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책을 보고 있는데(읽고 있기는 어렵다) 덜그럭 덜그럭하는 소리가 점점 커지며 다가온다. 그리곤 덜컹하며 앉아있던 긴 의자가 흔들린다. 그리고는 앉아서 몸을 휙휙 돌리며 체조를 한다. 동작이 상당히 과격해 의자가 흔들거린다. 조금 불쾌해진다. 그리곤 예의 그 훅, 훅하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시선은 그대로 책을 향하고 있었는데 몹시 거친 목소리로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엔 일단 아무도 없고 그러므로 혼잣말이 아니면 나에게 하는 말이다. 은근히 혼자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긴 하지만 일단 고개를 들고 할아버지를 쳐다본다. 초등학생 가슴에 다는 손수건처럼 생긴 거즈를 목에 붙이고 계신다. 폐와 관련된 병인건 확실하다. 다시 말한다.
이 복도 끝까지 200미터 되겠나?
복도 끝을 쳐다본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확실히 길다. 100미터는 넘지 싶다. 기묘하게 길다. 그쯤될거 같은데요라고 대답했다. 딱히 퉁명스럽게 말할 의도는 없었지만 그렇게 들렸을거 같다. 나는 다만 낯을 좀 가릴 뿐이다. 대답을 듣더니 가만히 계산을 한다. 갔다 오면 400미터, 800미터, 에휴. 너무 빨리 걸으시는거 같아요라고 말해봤지만 대답은 없다.
할아버지는 다시 400미터짜리 운동을 위해 출발한다. 역시 좀 빠르다. 그다지 좋은 계획으론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보면서 담배를 끊기는 끊어야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휴게소 테레비에서는 총리 청문회 방송을 계속 하고있다. 날은 여전히 맑고, 환절기 낮답게 아직은 살짝 덥다.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계속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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