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7

재택, 경험, 미답

1. 오늘이 27일이니까 재택도 어언 한달 째 접어들고 있다.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이 멍한 기분이 지속되고 있고 아슬아슬하게 할 일만 치워내고 있는 거 같다. 일을 마치면서 일 하나 끝냈네 OK 라는 생각이 들면 안된다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지만 요새는 그런 것 마저 버겁다.

2. 코로나 판데믹은 세상이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거대한 사건인 거 같다. 영화에서 보던 것과도 완전 다르다. 사람들이 순식간에 쓰러지는 픽션의 드라마틱 함은 없지만 집요하고 광범위하고 지금까지 묻혀져 있던 문제들을 모두 수면으로 끌어 올리고 답이 있기는 하냐, 답이 있어도 사회가 그걸 실현할 능력이 되기는 하냐는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진다.

유럽, 미국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큰 사건이다. 어쨌든 다른 곳보다는 발전된, 나은 유럽, 서양인 같은 인식이 20세기 이후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뿌리 박혀 있었겠지만 여기가 딱히 나은 거 같지는 않더라도 저기도 별볼일 없네 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딱히 나을 것도 없는 이들의 인종주의, 미신, 사재기 패닉은 이건 정말 답도 없구나 싶다.

미국 역시 정권에 따른 일시적인 모습이라 볼 수 있을 지 몰라도 에볼라 때처럼 뭔가 과학과 기술에서 가장 앞서가는 제네들이 주도해 가며 인류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구나 하는 인상은 전혀 찾을 수 없다.

이런 인식의 전환들이 과연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어쨌든 인류는 상당히 거대한 규모로 이전에 없던 경험을 하고 있고, 그러므로 어떤 태도를 새롭게 가지게 될 지 지금으로서는 알기가 어렵다. 


20200320

재택, 강연, 리콜

1. 코로나로 재택 근무에 들어간 지도 벌써 20일이 넘었다. 3월은 이렇게 지나갈 거 같다. 4월에는 과연 괜찮아질까. 아무튼 조금 더 따뜻해지겠지. 그건 기대가 된다.

판데믹은 고통이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전세계로 퍼지며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바이러스 질환은 처음 경험해 본다. 사스나 메르스가 있었지만 이것과는 차원이 좀 다르다. 전염병의 문제는 인간의 한계를, 사회의 한계를 너무나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데 있다. 왜 저러지 싶은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난다. 물론 자신을 일단 보호하고 보려는 본능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행동의 이해의 폭을 이미 넘어서 있다. 왜 화장지를 사재기하는 지 아마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거 같다.

현재 이란과 중국에서 무슨 일이 정확히 일어났는지(예컨대 사망자 수) 잘 모른다. 일본은 아는 지 모르는 지 잘 모르겠다. 나머지는 대충 파악이 되는 거 같은데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매우 빨라서 아마 예상보다 더 많이들 걸려있을거다.

2.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빈 시간에 뭔가 계속 보고 있다. 딱히 뭐 할 것도 없고 이동 시간, 식사 시간이 비약적으로 줄어들기도 했고. 아무튼 그래서 빛, 시간, 양자 역학, 우주 등등에 대한 강연을 계속 보고 있다. 완전히 이해가 되는 건 거의 없지만 가만히 앉아서 생각할 것들이 생기는 건 좋은 일 같다. 질문이 뭔지 모르면 답을 구하려 할 일도 없으니까.

3. 노트북의 키보드가 리콜 대상인데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다가 슬슬 문제가 생기는 거 같다. 가로수길 스토어를 가려고 알아봤더니 현재 잠정 휴업 중이라고. 이게 끝나고 나면 노트북도 고쳐야지.

4. 당장 할 일은 별로 없는데 큰 일들이 산적해 있는 압박감이 있을 때가 가장 어렵다. 그런 걸 잘 극복해 나가는 루틴을 만들어야 할텐데.

5. 아무튼 당장은 조금 더 따뜻해지면 좋겠다. 더운 건 싫고 따뜻.

20200316

판데믹, 손익, 적응

1. 세상 모든 게 삐걱거리고 있고 이미 나는 재택근무 3주차가 지나고 있는데 아직 적응이 잘 되지 않고 있다. 문제가 뭐냐 하면 좀 애매한데 아무튼 쉽지 않다.

2. 방역은 정치와 독립해서 존재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아무 것도 가리지 않고 넘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한 정치와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렇지만 봉쇄, 발병, 경제 제한 이어지는 사회적 혐오와 사재기, 루머와 패닉 등등 여러가지 변수를 놓고 수지타산을 논하기가 아주 어렵다. 봉쇄를 하면 바이러스는 들어오지 않겠지만 경제에 더 큰 문제가 생길테고 그 고통은 더 길어 바이러스 위기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될 거고 특히 사회의 아래를 향하게 되어 있다. 물론 바이러스라고 아래를 향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전자의 고통은 특히 정치적으로 무시를 당할 확률이 더 높다. 게다가 방역에는 많은 돈이 든다. 그 돈은 세금에서 나오고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다들 할 말이 있기 마련이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아주 조금의 희망이 있다면 바이러스는 숙주가 살아 있어야 자신의 목적, 복제 재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치사율이 높으면 안된다는 거다. 그러므로 이게 인류를 멸종시키지는 않을 거다 정도. 아무튼 그러므로 이건 해결이 아주 어려운 문제고 과연 해결을 할 수 있는 건가 하는 의문까지 생긴다. 현 인류의 사회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3. 유럽은 왜 저러지라는 생각을 최근 자주 하게 된다. 임시적인 특별한 상황을 대처하고 있을 자금이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그걸 가지고 지금의 이익을 늘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냥 인간을 제외하고 모조리 가져다 놓고 손익 계산을 해보면 그게 맞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인간이 껴 있다.

4. 스페인 독감 때는 더 난리였겠지. 뭔지도 모르고 죽어갔겠지.

5. 아무튼 어서 정상의 상태로 돌아가면 좋겠다. 그렇지만 그렇게 빨리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에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

20200306

어려운 시기

이전에 적었듯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오늘 버스를 탈 일이 있었는데 타고 보니 버스 카드를 이번 달 들어 처음 썼다. 이렇게 집에 있으니까 아무래도 몸이 찌뿌둥해지고 소화도 잘 안되고 방에 계속 사람이 머무르니까 환기도 잘 안되고 습기가 가득 찬 기분이다.

그래서 하루 두 번 30분 정도씩 걷기라도 하기로 결심했는데 날이 추워서 막상 나가려면 꽤 큰 결심이 필요하다. 이왕 돌아다니는 거 해 떠있을 때 하자 싶어서 동네 여기저기를 쏘다니고 있다. 좀 따뜻해지면 달리기도 할까 생각 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몸이 잘 안 움직이니 머리도 잘 안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는 거다. 쾌적한 신체 상태가 두뇌 회전도 만드는 건가. 힘든 시절이다. 일도 애매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들이 많다. 모두 잘 이겨내고 어서 도서관이랑 다 열고 정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20200302

재택 근무

코로나 19 사태로 결국 재택 근무 체제가 되었다. 그래도 나가는 게 여전히 효율적이다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도서관, 공유 워크 플레이스 등등 모두 닫아 버렸기 때문에 별 방법이 없다. 확실히 편한 면이 있는데 그런 만큼 효율이 좋지는 않다. 그럼에도 일단은 적응해 가야지. 물론 내 몸이 숙주가 되어 위험에 처하게 된 사람들은 막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문을 닫아버리면 어떻게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나야 뭐 그렇다고 쳐도 수많은 사업장, 오프라인의 업자들이 아마도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을 거다. 과연 이 사태의 종식은 언제가 될 건가. 백신이 나온 다음에야? 그렇다고 해도 인플루엔자처럼 변이가 많아서 매년 다른 백신을 만들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 이후? 이란 등에 퍼지고 있는 거 보면 과연 더위와 습기가 역할을 할 지 모르겠다. 아무튼 모두에게 너무나 힘든 시기다. 꺼져라 코로나...

휘청, 유지, 저편

1. 도서관 사람이 많아서 집에 이틀 있었다가 오늘 나갔다. 이틀 정도만 집에 있어도 다리가 살짝 휘청거려. 하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나 봄. 2. 하이브 - 어도어 사건에서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민희진이 지분을 20%나 가지고 있는 것. 자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