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30

복도

다들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긴 막대기에 바퀴 다섯개가 달려있는 봉을 손으로 끌며 돌아다니고 있다. 봉의 끝에는 두개, 혹은 서너개의 약이 들어있는 비닐통이 있고, 비닐관과 주사 바늘로 팔에 연결해놓고 있다. 생명을 연장하는 줄, 건강을 회복시키는 줄. 대부분은 자신의 링겔병에서 흘러나오는 약을 바라보며 능숙하게 흐르는 양을 조절한다.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거의 안보이지만 입원 병동의 풍경은 확실하게,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그리고 모두들 뭔가를 말하고 싶어한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디서 왔는지, 어떤 병에 걸렸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이런 복도를 본 적이 있나싶게 드물게 긴 복도 끝에 앉아 하릴없이 소설책을 읽고 있는 동안 꽤 많은 사람이 옆에 앉는다. 그리고 훅, 훅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호흡이 느껴진다. 누군가는 말을 걸고, 누군가는 그냥 간다.

가만히 책을 보고 있는데(읽고 있기는 어렵다) 덜그럭 덜그럭하는 소리가 점점 커지며 다가온다. 그리곤 덜컹하며 앉아있던 긴 의자가 흔들린다. 그리고는 앉아서 몸을 휙휙 돌리며 체조를 한다. 동작이 상당히 과격해 의자가 흔들거린다. 조금 불쾌해진다. 그리곤 예의 그 훅, 훅하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시선은 그대로 책을 향하고 있었는데 몹시 거친 목소리로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엔 일단 아무도 없고 그러므로 혼잣말이 아니면 나에게 하는 말이다. 은근히 혼자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긴 하지만 일단 고개를 들고 할아버지를 쳐다본다. 초등학생 가슴에 다는 손수건처럼 생긴 거즈를 목에 붙이고 계신다. 폐와 관련된 병인건 확실하다. 다시 말한다.

이 복도 끝까지 200미터 되겠나?

복도 끝을 쳐다본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확실히 길다. 100미터는 넘지 싶다. 기묘하게 길다. 그쯤될거 같은데요라고 대답했다. 딱히 퉁명스럽게 말할 의도는 없었지만 그렇게 들렸을거 같다. 나는 다만 낯을 좀 가릴 뿐이다. 대답을 듣더니 가만히 계산을 한다. 갔다 오면 400미터, 800미터, 에휴. 너무 빨리 걸으시는거 같아요라고 말해봤지만 대답은 없다.

할아버지는 다시 400미터짜리 운동을 위해 출발한다. 역시 좀 빠르다. 그다지 좋은 계획으론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보면서 담배를 끊기는 끊어야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휴게소 테레비에서는 총리 청문회 방송을 계속 하고있다. 날은 여전히 맑고, 환절기 낮답게 아직은 살짝 덥다.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계속 귓가를 맴돈다.

20100925

일교차

두통이 오래 가고 있다. 그냥 두통이 아니라 다른게 아닌가 싶은데 뭔지 잘은 모르겠다. 여튼 컨디션이 그리 좋지는 않다. 매우 오랜 시간을 안잤고, 곧이어 매우 오랜 시간을 잤다. 연락을 취한 몇 명에게서는 대답이 없다. 큰 맘먹고 추석 인사도 몇 명에게 보냈는데 그다지 기분 좋은 결과는 없었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접속한 네이트온에는 약간 의외의 곳에서 쪽지가 와있었다. 뭔가 부탁을 할거라는데 뭔지는 몰라도 아마 내가 들어줄 수는 없는 거겠지 싶다.

다 놔버리고 싶었는데 하나도 놓지를 못했다. 낄낄거리는 농담 속에서 모두 다 잊어버린거 같다. 그래선 안되는거 였는데, 또 그렇게 했다. 회복이 불가능한 것들과 회복이 가능한 것들의 리스트를 만들어봤는데 별로 희망이 안보인다.

공덕역에서 마포대교 쪽으로 2번째 블록에 거대한 중국집 6개가 들어서는 꿈을 전라남도까지 가서 꿨다. 하나같이 중국풍의 붉은 색 벽면을 가진 거대한 건물들이었는데 짜장면 따위를 판매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즉 중국집이라기 보다는 요새 말로 차이니즈 레스토랑들이다. 다만 들어가는 입구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주 약간 가우디 풍인, 발코니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도 있었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와, 코스모스 백화점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 매번 무슨 이야기를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문장을 여기에 남기는거 같다. 친구가 책을 한권 냈다. 읽게 될거 같지는 않은데 어찌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나는 악순환의 한가운데 있다. 이제 9월 26일이다.

20100920

댁이나 잘 사슈

http://bit.ly/afVA7a

이런 기사를 볼 때 마다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TV에 평화롭게 뛰어노는 노루나 보고 사는 세상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인 씩이나 되는 사람이 왜 저런 내용이 방송을 타고, 저런 내용이나 되야 주목을 받고 시청률이 올라가는지 고민하지 않은 채, 저런 내용은 잘못된 것이니 무조건 막을 방법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생각부터 하고 있는지가 한심하다. 지들이 이렇게 각박하게 만들어놓지 않았나. 어디서 계도질이야.

그런거 생각할 생각에 성희롱 따위 한 위원들 형벌이나 강화할 생각을 해라. 사회 지도층(장관급 이상 공무원과 국회 의원, 10대 재벌 친인척)은 형법 10배 강화 제도 같은걸 만들면 좋을 듯 하다. 걸그룹이나 케이블 방송보다 세금 떼먹어도 나라를 위해 기여한 바가 크니 용서한다는 법원 판결 뉴스가 미래에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저런 방송보다 오지라퍼들이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믿는다. 딱히 저 사람으로 한정짓지는 않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사실 저런 사람을 뽑은 시민들이 더 한심한거지.

연장전

여기는 지독하게 조용하다. 멀리서 건물용 에어컨 냉각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겨울이면 탱~ 탱하는 소리와 함께 아마도 보일러를 돌리는 디젤 기관풍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째서 디젤 기관이라고 확신하고 있는가하면 예전에 컴퓨터로 2차 대전 잠수함 게임을 해본적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이라는건 시야가 제한적이고, 소나 등을 사용해 들리는 소리들에 민감하게 대처해야한다. 2차 대전이 배경이라 잠수함 자체의 기능은 정말 보잘것없고, 레이더가 말해주는 것들도 그닥 유용한게 없다.

밤중에 헤드폰으로 소리를 들으며 연합군 화물선을 폭파시키려고 대서양 어딘가 물속에 가만히 매복하고 있는 재미가 나름 있다. 다만 게임에 오래 집중하는 편은 아니라 일주일쯤 하다가 그만 뒀었다.
어쨋든 그 게임을 하면서 잠수함에 시동을 걸면 위에서 말한 디젤 기관으로 추정되는 물체와 거의 똑같은 소리가 났었다. 고작 일주일 경험했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소리만 들으면 계기판과 레이더의 모습이 나오던 그 모니터와 불꺼진 방, 답답했던 헤드폰이 생각난다. 기억이란건 참 이상한 현상이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잠시 졸다가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라는 제목의 오쿠다 히데오라는 사람이 쓴 짤막한 산문집을 읽고있다. 솔직히 영문도 모를, 그냥 우연히 집어 넘겨대고 있는 책이다. 머리 깎으러 미장원에 갈때마다 덴츠라는 영문 모를 만화책을 읽는데(18권까지인가를 다 읽고 다시 처음부터 다시보고 그런다) 그것과 비슷한 용도다.

어제 새벽에는 비가 그렇게 오더니 오늘 낮에는 꽤 더웠다. 해가 지면서 날이 급흐려졌고, 예보에 의하면 내일과 모레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릴거라고 한다. 날씨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세기말에 대한 이야기를 얼마 전부터 휴대폰 메모장에다 끄적거리다가 에버노트로 보내버렸다. 에버노트로 갔다는건 내게 완연한 보류 상태로 들어갔다는 뜻이다. 모르겠다 싶으면 발전소로 가고, 의지를 좀 부리면 이글루스로 가고, 이건 안되겠다 쓸데 없는 소리를 너무 했네 싶으면 에버노트로 간다.

세기말에는 떨어지는 운석에 대한 이야기와, 약간 19금과, 이제는 아마도 완전 연이 끊긴 어린 친구에 대한 걱정을 썼었다. 어린 친구 같은 경우 여전히 아쉬움이 있지만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부실하니 뭐. 그래도 아끼는 만큼 잘 살았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타인이 자신의 문제, 특히 정신적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건 관계가 무척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 서로 바라는게 없을 수록 훌륭하다. 물론 이런건 거의 불가능이고, 울고 불고 머리가 쑤셔도 서로 치근덕거리는게 더 옳겠지만.

두통이 끊이질 않고, 계속 졸린다. 밥은 하루에 한끼, 혹은 1.5끼 정도 먹는거같다. 패션붑에 매일 포스팅을 한개씩 올리고 싶고, 영국 사람들에게 녹차를 팔고 싶은데 생각만한다. 지금같은 삶이 의미가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여기는 계속 조용하다. 에어컨 기계 소리는 계속 들리는데 티셔츠 안쪽에서 땀이 나는게 느껴진다. 조금 불쾌하다. 건너편 건물 복도의 형광등 불빛은 조금 예쁘다. 조그마한 휴대폰을 깔짝 거리느라 손에서도 땀이 난다. 이것 역시 조금 불편하다. 비는 언제쯤부터 내릴까. 우산을 가져왔던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나.

20100915

여러가지 가능성

세상엔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다. 가끔 인터넷 상에서 128kbps로 인코딩된 mp3와 192kbps로 인코딩된 mp3 사이에 차이가 있느냐하는 논쟁이 벌어진다. 이런건 이 둘을 구별 못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참여가 불가능한 논쟁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쟁은 챗바퀴를 돌 수 밖에 없다. 나는 안들리는데 무슨 소리냐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128과 192는 분명히 다른 것이고 그 분야의 심도있게 파해친 사람이라면 (다는 아니겠지만) 대충은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꾸 소리 분야에 한정되서 이야기하는데 케이블 논쟁, 인코더 논쟁, 고급 앰프 논쟁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구별 못하는 사람들끼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봐야 소용이 없다.

비틀즈의 A day in the Life에 존 레논이 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넣은건 유명하다. 이걸 어떤 사람들은 들을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못듣는다. 사실 대부분 못듣는다. 하지만 내가 못 듣는다고 그 소리가 없는게 아니다. 일단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아주 간단한 예들이 많다. 군대 우편병은 말도 안되는 스피드로 우편 봉투를 쉭쉭 통에 집어넣는다. 나는 일단은 절대 못한다. 하지만 우편병으로 2년을 근무하면 아마 할 수 있을 것이다. 계산기를 잔뜩 두드리는 군생활을 했던 나는 처음에 계산기를 잘 못두드렸지만 나중에는 은행원처럼 계산기를 두드리게되었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있다.

사실 아주 하찮은 예에서 이런 생각이 시작되었다. 또 군대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군대라는 곳은, 특히 훈련소라는 곳은 자연과 매우 가까이 있구나 하는걸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다. 그리고 묻혀져 있던 인간의 능력이 아주 많이 깨어난다. (물론 한가해지면 다 사라진다, 애써 길렀는데 약간 아까웠다)

훈련소에서는 단 음식을 잘 안준다. 설탕은 피로를 푸는데 도움은 되지만 쉽게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비싸서 안주는걸 수도 있다). 자극적인 음식도 거의 안주기 때문에 냄새에 무척 민감해진다.

어느날 누군가 확 지나가는데 아주 아련하게 초코파이와 커피 냄새가 났다. 내가 개가 되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전에 개는 몇 시간전에 이 자리에서 누가 무엇을 먹었는지 냄새를 맡아서 알 수 있다는 내용의 방송을 EBS에서 본 적이 있다,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도심 속에서 수많은 소리와 냄새, 향기에 취해 있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인간은 이런걸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이런 냄새를 조금 더 멀리서 느낄 수 있었을 것이고, 원시인들은 아마 훨씬 더 그런 냄새에 민감했을 것이다.




원시 시대에는 자신을 위협하는 맹수, 내일까지 살 수 있게 만들어줄 사냥감을 느껴야 했으니 그건 생존의 문제이고, 필사적으로 냄새를 맡았어야 했다. 원시인이나 지금 인간이나 커팩서티에서 그다지 큰 차이가 있을거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딱 2주만에 초코파이 냄새를 맡을 수 있었는데 1년쯤 완전 자연 속에 들어가 있으면 무엇을 하게 될 수 있을지 잘 짐작되지 않는다.

이런거 말고도 사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는 사람들은 많다. 타블로 논쟁이 벌어졌을때 이런 대단한 걸 사람이 어떻게 하겠냐 하는건 내게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별 사람이 다 있는거다. 그러므로 잣대를 내 능력치, 혹은 내 상상치로 잡는 일은 가능하면 금하고 있다. 약간 황당할 수 있지만 날 수 있는 사람이 혹시 있을지도 모른다고 언제나 생각은 하고 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는 인터넷에서 이 사진을 보면서다.


딱히 논쟁을 부르고 싶지는 않아서 댓글을 달지는 않았는데 이런 사진이 올라오면 꼭 주차를 잘못했네요, 주차 매너가 황이네요 하는 댓글이 달린다. 과연 주차를 잘못한걸까? 잘 모른다.

예전에 아는 사람 집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좀 좋은 주상복합이었다) 가구당 주차 공간이 다섯대 반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모두들 다섯대씩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 다닥 다닥 붙여놓으면 긁힐 염려도 있고 하니까(그런 단지에는 크고 비싼 차들이 많다) 저렇게 걸쳐서 주차해 놓기로 반상회에서 합의를 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저게 잘못 주차한건지 잘 주차한건지 나로서는 잘 모른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써봤다. 아무리 러프 사이드지만(블로그 이름에 보면 써있다) 날이 갈수록 글이 엉망이다 ㅠㅠ 요새 정신적 컨디션이 무척 좋지 않다.

20100914

립싱크

음악을 좋아한다. 그냥 즐겨 듣는 정도는 아니고 사실 꽤 좋아한다. 이것 저것 많이 찾아듣는 편이고, 살면서 참 많은 음악을 들었다. 한때 락 키드(Rock Kid)였던 적도 있지만 더 쌘게 아니면 안되를 외칠 만큼 그다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고 골고루 듣는 편이다.

장르 구분도 거의 없는 편이지만 크로스오버는 별로 안좋아한다. 이 부분 대해서는 예전에(너무 예전이라 찾기 힘들겠지만) 한번 긴 이야기를 쓴 적이 있으니 넘어가고 오늘은 립싱크에 대해서. 얼마 전에 이에 대해 살짝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고 한 김에 써본다.

기본적으로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람의 목소리를 특히 더 좋아하는건 아니다. 물론 사람의 목소리라는건 정말 훌륭하다. 여기에는 어떤 이론이 없다. 하지만 내가 음악을 듣는 목적은 소리와 그것의 조화, 그리고 이어짐을 듣고자 하는 것이지 딱히 사람의 목소리에 방점을 찍고 있는건 아니다.

이와 비슷하게 세상에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신디사이저와 손으로 두드리는 스네어 소리 사이에 어떤 우열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둘 다 소리이고, 곡을 만드는 사람이 어떤 조화를 노리고 배치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생 목소링와 보코더 같은걸 거친 기계적인 목소리, 오토튠 뭐로 만든 소리든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그건 목소리를 듣는데 있어서는 중요한 문제일지 몰라도 음악들 듣는데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궁금한건 그 결과물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듣는데 있어서 라이브보다는 스튜디오에서 정제된 씨디를 좋아한다. 물론 라이브를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다. 라이브는 유흥으로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울림을 온 몸으로 받으며 신나게 하루 밤을 보낼 수 있는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서 좋아한다.

보통 대규모 공연장에서 음악의 디테일한 부분은 잘 안들리기도 하고, 소극장 같은데서는 사실 뭘 두드려도 공기의 울림이 좋게 들리게 만들기 때문에 평가가 조금 어렵다는 점에서 뭔가 들었는데 혹 하는 데가 있다면 스튜디오 음반도 꼭 들어보는 편이다.





이야기가 조금 새버렸는데 또 하나. 뮤지션도 있고, 엔터테이너도 있다. 미스에이나 2ne1을 들으면서 솔직히 잊을 수 없는 훌륭한 가창력을 기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것보다 훨씬 잘하는 다른게 있어서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춤을 잘 추고,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또 흥겨운 대중 가요를 가지고 있다. 그걸 보고 듣고 싶어서 그들의 음악을 찾아 듣는다. 이런 경우에 음악 방송에서 가끔 들어오는 LIVE라는 글자는 방해만 될 뿐이다. 이건 떡볶이 집에 가서 라면이 맛없다고 투덜거리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뭐든 잘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극히 드물고 그래서 마이클 잭슨이 돈을 그렇게 많이 번거다. 모두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들의 음악과 엔터테인으로 충분한데 왜 대체 그들 음악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도 아닌 라이브를 강요하고 혹시나 노래 잘하면 좋아하고, 노래 못하면 책망하는지 잘 이해가 안간다.





아니 솔직히 말해 잘하고 못하고가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고음을 잘 처리하면 좋은 음악인가? 그럼 저음을 잘 처리하면 좋은 음악인가? 목소리가 좋으면 좋은 음악인가? 그건 좋은 음악이 아니라 좋은 목소리 아닌가? 아까 말했던 신디사이저 소리와 생드럼 소리 사이에 대관절 어떤 상하관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좋은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걸 위해 반주는 그저 거들 뿐인 음악 장르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중 음악이 과연 그런건지 잘 모르겠다. 좋은 목소리로 좋은 곡을 만들면 그것도 좋은 음악이고, 기계로 조작해 좋은 곡을 만들면 그것도 역시 좋은 음악이 아닌가 생각한다.


테크닉이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좋은 소리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스타일의 경쟁이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다. 예전의 명곡들을 노래방 같은 곳 말고 라디오에서 들어보면 창법도 연주도 확실히 자신만의 스타일들을 가지고 있다는걸 느낄 수 있다.

괜히 가는 길도 다르고 들어야할 것도 다른 애들을 모조리 한 줄로 세워보려는 욕심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20100908

드리핑

주어가 없는 모님(이하 그분으로 통칭)의 공정 사회 드립이 의외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분은 참으로 근대적 사업가 스타일인게 문제가 생기거나 공적인 자리에서나 일단 내뱉고, 별일 없으면 지나가고, 문제가 생기면 오해 드립을 치고, 껀수가 있으면 슬슬 살을 붙여 나간다.

기업과 국가의 차이점들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는 건 하나마나하고 여하튼 매우 찰라적이다. 어떤 로드맵이 있는건지, 있는게 그분에게 의미는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어쨋든 이런식으로 돌아간다는건 대충 눈치들을 챘고, 그렇기 때문에 공정사회 드립이 예상 외로 계속되자 이유가 뭘까하는 추측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이슈선점론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그분과 공정 사회 사이의 현실적 갭이 너무 커서 선점해봐야 그게 과연 먹힐까 싶은 생각이 있다. 물론 이곳은 전근대적 사고의 화신같은 씨일보의 선진 사회 드립따위도 꾸준히 떠들면 먹히는 곳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뭐든 담합의 주체, 매체의 활용 가능 주체가 계속 떠들면 그런가 싶기 마련이다. 처음에 들으면 이게 뭔가 싶던 유행가가 여름 내내 들으면 입에 착 달라붙어 급기야 흥겨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니면 좀 더 스케일 작게 봐서 자신(과 그 주변)의 소소한 과오를 더 큰 주변의 과오로 덮고 지나가 버리려는 수단일 수도 있다. 같은 진흙탕 속에 있으면서 걸리기 전까지 자신은 고고한 척하고, 주변의 과오를 더 확대시켜 그늘안에 숨고자하는 전략은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오래된 삶의 방법론이다.

또 하나는 주변의 같은편 몇 놈 버리면서 뭔가 다른 꿍꿍이를 벌리는거다. 이건 이번 정권의 주특기다. 그러므로 뉴스의 구석을 유심히 바라봐야하는 시기임은 분명하다.

개페증

발전소를 트위터피드(포스팅을 올리면 트위터에 자동으로 주소 알림을 보내주는거)에서 뺐다. 뭐 사실 트위터를 통해 유입되는 사람이 많은 건 아닌데 = 극소수라는게 옳다 ㅠㅠ, 너무 퍼블릭하게 던져놓는 것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완전 프라이빗하게 놔두기도 그렇고 ㅎㅎ

알맞은 중립이 아닌 자폐와 자개 두 극단적인 선택안 중에서만 고를려고하니 이렇게 무리가 따른다. 요즘은 블로그들을 왜 분리시켜놨나, 대충 한군데다 몰아서 쓸걸 하는 후회도 좀 있다. 히잉.

20100904

코멘트에 대한 대답

거대 담론과 구체적 경험.

blogger.com이라는데가 댓글 시스템이 하도 엉망진창이라서 따로 포스팅. 제목의  과감함과 무신경함에 비해 큰 내용이 담길거 같지는 않고, 또 내가 과연 포인트를 제대로 짚고 있는지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사실은 요즘 워낙 생각을 해 본 적이 별로 없고 찰나의 끈만 붙잡고 있기 때문에 이 기회에 브레인스토밍이라도 한번 이라는 욕심이 더 강하다.


1) 동굴의 우상(링크), 담론1(링크)의 생경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약간 포함.

직접 경험을 통한 치료, subjectivity의 재설정

우선 직접 경험은 그게 물론 가장 소중한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만큼 오해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고 생각해. 자수성가한 모 대통령이 자기처럼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고 무시하는 근래의 세태는 물론이고,

아주 간단하게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여행했는데 강도를 당한다면 강도의 나라로 기억되고 사람들에게 그곳에는 강도가 정말 많고 위험하다 라고 말하고 다닐테고, 호의를 겪는다면 호의의 나라로 기억되고 사람들에게 그곳은 정말 좋은 곳이야 라고 말하고 다니게 되겠지.

즉 같은 곳에서, 또 같은 부분에 대해서 같은 직접 경험을 가지게 될 가능성 자체가 불분명하고 거기에 직접 경험의 인상이라는게 간접 경험에 비해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반론에 대해 꽤 격렬히 반항하게 될 가능성이 있지 않나하는 의미야.

말하자면 사고의 과정에서 나오는 안티테제는 콘센서스가 가능할 수도 있는데 직접 경험의 직선적인 경향은 그런걸 어렵게 만든다는 거지. 이런 것들을 좀 더 넓게 생각할 수 있는 관점을 갖추도록 성장하는 것도 어렵고, 사실 모두에게 그런 걸 강요할 수도 없는 거고.


주관의 재설정이라는게 만약 간주간성이나 주관의 객관화, 객관의 주관화를 말하는 거라면 그런 정도의 고도의 훈련된 자아를 가지고 자신을 성장시키려하는게 과연 가능할 것인가 의심스러워. 세상이 너무 진지해 지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사실 유동하는 정보의 양이 너무 크다는게 현대 사회의 미덕이자 이런 문제의 시작이지.



2) 거대 담론과 구체적 경험

인류학 쪽에서도 그렇고 사실 여러 분야에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약간 나라마다 학풍도 있는 거 같아. 대륙 철학 계열에서는 아무래도 담론적 습관이 남아있고 영미 쪽에서는 구체적인 걸 원하는 경향이 훨씬 강하고.

여기서 사실 말하고 싶은건 되돌릴 수 없는 경우들이야. 4대강 사업을 하지. 누군가는 그걸 진짜 옳다고 생각해. 누군가는 그걸 진짜 틀렸다고 생각하지. 문제는 논쟁의 끝나기도 전에 일이 시작되었고, 끝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는거야.

나무에 관련해서도 환경 단체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어. 하나도 안 건드는게 낫다(대체재로 충당하자), 아니면 뽑고 다시 심는걸 의무화하는게 낫다 같은. 어쨋든 자본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먼저 치고 나가는게 보통이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는 좀 너무 빠르지 않나 생각해. 결과 중심 주의의 폐혜라고 할까.

예술 쪽에서의 논의는 좀 궁금하고 어떤 식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접해보고 싶다. 알려줄 수 있을까?



결론

역시 머리가 잘 안돌아가고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 -_-
그건 그렇고 @sohin. 연락 좀 하게. 보고 싶소. ㅎㅎ

20100903

아주 약간이지만 대단한 점

유장관은 사실이 알려지고 난 후, 사태가 불거지기 전 이렇게 말했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은 있다. (그러나)1차 모집 당시에도 딸만 자격이 됐었지만, 오해가 있을 수 있어 2차 모집까지 진행했다. 장관의 딸이라 더 공정하게 심사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태가 불거지자(어제 내가 본 네티즌의 글만 수십이고 청와대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채용되는 것이 특혜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딸도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공모·응시한 것을 취소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말했다. 더 재미있는 부분은 "딸이 지원했으니 엄격히 심사하라"고 부처 공무원들에게 말했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 시계를 풀러줬다는 모씨의 행동과 조금 비슷한 부분이 있다.
 
 
앞의 자신감과 뒤의 물러섬을 비교해보면 이 사람은 "특혜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마도) (정말로)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계층과 섞여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 으례 이런 무심함을 가지고 있다. 이런 부분과 이번 정권의 사조와도 같은 "높은 국격"하고 분명 무슨 관계가 있을 거 같은데 생각하는게 조금 귀찮다.
 
그리고 이 분이 저번에 했던 말, 불만이 있으면 북으로 가라, 고 했는데 계층 세습은 그쪽이 더 쉬운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이번같은 특채가 있었어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가보시는 걸 추천해본다. 직책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사고도 그렇고 그쪽의 정서에 적합할 가능성도 높으니 은근 대접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보통 이런 경우에 본인도 사퇴를 하는데 비해, 이 사람은 온갖 포화를 홀로 버티며 딸의 합격만 취소시켰다. 물러서는 기술에 대한 특강 같은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뭐 하나하나 이야기하면 끝도 없을거 같으니 그만 하자.

20100902

외국어 표기법

개인적으로 외국어 표기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어를 한국어로 편입시켜 사용하자는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문제점들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방식이 그래도 괜찮은 토대 위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어 표기법의 가장 필수적인 사항은 누구나 외국어를 보고 외국어 표기를 할 수 있어야 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원칙을 정하고 예외를 최소화하는게 필수다. 표기 규정을 누구나 다 외우고 있을 수는 없으므로 규정을 찾으면 쉽게 이해는 가야한다는 의미다.

좀 오래됐지만 '오렌지'라는 표기가 문제가 있다며 '어륀지'로 바꿔야한다는 말을 한 분이 있다. 이 방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외국어가 영어만 있다는 상식의 한계에 자리잡고 있다. 당연히 외래어는 세상의 모든 언어다.

알파벳을 사용하는 꽤 많은 나라의 외국어를 국어로 사용하는데 있어 미국어 혹은 영국어로 특화시키면 예외 규정이 너무 많아진다. 영어라고 해도 미국 영어, 인도 영어(ielts 시험에는 반드시 인도 영어가 포함되어 있다고 들었다), 싱가폴 영어, 영국 영어, 호주 영어 다 다른데 딱히 미국 영어식으로 통일할 이유도 별로 없어 보인다.

현실 발음과 괴리된다는 문제 의식이 있을 수도 있는데 표기된 문자는 어쨋든 발음과는 괴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안되는걸 되게 하는거 보다는 외국어 표기법은 발음기호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는게 낫다. 정 못마땅하면 차라리 오렌지(orange)처럼 원어를 병기하도록 하는게 나은 해결책으로 보인다.

외국어 표기법에 관심이 많아진 이유는 검색 때문이다. 모토로라(motorola)는 회사명으로 일단 외국어 표기법을 떠나 고유명사이므로 모토로라라고 쓰는게 맞다. 하지만 이걸 모토롤러, 모토로라, 모토롤라 등으로 표기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한 유명한 사이트의 새소식 게시판에 항상 모토로러라고 올리시는 분이 있다. 이 경우 당연히 구글 등 검색 엔진에서 모토로라라고 치면 검색이 안된다(요즘엔 엇비슷한 것들도 찾아주기는 하지만 이 역시 효율적인건 아니다).

외국어 표기법이 잘 알려져있지 않은 관계로, 혹은 굳이 따를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 관계로 언제나 검색할 때 배터리, 밧데리, 빠데리, 어댑터, 아답타, 아답터 등등을 함께 찾아봐야 한다. 오렌지를 어륀지로 쓰는건 미국 사람이나 좋으라고 하는거지만 orange를 오렌지로 통일하는건 적어도 쓸데 없는 넷 트래픽과 필요없는 타이핑을 줄이는 효용이 존재한다.

아, 하고 싶은 말이 이것 저것 있었는데 여기가 너무 조용하고, 타이핑 소리가 너무 커서 더 못쓰겠다. ㅠㅠ

추위, 오구오구, 훈련

1. 너무 춥다. 집에 오는 길에 날씨를 보니 기온은 0도, 바람이 좀 불어서 체감 온도는 영하 3도 쯤이다. 옷은 작년 한 겨울 쯤 입은 것과 거의 같았는데 셔츠에 플리스, 오리털 파카, 청바지에 운동화였다. 여기에 머플러, 더 추우면 히트텍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