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31

두근두근 레이싱

참고 : 데프콘의 노래와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요새 게임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하고 있다. 사는게 벽에 부딪쳤을 때, 전기가 필요할 때, 헤메고 있을 때, 하여간 이런 비슷할 때 레이싱 게임을 한다. 별 건 아니고 그냥 PC용 게임이다.

그래서 레이싱 게임을 하기 시작하면, 뭔가 전기가 찾아오길 약간은 기대하고 그럴 때까지는 그저 하는 일 열심히 하며 밤마다 냅다 달려댄다. 물론 운좋게 잘 되갈 때도 있고, 별 일 없이 계속 헤매는 경우도 있다. 여하튼 디테일이 사라지지만 생활이 무척 단순해진다는 점에서 좋다.

머리 속의 게임 정보가 2000년에서 2005년 사이에 멈춰있고, 컴퓨터 사양도 그 비슷하기 때문에 그다지 발전은 없다.

 

선호하는 종류의 PC용 레이싱 게임은

* 키보드 지원 - 레이싱 휠, 틸트따위 정신 사납다. 베스트 라인에 집중하는게 재밌다.

* 약간의 무게감 - 게임이라기 보다 차량 종류 이야기인데 모스트 원티드의 DB9는 조금 무겁고, 포르쉐 언리쉬드의 991은 조금 가볍다. 포르쉐 언리쉬드의 993 기어비 세팅한 정도가 딱 좋다.

* 그립 주행 중심 - 드리프트 따위 소리만 요란하지 별 볼일 없다. PC용 콜린 맥리를 구입했었는데 마치 눈 위에서 썰매를 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게 인기인지 요새는 하나같이 썰매다.

* 차량이나 옵션이 바뀌면 성능의 미묘한 차이가 느껴져야 한다. 돈 좀 들이면 갑자기 슈퍼카 되는 건 재미없다.

* 타임어택 중심 - 똑같은 라인을 따라가는게 가능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 0.01초도 차이가 없어야 한다.

* 스트리트가 좋다 - F1이나 나스카는 지루하다.

* 뭐가 어떻든 경치가 마음에 들면 조금 용서된다. 예를 들어 랠리 트로피.

* 너무 아케이드는 곤란하다. 그럴바엔 R 타입을 하겠다.

* 너무 시뮬은 곤란하다. 예전 나스카같은 경우 그것은 실제 드라이버의 마음가짐이 아니면 안되는 게임이었다.

* 범퍼뷰가 나와야 한다. 범퍼뷰 특유의 속도감을 좋아한다.

* 니트로, 부스터 따위 좋아하지 않는다. 오직 엔진만 믿고 간다.

 

이 정도 쯤 된다. 한동안 니드포스피드 포르쉐 언리쉬드를 했었고(이건 내게 레이싱 게임의 레퍼런스 모델이다), 콜린 맥레이도 좀 했고, 랠리 트로피도 좀 했다. 이외에 이것저것 데모, 와레즈 설치해서 해보긴 했는데 다 별로 마음에 안 들었고 결국 이 셋만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나름 의미가 있는 것들이라 셋 다 정식 버전을 샀었는데 분명 어디서 봤는데 어디 있는지를 모르겠다. 랠리 트로피는 국내 출시를 안해서 꽤 비쌌는데. ㅠㅠ

 

사실 또 레이싱 게임을 시작했다. 꽤 문물이 발전한 새로운 세상이니 아이폰으로 해보려고 했는데 틸팅으로 하는데 익숙하지가 않아 진도가 별로 안 나가길래 포르쉐는 이제 좀 지겹고 해서 랠리 트로피를 설치했다. 예전에는 참 예쁜 시골길을 달리는 구나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허접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fulvia

란치아와 알파 로메오의 모난 디자인을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한다. 게임에서 알파 로메오는 콘트롤이 무척 어려워 전설의 란치아 풀비아(위 사진)를 선택해 러시아 스테이지부터 해 나가기 시작했다.

랠리는 운전자 옆에 코-드라이버가 앉아 코스를 계속 설명해 준다. 워낙 코스가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렇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랠리 트로피의 매력은 코-드라이버의 목소리다. 오래간 만에 달리니 그렇찮아도 정신이 없는데 날카로운 목소리로 부딪치거나 코스를 이탈할 때마다 계속 놀리고, 욕하고, 짜증낸다.

rally

성적이 시원찮기는 하지만(+19.70초로 20명 중 17위, 이 정도면 극복하긴 어렵다) 그래도 달리는 내내 욕을 쳐먹으니 이게 꽤나 서글프다. 어쨋든 슬렁슬렁 해 볼 생각이다.

20101229

12월 마지막 주, 듣는 음악들

네이버 지겨워서 이제 벅스를 이용해 볼까 생각 중이다. 관심이 가는 뮤지션들이 있어 리스트를 만들어놨는데 그건 손도 안대고 있고, 즉흥적으로 받은 국내 음반들 잠깐 프리뷰.


1. 백지영의 베스트

저번 주에 정말 오래간 만에 가요 프로그램을 봤는데 순위 속 쟁쟁한 걸 그룹, 아이유, 보이 그룹의 리스트 사이에 백지영 이름이 곳곳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그걸 보면서 이 판국에 저렇게 해내고 있다니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베스트인가, 10월 쯤에 나온 음반을 받았다. 막상 이렇게 주르륵 들은 건 처음인데 못들어 본 곡이 없다. 목소리의 호소력이 좋고, 여튼 티비 속에 비친 모습이 밝아서 좋다.



2. 거미의 loveless

거미에 대해 아는 거라곤 알앤비를 한다는 것, 예전 라디오 스타에 게스트로 나왔던 것 밖에 없다. 그러다가 이번에 휘성, 거미, 또 한 명(기억이 안난다)이 연말 공연을 한다는 포스터(셋이서 커피를 마시는 사진)를 보고 아, 거미 노래를 한번 들어보려고 했었지 한게 생각나서 loveless를 들어보게 되었다.

인상과 말투를 보고 막연히 상상했던 것 보다는 훨씬 소프트한 음악을 하고 있어서 놀랐다. 괜히 다이아나 로스 이런 거 예상하고 있었는데. 가사도 의외로 심약하다. 누가 뭐라든 내 갈길 간다 이런거 생각하고 있었다. 거미의 인상을 너무 강하게 보고 있었나보다.

결론적으로 듣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좀 했었는데(과하게 벅찬 리드미컬한 알앤비는 준비 운동을 좀 해야 잘 들을 수 있다), 그런 거 없고 여유있게 듣기 좋다.



3. 이적의 사랑

크리스마스 특집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이적의 일인극을 보다가(이 방송을 꼭 보시라, 꽤 웃긴다) 패닉에 대한 강한 애정에 비해 이적 솔로 음반은 제대로 들어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최신반을 들어봤다.

목소리도 좋고 완성도도 높고 나쁘진 않지만, 취향상 졸리다... 그냥 패닉이 그립다.


4. 카라의 점핑

원더걸스는 내 아이폰 잠김 화면 말고는 어딨는지 보이지도 않고(참고로 산이의 새 뮤직 비디오에 소희가 나온다), 소녀시대는 과도한 이미지 노출에 개인적으로 질려버린 와중에 초기 걸그룹 중에 그나마 카라 정도가 여전히 눈에 걸린다.

초기에는 곡의 어설픔도 그렇고, 라이벌들의 고도로 세련됨에 비해 완전 풋풋한 이미지가 메인이었고, 그 살짝 민망한 어설픔이 의외로 먹히는 포인트였다고 생각된다. 자켓 사진도 그렇고, 노래들도 사실 완성도 면에서는 한숨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점점 거물이 되가면서 음반에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가 달라졌다. 전반적으로 매우 세련되어졌고, 이미지 자체도 몇 살쯤 더 먹은 아가씨 풍이다. 점핑에서 머리를 날리며 쳐다보는 눈빛은, 불과 몇 년 전에 프리티걸을 부르던 얼굴이 전혀 아니다.

일단 곡 자체의 완성도가 확 올라가 듣는 재미가 많이 늘었다. 현재 이미지와 곡 사이의 발란스도 상당히 좋다. 요즘 니콜이 살짝 헤매지 않나 싶은데(이미지 업그레이드가 규리와 하라에 맞춰져 있고, 귀여운 건 지영이 잘 하고 있으니) 잘 헤쳐 나가길.

옛날 이미지가 살짝 그립긴 하지만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음 음반 완전 멋지게 만들어 중원의 왕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심은하도, 려원도, 윤은혜도, 한예슬도 한방이었다.



20101228

snow

12282

12281

about 10cm today, Seoul. But weather forecast predicts it'll snow 10cm more tomorrow.

snow

12282

12281

about 10cm today, Seoul. But weather forecast predicts it'll snow 10cm more tomorrow.

12월 28일 새벽

눈이 밤새 계속 내렸다. 두텁게 쌓여 미끌거리는 불편함도 싫고, 온갖 것들을 그저 뒤덮어버리고 모른 채 예쁘장하게 포장하는 그 외양도 싫고, 녹아가며 질퍽거리는 건 실로 끔찍하지만 눈이 내릴 때 들리는 소리가 좋다. 조용한 곳에서나 들을 수 있는 미묘한 사각거리는 소리 때문에 눈을 기다린다. 마치 횡설수설하고,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는 건 끔찍하지만 좋다고 술을 퍼 마시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창문을 열어놓고 멍하니 눈이 쏟아져 내리는 걸 보고 있다가 새벽 2시 쯤에 잠바를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천천히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사랑방, 벌집, 이브 따위의 여전히 불이 켜져있지만 한산해 보이는 술집들, 영광 굴비, 우정 용달, 모다 미용실, 호산나 유치원 간판을 지나친다. 사람 하나 없는 골목에 웬 아가씨가 나와 팔을 벌린 채 빙글빙글 돌며 눈을 만끽하고 있다. 조금 더 가다보니 술에 취한 몇 명의 젊은이들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골목을 뛰어다녔다. 나를 포함해, 이상한 사람들만 살아 남아 좀비가 휩쓸고 지나간 듯한 조용한 골목을 활개하고 있다. 방범등이 밝히는 골목은 비정상적으로 환해 민망하다.

24시간 하는 패스트푸드집이 있으면 가보고 싶었지만 동네 롯데리아는 10시만 되면 굳건히 문을 닫는다. 조금 멀리 가볼까 싶었지만 옷이 점점 무거워져 갔고, 별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집으로 돌아와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 계단 한칸 한칸마다 신발에 남아있던 눈이 녹아 물기로 얼룩지는게 계속 신경쓰인다. 옥상에 앉아 멍하니 담배를 피며 서울, 서울이라고 불리기도 사실 민망한 수도의 변방을, 바라본다. 그리고 거리를 내려다보며 어제 들은 노래의 가사를 기억해본다.

"사무실 옥상에서 바라 본 서울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어
고마웠던 사람들을 생각하니 눈엔 눈물이 흐르네"

밤은 그렇게 지나갔고, 바닥엔 산처럼 쌓인 눈만이 어제 흐드러지게 쏟아지던 그것들을 기억해 준다.

20101227

두근두근 영춘권

인디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꽤 열심히 봤었는데 간간히 자매품들이 나오고 있다. 저번에 나왔던 임원희가 주연한 신자유청년도 재미있었는데, 오늘 업데이트된 두근두근 영춘권도 재미있다. 나름 상큼하다.

indiesitcom 할수있는자가구하라 자매품7 두근두근 영춘권 from indiekoohara on Vimeo.

출연은 조현철, 박희본. 연출은 박재민, 윤성호. 참고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에도 나왔던 박희본은 SM의 밀크 출신이다.

끝나가는 것들

1. 무슨 일인가가 생겨서, 나한테 쓰는 건 아니고 누굴 주려고, 돈이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했는데, 조금 생겼다. 줍거나, 훔치거나 한 건 아니고 이벤트 비슷한 거에 당첨이 되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뭔가 했고, 그 대가로 다 주는 건 아니고 한정적으로 몇 명에게 주는 보상을 받았다. 조금 복잡한데 여하튼 그렇다.

요새는, 아주 가끔씩 이런 요행이 있는데, 이런 일이 생기면 이게 내 마지막 운이 아닌가 하는 절망적인 기운이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린다. 돈이든, 사랑이든, 사람이든 이 셋 중에 제대로 된 게 하나만 있다면 살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운이 아닌가 믿는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이게 마지막 운이라는 건 너무 우울한 소식이다.


2. 계속 사람들이 멀어져 가는 걸 피부로 느낀다. 무척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과의 마지막 대화가 2년 전, 그보다 더 오래되었을 지도 모른다 - 나는 자잘한 기억에 무척 약하다, 쯤의 채팅이었다. 조금 멀리있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른다. 그리고 그 사이에 몇 명, 각각 여러가지 종류의 호감을 가지고 다가간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다. 호된 질책도 들었고, 욕 비슷한 것도 먹었다. 남아있는 사람들도 급격히 희미해져 간다는 게 느껴진다.

지나가겠지 하지만, 나는 이런 종류가 주는 상처를 깨닫는 것도 느리고, 치유도 느리다. 예전에는 그럭저럭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한 것 같은데 시류에서 점점 멀리 떨어져 나가나보다. 옛날 영화만 보고, 옛날 음악만 들으니 템포를 따라갈 수가 없다.

덕분에 요새는 뭔가 꺼내는 말마다 실수하고 있나보다 하는 자괴감을 견딜 수가 없다. 이 역시 1번과 마찬가지로 결과주의의 시대에 결과가 좋지 않으니 당연히 들게되는 환류의 과정이다. 실수나 실패를 되돌릴 남은 의지도 별로 없다.


3. 가끔 눈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내 자신도 눈치가 없는 행동을 하는 구나 싶을 때가 있다. 사실 눈치가 없지는 않다. 공기의 흐름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다만 직접 들을 때 까지 반응을 안 할 뿐이다.

종종 눈치가 빠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또 여자들은 눈치가 빨라하는 일반론적인 이야기도 듣는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눈치가 빠른게 아니라 그저 성격이 급할 뿐이다. 분위기가 살짝 바뀌고 있구나하는 정도는 어지간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면 다들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그에 기반해 미리 성을 쌓거나, 댐을 무너트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는 건 오해의 가능성 때문이다. 어떤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을 때 눈치채고 미리 반응할 수도 있고, 느끼지만 잠자코 있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발란스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눈치가 만들어내는 득보다, 오해가 만들어내는 실이 더 크고 중대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무슨 일들이 있다면 섵불리 행동하지 말고 잠자코 실상을 확실히 알아내고 가믕한 직접 듣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살면 험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고, 혹은 찜찜함을 남긴 끝 이야기가 많게 되니 그만큼 상처가 많이 남는다. 보호 본능이 발동해 여기저기 다른 사람 헤집어대봐야 부메랑처럼 돌아와 자기 마음 속만 헝클어지고 결국 암이나 걸릴 뿐이다. 그런 상처 그냥 안고 사는게, 차라리 맘 편하다.


5. 커피를 많이 마신다. 아주 많이 마시고 있다. 두통도 끊이질 않는다. 둔탁한 어지러움. 기분이 상당히 안 좋은 감각이다. 그나마 커피라도 마셔야 좀 덜어진다. 머리 속이 카페인에 점령 당했다. 본진이 털리니 도망갈 곳이 없다.

두 시간 쯤을 내놔야 한다는 정신적 부담감에 영화는 거의 못 보지만, 음악은 계속 듣고 있다. 스피커가 고장나 집에서도 이어폰으로만 들으니 귓속이 축축한 느낌이다. 사실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습기가 차는 듯 하다.


6. 너무 춥다. 정말 너무 춥다. 스웨터에 추리닝, 머플러까지 두르고 잠을 자는데도 몸이 떨린다. 그럴때면 겨울, 그 추울때 논산 훈련소 생각이 난다. 참 말도 안되게 춥고도 을씨년스럽구나 생각했는데, 요새 이불 속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아무리 막아도 어디선가 바람이 계속 부는 건 견디기 어렵다.


7. 곧 아홉시다. 살짝 배가 고프지만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다. 별 소득없이 그냥 집에 가는게 너무 싫어 이리저리 헤매지만,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그저 어디 먼 곳, 구미나 승부, 순천이나 벌교, 양구나 묵호 같은 곳에 있는 아래목이 따뜻한 조그만 여관방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고 싶다. 요즘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패닉의 미안해라는 곡의 앞부분 피아노 소리를 계속 들으면서, 한펜같은 걸 조금씩 먹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거 같다.

201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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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tle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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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크니 액센트

영어(를 비롯해 외국어)는 개뿔 못하면서 이런 거 추적하는 데는 관심이 참 많다. 뭐든 재밌어하면 좋지 뭐.

Cockney에는 두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런던 토박이, 또 하나는 런던 사투리다. 사전에는 런던 사투리라고 그냥 나와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East End의 lower-class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소문에 의하면 upper-class가 못알아 먹도록 대화를 나누기 위해 사용된 언어라고 한다.

사전에 나와있는 카크니 액센트의 특징으로 우선 h음의 탈락이 있다. 반대로 모음으로 시작되는 말에 h가 첨가되는 경우도 있다. 화살표 뒤가 발음할 때 표시다.

ham and egg

-> am an hegg

 

up the hill

-> hup the ill

 

Harry and his girl Harriet

-> Arry an is gal Arriet

 

또 다른 특징으로 [ei]를 [ai]로 발음하는 게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봐야 무슨 소린지 모른다. 일단 들어보자. 영화의 한 장면이다.

 

위에서 말한 특징 외에 욕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에서도 그렇고 유투브 곳곳에 올려져있는 영상들을 봐도 영국인들도 잘 못알아 듣는 다는 걸 알 수 있다.

 

Amy Sedaris는 미국인 코미디언 겸 영화배우인데 이걸 보면 카크니 액센트에 대한 대충의 인상을 알 수 있다.

 

카크니 액센트를 대충 배워보자. 아래 동영상은 사용자의 요청으로 소스 코드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링크만 올려놓는다.

http://www.youtube.com/watch?v=LnjGNJ5JL8w&NR=1&feature=fvwp

 

예고 : 혹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아이리쉬, 스코티쉬 그리고 뉴욕 사투리 이야기를.

20101222

조국

조국 선생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슬그머니 오르내리고 있는걸 요즘 본다. 현 상황에서 민주당, 진보 계열 쪽에 마땅히 내새울 사람이 없기도 하고, 워낙 이쪽 계통에서는 유명한 학자니까 어떻게 좀 잘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파의 히든 카드로 정운찬이 있었다면(결국 MB의 방패막이 역할 정도 하다 끝이 났지만), 좌파의 히든 카드로 조국이 있는 격이다. 하지만 이 분이 정치를 할 가능성이 아직은 별로 안 보인다는게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이라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하지만 세상사 아무도 알 수 없는 법.

사람이 중요하다는 건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이태리도 벨루스코니가 막장이라는 걸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고, 며칠 전 대규모 시위도 일어났지만 마땅한 대안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도 비슷하다.

개인적인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지금은 정당 정치의 시대고, 그러므로 당사자가 무슨 말을 하든 그런게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MB가 유세 때 떠들었던 이야기들을 보고 꽤 많은 진보 정치인들이 환경/농업 문제에 대한 진보적 시각에 호감을 가졌었다.

하지만 저런 말들이 실현될 거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는 것, 공약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데 황당한 기분을 가졌던게 사실이다.

사실 그런 것들이 실현될 거라고 전혀 생각한 적이 없다. 당을 뒤에 두고, 앞에서 떠드는 건 그냥 립 서비스일 뿐이다. 시의회 선거, 국회 의원 선거 다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공약이란 (거의) 무용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선거에서 이겨보려고 아무 이야기나 하는 거다.

별 기술력 없는 벤처 기업 사장이 투자금 받겠다고 아무 이야기나 다 집어넣어서 그럴 듯 하게 프리젠테이션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현되는 건 아무 것도 없고, 목적은 그저 투자금이다. 돈만 받으면 오케이, 안녕히 가세요.

결국 정당의 진짜 모습은 급하게 만든 공약집이 아니라, 그 정당의 꾸준한 움직임에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나는 현 여당이 무슨 소리를 해도 전혀 믿지 못하겠다. 가만 보고 있으면 시정잡배만도 못한 놈들이라는 말이 이렇게 적절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없다.

http://blog.ohmynews.com/sonseokchoon/352389

이런 이야기가 뜬금없이 나오는 게 아니다.



어쨋든 조국 선생이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궁금하다. 내 기대로는 해도 골치고, 안해도 골치고 그런 느낌이다.

트위터러

내 친 여동생이 나를 팔로우하고 있다. 요즘같은 세상에 별 일 아닐지 몰라도 뭔가 낯설다. 더구나 나는 예전에도 말한 바 커네틱 피플을 여전히 망상하는 은밀한 자개증이고, 내 동생은 철저한 개인 신상 보호 주의자로 완전 폐쇄형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컨텐츠를 받아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고(동생은 디자이너다) 애드센스 수입만 내가 챙기마하고 제안했지만 거절 당했다. 친하다고 하기도 그렇고, 에라 남남이라고 하기도 그런데 여하튼 유일하게 연결되어 있는 SNS다. 어쨋든 아주 미묘하게 언론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다.

 

나무는 결국 못찾고 뒤로 미뤄졌다. 대신 인터넷 서핑으로 비스무레한 걸 하나 찾았고 아마도 몇 명은 그 사진을 보게 될 것이다. 겨울에 어딘가 가게 된다면 다시 한 번 찾아보리라.

20101220

포레스트

이렇게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건 토요일 밤 늦은 시각. 그리고 일요일, 월요일에 걸쳐 잠깐 돌아다녀봤다.

사실 돈도 안되고, 커리어도 아니고, 누구에게 감동이나 inspiration을 주는 것도 아닌데 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냥 재미, 라지만 품도 많이 들고 덴서티도 부족해 개인적인 만족도도 낮고 반응도 너무 낮아 쉐어의 만족감도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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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숲. 나무가 너무 가늘다.

 

야트막하지만 세군대의 숲 (= 산)을 찾아갔다. 하지만 딱 이거다 싶은 곳은 없었다. 좀 더 직선적인 느낌이고, 좀 더 울창한 느낌을 찾았지만, 좁은 산들은 의외로 경사가 매우 심했다.

그러면서 안 어울리게도 '경구'를 생각했다. "이쯤이면 됐어 따위로는 아무 것도 안된다". 좀 시니컬하게 생각하자면 그래 이거면 완벽한 숲이야 싶은 곳은 찾았다고 해서 뭔가 되는 건 있나 싶지만, 어쨋든 이왕이면.

20101219

마지막 신 아빠

심 감독의 이전 영화는 이글루스 등지에서도 논쟁의 화두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보고 싶다/별로다의 상황을 아예 떠나있는 종류라 관심이 전혀 없었다. 지금도 컴퓨터 그림 이무기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한시간 넘게 바라볼 생각은 여전히 없다. 다만 당시 어머님의 친구분께서 우리나라 거 우리가 잘 키워내야 한다며 나에게도 보라고 하셨던 건 매우 인상깊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이런 방식은 눈꼴사납긴 하지만 명백하게 먹힌다. 그리고 요즘 새로 개봉한 다는 영화 이야기를 듣고, 그래 이 사람이 잘하는 건 역시 이런 코미디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 영화가 여기저기 돈을 너무 많이 끌어다 만들어서 히트를 못치면 충무로가 공멸할 거라는 소문을 들었다. 약간 과장이 섞인 말이겠지만, 예전에 돈 많이 들였다던 씨지도 없는 거 같고, 내용도 소소해 보이는 데 뭔 돈이 들었을까 생각을 해 봤다. 미국 로케와 출연료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헐리우드 배우는 정말 비싸다.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번에는 또 돈을 끌여들인 루트의 문제점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전직부터 참 소소한 소문이 많은 감독이다. 중소 사업가 특유의 자신만만함과 홍보 체질이 이런 소문이 증폭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비슷한 예로 박 프로듀서를 보면 예전 벤처기업 다닐 때 흔히 만날 수 있던, 투자금 유치를 위해 자기 선전을 입에 달고 다니던 사장들이 생각난다. 이렇게 전투적으로 사는 게 나쁠 건 없다. 하지만 내가 본 그런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실상 기술과 아이디어라는게 별게 없다와 회사는 사라졌지만 그들은 돈을 벌어 어디서 또 뭔가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 경우가 많다. 나라의 경제를 키운다는 대의와 눈이 멀어 굴러다니는 지원금은 찰떡 궁합을 가지고 있다. 대체 그런 걸 신나게 주워 담는 인간들 빼고 누가 자본주의가 효율적이라고 말들 하는지. 나라가 주도하는 건설의 시대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것도, 당시의 기억이 영향이 있다. 당시에 어디선가 한창 돌아다니던 심 감독을 멀리서 봤던 기억이 난다. 어쨋든 이 소문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생각이다.

20101217

동시 게제에 대한 변명

블로그 질을 제대로 하려면 하루에 포스팅 3개는 해야되라는 말을 며칠 전에 어디서 보고 그런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여하튼 요즘에 이글루스와 티스토리에 동시에 올리는 글이 몇 가지 있다. 패션 관련 소식의 경우 그러한데 그렇기 때문에 티스토리 to 트위터는 일단 없앴다.


혹시 RSS로 둘 다 등록하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또 여기다 하는 이유는 이글-티스 분단 현장의 나름 중립 지대니까요, 하하하... ㅠㅠ


어쨋든 요즘 이런 귀찮은 짓을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며칠 전 쓴 부티크 닷컴에 대한 소소한 리뷰가 이글루스에서는 3천명이 왔는데, 티스토리에는 60명이 오는 이유가 뭔지 알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다.

원래 패션 쪽은 전부 티스토리로 옮길라고 했는데 오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재미가 없다.... 댓글이 안달리기야 매 한가지지만 -_-

20101216

세가지

옮겨옴

wretched

그러고보면 참 한심하다. 조용히.

 

disgust

우울함과 마음 아픔들에 속이 메슥거린다. 숨이 막힌다. 어제 먹은 것들의 냄새가 여전히 주위를 맴돈다. 그것들은 불현듯, 뭔지도 모를 모습의 창이되어 내 속의 보드라운 부분들을 마구 찔러댄다.

 

winter

춥다. 을씨년스럽게 춥다. 빈정상하게 춥다. 헛구역질이 나는 듯 하다.얇은 외투를 두르고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난다. 너는 살만하단 말인가. 어깨가 쑤신다. 두통이 가시질 않는다. 자판기 커피를 연속 두 잔 마셨더니 혓바닥에선 비린 프림 냄새가 계속 올라온다.

tooth

옮겨옴

하는 일도 그냥 그렇고, 원래 별로였던 인간 관계는 하염없이 안 풀리는 와중에, 컴퓨터 고친다고 웅웅거리는 소음 속에서 잠들었다가 이가 빠지는 꿈을 꾸었다. 원래 꿈은 거의 안 꾸거나 기억에 없는데 이번에는 생생하다. 왼쪽 어금니가 덜그럭거리길래 확 뽑았더니 손가락 길이만한 신경들과 핏덩이들이 함께 나왔다. 손으로 쓱쓱 닦고 보니 이는 멀쩡하고 유난히 매끈하다. 이게 아니라 옆에 이가 흔들렸던건가하고 쳐다보다가 잠에서 깼다. 보통, 미신같은 걸 많이 믿지는 않지만, 안좋은 꿈을 꾸면 복권을 산다. 복권이 떨어지면 꿈의 안좋은 암시가 그 불운으로 떨어져 나갈까 싶어서다. 말하자면 액땜이다. 이가 제대로 있는지 오늘 내내 신경쓰였다. 정말 빠질거 같기도 하다.

breakdown

옮겨옴

2시간쯤 잤나. 별일은 아니었다. 그냥 usb 연장선을 떼어다가 다른 곳에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하드디스크 3개가 사라졌다고 나오고, 있지도 않은 디스켓 쓰는 드라이브를 찾아대고, CMOS가 초기화 되었다. 팔짱을 끼고 앉아 대화를 시도했지만 무산되었고, 결국 소동은 진압되었다. 갈등이 청산된 게 아니므로 미래는 알 수 없다. 내 조막만한 방에서도 이렇게 태엽이 삐걱대는데 세상이 온전히 유지되고 있는 걸 보면 참 신통하다.

그러면서 노래를 들었다. 브로콜리 너마저를 들었고, 데프콘을 들었고, 라이드의 오래전 음반을 들었다. 조세희는 음식에 추억을 가지지 마라고 소설에다 썼었다. 내가 덧붙인다면 음악에도 추억을 가지지 말 것. 장소에도 추억을 가지지 말 것. 갑자기 생각나는데 예전에 누구였지, 장정일이었나 하일지였나, 혹은 다른 누구의 소설에 어떤 연인이 남자의 집에서 동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침대 위에서만 관계를 가졌는데 날이 갈수록 화장실, 소파, 테이블, 싱크대로 장소가 확대되어 갔다. 결국 남자는 어디를 봐도 음란한 추억만 서려있는 방 한가운데 남게 되었다. 그러므로 일찌감치 장소를 한정시켜라 뭐 이런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뭐든 대비하는 삶은 부럽운 점도 있기는 한데 잘 못한다. 아무렴 어때 싶기도 하고.

그리고 마침 동생에게 DSLR 빌려놓은게 있어서 새벽에 화장실에서, 옥상에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원래 이 글의 주인공이 될 뻔 했으나 너무 보잘것없어 모두 예선에서 탈락했다. 오늘의 공모전, 당선작 없음. 나이가 먹었다고 현명해지지 못하듯이 기계가 좋다고 훌륭한 게 나오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목소리 좋고 노래 좀 잘한다고 멋진 음악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에게 통치를 맡기고, 노래를 제일 잘 부르는 사람만 음반을 내게 했으면 세상은 일률적이긴 해도 훨씬 편해졌을 것이다. 한 줄로 세우는 경쟁이면 여건이 조금이라도 나은 자가 결국은 거의 이긴다. 대부분은 이런 식이긴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아니다. 그렇게 쉽게 돌아가진 않는다. 그래서 열악한 구석이 조금 있다면 아이디어를 총동원하고, 이를 통해 세상에 없던 게 나온다. 돈이 하나도 없는 고등학생이나 대학교 초년생들이 멋 좀 내보겠다고 동대문과 방산 시장을 훑고 다니면, 비록 과정을 구질구질할 지라도 뭔가 새로운 게 나오는 법이다.

물론 피곤한 것과 실패의 가능성은 덤으로 따라 다닌다. 실패의 가능성이라는 건 무섭다. 예전에 가수 김모씨가 어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와서 예전에 집이 없어서 아파트 옥상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개그맨 김모씨가 설마 구할라면 집을 못 구했겠냐고, 뭐 이유가 따로 있어서 그렇게 살았던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가수 김모씨가 정말 그 때는 구하고 싶어도 불가능했다는 답을 했다. 아무 것도 없다는 건 그런 것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따위의 말은 그래서 무섭다. 어떻게도 안되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밥이라도 한 술 줄게 아니면 그런 말은 입에 안올리는게 좋다. 여하튼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빼내려다 보니 한번 발을 잘못 디디면 돌이킬 수가 없다.

DSLR 하니 또 생각나는데, 며칠 전 DSLR을 빌리던 날, 갑자기 2일 후에 들고오라는 통보를 받았고, 결국 생쇼를 했다. 백팩과 카메라와 노트북을 들고 성북구, 송파구, 서초구, 서대문구를 뽈뽈거리면 돌아다녔고, 다음 날에는 성북구, 서초구, 중구, 마포구, 서대문구를 돌아다녔다. 한심한 건 이틀간 노트북은 한 번도 켜지 않았다. 4시간은 지하철 코인 락커에 넣어놨는데 4시간에 2천원이나 하는 지는 몰랐다.

뭐 하나 남는 것도 없이. 여기서 남는 것도 없다 하면 정말 남는 것도 없다 함이다. 그 어떤 것도. 기억을 되살려보면 내 인생 전반이 이렇게 온 몸의 힘을 빼가며 열심히 걷고 결국 남는 건 배고픔 정도인게 아닌가 싶다. 어쨋든 발가락이 여전히 좀 아프지만, 그날은 이미 지나갔다.

오늘은 오랜 만에 학교에 와 있다. 내가 밥을 주던 고양이 가족은 이사를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천하장사 소시지도 하나 챙겨왔는데 안타깝다. 오래된 노트북은 팬 소리도 우렁차고, 터치패드 클릭 소리도 우렁차고, 키보드 소리도 우렁차다. 모르긴 해도 반경 5km 이내에 실사용 중인 노트북 중에 성능은 제일 떨어질 게 틀림없는 주제에(펜티엄 모바일 2GHz에 램 380M, 하드는 20G다), 실로 요란하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를 제외한, 이 둘도 모르는 척하고 있지만 발을 조금은 들여놓고 있는 거 같기는 한데, 이태리 자동차 같다.

그래도 어제 노트북을 애써서 쓰기 좋게 정돈해 놔서 그런지 나쁘진 않다. 근사한 레이아웃과 폰트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여기 이렇게 앉아, 지하철에서 전화기로 에버노트에 반쯤 쓴 메모에다 나머지를 붙이고 있다. 뭘 좀 써볼까 하고 재밌는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은데 밥 먹으면서 다 잊어버렸다. 그리곤 문장 하나하나에, 글자 하나하나에 심드렁한 우유부단함과 우울함이 먼지처럼 달라 붙는다. 데프콘이 우울한 이야기만 안하면 연애는 계속 성공이라고 가사에다 썼었는데 몇 년째 우울한 이야기밖에 없다. 잘 모르지만 사실 데프콘도 그렇게 연애 잘 할 것 같은 아우라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만…

탈락한 사진들, 부질없던 발걸음들, 지나쳐버린 음악과 소리들, 머리 속을 떠도는 예전에 읽었던 소설과 수필의 문장들, 아련히 보이는 듯한 영화들, 사진들을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수면의 과학을 보겠다고 몇 주째 벼르고 있는데 못보고 있다. 이렇게 여전히 나는 살아있다.

20101214

시각

무슨 일인가를 할 때, 그게 어떤 감정적인 파장을 일으킬 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조마조마했는데 별 일 없이 지나가버리는 경우도 있고, 별 생각 없었는데 감정이 파고를 넘거나 심연의 세계로 가라앉는 경우도 있다. 아예 예상조차 없었는데 난데 없이 밥이 안넘어가는 경우도 생긴다. 전자든 후자든 마음이라는 건 보통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런게 없었으니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온다. 수십년을 함께 살며 다뤄왔는데도 제대로 콘트롤이 안되는 걸 보면, 감정이라는 건 참 골치 아픈 존재다.

근심이 조금은 있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고 발품을 팔고 움직였다. 어제 마무리 되면서 의외로 파장이 길게 느껴지며,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다. 체 할까봐 밥은 피하고 있다. 어제는 혼자 2시간을 커피집에 앉아 멍하니 TV를 보다가 스틱 골프를 쉬지도 않고 했고, 오늘은 쉬지도 않고 여기저기 글자들을 남겨놓고 있다.

트위터에 뭔가 계속 쓰고, 혹시나 해서 계속 지우고, 에버노트에, 블로그들의 드래프트에 뭔가를 채우고 있다. 몇 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이야기가 아침에 지하철에서 쓴 건데 어디론가 사라졌다. 자잘한 조사들을 많이 생각하며 붙였는데 약간 아깝다.

부티크 닷컴의 선호도 조사를 하나씩 하나씩 다 했고, 오케이큐피드의 자기 소개를 되도 않는 영어로 반 쯤 채웠다. 정확한 선호도 매칭을 위해 하버드 수학과 출신이 만들었다는데 질문이 너무 많아 다 채우는 건 무리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후스히어와 오케이큐피드에 올라와 있는, 한국과 한국 아닌 곳 사이에 존재하는 자기 소개 사진의 극명한 차이는 무척 재미있다.

어쨋든 고비를 넘기고 싶다.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곳에 멍하니 앉아 맘 편한 대화를 나누며 널부러져 있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하필 또 오늘 저녁부터 급격하게 추워져 내일은 최악의 혹한이 찾아온단다. 이번에는 운이 없다. 몇 주 전에 운을 집중적으로 써버려서 올해 남은 게 별로 없는 기분이다.

매번 말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흐른다. 매번 걱정하지만, 아마 별 일 없는 한 또 내일이 올 것이다.

20101213

필요없는 방만

이 블로그에는 하루에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들어온다. 뭐 애초에 남 보라고 만든 곳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유입자 최다 검색어가 벳키라는 건 기쁜 일은 아니다. 이글루스는 200명 정도, 패션붑은 100명 정도다. 휴대폰 이야기를 올리는 오리 블로그에는 300명 정도가 온다. 어디까지나 대략이다.

 

Ducks Don't Float는 BBC 영어 공부 팟캐스트에서 들은 이름이다. 직장을 관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 거기 나온 어떤 사람이 만든 펍 이름이 Ducks Don't Float였다.

 

여하튼 차곡차곡 뭔가 쌓고 싶었는데, 결론적으로는 필요없는 짓을 하고 있다. 비관적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인생 전반에 걸쳐 필요없는 짓만 하고 있다. 필요없는 데에 지나치게 애정을 쏟고, 필요없는 글을 너무 많이 남긴다. 사람을 만나면 필요없는 이야기만 계속 한다. 요즘에 특히 심해진 것 같다.

 

다른 사람 보라고 만든 블로그가 아닌데 공개로 해놓는 건, 혹시나 이런 거라도 보고 뭔가 뜻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해서다. 굉장히 뜸하긴 하지만, 간혹 그런 일들이 생기긴 한다. 예전처럼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건 아니라서 제대로 돌아가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이제와서 커뮤니티를 다시 살리는 건 탐탁치가 않다. 아무리 조막만해도 운영자를 하면 신경쓸 일이 많아진다. 뭐든 그렇듯, 하나를 잡으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슬슬 정리를 좀 해야겠다.

20101212

새벽의 바람

바람이 계속 불었다. 자다가 깨어 시계를 보니 세시. 창문이 덜덜 떨린다. 오래간 만에 집에 놀러온 강아지 막내는 내가 일어나자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쿵, 쿵 하면서 옥상 문이 열렸다, 닫혔다하는 소리가 들린다. 옥상 문이 고장나 고정이 되지 않는다. 바람이 계속 불면 부실한 이 집이 터져버릴 것 같다. 멍하니 누워 천장만 바라보다가 후레쉬와 신문지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복도 창문도 하나 열려있길래 닫고 계단을 올라 간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좁다. 곧 자동으로 켜졌던 복도등이 꺼진다. 후레쉬 불빛과 열린 문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만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옥상에 나가본다. 널부러진 빈 화분들, 춤을 추는 전기줄들. 아아, 신이시여, 왜 저를 버리려 하시나이까. 신문지로 문을 고정시켜놓고 계단을 내려온다. 올라갈 때는 못봤는데 옆 집 현관 앞에 신발 한켤레가 곱게 놓여있다. 외풍을 막겠다고 둘러놓은 은박지가 지저분하게 들쳐올라 있다. 집에 들어오니 무슨 일인가하고 나와있던 막내가 얼굴을 비빈다. 이 녀석도 너무 늙었다.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 문득 슬퍼진다. 쿠키 남은게 생각 나 조금 줬더니 냄새만 맡고 고개를 돌린다. 호불호가 분명한 건 좋은 태도다.

20101210

보온병

그것은 그들이 전쟁의 참극에서 언제나 비켜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며, 전쟁을 손익계산으로만 바라보는 의식의 소유자이기 때문일 겁니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늘 사회적 약자입니다. 뭍으로 피난온 섬 주민들은 찜질방에서 새우잠을 자며, 살아갈 날을 근심합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2월 6일.

20101208

crawl

서랍장을 뒤져 입고 싶지 않은 속옷을 꺼내 입는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신고 싶지 않은 양말, 입고 싶지 않은 스웨터, 입고 싶지 얺은 바지, 입고 싶지 않은 코트에, 두르고 싶지 않은 머플러를 보기 싫은 방식으로 굴둘 동여 맨다. 맡고 싶지 않은 향수를 뿌리고 뿌연 거리로 나온다. 이제 곧 보기도 싫은 해가 뜨겠지만 지긋지긋한 구름이 그걸 가려주겠지. 눈이 살짝 내린다. 신문지같은 하늘이다. 그러고보니 신문지 냄새도 나는 거 같다. 공기는 차갑다. 숨을 쉴 때마다 머리 속이 맑아진다. 몸이 떨린다. 입술 튼 곳이 살며시 쓰리다. 어제 밤에 삼년, 혹은 사년 쯤 묵은 보호제를 발랐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나보다. 멀리서 소주의 알콜 냄새가 난다. 웹을 뒤적거리며 눈을 기다리는 이야기들을 듣는다. 눈을 혐오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래가 더럽든, 깨끗하든, 아름답든, 신비롭든, 구역질나든, 부조리하든 눈은 다 덮어 버린다. 위력적이고, 그것만으로도 칭송받을 자격이 있다. 부재중 전화에 찍힌 이름들을 본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거부당한 사람들의 이름을 본다. 머리를 마주하고 쓸데없이 함께 시간을 축낸 이들의 이름을 본다. 노새, 노루, 프랑스시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아, 이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말레이 곰은 대체 어디에 가 있을까. 손이 더러우니 마음이 차분해 지지가 않는다. 꾸역꾸역 밥을 먹으며 자기혐오의 수치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20101203

극복할 수 있는가


이전 세대, 전 세대, 내 세대, 다음 세대. 모두 실패했다. 남은 건 망나니처럼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매판의 물결들 뿐이다. 전쟁도 돈이고, 평화도 돈이다. 사진에 나오는 이들은 아마도 90년대 생들. 과연 극복될 수 있을 것인가.

진은 AFP, 내용은 애드버스터의 어느 페이지든.

20101201

UI, 그리고 형편 없음에 대하여

웹 페이지든 프로그램이든 아니면 건물 안에 붙어있는 화제시 도망가는 길 안내 같은 매뉴얼이든 UI, 검색의 편의성, 일관성, 호환성 이런 것들은 만든 이/혹은 회사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걸 놓친다든가 - 얼마 전 말한 로닌의 약도, 이리저리 헤메게 만든 다든가 - KT가 만든 앱/KT의 CS, 하여간 KT와 관련된 모든 것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든가 - 윈도우에서 F1을 눌렀을 때 나오는 말들에 좌절하다 보면 대체 인생이란 무언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지... 수준까지 나아가 버리게 된다.

섬세하고 완벽하게까지는 아닐지라도 하여간 뭔가 찾는 데 도무지 나오지 않으면 머리가 지끈거리게 된다. 이것은 당연한 게 안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예전에 이야기한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디자인"(앨런 쿠퍼 지음, 안그라픽스)이라는 책에서 훨씬 더 자세하게 읽을 수 있다. 인터넷이나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는게 아닐지라도 이 책 꽤 재미있다.

http://macrostar.egloos.com/877339

 

오늘 하루동안 분노(까지는 아닐지라도)한 사이트/앱들을 되돌아보면

이글루스 모바일 - 드디어 이글루스에 모바일 홈페이지가 생겼다. 티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주소 뒤에다 /m을 넣으면 모바일 홈페이지가 나오고, 아이폰 등에서는 자동으로 모바일 버전이 읽힌다.

그런데 이 모바일 페이지라는게 온연히 자기 블로그만 보라고 만들어져있다. 다른데 아무데도 갈 길이 만들어져있지 않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참 재미나다. 만든 사람이 자기 블로그만 본다고, 다른 사람도 그러진 않는다. (egloos.com 은 아직 모바일 페이지가 만들어져 있지 않다)

 

2. 쇼 스팸 앱

아이폰 용 스팸 방지 앱. 시작하면 무조건 차단 전화 번호 등록으로 넘어간다. 나는 차단 전화 번호는 하나도 없고, 전부 문구로만 차단하고 있다. 만든 사람이 번호로 차단한다고, 다른 사람들도 번호로 차단하는 건 아니다.

 

3. 옥션/지마켓 사이트, 앱

얘네들은 들어가면 툭하면 스크립트가 어쩌구 하면서 컴퓨터 전체가 버벅거린다. 뭔 대단한 컴퓨터를 사용들 하고 있는지 몰라도 아직 안좋은 컴퓨터 쓰는 사람들도 많다. 동생이 모 대형 쇼핑몰 사이트에서 일해서 이 문제에 대해 물어봤는데 리소스를 너무 잡아먹어서 이런 부분을 제한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린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파는 사람 입장에서 다른 사람은 화려하고 번쩍번쩍한데 자기건 심플하면 걱정이 될 수도 있다.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가는 일종의 치킨 게임이다. 어쨋든 덕분에 나같은 사람은 버벅대는 순간 닫기를 눌러버리고 - 한동안 컴퓨터에 영향을 미치면 속으로 계속 증오한다 - 다른 곳을 찾아간다.

아이폰 앱 같은 경우 옥션은 사진이 한 장만 나오는데 지마켓은 여러개 나오던가 그렇다. 옥션 같은 경우는 자세한 사진을 볼 방법이 없어서 나쁘고, 지마켓 같은 경우는 3gs를 사용하는 경우 램이 모자라서 닫혀 버려서 나쁘다.

 

4. 가끔, 정부 사이트라든가 금융권 사이트라든가 가면 경고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사이트는 모질라 어쩌구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IE를 이용해 주세요, 보안을 위해 해킹 방지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들어가면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스마트폰에서의 로그인은 불가합니다 이런 경고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괜히 민감한 건지 몰라도 이런 말들을 참 보기가 싫다. 지들이 안 만들어 놓고 남 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정신이 박혔다면 모질라 계열 지원은 앞으로 준비하겠습니다 라든가, 스마트 폰은 앞으로 지원할테니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라고 해야 되는거 아닌가 싶다. 블로그나 개인 사이트면 몰라도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뭐, 말이 그렇다는 것임. 안 가면 되는거지...

추위, 오구오구, 훈련

1. 너무 춥다. 집에 오는 길에 날씨를 보니 기온은 0도, 바람이 좀 불어서 체감 온도는 영하 3도 쯤이다. 옷은 작년 한 겨울 쯤 입은 것과 거의 같았는데 셔츠에 플리스, 오리털 파카, 청바지에 운동화였다. 여기에 머플러, 더 추우면 히트텍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