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30

나치, 슈페어, 히틀러

슈페어의 나치 시절 이야기를 읽으면서 좀 흥미로운 사실을 몇 가지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은 전반적으로 슈페어의 변명문 같은 종류고 그러므로 왜곡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업무 처리의 날짜, 방식 같은 건 제대로 기록되어 있다. 좀 걸러 들어야 할 필요가 있고, 다른 방식으로 확인해 봐야할 것들도 있다.

1) 히틀러는 정말 전쟁을 하려는 건 아니었다. 이건 체코 점령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독일이 어흥~ 하면 상대는 항복한다...는 식을 유지했다. 체코의 경우 (뜻밖에) 고도의 국경 방어막을 갖춰 놓고도 정말로 항복을 해버렸는데 나중에 전후 재판 때 만약 항복하지 않고 저항했으면 당시의 독일도 별 수는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1차 대전 때의 무기 생산량은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도 회복하지 못했다. 이건 슈페어가 군수 장관으로 보급을 총괄했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체코에서의 뜻밖의 항복은 폴란드, 벨기에 등에서도 연이어 나타났고 이는 영국과 프랑스의 우유부단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또한 어흥~ 했는데 항복하지 않은 나라를 쳐들어 갔는데(히틀러는 안절부절 못했다고 한다) 이긴다... 이 때문에 이상한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처칠, 프랑스에서 드골이 지도자가 되면서 이런 양상은 크게 달라지게 된다.

히틀러는 기본적으로 직언을 하는 부하를 다 짤라 버렸기 때문에 나중에는 좋은 이야기만 들려주는 부하들 밖에 없었다. 이게 히틀러가 상황을 크게 오판하게 된 이유다.

2) 당시 영국 등에 총동원령이 떨어졌지만 독일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나치가 투표로 당선되긴 했지만 전쟁을 개시하면서 + 동시에 독재 국가가 된다 독일인들은 뭐랄까... 지지를 그만둔 거 같다. 파리를 점령 했을 때도 베를린에서는 큰 환영이나 축제 같은 게 벌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독재 국가가 되었고 정적을 숙청하고 위험을 선 제거하는 강압적인 정치 말고는 별 통치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지지 기반이 취약했다. 그렇기 때문에 총동원령 같은 걸 내리지 않았다... 고 슈페어는 설명한다.

이 부분은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 하는데 히틀러의 스타일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걱정이 좀 많은 타입인데 그 걱정의 종류가 좀 종잡기가 어렵고, 희한한 곳에서는 아주 자신감이 넘친다. 즉 독재 국가의 경우 강압적 통치 수단으로 정부를 유지하기 때문에 일부러 동원령을 내리는 곳들도 많다. 다 소집해 놓으면 통제가 쉽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렇게 가고 있는 거 독일인들이 탐탁치 않아 하는 게 무슨 상관이랴.

오히려 영국에서는 총동원령이 떨어지고 물자 제한이 시작되었다는 것도 재미있다. 루스벨트도 마찬가지로 총동원령 비슷한 걸 내렸었다. 이게 민주정이라 그랬다고 슈페어는 생각하는 데... 잘 모르겠다. 뭐 영국 입장에서 나치에 대해 대단한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결국 싸워야 하겠구나라고 영국인들이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내가 궁금했던 부분 즉 히틀러의 독재가 독일에서 어떻게 가능했고 그 시작이 어땠나는 이 책이 알려주지 않는다. 뭐에 눈들이 번쩍 뜨인 건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건데...

20161226

연말 몇 가지

1. 원인을 아는 두통은 인간이어서 한심함을 느끼고(예컨대 카페인 부족, 나쁜 공기), 원인을 모르겠는 두통은 해결 방안을 딱히 모르겠으니 한심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두통은 모두 한심하다... 여튼 오늘 종일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2. 딱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소박한 연말 망년회에도 한 번 꼈고, 출판사 사람도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써야 할 원고를 쓰다 보니까 나름 올 한 해를 정리해 보게 된다. 겸사겸사 머리도 깎았고, 머리를 깎느라 기다리는 동안 그간 귀찮아서 내버려 두고 있었던 사람들 블록도 하고 등등 하며 좀 더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기분을 만들어 본다. 동의는 할 수 없지만 이해는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냥 아예 이해가 안되는 일도 있다. 이 중 후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결론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을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거다.

여하튼 2011~2016년 이라는 텀 하나는 끝이 났다. '그' 사건이 있었던 없었던 그 텀이 끝났다는 건 마찬가지다. 앞으로 다가올 턴이 어떤 모습일 지 지금 상황에서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좀 나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게 되고 좀 더 나을려면 뭐가 있어야 하나 생각해 보게 된다. 뭐 정치와 음모, 계략에 내가 그다지 관심도 소질도 없는 게 분명한 이상, 맞다고 생각하는 걸 열심히 꾸준히 밀고 나아가는 일 말고는 당장 뭐가 있겠나.

3. 에이프릴 티저는 뭔가 좀 아쉽다. 1월 4일에 음원이 나온다니 일단 기다려 본다. 채경과 진솔을 한 팀으로 엮는다는 것, 이런 팀을 가지고 과연 무엇을 어떤 모습으로 내놓는가...가 디에스피 작금의 상황을 알려줄 거라고 생각한다. 카드 - 오나나는 이해가 좀 안되고. 왜 그걸 제대로 안 써먹고 있지...

4. 옷 구매에는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 뭔가 머리 속에 킵을 해놓고 할인을 기다리고 할인이 시작된다. 가용 자금 역시 타이밍이 있다. 이게 시간이 잘 안 맞으면 그 다음 걸 찾아 가야 한다. 아쉽지만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는 거고 부디 좋은 주인 만나서 잘 지내고 곱게 늙어갔으면... 하는 거다. 뭐든 그렇지 뭐.

5. 동네의 믿을 수 없는 자리에 스타벅스가 생겼다. 저기 스타벅스 생길 거 같지 않아?라고 누가 말했을 때 설마 그럴리가 있겠냐며 비웃었는데 다시 한 번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20161222

노노노를 왜 발라드로 부르나

좋은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까 이번 스페셜 앨범에 대한 약간의 불만을 제기해 봄.... 불만은 바로 세 곡의 리믹스 버전이다. '노노노', '럽', '네가 설렐 수 있게' 이렇게 세 곡이 리믹스로 들어가 있는데 '노노노'와 '럽'은 발라드, '네설수'는 R&B 편곡이라고 되어 있다. 리믹스 이름은 다르지만 다 비슷비슷한 풍인데... 우선 느리게 불렀다고 발라드인가... 싶기도 하지만 가장 이상한 건 노노노다. 이 곡은 기본적으로 힐링송이라고 콘셉트를 잡았고 힘내라, 힘내자 이런 류의 곡이다. 그러므로 이런 곡을 처량한 발라드로 부를 이유를 모르겠다. 게다가 결과물도 그다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슬퍼하지마 노노노' 같은 이야기를 무엇 때문에 그렇게 처량하게 불러야 하는 건가...

노노노라는 곡도 그렇고 에핑이라는 그룹의 컨셉트도 그렇고 차라리 떠들썩하게 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컨데 이런 거.



뭐 그렇다고...


그리고 이왕 시작한 김에 덧붙이자면 타이틀 곡 '별의 별'. 이 곡은 팬을 위한 스페셜 앨범이라고 공언한 음반의 타이틀 곡으로 설명 그대로 팬송이다. 그런데 보미 파트에 '딱 너 같은 남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죠'라는 가사가 있다. 이 부분은 에핑의 팬 중에서 여자를 아예 제외해 버리고 있거나 아니면 팬송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왜 굳이 이 자리에 '남자'라는 단어를 넣어서 이 노래의 대상을 대폭 한정했는지, 노래의 내용도 대폭 한정해 버렸는지 대체 모르겠다.

위증의 이익

비록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자기를 방어하는 건 현대 사회를 사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다. 예컨대 "네 죄를 네가 알렸다"처럼 윽박 질러서 뭔가 해결하려는 건 절대 왕정 시대, "저는 이런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건 소비에트 공산 사회 같은 절대주의, 전체주의 시대의 유산이다. 그러므로 범죄인도 변호인을 두는 게 의무화 되어 있다. 자기가 하지 않은 범죄를 뒤집어 쓸 우려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문제도 있다. 예컨대 이런 방식을 채택한 결과 자기 방어를 위해서는 위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방식을 버리기에는 사회적 이익이 더 높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고 그러므로 전체주의화 할 가능성이 높은 장치다. 시민은 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국가 권력이 방종할 수 없도록 하는 권리와 무기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게 여기까지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기 마련이다. 위증이 존재할 수 있다면 그걸 막기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즉 균형이 올바르게 맞춰져야 한다. 예를 들어

(위증의 이익) x (위증이 걸릴 가능성) vs (위증의 불이익) x (위증이 걸리지 않을 가능성)

이 둘 사이에서 범죄자는 판단을 해야 하고 법은 위증을 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위증의 범죄 처벌 형량이 매우 높아야 한다. 즉 위증을 하려고 할 땐 그게 걸렸을 때 불이익이 위증을 해서 얻는 이익보다 훨씬 높아야 이 비례는 성립이 가능하다. 그냥 이건 시민의 권리다 라고 놔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증거 인멸도 마찬가지다. 증거 인멸은 죄를 낮추기 위해서 하는 거다. 이게 무슨 당연한 권리인 양 대기업이 증거 인멸을 시작하면 뉴스에 보도가 되고 기업 쪽에서는 의례적으로 그저 연례적인 서류 파쇄라고 변명을 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범죄 수사가 시작되면 관련 증거를 인멸하지 못하도록 정례화 해야 한다. 그리고 증거를 인멸하려고 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증거 인멸만 안했어도...'라는 생각이 날 정도로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

이건 뭐 대놓고 위증하고 증거 인멸도 하라고 법이 강요를 하고 있으니(비례가 맞지 않다는 건 하라는 소리다) 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뭔가 현대적 룰이 잘못 들어와 있다. 국회가 일을 해야 해.


국회가 일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한 김에 덧붙이자면 : 이번 국회 청문회야 뭐 특별한 사건이니까 하는 게 맞겠지만 정기 국정 감사 같은 건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사원이 존재하는데 국회가 매년 정기 감사를 할 이유가 없다. 정부의 부정 부패를 막는 건 감사원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게 차라리 더 도움이 된다. 정기 국정 감사 같은 걸 매년 하니까 -> 의원들은 여기서 튀어 유권자들 눈에 띄려고 한다.

즉 법을 만드는 것보다 국정 감사에서 호통 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한 의원들이 법 만드는 데 더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 물론 정부 입안 법들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국회는 그런 곳에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개입해 간섭을 해야 한다. 의원과 보좌관들이 밤을 새가며 해야 할 일은 국정 감사 질문지 작성이 아니라 정부 입안 법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다각도로 검토해 수정하고 보완하는 일이다.

20161219

좋은 팀

비록 콘서트에는 못갔지만 올라오는 후기를 보면서 참 좋은 팀을 응원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사실 처음에는 말 잘 듣고 반항 안할 거 같은 애들 모아서 팀을 만들었겠지만 이들은 지금까지 그걸 극복해 왔다. 꽤 옛날 예능에서 구색 맞추기처럼 잠깐 선보일 때는 가족과의 약속이었던 새끼 손가락은 팬과의 이야기로 완성되어 돌아왔고, 마찬가지로 예능에서 웃긴다고 선보였던 안녕 굿바이는 그때는 연인과의 이별이었지만 이제는 예전 자신과의 이별로 완성되어 돌아왔다. 여튼 이렇게 자기 방식으로 자기의 길을 가고 있다. 



이런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행운이기도 하고 또 지금까지 길을 만들어 왔다는 게 능력이기도 할 게다. 잘한 게 있다면 이들을 바라보는 팬이 된 거고 못한 게 있다면 조금 더 일찍 팬이 되지 못했던 거 뿐. 응원합니다.



사진은 모두 보던 후기에서 무단 게재. 문제시 삭제. 근데 마지막 사진.. 뭔가 에바의 컬러인데...

20161218

체코의 리디체 마을

최근 들어 슈페어의 기억과 HHhH를 읽으면서 나치를 되짚고 있다. 사실 나치는 히틀러와 괴벨스 이야기만 많이 들어봤지 자세한 내용은 아는 게 거의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대충 정리를 해보고 있다. 그런 중에 HHhH에 리디체 마을 학살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 나와 있는 걸 보고 좀 더 찾아봤다. 이 사건에는 인류에 대한 절망과 희망이 동시에 들어 있다.

간단히 사건 요약을 하자면. 하이드리히가 암살을 당하고 게슈타포가 범인을 찾아 나서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러다가 밀란이라는 남자가 안나라는 여자에게 연애 편지를 보냈는데 그걸 안나가 다니는 공장장이 먼저 받았다. 그걸 읽어보고 뭔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게슈타포에 신고한다. 내용은 그냥 연애 편지였는데 뭔가 모호한 여운이 남기게 적혀 있다. 뭐 아무 의도도 없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저 우연이다. 어쨌든 아무 단서나 쥐잡듯이 찾으며 이미 3천 명이나 체포한 게슈타포는 이 편지를 보낸 남자가 사는 곳 리디체를 덮친다. 뭐 엄한 마을 사람들 붙잡고 뭔짓을 해봐야 나올 건 물론 전혀 없다. 히틀러는 아직 살아있는 레지스탕트 조직, 범인을 숨겨주고 있는 체코에 대한 경고로 리디체 마을을 파괴할 것을 명령한다.

1942년 6월, 인구 4백 명 남짓의 리디체 마을은 이렇게 해서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수용소로 끌려가고 임신한 여자 4명은 낙태를 당한다. 이후 공식적으로 192명의 남자, 60명의 여자, 88명의 아이가 살해 당했고, 마을에 불을 지르고 건물은 다 파괴한 다음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린다. 히틀러가 이 마을의 존재 자체를 없애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 당시 상황을 보면 나치는 독일 내에서 수용소를 운용하고 점령한 체코 등지에서 독재 정치를 하고 있었지만 대외적으로는 국가 사회주의라는 전체 주의를 잘 이행하고 있는 나라로 포장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치가 좋은 점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서구의 인사들도 있었고 국제적으로도 외교 등을 수행하는 데 별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나치는 다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학살을 비밀스럽게 처리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리디체에서 있었던 일은 매우 자랑스럽게 대외에 알린다. 이 부분을 잘 모르겠는데 나치 쪽에서 이걸 알리는 게 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체코, 그리고 다른 나라들도 떠들면 이렇게 된다...는 걸 알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식은 9월 쯤 세계 곳곳에 알려지고 곧바로 각종 연대가 만들어진다. 영국에서는 스토크온트렌트와 스태포드샤이어의 광산 노동자를 중심으로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리디체를 다시 건설하자는 뜻으로 Lidice Shall Live라는 펀드가 만들어진다. 멕시코 시티,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에는 리디체를 추모하는 뜻으로 마을의 이름을 리디체로 바꾼다. 미국에는 추모 공원이 만들어지고 칠레에서는 나치의 학살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다. 이집트와 인도는 공식적으로 추모와 연대의 뜻을 전한다.

HHhH에 나온 이야기로는 수많은 예술인들이 작품을 통해 리디체를 알리고 애도하고, 연합군이 투여한 폭탄, 소련군이 쏜 폭탄에 수많은 군인들이 리디체라는 이름을 적는다. 워싱턴에서 해군 보좌관은 "미래 세대가 왜 이번 전쟁에 참여했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리디체의 이야기를 들려줄 겁니다"라는 발표를 한다.

즉 체코를 위협하려던 나치 그리고 히틀러는 정치가 아니라 광기를 드러냈고 이 사건으로 그해 말쯤에는 그간 공들여 쌓고 있던 나치의 선전전을 믿는 사람은 세상에서 거의 사라진다. 나치는 광기에 휩싸인 인류의 적이 된다.

즉 이 사건은 리디체의 비극임과 동시에 나치의 만행을 세상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리디체에는 희생을 추모하는 이런 동상이 있다. 이 82명의 아이들은(소년 40명, 소녀 42명) 1942년 여름 폴란드의 헤움노 데스 캠프에서 살해된 1~16세의 아이들이다.

전쟁이 끝난 후에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여성 153명과 아이 17명이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위에서 말한 리디체 쉘 라이브 펀드에서 모은 기금으로 마을은 1949년에 원래의 자리에 복구가 되었다.

20161216

시리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반군의 알레포 철수가 계속되고 있다. 이 전쟁의 안타까운 점은 누가 이겨도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거고 그 와중에 그냥 가만히 평화를 누리며 살고 싶은 시민들이 계속 죽어간다는 거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평화가 와도 그 다음엔 기근이 기다리고 있다. 참고 : 기후 변화가 시리아 사태에 미치는 영향(링크). 즉 어느 날 갑자기 평화와 사회 재반 시설의 확보가 동시에 이뤄져야 이 모든 게 멈추고 시리아에서 이유도 없이 죽는 사람들이 사라진다. 그런데... 여기에 수니파와 시아파 등 종교, 서방-러시아의 대립, 이란-사우디-터키의 대립...이 껴 있기 때문에 그런 평화가 와도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여튼 최근 상황에 대해 참고할 만한 기사로 인디펜던트 지에 실린 '우리가 지금까지 본 뉴스는 가짜다'(민중의 소리에 번역본이 올라와 있다 - 링크), 시리아를 교두보로 중동에 대한 영향력 확보에 성공하고 있는 러시아(링크)가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현재 싸우고 있는 건 독재자의 정부군(러시아가 협력중) / 자유 시리아 등 반군(서방 및 미국이 지원) / IS / 쿠르드 / 그 외 등등이 있다. 2011년에 전쟁이 시작된 이후 다들 한 번씩은 승기를 잡아 봤는데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이후 정부군이 대탈환에 성공하고 있다. 그 중 중요한 지역이 올해 내내 공세를 하던 알레포고 지금 시리아 반군이 철수를 합의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세력들 중 전쟁을 끝낼 만한 힘이 있는 곳은 없다.

평범한 전통 마인드로 보자면 미국이 개입해 있는 반군이 이기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더 큰 문제가 몇 가지 있다. 미국은 표면적으로 IS 등 테러 조직 척결, 기본적으로 러시아 견제를 위해 이 전쟁에 들어가 있는데 결정적으로 시리아는 세속적이긴 해도 이슬람 국가고 게다가 반미 정서가 상당하다는 거다. 자유 시리아라고 딱히 좋은 것도 없는 세력이고 마찬가지로 가스 폭탄 등 이상한 짓을 잔뜩 하고 있다.

이번 알레포만 봐도 반군은 의약품과 물자가 없다고 원조를 바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냈는데 정부군이 알레포 점령한 후 창고에 잔뜩 쌓여있는 원조 약품 등을 발견했다. 물론 세가지 세력이 다 미디어 이용을 무척 잘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믿기엔 곤란하다. 여튼 미국은 온건한 자유 세력에 원조를 하겠다고 했고 그래서 자유 시리아를 골랐지만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시리아에 그런 건 없다.

이 전쟁은 민주주의 vs 독재자의 구도에서 이미 엄청나게 멀어졌고 전쟁이 계속되면서 시리아라는 복잡한 나라 - 그 주변 나라들까지 - 가 가지고 있는 모든 모순점이 다 튀어 나와 그냥 모두가 모두를 무찌르고 자기가 원하는 모습의 나라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게다가 자신이 원하는 나라 같은 건 얽혀 있는 주변국이 너무 많아서 - 터키, 이스라엘 크게는 세계 속의 아랍과 중동 그 자체 - 현 상태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이 담겨진 뉴스는 이거(링크). 프랑스와 러시아가 낸 유엔 결의안이 모두 부결되었다는 내용인데 프랑스가 낸 초안은 알레포 반군 지역에 대한 정부군 + 러시아의 폭격을 중단하라는 거였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이 참여한 투표에서 11국이 찬성, 러시아와 베네수엘라가 반대, 중국과 앙골라가 기권했다.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통과되지 못했다.

그리고. 트럼프와 러시아의 관계가 의심스러운데 이에 따라 미국이 반군 지원을 그만둘 가능성이 높다. 참고(링크). 러시아 쪽에서는 반군이 화학 무기를 쓴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화학 무기는 정부군도, IS도 쓰고 있는 게 거의 확실하다.



과연 이 전쟁이 어떻게 정리가 될 수 있을까. 나 같은 사람은 전혀 모르겠고 부디 똑똑한 분들이 혜안을 내놓으며 어떻게 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이 전쟁에 대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진행 사항을 쳐다보고 있는 게 핵심이다. 아무도 관심 없는 전쟁엔 아무도 눈에 띄게 나서려 하지 않는 법이고 그 동안 애꿎은 사람들만 계속 죽어간다.

최약자인 여성과 어린 아이의 관점에서 뭐가 그나마 생존률이 높을까.. 따져 보자면 그나마 아사드의 승리 -> IS를 비롯한 근본주의자, 원리주의자를 몰아내고 기존의 세속적 질서 유지(원래 이슬람 중심의 자유 종교 국가였다) -> 아사드가 약속한 새 대통령 선거를 실시 -> 미국, 러시아, 서방 국가의 질서 유지를 담보로 한 원조... 정도가 아닐까 싶다. 모두 다 너무나 어렵지만 이런 단계를 성공적으로 거치면 괜찮아 질 수도 있지 않을까.

20161215

스텐 마크 투

하이드리히 암살 사건에서 가장 황당한, 슬픈, 웃기는 부분은 스텐 기관단총이다. 게슈타포를 총지휘하고 유대인 총학살 계획을 감독했고 체코에서 말 안 듣는 이들은 다 총살하고 레지스탕스를 궤멸로 몰아간 하이드리히가 총독으로 와 있던 체코슬로바키아에 영국과 해외의 체코 망명 정부에서 훈련을 시키고 보낸 두 명의 암살자가 갖은 고난 끝에 드디어 커브길에서 하이드리히의 메르세데스와 마주친다. 커브를 틀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차 앞에 두 명의 요원 중 한 명 가브체크가 기관총을 겨누고 격발을 한다. 하지만 총이 발사되지 않는다.


이 거지 같은 총이 문제를 일으킨 거다. STEN Mk II. 이름은 이 총을 디자인한 영국의 레지널드 쉐퍼드(S) 소령과 해롤드 터핀(T) 그리고 왕립 소화기 공장이 있는 엔필드(EN)에서 나왔다. 구조가 굉장히 간단해 차칫 잘못하면 계속 발사가 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저 순간에는 아예 발사가 되지 않았다.

마크 2는 문제가 너무 많았던 마크 1의 개량판으로 가장 많이 생산되었고 2차 대전 때 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국 전쟁에 참전한 영국군도 스텐(2차 대전 이후 사용된 건 Mk V라고 한다)을 들고 왔다. 여튼 영국제란 역시...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작전은 하이드리히가 죽었으니 결론적으로 성공했지만 나치의 피의 보복으로 13,000명이 살해당한다. 여기에 들어 있는 게 잘 알려진 나치가 리디체 마을과 레자키 마을을 완전히 파괴한 사건이다. 처칠은 이에 분노해 독일 마을 6개를 폭격하자고 했지만 보복을 두려워한 연합군 측이 반대한다.

이렇게 모든 게 종전 뒤로 미뤄지고 이 암살의 성공은 영국과 프랑스의 뮌헨 협정이 파기되고 나중에 수데티 산맥을 체코슬로바키아 영토로 해서 폴란드와 국경이 그어지게 된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할되면서 이쪽은 체코 땅이 된다. 즉 체코인 13,000명이 죽은 이 사건 덕분에 지금 국경의 초석이 만들어 진 거다. 그렇다... 전쟁이란 이런 것이다.


소설에 의하면 약간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는데 하이드리히는 다른 요원 쿠비시가 던진 폭탄에 파편을 맞았고 이후 일주일 있다가 사망한다. 그런데 몸 속에 폭탄 파편, 자동차 파편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 같은 게 잔뜩 박혔는데 메르세데스 가죽 소파를 채운 말총이었다고 한다. 메르세데스는 이후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요새는 뭐 말총을 넣을리야 없겠지만.

HHhH

제목인 HHhH는 히믈러의 두뇌는 하이드리히라는 의미다. 이 책은 역사 소설이지만 역사 소설이 아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역사 소설을 쓰려는 사람이 수집한 역사 자료를 산처럼 쌓아 놓고 그 속에서 소설을 써간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소설을 쓰려는 주인공이 자료를 구하고 쌓아 놓고 뒤적거리며 머리 속으로 장면을 상상하고 중얼거리는 걸 받아 적은 이야기다. 주인공인 소설가까지 픽션인가 아닌가 찾아봤는데 기본적으로 논픽션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논픽션인지 알 수는 없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이 분이 소설을 쓰는 "전문가"가 아님이 느껴진다(데뷔작이다). 자료의 홍수 속에서 쓸지 말지 고민하고 버리는 아이템을 아쉬워하며 그 자체로 살짝 써먹는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역사적 사실이자 작품으로도 여러 번 다뤄진 소재가 조금은 신선하게 흘러간다. 즉 커다란 사건 뒤에 존재하는 복잡한 이야기들에 대해 각주를 붙이 듯 종종 깊게 파들어가기 때문에 배경의 이해가 용이하다. 소설 자체의 완성도라면 몰라도 분명 효율적이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타입의 생동감이 있다.

이렇게만 전개되었으면 그렇구나... 할텐데 막판에 이르러 이 책은 다큐멘터리에서 소설로 완연하게 완성된다. 앞뒤의 약간 다른 전개 방식에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어쨌든 이건 역사책이 아니라 소설이므로 그런 점에서 보자면 꽤 괜찮은 전략이다.

내용 중간에 꽤 비싼 레어 아이템을 놓고 책에 참고할 내용이 있을지 고민하며 살까 말까 고민하는 장면이 있는데(결국 구입한다) 비슷한 개인적인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왠지 이 주인공도 사정이 고만고만하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이 소설은 2010년에 공쿠르 최우수 신인상을 받았고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영화화도 되었다. 이제는 아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지 싶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알베르트 슈페어의 기억"이었기 때문에 결국 히틀러가 신임 했던 대단히 다른 두 명의 인간 슈페어와 하이드리히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이상한 연말이 아닌가라고 생각해 보면 확실히 이상하긴 하다.

20161214

유덴라트

제국주의 국가, 독재자 등이 점령 지역을 다스릴 때 하나하나 손을 대다가는 끝이 없다. 그러므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피지배자들을 둘로 갈라 한 쪽이 한 쪽을 통제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피지배층 중 소수의 특권 계층을 형성하고(큰 대가가 없어도 주변에 비해 호의, 안락, 생존 정도면 충분하다) 그들이 나머지를 억압한다. 이는 또한 불만이 생겼을 때 지배 국가나 독재자로 향하지 않고 그 특권 계층을 향하게 된다는 이점도 있다. 문제가 커지면 그때야 제일 높은 곳에서 나서며 둘 다 잘못... 이러면 된다. 이런 방식은 특권층과 적극적인 반대층 사이에 있는 중립적인 사람들에게 자기 검열을 하도록 만드는 기재가 될 수도 있다.

이 사례는 무수하게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예컨대 가까이는 한국에서 노동 운동을 억압할 때 쓰던 구사대 - 노조를 들 수 있다. 이건 전문 컨설팅 업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지금도 있다. 사측 입장에서 보자면 효과적인 수단이다. 또 국내의 정치적 산물인 지역 대립 구도도 마찬가지다. 요즘 청년층 - 노년층을 나눠 서로에 신경질을 내게 만드는 것도 크게 봐서는 비슷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보수 여당은 무식한 척을 하면서 정치 혐오를 만들고 동시에 청년 - 노년의 갈등을 부각한다.


여튼 이 방면으로 유명한 게 유덴라트다. 하이드리히는 원래 유대인을 게토 지역으로 모는 걸 반대했는데 그 이유는 모여 있으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통제가 불가능하고 반란의 불씨가 생겨날 수도 있으므로 도시에 흩어져 살고 독일인이 감시하게 하자... 는 거였다.

이게 나치가 폴란드를 점령한 후 폴란드 유대인 관리에 있어서 방식을 조금 바꾸게 되는데 아이히만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간단한데 유대인을 도심의 게토에 몰아 살게 하고 유덴라트라는 유대인 의원회를 구성한다. 1만명을 기준으로 1만명 이하는 12인, 1만명 이상은 24인으로 유대인 공동체 안에서 권위를 가지고 있는 유대인 남성으로 위원회를 만들고 독일인 시장의 관리 하에 뒀다.

권위는 있지만 독일어 가능자 우선, 사회주의자 배제, 반 나치주의자는 물론 배제, 이익이 생기므로 사업가들이 많이 참여했으므로 자연적으로 친 나치적 위원회가 만들어진다. 이 안에서 치안은 물론이고 복지, 수도, 직업 알선 등도 전담했다. 이후 점령한 네덜란드 지역에서도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이렇게 몇 년을 지속하다가 피지배 유대인에게 비난을 받고, 수용소로 방침을 바꾸면서 위원회에서도 반대를 했기 때문에 처형하고 사라졌다. 전쟁이 끝난 후 평의회 의원 중 몇 명은 나치 부역 혐의로 고발되었다.

일제의 경우 지방에서 서원을 활용했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여튼 인간의 가장 나약한 측면을 이용한 통치 방법 중 하나로 시민이 살 길은 연대 밖에 없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안정된 루틴

1. 춥다. 너무 춥다. 12월 들어선 이후 안 추운 순간이 없는 거 같다. 과하게 따뜻하게 입고 다녀야 겠다.

2. 고독한 미식가 시즌 5를 다 봤다. 잠자기 전에 보는데 역시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시리즈다. 30분 정도 밖에 안되지만 맨 앞 인트로 보고, 일 하는 장면 건너 뛰고, 식당 생긴 거 보고, 먹는 거 뭐 시키는 지 보고, 음식 나오는 거 보고, 먹는 거 건너 뛰고, 다 먹고 나오는 걸 본다. "먹는 거 건너 뛰고"를 챙겨 보는 경우는 나오는 메뉴가 평소에 어떻게 먹는 건지 궁금했을 때다.

뭐 아무렴 어때라고 생각하지만... 예전에 처음 마구로 동을 먹었을 때 밥 위에 참치가 올려져 있고 그 위에 와사비 조각이 얹어져 있는 걸 보고 대체 이걸 어떤 식으로 먹어야 하는 걸까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대충 안다. 고독한 미식가 덕분이다.

3. 미식가를 다 보고 나서 소문의 프듀101을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아마츄어 + 오디션은 보지 않는데, 어쨌든 이걸 한 번은 봐야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다 싶어서 언젠가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올해가 넘어가기 전에...

여튼 여기 나온 100여명의 출연자 중 많은 이들이 표준 계약에 따라 앞으로 7~8년 정도 이 바닥을 끌고 나갈 가능성이 높은 건 분명하다.

처음 5분을 봤는데... 초반에 장근석은 소문대로 정말 굉장했다. 정말 적확한 캐스팅이다. 이후 첫 등장이 DSP의 윤채경, 조시윤이다. 인서트 장면으로 카라의 영지가 잠깐 나와 응원한다. 이어서 김도연과 최유정이 속해 있는 판타지오 연습생들이 우르르 들어오는데 들어 오다가 최유정이 무대에 걸려 넘어진다. 

여기까지 보고 아 이거 밀도가 너무 높다...는 생각에 꺼버렸다. 많은 등장인물을 알고 있고, 결과를 알고 있고, 유명한 에피소드를 알고 있다. 그러므로 디테일만 보게 된다... 이거 아무래도 보기 힘들 거 같은데 -_-

4. 극히 안정된 생활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09시에 집에서 나서고 22시에 집에 들어온다. 몇 년째 1130 - 1700에 먹던 식사는 1230-1815로 바꿨다. 저녁을 일찍 먹으니 자꾸 밤에 뭘 먹게 되는 거 같아 조금 조정했다. 그리고 혼자서 떡볶이는 먹지 않는다(안 그러면 너무 자주 먹게 된다), 뭔가 일 하나를 끝내면 선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아무 때나 먹으면 매일 먹을 태세다)는 원칙을 정해 저번 달 부터 지키고 있다. 그랬더니 밤에 치킨을 먹게 되었다. 치킨은 비싸니까... 그만 먹어야지.

20161212

21세기

지지 하디드가 고등학교 때 배구를 했다는 걸 보고 검색을 해보다가 가족 관계를 보게 되었다. 우선 어머니가 학창 생활은 평범하게 보내라고 해서 말리부 고등학교를 다닐 때 배구 선수를 했었다고 한다. 평범할 수 없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2세에 베이비 게스 모델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재밌는 점은 게스 모델로 발탁한 게 폴 마르시아노라고. 대체 2세의 아이에게서 뭘 봤길래!

여튼 배구는 꽤 잘했는지 우측 공격수로 활동했고 주장도 했다. 지역 신문 말리부 타임스에서 당시 경기 등의 기사를 찾을 수 있는데 지지 하디드(와 몇 명)이 배구부에 들어오면서 활약이 꽤 좋았는지 배구부의 밝은 미래와 기대에 대한 전망을 볼 수 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배구와 모델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모델로 갔다.

95년 4월 생이니까 나이를 가늠해 보자면 AOA의 설현, 에이핑크의 남주와 동갑이다. 뭐 신인은 넘었고 최전선의 아이돌 나이대...라고 보면 될 듯.


- 아버지는 모하메드 하디드라고 팔레스타인 계 부동산 갑부. 특이한 점은 43세였던 1992년에 요르단 스피드 스키 대표로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에 참가했다는 거.

어머니는 욜란다 하디드라고 모델이었다. 네덜란드 출생이라 원래 이름은 욜란다 반 덴 하릭.

이 둘이 결혼해서 자녀로 지지 하디드와 벨라 하디드가 있다.


- 욜란다 하디드는 이혼하고 뮤지션 데이빗 포스터와 결혼한다. 그리고 이 시절 "비버리힐스의 하우스와이브"라는 리얼리티 쇼로 유명해졌다. 자녀는 없고 이후 이혼.


- 데이빗 포스터도 결혼을 여러 번 했는데 비제이 쿡, 레베카 다이어, 린다 톰슨, 욜란다 하디드. 이 중 주목할 만한 분은 린다 톰슨이다.

- 린다 톰슨은 뮤지션이자 배우다. 미인 대회에도 나가서 1972년 미스 테네시였다. 이 당시 엘비스 프레슬리와 염문이 있었다. 이 분은 결혼을 두 번 했는데 80년대에는 브루스 제너와 살았고 90년대에는 데이빗 포스터와 살았다.


- 브루스 제너 이야기는 유명한데 크리스티 크라운오버, 린다 톰슨, 크리스 카다시안 이렇게 세 번 결혼을 했다. 크리스티 크라운오버와의 사이에서 버튼 제너와 카산드라 마리노, 린다 톰슨과 사이에서 브랜든 제너와 브로디 제너, 크리스 카다시안과 사이에서 카일리 제너와 켄달 제너가 태어났다. 이후 브루스 제너는 케이틀린 제너가 되었다.


- 크리스 카다시안은 결혼을 두 번 했는데 로버트 카다시안, 브루스 제너다. 로버트 카다시안과 사이에서 태어난 게 커트니 카다시안, 킴 카다시안, 클로에 카다시안이다.


여기까지 나온 사람을 보면 셀레브리티 비중이 굉장히 높다. 지지 하디드와 켄달 제너는 오랜 친구 사이로 유명한데 위에서 보듯 가계도를 따라 가다 보면 만나게 되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켄달 제너 아버지의 전 부인 = 지지 하디드 새 아버지의 전 부인.

이걸 보면서 느끼는 게 여러가지 있는데 1) 뭔가 미국의 유명인들은 이런 식으로 광의의 한 가족이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2) 켄달과 지지의 관계는 개념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해는 가는데 실제로 어떤 기분일지는 잘 모르겠다. 하하하!에 가까울까 오오!에 가까울까.


앞으로 10년 쯤 지나면 이 가계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20161211

생존

미사리 아저씨들 특유의 권위 의식을 피해 다니다 보니 세상이 다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고 계속 도망치다 보니 결국 여기까지 왔다. 속이 터지거나 홧병으로 죽는 것과 굶어 죽는 것 중에 뒤쪽이 마음이라도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여튼 밀리고 밀리는 와중에 어떻게 패션에 관한 이런 저런 글을 쓰고 있다. 뭐 생계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단 생존을 하고 있다.

올해 1년을 거치면서, 아니 최근 몇 년을 거치면서 여러 이야기를 썼고, 어딘가를 통해 여러 사람이 봤겠지만(아마도), 하려는 이야기는 인기도 없고 인류는 커녕 주변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의욕이 자꾸 줄어든다. 무슨 이야기를 듣고 "아, 이런 걸 써야지!" 하는 생각들이 자꾸 희미해진다. 아주 오래 전 패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었고, 지금 하는 일은 패션에 대한 글을 쓰는 거 밖에 없게 되었는데 에너지가 넘치질 않는다. 좋지 않다.

20161204

9일이 다가오고 있다

비박 소위 새누리 비주류 분들은 매우 고민이 많을 요즘이다. 나같은 사람과는 비교가 안되게 똑똑하신 분들이지만 이럴 때일 수록 쉽게 생각하시라는 생각을 담아 잠깐 이야기를 해 본다.

여튼 현대사에서 9일은 두고두고 이야기 될 매우 중요한 지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분명 대중의 분노는 이렇게 계속 가지는 않을거다. 속도가 문제지 확실하게 사그라든다. 세상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정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코 앞에 떨어져 있는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게다가 겨울은 춥다.

하지만 비록 시민들의 기억력에 한계가 있다고 해도 그럴수록 기억은 점차 간단한 이분법 하에 놓이게 된다. 나쁜 사람, 나쁘지 않은 사람 두 가지다. 세세한 건 잊어버릴 지 몰라도 아주 나쁜 것, 아주 어처구니 없는 건 명확하게 각인이 되고 날 속인 그 사람들 이라는 이미지는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꼭 정의의 편이 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자진해서 악의 앞잡이가 될 필요는 더욱 없다. 덜 나쁜 것과 더 나쁜 게 있다면 당연히 더 나쁜 것, 복구가 어려운 걸 피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두 가지 목표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우선은 재선이고 그 다음은 여당이 되는 거다. 대통령 선거는 이 풍랑 속에서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멀어봤자 아직 지금의 기억이 보다 선명한 1년 후고 그보다 더 빠를 가능성이 높다. 총선은 3년 후다. 3년이면 먼 훗날 같지만 그게 그렇지만도 않다. 둘 중에 하나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한다면 당연히 후자, 여당이 되는 거다. 게다가 아직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지금 선을 잘 그어놓으면 분명 유의미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혹시 이게 잘 안 풀리더라도 재선이 되면 또 다음 기회는 계속 남는다.

이번 대통령의 실정은 사이즈와 스케일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박대통령 신화를 재조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덕분에 지금 얻고 있던 우월한 포인트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역 특유의 보수적인 성격이 어딜 가지는 않는다. 그런 분들이 3년 후에도 박통의 후광을 떠올릴 지 이 어처구니가 없는 비상식적 실정 속에서 앞으로 3년 간 정신을 차리고 지역을 챙기는 분들을 떠올릴 지는 잘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게다가 지금 시점에서 여당 주류파를 따라간다고 과연 그 득이 올지도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어차피 이 혼동의 와중에 그들에게 배신자 낙인이 찍힌 건 어쩔 수 없다. 지금 주류가 계속 주류로 남는다면 다음 대통령 선거 그 다음 총선에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건 분명하다. 지금 사건에서 보듯 그들은 비상식적이고 무자비한 방식으로 장애물들을 쳐낸다.

그리고 만약 내가 그 주류파 중 하나라면 때릴대로 때려놓고 잘 안될 거 같으니 사실은 내 편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절대 챙기지 않을 거다.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비록 비주류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여당이다. 밀어내고 헤게모니를 차지할 기회라면 바로 지금이다. 비상식을 막아 낸, 어처구니 없는 실정을 막아내 지역과 국가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준 여당 의원으로 지역에서는 기억할 거다. 3차 담화를 보면서 느꼈겠지만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물론 거기엔 지금부터 3년이 더 중요하겠지만 첫 자리를 잘 잡아놔야 한다.

어쨌든 적어도 더 나쁜 걸 선택해 자신의 미래를 더 불투명한 곳에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9일 탄핵안 의결에 표를 던지는 게 아주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분명히 3년 간 더 많은 걸 해볼 수 있는, 자기가 왜 그랬는지를 투표권자들에게 분명하게 이야기하며 더 튼튼한 자신의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우위점이 주어질 거다.

뭐 이런 거 다들 너무나 잘 아실테니 이쯤으로.

20161201

시위의 방향

1) 대통령 물러나라

-> 안 물러나고 버팀
-> 시민이 끌어내릴 수 있는 법적 절차가 없음. 혁명 밖에 없는데 바람직하지도 않고 불가능
-> 물러나게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지는 곳 : 국회
-> 국회를 압박


2) 대통령을 감옥으로

-> 사법부의 판단에 맡김.
사법부는 법에 기반해 판단을 내리는 곳. 그러므로 사법부에 대해 시위를 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함. 특히 사법부가 법의 기준을 여론에 기반해 자의적으로 적용하면 사회에 개입하는 정도가 늘어나고 이런 식으로 투표 없이 구성되어 있는 사법부에 적극적인 힘을 만들어 주는 건 좋을 게 없음
-> 판단의 기반이 되는 법을 만드는 곳 : 국회
->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압박
-> 기준이 되는 법에 위배되는 판결을 사법부가 내림 : 역시 법적 절차에 의한 징계 필요


시민이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도, 헌법의 범위 안에서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곳도 결국은 국회임. 길게는 선거, 짧게는 여론 압박.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결국 어제 뉴스에 나왔던 "지역 지지 계층의 여론"(링크)이 이 모든 일의 출발점이 된다. 어영부영 망설이며 이것 저것 따지는 동안 지역 여론 쪽에서는 반동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비박은 이제 탄핵 생각이 없음으로 흘러가고, 의결이 불가능해 보이니까 국민의당도 그렇게 움직인다.

심지어 이 사이트 같은 변방의 시시한 곳에서도 탄핵 이야기를 한 게 11월 9일이고 문 대표 왜 망설이는지 모르겠다고 한 게 11월 17일인데 지금이 12월 1일이다. 범죄자에 대한 예절과 예우를 핑계로 한 계산기 두드리기는 결국 이렇게 반동의 빌미만 준다.

그러든 말든 대의의 길, 옳은 길을 간다고? 탄핵 같은 거야말로 정치고, 고도의 테크닉과 정략이 필요한 장이다. 역풍이 어쩌고 하면서 계산기 두드렸던 거 빤히 아는데 좋은 방법 다 던지고 이제 와서 고난의 길을 함께 가자고 외치는 거야 말로 자가당착이고 현실 외면이다.

당장 절실히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열매는 점점 멀어져 가고 시민들은 지쳐가며 세상은 원래 이런 거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절망만 더욱 커진다. 눈 앞의 고통을 외면하는 건 결코 대의의 정치가 될 수 없다. 여튼 이제 완전 혼돈과 절망의 정국임.

20161129

빻은 소리

쓸데없이 적개심에만 가득 차 가지고 자기가 무슨 소리하는 지도 모르고 헛소리만 계속 해대면 뭐해. 빻은 소리하는데 남녀 있나. 누가 하든 멍청한 소리는 그냥 계속 멍청한 소리일 뿐. 근데 왜 블락하고 뮤트해 놔도 계속 보이지... -_-

20161127

잘 모르겠는 거 몇 가지

1. 난 왜 걸그룹 노래만 듣는가. 사실 그건 아니고 예컨대 최근에 나온 비투비, BAP, B1A4도 듣는다. 보통은 체크 정도지만... 비투비는 좀 더 듣게 될 거다. 인피니트도 음반이 나오면 듣는데 ㅅㄱ 뭔가 짜증나서 요새는 잘 안 듣는다. 스엠 쪽 보이 그룹은 그 이상한 바이브 때문에 듣기가 무척 어렵고(근데 이건 스엠 걸 그룹도 마찬가지다. SES > 소시 > 에펙 > 레벨 순으로 듣기가 어려움... 이상한 바이브가 사라져 가는 게 모종의 발전이라고 여긴다) 대체적으로 좀 직선적인 곡을 좋아하는 거 같다. 근데 이거 다 지하철에서만 듣는다. 집에서는 딴 거 들음.

그렇다고 해도 하는 이야기는 걸그룹에 편중되어 있는데...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응원의 측면이 크다.


2. 이번에 CC(이 역시 논란이 있는... 요새 하는 일 마다...)에 걸그룹 의상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적었는데 하도 예전에 쓴 거라 상황이 아주 같진 않다. 그 이야기를 미리 해 본다. 어쨌든 거기서 하는 이야기는 표준 계약 7년 제도가 만들어 내는 의상과 그룹 콘셉트의 변화상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에 청순 / 발랄로 시작해서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져 가며 탑 티어가 꽉 차고 이후 그걸 이기기 위해 섹시 그룹이 대거 등장한다. 그렇게 하다가 예전 그룹들이 정리되고 다시 새 텀이 시작되면서 청순 / 발랄이 대거 등장한다...

사실 이게 1턴 밖에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7년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예상이 어렵다. 지금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를 수도 있다. 여튼 지금과 같다면 지금 청순 / 발랄의 경쟁이 치열해져 가면 그 틈을 노리고 섹시 그룹이 등장할 거다. 베리굿 같은 경우 그 지점을 노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걸 하기에 내년은 좀 이르다.

이렇게 1, 2년 사이로 비슷한 그룹이 계약을 맺고 우르르 데뷔하는데 2007~2009년에 그랬다. 2014~2016 마찬가지로 우르르 데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빈틈이 생긴다. 바로 2013년이다. 2013년에 데뷔한 팀 중 그래도 관심이 좀 있는 분들은 레이디스 코드와 베스티, 와썹 정도 알겠지 싶다. 레코는 비극의 주인공이지만 다행히 극복하고 있다.

레코 외에는 소위 탑 티어는 커녕 뭐 전국구 급으로 올라간 팀도 하나도 안 보인다. 기존 대세 걸 그룹과 섹시 컨셉트가 섞여있는 와중이라 그렇다. 그 순간 청순 / 발랄을 준비하는 팀들은 연습실에서 쉼 없이 연습하고 있었다.

즉 데뷔 타이밍은 꽤나 운이다.

앞으로 7년이 뭔가 바뀐다면... 이번 텀에서 약간 달라진 부분을 찾아야 한다. 우선 걸그룹 팬덤이다. 전통적으로 약하고 구매력도 없다고 소문 난 걸그룹 팬덤이지만 베이비 카라로 입문한 소수의 분들, 식스틴으로 입문한 소수의 분들 그리고 프로듀스 101으로 입문한 다수의 분들이 있다. 그룹 멤버 전체가 각자의 팬덤을 가지고 있고, 멤버와 팬 간에 울고 웃었던 사연이 있고, 그렇게 만들어 놓은 연예인이니 상당히 강력하게 움직인다. 이건 멤버 개개인에게 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는 콘서트의 증가다. 예전에는 콘서트 하면 펜싱 경기장이나 생각했고 그거 못 채우면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예전에 씨스타가 콘서트를 할려다가 취소한 적이 있는데 아마 못 채울 때 나오는 비난과 조롱 같을 걸 참기 어려웠을 거다. 여튼 그 이후로 콘서트 측면에서는 암흑기였고 그러므로 음원 판매 - 방송 출연 - 행사 루틴을 유지했다.

이건 방송에 대한 의존도를 너무 높이는 문제가 있고 방송에서는 여지없이 걸그룹 멤버를 한 명의 프로 음악인이 아니라 여자 아이로 소비한다. 뭐 사실  꽤나 여러가지가 얽혀 있는데...아저씨들이 잔뜩 있는 곳에 걸그룹 멤버가 한 두 명 끼면 누가 적극적으로 방향을 중재하지 않는 한 그런 식이 되기 쉽다. 그런 점에서 영웅호걸이나 청춘불패가 중요했는데 이제 그런 건 나오기가 좀 어렵다. 새 그룹이 많이 등장했으므로 나오면 물론 좋겠다.

하지만 에이핑크의 콘서트 성공 이후 뭐 쟤들도 하는데...라는 생각 덕분인지 많은 그룹들이 콘서트 무대로 나아가고 있다. 딱 맞는 작은 곳에서 하면 되는 거다. 처음에는 좀 좁은 데서 하다가 악스홀, 장충 체육관, 올림픽 홀 이렇게 나아가면 된다.

이렇게 가면 레귤러 방송이 몇개인지, CF를 몇 개 찍었는지 보다 어느 정도 규모에서 콘서트를 할 수 있는지가 걸그룹 발전의 척도가 될 수 있다. 방송 의존도를 줄이고 하고 싶은 음악을 보고 싶은 팬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 팬덤이 생기면 음반이 생기고 투어는 안정적인 수입을 만든다.

물론 AKB 같은 게 나올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하는데.. 나올 거 같긴 하는데 나오는 거에는 부정적이다.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지역별 단체가 거의 모든 지역 행사를 빨아들여 버린다. 거기에 들어가지 않으면 길이 몇 개 남아있질 않은 거다.

여튼 이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보도 채널이 다양해 져야 한다. 보이 그룹 팬들처럼 열성적으로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소문이 나야 하는데 방송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지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시점이다.


3. 전날 쓴 이야기에서 말했듯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아주 작은 변화도 미래를 확확 바꿔놓는다. 과연 뭐가 어떻게 될 지 정말 모르겠다. 대통령은 아마 버틸 거 같은데 미래를 놓고 정치인들이 베팅을 하고 있다. 뭐가 더 나은지 아직 잘 모르겠다. 결론적으로는 제한된 권력의 대통령 제인데 그걸 하는 당사자들이 베팅을 하고 있으므로 저한테 안 좋은 일은 할 리가 없다. 결국 시위와 선거로 위력을 보이는 수 밖에 없다.

20161126

몇 가지 생각을 짧게

1. 광화문 집회는 매주 잠깐이라도 가 보고는 있다. 사실 평화 시위...가 좋긴 하지만 들어야 하는 사람이 듣질 않으면 곤란해 지는 측면이 있다. 폭력적으로 권력을 빼앗을 게 아니라면 그냥 위력을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협상이 필요하다. 몇 번 말했듯 그 대상은 국회일 수 밖에 없다. 여튼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가고 있다.

청와대는 왜 가려고 하는 건지 여전히 모르겠지만 가려는 노력(예컨대 법적 다툼)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정도로 생각이 바뀌었다. 왜냐하면 허가를 하지 않는 이유도 근거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경찰이 마치 인심을 쓰듯 호혜적으로 시위를 허가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 전혀 참을 수 없다. 이건 법률을 개정해서 바꿔야 한다. 무장을 하고 있는 공권력이 시민을 대상으로 그렇게 함부로 힘을 쓸 수 있도록 놔두면 절대 안되고, 시민의 피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제도가 필요하다.

2. 뭐 국격이 떨어졌느니 창피하다느니 이런 건 동의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우연히 태어났지만 어쨌든 여기서 살고 법을 준수하고 세금을 낸다. 광화문에 나가는 이유는 그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누군가 훔쳐갔기 때문이고, 헌법에 의해 합의된 권력을 사익을 위해 엉뚱한 곳에 썼기 때문이다.

3. 정치라는 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살자고 존재하는 거다. 그러므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배제하는 건 불가능하고 옳지도 않다. 다만 범죄가 있다면 처벌해야 하고(여론의 조작, 관제 시위도 포함해) 그 처벌의 수위를 지금보다 훨씬 높여야 한다.

이런 면에서 현 제 1야당 대표의 태도에 아쉬움이 있다. 물론 대의를 쫓을 수 있다. 큰 걸 멀리 바라봐야 하고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건 하지 않는 것도 맞다. 하지만 국회 의원은 기본적으로 정치인이다. 협상을 해야 하고 내줄 것과 내주면 안되는 걸 계산해야 하는 자리다. 시민들이 투표로 뽑은 건 개혁 혁명군도 아니고, 새 세상 건설의 일꾼도 아니고 정치인이다. 협상을 통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협상 그 자체는 음흉한 게 아니다. 협상으로 이상한 걸 얻으려 하니까 음흉해 지는 거다.

물론 협상 자체가 불균형 속에서 이뤄질 수 있다. 그런 불균형을 해소하고 해야할 일을 하라고 사람들이, 특히 진보적이지 않은 사람들마저 지금 모이고 있는 게 아닐까.

4. 그렇다면 해야할 일, 즉 어느 선에서 진정이 될 건가 인데 그 이야기는 이전에 했다.

5. 그리고 지금 하는 계산은 별로 쓸모가 없다는 이야기도 이전에 했다. 매일 상황이 바뀌고 그 변화된 상황에 따라 미래가 바뀌고 있다. 백 투 더 퓨처에서 과거로 간 맥플라이가 뭐 하나 건들면 미래가 확확 바뀌는 것과 같다. 지금 그런 지점에 서 있다.

6. 그것이 알고 싶다를 봤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최태민이라는 사기꾼이 박근혜라는 봉을 잡았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사기는 대를 물리는 직업이 되어서 최순실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 사기가 어떻게 가능했냐 하면 물론 박근혜가 있었기 때문이고 이는 또 박근혜 그리고 박정희에 대한 이상한(이상하다라는 단어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 충성심에서 덕분이다.

이 충성심이 핵심이다. 이게 없으면 박근혜는 애초에 봉이 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최태민은 예컨대 근화보라는 소식지도 만들고 여러 조직과 자금을 동원해 박근혜 더 멀리는 박정희에 대한 충성심을 계속 재생산했다.

결국 이 이야기가 뭐냐면 박정희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바로 이 사기극 유지의 핵심이었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궁극적으로 박정희 그 자체가 종교가 되어야 한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정치권에서도 이 충성심의 재생산이 득표, 기반 유지를 위한 밑거름이 되어 주었으므로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박정희 그 자체가 종교가 되어야 한다. 이건 대기업 집단이 있어야 너도 먹고 산다며 희생을 강요해 더 큰 이익을 누리려는 경제 쪽에서도 비슷하게 작동한다. 위에서 말한 "이상한"이 돌아가는 구조와 방식에 오래도록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런 식이었던 거 같다.

사이비 종교란 대체 무얼까. 특히 이 나라에서 종교란 대체 무얼까.

20161125

피곤함에 익숙해져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건 피곤한 제도다. 모든 종류의 인권 보호 역시 피곤한 제도다. 그럼에도 이걸 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을 케냐 사파리의 동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별 생각없이 행동없이 가만히 있으면 자연스럽게 다 그냥 케냐의 사파리 속으로 들어갈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알다시피 사자만 살아남고 다 죽진 않는다. 톰슨 가젤도 잡초들도 제 역할이 있고 제 살자리가 있다. 그 안에서 균형을 이룬다. 그렇다면 그게 사는 건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피곤함에 익숙해 져야 하는 거다.

아주 예전에 이 이야기를 자주 썼던 거 같은데 요새는 하지 않았다. 의미가 없다기 보다는 저런 것도 못 알아듣는 인간들은 버리고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좀 잘못된 생각이다.

무엇보다 버리고 간다는 말은 위험하다. 요새 히틀러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기 때문인지 더 그런 생각이 든다. 파시즘이 무서운 이유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그대로 써먹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위험한 이유가 인간의 동물적 본성을 그대로 써먹기 때문인 것과 비슷하게 위험하다. 이렇듯 위험한 이념들은 그냥 가만히 두면 흘러가는 곳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토록 강력한 파워를 가지는 거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 인류는 오래도록 그렇게 열심히 싸워오고 있는 거다.

하지만 물론 이건 일종의 레토릭이다. 버린다기 보다는... 배제하고 경멸하고 도태시키자는 쪽에 좀 더 가깝다. 그렇지만 이건 또한 예컨대 제도화된 공산주의와 비슷한 위험을 가지고 있다. 끊임없이 검열을 하고, 자기 비판을 한다. 이걸 혼자서 하면 몰라도 제도가 되면 형식에 힘이 생기고 교조주의가 되어가며 사람을 잡아 먹는다.

그러므로 유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유토리는 경험이 쌓이며 제도를 만들어 낼 때 형성된다. 하지만 누누히 말했듯 우리의 형식 민주주의는 우리가 만든 게 아니라 씌워진 거다. 그런 제도 뿐만 아니라 사소한 것까지 그렇다. 초등학교는 왜 6년인가. 자동차는 왜 도로의 오른쪽으로 달리나. 거기에 무슨 연유가 있고 이유가 있나. 아무도 모른다.

참고로 심심해서 예전에 찾아본 적이 있는데 초등학교는 일본에서 메이지 유신 전에 4년이었다가 1907년에 6년이 되었다. 1909년에 조선에 일본 교육령이 적용되면서 여기도 6년이 되었다. 왜 그럼 일본은 6년이냐 하면 미국의 6-3-3 제도를 따라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6-3-3이냐 하면 별 이유없고 12진법 따라 12년 정도가 좋지 않을까? 한 다음에 그걸 반으로 나누고 어려운 6년 쪽은 또 반으로 나눈 거다. 그래서 6-3-3이다. 웃기는 거 같은 데 그렇다.

하지만 이건 성취도나 성장 과정 같은 걸 고려한 게 아니기 때문에 요새는 미국에서도 그렇게 하는 곳은 잘 없고 나름의 교육 체계들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또한 20세 성인, 18세 성인 같은 것 임의의 선이 각 나라마다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교육 제도가 만들어 질 거다.

여튼 교육 제도 같은 것도 이런 식으로 차곡차곡 나아간다. 민주주의라는 건 훨씬 더 복잡하고 인권 감수성의 문제는 더더욱 복잡하다.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다. 왜 그렇게 피곤한 걸 해야 하냐고 물으면 답이야 뭐 간단하다. 그게 더 낫기 때문이다. 몸과 정신이 하는 일이 다 그렇듯 버릇이 되면 덜 피곤할 거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행동해도 피곤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마 첫번째 도달점이 아닐까.

20161122

극복

어제 새벽에 경력을 위해 SNS를 하지 마라는 글을 봤는데... 거기에 보면 SNS가 아니더라도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온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열심히 했지만 기회가 오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열심히 살면 가난을 극복하거나 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이 전 대통령을 떠올려 보면 된다) 열심히 살았지만 가난을 극복하지 못하거나 다른 많은 것들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지 못한다.

또한 삶에는 가치가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자 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마찬가지로 열심히 살았지만 그 어떤 것도 극복하지 못하고 운명의 고리 속에 허덕이다가 결국 세상을 버린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지 못한다.

비관적일까? 뭐 그렇다고 그런 말을 하지 말자는 건 아니고. 열심히 살자고 해서 나쁠 거 있나. 그저 자기가 챙길 것도 아니면서 애꿎은 사람들을 소환하지는 말자는 거다. 그냥 저 분이 난 SNS 안하고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했는데 다행히 잘 됐다고 말하면 누가 뭐래냐.

기억

1.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거 같고 그래서 현재 심한 두통이 있다. 하지만 이 둘의 연관에 대해선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소화 불량으로 두통이 생긴다고 생각하지만(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은 편두통 때문에 소화가 안된다고 느끼는 게 맞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두 경우 즉각적인 대책이 좀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즉 소화 불량 -> 두통이라면 소화를 시켜서 두통을 없애야 하고 / 두통 -> 소화 불량이라면 두통을 가라앉혀서 소화 불량을 없애야 한다. 여튼 둘 다 했는데 좀 전에 나가서 좀 걸었고(매우 추웠다), 편의점에서 가스 명수를 마셨고, 집에 들어와서 애드빌을 먹었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 밖에서 들어오는데 불이 다 꺼진 건물 위 내 방 창문의 빨간 히트텍 글자가 꽤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여튼 여전히 두통도 소화 불량도 사라지지 않았고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다.

2. 오늘 트위터를 잠깐 보니까 4월 16일의 기억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 날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 기억은 대체적으로 처음 뉴스에 리트윗을 하고, 다행이다라는 류의 이야기를 썼고 그 이후 ?, ??, ???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거 말고도 다른 기억들도 있다. 개인적인 기억들도 있고 그외에도 삼풍 때, 성수대교 때 등등의 기억이 있다. 이 두 사건이 지나갈 때의 상황은 매우 세세하게, 만약 필요하다면 꽤 자세히 기술할 수 있을 정도로 머리 속에 남아있다. 하지만 그 기억이 그 날 내가 겪은 일이라는 확신은 좀 어렵다.

예전에 무슨 다큐멘터리 실험을 보고 커다란 충격에 의한 각인과 그에 이어진 기억은 확신할 만한 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눈과 기억은 일단 믿으면 안된다. 이건 직접 경험론자의 이야기를 내가 별로 신뢰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911은 매우 비극적인 사건이고, 인류의 아픔이었고, 미국이 변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내게는 그렇게까지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며 각인되는(그러니까 위에 적은 비극에 비하자면) 일은 아니었고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시리아의 전쟁 개시날과 마찬가지로 그 날은 기억에 없다.

내 기억력의 특징...은 기억의 시간 구별이 명확하지 않다는 거다. 즉 근래의 일과 예전의 일의 선명도에 별로 차이가 없고 하나의 사건 아래에 있던 일은 복원이 가능하지만 어느 사건이 먼저인지를 잘 모른다. 애초에 일단 기억에 들어가면 그런 건 별로 중시하지 않는 거 같다. 하지만 예컨대 개인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이것 때문에 오해를 꽤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남아있는 큰 그리고 소소한 기억들은 어느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런 거야 뭐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하지만 사라졌다고 믿은 것들이 종종 예고없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것도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20161121

일요일이었다

1. 물러나라 -> 판결도 없는데 왜 그래 -> 조사 받아라 -> 못 믿어 안 받아 -> 물러나라 -> 판결도 없는데 왜 그래...

이 상황에서 특검이 시작되면 

1) 특검이 뜻대로 임명이 안됨 -> 못 믿어 안 받아로 위가 반복 : 혹은 중립성 운운하며 임명을 안함

2) 특검이 뜻대로 임명되면 : 거봐 이것들아

즉 죄가 없다고 나올 때까지 계속 버티기 모드.. 이렇게 임기 끝까지 버틸 생각일까.. 좀 지나면 잠잠해질 거라고 생각한다면 현 상황을 완전 잘못 보고 있는 거 같은데 또 생각해 보면 저게 대통령의 유일한 선택지이기도 하다. 

즉 이 길을 주도하려고 하는 건데 그렇지 않으려면 다른 변수를 계속 내야 한다. 그러므로 시민의 압박은 역시 국회와 검찰을 향하는 게 맞다고 생각된다. 특히 국회...

2. 3권 분립을 생각하면 대통령이 범죄 혐의가 있을 때엔 대법원이 수사에 나서는 걸로 법이 정해져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대법원도 기소권이 없구나. 여튼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게 뭔가 있었던 거 같은데... 탄핵이었나?

3. 뭐 이런 나라일 말고... 계획했던 일에 몇 개월 차질이 생겼다. 지금 상태라면 이 겨울을 과연 보낼 수 있을까... 그것조차 모르겠다.

4. 10월의 사건이 만든 정신적 충격이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꽤 컸다는 생각이 며칠 전에 문득 들었다. 사람, 일 그리고 나 자신에게 까지 감당하기가 좀 어려운 회환이랄까.. 그런 게 있다. 아무 일 안하고 잠깐만 멍하니 있어도 곧바로 마음 한 구석이 너무 아파온다. 이게 어떻게 되려나.



20161117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보는 이야기

현 상황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자가 탄핵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 뭐 여튼 그냥 해보는 이야기.

지금의 시위는 일반인들이 참여하고 있고 "원하는 바"를 달성할 때 가라앉는다. 물론 이를 이용해 뭔가 더 나은 세상이라든가 뭐 이런 걸 꿈꾸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복 / 현 정치 완전 청산 / 새로운 시대 이런 일이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제도화된 민주주의 국가란 그런 것... 아쉬운 점이 있어도 천천히 꾸준히 갈 길을 가야 한다.

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가 중요한데 크게 봐서 보고자 하는 게 1) 대통령이 물러남 / 2) 대통령이 감옥에 감 / 3) 대통령이 감옥에 가고 돈을 물어냄 정도가 있는 거 같다. 현 체제 유지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냥 교조적 마이웨이니 논의에 넣을 것도 없고 그나마 온건한 이들은 퇴진 정도를 생각할 수도 있을 듯 한데 분위기로 봐서는 2번 아니면 3번 정도다. 2, 3번 사이는 하지만 꽤 가까워서 2가 되고나면 여론이 꽤 가라앉을 수도 있을 거 같다. 검찰 쪽에서 3번으로 휙 밀어 친다면 3까지 갈 거 같다.

이런 전개를 생각한다면 다음 대통령 선거가 나오는데... 지금 사태의 원인은 권력 집중적 대통령제와 그 대통령을 제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즉 이 부분을 바꾸지 않으면 훗날 이 비슷한 사태가 터졌을 때 지금과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사실 이번 사건을 경험 삼아 더 주도 면밀하게 바뀔 가능성도 높다. 결국 문제는 현행 대통령 제다. 그리고 이걸 바꿀 방법은 개헌 밖에 없다.

그러므로 다음 대통령 선거는, 그게 사퇴에 의해 조기에 실시된다면 더더욱, 대통령 권한 축소 및 감시 강화를 중심으로 한 개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게 아주 아주 복잡하고 지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많겠지만 여튼 다음의 유력한 대권 후보자들은 지금 같은 집중형 대통령은 되지 못할 테고 대통령이 되어도 개헌을 마무리 짓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즉 품은 정말 많이 들고 그렇다고 위대한 업적 같은 것도 남기기 어려운 자리다. 결국 소위 "제대로 된" 지금 식 대통령 역할은 이제 못할 거다.

그러니까 이런 불확실성으로 잔뜩 덮여있는 게 현 상태인 듯 한데 왜 가만히 있는 건지 대체 모르겠다는 거다... 지금 정치적 이익 계산 같은 거 하겠다고 머리 굴리고 해봐야 앞으로 하나도 안 맞을 거 같은데. 그러니까 지금 앞에 쌓인 크고 거대한 문제들을 제대로 밀여 빨리 처리하고 이후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시는 게 맞지 않을까.

내가 만약 현 여당 주류인 비박 계열이라면... 사실 요새 대통령 인기가 전혀 없으니 지지층이 대거 이탈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보류로 돌아선 거지 생각이 바뀌고 지지 정당이 바뀐 건 아니니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적절할 때 개헌 논의로 선회해(대통령제가 모든 문제의 원흉이다!) 한국식 자민당으로 가는 길을 닦아 보겠다...

어차피 아주 인기 있는 후보도 없는 판에 가만히 있으면 남 들러리나 될텐데 그러느니 어떻게든 이슈를 끌고 나가는 편이 낫다. 내각제 개헌론이면 그냥 나은 정도가 아니지... 그러니까 탄핵 이야기도 그렇게 빨리 꺼냈지...

어기적 거리고 있으면 이런 이슈 메이킹이나 놓치게 되지 않을까. 지금 같은 권력 집중형 대통령이 될 생각이라면, 그렇게 해서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든 말든 그런 생각은 빨리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어차피 국회에 휘둘리는 징검다리가 될 가능성이 많아 보이는 데 그 속에서 뭐 "역사적 사명" 정도 마무리하고 제 8공화국 완성 보는 거겠지. 사실 여기까지라도 가면 그나마 다행일 거 같은데.

1에서 9

1. 싫어하거나 미워할 만한 건 대부분 가치가 없다. 그러므로 싫어할 이유도 미워할 이유도 없다. 그러다보니 거의 다 스루해버리고 싫어할 것도 미워할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산다. 그런데 요 몇 달 사이 싫어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삶에 없던 애정이 생겼을 리는 없고 스루를 뛰어 넘어버린 건가... 이런 생각이 든다. 다시 열심히 스루해야지. 가치가 없는 일을 잠깐이라도 생각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미련하다.

2. 예능에 나오는 인물에 자신의 생각을 투사하는 짓은 미련하다. 예능 방송에 나올 정도의 인물의 감정 조절 능력은, 특히 전문 예능인이나 아이돌 정도라면 일반인의 상식 수준은 이미 멀리 뛰어너머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 역시 스루한다. 

그냥 무한 경쟁에 놓여있는 자유직 종사자가 직업에 임하는 요령과 방식 정도가 예능 방송을 통해 그 인간에 대해 알 수 있는 모든 것이고 또한 시청자로써 방송을 보며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에서 뭔가 지식이나 그런 걸 알려주는 건... TV는 시간 대비 정보량이 너무 낮아.

3. 왜케 미련해 보인다는 게 많지. 역시 문제가 있다.

4. 가까이에 가구를 모으는 사람이 있어서, 그것도 별로 쓰잘데 없는 걸 싸다고 혹은 버려져 있다고 집에 쌓아놓는, 너무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면 나도 옷 뭐 이런 걸 쌓아두고 있으니 남의 일에만 너무 한심해 할 일은 아니다. 

요새는 막 여기저기 주고 있기는 한데 줄 만큼 좋은 것도 이제 별로 없고 들어차는 속도가 더 빠른 거 같다. 결국 배가 고파서 옷을 먹다가 죽을 운명인가.. 근데 그 정도로 옷을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5. 무식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권위적인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이 둘이 합쳐진 인간은 아주 곤란하다. 자기만 멍청하게 살면 상관 없는데 이 둘이 합쳐진 인간 군상들은 대부분의 경우 주변에 폐를 끼치고 심지어 남의 성실한 삶을 방해한다. 이런 인간들은 역시 제거해야...

6. 주아돌 블핑편을 봤는데 최초 예능 출현, 심지어 노래 외에 말하는 것도 보여준 적이 없는 이들 치고는 적어도 신인 특유의 어색함 이런 건 거의 없었다. 트레이닝도 발전을 하고 있다.. 혹은 그런 사람이 아니면 데뷔를 못한다..

7. 요 며칠 나와 관계 없는 일 몇가지에 끼느라 내 할 일은 거의 못했다. 뭐 내 할 일 할 생각도 거의 없긴 했지만 그래도 내 할 일 해야지..

8. 라나 델 레이와 아토스를 한참 들었다. 뭔가 작더라도 전환의 계기가 필요한 시기같다.

9. 슈퍼문은 날이 흐려서 못봤지만 오늘 떠 있는 약간 찌그러진 달도 그러니까 지구에서 꽤 가까이 있는 거고 이 정도 거리는 이십 몇 년 후에나 다시 온다는 뜻이다. 지구와 내 몸 속의 물이 무슨 반응을 하고 있을까? 


20161114

4가지 이야기

1. 아무 거나 들춰봐도 이번 스캔들의 권력형 비리는 너무나 전근대적이다. 대체 믿을 수 없는 방식으로 대체 믿을 수 없게 전개되었다. 우 검사 - 문건 유출 건은 매우 충격적일 정도로 그 단면을 보여준다. 하나같이 이런 식이다. 뭔가 원하는 걸 말하고 듣지 않으면 전방위적으로 실질적, 물리적 압박을 가한다. 극히 조폭 스타일이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했을까, 이런 건 결국 발각될 게 너무나 빤한 데 왜 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았을까, 그 두려움을 없애 준 근원이 무엇일까 등등 알 수 없는 게 너무나 많다. 과연 수사가 전모를 알려줄 수 있을까? 죄를 지은 사람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나중에 비슷한 류의 범죄가 나올 때 현행 제도 체계로 과연 막을 수 있을까?

2.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하는 지 최근 사과문, 행동 등을 보면서 짐작해 보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현재 결론은 이 분은 법이라는 것, 자신의 행동에 책임이 있고 제한이 있다는 것, 법치 주의라는 것, 여튼 이 비슷한 게 전혀 머리 속에 세팅되어 있지 않다는 거다. 전혀. 무시 이런 게 아니라 전혀 없는 거 같다. 내 생각에 인간은 이런 스타일로 아는 걸 무시할 수가 없다. 그냥 전혀 모르는 거 같다. 한 번도 법의 제한을 받아본 적도 없고, 그걸 느껴본 적도 없고, 느껴야 할 필요도 없었던 상태. 잘 모르겠는데 뭐 그런 비슷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3. 이건 조금 딴 이야기인데 이상향이란 물론 가야할 길이겠지만 작금의 고통을 미뤄두는 방식으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당장의 문제에 많은 경우 생존 그 자체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제는 결국은 해결되지 않을거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결점 투성이고 그러므로 완성적인 뭔가를 만들어 낼 수도, 혹시 누가 던져줘도 꾸려갈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상향의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지금 현실을 제대로 직시, 탐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

4. 아주 예전에 인간보다 강아지가 훨씬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선배에게 혼이 난 적이 있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아 그런 걸까,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 반성했었는데 이제 와서는 그때보다 훨씬 강하게 말할 수 있다. 인간 따위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요크셔테리어에게 내 주기 위해 인류가 멸망해야 한다면 기꺼이 내줄 수 있다.

20161112

11월 11일

광화문에서 시작해 종로를 거쳐 청계천, 을지로로 쭉 내려왔다. 단지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개인으로써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롯데 백화점 옆 을지로 입구 사거리에 사람들이 잔뜩 들어차 있는 모습은 뭐랄까... 분명 이상한 기분이 들었고 생경했다.

아주 오래 전 그 길이 사람으로 들어차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양쪽을 경찰 버스들이 막고 있었다. 여튼 그 거대한 인파 속에서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여러가지 방식으로 결국은 같은 목소리를 외치는 모습을 본 것도 기억 속에 전혀 없는 경험이었다.

어쨌든. 즉시 하야는 안 할 거 같고 갑자기 한다고 해도 나름 일이 복잡하다. 탄핵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일을 하는 것도 일정이 꽤 길고, 그 사이를 메꿀 총리도 없고, 그 이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고 그 다음에 헌법재판소도 있다. 이런 식은 결국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많이 갈린다. 분당이 되어도 남 좋은 일에 찬성할 사람은 별로 없을 거 같다.

결국 방법은 지금 같은 압력에 의한 조기 대선 선언 정도인데... 자치단체장의 보궐 선거 출마는 30일 이전이면 된다고 하니 60일 후 정도가 적당할 거 같다. 이런 평화적 정권 교체가 가장 바람직한데 조기 대선 선언은 결국 사임과 같은 말이다.

그래도 안 하고 버티면... 모르겠다. 이런 식의 시위로는 마냥 버티는 경우 역시 한계가 있다. 이성적 설득은 비이성적 반항에 꽤나 무력하다. 이건 특히 최근 들어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튼 무력 시위를 할 게 아니라면 국회에 압력을 더 크게 넣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다음 선거에 남김없이 다 떨어트릴 거라는 시민의 의지를 명백하게 보여줄 방법.


20161110

미국 선거와 별 상관없는 미국 선거 이야기

그저께 아마도 힐러리가 될 테고 트럼프가 앞으로 4년간 미국을 소송의 늪에 빠지게 하지 않을까... 여튼 공화당이 트럼프 경선을 막지 못했고 저 나라도 망조가 든 게 틀림없다... 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어떻게 경선을 뚫고 올라올 수 있었는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그리고 어제 아침에 일어나 구글 선거 사이트를 봤더니 플로리다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었고 아, 이거 뭔가 생각보다 더 크게 망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뭐 누구나 다 아는 데로.

12시에 네바다와 아이오와 등지 결과가 업데이트 되는 것까지 보고 클린턴이 이길 수가 없겠구나 라는 현실에 꽤 충격을 받아서 트위터도 거의 하지 않고 청바지를 샀다. 나름 복잡한 경로를 통하긴 했지만 여튼 샀다.

이상한 게 돈은 하나도 없고(저번 달에 형성된 정신적인 바닥이 이번 달의 경제적인 바닥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분은 아주 우울한데 그동안 구천을 찾아 헤매던 옷들이 연속으로 몇 군데 사이트에 등장하고 있다. 어제 밤에도 몇 년 전부터 찾던 게 나름 저렴한 가격에 난데없이 나타났지만 오늘도 역시 돈은 하나도 없고 기분은 여전히 우울한데 뭔가 사고 싶은 열망에 빠져 있고 그러므로 어제 밤부터 계속 나 자신을 어루고 달래고 있다. 이건 일이니까... 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이렇게라도 다짐을 해본다. 슬프지만 그럴 수 없어.

클린턴은 왜 선거에서 졌을까. 이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는데 우선은 최악의 상대를 만난 건 분명하다. 모든 면에서 정말 극명하게 다른 그리고 또한 다른 방향으로 영리하고 간교한 타입의 라이벌이다. 그는 이용할 수 있는 가장 더러운(하지만 또한 효과적인) 수를 다 활용했다. 이런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막무가내 타입이 어떻게 선거에서 이기는 지 우리는 이미 경험해 본 적 있다. 대화가 이 정도로 안되고 앞뒤가 안 맞는 인간이라면 현실에선 블록을 해야 하는 데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경우라면 이렇게 곤란해 진다.

하지만 이건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다. 만약에 다른 남성 정치인이 공화당 후보에 올라왔더라도 아마 트럼프 정도는 아닐지라도 거의 비슷한 노선 - 백인들의 세상, 굿 올드 데이스 - 을 걸었을 거다. 지금 한국에서 볼 수 있듯 여성 그리고 소수자 등 인권 보호에 대해 어떤 종류의 인간들이 가지는 "박탈감"은 아주 이용해 먹기가 좋다. 단편적 사고 판단은 예로부터 아주 좋은 먹이감이었다. 어제 본 건 예컨대 트위터 같은 곳에서 그저 헛소리로 치부하던 사람들의 의견을 표로 바꿔낼 수 있다면 어떤 결과가 만들어 지는가다.

즉 선거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이건 트럼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혹은 클린턴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같은 문제가 아니다. 인류는 지금 예상보다 훨씬 전근대적이고 멍청하고 어리숙한 상태다. 세계 곳곳의 우파 혹은 극우파 득세는 어떤 인류가 점점 생각을 하기 싫어하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이야기도 듣기 싫어하고 그냥 "그래 나는 멍청해!"라는 말을 큰 소리로 외칠 수 있는 미국의 기득권자 = 예컨대 WT, 각 나라마다 그런 게 있다, 가 속이나 편한 사회를 원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즉 남성 혹은 백인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 별 근거도 없는 "선천적" 기득권은 자리 유지를 위해 가장 멍청하면서도 튼튼한 방식 - 우기기와 버티기, 진보를 억제하기를 골랐다. 알다시피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그러니 인류에게 미래 따위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하지만 어차피 갈 길이란 정해져 있는 거고 이건 멍청이들이 들썩거렸던 잠깐의 반작용으로 기억될 거다. 그러므로 이 반동의 크기가 어느 정도가 될 지 생각하며 그 파장을 최소화 하는 게 앞으로 미국의 4년 혹은 8년, 그리고 우리의 1년 그리고 6년 등등에 해야 할 일이다. 그나마 꽤 낫다는 데가 결국 저 정도임을 선거 결과로 보여줬다. 결국 인류가 조금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예상보다 훨씬 길고 먼 길을 가야 한다는 의미다. 조금 나아갔다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나아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력한 영향을 받긴 하지만 어쨌든 저건 미국의 선거였고 여기라면 저 선거 결과에 대한 반응을 어떤 식으로 보이냐로 인간 필터링을 작동할 수 있다. 정치인의 경우는... 뭐 딱히 할 말도 없는 암담 그 자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기존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심판이라니... 저런 형세 판단을 하고 있는 자들에게 앞으로 어떤 이야기도 듣고 싶지 않다.

20161109

국회가 해야할 일

어쨌든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권위와 그 책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는데 하야 혹은 탄핵 말고 답이 있나. 직접 안 내려오면 억지로 내려야 하고 그거 못하는 건 당연히 국회 책임이지... 뭐 헌재 판단으로 넘기는 거긴 하지만. 물론 그 뒤에 올 수도 없이 복잡한 정치적 변수들이 존재하겠지만 그거 무섭다고 내버려 두면 혹시 다음에 이런 일 또 생기면 그땐 어떻게 할 건데. 이 나라의 모든 건 헌법 아래 존재할 수 있다는 걸 국회가 지금 증명해야 한다. 역사적 소임을 다 하시길.

썰전을 봤는데.. 유시민의 포괄적 권한 위임 총리 이야기는 말이 안되는 게 대통령 권한은 기본적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거기 때문에 권력을 법률이든 대통령령이든 아니면 뭐 구두 약속이니 선언이니 하면서 넘겨줘 봐야 나중에 딴 소리하면서 헌재 같은 데로 가져가 버리면 형식적으로 방법이 없지 않나. 총리 자체가 뭔 짓을 하든 임명 권자가 대통령인데. 헌법에도 없는 자리 임의적으로 만들어 봐야 날이 갈 수록 더 손해만 난다.

결국 국회는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만약에 대통령이 마냥 버틴다면 총리니 거국 내각이니 할 게 아니라 당연히 탄핵으로 가야 하는 거다. 탄핵은 바로 이럴 때 쓰라고 헌법에 명시해 놓은 거 아닌가. 이런 사안 보다 더 적합한 상황이 있기나 한가. 지금처럼 대통령이 마냥 힘 못쓰는 게 재밌고 즐겁나?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냐. 이제 하야가 아니라 탄핵으로 구호를 바꿔야 한다. 지금 시민들은 대통령의 결단을 외치고 있지만 공은 금방 국회로 넘어간다. 지금 반드시 해야 할 일 안 하고 있는 건 국회도 마찬가지야.

20161108

권한과 책임은 한묶음이다

권한에는 책임이 부여된다. 그렇기 때문에 권한이 있는 거다. 이는 또한 책임이 있는 자에게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임만 있고 그걸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 이 또한 말짱 헛일이다. 하지만 재밌는 점(=절망적인 점)은 이 사회에서 권한 > 책임은 상부에 권한 < 책임은 하부에 몰려가는 특이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순실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막대한 권한을 행사했지만, 심지어 기업 이런 것도 아니고 나라 급에 해당하고 세금을 마음대로 쓴 레벨의, 어떠한 책임도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나몰라라하면 그만이고 실제로 그래왔다. 대통령은 방조 혹은 적극적 동조의 책임이 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뭐 이런 일이 있냐 싶긴 하지만 여튼 둘 중 하나다. 선거에 의해 부여된 권한이라는 대의 민주주의 사회가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엉뚱한 곳에 권한을 부렸고 책임 역시 서로 넘기기를 하며 나몰라라 하고 있다.

이런 일도 있지만 위에서 말했듯 책임이 있다면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거다. 그렇지 않고 책임만 줘 놓고 다 해결해 놓으라고 하는 일이 판을 친다. 며칠 전에 버스를 탔는데 어떤 술취한 아저씨가 "가O역"에 가는 법을 운전하시는 기사분께 물었다. 뭐 알면 다행이지만 그 곳에 가지 않는 버스를 운전하는 분이 몰라도 할 수 없는 거다. 그런데 어떤 다른 사람이 그것도 모르냐며 뭐라뭐라 떠들기 시작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 버스의 종점은 중랑 차고지인데 그 가까이에 신내역이 있고 거기서 지하철을 타면 간다는 거다. 위에서 말했듯 이건 알면 좋은 거지만 이 버스를 운전하는 분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그럴 땐 모른다고 하면 되는 거고 종점에서 다른 안내를 받을 수도 있을 거다. 문제는 모른다고 기사님께 화를 내는 제 3자의 존재... 뭐 이 일은 다행히 금새 마무리가 되었지만.

버스를 운전하는 건 운전자 한 명 혹은 가족이나 친구 몇 명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 수십 명을 목적지에 데리고 가는 책임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만약에 옆에서 헛소리를 하는 바람에 사고가 나면 수십 명이 다칠 위험이 있으니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더 많은 권한이 주어져야 그 책임을 다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사적 구제는 금지되어 있으니 결국 안전 장치의 확보와 쓸데없는 시비에 대한 강력한 규제 정도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런 경우에 대해서 가능한 많은, 엄청나게 많은 과태료를 매기는 규제안이 만들어 진다면 당연히 찬성이다. 한 1천 만원 씩 물리면 사라지지 않을까. 이런 책임에 대해 월급이라는 대가(=권한)을 받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월급은 여러 항목이 결합된 중요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당장 수십 명을 목적지에 데리고 가는 책임을 완수하는 데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건 승객을 옮기는 책임이 아니라 버스를 운전하는 책임에 대한 대가로 지불되는 거다.

사실 길 물어보는 것, 버스 노선 물어보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오늘 건널목에 서 있는 버스 문을 두드려 길을 물어보는 사람을 목격했다). 알면 좋지만 모르면 그만인 정보는 자신이 알아내야 하고 그런 걸 위해 교통 경찰 등등이 존재한다. 안되면 120에 물어봐도 되고 그 외에도 대안은 많다.

사소한 일이라도 책임이 있다면 권한이 함께 부여되어야 한다. 물론 대신 난폭 운전, 보복 운전에 대해서도 합당한 규제가 필요하다. 여튼 아무 민원에나 벌벌 떠는 건 잘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대로 된 조건이 아니다.

히틀러와 이슬람

1930년대에서 1940년대 독일에서 교회가 히틀러의 정책에 반대했기 때문에 많은 나치 추종자들이 교회를 떠났지만 히틀러는 끝까지 종교를 버리지 않았다. 특히 측근인 괴링과 괴벨스 등에게 교회에 남을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자신이 교회에 비판적이기도 했지만 이로운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혼자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번 유신론자는 무신론자가 되기 어렵고 딱히 갈 곳도 없다.

"슈페어의 기억"에서 약간 재밌었던 점은 히틀러가 이슬람이나 일제 식 종교(덴노를 외치며 자신을 희생하는 것)에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게 독일의 종교가 아니었음을 아쉬워 했다는 이야기다.

이슬람이 정복으로 전도를 하던 8세기에 서쪽으로는 끝까지 갔지만 중앙 유럽으로 올라오지 못한 이유는 투르푸아티에 전투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유럽을 지배하던 건 프랑크 왕국이었고 재상 카를 마르텔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그는 기병을 양성했다. 뭐 이 전쟁이 궁금하면 일단 위키피디아에 있으니까(링크)... 참고로 이걸 읽어보면 사람이 죽든 말든 전진해서 도끼로 적들을 다 때려죽이는 1300여년 전의 전쟁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대략 엿볼 수 있다. 여튼 여기서 유럽이 이겼고 이슬람은 북쪽으로 올라오지 못한다.

여기서 시작된 히틀러의 가설은 이때 아랍인들이 중앙 유럽을 넘었다면 독일까지 왔을테고 엄격한 율법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은 독일인에게도 잘 맞았을 거다. 하지만 아랍의 정복자들은 열등하니까 결국 독일 민족을 누르지 못했을 테고 그러면 독일 민족이 다스리는 이슬람 제국이 자리를 잡고 있었을 거다라는 것.

이 아저씨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20161105

이제 그만 두시죠

전횡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하도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잔뜩 있으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지만 밝혀지고 있는 모든 일들이 그 어처구니 없는 일이 사실이었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간 이 정부에 품어왔던 이해할 수 없었던 의문들도 한꺼번에 풀리고 있다. 뭐 다른 건 몰라도 전횡을 위해 가장 만만한 곳, 가장 저항이 적을 곳, 세상을 원망하며 죽어가도 나몰라라 할 곳들인 복지, 사회 기반, 문화 예산 같은 데만 골라서 턴 죄는 용서할 수가 없다. 세월호를 비롯해 백남기 농민, 복지가 끊긴 일가족의 자살 등이 알고 보니 모두 같은 곳에서 같은 이유로 흘러나왔다. 다 누군가의 돈벌이 결과였던 거다.

지금 구속되어 감옥에 가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형사 소추가 금지된 대통령이라는 이유 밖에 없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오직 그것 때문에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거다. 청와대에서 하루를 더 보낼 수록 과오만 더 쌓일 뿐이다. 그리고 그 하루 만큼 이 나라는 정지된다. 지금 그 자리에서 더 이상 할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들어줄 사람도 없다. 외교만 전담하겠다고? 지금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바로 외교다. 딴 나라 사람들은 하는 이야기 들어줄 거 같나. 그들은 뉴스 안 볼 거 같나. 더 잘 안다. 남 탓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무슨 뾰족한 수가 없나 궁리하고 있을 때도 아니다.

사임하세요. 그리고 검찰이 혹시 놓친 죄도 다 고백하고 감옥 가세요. 나라가 그 "못된" 사람들과의 질긴 인연을 끊어준다고 합니다. 게다가 감옥의 교화 시스템 그게 아니면 긴 사색과 독서의 기회를 통해 혹시나 이제라도 제대로 된 판단 능력과 책임 의식을 가진 "인간"이 될 수 있을 지도 몰라요.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도 알고, 문장을 구성하는 방법도 알고, 또 이 기회에 민주주의가 뭔지도 배울 수 있을 지 혹시 압니까. 늦은 게 어딨어요, 지금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죠.  나라의 도움을 받을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부디 놓치지 마세요. 지금 와 있는 버스를 그냥 보내면 이런 기회나마 이제는 없을 겁니다.

20161104

부화뇌동

목표 지점이 명확해야 한다. 평소에는 일단 대충 미루어 놓고 살지 몰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라도 명확하게 다듬어야 한다. 대충 다 쓸어버리자는 말은 대충 지금처럼 살지랑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비록 이상향 같은 게 아니더라도 일단은 단기적 목표 지점이라도 선명해야 현재의 계획이 생긴다. 매번 하는 이야기 중 하나지만 청와대로 가자! 같은 건 당장 정부 전복이 목표가 아니라면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또한 군주 만나러 가는 유생의 마음을 자꾸 상기시킨다. 여기는 법치 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 공화국이다. 득은 없고 실만 많다. 만약 전복이 목표라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이쪽도 대안을 꾸려야 한다. 이건 하나의 예지만 다른 일들도 거의 비슷하다. 당장 눈 앞에 뭐가 떨어져야 하는 일도 물론 있지만 안 그런 일이 더 많다. 그 구분도 명확한 목표 설정에서 만들어 진다. 뭐든 잊지 말아야 하고 그에 기반해 단단한 사고를 확립해야 한다. 부화뇌동은 그저 영혼이나 갉아 먹는 병이다.

20161030

잠깐 생각

TV 조선이 왜 저렇게 달릴까...를 잠깐 생각해 봤는데 대통령제의 폐단을 끊임없이 꼬집으면서 내각제나 이원집정제 개헌을 노리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아마도 배후는... 그럼 점에서 거국 내각은 스타팅 포인트 / 현 정부가 어떻게 얼마나 저항하느냐에 따라 향후 역사가 굉장히 바뀔 거 같다.

20161024

완벽한 조직은 가능한가

뭔가 써도 되는 상황일까? 잘 모르겠다. 지금은 조용히 있어여 하는 걸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요 며칠 간 내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걸까 그리고 완벽한 조직이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했다.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조직, 그러면서도 문제를 차단해 낼 수 있는 완벽한 조직. 아직 답은 잘 모르겠다. 패션과는 너무 상관없는 이야기라 여기에 올린다. 그쪽으로 옮기게 될 지는 역시 아직은 잘 모르겠다.


1. 치근덕거리는 인간 관계에 질려 있었고, 회사 다닐 때 무슨 일을 하기 위해 팀원들이나 조직원들끼리 친해져야 한다며 회식이니 단합 대회를 하는 걸 이해할 수도 없었고, 상하 관계와 위계 질서가 사회 유지에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도 의문이었기 때문에 이 "새로운" 형태의 조직에 직접 참여하는 건 매우 신선했다. 이렇게 일을 돌릴 수 있다는 점, 심지어 여기 이 나라에서도 이게 가능하다는 점이 기뻤다. 처음에는 그저 게스트였지만 그 안으로 굳이 들어가게 된 이유다.

회의를 하면 되었고 그렇게 들은 이야기들, 새롭게 깨닫게 된 이야기들을 가지고 무엇을 할 지는 각자의 책임이었다. 현대에 대한 여러 분야의 이야기가 매우 빠르게 전개되었고 사실 그 피크를 따라가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많은 걸 읽었고, 많은 부분을 구석진 곳까지 더 생각했고, 블로그를 하면서 떠들던 뿌연 사고의 부분들을 더욱 구체화 시킬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래야만 했다. "알고 있던 것들"만 가지고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어설프게 만들어 낸 결과물은 직간접적으로 이건 어설프다는 리액션을 받을 수가 있었고 최선을 다해 업데이트를 했다. 그렇게 내놓은 나의 결과물은 그 안에서 최상이라고는 말하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내가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이었던 건 맞다. 못 따라간 게 있다면 그건 내 한계다.

회의는 물론 우리끼리만 하는 건 아니었다. 발매일 몇 개월 전 쯤이면 필자들이 너도 나도 찾아왔다. 남녀 비율을 말하자면 여성이 아예 없었던 적은 거의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차피 다른 일을 하고 있긴 했지만 사무실에 상주하는 분들도 거의 대부분 있었다.

회의도 뭐 오고 싶으면 오고 일 있으면 가고 그런 식이었다. 나처럼 기본적으로 한가하고, 아는 게 딸리기 때문에 가능하면 계속 간 사람도 있었지만 한 번도 안 나타나고 괜찮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되는 거였다. 따지고 보면 성과주의 모델에 매우 가까운 형태였다. 어차피 상하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닥달 같은 것도 필요 없었다. 안되겠다 싶으면 안되는 거다.

혹시나 약간 루즈한 분위기에서 누군가 옛날에 자기가 어쨌다 이야기라도 꺼낼라 치면 TMI(Too Much Information)는 사절이라고 웃으면서 손사래도 치곤 했었다. 알 필요도 없었고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빈 틈과 농담은 화제가 되고 있는 케이팝 뮤직비디오나, 며칠 전 개봉한 영화에 대한 감상과 평가 정도로도 충분히 채울 수 있었다.

물론 처음 예상했던 거 보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갔고 띄엄띄엄이지만 보는 와중에 한두 명 종종 밥도 먹고(주로 맛있는 걸 먹는 게 목적이었지만), 술도 마시고(작년부터 난 거의 안 마시지만) 하면서 조금이라도 친해진 사람도 생겼다. 하지만 그건 그냥 그거였다. 어차피 나라는 사람은, 아마 다른 이들도 대부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 10년 넘게 만난 친구도 어떤 사생활을 살고 있는 지는 전혀 모르는 방식으로 사는 그런 인간이기 때문이다. 애인이면 몰라도 그런 건 어느 누구에게도 궁금하지 않다.

또한 나는 1호 발간회 때만 애인이 있었고 그 이후로 쭉 없었지만 매번 발간회 등에서 다들 애인과 함께 참여한 다는 점도, 중간에 바뀐 사람이 없다는 점도 이게 적어도 감정적으로 안정된 기반 위에 있다는 믿음을 줬다.

여튼 이런 식으로 일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즐거웠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돌아가고 나니 여러 회환이 생기긴 한다. 그리고 더 나은 방식이라고 믿었던 게 이렇게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생각을 잘못 한 걸까, 이 구조에서 어디가 잘못된 건가, 결국 이런 방식은 통용될 수 없었던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1. 하지만 그렇다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는 만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게 옳았을까 라면 그건 역시 아니다. 내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한 결과다. 어차피 모를 관계였다. 그렇기 때문에 유지가 되었고, 그랬기 때문에 가치가 있었던 거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아무리 할 일이 없었어도 그 이름 아래에 이렇게 오랫동안 남아있지 않았을 거다. 아니 사실 남아있지도 못했을 거다.

그렇다면 구성의 문제였을까. 물론 모임을 이끌어가는 무리에 남자만 속해 있던 건 올드한 방식이고 위험 요소가 있긴 했다. 2015년 이후 추진력이 급격히 상실된 원인 중에는 분명히 그게 있었다. 무슨 이야기가 나와도 별로 재미가 없었고 할 수 있는 일에 명백한 한계가 보였다. 책 발간으로 방향이 바뀌고 1회차 발간이 남2+여1, 2회차 발간이 남1+여2 식으로 구성된 건 그런 점에서 자연스러운 행보였다.

하지만 잡지를 낼 때도 위에서 말했듯 회의와 필진에 꽤 많은 여성 참여자가 있었고 이 모두는 비슷한 인간 관계를 유지했다. 만약에 동인에 여성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물론 문제를 알아챘을 가능성이 지금보다는 훨씬 높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확률의 문제일 뿐이지 그게 완벽한 안전 장치가 되었을 수 있을까라고 보면 여전히 의심스럽다. 즉 상호 감시와 문제의 조기 차단 측면에서만 보자면 그게 해답은 아니다.


1-2. 1-1에서 말한 "가까운 거리"라는 건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사적 영역이 소거되고 공적 영역만 존재하는 가까운 거리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그걸 통해 뭔가 안다면 뭘 알 수 있고 눈치를 챈다면 뭘 눈치챌 수 있을까.


1-3. 그런 점에서 왜 몰랐냐는 질문은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직무 시간이 끝나고 다 같이 몰려가 으쌰으쌰 해야 하는 일부 회사라면 몰라도 특정 목적을 위한 모임과 회의에서 무엇을 하나. 놀자고 거기 간 건가, 친구를 만들자고 거기 간 건가. 거기가 동호회였나? 다른 사람들이 대체 어떤 식으로 이런 일을 진행하는 지 많이 참여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회의를 좀 하다가 남의 성생활 이야기를 시시덕거리며 경청하고 있나? 그따위 짓을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도 않고 남의 성생활 이야기는 커녕 그 어떤 개인적인 이야기 따위 전혀 관심도 없다. 들리는 게 더 싫다. 좀 다르게 생각해 보자면 이번 경우처럼 악행이 아니라 선행일 경우라도 본인이 직접 공표하지 않는 한 알 길이 있었을까? 내 생각에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알아야 할 남성은 누구였을까. 아무리 완벽하게 숨겨도 아무도 모르는 건 역시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러기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이게 좀 궁금하다. 이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회의가 있는 날 꽤 많은 경우에 그 사람은 저녁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 나갔었다. 뭐 바쁜 사람이니까 그려려니 했었는데 그때 누구를 만난 걸까. 예컨대 그의 사생활 영역에는 과연 누가 있던 걸까. 있다면 그들은 나와 어떻게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을까.



2. 결국 애초에 잘못한 건 사람을 잘못 본 거다. 이런 관계는 믿고 가는 수 밖에 없다. 최소한의 상식이 있을테니 이런 이야기를 함께 하고 할 수 있다는 믿음. 높게 설정된 상식의 선과 너무 당연한 것들을 너무 당연하게 지키고 있을 거라는 믿음. 나는 너를 감시할 필요가 없고 너도 나를 감시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쓸데없는 비용이 내려간다는 믿음.

결국은 그것에 당했고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조직의 운용 방식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다는 점이 사실 너무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하지만 사람을 너무 크게 잘못 봐서 이 지경이 되어 버리고 말았지만 이렇게 유지되는 관계와 방식이, 소위 단합 대회를 가며 으쌰으쌰 하는 관계보다 나쁜 점은 여전히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곳들도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게 더 낫고, 결국은 사회 전체도 이런 식으로 되어야 한다고 여전히 믿는다.

공적인 조직은 감정 소모의 비용을 가능한 낮춰야 한다. 뭔가 할 생각으로 거기에 갔기 때문이다. 정치력 좋은 무능한 상관의 오지랖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증오하고 있나. 불법을 저지르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도 아무를 간섭하지 않는 사회. 온연히 자기 일을 잘 해내는 게 중요한 사회. 자신의 삶을 자신이 사는 사회. 그게 가야 할 길인 건 달라지지 않는다.


2-1. 그런데 구조적으로 이미 불균형한 상태에서 "자신의 삶을 자신이 사는 사회"가 가능하긴 한 건가. 사실 조직의 구성 비율이니 뭐니 하는 건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즉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고 기계적 균형이 이번 문제 같은 걸 해결할 수 없다. 이게 단지 주체가 남성, 여성인 문제가 아니라는 건 사실 이 사건과 그 후의 과정을 보면 벌써 몇 가지 볼 수 있었다.

물론 보다 의식적으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써야 하는 건 분명하다. 구태의연한 예능 방송에서 볼 수 있듯이 관성에 의지하다 보면 순식간에 진행진이 남성으로만 채워진다. 하지만 오직 기계적 균형만 추구하는 건 또다른 문제를 안을 수도 있고 지금과 같은 문제에 속수무책인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정작 중요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바로 내가 믿었던 균형이 그리고 그의 동료 혹은 선배, 선생님 등 그가 예의를 차릴 기준점 너머에 있는 사람들이 믿게 된 균형이 애초에 삐툴어져 있다는 점이다. 바로 여기에서 결정적인 문제가 생긴다. 이번 사건에서 몰랐다는 사람들, 나를 포함해 그렇게 말한 이들 중 내가 알 만한 사람들을 바라보면 어떤 바운더리가 그려진다. 바로 그곳에서 돌아가고 있던 균형이다.

이런 식으로 구성한 영역이 정말 존재할 수 있는가, 뭐 굉장히 대단하게 포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 명이 사라진 후 흔들린 영역 들을 지금 와서 바라보자면 그건 분명하게 존재했다. 사실 윤곽을 만들어 냈고 그게 그럴 듯 하다면 그 안에 안착하고자 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점점 더 빠르게 구성이 완료된다. 나 자신만 해도 작업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싶었고 그러므로 다른 부분에 신경쓰지 않게 해주면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믿게 된다. 이렇게 판단력이 흐려졌다.

결국 이런 형태를 만들어 낸 사람도 딱히 이런 걸 만들고자 계획하고 시작할 정도로 대단한 계획을 잡진 않았겠지만 어쨌든 만들어 지고나면 그 안에서는 이게 보이지 않게 될 뿐이다.

균형 감각이 달라져 있고 그 위에서 해야 할 일들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싶기 때문에 그 너머에서 혹시나 누군가 위급한 시그널을 보내도 잘 닿지 않는다. 대부분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이 영역 자체가 튕겨 내고 혹시나 닿아도 이 삐툴어진 균형과 왜곡된 판단 능력 속에서 신호는 이미 흐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같은 피해자의 고백은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다. 근방에 있는 사람이 그걸 혹시나 포착해도 이게 의미가 있는 건지 그저 방해물인지 불분명하게 생각한다. 즉 그가 구성해 낸 세계가 만들어 낸, 혹은 자신이 원했던 편안함에 안착해 버린 거다. 일을 하는데 문제만 없다면 난 너가 어떤 인간인지 관심이 없다는 기본 마인드는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권력 남용을 제어하지 못한다. 그리고 기존의 권력 체제는 이런 무관심을 무기로 더 강해진다.

그리고 이런 건 지금 경우처럼 한 명이 만들어내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이건 개별의 영역에서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사회 전체도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빈틈이 생기고, 피해자가 생긴다. 이런 식으로 구축된 영역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그걸 이용할 수 있는 사람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각각의 특수성이 있을 뿐이다. 이번 경우는 이걸 부정을 위해 이용했지만 사실 관성에 의해 돌아가는 대부분의 영역이 이런 식이다. 

이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균형 감각이 흔들리고 금세 적응해 새로운 균형 감각을 장착한다. 자신을 믿으면 안되는 상태인데 여전히 자신을 믿는다. 그러므로 자체가 뒤틀려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렇게 생각하지 하는 경우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나올 거다.

한정적으로 지난 경험에만 기반에 이야기해 보자면 내가 더 나은 방식이라 믿었던 조직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각자 도달하고자 하는 개인의 목표를 향해 가려고 하는 노력 자체가 이미 판단의 균형감을 틀어놔 버리고 문제를 눈치채지 못하고 심지어 무감각하게 만드는 딜레마가 포함되어 있는 거다.


2-2. 그렇다면 이 운영 방식을 유지하면서 문제를 제거하는 건 어떻게 가능한가. 그걸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 생각나는 건 책임을 개인화시키고 공적 소송에 의해 해결하는 건데 문제가 발생할 걸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이미 완벽한 대책으로 보이진 않는다. 또한 조직이라는 건 성립과 동시에 조직의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의견이 존재한다. 이걸 모두 따로 개인에게 소급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결국 이 딜레마는 인간에 기대는 거 말고 구성 자체에 의해 완벽해 질 수는 없다.

당장의 대책이라면 일단은 나는 사람을 보는 눈을 더 길러야 한다. 더 나쁜 사람들도, 더 잘 감출 수 있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을 너무 믿지 말아야 한다. 내가 지금 상황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걸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20161013

오래간 만에 잡담

1. 요새 피로가 극심하다. 아무래도 계절의 변화 탓인 거 같다. 사실은 운동 부족이다. 좀 걸어야 겠다. 한때 달리기를 했었고 그게 안되면 줄창 걷기라도 했는데 요새 뭔가 게으르다.. 사실은 청바지 책 이야기 쓴 이후 생활 리듬이 많이 깨졌다. 근데 그게 언제적 일인데.. 일단 스워킷이라도 다시 해야지.

2. 링크를 올린 계기로 예전에 썼던 애스크 에프엠을 죽 훑어 봤는데 역시 기본적으로 우울하다. 책을 쓰고 싶다는 이야기를 4년 전 쯤 했었던데 그게 실현된 거 말고는 딱히 바뀐 게 없는 듯. 여튼 애스크 보니 나는 우중충하지만 주변에 약간은 활기가 있었던 거 같은데 요새는 그런 것도 희미해졌다.

3. 그때나 지금이나 캔디 크러시는 계속 하고 있다!

4. 아주 오랫동안 온 살림을 다 짊어지고 다니는데 좀 줄여야겠다.

5.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그 다음 일이 뚜렷하게 없다. 이런 경우 지금 하는 일의 능률이 매우 떨어진다. 이런 건 역시 자기 개혁이 필요하다. 비 에너자이즈...

6. 에잇 세컨즈 + 지드래곤은 어쩜 그렇게 많이 팔릴까... 엔터 산업을 좋아하긴 하지만 예컨대 임창정, 박효신의 인기 비결을 대체 알 수 없으므로 그쪽 일은 하면 안되겠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패션도 그런 걸까.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 같은 걸 하면 안되는 듯.

7. 북토크가 좀 재밌었으면 좋겠다. 근데 내가 주최니까 내가 재밌어야 하는 거잖아... 웃기든지 아니면 잘하든지. 둘 다 매우 어렵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가 더 쉽다.

8. 책을 썼습니다. 패션붑 사이트는 안 보고 여기만 보는 혹시나 있을 지 모르는 극히 소수의 사람들에게 고해 봅니다. 부디 책을 사주세요!(링크)

20160928

미친 사람들이 너무 많다. 크게 봐서 문제가 되는 건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진영 논리의 측면에서 앞뒤 가리질 못하는 미친 자들이고 또 하나는 리터럴리 미친 자들이다. 전자는 사회 자본의 미비 및 축적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과 일종의 파시즘과 연결이 된다. 이건 매우 맥락이 크기 때문에 여기선 후자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이어폰 없이 방송 등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 애초에 생각이라는 걸 조금이라도 할 줄 안다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 그러므로 생각을 안 한다는 소리다 -> 결론적으로 미친 자.

그런 소소한 일이 뭔 별일이라고 할 지 몰라도 이건 패턴 상 꽤 정확한 신호다. 주취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사회는 중요한 건 무시하고 소소한 건 엄중한 주제에 이런 쪽으로는 상당히 엉뚱하게 보이는 온정 주의를 가지고 있어서 이런 부분을 전혀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옆에서 제제하는 것보다는 치료가 더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방치되어 있는 미친 자를 보며 개탄을 해야 하는 데 현실적으로는 시끄럽기 때문에 제제를 가하게 된다. 결국 치료는 뒤로 미뤄지고 병은 더 커진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저런 사람을 미친 자로 보는 콘센서스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친"의 정의가 미비하고 쉽게 보니 생겨난 일이다. 어서 이런 부분이 사회적 합의가 되어 저런 사람들을 미친 자를 보는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확립되어야 한다. 그 다음은 함께 걱정하며 치료 방법을 찾아나설 일이다.

사실 비슷한 형태의 사회 안에서 미친 자의 비율은 어느 곳이나 거의 비슷할 거라고 예상된다. 문제는 미친 자가 세상에 드러나는 비율과 그걸 처리해 내는 방식이다. 조금 미친 거 같더라도 그걸 방치하는 건 더 크게 미칠 수 있다는 점과 주변에 악영향을 미친 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문제에 강제 수용, 강제 치료 등을 동원하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

결국 이건 공교육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아주 작은 부분을 방치하는 게 큰 병이 되고 있다. 이 사회는 통으로 사회 자체가 만들어 내는 충격 그 자체 만으로 PTSD에 걸려 있는 건지도 모른다.

20160926

유배..까지는 아니고

추석 연휴를 껴서 7박 8일 동안 제주도 "중산간"지역의 면 단위 마을에 머물렀다. 뭐 슬픈 일도 있고 그랬지만... 그런 이야기를 여기서 하긴 그렇고 8일 간의 제주 생활에 대해.

1) 시골의 삶은 차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두 번 갈아타서 어딘가로 간다는 건 계획을 잡다가 지쳐버린다. 그래서 서귀포, 성산 쪽은 포기했다. 사실 거기는 가보기도 했고.

2) 7박 8일 중 서울-제주를 이동한 2일을 빼고 6일을 있는 동안 이틀 외출했다. 제주의 서, 북서를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한림-고산을 다녀오려고 했는데 6일 중 4일이 날씨가 좋지 않아서(동시에 습하고 더워서) 고산은 포기했다. 그래서 한림읍...에서는 할 게 별로 없으므로 그냥 비양도를 다녀왔다.

3) 한림이 좀 재밌는데... 기본적으로 제주 북서쪽 방면 고기잡이 배가 출항하는 본진이다. 애매한 분위기의 마을이다.

4) 비양도는 그림처럼 멋진데 제주가 다 그렇듯 그 조막만한 섬도 동과 서의 날씨 - 공기와 바람, 파도 -가 다르다 북쪽 해안에는 쓰레기가 잔뜩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5) 꼭대기에 등대가 있는데... 짐승의 냄새가 났다. 뭐가 살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고라니나 맷돼지는 아닐 거 같고 토끼 정도 아닐까.

6) 한라산을 올라가 볼 절호의 기회여서 매일 아침 한라산 쪽 기상을 살폈는데 8일 내내 산 위에 시커먼 먹구름이 껴 있었다.

7) 시골집에서의 생활은... 조용한 점은 좋았다. 이 "조용"이라는 게 일반적인 상상과는 조금 다른 게 애월읍 하늘로는 비행기가 쉼 없이 날아간다. 하지만 이틀 쯤 지나니까 그려려니 하면서 화이트 노이즈처럼 사라졌다.

8) 재밌는 경험이었지만 만약 섬에서 10일 정도 적막과 고독의 생활을 할 기회가 있다면 조금 더 작은 섬이 내 취향에는 맞는 거 같다. 예컨대 비양도.

20160831

간만에 잠시 잡담

1. 요새는 뭐... 잠깐 뭐라도 써야지 하면 티스토리 쪽으로 자꾸 가는 경향이 있고 전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이야기들은 생각나면 그냥 생각만 하다 말아 버린다. 이외에도 근본적으로 최근 뭔가 부산하고 정신이 좀 없긴 없음.

2. 어제 우연히 걸스피릿을 봤고 거기서 케이 + 탁재훈 공연을 봤는데... 그간 케이를 보면서 저 분은 디폴트 모드(+30 정도의 스마일 상태)가 너무나 확고해서 예를 들어 우울한 짝사랑을 노래하는 러블리즈 곡을 할 때 연기가 전혀 안된다라고 생각하며 비판 모드였다. 사실 그게 러블리즈의 큰 문제점 중 하나라고 여전히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룹 모드를 약간만 더 긍정적으로 바꾸면 케이-지수-예인-미주 라인이 살아나면서 생기가 더 돌지 않을까 싶다.. 예컨대 짝사랑의 슬픔에서 끝나지 말고 에이 뭐 그냥 이렇게 재밌게 살지로 간다든가...

그런데 어제 공연을 보면서 몇 가지 깨달음이 있었다. 이 분은 그냥 +30의 기분 좋은 상태가 고정되어 있는 기계임... 뭐든 입력하면 제대로 해 내는 데 다만 감정 모드가 고정되어 있는, 아마 다른 부분의 원할한 동작을 위해, 거다. 어제 보면서 이건 나가토 유키의 기분 좋은 모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잠시 해봤다. 여튼 개인적으로 나름 열망하는 삶을 실현하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앞으로 이 분이 완벽한 기계가 되는가 아니면 각성을 거쳐 인간 모드를 장착하게 되는가 구경하는 게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음.

3. 오마이걸의 진이 양이 거식증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키가 158cm인가 그런데 50kg 초반이다가 데뷔하면서 2개월 사이에 9kg을 감량했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38kg까지 떨어졌다가 지금은 40kg 초반 대로 회복하고 있다고 한다.

이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은 좀 복잡한 문제인데... 우선 TV가 유난히 넙적하게 나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TV란 생각보다 정직한 기계고 냉정하게 바라보면 실제와 거의 비슷하게 보인다. 문제는 주변에 함께 나오는 사람들이 다들 쇠꼬챙이 같은 분들이라는 거다.

연습생 시절에 다이어트에 별 생각이 없이 하라니까 억지로 하다가도 막상 데뷔한 후 극한의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경우가 꽤 있다. 방송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생각보다 훨씬 커 보인다는 걸 자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비교 대상이 바로 옆에 함께 있으니까 그렇다. 달이 지평선에 있을 때랑 하늘 위에 있을 때랑 사이즈가 달라 보이는 것과 비슷한 눈의 착각...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TV에 나오는 모든 사람의 몸무게를 강제적으로 올리면 된다. 그러면 다들 비슷하게 사이즈가 커지니 혼자만 도드라지게 넙적해 보이는 문제가 사라질 거다. 하지만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체질상 살이 잘 안 찌는 분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를 자체 해결 사항으로 마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유럽의 패션 모델들처럼 적어도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하게 하고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야 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든가 하는 강제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 놓으면 건강해지긴 하겠지만 분명 누구는 살이 쪘네 자기 관리가 어쩌네 하는 빠가사리 같은 이야기가 나올 거다. 그러므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시청자의 각성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 기사를 내는 언론과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을 혐오하고, 놀리고, 보이콧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이런 부분의 대 각성이 요구된다.

20160819

2층 침대

이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거 같은데... 요새 연습생으로 또한 초보 연예인으로서의 자기 생활을 반영한 곡들이 꽤 많다. 이건 표준 계약 7년 주기를 바탕으로 기존 걸 그룹들이 대거 고참급이 되고 새로 등장하는 어린 걸 그룹이 많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고, 또한 100만 연습생인가 10만 연습생인가 하여튼 연예인이 되려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것과 관련이 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그러니까 2009년~2011년 쯤에는 기본적으로 수록곡들조차 사랑 노래들이 주였지만 지금은 이렇게 자기들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곡들이 심심찮게 껴 있다는 게 다르다.

예컨데 다이아의 "연습생"이 있고 며칠 전에 나온 우주소녀의 "2층 침대"가 있다. 또 몇 곡 있는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상황이 좀 다르지만, 아니 생각해 보면 크게 다를 것도 없지만 피에스타의 Today도 그런 곡이다. 2층 침대의 경우도 연예인 루키로서 실수를 한 건 아닌지, 내일은 또 어떨려는지 하는 이야기들이 구구절절 담겨 있다.

어떻게 생각하며 구질구질한 점이 좀 있는데... 자기 이야기를 노래 한다는 게 원래 그런 거지만... 또한 너무 그들만의 문화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는데 연예인을 꿈꾸는 사람이 그렇게 많고, 또 팬덤에, 소식에 관심이 많고 이젠 익숙해진 대중 등등 따져보면 공감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거다. 특히 프로듀스101 이후 지금까진 언론에 노출될 일조차 없었던 비 거대 기획사 연습생의 면모가 상당히 자세히 보여지면서 그게 눈에 익었고 이와 함께 참 많은 부분이 변화의 격동을 맞이하고 있는 거 같다.

뭐 어쨌든... 이번 우주소녀 앨범이 꽤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음. 12명이나 되던 그룹에 유연정이 새로 합류해서 13명이 되었는데 타이틀 곡에서 파트는 25%를 가져갔다. 기존 멤버 입장에서는 이게 뭔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이와 함께 드디어 음원 차트 차트인도 할 수 있었다. 뭐 차트는 언제나 지독할 정도로 냉정하고 이 바닥이 다 이런 식인 거지...

그리고 IBI는 IBI를 타이틀 곡으로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좀 있다. 초보 연예인 특유의 끝의 톤을 올리는 어린 아이에게 설명하는 듯한 말투를 듣고 있다 보면 대형 기획사의 체계적인 트레이닝 부재가 선명하게 드러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하지만 이것 또한 요즘 같은 시대 새로 등장하는 연예인의 차별화된 캐릭터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일본처럼 점점 성장형 캐릭터가 주목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극명한 예가 바로 소혜양이다. 여튼 작년과 비교해 팬덤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걸 그룹 음반 판매량이 꽤나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의 반영이지 싶다. 즉 쟤를 내가 키워내고 만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프듀 계열 남성 팬들이 생각보다 많고, 완성형 그룹의 섹시함이나 귀여움에 환호나 하던 기존 걸 그룹의 남성 팬들과 다르게 이들은 실제로 돈을 쓰기 시작했다. 음반 뿐만 아니라 굿즈와 콘서트에도 돈을 쓸 거다.

날짜로 따지면 거의 비슷하게 데뷔한 블랙 핑크와 IBI 멤버와 그룹 간의 그 극명한 차이가 보여주는 게 꽤나 많다. 뭐 양쪽 다 바늘 구멍 같은 데를 각자의 방식으로 통과한 사람들인 건 분명한 거긴 한데. 이런 점에서 이번 7년 텀은 걸 그룹 판의 양상을 꽤 바꿔 놓을 수도 있을 거 같다.

여튼 IBI 덕분에 운영하는 모 블로그에 며칠 째 1만 명씩 들어오고 있다... 작년 도메인 유지 비용은 경리 덕을 봤는데 올해는 IBI 덕을 보는 군... 패션 사이트 운영자인데 이게 뭔가 싶기도 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광고 수익 차트는 지독할 정도로 냉정하고 이 바닥이 다 이런 식인 거지...

20160812

여름의 절정

a. 인터넷이든 뭐든 글쓰기에 있어서 반응이란 참 예상하기 어려운 요소다. 예컨대 청바지에 대해 꽤 많은 트윗을 했는데 반응이 가장 좋았던 건 프라이탁의 환경 보호 청바지였다. 코어하고 마니악한 이야기엔 분명 그렇게 큰 관심이 없고, 환경 보호나 기발한 아이디어의 측면에는 분명 꽤 관심이 있다. 이 부분은 좀 애매한데 환경 보호를 하려는 데에 관심이 있는 건지, 그런 생각을 실현하기 위한 아이디어에 관심이 있는 건지 명확히는 모르겠다. 아니면 아예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겠다.

물론 뭔가를 쓴다는 게 꼭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만 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예상을 꽤나 벗어나는 때에는 세상에 대한 이해도 어딘가에 큰 오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뭐... 끝까지 알 수 없겠지...


b. 요새 아침에 상당히 일찍 나오는 데 지하철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이런 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c. 아침에 나오면서 에이핑크의 내가 손짓해 주면을 들었다. 이 곡은 랜덤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돌리다가 흘러나오면 계속 반복해서 듣게 되는 마성이 있다. 여튼 새삼 느끼는 데 에핑의 장점은 보컬 그룹임에도 흔하디 흔한 감정 과잉의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어둡고 딥한 발라드도 없고 요란하게 흥청대는 파티 곡도 없다. 훌륭한 포지션이다.


d. 요새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꾸 한숨과 짜증만 난다. 하지만 적대적인 언어의 방치는 요새 보다시피 굉장히 엉뚱한 게다가 이율 배반적인 반항을 만든다. 예컨대 ㅇㅂ를 블록으로만 대응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사태를 넓게 바라보면 ㅇㅂ는 그곳만의 문화가 아니었고 예상보다 훨씬 범 사회적인 사고 체계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인 상식 구조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떤 생각이 경멸의 대상이 되는 지, 왜 경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보다 분명히 알려질 필요가 있다.

이런 거야 뭐 당연한 건데... 이런 거 말고도 한숨과 짜증이 나는 게 꽤 많다. 특히 어린 애 자기 확신이나 동조 같은 소리들은 일단 다 뮤트, 블록하게 된다.


e. 뜻과 의지대로 돌아가고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중요한 일들은 다 내 손을 떠나 있고, 손에 잡고 있는 중요한 일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다들 자신의 삶이 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걸 이해한다고 해서 내가 도산의 위험을 비켜갈 수 있는 건 아니다.


f. 손나은-임나영-슬기-케이 모아서 예능 만들 용자가 어디 없을까.

20160809

8월의 더위

나의 작은 장점 중 하나는 끝이 저기에 있다 혹은 언제 끝난다는 확신만 있다면 어떤 짜증나는 일이라도 그럭저럭 버틴다는 거다. 예컨대 군 생활은 오직 그거 덕분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보통 8월 15일 전후로 날씨가 꽤 드라마틱하게 변하면서 밤 바람에 냉기가 스며들고 사람이 살 만한 세상으로 바뀌는 데 올해 낮 더위는 그렇게 될 거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력해서 나름 패닉에 빠져 있었는데... 요 며칠 잠잘 때 온도가 아주 미묘하지만 어제보다는 좀 낫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개선되고 있다. 이 추세라면 15일 전후로 꽤 살만 해 질 거 같다. 즉 이제 일주일, 길면 열흘 정도만 지나면 다시 올해 여름도 버티고 살아남은 게 되는 거다. 이것만으로도 일단 심리적 안정이 찾아온다.

와이지의 블랙핑크와 아이오아이가 음원을 발표했다. 음원 차트에서 블랙핑크는 예상대로 데뷔 1위를 달리고 있고 아이오아이도 2위로 선전하고 있다. 올림픽 때문에 음원 차트 실이용자 수가 좀 낮긴 하지만 그래도 장사는 역시 몰려서 하고 대결이 있어야 흥행이 되는 건 분명한 듯. 블핑은 붐바야는 그냥 그렇지만 휘파람은 꽤 들을 만 하다. 하지만 노래가 좀 더워... 아이오아이도 좀 더워... 작년에는 걸 그룹들이 여름 시즌 송 대전을 벌이더니 올해는 올림픽 때문인지 아무도 안 내놓네. 오마이걸의 내 얘길 들어봐 아잉~이 있긴 하지만 좀 약하다.

뭐 올해 들어서 걸 그룹 음원이야 체크 정도 선에서 유지하고 있고... 최근 많이 듣고 있는 건 레게다. 올드 레게, 클래식 레게. 그 전에는 덥 종류를 계속 들었는데.. 이것도 사실 레게의 자식들이긴 하지만.. 요새 음악, 즉 컴퓨터 베이스드 덥을 들은 거였고.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뭔 수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더 더운 곳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요새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를 읽고 있는데 어제 덥에 대해 나오는 유명한 구절 부분을 읽었다.

어쨌든 당장의 가장 큰 문제는 피곤함이다. 더워서 잠을 거의 못 자고 있고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몇 가지 일들이 영혼을 잠식하고 있다.

20160729

여름이다

그렇다 여름이다. 한국의 여름. 습하고 덥고 찌고 돌아보는 모든 게 짜증나고 둘러보는 모든 게 짜증나는 여름이다. 올해는 유난히 더 그런데 더 습하고 더 덥기 때문이다. 하지만 짜증은 내어서 무얼 하겠나...


각자 자기의 일이 있고 같이 모여서 무얼 한다고 해도 방점과 무게는 다르다. 어쩌다 운이 좋아서 모두가 무거운 방점을 두고 있다면 일이 그나마 잘 풀릴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데 이런 건 운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무거운 방점을 실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 역시 자신의 작업을 하는 사람의 책무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도 탓을 할 수 없다.


21세기 한국이라는 나라의 기본적인 소양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다. 주취자에 대한 관용적 태도, 여혐이나 동물 등 약자 혐오 발언과 행동에 대한 관용적 태도 등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또 강간 범죄가 발생했을 때 꽃뱀 논란, 교통 사고가 발생했을 때 김여사 논란, 재개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알박기 논란, 건물주의 태도와 세입자의 떼쓰기 논란 등등을 보면 고착화된 권력 구조 안에서 매우 일상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약자에게 전가한다.

이건 이 사회의 "문화" 중 하나로 예컨대 대기업과 협력 업체 문제, 리테일 샵에서 갑을 문제, 호텔 로비, 백화점 주차장, 식당 등등 수도 없는 곳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가만히 쳐다 보면 다 비슷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나마 조금 변한 건 서비스 업종에 대한 갑을 논란인데 하도 아르바이트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많아서 공분이 일어나는 듯 하다.

나머지를 보면 그런 걸 해본 적 없으니, 혹은 상상을 하지 못하니 매우 쉽게 강자에 빙의한다. 얼마 전 건물주-세입자 논란은 세입자가 법을 따르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좀 더 크게 보자면 애초에 건물주-세입자에 대한 불균형한 법률에서 비롯된다. 어느 쪽에 집중하는 게 사회에 더 도움이 되냐는 걸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경우 당연히 후자다. 하지만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페미니즘 논란도 그렇다. 여러 논의가 오고 가고 있지만 그나마 여혐 쪽에서 유의미한 말을 쏟아내는 부류는 이 대치 상황을 가지고 포지션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있는 경우(과연 그 시장이 얼만한 크기가 될 지 궁금하지만 화이트 스래시가 결국 유력 대통령 후보까지 만들어 낸 미국을 보면 민주주의가 공고화 될 수록 그런 자리가 분명히 있긴 할 거다)와 그냥 이거 가지고 놀고 싶은 어린 애들이다.

사실 후자가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 쪽은 사람이 화를 내는 데 이유를 모르는 우리집 강아지와 사정이 비슷하기 때문에 더 이상 답도 길도 없기 때문이다. 자기가 뭘 하고 있는 지도 모르고 앞뒤도 하나도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냥 웃기는 것과 마음 편안한 걸 찾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흥분하고 쉽게 사그라 들고 타인의 생각을 가늠도 못한다. 파쇼의 편안함은 이런 데 쉽게 스며든다. 그러므로 계몽 같은 거창한 건 차치하고 그저 공공 교육에서 화장실 사용법과 길 걷는 법, 대중 교통 사용법이라도 좀 철저히 가르쳐서 이런 자들이 거리 더럽게나 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집에서 컴퓨터를 할 수 없으니 밤에 잠들기 전 책을 보고 있다. 좀비와 싸우는 법을 꽤 열심히 읽었기 때문에 이제 좀비만 오면 독서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거 같다.

20160708

7월 7일이 지나갔다

장마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열대야의 여름은 오지 않았다. 낮엔 뜨겁고 덥지만 그래도 밤에는 돌아다닐만 하다. 긴 슬럼프에 빠질 거 같은 느낌이 가득한 날이었지만 다행히도 모님의 도움을 받아 구산역 스벅에서 커피를 마시고 역촌, 응암 다시 구산역까지를 터덜터덜 걸었다. 뭐든 생각을 하지 않는 건 꽤 도움이 된다. 그렇게 밀고 밀어서 생각하기 힘들고 괴로운 것들은 죽을 때 한꺼번에 닥치면 되는 거겠지. 여튼 답이 없는 데에는 문제도 없는 법이다.

씨아이브이에이가 데뷔를 했고 음신 2가 끝이 났다. 이 병맛 가득한 방송이 끝나서 다행이기도 하고 이 병맛 가득한 방송이 끝나서 아쉽기도 하다. 이제 퀵빚은 어디서 보나. 여튼 음원 출시를 이렇게 손꼽아 기다린 것도 오래간 만이다. 뭐 나온 노래는 알맞은 선 정도로.

20160701

비용의 순환, 그 첫번째 자리

사이트를 유지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가만히 앉아서 뉴스 피드만 보면서 뭐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이것저것 좀 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한다. 도메인 유지 비용도 있다. 무엇보다 도메인 비용을 낼 때 그 비용이 다른 삶의 우선 순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수익이 나와야 한다. 뭐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 취재도 거의 못하고 그렇게 많이 드는 건 아니지만 여튼 그렇다.

어쨌든 사이트 유지 비용은 사이트에서 나온 걸로 한다...라는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패션 사이트 유지 비용이 패션붑에서 다 나오지가 않는다. 스폰싱도 없고 광고 수익도 낮아서 불가능하다. 대신 심심할 때 연예인, 걸 그룹 이야기를 떠드는 블로그에서 그럭저럭 지금의 패션붑 유지 수익 정도가 나오고 있다. 향수 팔아서 가방 만들고, 가방 팔아서 옷 만드는 디자이너들의 슬푼 이야기와 비슷한 구조다.

이게 아주 잘 돌아가면 여기서 수익이 늘어 좀 더 다채로운 취재를 할 수 있게 되고, 그래서 더 좋은 사이트가 되고,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수익이 더 늘고, 좀좀 더 다채로운... 의 순환이 생길텐데 한 칸 올라가는 데 한 5년 걸리는 거 같다...

이런 이야기는 이전에 많이 한 거고... 걸 그룹 이야기를 주로 올리는 블로그는 아무래도 수익이 좀 나야 하니까 사실 세간의 화제가 있는 경우 좀 노리고 전략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건 생각처럼 잘 되진 않는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걸 그룹 이야기를 쓰는 블로그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이야기는 경리다. 나인뮤지스의 경리.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경리였다. 이상하게 경리 인기가 높다. 뭐 굳이 냉정하게 이유를 따져보자면 경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몇 명 없으니까 검색해서 그나마 있는 곳에 들어오게 되는 거 같다.

이런 걸 전략적으로 따져보자면 TV를 계속 보면서 탑 티어 바로 다음 단계 정도의 아이돌의 검색어 유입을 노리고 글을 쓰는 게 사이트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될 테다. 하지만 요새 TV는 볼 수가 없고 아주 귀찮은 단계를 거쳐 폰으로 몇 가지 보는 정도다. 여튼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경리의 팬이니까 심심해서 끄적거린 것들을 꽤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왔었다. 요 며칠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되짚어 보면 요 몇 년 간 패션붑 사이트의 도메인 비는 경리 덕분에 마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리야 물론 여기도 저기도 아무 사이트도 모르겠지만 여튼 고맙다! 나인 뮤지스도 LTE 걸즈도 화이팅!

20160629

지역의 유래, 옛날 지도

몇 번 말했지만 지역의 유래... 지형의 예전 모습... 찾아보는 걸 좀 좋아한다. 여튼 중랑천에 있는 월릉교가 월계-태릉이라길래 찾아봤더니 월계-공릉이었다. 근데 공릉이 공덕리 + 태릉에서 나온 말로 결국 공릉의 릉이 태릉이니까 월릉의 릉도 태릉이다... 그러면서 네이버 사전 등등을 좀 찾아봤는데 고지도가 몇 개 나온 데가 있었다.



잘 안보이는데... 위 지도는 조선지형도라고 일제 시대에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지도다. 도서관 찾아보니 출간본(1990년)이 있긴 한데 요새 참고도서 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라 볼 수는 없었다.

가운데에 보면 상봉리가 보이고 그 위에 봉화산이 있다. 봉화산 오른쪽에 보면 내동이라는 곳이 보이고 신내리라는 이름도 보인다. 신내동이 1914년에 신현리와 내동리(+능내리, 직곡리 등등)가 합쳐져서 붙은 이름이니까 위 지도는 1914년 이후에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오른쪽 맨 위에 양원리 그 아래에 망우리가 보인다.

가운데에 길게 나 있는 도로는 상봉동, 망우동을 거쳐 구리로 가는 길이다. 지금도 물론 있고 6번 국도. 6번 국도는 인천역에서 시작해 저기를 지나 강릉시 연곡 교차로까지 280km 정도 이어지는 동서 횡단 도로다. 참고로 종로도 6번 국도다. 그리고 저 노선은 안산에서 철원으로 가는 47번 국도와 겹친다. 47번은 6번 국도와 겹치다가 상봉 지나 신내 쪽에서 갈라져 북쪽으로 올라가는 데 위 지도에 보면 그런 길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신내리라고 적혀 있는 곳 옆에 길을 따라 올라가면 뭐 철원까지 갈 수 있을 거다.

가운데 왼쪽 위아래로 중랑천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 철길 표시가 되어 있는데 경원본선이라고 적혀있다. 용산에서 원산으로 가는 기차길이다. 1910년에 착공해 1911년에 용산-의정부 노선이 완공되었으니 여튼 1911년 이후 지도라는 걸 또 알 수 있다.

성북역(지금은 광운대역)에서 오른쪽으로 나와서 화랑대역을 지나가는 경춘선이 1939년에 개통되었는데 있다면 저 지도 바로 위에 표시가 되어있을 거 같다. 찾아보니까 저 지도는 1918년 쯤 만들어진 걸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아마 없을거다.

지금 먹골역, 중화역이 있는 곳은 위 지도를 보면 다 논이었다.



이건 대동여지도. 가운데 속계라고 적혀 있는 데가 중랑천이다. 오른쪽으로 수락산과 검암산이 보인다. 사실 검암산은 지금은 구릉산이라고 부르는 조막만한 산으로 올라다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지금 나 사는 곳 바로 뒤에 있는 산이라 산책 겸해서 몇 번 올라간 적이 있다. 그보다는 수락산과 검암산 사이에 있는 불암산이 훨씬 높고 등산으로는 더 인기가 많다. 그렇지만 동구릉이 있는 산이라 표시된 거 같다. 지금은 정상에 올라가 보면(완전 정상은 부대가 있어서 못 올라간다) 군부대 철책과 동구릉 철책 사이로 난 길을 지나갈 수 있다.

왼쪽에 있는 게 삼각산이면 왼쪽 아래 동그란 데가 사대문, 종로길이라는 이야기인데... 저 지도만 가지고 길을 찾아 가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거 같다.



이건 해동지도. 이 지도는 글자가 잘 안보이는데... 왼쪽 아래에 보면 동십리라는 곳이 있다. 동쪽 십리, 지금 돌곶이 = 석관동 지역이다. 그렇다면 그 오른쪽에 보이는 게 중랑천이라는 이야기다. 맨 오른쪽에 커다란 산이 동구릉인 듯 한데... 잘 모르겠다.

여튼 이렇게 옛날 지도 구경은 끝...

20160628

우보천리

우보천리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뜻이다. 2016년의 우보천리란 컴퓨터를 켜고, 조금 있다가 외장 하드를 켜고(이상하게 초기 화면이 지나가기 전에 외장 하드를 켜두면 부팅이 되지 않는다. CMOS에서 부팅 하드 지정도 해놨는데도 마찬가지다), 크롬을 열고, 구글 독스를 열고, 가까스로 문서를 열어 다섯 줄을 썼는데 컴퓨터가 꺼져도 당황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자동 저장이 되어 있기를 기원하며, 묵묵히 외장 하드를 끄고 다시 컴퓨터를 켜 위의 일을 반복해 가며 원고를 써 가는 일을 말한다... 컴퓨터 사야 해...

20160613

분노와 홧병, 듀엣 가요제

1. 일요일에 인터넷이 잘 안되는 곳에 8시간 정도 있다보니 그냥 세상 돌아가는 거를 잊고 있다가 다시 네트워크 망으로 돌아오며 뉴스를 확인해 보니 올란도에서 커다란 총기 사건이 일어났고 사망자가 20명이었다가 집에 오는 길에 50명으로 늘어났다.

1차, 2차 세계 대전과 한국, 베트남, 이라크 같은 커다란 전쟁의 시대가 끝이 났고(이제는 그런 류의 전쟁은 시작이 되면 아마 다 끝날 거다)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삶의 방식과 요구는 늘어났는데 그 레벨이 다들 너무 다르고 조화의 방식은 개발이 더디다. 결국 이런 방향은 국소 분쟁, 특히 테러 같은 인터넷 바이럴 용 범죄만 늘어나고 있다. 과연 이런 길에는 당장의 대책이 없는 건가. 어떻게 하면 인류가 가지고 있는 분노와 홧병의 총량이 줄어들고 다들 정신을 좀 차리고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 않을 수 있을까.

2. 어떻게 하다가 듀엣 가요제를 몇 편 봤다. 아마츄어 지망자와 프로 가수가 팀을 이뤄 듀엣곡을 부르는 경연이다. 경연도, 아마츄어가 나오는 방송도 보지 않지만 여튼 볼 기회가 생겼고 피할 방법도 없었기에 보게 되었다. 이런 방송은 퀄리티 유지가 중요한데 꽤 잘해나가고 있고 그 중심에 산들과 조선영 듀엣이 있다. 이 두 분의 조합은 꽤나 적절하고 듀엣 가요제라는 방송의 테마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예컨대 노래로만 보자면 린과 듀엣한 분이나 어린이 뮤지컬하는 분이 훨씬 잘하고 아마츄어라고 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산들과 듀엣을 하는 조선영 씨는 매우 잘하는 아마츄어고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곡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에 그 사실이 중요하다. 결국 실력이나 목소리라는 건 악기나 기계처럼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어떻게 써먹느냐에 달린 거다. 여하튼 방송도 그렇고 무슨 일이든 좋은 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의도든 우연이든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걸 새삼 다시 느낀다.

산들 말고 눈에 띄는 사람은 라디. 이 분이 좀 더 본격적으로 프로듀스를 하면 좋지 않을까. 걸그룹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20160609

핑거스미스

아가씨는 그다지 볼 마음이 없는데 문득 생각나서 며칠 전부터 핑거스미스를 봤다. 3편짜리라 길지 않은데 역시 꽤 재미있다... 굉장히 오밀조밀하게 꼬여있는 정통 반전극인데도 덮여 있는 스타일이 그렇게까지 올드 패션드스럽진 않다. 사라 워터스의 원작도 재미있지만 BBC도 꽤 잘 만들었다. 방송국이 왜 이렇게 드라마를 잘 만드는 걸까. 무엇보다 쓸데없이 격앙되거나 흥분하지를 않는다. 아주 침착하게 한칸 한칸 스토리를 쌓는다. 이렇게 쌓아 놓으니 잔상이 오래 가고 쉽게 무너지질 않는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티핑 더 벨벳도 볼까 싶다.

20160607

간당과 로스트 하이웨이

여전히 바쁘고 심난하다. 사실 바쁘다기 보다는... 간당간당하다라는 말이 좀 더 적합해 보인다.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나가서 먹는 게 아니면 배가 부르지 않는다는 거.

로스트 하이웨이와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다시 보려고 한참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속 미루다가 연휴 중간에 로스트 하이웨이를 봤다. 그런데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내용이 낯설다. 아무래도 어느 시점부터 과거의 꽤 많은 것들을 그냥 잊어버린 거 같다. 뭐 물론 중간중간 인상적인 장면들은 여전히 기억이 나고 여전히 인상적이다. 여튼 멀홀랜드는 다시 볼까... 싶어졌다.

예전에 쓰던 자전거가 거의 폐기물 수준이 되었는데 아직 폐기물이 되지 않은 자전거를 하나 얻어서 오래간 만에 좀 탔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데 잘 미끄러지지 않고, 효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 이 두 문제는 보통 자전거 차체가 무거워서 생기는 문제다. 이외에 기어가 잘 안 먹히는 문제가 있다. 이건 뭐 그냥저냥 쓸 수 있을 정도는 된다.



20160603

극심한 피로 2

감기 혹은 먼지 탓은 아직 낫지 않고 있다. 대신 어제 오늘 꽤 많이 걸었다. 기회가 닿았고, 기분도 좋았고, 날씨도 좋았다. 두 날 다 휴대폰이 꺼져 버려서 기록은 없지만 지도에 대략적인 루트를 표시해 본다.



합쳐서는 양 쪽 다 4킬로미터 남짓이군. 어쨌든 덕분에 어제는 쿨쿨 잤다. 다만 자면서 이상한 꿈을 계속 꾸는 바람에 4시, 6시, 8시에 잠깐 깨어났다. 무슨 꿈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꿈을 꾸면서도 뭐 이딴 스토리가 다 있냐...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다지 마음에 안드는 내용이었다.

20160528

극심한 피곤

지금 매우 피곤하다. 정말 이렇게 피곤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면 우선 밤 10시 30분에 라면이 먹고 싶어서 다음 지도에 나온 두 군데 김밥 천국을 찾아갔지만 둘 다 닫아 있었다. 그래서 파파이스에 갔지만 11시 마감이라고 테이크 아웃만 된다고 한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매우 시끄러운 아저씨 옆에서 1시간 30분 가량 고생을 했다. 아직도 그 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일민 미술관에서 도박회, 강연 그 전에 스벅에 있었고... 사실 아침에 8시에 깬 거 부터 문제였다. 지난 두 달 간의 습관 때문에 요새 8시 30분이면 눈을 뜨고 덥고 갑갑해 더 이상 잠이 안 온다. 8시 30분에 일어났는데 왜 그렇게 피곤한가 하면 전날 머리가 너무 아파서 점심 때부터 펜잘을 네 알이나 먹었기 때문이다. 속이 쓰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음부터는 그냥 애드빌 사야겠다. 안파는 데가 너무 많아... 왜 두통이 생겼나 이유를 따져보면 바로 먼지 때문이었다. 어제 종일 미세 먼지, 초미세 먼지 둘 다 수치가 새빨간 경고음을 울렸고 그걸 떠나 계속 목이 아프고 머리가 아팠다. 요새 먼지 지수가 높으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게 두통이다. 즉 지금 이렇게 피곤한 건 결국은 중국 탓이다.

먼지만 없었으면 어제 두통약을 안 먹고 잠을 잘 잤을테고 상쾌한 하루를 보내며 스타벅스에서 이야기들으며 요거트도 먹고 일민 강의도 듣고 도박회도 보고 좀 놀다가 밤에 라면은 못 먹었어도 상쾌하게 들어와 샤워하고 쿨쿨 잘 수 있었을텐데... 망할...

20160527

밤 자전거

밤에 자전거를 타면 항상 로스트 하이웨이의 첫 장면이 생각난다.


이유야 뭐... 저거랑 거의 비슷한 장면을 계속 보게되기 때문이다. 서울 중심부 쪽으로 가면 사람이 많아서 아무래도 어렵고, 가장 비슷한 곳은 천호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길이었다. 컴컴하고 아무도 없다. 저런 장면을 계속 보면서 달리게 된다. 데이빗 보위의 아임 디레인지드가 흘러나올 거 같은 기분이 들지만 만약 정말로 들린다면 곤란해지고 그때부터는 진정 린치의 세계일 거다.


집 근처에는 봉화산에서 화랑대까지가 저런 길이다. 하지만 매우 짧고 아스팔트의 느낌이 좀 많이 다르다. 요새는 자전거도 못타고 로스트 하이웨이와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언제 다시 봐야지 하면서도 시간을 못 내고 있다. 문득 생각나서...

20160522

일단락

하고 있는 일 중 당면한 가장 큰 덩어리 하나를 오늘 마쳤다. 지난 한 달간 나름 열심히, 꽤 재미있게 달려온 거 같다. 물론 여러가지로 미진한 부분들이 있고 아쉬운 데도 많지만 지금 내 텐션의 한계는 이쯤인 거 같다. 따지고 보면 지난 1년 간 계속 생각하고, 자료를 쌓아두고, 머리 속으로 스킴을 그려 놓은 것 덕분에 일단락을 한 거다. 그 1년이 없었으면 못했을 거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역시 한계점이다. 1년 부분을 단축하고 한 달 정도의 텐션을 더 높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단편적인 원고와 다르게 이런 부분이 너무 명확하게 드러난다. 두 번 해봤으니 좀 더 나아지겠지 싶긴 한데... 이런 기회가 금방 또 오려나... 사실 그게 문제지.

특히 이번 일주일은 너무 힘들었다. 일은 아무 것도 아니고 몸은 좀 힘들어도 재미있기만 하지만 아오아 사건을 시작으로 강남역 사건까지 머리 속이 너무 복잡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이런 식으로 나아가게 될 거라고는, 아니 그보다는 지금 이 사회가 이런 상태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신적 피로가 너무 크다. 그리고 딱히 극복의 방법도 없어 보이는 게 그 피곤함을 배가시킨다. 여튼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강남역에 가보려고 했지만 가지 못했다. 사실 사진도 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막상 시간이 있었어도 어떻게 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차라리 시위였으면 갔을텐데... 다만 학교에 비슷한 추모판이 만들어져서 그건 좀 읽어봤다. 이런 상황이 만드는 미래가 과연 어떨지... 정말 모르겠다.

20160520

강남역 살인 사건의 충격

이번 강남역 살인 사건과 그 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주는 충격이 매우 크다. 세월호 사건이 한국이라는 국가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선명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면 이번 사건은 방향이 약간 다르고 사실 더 충격적인 부분도 있다.

예컨대 마땅히 이런 일을 애초에 바로잡고 올바른 이성 확립을 위해 애써야 했을 소위 진보적인 언론과 인사 등등이 (계급) 구조와 언젠가 올 아름다운 세상 타령을 하고 있는 동안, 우월적 지위를 점한(그게 생태적이든 뭐든) 이들이 만들어 내는 인권적 불균형과 그의 지속을 위한 비우월적 지위의 억압이 어느덧 시대 정신이 되어 버렸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억압은 조롱과 거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납득하지 않는 걸로 나타나고 있는데 사실 가만히 보면 거부와 부정을 넘어 그런 인식 자체를 아예 하고 있지 않다. 케냐 사파리의 사자와 톰슨 가젤의 관계처럼 원래 사자는 톰슨 가젤을 잡아 먹는다의 수준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 이래 가지고는 전혀 인간의 삶이 아니다. 

국가가 회사와 다른 점은 능률이 떨어진다고 해고를 할 수 없다는 거고, 케냐 사파리와 인간 사회의 다른 점은 사자와 톰슨 가젤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그 균형을 만들기 위해 사자의 힘을 제한하고 톰슨 가젤에게 갑옷과 무기를 쥐어준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그러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걸 보고 있자면 케냐 사파리하고 다를 바가 없다. 이 금수 같은 놈...이 진짜였던 거다.

20160518

그냥 잡담이다

* 대학교 1학년 때인가.... 깊은 이야기하려고 술 먹는다는 말 하나도 안 믿는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와 한 적이 있다. 뭐든 할 이야기 있으면 맨 정신에 하는 게 낫고 술은 오직 웃자고, 즐겁자고 마시는 거.... 그 외에는 아무 의미 없음.... 슬픔을 달래러 마시는 술 같은 것도 안 믿음. 슬플 땐 차라리 운동을 해.... 몸 상해.... 그 이후 여러 경험이 쌓이고 술을 마시고야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들, 특히 그래야만 하는 종류의 사람들은 전혀 상대하지 않는다. 다 스루했고 이제 한 명도 없는 거 같다.

더 나아가 진지도 아니고 뭔 생각에서 나온 건지 헛소리 혹은 숨겨왔던 본심 등등을 꺼내는 사람도 있는데 이쪽은 더 질이 나쁘다. 맨 정신엔 아예 못할 소리나 지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술 취했으니까 기억 못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게 더 무섭다. 혹시나 주변에 인간이 하나도 없어도 이런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않고 혼자 노는 게 차라리 낫다.

이 이야기를 하는 건 뭔가 굉장히 신나게 놀고 집에 가서 푹 자고 싶은 날인데 그러기엔 마음이 무거운 와중에 맥주나 마실까 -> 그런 일이 있었지 -> 난 여전히 그렇게 생각해.... 순으로 머리 속에서 이야기가 나아가다가 끝 부분만....


* 그건 그렇고 최근 나도 헛소리를 좀 많이 했다. 그것도 맨 정신에.... 역시 갈 길은 아직 너무나 멀고 쌓아야 할 산도 이제 돌맹이나 몇 개 가져다 놓은 거 같다. 여튼 꽤 반성을 하고 있다.


* 어제 남아 있는 돈과 써야할 것들이 며칠 정도의 분량인가 사이를 곰곰이 가늠하다가 살짝 우울해 졌다. 받을 고료가 좀 있긴 한데 소식도 없고.... 뭔가가 이런 식으로 막히는 건 역시 슬프다. 뭐 상황이 슬프다기 보다 이렇게까지 방치한 무능력이 슬픈 거지만. 여튼 일이 막히는 순간이 곧 도래할 거 같다. 혹시 제게 줄 고료가 있는 분은 이걸 보시면 어서... 제게 혹시 자금을 지원해 주고 싶은 분도 여기 사이드바(링크)를 보시고 어서...


* 동생 가족이 왔고 강아지 막내도 함께 왔다. 아마도 2002년 쯤 태어났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남편이 버리라고 했다고 들고 길에 가져온 걸 데려온 거라 그 전의 신상은 정확하지 않다. 당시에 상당히 어려 보였기 때문에 아마도 그 해 쯤, 많아 봐야 2001년에 태어났을 듯 하다. 이제는 나이도 많고, 원래 몸도 작고 약하고, 큰 병에 걸려 죽을 뻔한 걸 동생이 살려 놓은 요크셔테리어다. 생애의 한 20% 쯤은 나와 함께 했고 80% 쯤은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막내 심심 할까봐 데려온 웅이가 지금 우리 집에 있다. 여튼 지금은 뭐 막내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거 같고...

여튼 이제 너무 늙어서 힘든지 잘 눕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계속 벌벌 떨고 있는 걸 보니 역시 슬펐다. 그래도 오랫동안 함께 즐겁게 잘 살았으니 혹시 죽어도 더 이상 슬퍼하지 말고 편히 쉬게 되었음을 축복해 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어제 아침에 상황이 너무 안 좋아 보여서 제주도 집까지 갈 수는 있는 거야 하고 걱정했는데 집에 도착하더니 굉장히 건강하게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심지어 서울 와서는 스트레스 탓인지 밥도 잘 못 먹고 찡얼거리기만 하던 조카도 밥을 한 그릇 다 먹었다고 한다. 다행이다. 제주도는 애와 개들에게 무척 좋은 곳임이 분명하다.


* 정말 간절하게 뭔가 바란 적이 살면서 두 번 있는데 두 번 다 이뤄졌다. 이게 좀 신기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 한 번이 웅이가 집을 나갔을 때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당시 되는 일이 정말 하나도 없던 막막한 때라 난 대체 왜 이따위로 살고 있냐, 강아지 하나 제대로 못 챙기는 삶이라니... 하면서 눈물이 다 났었는데 다음 날 유기견 공고에서 발견했다. 사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고 주변 정황을 보건대 못 볼 운명이었음이 거의 확실했는데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이런 저런 게 겹쳐서 종교는 아직 없지만 무신론자는 아니다. 요새도 웅이를 보면 사라졌을 때, 거의 열 시간을 온 동네를 돌고 전단지를 붙이고 들어왔고 허둥지둥 걷느라 뭐가 잘못되었는지 발 뒤가 굉장히 아팠지만 그저 너무 슬퍼서 간절히 찾기를 바랬던 그 기분이 생각난다.


* 오늘은 매우 끔찍한 날이다. 그리고 매우 힘든 날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범죄가 있었고 그 이후 나타난 모습은 이 사회가 완전히 병들어 있음을 확인하게 해 준다. 매우 심각한 정신 질환의 상태라 계몽, 치료 같은 걸로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거 같다. 그나마 몇 보이는 정상의 인간들은 조현병의 상태에서도 죽지 말라고 심장은 뛰고 폐는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그냥 무의미하게 돌아가는 어떤 것.... 헛소리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생각이란 걸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거 같은 말이 너무 많아서 종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강남역 10번 출구의 모습은 스치듯 봐도 울컥해져서 차마 사진도 보기가 어렵다.


* 그리고 매우 끔찍한 날이었다. 80년 5월 18일로부터 36년 정도가 지났는데 이 거대한 사건이 지금까지 제대로 해결된 게 아무 것도 없다. 이런 비슷한 심각한 내상을 입히는 모든 것들이 계속 쌓이고 좋은 게 좋은 거, 산 사람은 살아야지 이딴 소리나 하며 가만히 두다 보니 이런 중증의 정신 질환 단계로 들어선 거겠지.



20160517

걸 그룹의 무엇을 보는가

걸 그룹의 무엇을 보고 있느냐에 대해 그다지 자세히 정리해 보고 있지 않다가 누가 이야기를 꺼내길래 한 번 써본다. 말하자면 "바라는" 거고, 그 기준에서 신곡과 그룹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거다.

우선은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음악. 들으면 기분 전환도 되고 기운도 나는 그런 노래들이 좋다. 이건 뭐 워낙에 주관적이라 딱히 할 말이 없는데 종종 이 노래 좋은데... 라고 여기에 적거나 하는 건 그런 종류다.

그리고 또 하나는... 대부분 여기에 기반해 각각의 걸 그룹에 대해 생각하는데 여튼 1등이 되면 좋겠다. 그 분들이 음원 순위든, 음반 순위든, 음방 순위든 모두를 무찌르고 단 한 순간이라도 꼭대기에 서보는 걸 응원한다. 여하튼 이 열심히 사는 여자들이 모두를 이기고 1등을 하는 걸 보고 싶다.

물론 걸 그룹 및 거기서 나오는 유닛, 솔로 모두... 라는 건 모순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1등 만이 모든 게 아니라는 것도 물론 맞고 저 위에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은 1등이랑 아무런 상관도 없다. 하지만 어차피 이 분들 대부분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며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계에 들어선 거고 이왕 들어섰으니 1등을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멜론 실시간 1등은 1시간에 한 번씩 집계가 나오니까 1년에 365X24번이 있고 음방은 일주일에 5개인가 그렇게 계속 있고, 음판은 하루 집계로 365번이 있고 등등이니까 결국 1년에 약 1만 번 정도의 1등 타이틀이 있는데 물론 그렇다고 쉽게 오르긴 어렵다.

예를 들어 러블리즈는 2014년 11월 데뷔 이후 1년 반 정도의 활동 기간 동안 1만 5천 번 정도의 타이틀 매치가 있었지만 아직 꼭대기에 오른 건 하나도 없다. 레인보우는 2011년 To Me 활동 때 멜론 실시간 1위를 한 적이 있긴 있다.

꽤나 멋진 걸 하든, 꽤나 한심한 걸 하든, 청순을 하든, 섹시를 하든 그 그룹이 무슨 수로 생존을 영위하고 어떤 팬층을 기반으로 1위를 노리는 지 파악해 보고, 그 기준으로 뭐가 부족해서 못하는 걸까 아니면 저 길은 암만 봐도 길이 없으니 빨리 바꿔야 하지 않을까 등등으로 생각해 보는 식이다. 뭐 1등 그룹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컴백 음반 내자마자 멜론 차트 광탈하는 걸 그룹 같은 경우엔 자리를 잡고, 순위를 올리고, 1위에 오르기까지 더 생각해 볼 게 많다. 그리고 이제 어지간하면 1등을 찍게 된 그룹은 저렇게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왕이면 더 멋진 거 하지...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많으니까 또 생각해 볼 게 많다.

예전엔 예능이 중심이었는데 약간 바뀌어 이렇게 되었다. 예능의 경우에도 얕지만 넓은 인지도를 만들 수 있고 종종 덕통 사태를 불러일으켜 열혈 팬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 모든 게 1위에 오르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뭐 예능 감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최고로 좋다.

뭐 왜 이렇게 보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여튼 이 분들이 어디서든 이왕이면 1등을 했으면 좋겠다. 그런 걸 기반으로 만빵의 힘을 가지고 자기들 하고 싶은 거 신나게 하면 좋겠다.

20160514

레드 윙 포터리

레드 윙 부츠 이야기 아니고 포터리 이야기. 미네소타에 있는 레드 윙이라는 마을은 인구가 1만 6천명 정도 되는 작은 도시다. 1800년대 말에는 밀 농사로 꽤 잘 나가는 곳이었다고 하는데 요새는 그냥 미시시피 강이 옆에 흐르는 작은 마을... 서울의 동 하나가 2만 명이 넘는 곳이 많다. 미시시피 강 하면 남부의 옥수수 밭이 생각나는데 이 강이 워낙에 길어서 꽤 북쪽에도 흐른다.

레드 윙은 레드 윙 부츠가 유명하고 그 외에도 리델이라는 롤러 스케이트를 만드는 곳이 있다. 그리고 레드 윙 포터리가 있다. 인구가 저거 밖에 안되는데 전국구, 그걸 넘어 글로벌 급 명성을 가진 회사가 몇 개나 있다. 찾아보니 스타벅스는 없고 카리부 커피가 꽤 큰 게 있다.

미국에 도자기 줄기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잘 모르는데 여튼 1700년대 부터 스톤웨어 포터리라는 게 펜실베니아와 요크 타운 등에서 시작되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스톤웨어는 여러 가지 종류의 점토를 반죽·성형하여 높은 온도에서 굽고 유약을 사용하지 않은 불투명한 도자기를 말하고 솔트 글레이즈드는 소금을 넣어서 표면을 반짝반짝하게 만든 걸 말한다.

여튼 레드 윙 포터리는 1861년 독일에서 이민 온 존 폴이라는 사람이 시작했다. 독일에서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 분은 짧게 있었고 몇 번 주인이 바뀌다가 1880년대 들어서 솔트 글레이즈드 스톤웨어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이후 계속 이리 저리 넘어가고 그 와중에 레드 윙의 도자기 사업도 꽤 커지기도 하다가 지금은 레드 윙 포터리로 명맥을 유지해 가는 거 같다.


대표적인 제품은 이거다. 크록이라고 하는 구식 그릇.


좀 예뻐 보이는 건 이거다.


제작은 레드 윙 포터리에서 했는데 세인트 폴에 있는 제이콥 esch에서 판매했나 보다. 가게 이름인가? 뭐 그런 건 모르겠고 아래는 솔트 글레이즈드 스톤웨어고 윗 부분 뚜껑의 반짝임은 아래와 다른데 저건 알바니 슬립 글레이즈라고 한다. 알바니 슬립도 반짝거리게 하는 기법인가 보다.



맨 위 둘은 살면서 볼 일이 있을까 싶은 종류지만 이건 좀 가능성도 있고 관심도 간다. 솔트 글레이즈드 스톤웨어 머그다. 정말... 무식하게 생겼다고 할까... 이 심플함이 실로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별로 비싸진 않은데(저거랑 조금 다르게 생긴 머그가 컵 둘에 커피 두 봉지 세트로 30불 정도다) 도자기류라 역시 배달이 좀 복잡하다. 미국 내만 배달이 되는데 꽤 비싸고(20불 가량) 가능하면 와서 받아가라고 한다. 배송 대행을 하면 과연 잘 올까 싶다... 지나가는 길에 레드 윙에 들러서 하나 사오는 게 제일 괜찮은 방법이긴 한데... -_- 전자 렌지 등 사용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예전에 어느 자치구 시장이랑 인터뷰를 한 다음에 선물로 머그 세트를 받은 적이 있다. 뭔가 투박하게 생긴 게 마음에 들어서 오랫동안 잘 썼는데 아쉽게 깨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스톤웨어였다. 반짝거리는 게 솔트 글레이즈드 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르 쿠르제 머그도 스톤웨어다. 뭐 여튼 이런 것도 있다는...

20160509

라나 델 레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은 라나 델 레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3주 전 쯤 본격적인 스트레스가 시작되기 시작할 때 그냥 틀었는데 딱히 부담이 없길래 계속 틀어 놓고 있다. 라나 델 레이 본인보다 더 많이 듣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래도 라나 델 레이만 줄창 틀어 놓으면 이게 사는 건가 싶기 때문에 플레이리스트에 매시브 어택과 아토스, 런던 그래머의 몇 곡을 넣어 놨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사실 라나 델 레이를 계속 틀어 놓기 위한 완충재에 불과하다...

저번에 비슷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는 아무 것도 듣지 않았다. 일하면서도 지하철에서도 그냥 순수한 의미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게 정신 건강에 좀 안 좋은 거 같아서 이번에는 걸 그룹을 잠깐 틀어 보다가 아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라나 델 레이인데 이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하다. 분석이 가능할까?

아무튼 그게 문제가 아니라 몸이 너무 안 좋다. 온 몸이 아프다.

20160508

아쉬운 아는 형님

트위터에 잠깐 적어봤는데 내용이 140자 보다는 길어서 여기에. (계속)으로 이어가면서 줄줄 쓰는 건 전혀 못하겠다. (계속)만 가지고 4글자가 사라져...

아는 형님을 보고 재미있길래 여기에도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아는 형님은 아저씨끼리 우르르 나와서 서장훈 강호동이 싸우면 누가 이기냐, 소변은 얼마나 참을 수 있나 이런 걸로 티격대는, 본인이 대상이 되는 아저씨 한심형 예능인게 재미인 방송이다. 이런 아저씨 막장형 예능이 다시 맥을 잇는구나 하면서 살짝 기쁘기도 하고 가키노츠카이 류의 멍하니 앉아서 1시간을 멍하니 보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그것이야 말로 예능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아하기도 한다.

여튼 소변 참기 따위 서로 한심해 하면서도 아저씨니까 그래도 궁금하다... 뭐 이렇게 흘러가고 결국 바보 같은 짓의 결론을 보게 된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거니까 말하자면 당사자인 아저씨의 한심함을 직접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건 옆에서 아저씨는 이래서 한심해... 라고 말하는 것과는 약간 차원이 다르고 이렇게 본인을 메타화 시키는 거야말로 예능인 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게 반응이 좋아지면서 - 초창기 무도 같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 게스트를 부르고, 특히 걸그룹을 주르륵 부르면서 이 구도가 흔들려 버렸다. 그냥 어린 여자아이들을 앞에 둔 산전수전 다 거친 본연의 아저씨 롤로 회기해 버리고 그러면서 특유의 재미가 사라져 버렸다.

이게 강예원 편-레드 벨벳 편 넘어가면서 눈에 띄게 바뀌었는데 둘 다에 공통으로 상담을 하는 코너가 있었다. 강예원은 한국식으로 치면 80년 생으로 아는 형님의 멤버들인 강호동, 이상민, 서장훈, 이수근, 김영철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어리다. 그렇지만 강예원은 상담 교사 역을 하면서 각 멤버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나름 훌륭한 조언을 해줬다.

즉 일단 나이가 상관이 없이 한심한 아저씨라는 기존의 틀이 유지가 되었고 그걸 또 잘 해내면서 강호동이 강예원에게 상담을 받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평소 게스트 형 토크쇼에는 나오지 않는 구도가 나왔다. 보통 토크쇼에서는 기본적으로 연장자가 우대되고 어린 가수가 사는 게 어쩌구 하면 아저씨들이 나이가 몇인데 그런 고민, 하하하 식으로 흘러가기 일쑤니까.

그런데 이걸 레드 벨벳 편에서 또 하게 되니까, 처음부터 예리의 부모님이 이수근보다 어리다는 게 밝혀지고 + 김희철과의 특수 관계도 있고 + 애들이 또 너무 착하고 그런 게 있다보니까 상담 코너는 레드 벨벳 멤버들이 아는 형님 멤버에게 상담을 받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로써 한심한 아저씨라는 롤은 사라져 버리고 너 나이가 몇인데...의 기존 아저씨로 회기해 버렸다. 그러니 그 다음에는 별 의미도 없는 막장 몸개그 밖에 남는 게 없어져 버렸다. 아이오아이가 딱 그랬다.

그리고 나서 이 코너는 사라지고 꽁트는 남았는데 꽁트야 뭐 위 상담과는 다르게 그냥 설정극이니까. 여튼 이후 계속 우주소녀(레드 벨벳 전이었나?), 아이오아이가 나오면서 이 롤은 그냥 굳어있다. 그러니까 재미가 없다...


역시 아저씨들이 하는 예능은 걸그룹이 나오면 안된다. 나온다면 너가 다 뒤집어버려라 정도는 해야 하는 데 그러면 또 걸그룹 입장에서도 방송 후 엄한 이들의 분개로 곤란해질 수 있다. 뭐 그 따위 이야기 안 들으면 그만이겠지만 아이돌이 쉽게 그럴 순 없으니까.

1박 2일 구성이 비슷한데 차태현이라는 완충재 롤이 있다는 점이 약간 다르다. 게다가 시민들과 함께 하는 훨씬 착한 구성이라 아는 형님하고는 좀 다르긴 한데. 여튼 그럼에도 걸그룹 멤버가 나와도 아침에 정신없을 때 잠깐 나타나 휙 깨우고 어리버리 할 때 사라진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유치하고 한심한 아저씨 들이라는 설정이 계속 유지가 된다. 무한 도전은 초반엔 그랬지만 이런 식의 예능을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달라진 거 같고.

마찬가지로 여성 예능에 남성 게스트도 일단은 곤란하다. 무한 걸스의 막장 구조는 남성 게스트가 올 때마다 무너지고 멤버들은 평소에 예능 방송에서 자신들이 하던 역 - 남성에게 잘 보이려고 하고 그렇지만 외모나 무리수로 주변의 핀잔을 듣는 - 으로 순식간에 회기한다.

이번에 언니들의 슬램덩크 하면서 아마도 한국에서 여성 예능을 가장 많이 오랫동안 하고 있는 김숙도 이런 점이 좀 아쉬운데 윤정수와의 가상 결혼 생활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원래의 기본적 설정 아래서 롤이 회기된 아는 형님이 몸 개그를 하듯 성토를 하는 데서 멈춘다. 전복 따위는 없다.

이게 게스트가 나와도 회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하던 걸 하는 정도의 예능인이 나오면 좋겠는데 그게 역시 쉽지가 않나 보다. 박나래도 장도연도 조신해지면서 가끔 막장 몸개그를 하는 식으로 바뀐다. 이국주는 약간 다른데... 음 아직 잘 모르겠다. 일단 본인 메타화의 예능이 아닐 수도.


여하튼 그러하므로 걸그룹은 부르지 말고 계속 언급하며 열렬히 그리워나 하다가 종종 제작진이 무리한 미션을 시킬 때 걸그룹도 안 불러주면서 등등으로 싸울 떄나 써 먹는 게 좋지 싶다.

20160505

생존의 욕구는 소유에 우선한다

이태리 대법원이 굶주린 자가 음식을 훔친 건 죄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관련 기사는 여기(링크). 간단히 말하자면 인간의 권리 중에는 생존권과 소유권이 있는데,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은 긴급 사태이므로 더 하위의 권리인 소유권이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생존의 욕구는 소유에 우선한다.

살면서 만난, 적어도 막장이 아닌 나라의 최고심이 내린 판결 중 가장 놀라운 판결이 아닌가 싶다. 이 전에 가장 놀라웠던 건 관습 헌법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선보였던 한국 헌법재판소의 행정 수도 판결... 더불어 새삼스럽게 이제와서 이런 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바닥부터 다시 생각해 저런 판결을 내린 이태리 대법원에 경의를 표한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걸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내 자신에 대해서도 반성을 해본다.

저 판결이 만들어 낼 문제...들이 꽤 많이 생각나는데 저런 판결을 내릴 수 있는 대법원을 가지고 있는 사회라면 그런 문제도 지혜롭게 풀 수 있을 거라고 여겨진다. 좋은 사회란 엄정한 법치와 균형잡힌 유두리의 조화로 이뤄져 있는 법이니까.

20160502

5월이 되었다. 몇 가지 잡담

1. 요새 계속 배가 아프다. 본격 장염 정도까지는 아닌 거 같지만 준 장염 정도는 되는 거 같다. 여튼 계속 배가 아프다. 밀가루, 특히 자주 먹는 떡볶이와 특히 자주 마시는 커피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비듬이 너무 생긴다. 하루 두 번 머리를 감고 평소보다 두 배 쯤 시간을 들여 말리는 데 별로 소용이 없다. 그래서 없는 돈 모아 라우쉬 샴푸도 하나 샀다. 근데 이게 매일 쓰는 게 아니네... 하나 더 사야 하는 거잖아... ㅜㅜ 피부도 좋지 않다. 자꾸 뭐가 나고 긁어 댔더니 사방에 딱지가 앉아 있다. 거칠고 뭐 이런 건 그려려니 싶은데 계속 간지럽다.

왜 이러는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스트레스 탓인 거 같다. 공기 탓도 물론 좀 있는 거 같고. 요 한 달 꽤나 집중해서 재미있는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한데 지금 하고 있는 게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거냐를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자꾸 밀린다.

이런 저런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 컴패니언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 그래서 공동 작업실 같은 걸 쓰는 건가보다 - 뭐 그런 건 예전부터 찾고 있지만 안되는 거 같으니 포기 모드인데, 혼자 파고 들어가고 있다보니 이게 뭐하는 건가, 길이 맞긴 한건가 도무지 모르겠다. 적어도 쓸모없는 책이 나오면 안될텐데...

2. 오마이걸의 이번 음반에 실린 라이어 라이어, 한 발짝 두 발짝, I FOUND LOVE 이 세곡, 특히 라이어 라이어를 듣고 있으면 이거 보다 더 좋은 걸그룹의 곡이 나올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하다. 이거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능이 재미가 없어서 이 분들의 팬이 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 곡은 들을 때 마다 너무 훌륭하다.

3. 겨울에 쓰던 오리털 이불을 오늘에야 치웠다. 아침에 일어날 때 마다 왜 이렇게 덥고 갑갑하지 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것 때문이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오전에 걸어 놓은 게 오후 되니 다 말라 있다. 내일부터 비바람이 친다는데 다행이다.

20160429

자본의 독립

1. 차트를 보면 빈집이라는 말이 있다. 별로 대단한 상대가 없으니 쉽게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거다. 예컨대 어제 멜론 상위권 사용자가 50만 정도였다. 1위부터 3위는 에디킴 이성경-트와이스-정은지 순위. 평소에 비하면 확실히 작은 편이고 그러므로 뭐 무주공산...이라는 말이 나오고 평가절하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물론 이런 거 다 쓸모없는 이야기다. 팀들이 하나같이 엉망이어도 월드 시리즈 우승은 우승이고 뭔 운이 작용했든 올림픽 금메달은 금메달이다. 물론 이런 건 단지 결과만 중요한 게 아니지만 부정만 없다면 1위의 경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뭐 타이밍을 잘 잡은 건 소속사의 능력이고 그 타이밍이 아주 일찌감치 정해져 있던 거라면 그건 가수의 운이지. 운보다 대단한 게 세상에 뭐가 있다고.

2. 요새 애드센스의 콘텐츠 태클이 좀 심해지고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하기 위해 필요한 건 역시 자본의 독립...

3. 며칠 한 두 개의 약속이 취소되었다. 뭔가 좀 그렇다. 요즘 같은 기분일 때 꼭 실수를 한다. 조심 조심 엉금 엉금.

20160425

러블리즈와 트와이스의 새 음반이 나왔다

월요일 0시에 세 팀이 신곡을 내놨다. 러블리즈, 세븐틴, 트와이스 합쳐서 수록곡까지 20곡이 나왔고 멜론 100 차트에서 20곡이 모두 차트인 했다. 하지만 신곡 20개에 뮤직 비디오 3개 까지 23가지의 새로운 뭔가가 나왔는데 그나마 재미있는 건 러블리즈의 나의 지구 뮤직 비디오 밖에 없다. 세븐틴은 어차피 안 들을 테고 나머지 두 그룹만 들었는데 타이틀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수록곡들은 모두 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별로였다.


우선 러블리즈는 걸그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어둠을 맡고 있다. 이 어둠이란 게 소녀의 책상 아래 숨겨진 무언가... 같은 거지만 여하튼 일류 작곡가 아저씨들이 자신의 어둠, 자신의 소녀, 자신의 변태를 끄집어 내는 장이 되어 버렸다. 이 부분이 어떤 종류의 사람들을 끌어 당기고 또한 이 어둠이 만들어 내는 모호한 퀴즈가 다른 어떤 종류의 사람들을 끌어 당기고 있다.

이렇게 어둠으로 본격적으로 몰아 가는 건 아마도 유지애고 어둠에 완전히 빠지는 걸 막아내는 건 아마도 김케이... 러블리즈 안에서 케이 양의 롤에 대해 무척 부정적이었는데 나의 지구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이 분이 왜 계속 웃어야만 하는 지 살짝 깨달았다. 음방 활동을 어떤 식으로 할지 봐야 할 거 같다.

다만 이번 곡은 변태도가 좀 낮다. 그러므로 윤상과 원피스를 억압해야 한다.


이에 비해 트와이스는 러블리즈와 극적일 정도로 반대편에 있다. 순수한 머글의 음악이고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무 것도 숨기지 않는다. 이런 경우 만들어 지는 특유의 얄팍함이 있겠지만 그 모든 걸 밝음과 웃음으로 한 방에 쓸어 버린다. 시종일관 그런 거 알게 뭐야...라고 말하는 거 같다. 이런 게 여기에서 가능하다니 대단하긴 대단하다.

그런 점에서 딱히 할 말은 없는데... 재밌다고 생각한 건 치어 업 가사의 발음이다. 분명 한국어인데 알아듣기가 어려운 무엇인가다. 예전 걸스데이 민아의 솔로 활동 때 비슷한 걸 들은 적이 있다. 분명 한국어인데 뭔가 다른 나라 말을 하는 거처럼 들린다. 가만히 들어보면 연음을 엄청나게 강조해 발음을 흘리고 그 와중에 입을 벌리는 시점과 다무는 시점을 노래에 맞게 정렬한다. 그러므로 일상적 발음과 달라지는 포인트가 만들어 진다. 치어 업은 민아 솔로 정도로 무국적어로 들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비슷한 연장선 상에 있다.

여하튼 이 새로운 케이팝 한국어는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다. 그건 그렇고 헤드폰 어쩌구 하는 곡은 원더걸스 음반에서 혜림이 불렀을 거 같은 곡이다.

내일 나올 음악과 평행 우주

1. 무도 젝키를 잠깐 보다가 말았다. 예전 토토가 때도 그랬는데 추억 속의 그것을 끄집어 냄...에 별로 관심이 없다. 사실 별로 추억도 아니고 혹시나 그때 열심히 듣고 보던 음악이었다고 해도 뭐 그랬던 시절이었지... 정도인 거 같다.

아, 옛 추억~ 아무래도 이런 건 일절 없는 듯. 트위터 같은 데서 옛날 이야기 튀어나오는 거 봐도 아 맞네... 그랬었지... 정도고 끼고 싶은 생각은 거의 없는 게 대부분이다. 예컨대 버블을 추억하는 일본인의 이야기...는 동감이 안되므로 별로 설득력이 없고 재미도 없다. 핵전쟁 이후의 세상(아키라) 같은 게 훨씬 재밌다.

즉 기본적으로 지금 음악이 좋고, 그 다음은 내일 나올 음악이 좋다.

2. 어제 6호선 한강진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데 표지판에 지금 올 열차는 당역 통과, 다음 열차는 30분 후 도착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후 5시 반인가 그때 쯤이라 꽤 믿을 수 없는 숫자였는데 방송도 당역 통과라고 나왔다. 하지만 멀쩡히 사람들이 타 있는 열차가 와서, 멀정히 멈춘 다음, 멀쩡히 문을 열었고 사람들이 탔다.

오늘 밤 6호선 신당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데 표지판에 역시 당역 통과라고 적혀 있었고 방송에서도 당역을 그냥 통과하니 물러나 있으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대략 27시간 정도가 지난 기시감에 설마? 했는데 역시 어제와 같은 일이 반복되었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뭔가 평행 우주로의 이동 같은 게 문득 생각났는데 평행 우주로의 이동은 지하철을 두 번 타면서 두 번 이동했으니 제자리로 돌아왔든지 더 멀리 갔든지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혹시 달이 두 개 라든가(일큐팔사) 고양이가 말을 하는 게 아닐까(스즈미야 하루히) 하고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제자리로 돌아온 거라면 무사 귀환을 자축하고 더 멀리 간 거라면 이 곳에서 잘 살아 봅세다.

6호선 방송 시스템 체계(컴퓨터가 시키는 걸텐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3. 어제 지독한 황사가 있었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래도 오후 들어서 갑자기 걷혔다. 을지로 사무실에 가서 일을 했는데 3일 전부터 아프던 배가 계속 아팠고 추웠다. 그래도 이것저것 들여다 보는 등 다행히 일요일을 허무하게 보내진 않았다. 내일이 좀 문제인데...

4. 너무 시끄럽지 않고, 마음을 번잡스럽게 하는 게 없고, 너무 춥거나 덥지 않고, 가까이에 마음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고 비누로 손을 씻을 수 있고, 책상과 전기와 인터넷이 있는 곳... 이게 그렇게 어렵다...

20160423

이런 목소리

1. 에이핑크의 은지 솔로가 월요일에 나왔는데 멜론에서 1시에 3위로 차트인하고 2시에 1위를 차지한 후 지금까지 계속 1위를 하고 있다. 은지 팬덤이 있긴 하지만(누군가 원탑으로 끌고 가는 그룹들이 10-4-2-1-... 뭐 이런 식이면 에핑은 은지가 살짝 크고 나초봄이 좀 비슷한 규모라 5-4-4-4-...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이런 걸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고 일반 사람들이 듣고 있다는 뜻이다. 확실히 이런 목소리, 이런 노래가 인기가 많은가 보다.

이런 부분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려나. 저 노래는 좀 듣기가 힘들지만 다음 날에 나온 에이핑크 5주년 팬송은 지금까지 잘 듣고 있다. 이 곡은 에핑 곡 중에서도 취향에 맞는다. 다만 뮤직 비디오는 형편없다. 여하튼 비활동곡이고 팬이나 들으라고 나온 곡이라 20위~30위 왔다갔다 한다.

2. 뭐 이런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저번 주부터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해 지하철에서도 음악 같은 건 잘 안 듣고 있다. 그저 멍하니 앉아 있는다. 멍하니... 가만히...

3. 아침에 버스를 기다리는 데 어떤 할머니가 나무 가지를 들고 휘휘 젓고 있었다. 뭔가 기괴한 광경이라 피하자는 생각부터 했는데 가만 보니 사방에 까만색 벌레가 날고 있었다. 대략 벌 만한 크기에 엉덩이가 무거운지 쳐져 있는 파리 비슷한 놈이다. 다행히 쏘거나 무는 종류는 아닌 듯. 고개를 들어 언덕 위를 바라보니(버스 정류장 근처는 그냥 수풀이다) 어제 본 반지 원정대의 오크 군단이 생각날 정도로 엄청난 양의 까만 벌레들이 들쑥 날쑥 날고 있었다.

대체 저 놈들은 뭘까. 중국 매미가 처음 한국에 온 때 비슷한 광경을 봤었지. 처음 보는 빨간 날개가 애매한 기술로 날아다는 걸 보고 대체 저것들은 무엇인가 디씨 곤충 갤러리에 물어본 적이 있었다. 답을 들었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4. 점심 때 밥을 먹는데 장범준의 벚꽃 노래가 나왔다. 이 곡은 언제 들어도 신기하다.

20160417

강아지와 고양이

살면서 나에게 친한 척 한 주인을 잃거나 주인이 없는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있다. 계속 강아지와 함께 살지만 더 키울 재주는 없기 때문에 강아지는 병원에 맡기고 고양이는 조금 놀다가 두고 간다.

코코 스파니엘로 보이는 아이는 정말 세상 다 잃은 표정으로 헐레벌떡 주변을 돌고 있었다. 강아지가 주인을 잊어버렸을 때는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말로 표정이 있고 길을 잃은 어린 아이와 거의 비슷하다. 긴 목줄을 메달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장난치다가 길을 잘못 든 게 틀림없어 보였다.

또 하나는 작은 하얀 강아지였다. 둥글둥글하게 생긴 아주 귀여운 아이었다. 밤에 지하철에서 내려 집에 가고 있는데 갑자기 그 놈이 따라왔다. 뭔가 돌돌돌 소리가 날 거 같은 걸음으로... 너 못 데려가~라고 했지만 물론 소용없었고 따라가기로 작정한 거 같았다. 얘는 내 방에서 하루를 잤고 다음 날 떠나 보냈다.

얘네들이 집을 잘 찾아갔을까... 아직도 종종 생각난다. 


고양이는 꽤 여러 번 있다. 작정한 듯 따라온 듯한 건 세 번 쯤 된다. 그럴 땐 정말 이 일을 어떡하냐...라는 생각 밖에 안 드는데... 여튼 지금 동네에 사람 좋아하는 고양이가 두 셋 있다. 하나는 좋아했던 거 같은데 요새 피하는 듯 해 미상이다. 하지만 걔네들이 사람을 좀 안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상한 놈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화단에 불 지른 초등학생도 있었는데(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수했고 보상 논의중이라고 벽보가 붙었다) 그런 생각없는 아이들이 뭔 짓을 저지를 지 모른다.


이 놈이다.

여기는 그래도 도심보다 고양이 살기에 환경은 좋은 편이라 생각한다. 고양이라면 여튼 서울 경계 지역 아파트 단지나 대학교에 들어가서 사는 게 괜찮다. 다른 곳은 힘들다. 그러므로 사람만 잘 피하면 아마 잘 살 수 있을 거다. 어쨌든 그 사람 좋아하는 고양이 놈은 저번에 만났을 때와 다르게 꼬리가 댕강 잘려있었다. 다행히 다른 곳은 별 문제가 없었고 여전히 솜처럼 부드러웠다.

여튼 사람 좋아하지 마... 알맞게 피해서 살아가렴... 잘 참으며 기다리다 보면 모두 정답게 살아가는 좋은 세상이 분명 올 거야.

진정의 세계

어제 저번 주에 방송했던 1박 2일을 틀어놓고 있었는데 재밌는게 멤버들이 한효주를 처음 만나서 한 이야기가 "민낯이에요? 그래도 예뻐요!" 이런 거였다. "민낯"과 "그래도"가 대체 왜 필요한 지 모르겠는데 여하튼 한효주의 미모를 이야기할 때 그게 가장 중요한 사항처럼 들렸다.

이 비슷한 걸로 어떤 여성 게스트가 나왔을 때 눈이나 코를 보면서 "안 했어? 그래도 예쁘네" 뭐 이런 게 있다. 여기도 "그래도"가 있다. 이 무슨 괴악한 태도냐...라고 하기 전에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했냐 안했냐를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 혹은 궁금해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예 게시판 등을 보면 실제로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비슷한 사고의 연상이 작용하는 것 중 하나가 음악 방송을 보면서 저게 AR이니 MR이니, 그래도 저렇게 잘 부르네 못 부르네 하는 게 있다. 몇 번 말했지만 노래 부르는 걸 보면서 립싱크 타령 하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 음악과 노래라는 장르를 그저 기능성 대결로 하락시키는 행동이다. 그런 점에서 보이스 코리아나 복면 가왕도 잘 모르겠는 방송이다.

이렇게 세가지를 보면 "그래도"가 만들어 내는 이상한 진정성의 세계 같은 게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대체 이런 데서 찾는 진정은 무엇인가. 방송 화면에 비친 모습, 티브이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를 일단 불신하고 "그래도"를 찾은 다음 몇 가지가 조건에 합당하면 "역시"하고 그제서야 감탄하는 이유가 대체 뭔가.
어쨌든 시청자들 중 누군가 궁금해 하는 거 같더라도(개인적으로 거의 초등학생들 아닐까 생각하는데) 굳이 방송에서 전달하지 않으면 또 모르는 채로 살고 그러다 보면 그런 질문 자체를 잊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아니면 그게 뭔 상관이야!하면서 타박하는 타박 개그맨이 하나쯤 나오든가...


그건 그렇고 1박 2일 한효주 편은 꽤 재밌었다. 몇 년 전에 런닝맨에 출연했을 때도 꽤 재미있었다. 나름 특급 게스트 나온다고 방송 측에서 좀 큰 기획을 준비한 면도 있겠지만, 가만 보면 이 분 예능 꽤 잘한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순간적으로 내뱉는 말들도 센스가 좋다. 런닝맨에서 "내가 왕이다" 였던가... 잊을 수가 없다. 물론 예능하기에 몸값이 너무 아깝지만.


그리고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봤는데 이런 방송은 일단 당분간은 남자 게스트가 안 나오는 게 좋을 거 같다. 가수나 배우는 그래도 괜찮은 데 특히 예능인, 개그맨들은 남자 게스트가 등장하는 순간 기존 방송에서 여성 개그맨이 맡던 롤로 회귀해 버린다. 오랜 훈련 탓에 그냥 반사적으로 튀어나와 버림... 이게 사실 단기간에 극복이 어렵고 이래 가지고는 여성 예능이라는 기본 틀에 적합하지 않다. 

말하자면 예전 해투 같은 방송에서 신봉선이나 김신영이 했던 부분만 모아서 보여주는 거랑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방송은 김숙과 홍진경이 어떻게 기존 방송에서 자신이 담당했을 기본 롤을 극복해 가는가, 그리고 이 멤버들이 어떻게 새로운 스타일의 예능을 만들어 내는가가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추위, 오구오구, 훈련

1. 너무 춥다. 집에 오는 길에 날씨를 보니 기온은 0도, 바람이 좀 불어서 체감 온도는 영하 3도 쯤이다. 옷은 작년 한 겨울 쯤 입은 것과 거의 같았는데 셔츠에 플리스, 오리털 파카, 청바지에 운동화였다. 여기에 머플러, 더 추우면 히트텍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