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여름이다. 한국의 여름. 습하고 덥고 찌고 돌아보는 모든 게 짜증나고 둘러보는 모든 게 짜증나는 여름이다. 올해는 유난히 더 그런데 더 습하고 더 덥기 때문이다. 하지만 짜증은 내어서 무얼 하겠나...
각자 자기의 일이 있고 같이 모여서 무얼 한다고 해도 방점과 무게는 다르다. 어쩌다 운이 좋아서 모두가 무거운 방점을 두고 있다면 일이 그나마 잘 풀릴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데 이런 건 운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무거운 방점을 실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 역시 자신의 작업을 하는 사람의 책무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도 탓을 할 수 없다.
21세기 한국이라는 나라의 기본적인 소양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다. 주취자에 대한 관용적 태도, 여혐이나 동물 등 약자 혐오 발언과 행동에 대한 관용적 태도 등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또 강간 범죄가 발생했을 때 꽃뱀 논란, 교통 사고가 발생했을 때 김여사 논란, 재개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알박기 논란, 건물주의 태도와 세입자의 떼쓰기 논란 등등을 보면 고착화된 권력 구조 안에서 매우 일상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약자에게 전가한다.
이건 이 사회의 "문화" 중 하나로 예컨대 대기업과 협력 업체 문제, 리테일 샵에서 갑을 문제, 호텔 로비, 백화점 주차장, 식당 등등 수도 없는 곳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가만히 쳐다 보면 다 비슷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나마 조금 변한 건 서비스 업종에 대한 갑을 논란인데 하도 아르바이트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많아서 공분이 일어나는 듯 하다.
나머지를 보면 그런 걸 해본 적 없으니, 혹은 상상을 하지 못하니 매우 쉽게 강자에 빙의한다. 얼마 전 건물주-세입자 논란은 세입자가 법을 따르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좀 더 크게 보자면 애초에 건물주-세입자에 대한 불균형한 법률에서 비롯된다. 어느 쪽에 집중하는 게 사회에 더 도움이 되냐는 걸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경우 당연히 후자다. 하지만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페미니즘 논란도 그렇다. 여러 논의가 오고 가고 있지만 그나마 여혐 쪽에서 유의미한 말을 쏟아내는 부류는 이 대치 상황을 가지고 포지션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있는 경우(과연 그 시장이 얼만한 크기가 될 지 궁금하지만 화이트 스래시가 결국 유력 대통령 후보까지 만들어 낸 미국을 보면 민주주의가 공고화 될 수록 그런 자리가 분명히 있긴 할 거다)와 그냥 이거 가지고 놀고 싶은 어린 애들이다.
사실 후자가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 쪽은 사람이 화를 내는 데 이유를 모르는 우리집 강아지와 사정이 비슷하기 때문에 더 이상 답도 길도 없기 때문이다. 자기가 뭘 하고 있는 지도 모르고 앞뒤도 하나도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냥 웃기는 것과 마음 편안한 걸 찾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흥분하고 쉽게 사그라 들고 타인의 생각을 가늠도 못한다. 파쇼의 편안함은 이런 데 쉽게 스며든다. 그러므로 계몽 같은 거창한 건 차치하고 그저 공공 교육에서 화장실 사용법과 길 걷는 법, 대중 교통 사용법이라도 좀 철저히 가르쳐서 이런 자들이 거리 더럽게나 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집에서 컴퓨터를 할 수 없으니 밤에 잠들기 전 책을 보고 있다. 좀비와 싸우는 법을 꽤 열심히 읽었기 때문에 이제 좀비만 오면 독서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거 같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