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31

두근두근 레이싱

참고 : 데프콘의 노래와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요새 게임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하고 있다. 사는게 벽에 부딪쳤을 때, 전기가 필요할 때, 헤메고 있을 때, 하여간 이런 비슷할 때 레이싱 게임을 한다. 별 건 아니고 그냥 PC용 게임이다.

그래서 레이싱 게임을 하기 시작하면, 뭔가 전기가 찾아오길 약간은 기대하고 그럴 때까지는 그저 하는 일 열심히 하며 밤마다 냅다 달려댄다. 물론 운좋게 잘 되갈 때도 있고, 별 일 없이 계속 헤매는 경우도 있다. 여하튼 디테일이 사라지지만 생활이 무척 단순해진다는 점에서 좋다.

머리 속의 게임 정보가 2000년에서 2005년 사이에 멈춰있고, 컴퓨터 사양도 그 비슷하기 때문에 그다지 발전은 없다.

 

선호하는 종류의 PC용 레이싱 게임은

* 키보드 지원 - 레이싱 휠, 틸트따위 정신 사납다. 베스트 라인에 집중하는게 재밌다.

* 약간의 무게감 - 게임이라기 보다 차량 종류 이야기인데 모스트 원티드의 DB9는 조금 무겁고, 포르쉐 언리쉬드의 991은 조금 가볍다. 포르쉐 언리쉬드의 993 기어비 세팅한 정도가 딱 좋다.

* 그립 주행 중심 - 드리프트 따위 소리만 요란하지 별 볼일 없다. PC용 콜린 맥리를 구입했었는데 마치 눈 위에서 썰매를 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게 인기인지 요새는 하나같이 썰매다.

* 차량이나 옵션이 바뀌면 성능의 미묘한 차이가 느껴져야 한다. 돈 좀 들이면 갑자기 슈퍼카 되는 건 재미없다.

* 타임어택 중심 - 똑같은 라인을 따라가는게 가능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 0.01초도 차이가 없어야 한다.

* 스트리트가 좋다 - F1이나 나스카는 지루하다.

* 뭐가 어떻든 경치가 마음에 들면 조금 용서된다. 예를 들어 랠리 트로피.

* 너무 아케이드는 곤란하다. 그럴바엔 R 타입을 하겠다.

* 너무 시뮬은 곤란하다. 예전 나스카같은 경우 그것은 실제 드라이버의 마음가짐이 아니면 안되는 게임이었다.

* 범퍼뷰가 나와야 한다. 범퍼뷰 특유의 속도감을 좋아한다.

* 니트로, 부스터 따위 좋아하지 않는다. 오직 엔진만 믿고 간다.

 

이 정도 쯤 된다. 한동안 니드포스피드 포르쉐 언리쉬드를 했었고(이건 내게 레이싱 게임의 레퍼런스 모델이다), 콜린 맥레이도 좀 했고, 랠리 트로피도 좀 했다. 이외에 이것저것 데모, 와레즈 설치해서 해보긴 했는데 다 별로 마음에 안 들었고 결국 이 셋만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나름 의미가 있는 것들이라 셋 다 정식 버전을 샀었는데 분명 어디서 봤는데 어디 있는지를 모르겠다. 랠리 트로피는 국내 출시를 안해서 꽤 비쌌는데. ㅠㅠ

 

사실 또 레이싱 게임을 시작했다. 꽤 문물이 발전한 새로운 세상이니 아이폰으로 해보려고 했는데 틸팅으로 하는데 익숙하지가 않아 진도가 별로 안 나가길래 포르쉐는 이제 좀 지겹고 해서 랠리 트로피를 설치했다. 예전에는 참 예쁜 시골길을 달리는 구나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허접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fulvia

란치아와 알파 로메오의 모난 디자인을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한다. 게임에서 알파 로메오는 콘트롤이 무척 어려워 전설의 란치아 풀비아(위 사진)를 선택해 러시아 스테이지부터 해 나가기 시작했다.

랠리는 운전자 옆에 코-드라이버가 앉아 코스를 계속 설명해 준다. 워낙 코스가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렇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랠리 트로피의 매력은 코-드라이버의 목소리다. 오래간 만에 달리니 그렇찮아도 정신이 없는데 날카로운 목소리로 부딪치거나 코스를 이탈할 때마다 계속 놀리고, 욕하고, 짜증낸다.

rally

성적이 시원찮기는 하지만(+19.70초로 20명 중 17위, 이 정도면 극복하긴 어렵다) 그래도 달리는 내내 욕을 쳐먹으니 이게 꽤나 서글프다. 어쨋든 슬렁슬렁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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