새, 향기에 취해 있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인간은 이런걸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이런 냄새를 조금 더 멀리서 느낄 수 있었을 것이고, 원시인들은 아마 훨씬 더 그런 냄새에 민감했을 것이다.




원시 시대에는 자신을 위협하는 맹수, 내일까지 살 수 있게 만들어줄 사냥감을 느껴야 했으니 그건 생존의 문제이고, 필사적으로 냄새를 맡았어야 했다. 원시인이나 지금 인간이나 커팩서티에서 그다지 큰 차이가 있을거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딱 2주만에 초코파이 냄새를 맡을 수 있었는데 1년쯤 완전 자연 속에 들어가 있으면 무엇을 하게 될 수 있을지 잘 짐작되지 않는다.

이런거 말고도 사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는 사람들은 많다. 타블로 논쟁이 벌어졌을때 이런 대단한 걸 사람이 어떻게 하겠냐 하는건 내게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별 사람이 다 있는거다. 그러므로 잣대를 내 능력치, 혹은 내 상상치로 잡는 일은 가능하면 금하고 있다. 약간 황당할 수 있지만 날 수 있는 사람이 혹시 있을지도 모른다고 언제나 생각은 하고 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는 인터넷에서 이 사진을 보면서다.


딱히 논쟁을 부르고 싶지는 않아서 댓글을 달지는 않았는데 이런 사진이 올라오면 꼭 주차를 잘못했네요, 주차 매너가 황이네요 하는 댓글이 달린다. 과연 주차를 잘못한걸까? 잘 모른다.

예전에 아는 사람 집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좀 좋은 주상복합이었다) 가구당 주차 공간이 다섯대 반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모두들 다섯대씩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 다닥 다닥 붙여놓으면 긁힐 염려도 있고 하니까(그런 단지에는 크고 비싼 차들이 많다) 저렇게 걸쳐서 주차해 놓기로 반상회에서 합의를 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저게 잘못 주차한건지 잘 주차한건지 나로서는 잘 모른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써봤다. 아무리 러프 사이드지만(블로그 이름에 보면 써있다) 날이 갈수록 글이 엉망이다 ㅠㅠ 요새 정신적 컨디션이 무척 좋지 않다.

20100914

립싱크

음악을 좋아한다. 그냥 즐겨 듣는 정도는 아니고 사실 꽤 좋아한다. 이것 저것 많이 찾아듣는 편이고, 살면서 참 많은 음악을 들었다. 한때 락 키드(Rock Kid)였던 적도 있지만 더 쌘게 아니면 안되를 외칠 만큼 그다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고 골고루 듣는 편이다.

장르 구분도 거의 없는 편이지만 크로스오버는 별로 안좋아한다. 이 부분 대해서는 예전에(너무 예전이라 찾기 힘들겠지만) 한번 긴 이야기를 쓴 적이 있으니 넘어가고 오늘은 립싱크에 대해서. 얼마 전에 이에 대해 살짝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고 한 김에 써본다.

기본적으로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람의 목소리를 특히 더 좋아하는건 아니다. 물론 사람의 목소리라는건 정말 훌륭하다. 여기에는 어떤 이론이 없다. 하지만 내가 음악을 듣는 목적은 소리와 그것의 조화, 그리고 이어짐을 듣고자 하는 것이지 딱히 사람의 목소리에 방점을 찍고 있는건 아니다.

이와 비슷하게 세상에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신디사이저와 손으로 두드리는 스네어 소리 사이에 어떤 우열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둘 다 소리이고, 곡을 만드는 사람이 어떤 조화를 노리고 배치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생 목소링와 보코더 같은걸 거친 기계적인 목소리, 오토튠 뭐로 만든 소리든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그건 목소리를 듣는데 있어서는 중요한 문제일지 몰라도 음악들 듣는데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궁금한건 그 결과물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듣는데 있어서 라이브보다는 스튜디오에서 정제된 씨디를 좋아한다. 물론 라이브를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다. 라이브는 유흥으로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울림을 온 몸으로 받으며 신나게 하루 밤을 보낼 수 있는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서 좋아한다.

보통 대규모 공연장에서 음악의 디테일한 부분은 잘 안들리기도 하고, 소극장 같은데서는 사실 뭘 두드려도 공기의 울림이 좋게 들리게 만들기 때문에 평가가 조금 어렵다는 점에서 뭔가 들었는데 혹 하는 데가 있다면 스튜디오 음반도 꼭 들어보는 편이다.





이야기가 조금 새버렸는데 또 하나. 뮤지션도 있고, 엔터테이너도 있다. 미스에이나 2ne1을 들으면서 솔직히 잊을 수 없는 훌륭한 가창력을 기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것보다 훨씬 잘하는 다른게 있어서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춤을 잘 추고,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또 흥겨운 대중 가요를 가지고 있다. 그걸 보고 듣고 싶어서 그들의 음악을 찾아 듣는다. 이런 경우에 음악 방송에서 가끔 들어오는 LIVE라는 글자는 방해만 될 뿐이다. 이건 떡볶이 집에 가서 라면이 맛없다고 투덜거리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뭐든 잘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극히 드물고 그래서 마이클 잭슨이 돈을 그렇게 많이 번거다. 모두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들의 음악과 엔터테인으로 충분한데 왜 대체 그들 음악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도 아닌 라이브를 강요하고 혹시나 노래 잘하면 좋아하고, 노래 못하면 책망하는지 잘 이해가 안간다.





아니 솔직히 말해 잘하고 못하고가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고음을 잘 처리하면 좋은 음악인가? 그럼 저음을 잘 처리하면 좋은 음악인가? 목소리가 좋으면 좋은 음악인가? 그건 좋은 음악이 아니라 좋은 목소리 아닌가? 아까 말했던 신디사이저 소리와 생드럼 소리 사이에 대관절 어떤 상하관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좋은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걸 위해 반주는 그저 거들 뿐인 음악 장르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중 음악이 과연 그런건지 잘 모르겠다. 좋은 목소리로 좋은 곡을 만들면 그것도 좋은 음악이고, 기계로 조작해 좋은 곡을 만들면 그것도 역시 좋은 음악이 아닌가 생각한다.


테크닉이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좋은 소리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스타일의 경쟁이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다. 예전의 명곡들을 노래방 같은 곳 말고 라디오에서 들어보면 창법도 연주도 확실히 자신만의 스타일들을 가지고 있다는걸 느낄 수 있다.

괜히 가는 길도 다르고 들어야할 것도 다른 애들을 모조리 한 줄로 세워보려는 욕심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20100908

드리핑

주어가 없는 모님(이하 그분으로 통칭)의 공정 사회 드립이 의외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분은 참으로 근대적 사업가 스타일인게 문제가 생기거나 공적인 자리에서나 일단 내뱉고, 별일 없으면 지나가고, 문제가 생기면 오해 드립을 치고, 껀수가 있으면 슬슬 살을 붙여 나간다.

기업과 국가의 차이점들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는 건 하나마나하고 여하튼 매우 찰라적이다. 어떤 로드맵이 있는건지, 있는게 그분에게 의미는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어쨋든 이런식으로 돌아간다는건 대충 눈치들을 챘고, 그렇기 때문에 공정사회 드립이 예상 외로 계속되자 이유가 뭘까하는 추측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이슈선점론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그분과 공정 사회 사이의 현실적 갭이 너무 커서 선점해봐야 그게 과연 먹힐까 싶은 생각이 있다. 물론 이곳은 전근대적 사고의 화신같은 씨일보의 선진 사회 드립따위도 꾸준히 떠들면 먹히는 곳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뭐든 담합의 주체, 매체의 활용 가능 주체가 계속 떠들면 그런가 싶기 마련이다. 처음에 들으면 이게 뭔가 싶던 유행가가 여름 내내 들으면 입에 착 달라붙어 급기야 흥겨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니면 좀 더 스케일 작게 봐서 자신(과 그 주변)의 소소한 과오를 더 큰 주변의 과오로 덮고 지나가 버리려는 수단일 수도 있다. 같은 진흙탕 속에 있으면서 걸리기 전까지 자신은 고고한 척하고, 주변의 과오를 더 확대시켜 그늘안에 숨고자하는 전략은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오래된 삶의 방법론이다.

또 하나는 주변의 같은편 몇 놈 버리면서 뭔가 다른 꿍꿍이를 벌리는거다. 이건 이번 정권의 주특기다. 그러므로 뉴스의 구석을 유심히 바라봐야하는 시기임은 분명하다.

개페증

발전소를 트위터피드(포스팅을 올리면 트위터에 자동으로 주소 알림을 보내주는거)에서 뺐다. 뭐 사실 트위터를 통해 유입되는 사람이 많은 건 아닌데 = 극소수라는게 옳다 ㅠㅠ, 너무 퍼블릭하게 던져놓는 것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완전 프라이빗하게 놔두기도 그렇고 ㅎㅎ

알맞은 중립이 아닌 자폐와 자개 두 극단적인 선택안 중에서만 고를려고하니 이렇게 무리가 따른다. 요즘은 블로그들을 왜 분리시켜놨나, 대충 한군데다 몰아서 쓸걸 하는 후회도 좀 있다. 히잉.

20100904

코멘트에 대한 대답

거대 담론과 구체적 경험.

blogger.com이라는데가 댓글 시스템이 하도 엉망진창이라서 따로 포스팅. 제목의  과감함과 무신경함에 비해 큰 내용이 담길거 같지는 않고, 또 내가 과연 포인트를 제대로 짚고 있는지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사실은 요즘 워낙 생각을 해 본 적이 별로 없고 찰나의 끈만 붙잡고 있기 때문에 이 기회에 브레인스토밍이라도 한번 이라는 욕심이 더 강하다.


1) 동굴의 우상(링크), 담론1(링크)의 생경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약간 포함.

직접 경험을 통한 치료, subjectivity의 재설정

우선 직접 경험은 그게 물론 가장 소중한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만큼 오해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고 생각해. 자수성가한 모 대통령이 자기처럼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고 무시하는 근래의 세태는 물론이고,

아주 간단하게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여행했는데 강도를 당한다면 강도의 나라로 기억되고 사람들에게 그곳에는 강도가 정말 많고 위험하다 라고 말하고 다닐테고, 호의를 겪는다면 호의의 나라로 기억되고 사람들에게 그곳은 정말 좋은 곳이야 라고 말하고 다니게 되겠지.

즉 같은 곳에서, 또 같은 부분에 대해서 같은 직접 경험을 가지게 될 가능성 자체가 불분명하고 거기에 직접 경험의 인상이라는게 간접 경험에 비해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반론에 대해 꽤 격렬히 반항하게 될 가능성이 있지 않나하는 의미야.

말하자면 사고의 과정에서 나오는 안티테제는 콘센서스가 가능할 수도 있는데 직접 경험의 직선적인 경향은 그런걸 어렵게 만든다는 거지. 이런 것들을 좀 더 넓게 생각할 수 있는 관점을 갖추도록 성장하는 것도 어렵고, 사실 모두에게 그런 걸 강요할 수도 없는 거고.


주관의 재설정이라는게 만약 간주간성이나 주관의 객관화, 객관의 주관화를 말하는 거라면 그런 정도의 고도의 훈련된 자아를 가지고 자신을 성장시키려하는게 과연 가능할 것인가 의심스러워. 세상이 너무 진지해 지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사실 유동하는 정보의 양이 너무 크다는게 현대 사회의 미덕이자 이런 문제의 시작이지.



2) 거대 담론과 구체적 경험

인류학 쪽에서도 그렇고 사실 여러 분야에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약간 나라마다 학풍도 있는 거 같아. 대륙 철학 계열에서는 아무래도 담론적 습관이 남아있고 영미 쪽에서는 구체적인 걸 원하는 경향이 훨씬 강하고.

여기서 사실 말하고 싶은건 되돌릴 수 없는 경우들이야. 4대강 사업을 하지. 누군가는 그걸 진짜 옳다고 생각해. 누군가는 그걸 진짜 틀렸다고 생각하지. 문제는 논쟁의 끝나기도 전에 일이 시작되었고, 끝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는거야.

나무에 관련해서도 환경 단체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어. 하나도 안 건드는게 낫다(대체재로 충당하자), 아니면 뽑고 다시 심는걸 의무화하는게 낫다 같은. 어쨋든 자본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먼저 치고 나가는게 보통이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는 좀 너무 빠르지 않나 생각해. 결과 중심 주의의 폐혜라고 할까.

예술 쪽에서의 논의는 좀 궁금하고 어떤 식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접해보고 싶다. 알려줄 수 있을까?



결론

역시 머리가 잘 안돌아가고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 -_-
그건 그렇고 @sohin. 연락 좀 하게. 보고 싶소. ㅎㅎ

20100903

아주 약간이지만 대단한 점

유장관은 사실이 알려지고 난 후, 사태가 불거지기 전 이렇게 말했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은 있다. (그러나)1차 모집 당시에도 딸만 자격이 됐었지만, 오해가 있을 수 있어 2차 모집까지 진행했다. 장관의 딸이라 더 공정하게 심사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태가 불거지자(어제 내가 본 네티즌의 글만 수십이고 청와대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채용되는 것이 특혜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딸도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공모·응시한 것을 취소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말했다. 더 재미있는 부분은 "딸이 지원했으니 엄격히 심사하라"고 부처 공무원들에게 말했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 시계를 풀러줬다는 모씨의 행동과 조금 비슷한 부분이 있다.
 
 
앞의 자신감과 뒤의 물러섬을 비교해보면 이 사람은 "특혜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마도) (정말로)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계층과 섞여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 으례 이런 무심함을 가지고 있다. 이런 부분과 이번 정권의 사조와도 같은 "높은 국격"하고 분명 무슨 관계가 있을 거 같은데 생각하는게 조금 귀찮다.
 
그리고 이 분이 저번에 했던 말, 불만이 있으면 북으로 가라, 고 했는데 계층 세습은 그쪽이 더 쉬운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이번같은 특채가 있었어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가보시는 걸 추천해본다. 직책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사고도 그렇고 그쪽의 정서에 적합할 가능성도 높으니 은근 대접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보통 이런 경우에 본인도 사퇴를 하는데 비해, 이 사람은 온갖 포화를 홀로 버티며 딸의 합격만 취소시켰다. 물러서는 기술에 대한 특강 같은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뭐 하나하나 이야기하면 끝도 없을거 같으니 그만 하자.

20100902

외국어 표기법

개인적으로 외국어 표기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어를 한국어로 편입시켜 사용하자는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문제점들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방식이 그래도 괜찮은 토대 위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어 표기법의 가장 필수적인 사항은 누구나 외국어를 보고 외국어 표기를 할 수 있어야 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원칙을 정하고 예외를 최소화하는게 필수다. 표기 규정을 누구나 다 외우고 있을 수는 없으므로 규정을 찾으면 쉽게 이해는 가야한다는 의미다.

좀 오래됐지만 '오렌지'라는 표기가 문제가 있다며 '어륀지'로 바꿔야한다는 말을 한 분이 있다. 이 방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외국어가 영어만 있다는 상식의 한계에 자리잡고 있다. 당연히 외래어는 세상의 모든 언어다.

알파벳을 사용하는 꽤 많은 나라의 외국어를 국어로 사용하는데 있어 미국어 혹은 영국어로 특화시키면 예외 규정이 너무 많아진다. 영어라고 해도 미국 영어, 인도 영어(ielts 시험에는 반드시 인도 영어가 포함되어 있다고 들었다), 싱가폴 영어, 영국 영어, 호주 영어 다 다른데 딱히 미국 영어식으로 통일할 이유도 별로 없어 보인다.

현실 발음과 괴리된다는 문제 의식이 있을 수도 있는데 표기된 문자는 어쨋든 발음과는 괴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안되는걸 되게 하는거 보다는 외국어 표기법은 발음기호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는게 낫다. 정 못마땅하면 차라리 오렌지(orange)처럼 원어를 병기하도록 하는게 나은 해결책으로 보인다.

외국어 표기법에 관심이 많아진 이유는 검색 때문이다. 모토로라(motorola)는 회사명으로 일단 외국어 표기법을 떠나 고유명사이므로 모토로라라고 쓰는게 맞다. 하지만 이걸 모토롤러, 모토로라, 모토롤라 등으로 표기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한 유명한 사이트의 새소식 게시판에 항상 모토로러라고 올리시는 분이 있다. 이 경우 당연히 구글 등 검색 엔진에서 모토로라라고 치면 검색이 안된다(요즘엔 엇비슷한 것들도 찾아주기는 하지만 이 역시 효율적인건 아니다).

외국어 표기법이 잘 알려져있지 않은 관계로, 혹은 굳이 따를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 관계로 언제나 검색할 때 배터리, 밧데리, 빠데리, 어댑터, 아답타, 아답터 등등을 함께 찾아봐야 한다. 오렌지를 어륀지로 쓰는건 미국 사람이나 좋으라고 하는거지만 orange를 오렌지로 통일하는건 적어도 쓸데 없는 넷 트래픽과 필요없는 타이핑을 줄이는 효용이 존재한다.

아, 하고 싶은 말이 이것 저것 있었는데 여기가 너무 조용하고, 타이핑 소리가 너무 커서 더 못쓰겠다. ㅠㅠ

20100830

컴퓨터

컴퓨터에 대해 바라는건 별로 없다. 아주 느리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크롬을 쓸 수 있고, 별 무리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한글과 카테고리 지원이 되는 블로그 툴만 있고, 가끔 영화를 볼 수 있고, 웹서핑하다가 먹통이 되는 일이 보아하니 0으로 만들 순 없는거 같으니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발생하지 않으면 된다.

데스크톱이 있는데 엑스피가 설치되어 있다. 램은 1기가, 노스우드. 솔직히 말해 게임을 안하니 오류만 안나면 아무렇지도 않다. 하지만 이 놈은 가끔씩 사운드 카드가 오류라며 블루 스크린을 내뿜는다. 그리고 가끔씩 씨드라이브가 없다는 헛말을 한다. 오래되기는 했지만 사운드 카드도 잘 있고, 하드도 잘 있다.

노트북이 하나 있다. 성능은 정말 안좋지만 우분투가 설치되어있고 그럭저럭 할 일은 한다. 이 놈은 ㅂ자가 잘 안쳐지고, 배터리가 무용지물이라 어댑터 없이는 켜지지 않는다.

신형으로 좋은게 있으면 조금 신나고, 지금은 못보는 유투브 hd나 mkv 파일을 볼 수 있겠지만 사실 별로 필요는 없다. 그냥 오류나 안나면 그걸로 충분하고, 나름 그만큼 관리도 해주고 있다.

방금 데스크톱이 씨드라이브가 없어서 부팅을 못한다고 뻣었고, 나는 휴대폰으로 이런 한탄을 하고 있다. 이렇게 훼방질 당하고 있다고 느껴질때 나는 조금 슬프고 우울해진다. 되는 일도 없는데 니들마저 이러면 어쩌니하는 자기연민에 빠진다. 이런 기분이 참 싫다.

20100826

동굴의 우상

정보가 다양해지고 개인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면서 각종 제품들에 대한 선호같은 작은 일부터 중요한 사회적 이슈, 정치적인 사안까지 내편 아니면 그외로 극적으로 분화되는 현상이 보인다. 즉, 정보가 더 많이 존재할 수록 입맛에 맞는 견해만 보고 듣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사회 현상에 대해 전문적인 교습법을 받지 않은 사람이 인문 과학 서적을 혼자서 읽을때 발생하는 문제점 중 하나는 책을 관통하는 논리적 방법론과 구조를 알아내는 힘겨운 일에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읽다가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구절이 나오면 그걸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더 굳건하게 만드는데만 사용하게 된다는 점이다.

수많은 현대의 정치인들이 아담 스미스를 거론하며 자유 시장의 우월함을 역설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아담 스미스는 분명 괴물같은 시장이 만들어낼 무서운 측면에 대해 논리를 전개했지만 어차피 그런건 읽지도 않고, 읽었어도 기억에 없다.

이를 넘어서 요즘에는 흘러다니는 정보가 너무도 많고 참여자도 너무나 많다. 인터넷 포럼같은데 존재했던 토론 문화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측면이 극대화된게 트위터다. 트위터는 기술적으로 맘에 드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글만 팔로잉하며 읽게 만든다. 수틀리는 이야기를 내뱉는 자는 언팔, 혹은 블록 당할 뿐이다. 이런게 딱히 문제다라고 할 수도 없는게 오고가는 정보가 너무 많고, 그 속에서 자신을 콘트롤하는게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쏟아져 들어오는 허무맹랑하거나 그저 악플일 뿐인 의견들을 조리있게 골라내는 것도 시간이 어지간히 남아도는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다만 다양성 속에서 사고의 레인지를 넓히는 기회가 자꾸 사라지고 있다는건 분명하다. 다른 견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건지 알아내는 작업은 고통스럽지만 가치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각자 가지고있는 동굴의 우상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과연 이 시점에서 존재하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20100821

집적도

우리나라는 어느 시골을 가도 아파트가 서있다. 모두 다는 아니겠지만 여튼 어지간한 시골에 아파트 한채가 덜렁 서있는 곳들이 꽤 된다. 그것도 오래되거나 소규모 회사가 지은 아파트라 대부분 참 못생겼다. 볼때마다 참 기괴한 풍경이다 싶고 대체 이 좋은 곳에서 왜 아파트 같은 이상한 건축 양식에서 사는건가 하는 의문이 들고는 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이런 저런 책들을 읽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어차피 인간이 어디선가 살아야한다면, 그곳이 시골이든 도심이든, 가능하면 가로로 뻗어서 가만히 있는 숲과 들과 늪지대와 산을 헤치는 것보다는 가능한 작은 지대를 점유하는게 낫다. 집이 여기저기 있으면 개인적 만족도는 높아질지 몰라도, 혹은 약간 더 근사한 풍경을 만들지 몰라도 그 집들을 위해 도로와, 전기와, 상하수도 등등이 만들어져야한다. 어디든 인간이 살면 거기는 지저분해진다. 하지만 어딘가는 살아야하고, 그렇다면 피해 범위를 최소화하는게 낫지않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나대지 개발, 신도시 개발은 반대하고 차라리 이왕 망쳐진 도심의 고밀도 개발이 낫지않나 생각한다. 그린 벨트 지역을 광범위하게 넓히자는 뜻이다. 토지 공급이 제한되므로 집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고밀도 개발이 낫다. 가능하다면 읍이나 동은 한 채에 다 집어넣어 버리고 남는 곳은 다 산과 들이면 좋겠다.

뉴욕같은 곳은 워낙 인구가 많아 에너지 소비가 높지만 그걸 한명당 평균으로 나누면 상당히 낮아진다. 텍사스에서 자동차로 20분 떨어진 곳에 있는 마트를 가는 사람보다, 옆 코너를 돌면 바로 있는 편의점에서 먹을걸 사는 사람이 삶의 콸러티는 조금 낮아보일지 몰라도(이것도 약간 사람 나름이지만) 적어도 지구에서 망치고 있는 섹터는 더 좁다. 그점에서 우월하다.

일단 이런 생각을 러프하게 하고있음.

20100816

간접세 발상

통일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 잘사는 독일도 통일 이후 근 십년을 헤맸다. 분명 자금이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 -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고, 디플레 우려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우리 경제와 많은 부분 얽혀있는 중국 경제의 장단기적 전망도 별로 좋지않고, 중동 국가와의 안좋은 관계로 AS 수축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바로 얼마전 공공요금 인상과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있고, 물가 인상 압박도 거세고, 근 십년을 넘게 이어진 부의 집중화로 계층간 불만도 만연한 바로 지금 이 시점에 간접세를 신설한다는 발상은 이 정부에 대해 신선함을 넘어 경외감을 갖게 해준다.

이 정부가 제정신이 아니거나, 아무 생각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된다. 백억 부자의 만원과 사글세 단칸방 거주자의 만원은 둘다 만원이니 공평하다라는 발상이 대체 어떻게 가능한건지 모르겠다. 지하의 롤스가... 말고도 너무 많구나 이 소리를 듣고 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또한 수축되는 소비에 쐐기를 박아 버리겠다는 명백한 의지도 읽을 수 있다. 과문해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립서비스는 어떨지 몰라도 현정부는 시종일관 소비 억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뜻을 알아낸다면 기쁘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모르겠다.

여하튼 누군가가 미친건 어쩔 수 없다지만 곱게 미치지도 않았고, 더구나 그게 하필 우리 정부라는게 나를 괴롭게 만든다.

20100812

대이동

이글루스(여기)에다가도 포스팅을 하고 싶은데 요새 엄두가 좀 안난다. 그래서 그나마 뭔가 올리는게 계속 이곳에 한정된다. 이글루스에는 조금 더 덴서티가 높은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도 하고 있고. 물론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다가 ROUGH SIDE라고 촘촘히 박아놓기는 했다.

 

 

여튼 대이동.

자세하게 말하면 복잡하니까 기호적으로 말하자면 요즘 커피를 마시거나 하면서 나무와 풀이 좀 있는 곳의 벤치에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 대략 하루에 2번 정도는 앉아있는 듯 하다.

호모 사피엔스 종과의 교류가 상당히 한정적이고 단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관계로 보통은 멍.... 하니 앉아있게 된다. 그래도 심심하니까 뭐 구경거리없나 하다보니 역시 개미다. 좋아하지도 않는 개미를 요새 자주 보게 된다.

그럼에도 대이동은 위에서 말한 벤치에서의 구경과는 좀 다른 곳에서 본 건데 말하자면 약간 관심이 있는 상태라 보게 된게 아닌가 생각되서 필요없는 이야기를 좀 붙여봤다.

 

 

오늘 가만히 인도(오후 5시쯤, 사람이 별로 없음, 나무 그늘이 져있음, 매미가 계속 울었음, 구름 약간, 매우 밝음)를 걸으며 바닥을 보고 있었는데 마치 땅바닥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결국 미쳤나보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좀 더 자세히 보니 개미들이었다.

보통 개미들을 보면 집 밖으로 나갈때도 일렬로 나가고, 돌아올때도 일렬로 들어온다. 그 와중에 부딪치기도 하는거 보면 어지간히 한심한 면도 많다. 말하자면 어느 정도 '길'로 상정되어 있는 곳으로만 다닌다.

가끔 원정대를 꾸려서 좀 험한 길을 떠나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이 이야기도 신기하기는 하지만 일단 다음으로 미루자.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바닥을 가득, 넓게 퍼져서, 우르르, 꽤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다들 뭔가 하나씩 들고서. 그것은 마치 피난, 혹은 야반도주의 광경이었다.

뭘 들고 있는걸까 궁금했는데 다들 급해보여서 따로 물어보지 못했다. 아마도 이사를 가고 있는게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대체 왜 오후 5시, 평범한 카메라라면 노출을 다 닫고, 셔터 스피드를 풀로 올려도 오버가 나올만큼 밝은 낮에, 위험을 무릅쓰고 이사를 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체 누가 결정했을까, 며칠을 고민했을까. 그 부근 개미 왕국이 분열되서 신삼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는걸까. 어쨋든 긴 행렬의 끝 무렵이었는지 5분쯤 바라보고 있으니 싹, 그렇다고 한마리도 안남겨놓고, 사라져버렸다.

어딘가 블랙홀 같은게 있어서 빨려들어간 기분이 든게, 어디로 가는건지 궁금해서 앞을 따라갔었는데 다들 어디로 갈지 몰라서 헤매고 있었던 모습을 봤었다. 어쨋든 그들은 어딘가 만들어놓은 새 집, 또는 블랙홀로 다 빨려들어가버렸다. 따라가볼걸 그랬나.

 

 

그건 그렇고 요즘 귀뚜라미와 거미가 이상번식하고 있지 않나 싶다. 너무 많다.

20100807

비가 와

자다가 비와 천둥 소리에 깼다. 바닥이 꽤나 젖어 있길래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창문을 닫았다. 컴퓨터 전선들이 창문 가까이 있어서 조금 위험하다. 번개가 계속 친다. 어릴 적부터 습관으로, 천둥소리가 날 때까지 초를 센다. 17초, 12초, 8초... 6킬로미터쯤 떨어져있던 구름이 다가오는걸 느껴본다. 북한산이나 수락산 어딘가를 꿈틀거리며 넘어오고 있겠지.


예전에 경북 어딘가 산꼭대기에서 건너편 산을 넘는 시커먼 구름을 본 적 있다. 스멀스멀. 그 단어가 그토록 어울리는 모습이 또 있을까. 요즘같이 더운 때 창문을 열어놔 그나마 들어오는 찬 새벽 공기 덕에 살아남았는데 그 작은 선물마저 빼앗아 가 버리는 기분이 들어 슬프다. 이 무심한 비라니. 무력함을 자주 느끼는건 좋지않은 버릇이다.


어디선가는 빗소리로 여자를 유혹할테고(마침 금요일 밤이다), 어디선가는 빗소리에 추억과 상념에 빠져들테고, 어디선가는 빗소리를 안주삼아 또 술 한잔을 달리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존의 어귀에 간당거리며 폼 안나게 덥다는 푸념이나 늘어놓으며 하늘만 원망한다. 더 마지널한 곳에 가있는 사람들에겐 이 또한 모욕이 될 수 있겠지.


코앞에 까지와서 번개를 내리 찍더니 비가 살짝 잠잠해진다. 담배 하나 피고나면 창문을 열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 번개를 맞은 적이 있다. 맞는 순간 딱 알 수 있다. 그 강렬함과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찌릿함이란. 번개와 천둥이 동시에 닥치며 순간적으로 세상이 하얗게보인다. 모든게 느리게 움직이는 기분이 들고 덧 없구나 하는 문장이 떠 오른다.


요즘엔 번개와 자동차 도난 방지기 정도나 세트로 다닌다. 번쩍~ 엥엥엥엥~ 우르릉쾅~. 이제 금방 입춘이란다. 자야겠다. 구름 위에 있을 별이나 헤아릴란다. 하나, 둘, 셋 미치겠다 별들아, 하나 둘 세어봐도 끝이 보이지 않아, 으하하. 아이돌의 노래는 이럴때 편하다.

20100731

오지랖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 - 누구 말 따라 국격을 높이는거든(국격이 뭐야 대체), 선진국이 되는거든, 세계화인가 국제화인가 여튼 좋은 나라 - 극복해야할 몇가지 과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오지랖이 아닌가 믿고 있다.

 

우선 또 하나를 먼저 말해보자면 재벌 중심의 중소 기업 원가 압박, 수출 편향적 경제 구조, 그리고 이와 결부되어 있는 군대식 서열구조인데 이 쉐이프로 짜내고 짜낸 한계가 지금 우리의 지디피 정도가 아닐까 싶다.

더 이상 짜낼게 없으니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어차피 환율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몇년 전부터, 특히 신자유주의 개혁을 시작한 IMF 이후부터 우리 지디피는 환율과 매우(너무) 밀접하게 얽혀 돌아가고 있다.

 

자, 이제 먼저 말하려던 오지랖. 우리 사회는 남들이 하는 일을 무척이나 신경쓴다. 이건 아주 광범위하게 나타나는데 인생 철학, 세계관, 생활 태도에서 시작해 업무 방식, 옷입는 방법론, 밥을 먹는 태도, 걷는 요령, 말투 등등 가리질 않는다.

특히 친한 사람이라면 뭔가 걱정되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지금의 결과가 나온 지난 인생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니 그려려니 싶지만 이건 아무 것도 가리지 않는다.

물론 마약이나 방화, 살인, 강간, 강도 같은 걸 계획 중인 사람을 마주친다면 가능한 오지랖을 부리는게 좋은 일이다(주의 : 위험을 동반하므로 경찰을 대동할 것).

 

불교, 도교, 유교, 그리고 미국화 등 지난 우리의 역사를 들쳐봐도 이게 대체 어디서 온 건지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향교(마을의 양반이 사람들을 가르침) 같은 유교적 전통에서 나온게 아닐까 싶다.

어쨋든 이 오지랖은 매우 심각한 사정에 이르러 자신의 세계관으로 세상을 마음대로 재단하려는 높은 사람들부터(야당을 뽑는 이들은 모두 북으로 가라고 말한 모 관료를 예로 들 수 있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자신의 배를 콕콕 찌르더니 이 배는 어쩔거야라고 말했다는 모 게시판에서 읽었던 극단적인 예까지 잔뜩 펼쳐져 있다.

 

이런 오지랖, 훈계들은 어떤 공통되고 틀리지 않은 절대적 기준이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는 일이고, 조금만 더 나아가면 다른 것을 멸시하고 무시하는 태도로 올라간다. 즉 다른 것을 잘못된 것이라 믿고 그것을 바로잡아 보고자 하는 욕심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는 또한 내가 너보다 위에 있다는 계급적인 발상을 품고 있다. 더불어 우리말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서 쓰는 사람이 무척 많은데 이런 것 역시 위와 같은 세계관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나는 옷을 잘은 못입지만 상당히 좋아하는데 옷에 대한 코멘트같은건 죄책감도, 책임감도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무척 많다.

기본적으로 나는 날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남이사 뭘하고 다니든 뭔 상관이냐는 태도를 견지하기 위해 상당히 애를 쓰고 있다. (날아다니는 사람이라면 묻고 싶은게 상당히 많기 때문에 뭔 상관이냐는 태도를 견지하기는 좀 어렵다)

 

물론 이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서 실수도 상당히 하는 편이다. 그걸로 보건데 이런 소극적으로 의도적인 무관심, 적극적으로 남의 인생 방식에 대한 존중을 하는 것 역시 의식적이고 끈질긴 훈련이 필요한 작업이다.

어쨋든 이런 오지랖 사람들 모두에게 아주 예전에 EBS 라디오에서 마광수 교수가 했던 "시큰둥하게 삽시다"라는 공개 강연을 경청해보길 권하고 싶다.

20100730

모든 죽음은 우울하다

파리가 춥춥스럽게 날아든다. 파리처럼 쓸데 없는 놈들이 세상에 몇이나 더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생각해 보면 파리에게는 그게 생의 전부다. 파리채를 날리자 납작해진다.

O 이렇게 생겼던 물체가 순식간에 _ 가 되버렸다. 파리의 뇌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아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지도 모를 것이다. 등과 배가 순식간에 붙어버리다니. 이렇게 납작해져 버리다니.

이로써 힘들게 알에서 나와 살겠다고 온갖 지저분한 것들을 먹던 구더기 시절을 지나 질풍노도의 에벌레 시즌을 지나 겨우겨우 파리가 되어, 수도 없이 많은 생태계 위쪽을 점유하고 있는 천적들을 피해다니며 유전자 번식을 위해 애쓰던 그 수많은 시절들이 몽땅 _이 되버렸다.

귀찮고 더럽고를 떠나 아련하다. 알량하지만 그것도 생명이다. 더구나 내 몸이 _이 되면서 죽는다면 꽤 슬플거 같다. 파리-파리채의 크기를 보아 어림잡아 생각해보면 농구장 정도 사이즈라면 나를 저렇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말하진 못한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비가 내려 아스팔트 위에 잠깐 고인 물에다 잠자리 두마리가 착 달라붙어 물에다 자꾸 뭔가를 뿌리고 있었다. 아마도 알이겠지? 그토록 잘못된 선택을 하다니. 내일 모레면 사리질 신기루 같은 물인데.

나도 꽤나 잘못된 선택들을 하며 살아온 터라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그리고 진심으로 안타깝다. 다음 번에는 부디 더 좋은 곳을 찾으렴.

20100729

선거 제도에 대해

보궐 선거가 끝났다. 결론적으로 현 여당이 더 많은 자리를 확보했다. 야당 계열에서 전략적으로 실수들이 있든 없든 성희롱 사건, 불법 사찰, 리비아와의 외교 단절, 묘하게 돌아가는 천안함 등등의 와중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걸 보면 참 대단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냥 선거에 대한 생각. 내가 좀 바보같은데가 있지만 그래도 이런 의견이 공론화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할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 쓰는 이야기라는 사실 정도는 미리 염두에 두시길.

 

1. 입법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다. 국회의원의 당면 목표는 재선이고 그렇다면 더 좋고, 훌륭하고, 발전적인 법을 만들어서 재선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회는 솔직히 입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지간한 법들은 모두 정부에서 만들어진다.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법들도 기본적인 scheme만 담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입법이 행정부로 넘어가는건 점점 복잡해지는 현대 국가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입법부가 입법에서 손을 떼는건 옳지 않다.

 

왜 그런가하면 가장 큰 이유는 정기적인 국정감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에서 행정부의 잘못된 점들을 들춰내고 지적하면 그래도 뭔가 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방송도 무척 많이 나간다.

재선이 목표고 그러기 위해 시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줘야 한다면 입법보다는 감사에 집중하는게 훨씬 쉽고 편안한 방법이다. 더구나 뭔가를 새로 만드는 일보다는 뭔가 트집잡는게 훨씬 쉬운 일이다.

 

결국 정기 국정 감사는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별 문제 없는 행정 기관이나 공기업들도 정기 감사 준비로 쏟는 에너지와 비효율이 너무 크다.

물론 행정부의 힘이라는게 거대하기 때문에 감사는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 행정부 산하에 있는 감사원을 독립 기관화 시키고 전담하게 하는게 더 낫다. 어차피 감사를 준비하는게 공공기관의 숙명이라면 입법을 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하는 것보다 감사원이 하는게 낫다.

좀 더 정치적이고 거대한 문제가 있어서 국회가 꼭 들춰봐야될 만한 일이라면 이미 국정조사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그걸 활용하면 된다. 무슨 일 생기면 조사팀 꾸려서 메꿔가면 될 일이다. 이런건 사후 검사이기 때문에 숨기다 걸리면 벌칙을 더 강화하거나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을거다.

여튼 이렇게 국회가 보다 입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 국회의원 선거와 지역과의 관계를 떼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는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선거가 지역과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은 어쩔 수 없이 지역 대표성을 가지게 되고 그에 따라 자신의 지지 기반을 신경쓰게 된다.

오늘 선거가 끝나고 은평구 이모 당선자에 대한 다큐멘터리 비슷한걸 봤는데 그를 반대하는 유권자가 "3선이나 했는데 지역에 해 놓은게 없어"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그 지역 의원이 아니라 지역구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게 해야지 맞는 이야기다. 국회의원은 나라를 대표해야지 지역을 대표해서는 안된다.

예전에는 지방 자치가 국가에 의해 관치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지역 대표성을 가지는게 용인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엄연히 지방자치가 시행되고 있고, 선거도 따로 치뤄진다. 지역 발전은 지방 자치 단체의 몫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선거는 대선거구제로 가능한 지역색을 떨쳐내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국회의원 모두를 비례 대표로 뽑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지방의 균형 발전이나 미시적인 안목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우려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 자치단체장 회의를 발전시키거나, 아니면 아예 지방 대표를 모아 국회를 2원제로 꾸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 이런 방향으로 가려면 지방 자치 단체에 현재 나라가 하고 있는 권한을 많이 넘겨줘서 본격적으로 지방 행정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동네에 살면서 중요한 선거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동네 의원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이거 말고도 또 있는데 이게 막상 쓰려니 생각보다 복잡해서 여기까지만.

20100708

20100707

개미군단의 제국 건설

커피를 마시다가 우연히 개미집 건설 현장을 목격하고 삼일째 보고있다. 곤충은 귀염지도 않고 말도 못알아 듣는데다가 눈치도 없어서 그다지 호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구경하면 확실히 신기하고 흥미진진 하다.

입지조건은 상당히 좋아보이지만(1미터 주변에 쓰레기통이 두개있다) 벤치 바로 뒤라 위험에 노출되어있고(그나마 아이들이 오지는 않는 곳이지만 하여간 인간의 눈에 확 띄는 곳은 어딘가 간당간당한 운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화단에서 흘러나온 모래를 기반으로 구멍을 내고 있기때문에 불안해 보인다.

그렇다, 말 그대로 모래성에 성을 쌓고 있다.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괜찮을지 몰라도 여튼 비 한방이면 입구는 모두 초토화될게 분명하다. 그러든 저러든 아랑곳하지 않고 개미들은 집을 만들고 있다.

관찰하면서 알게 된 것들 - 은근히 농땡이피는 개미들이 많다. 특히 일단 모래를 하나 들고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놈이 백미다. 분명 일을 하는건 아니다. 그저 일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가끔 누군가에게 걸리면 후다닥 일터로 돌아간다.

덩치 큰 개미들은 쉬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기사 얼마나 많은 모래를 나르고, 얼마나 얼토당토 않는 상황에서 집을 만들어본 건설 현장의 노장들 이겠나. 쉬엄쉬엄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지만 바쁜 현장에서 놀고 있기 때문에 작업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고 (느낌이겠지만) 일하는 개미들이 그 불편함을 대놓고 경시하는 감이 있다. 자기들도 곧 그렇게 될거면서 한치 앞도 못내다보긴 인간이나 개미나 똑같다.

딱히 작업 감독은 없는거 같다. 일단 평평한 곳이 약간 파여있으면 무조건 들이대고 본다. 한참 혼자 파다가 아니면 말고 식이다. 첫날은 정말 아무대나 쑤셔대고 미끄러지고 모래탑도 무너져버리고 엉망이었는데 삼일째가 되니 대충 쉐이프가 잡히고 있다.

사진 쪽 말고 작업 현장이 몇 군데 더 있는걸로봐서 생각보다 큰 집이 지하에 구성되어 있는거로 보인다. 여튼 노동 현장에 콸러티는 전혀 없고, 막대한 콴터티로 모든 난관을 압도하는 장엄한 현장이다. 군대에서의 작업과 많은 부분 유사하다.

위에서 입지 조건이 좋다고 말했는데 그건 다른 개미 군단에게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군의 붉은 개미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구경하고 있는 개미 군단은 몸집이 좀 있는 놈들이라 밀려나지는 않을거같은데 붉은 애들이 좀 사납게 생겨서 잘 모르겠다.

여튼 장마중이니 곧 비가 올테고, 집은 무너질거다. 그런 다음에는 지금과 똑같은 짓을 하겠지. 지금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은 그때 쯤에는 사는게 뭐 있냐 하면서 농땡이를 피우겠지. 그것 참.

20100703

7월의 첫번째 토요일

just gonna stand there and watch me burn, that's alright because i like the way it hurts.

just gonna stand there and hear me cry, that's alright because i love the way you lie.

에미넴의 love the way you lie 중 리한나의 코러스 부분.

7월의 첫번째 토요일, 기분이 별로 좋지 않고, 사실 조금 심심하기도 하고, 마음은 바쁘고, 날씨는 여전히 흐린데다 답답하고, 한동안 블로깅은 안하기로 결심해놓고, 또 멍하니 뭔가 끄적거리고, 친구 한 명은 보아하니 오늘 외국에 나간거 같은데 말도 없었고, 카니에 웨스트를 계속 듣고 있고, 이제는 귀가 조금 아프지만 현실 세계에서 나는 소리들을 듣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이대로 들어가기도 좀 그래서, 밤에 살짝 걷기나 할까 생각 중이다. 문득 생각났는데 진실씨의 63 amg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20100623

시간

나이지리아와의 축구 경기 결과를 아직도 모른다. 손만 까딱하면 알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하루 정도는 우연히라도 피해갈 수 있다. 그럼에도 뭔가 결과가 좋은가보다하는 건 얼핏 얼핏 멀리서 들리는 단어의 나열로 느낄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후기 철학에서 언어가 의도를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비목적적인 의도 혹은 파편같은 것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즉 흐르는 단어의 파편들이 내 인식 속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회 질서에 따라 재편성된다. 입력되는 단어의 수가 한정적이면 오해의 소지가 커지지만 그래도 어떤 종류의 인지를 얻을 수 있다. 심지어 지하철 속의 엠비언스마저 어제 경기의 결과를 암시하는 듯하다. 애써서 읽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사람이 많아질 수록 분명 어떤 기운이 읽힌다. 이런 면은 약간 무섭다. 어쨋든 결과를 몰라서 기분이 좋은가 하면, 딱히 한게 없기 때문에 그렇지도 않다. 어제는 무척 많은 시간을 잤다. 낮에는 계속 졸리다. 벌레들이 계속 나를 문다. 그나마 해가 지고 나면 조금 피치가 오르긴 한다. 오히려 경기 결과를 모른다는 사실이 의도적인 고립과 벽의 두께를 좀 더 커다랗게 실감하게 만드는 구별점 정도가 생겼다.

이에 비해 어제 결과에 아예 관심이 없는, 심지어 그런걸 하는 지도 모르는 일군의 무리들이 서울 어딘가 존재할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가지에 몰두하는건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이어폰이 또 단선되었다. 왠지 너무 슬퍼서 울컥했다. 그래도 이건 꼭 살려야해 싶어서 점심을 먹고 시청역에 갔는데 홍대 입구 역으로 옮겼다는 프린트가 붙어 있었다. 또 울컥했지만 홍대 입구로 가서 얌전히 팔천원을 내고 이어폰을 맡겼다. 기기의 불확실한 미래 앞에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진다. 단선이 아닌거 같아서(잘 보관되어 있었는데 지지직 소리도 없이 갑자기 잠겨버렸다) 걱정이다. 못 고치면 어쩌지.

20100620

엔드 오브 더블류 씨

시간이 흘러감을 느끼게 해주는 지표들 중에 알에스에스가 쌓이는 광경은 꽤 유용하다. 세상은 뭔가 하고들 있구나하는 실감이 난다. 날짜도 요일도 별 효용이 없으니 잘 와닿지가 않고, 날씨도 그저 변화무쌍하기 만하니 어제도 내일같고 오늘도 저번주같다. 지금은 무척 덥다. 땀이 많이 흐르고, 발에는 굳은살과 염증이 생겼고, 살도 꽤 타버렸다. 언젠가부터 땀이 참 많이 나는 인간이 되었다. 싫다. 습도가 높은 것도 견디기 힘들다. 그래도 지금 앉아 있는 곳은(계단이 있고, 건물과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한적하다) 바람이 좀 분다. 생각해보니 월드컵과 화장실의 이니셜이 같다. 더블류씨. 새벽에 깨나서 물을 마시고 더블류씨를 다녀와 멍하니 앉아 있다가 컴퓨터를 켜보니 덴마크 대 카메룬의 경기를 하고 있었다. 졸면서 오분 쯤 보다보니 왠지 한심해져서 올해 더블류씨는 이쯤에서 마감하기로 했다. 어제 김군이랑 더블류씨의 재밌는 점과 한심한 점에 대해 이와 비슷한 애티튜드의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영향도 조금 있다. 사실 어제밤에 동해를 갈까 의기투합을 잠시 했었는데 관뒀다. 두명의 피폐한 영혼의 탕진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그냥 나온건 아니고 우결에서 서현 커플이 정동진에 가길래 그럼 우리도~ 뭐 이 정도다. 테레비라는건 참으로 영향력이 크다. 어쨋든 어딜 멀리 간다면 혼자 가든지, 모르는 사람과 가고 싶다. 입을 다물든지, 굉장히 어색하든지. 불편한 와중의 한 가운데 놓으면 꽤 재밌을거 같다. 최형에게 축의금을 보내고 메일을 보냈다. 그 사람이 지금 어느 시간대에 있는지 감이 안잡힌다. 여튼 나를 챙겨주고 있는 정말 몇 안되는 사람인데 미안하다. 이해해 줄거라고 믿으니 더 미안하다. 도르가바의 20주년 패션쇼를 잠깐 봤고 역순으로 햄버거, 토스트, 자장면, 햄버거, 칼국수, 만두, 라면, 짬뽕, 햄버거를 먹었다. 그 앞은 생각이 안난다. 글자가 많이 차오르니 휴대폰이 심각하게 느려지는구나. 그만하자.

20100615

수경 스님

요즘은 내 바깥에 세상 따위는 없다라는 기분으로 살고 싶다. 처지도 갑갑하고, 갈 곳도 없다. 그럼에도 가끔씩 들춰보는 뉴스들과, 망할 월드컵, 그리고 간당간당한 타인과의 관계들을 부여잡고 싶은 번뇌들이 나를 계속 구석으로 몰아넣는 기분이다.

나는 샤머니스트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체적으로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겹치는 운명적인 신호들에 매우 민감하다. 지금 나에게 닥쳐오는 시그널들이 의미하는게 과연 뭔지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다.

 

수경 스님이 잠적하셨다. 수경 스님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꽤 오랫동안 환경 운동을 하셨던 분 정도로만 알고 있다. 얼마전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소신봉양하신 문수 스님의 일로 충격을 받고 매우 괴로워 하셨다고 한다.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을 하신 것도 충격적이지만 나는 그 사건이 묻혀버리는 일련의 과정들이 더 충격적이다. 쿠데타로 집권한 폭력과 야만의 시대였다고 믿고 있는 박정희 시대에도 전태일이 분신했을 때 사회적으로 큰 파정이 일어나 대학생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은 시위에 나섰고, 정치인들도 이 문제에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문수 스님의 소신봉양은 말 그대로 묻히고 있다. 뉴스로 보도조차 잘 되지 않고, 자세히 쳐다보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돈 몇 푼 벌어보겠다고 영혼을 팔아먹는 벌판이 바로 여기다.

얼마전 로마에서 꽤 큰 시위가 있었는데 기자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적 있다. 다를게 아무 것도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천박하고, 더 야만적이다.

 

수경 스님이 글을 남겼다. 그 분 처럼 훌륭한 사람은 못되었지만, 나 역시 길을 떠나고 싶다. 그리고 바위 옆에서 졸다가 죽으면 좋겠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떠납니다.
먼저 화계사 주지 자리부터 내려놓습니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남은 인생은
초심으로 돌아가 진솔하게 살고 싶습니다.

"대접받는 중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
초심 학인 시절, 어른 스님으로부터 늘 듣던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그런 중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칠십, 팔십 노인분들로부터 절을 받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 이상은 자신이 없습니다.

환경운동이나 NGO단체에 관여하면서
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비록 정치권력과 대척점에 서긴 했습니다만,
그것도 하나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원력이라고 말하기에는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면서 제 자신의 문제가 더욱 명료해졌습니다.
'한 생각'에 몸을 던져 생멸을 아우르는 모습에서,
지금의 제 모습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제 자신의 생사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이대로 살면 제 인생이 너무 불쌍할 것 같습니다.
대접받는 중노릇 하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위선적인 삶을 이어갈 자신이 없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납니다.
조계종 승적도 내려놓습니다.
제게 돌아올 비난과 비판, 실망, 원망 모두를 약으로 삼겠습니다.

번다했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습니다.

2010년 6월 14일
수경

20100605

지방 선거가 끝났다 2

장자에 보면 득어망전(得魚忘筌) 라는 말이 나온다. 물고기를 잡고 나면 그물은 버리라는 의미로, 뜻을 알았으면 언어를 버리라는 말이다. 불교 선종에도 이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나는 뜻을 모르는 소인일 뿐이니 오늘도 이렇게 뭔가 한마디 붙인다.

사실 요즘 몸도 맘도 상당히 바쁜데 다 미뤄놨다가 이렇게 뭐라도 쓰면서 정리도 하고, 여전히 살아있음을 주변에 좀 알리고 하려는 목적도 있다. 그런데 여기는 워낙 조회수도 낮고, 댓글도 거의 없고,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누가 오는지도 잘 모르겠고 하여간 그렇다.

 

선거가 끝나고나서 바로 아래에 뭐라 뭐라 쓰기는 했는데 거기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나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우파에 민주당, 좌파에 민노당 이렇게 양당을 중심으로 한 방향으로 가는게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기에 환경당, 진보신당, 사회당 같은게 이리 저리 얽히고 더불어 맥주당이나 등산당 같은거 있으면 더 재미있을거 같다.

그때가 되도 아마 3%쯤 지지받는 당을 응원하고 있을거 같기는 한데.. ㅠㅠ 민노당 강기갑 대표의 이번 지방 선거가 끝난 다음에 한 인터뷰를 읽어봤다. 굉장히 넓게 보고 있고, 민노당이 나아갈 스킴을 크게 잡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위에서 말한 이상적인 상황이 의외로 빨리 올지도 모르겠다.

 

이건 이만 됐고.

어제는 어느 사이트를 가도 진보신당 욕하는 사람들 천지라 좀 부당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랬다. 투표지를 받아 들고 한명숙, 노회찬 이름을 가만히 보면서 나름 복잡한 생각들이 교차했었는데 그런 기분을 든게 역시 나만 그런건 아니었나보다. 소수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나름 복잡한 사연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석훈 교수가 올린 글을 읽고 있으니 뭔가 짠한데가 있다. 그 글 링크 달겠다고 이리도 긴 이야기를 했다.

http://retired.tistory.com/692

20100603

지방 선거가 끝났다

선거가 끝났다. 일단 교육감이 당선됐다. 이런 기분이구나, 나쁘진 않네. 적어도 아이들이 지금보다는 나은 환경을 제공받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구글 어쓰 같은거 잘 되있는데 지리 과목은 왜 있냐 뭐 이딴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 현 정부의 교육 개혁 주도자들을 좀 막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어쨋든 김문수, 오세훈이 됐다. 야권 진영에서는 저번 엠비, 공정택에 이어 계속 당하고 있는 똑같은 패턴(강남 실리 투표의 집중) 공략법을 못찾고있다. 투표율을 더 올리거나, 그들에게도 솔깃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아보인다. 어쨋든 다음 대선군은 김문수, 오세훈, 박근혜 정도로 짜이지 않을까 싶다. 주목해야할 건 언제나 김문수. 뻔뻔하고, 직선적인데다가 머리가 좋다. 이런 사람을 우리나라 기득권층이 좀 좋아하는 듯. 내가 꽤 싫어하는 스타일의 어려운 상대다.

진보신당의 노회찬은 나름 선전했다. 3퍼센트를 드디어 확보했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여권 교체 욕구로 막판에 표가 이탈하는 현상(여론조사 때 10%가 넘게 나왔었는데)이 소수당 후보에게는 계속 반복되는데 이걸 막을 방법을 찾아야한다.

한명숙 결과 때문에 탓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놀러간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불러올 뷰를 만들고, 진보당 없이도 이길 수 있는 또는 진보당 계열과 단일화를 할 수 있는 열쇠를 제시하는 건 엄연히 민주당의 몫이다. 여론 조사만 가지고 너희들만 양보하면 된다라고 압박만 하는건 옳은 정치 방법론이 아니다. 그런 것 없이 민주당이 싸워야하는 건 진보당이 아니라 무관심과 이번에 오세훈에게 투표한 부동층들이다.

-우석훈 블로그에서 보니 공식/비공식적인 제안도 없이 그냥 물러나세요 하고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정말이라면 이건 기본적인 개념도 가지고 있지 않은거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득이 큰 당은 민노당이 아닐까 싶다. 하여간 전국 방방 곳곳에서 다양한 직책들로 당선되었다. 그 복잡 다단한 조직을 강기갑 대표가 나름 잘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름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은 김두관, 안희정, 이정희 정도다. 유시민은 팬도 많지만 안티가 그만큼 많은게 문제로 보인다. 그래도 이번 선거에서 그렇게 차이날 줄은 몰랐다.

이 부분에 대해 덧붙이자면 예전 노태우와 양김 선거 때처럼 4:3:3 정도의 비율이면 몰라도 이번처럼 5:4.8:0.2 같은 미묘한 비중일 때는 단일화가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단일화 안했을 때도 해볼만하지 않을까 싶었던 경기도는 단일화로 여권 결집을 가져왔고, 단일화를 못한 서울의 미묘한 결과는 낙승을 예상한 여권 지지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게 지금같은 결과를 만든게 아닌가 싶다.

애초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이유를 좀더 확실히 검증해봐야겠지만 단일화를 할거면 빨리 해야한다. 단일화 반동을 막을 시간이 필요하다. 정몽준이 단일화를 뒤집었을때 결과를 우리는 기억한다. 이벤트는 관심을 가져오고, 바로 반동을 만들어낸다.

민주당에서 단일화 조건으로 서울내 구청장 후보중 하나를 진보신당에 밀어주는 단일화안 같은걸 충분히 내새울 수 있었을 텐데 그런 타협의 기술적 측면이 부족하고 이권수호 의지가 강하다는게 아쉽다. 조건없는 단일화는 민주당이야 좋을지 몰라도 진보신당의 반발을 사는게 당연하지 않나. 그냥 묻고가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자꾸 하니까 민주당이 매번 그 모양인거다.

20100601

선거란다

내일이 선거다.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 등을 뭉뚱그려 8표 써내야한다. 97년부터 나는 선거를 했다. 그 이전에 선거권이 생긴 뒤 한참 동안은 안했다. 심정적인 변동과 방향의 수정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 이야기는 이런데서 할 만한 종류는 아니니 관두자.

그때부터 13년이 흘렀다. 세월 참 빠르구나. 그 동안 꽤 많은 선거에서 투표를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찍은 사람 중에서 당선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거 참. 제도 정치에 아직은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러 이런 것도 아닌데 뭔가 좀 우습다.

다 사표가 된건가 싶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다수결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적었지만 언젠가는 %가 실리를 얻어내는 발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을 모두가 좋아할거라고 믿지 않는다. 오히려 다들 좀 힘겨워하지 않을까 싶다. 실험들은 대게 그런 이유로 실패했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장점은 이해가 쉽다는 점이다. 조금만 냉정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민주주의는 제도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고 버릇이고 의식적인 태도다. 당연히 품도 많이 들고 힘들다. 사실 매우 귀찮은 방식이다. 편하기는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왕조나 독재가 당연히 편하다. 불편하고 힘든게 민주주의다.

권리 위에서 잠 자는 이는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다는 법학의 원리처럼, 민주주의 역시 가만히 있는 사람을 구해주지 않는다. 이걸 쉽다고 생각하는데서 참으로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믿고있다.

운동을 해서 몸이 피곤해야 몸이 발달하고, 책을 읽고 생각을 해서 정신이 피곤해야 정신이 발달하는게 세상의 이치인데 이것만 쉽게 될리가 있나. 다른 나라는 몇백년씩 걸린 일이다. 어부지리로 생기게 될 노하우가 아니다.

어쨋든 내일이 선거다. 선거도 선거지만, 이걸 쓰다보니 광속같은 시간의 흐름이 더 맘에 걸리기는 한다. 8표 중에 누구하나라도 좀 되보면 좋겠다. 나는 아직 내가 투표한 사람이 당선되는게 어떤 기분인지 잘 모른다. 별거 있겠냐 싶다만.

다수결 반대론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각자 각자가 다른 환경과 다른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들이 있고 원하는 것들이 있다. 그럴때 현실적인 요구와 효율 등의 요청으로 보통 다수결을 한다. 선거 역시 다수결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편의에 의한 선택이다. 다수결이라는건 50명이서 26대 24가 되어도 24명을 소수라는 이름으로 둘러싸고 권리를 박탈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중요한건 어떤 안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들을 어떻게 조화시켜 협상과 타협으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것인가를 생각해야 되는 체제다.

어쨋든 왕조 등 독재가 싫다고 만들어진 것이고 다수에 의한 독재 역시 비슷한 양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협상과 타협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이유"라는게 사실은 민주주의의 존재 이유가 아니던가?

 

A는 100의 만족을 얻고 B는 20의 만족을 얻는 상황과, A는 70의 만족을 얻고 B는 50의 만족을 얻는 사회는 둘다 사회 내에 존재하는 만족도의 합은 120이지만 콸러티는 다르다. 다수결은 효용의 문제로 전자를 옹호한다.

협상과 타협은 무척 테크니컬한 일이다. 그리고 당연히 시간과 노력 등 품이 많이 든다. 그리고 이 사실을 모두들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타협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뭐든 사회적인 일들은 비용이 들고 시간 역시 주요한 자산 중에 하나다. 그럼에도 우리는 협상과 타협이 지리하게 이어지는 것을 적응하지 못하지 못하고 용납하지 못한다. 타협을 하기 위한 자리가 이어지면 탁상공론이니, 결정자들이 앉아서 밥이나 축낸다고 뭐라고 하기 일쑤다. 이런 일들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쨋든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쳐도 그게 원칙이자 정책안을 고르는 방법이라고 알고 있는건 잘못된 거다. 그러므로 반장 선거 같은건 몰라도 적어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급회의 같은 데서 다수결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말하자면 시간이 많을 때, 이런 협상과 타협에 익숙해져야 한다. 길고 지리할 수도 있다. 짜증나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고 익숙해져야 이 방법을 배우고 몸에 익힐 수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 소풍을 가려면(중고교 다 반마다 따로 갔었다) 대충 2군데 정도 고른 다음에 투표를 했었다. 그래서는 안된다. 의견은 당연히 다양하고 누군가는 탈락될 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소수 의견을 선택한 사람들에게도 협상을 통해 양보의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쉽게 말해 위 소풍이라면 협상을 통해 자신의 안을 포기하는 대신 새우깡이라도 한 봉지 얻어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물론 요구가 과다할 때 이를 제지할 방법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결코 다수결이라는 이름으로 단 한명이 낸 의견이라도 가치를 0으로 만들고 묵살해서는 안된다. 그런게 민주주의 아닌가.

20100526

마지널 포인트

가난한 동네에 살면서, 가난한 동네를 자주 돌아다니기 때문에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요즘 유난히 길거리 구석에 앉아 울고 계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자주 본다. 그런 그들을 방치하고, 그 이유를 다만 무지와 무능력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나라는, 세상은, 정부는, 사람은 뭔가 크게 잘못 돌아가고 있는 거라고 믿는다.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니다.

20100525

담론 1

뭔가 욱하는 일들을 보거나 듣게 되면, 특히 경제나 정치 분야에 있어서, 뭔가를 쓰고 싶어진다. 이유는 하나, 선동이다. 내가 쓴거 따위로 누군들 선동이 되겠냐는 생각이 솔직히 9할 쯤 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도 분명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이율배반적인 일이다.

그전에 앞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지금 이 시대라는게 거대 담론의 시대는 분명 아니다. 추상적 이념이나 이론에 기반한 모순없는 행동 방식의 결정이라는건 글자만 봐도 하품이 나온다. 이보다는 경험에 기반한 구체적 사실들이 훨씬 생동감있게 맘에 와닿는다. 요즘 각광받는 무브먼트인 환경이나 페미니즘 운동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현상이 중시되고, 눈 앞에 있는 모순들을 치우려한다.

재미는 있지만 이 역시 거대 담론 만큼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경험이라는것은 보다 생경한게 주목받기 마련이고, 그런 것들의 프레임을 간추려내는건 결국 피하려던 추상적 이론화 작업을 뒤로 미뤄놓는 것과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잘못된거라는 말을 하지만, 곰곰이 따지고 보면 그런 일은 잘 없다. 누가봐도 옳은 일도 잘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회의적이지 않나 싶지만 다른 방향에서 뭔가를 바라보는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언제나 잘못될 가능성을 안아야하고, 그것들을 헤징해나가야 하는데 일단 움직이고 볼 경우에 되돌리기가 더 어렵다. 물론 모든게 완벽해질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자도 말이 안된다. 이러니 세상만사 쉬운 일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 길어지니 2편에서 계속

20100524

라뤼보고관 2

딴지일보에 라뤼보고관의 연세대 강연과 기자회견의 번역본이 올라왔다. 내가 내지르는 천마디 헛소리보다 백배는 가치있는 내용이다.

http://www.ddanzi.com/news/20505.html

 

가만히 읽어보면 일면 교과서적이고 이런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아냐 싶은 이야기들 뿐이다. 당연하다. 그런게 인권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인권과 언론, 집회의 자유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 사회에서는 이미 사문화되버린 듯한 교과서 적인 내용과 현실 사이에 얼마나 큰 간격이 있는지, 그 간격을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다치고, 심지어 죽기 까지 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주어가 없는 그 양반이 전쟁 기념관까지 가서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내뱉고, 지하철 역 마다 두 명씩 짝지은 경찰들이 돌아다니고, 불심검문과 가방 검사를 받았다는 글이 각종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 툭하면 올라오는 2010년 5월이다.

20100520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유주얼 서스펙트가 끝나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겨우겨우 알아낸 사건의 전말을 모두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다무는게 사회의 룰임을 알고, 성숙한 어른들이기에 다들 잠자코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떤 이는 그런 침묵의 카르텔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결국 극장 앞에다 대고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라고 외쳤다는 훈훈한 미담이 이 사회에는 존재한다.

오늘의 발표를 가만히 봤다. 맹모씨가 단호히 대처한다하니 구체적 언급은 삼가한다. 알아서 들어주시길. 그들은 진실을 알고 있지만 결코 말할 수 없다. 그들의 처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름 올바른 도덕성과 의협심으로 살아온 인생이 아니더냐.

이런 쇼에 동참할 수 없겠으나 동참할 수 밖에 없는 가련한 인생 앞에서 그들은 결국 꿈틀이라도 해봐야죠(하녀 중 전도연 대사)라는 심정으로 천연덕스러운 얼굴을 한채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줬다. 파란색 1번.

그들의 애국심을 어찌 잊으리.

20100519

트위터월드

요새는 트윗을 많이 올리지는 않는다. 리플라이를 달거나, 알티를 달거나, 뭔가 묻거나정도 하는 편이다. 얼마전에 천번째 트윗을 올리고나기 난 뭔 소리를 이렇게 지껄인건가 싶은 생각이 났다. 하긴 거기말고도 사방팔방에 이렇게 지껄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구경. 사실 요즘 내 타임라인에서 떠들고있는 사람들은 태반이 연예인이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고, 자기들끼리 떠드는 모습을 가만히 보게된다. 유머, 가끔 진지, 미셀러니, 지금 하는 거, 그리고 살짝 홍보.

가만히보면 놀러와나 해피투게더같은 기획이 강하지않은 버라이어티와 별다를게 없다. 하하, 길, 노홍철, 신봉선, 윤종신, 구하라 등 멤버도 거의 비슷하다. 물론 박중훈, 정인, 배두나처럼 살짝 보기 힘든 사람도 있고, 가끔 리플라이도 한다.

팔로잉이 이런 식으로 나가면 이렇게 소통보다는 관람으로 나아가게된다. 그러면 언팔하면 되지않냐 싶겠지만 이게 또 재밌긴하다. 바쁜 문제가 있겠지만 일류 개그맨들은 거의 없다는 점, 음악인이 무척 많다는 점은 조금 재밌다. 확실히 프로페셔널 음악인들은 기계 친화적이(어야 한)다.

애초에 트위터라는게 프라이빗한 채널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나아가는건 예고되어있지 않았나 싶다. 또 선거 관련 팔로우를 늘리면 요즘 같은 때라면 선거 이야기로 뒤덮이지 않을까 싶다. 배두나랑 침대 이야기를 한다든가, 정인의 프로필 사진을 두고 농담을 주고받는다든가 하는걸 또 어디서 하겠냐 싶기도하다.

여튼 그래도 그렇지라는 생각에 조만간 정리를 좀 할 생각이다. 배두나, 구하라는 남겨 놓을거 같고, 박중훈은 좀 더 생각해보고, 린지 로한은 걱정되는데 내가 걱정한다고 무슨 수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 관두자. ㅎㅎ

20100517

라뤼보고관

유엔의 의사 표현의 자유 특별 보고관 라뤼가 한국에 들어와 우리나라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이거 때문에 서울 광장에서의 집회 신청이 다 허가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시 행정의 나라란 바로 이런 것! 따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게 사태가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라뤼 보고관이 미행을 당하고 있다고 외교부에 항의를 했고 관련해 경찰, 국정원 등이 부인을 했다. 라뤼는 미행하는 자동차를 휴대폰 사진으로 찍었다.

그게 알려지고 확인해 본 결과 그 차는 신세기 어쩌구라는 유령회사 소속이고 그 회사의 부지는 국정원 소유란다. 그리고 며칠전 라뤼 보고관은 연세대에서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면서 자신은 과테말라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지만 결코 조사를 위축시킬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진행 상황이다. 라뤼 조사관은 오늘 조사를 끝내고 브리핑을 가질 계획이고 임시 보고서는 31일, 정식 보고서는 1년 후에 나온다.

뭐 이런건 따로 커멘트를 붙일 것도 없다. 바로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

20100512

hemming and hawing

머리에서 깡통 소리가 난다. 뎅강뎅강. WLW에는 블로그에 올리려고 조금 끄적거리다 만 글들 - style fluxes, 공기 인형, 짬뽕집, 에르메스의 폴딩 여행 벨트, 노키아 N8 Q&A - 이 잔뜩 쌓여있다. 혼자, 심심해서, 재미로 하는건데도 이렇게 쌓여있으면 부담스럽긴 하다 - 덥석 지워버리기도 애매하다.

 

이글루스 카테고리를 유심히 보면 알겠지만 나름 잡지 구성이고 - 패션/피쳐/뷰티/시사/미셀러니 - 원래 계획대로 라면 정기적으로 뭔가를 써내는거였기 때문에 (사실은 pdf로 만들 생각을 했었다) 이런 의도적인 부담이 짜증나는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삶에 치이다 보면 이런 생각도 나고, 저런 생각도 나고.

 

다른 문제들을 다 차치하고 블로그에 한정시켜 생각하자면 요즘 콴터티(Quantity)를 떨어뜨리고 퀄러티(Quality)를 높이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부암동을 다녀오고나서 옛날에 여기저기 써놓았던 글들을 다시 뒤적거리다 보니, 이거 방향이 영 이상해 졌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로 의존성, path dependency, 즉 관행의 함정에 빠져버렸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이렇게 쏟아 붇는, 임계 질량 도달(압도적인 양이 언젠가 질적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개인적인 이론 - 즉 퀄러티가 안되면 콴터티로 승부하라)을 노린 블로그 질이라도 안하면 그렇잖아도 둔탁해진 깡통같은 사고의 폭이 더 좁아질거 같은 두려움이 있기는 하다. 이것마자 관행이라면 관행이다.

 

거진 10년 전에 의도하고 시작했던 걷기 순례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간거 같은 두려움의 엄습은 어찌되었든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뭐가 변하긴 한건가? 이럴려는 거였으면 차라리 투기나 경마 같은 걸 연구해서 돈을 왕창 벌든, 망하든 해버렸던게 더 의미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을 가만히 다시 보는데 정작 재미있게 보았던 것들 -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던 롤랜드 고릴라, 고기를 먹겠다고 몸을 번쩍 들고 다리를 휘두르며 싸우던 사자, 예쁘게 생긴 설표(snow leopard가 우리말로 설표였다), 내가 소리를 지르면 귀찮게 한번씩 쳐다보던 늑대 같은건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한 장도 찍은게 없다. 사진 작가의 삶을 타고난건 아닌게 분명하다.

 

제목은 hemming and hawing. 짐작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이 관용구를 배웠기 때문에 어떻게 써보면서 익히고 싶었는데, 마땅히 쓸데가 없어서 이렇게라도 해본다. 결국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 어쨋든 여기는 다이나믹 발전소라고. 쿵쾅 쿵쾅.

20100430

캐멋진 사법부

사법부는 맨날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정신 없더니 결국 이런 꼴 당하는구나. 대법원장이고 대변인이고 개차반 취급받고 있는거 빤히 보면서 말 한마디 없고. 1심은 사법부 아니냐. 걔네들은 꿔다놓은 보릿자루냐.

예전 사법 파동때는 독재자라도 있었으니 불쌍해 보이기라도 하지. 여당에서는 호구로 알고, 야당에서는 남의 집 호구 취급이나 받고, 우파들은 불량 판사 어쩌구 난리고, 좌파들은 배알도 없는 놈이구나 믿고 있고.

걱정은 되는데 불쌍하지는 않다. 걱정도 사법부가 어떻게 될까봐 드는게 아니라 앞으로 법치주의가 대체 어떻게 되려나 싶으니 드는거고. 아무 말도 없이 입 꾹 다물고 있는거 보니까 보나마나 1심 판사 탓이나 하고 있나보다. 고법에서 인용시켜버리고 나 잘했죠 이딴 소리나 하려는건지.

이건 뭐. 3심제는 뭐하러 있는거고, 사법부는 뭐하러 있는건지 모르겠다. 꿋꿋이 사법을 지켜오며 믿음을 줬다면 이럴 때 도와줄 시민들이라도 있지, 전교조 불쌍하니까 할 수 없이 사법부 편 들어주는거지.

권력분립 유지할 자신없고 깜냥안된다 싶으면 그냥 법무부 산하같은데 들어가서 편안히 살기를 바란다. 헌법 따위 국회의원도 무시하고 정부도 무시하는데 아무렴 어때. 아무대나 지들 편한데 가져다 붙이면 법치주의고 권력분립이고 헌법정신이지. 우리나라 만세다.

20100427

우국충정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북한에 보복해야되! 라고 외치는 곳과 전작권 반환 지금은 안되 기다려달라! 라고 외치는 곳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워낙 앞뒤가 안맞는게 많은 놈들이라 딱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조직 문화는 실로 군사적이고 위계적이다. 여튼 그래서 군대를 경험한 사람들은 비교적 쉽게 적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옳고 그르고 이런거 관계없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어쨋든 그런 모순과 부조리 속에서 조직이 굴러가는 모습에 익숙해진 이들과 다르게 군을 경험하지 않은, 하지만 사회 유력층에 속하는 이들은 자기 보호를 위해 보다 더 군대적, 위계적 양상을 가지게 된다.

명령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명령을 하는 것만 배워버리니 더 극적이 되버린다. 엠비씨 사장의 조인트 운운 등이 그런 경우다. 여자들이 많은 회사나 조직이 굉장히 위계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많은데 그것도 비슷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어쨋든 사회 자체가 군대적이니 그런 사람들이 살아남고, 더 잘 살고, 좋은 평가를 받게되는 현실에서 당연한 귀착이다. 모당 쪽에서 전쟁 불사 소리를 드높이는 양반들의 면모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완전 틀린건 아니구나 싶다. 그게 어떤건지 모르니, 아무 소리나 막하게 되는거다.

그렇게들 하고 싶다하니, 전쟁 불사를 외치는 사람들을 모아 낙하산이라도 하나씩 챙겨줘서 북한 어디다가 떨어뜨려 줬으면 좋겠다. 내 그들의 우국충정을 기억하며 매년 현충일에 활짝 핀 국화를 바치며 나의 오해를 참회하는 눈물 정도는 흘려줄 생각이 있다.

20100416

Rational Utility Maximizer

공공선택이론이라는게 있다. 한참 전 부터 있긴 있었는데 뷰캐넌이 1986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사람들은 개인의 이익 극대화(만)을 위해 살고있다는 이론이다. 즉 관료나 정치인들이 공익이나 정의를 위한다고 말들은 하는데, 그런거 없고 자기의 이익 - 예를 들어 관료들은 기관의 예산을 극대화 시키거나 승진,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에서의 당선같은 - 자기 이익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거기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블라 블라.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주 간단히 말한거다.

이걸 행정 방면에 본격적으로 적용시킨게 오스트롬이다. 노벨 위원회는 매년 수상자 선정을 통해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들을 한다. 그래서 작년 경제 금융의 위기 와중에 노벨 경제학상을 누가 받을지 궁금해 했었는데 오스트롬이 받았다. 그걸 보고, 이것들 아직 정신을 못차렸구나 생각했었다. 그렇게 생각한건 아마 나밖에 없는거 같기는 하다만. 어쨋든 민주주의가 뒷전으로 밀리고 시장주의가 전면에 나서고 있는 세계의 흐름과 별 다를게 대세 수용적 결정이기는 했다.

합리주의 전통이라는게 좀 웃기는게, 합리주의에 반대하는 자들을 비합리주의로 매도한다. 그냥 합리주의적인 생각을 안해도 비합리주의적이다. irrational하다. 사람 이름이 '이성적'이면 그는 어쨋든 언제나 이성적이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는 뭐든 옳다라고 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이름이 이성적인거지 사람이 이성적인건 아니기 때문이다.

합리주의 역시 이론의 반대를 중의적으로 비난한다. 합리적이라는 말도 웃긴다. 굉장히 적확하게 사용되어야 하는 용어이고 많은 한정 수사 아래서 성립함에도 어쨋든 결론적으로 합리적이다. 뭐가 합리적이라는건지 대체.

결국 공공선택론에서는 관료와 정치인들 믿을거 못된다, 시장에 맡기면 다 잘된다(이건 좀 더 복잡한 이야기가 섞여 있기는 하다)라고 말한다. 내 생각에는 이 조막만한 비효율은 말하자면 윤활류 같은 것으로 어떻게 생각하면 낭비지만 결국 이것 덕분에 뭐든 잘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더구나 시장의 자뭇 잔인한 무지막지함에 비하면 훨씬 평화적이고 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들 생각하지 않나 보다.


어쨋든 이렇게 나가면 이야기가 끝도 없으니 좀 한정시키자. 공공선택론자들의 가장 웃기는 점은 자신을 메타화시킨다는 사실이다. 즉 그들은 자신을 객관화시키고 판단자로 자리 매김하면서 이 게임장 밖으로 빠져나온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과연 그들은 심판자일 뿐인가? 그 권한은 어떻게 부여받았을까? 그렇다면 그들도 이 프레임 안에 넣고 생각해보자.

교수의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그들은 왜 관료와 정치인이 공익과 정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들이 말하듯이 재화 관점에서 간단히 생각해 보면 교수의 목표는 테뉴어, 자기 자신 연구의 예산 극대화 혹시 또 낀다면 사회적인 명망 정도다. 시민들의 존경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명망 획득은 정치인과 관료들도 아마 추구하는 바일텐데 뷰캐넌도 뺏으니까 여기서도 빼자.

그렇다면 남는건 테뉴어와 예산 극대화다. 우선 테뉴어. 일단 대학 내에 이미 교수군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 와중에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하는 방법은 기존 연구진에 편입하는 것 - 그들이 은퇴할 날을 기다린다 - 이 있을테고, 또는 극적인 반대 이론을 펼치며 그들을 물리치는 것이 있을테다. 대부분 학문의 발전이 정-반-정-반으로 나가는 이유중 많은 부분이 아마 여기서 - 대학 중심의 이론 풍토 - 유래된다고 생각한다. 원채 뛰어난 놈들이 많은 상황에서 똑같은 짓을 해가지고는 자리 차지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이 의도적인 반론에는 동의자가 필요하다. 신문이 정부를 욕하는 이유는 그게 판매율이 좋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봤을거다. 마찬가지다. 어차피 선거로 뽑히는 애들이고, 선거로 뽑힌 사람이 임명하는 애들이다. 그 아래로는 레벨이 달라서 자기와는 별 상관도 없다. 그렇다면 공격 대상은 간단히 결정된다. 더구나 규제 해제를 통해 더 돈을 벌고 싶은 기업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최대 이점도 존재한다.

즉 이들은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정의고 공익이고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라고 자기 입으로들 말했을니까, 대기업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항상 누가 이익을 보는지 일단 살펴보는게 중요하다. 각종 규제의 해제, 공기업의 민영화로 이익을 보는게 누구인가. 사실 공독점에서 민독점으로 바뀔 뿐이다. 그럼 간단히 이들이 왜 이런 이론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돈, 명성=영향력, 테뉴어의 삼단 콤보다.

그러므로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사회에 이익이 되는지, 옳은 일인지는 별로 상관이 없다. 어쨋든 그들은 그들 말대로 단시적으로 사고를 하고(장기적 사고를 한다면 정치인은 다선을 노리고, 관료는 시민의 동의를 원하게 될텐데 그런건 공공선택론자 자신이 없다고 했으니까), 그 결과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이런 이론을 펼치고 있다.

경제학과 그들이 영향을 미치는 제반 학문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함부로 현실 경제에 개입해 정책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되지도 않을, 만들어 질 수도 없는 이상 상태를 들먹이며 그렇지 않은 상태를 비효율이라고 비난을 한다. 그러니까 맨날 어쨋든 GDP는 성장하지 않는가, 내가 맞았다, 올레~ 라고들 외치고 있는거다. 결국 이렇게 테뉴어와 거대한 연구비가 확보된다. 그게 아니면 이들이 이런 이론을 만들 이유가 없지 않나? 뭐하러 그런 생 고생을 해. 자기들이 말했잖아, 사람은 자신의 효용 극대화를 위해 살 뿐이라고.


정말 웃기는 사실 중에 하나는 이렇게 자기의 예산과 테뉴어 획득을 위해 만들어내고 있는 이론들을 정치인과 관료들이 좋다고 받아들이고(임명 관료의 상당수가 기업 출신으로 대체되고 있기도 하다), 시민들도 좋다고 뽑아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기업들은 옆에서 슬렁슬렁 춤이나 추며 떡이나 먹으면 되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추위, 오구오구, 훈련

1. 너무 춥다. 집에 오는 길에 날씨를 보니 기온은 0도, 바람이 좀 불어서 체감 온도는 영하 3도 쯤이다. 옷은 작년 한 겨울 쯤 입은 것과 거의 같았는데 셔츠에 플리스, 오리털 파카, 청바지에 운동화였다. 여기에 머플러, 더 추우면 히트텍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