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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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참 잡담을 좋아한다. 이익되는 건 하나도 없고, 쓸데없는 소리하다 손해만 보는 거 같은데 그래도 참 좋아한다.

2. 일이 애매하고 지지부진하게 돌아가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주체가 아닌 경우에는 괜히 이러쿵 저러쿵 하거나, 아예 챙기며 나서는 것도 오지랖 질 같아서 또 싫다. 소소한 거라면 차라리 내가 챙기마 하고 시그널링이라도 보내고 싶은데 그런 것도 사실 애매하다. 쓸데 없이 오해 먹기 십상이다. 딜레마.

3. 연말이라고 그래도 소소하게 몇 명을 만나거나 대화를 했다. 극히 소소해 라멘을 먹거나 제육 볶음을 먹고 집에 가는 정도. 내 어둠 속 심연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술은 가급적 마시지 않고 있다.

4. 뭘 좀 나르다가 손을 다쳤다. 사진가지고 장난치는 게 꽤 재미있어서 소소하게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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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크게 아픈 건 아닌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물건을 나를 때 잠시 몸에 힘을 줬는데 고작 그것 때문에 몸의 오른쪽 반면이 온통 알이 배겼다. 이게 무지하게 아프다.
여실한 운동 부족, 특히 근력 부족 ㅠㅠ

5. 식스팩 만들어볼까. 가능하기는 한 걸까? / 그다지 좋지 않은 신호 / James Blake는 확 와닿진 않고, Mount Kimbie는 좀 끌리는 게 있다 / 두통이 갑자기 만개하고 있다. 한참 안 아팠는데 / 테리 리차드슨은 한심하다.

6. 기회가 된다면 논리 실증 주의에서 프래그머티즘으로 넘어가는 부분을 조금 깊게 읽어볼 예정이다.

7. 여행은 갈 때는 좋은데 올 때 너무 슬프다. 그나마 갈 때 즐거움이 너무 커서 계속 가게 된다. 만약 가능하다면 돌아오지 않을 여행만 가고 싶다.

8. 가요대전을 봤다. 연말이라는 게 실감나니까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실력 면에서 좀 다른 레벨이라고 할 수 있는 윤미래를 제외하더라도, 워낙 이미지가 많이 소비 된 그룹들이어서 그런지 졸면서 보다가 벌떡 일어나게 할 만한 포스를 느낀 팀은 없었다.

기억 나는 것들을 나열해 보면 - 2NE1 - 박봄이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민지 춤 잘추는 데 보고 있으면 조금 무섭다, 씨엘은 너무 업되지 않았나 싶긴 하지만 연말 라이브니까 그 정도는 뭐 / 미스 에이와 F(X)가 역시 좋다는 생각을 했고 / 원더 걸스는 내가 그래도 자칭 팬인데도 영 별로 였다 ㅠㅠ / 구하라는 너무 너무 말랐다, 어휴.

우리 나라 아이돌들은 사실 군무가 중심인데 카메라가 너무 혼잡하게 나돌아다녀 정신이 없었다. 인피니트 같은 경우에는 뭘 하고 있는 건지도 감이 잘 안왔다.

9. 침잠하고 있다. 명백하게 느껴진다. 이 역시 매우 좋지 않은 신호다.

20111227

Mount Kimbie의 Carbonated를 듣다

이 블로그는 사실 최초의 목적은 패션에 관련되지 않은 모든 쓰고 싶은 말들을 올리는 거였고 두번째 목적은 내 귀찮은 습관 중의 하나인 로그(log)들, 특히 음악과 영화, 도서나 전시에 대해 기록을 남겨두는 거였다. 귀찮은 습관이 더한 생활의 나태함과 만나 한동안 뜸 했지만 그래도 원래 하던대로 이제는 좀 챙겨나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Mount Kimbie의 Carbonated를 들었다. 아마도 2011년에 나온 EP로 4곡에다가 Carbonated라는 곡의 두가지 리믹스 버전이 들어있다. 네이버 뮤직은 나름 광활해 Carbonated는 들을 수있다.

사실 모르는 밴드였는데 알게 된 과정은 Nightmares on Wax를 듣다가, 간만에 이런 걸 들으니 재미있구나, 뭐 좀 다른 거 없나하고 뒤적거렸고, 올뮤직 가이드의 비슷한 뮤지션 중에서 발견했다.

올뮤직 가이드의 비슷한 아티스트 목록은 뭔가 듣다가 비슷한 걸 들어보고 싶은데 딱히 정보가 없을 때 찾아가기는 하지만 보통은 정말 허접하고 믿지 못할 리스트들로 엮여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치포크의 리뷰도 뒤적거리다가 나온 자켓 사진이 꽤 마음에 들었다. 뭐 이런 과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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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듣는 음악의 방향이 그쪽으로 뻗어있는지 덥스텝 계열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덥스텝은 장르 이름은 폼나게 들리기는 한데 El-B를 비롯해 Skream, N Type 그리고 플라스틱맨이나 리차드 제임스의 몇가지 작업들을 듣기는 했는데 시기적으로 뭔가 잘 안맞았다. 한창 사운드스케이프가 쌓이는 걸 좋아하던 시절에는 차라리 아예 Chill Out이나 D'n'B가 더 맞았던 거 같다.

그러다가 제임스 블레이크를 좀 끄적거리다(이건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거쳐서 Mount Kimbie에 잠깐 멈췄다.

딱 자켓 같은 음악을 한다는 점에서 이건 표제 음악인가 뭐 이런 생각도 잠시 했다. 다만 아쉬운 건 매우 폼나기는 하는데 공간(엠비언트)을 활용하는 방식이 뭔가 모자르다고 할까, 포스가 부족하다고 할까 그런 게 있다. 잘 흘러간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 하는 게 별로 없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니 그려려니 하고 있다.

어쨋든 이 시간에 일부러 커다란 헤드폰을 꺼내 듣는 걸 후회할 정도는 아니었다. 2010년에 나온 정규 음반 Crooks & Lovers를 조만간 들어봐야겠다. 나는 결국 이런 것도 좀 좋아하나 보다.

20111225

헨리 페트로스키의 '연필'을 읽다

연필을 꽤 좋아한다. 퉁 쳐서 문구류를 꽤 좋아해 사실 자잘하게 가지고 있는 것도 많다. 연필은 지금 추세로 봐선 평생 써도 남을 만큼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주 많이 가지고 있는 건 아닌데, 연필 하나를 몇 년 쓰는 거 같다.

그렇다고 레어템들을 모으는 수집가 타입은 아니다. 그렇게까지 귀찮은 짓은 못한다.

수집 스타일이라기보다 가능한 많은 모델을 선정해 테스트해 보고 최적의 모델부터 습득의 편리함(애써 골랐는데 단종되면 곤란하다), 가격대(자루당 만원 이러면 매우 곤란하다) 등을 고려해 하나의 제품을 고르는 방식을 선호한다. 결론이 나오면 가능한 잔뜩 쌓아둔다.

그러다 질리면 또 가능한 많은 모델... 을 반복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최초 비선택 된 제품들은 나름 이유들이 있기 때문에 이거는 뭐가 아쉽고, 저거는 뭐가 아쉽고 하는 이유로 보통은 처음 선택한 모델로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런 식으로 결정한 것들이 꽤 많다. 연필, 연필깎이, 지우개, 만년필, 볼펜, 메모장, 필통을 비롯해 컴퓨터용 쿨링팬,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 패드, 아이폰 케이스, 텀블러, 물통, 속옷, 양말 등등등. 굉장히 귀찮은 성격이다. 나도 안다.

어쨋든 이렇게 선택된 연필은 파버 카스텔 9000이다. 네 박스 정도가 쟁겨져 있다(요즘에 약간 모델 체인지가 있어서 얼마 전 그냥 한 자루를 샀는데 약간 달라진 걸 느꼈다). 그리고 테스트 용으로 구입했던 연필들이 여전히 수두룩하다. 몽당 연필 버리는 게 아까워서 연필 홀더도 몇 가지가 있다.

연필 홀더의 세계도 꽤나 넓고 깊다. 영어로 extender라고 한다. Lyra에서 나온 나무로 된 걸 하나 구입하고 싶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영 파는 곳이 없어 망설이고 있다.

http://macrostar.egloos.com/4781363

 

얼마 전에 우연히 저 책을 발견했다. 보통 연필에 대한 책은 괜히 감상적이거나, 무슨 추억담이거나, 아니면 매우 폼나게 찍힌 사진들이 잔뜩 실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전혀 그런 게 아니다. 쉽게 생각하고 심심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꼼꼼하게 적혀 있어서 오래 걸렸다.

001.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002. 연필의 조상을 찾아서
003. 연필이 없었을 땐 뭘로 썼을까
004. 연필의 역사
005. 어떻게 연필 속에 심을 넣었을까
006. 더 좋은 연필을 발견인가 발명인가
007. 연필 산업의 비밀
008. 싹트는 미국의 연필산업
009. 소로우의 연필 사업
010. 아주 좋은 것도 더 나아질 수 있다
011. 연필의 미래

이게 목차. 헨리 페트로스키는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듀크대학 석좌 교수다.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두껍게 쓰다니, 하는 감탄이 잠시 일어났다. 저자는 하지만 연필에 대해 감탄한 상태로 이런 저런 모델들을 개더링하는 수집가 스타일에 가깝다.

재미있냐 그러면 재미는 없다. 하지만 연필을 좋아한다면 가져다 놓고 그 역사를 잠시 느끼며 뒤적거리기 좋은 책이다. 무슨 브랜드가 좋고 이런 정보는 거의 없다. 마트가면 파는 노란색 몽골이 제일 좋다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있는데 뭐(참고로 몽골은 나무가 쓰레기라 심지어 연필깎이를 망친다).

20111222

두 개의 기사, 나눔과 복지

http://www.welfare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29314

월곡동에서 사고가 있었다. 위 기사 참조. 가장 큰 원인은 기초 생활 수급자 대상 탈락과 깎임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무허가 판자촌에 들어갔고, 거기서도 간호 비용으로 아슬아슬하게 생계를 이어갔고, 이 모든 것들은 8분의 화재로 다 사라졌다.

 

http://www.hg-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835

이건 성북구 트위터에서 올라온 기사다. 내용은 안타까운 소식에 성금이 많이 모였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냉방의 방에서 자는 사람이 없도록 나눔과 봉사의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를 위해 협의체가 구성되었는데 구성원은 개인 사업자, 종교인, 복지관계자, 공무원, 봉사단체 회원 등등이다.

복지 협의체와 사회 복지관, 그리고 공무원이 끼어 있고, 성북구에서 장례비와 치료비 240만원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이를 민관이 함께 발 벗고 나서는 미담으로 소개했고, 이런 게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구조적인 문제다. 실질적인 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복지 자금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만약 다 제대로 돌아간다고 하면 그 액수에 문제가 있다. 법률이나 시행령 그리고 시행 방법의 어떤 부분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언제든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저렇게 병이나 다른 이유로 기초 수급을 못 받거나 삭감된 노인이나 가족이 사선 가까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성북구는 저걸 미담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물론 미담이다. 누군가 자발적으로 나눔과 봉사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저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자발적인 나눔과 봉사는 어쨋든 부차적인 일이다. 복지 분야 정책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고, 잘 집행되는 상황에서 모자라는 부분이나 일손이 딸리는 부분을 봉사로 채울 수는 있다.

하지만 저 기사에서 볼 수 있듯 딱히 다른 해결책은 없다. 나눔과 봉사가 이 문제의 유일한 솔루션이다.

그렇지만 나눔과 봉사가 복지 문제의 대책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건 어디까지나 자발에 의한 것이고 그러므로 임의적이다. 어디에 구멍이 나도, 누군가 정작 필요한 사람이 도움을 받지 못해도 그것은 이 체제 자체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산물이다. 그리고 누구의 책임도 없다.

결국 돌아다니며 예방을 하고, 또 누군가 저런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 훈훈한 미담이나 몇 개 더 등장하고 마는 일이 반복된다.

대체 왜 다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모여 나눔과 봉사를 계속 펼치는 거 같은데 계속 저런 사고가 발생하는가. 왜 매년 동지날(12월 22일, 오늘이다)에 죽어간 노숙자에 대한 추모제가 서울역에서 열리는가.

애초에 소 잃고 외양간 땜질하듯, 근본적인 부분은 아무도 손보지 않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진짜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한 정책 자체가 나눔과 봉사 따위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의 하나 나눔과 봉사가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져도, 아무도 구걸인들에게 동전을 던져 주지 않게 되더라도 법의 보호 아래서 저런 사람이 없어야 하는 게 제대로 된 세상이라고 믿는다.

20111222

가끔 몸에서 냄새가 난다. 날씨에 지레 겁을 먹고 너무 두꺼운 옷을 입을 때가 있다. 바쁜 걸음으로 조막만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따뜻하게 데워진 지하철 의자에 앉았을 때 기분 나쁜 냄새가 목덜미 사이로 올라온다. 부랑자의 냄새다. 뭔가 지긋지긋해진다. 이어폰을 꼽은 채 시시한 노래들을 듣지만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다. 이 냄새가 옆 사람에게는 안 났으면 좋겠다. 부랑자 놀음은 누구에게는 유희지만 누구에게는 닥쳐오는 현실이고, 누구에게는 삶 그 자체다. 이런 말이 무섭다.

요즘 음악을 듣는 패턴은 두 가지다. 하나는 네이버 뮤직에서 TOP 50이나 신곡 50을 듣는다. 어디까지나 hear의 레벨이다. 그러다가 뭔가 listen하게 되면 기억에 남겨 놓는다.

또 하나는 아이튠스에서 랜덤 플레이다. 이상하게, 곡들이 참 많이 들어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들리는 건 다 비슷비슷하다. 내가 모은 곡들이니 취향이기 때문인가. 하지만 아이유부터 소닉 유스까지, 올맨 브라더스에서 에릭 돌피까지, 몽골800에서 라흐마니노프까지 나름 커버하는 범위가 넓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비슷한 느낌의 정체가 같은 플레이어에 같은 EQ 세팅, 같은 이어폰 때문인건가 생각하고 있다.

어쨋든 이렇게 듣다가 뭔가 마음에 들거나 하면 앨범을 돌린다. 지금은 Nightmares on Wax의 Carboot Soul 음반을 듣고 있다. Belle and Sebastian의 You don't send me, Pavement의 Stop Breathing, 하마사키 아유미의 walking proud에 이어 Nightmares on Wax의 fren the middle이 나왔고 그래서 Carboot Soul을 듣기 시작했다.

침잠된 목소리로 시원찮은 곡을 연주한다. 시시하지만, 지금 상황에 꽤 잘 어울린다. 나는 지금 손에서 나는 냄새에 괴로워하고 있고, 비누로 몇 번을 씻고 왔고, 방은 코 감기의 흔적들 - 휴지들 - 이 널려있다. 편의점에서 사 온 위생천을 두 병 마셨고, 그래서인지 배가 고프다. 그래픽 카드의 이상으로 컴퓨터는 수시로 꺼진다. 지금 끄적거리는 이 글도 난데없이 꺼지면 사라질 것이다. 묘한 긴장감이다.

손에서 냄새가 난다. 70정도는 담배 냄새고 30정도는 강아지 냄새다. 가끔은 살 냄새가 난다. 가끔은 남의 냄새가 난다. 나는 냄새에 민감하다. 이 냄새가 싫다, 라고 생각한다. 무취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항상 무슨 냄새인가가 난다.

내 방에는 시계가 없다. 째깍거리는 소리 속에서는 절대 잠을 못들기 때문이다. 무소음 벽 시계를 사 볼까 했는데 관뒀다. 마리메코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판매하는 인조 잔디가 깔려있는 벽 시계는 참 예뻤다. 잔디를 좋아한다. 학교 다닐 때는 수시로 잔디밭에서 잠이 들었고, 얼굴의 반쪽만 새까맣게 탔다. 그래도 바삭거리는 소리와, 냄새와, 스며들어있는 수분의 기분 좋은 조합이 좋다.

밤이다. 아니 새벽이다. 이 1년 간 시간에 잠 들어있던 날이 며칠 되지 않는다. 아마 열 손가락 안에 다 들어갈 것이다. 4시가 되면 세상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난한 자들은, 그냥 굶어 죽을 생각이 아니라면, 그 때부터 움직여야 한다.

다음 주에는 사람들을 좀 만나고 싶다. 오랫 동안 못 봤던 사람들을 만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경우도 있을테고, 괜히 만났나 싶을 때도 있을테고, 어떤 기대감 같은 거에 부풀 경우도 있을테다. 만나고 싶지만 못 만나는 경우도 있을테고, 만나고 싶지 않지만 만나는 경우도 있을테다. 몇 명 글자로만 아는 사람들을 보고 싶은데,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다.

어쨋든 그런 게 인생이니까. 하지만 31일까지 이제 며칠 남지가 않았다. 마음은 꽤 조급한데, 몸은 위태로울 정도로 느긋하다.

플레이는 랜덤으로 다시 바뀌었다. 알리의 365일을 듣는다. 이 다음 노래는 Pink Floyd의 Us and Them이고(코러스가 너무 진득해서 별로다), 아이유의 좋은 날 Inst 버전이다. 그 다음은 the Beatles의 I'm Happy Just to Dance with You다. 이 곡은 A Hard Day's Night에 실려있다.

이렇게 새벽이 또 지나가고 있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별로 없다.

20111220

20111217

김정일이 사망했단다. 사회 분위기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정리가 참 안되는 문제라(북한 문제는 전반적으로 잘 모르겠다) 이런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건 참 조심스럽지만 그냥 생각나는 이야기들만 내리 써 본다.

김일성의 경우에는 그래도 이런 저런 '다난한 일'을 거치며 권력을 쌓은 느낌이 있다. 1912년 생이니까 미국으로 치면 greatest generation의 첫 자락이고(위키피디아의 greatest generation 링크) 그 때 쯤 태어난 사람들이 다 그렇듯 역사의 가장 복잡하고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에 살았던 사람이다.

뭐 그 때 태어난 게 자기 뜻도 아니고, 그 역사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운명... 팔자니 의미를 축소할 수도 있겠지만 어쨋든 공사다망한 시기들이다.

그런 사람이니 죽었을 때 뭔가 좀 복잡한 생각들이 있었다. 하지만 김정일의 경우 조금 다르다. 말하자면 아무리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어도 정주영은 밑바닥을 조금은 알고 거기서 뭔가 일으킨 사람이지만, 정몽구나 정몽준은 시작할 때부터 견고한 망 안이었기 때문에 결국은 부모 덕이지 뭐하는 거와 같다. 이병철은 원래 좀 부자였던 걸로 알고 있다.

어쨋든 이런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민감도가 무척 큰 상황에 처해 있었고, 이런 저런 일들을 거쳐 세계관을 확립한 사람들이다. 그 세계관에 동의하든 안하든, 그리고 범법 행위에 대한 처벌 문제의 유무가 있든 없든 이런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세계관 형성을 약간은 이해를 하는 편이다.

- 이게 참 말로 하기가 어렵네.

 

하지만 김정일의 경우, 위원장 임명 전후 등 시기에 물론 복잡하고 정치 권력 투쟁이 있었겠지만 어쨋든 김일성 아들이라는 타이틀을 날 때 부터 지니고 있던 사람이다. 뭔가 딱히 바꾼 것도 없고, 그냥 철저하게 가지고 있는 것들을 수호함,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키움으로 일관했다. 아까 위의 정 씨 자손들이나 삼X 기업의 이XX와 그의 1남 2녀가 그런 사람들이다. 나는 이런 사람에는 사실 거의 관심이 없는 편이고, 뭘 했다고 하든 그려려니 싶다.

정리해 보면 뭔가 일으켜 세운 거에는 관심이 많은데(새로운 포지셔닝 실현), 그걸 강화하고 넓힌 건(포지셔닝의 강화, 확대) 관심이 확 떨어진다.

 

결국 김정일은 내게 별 관심이 없는 종류의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83년생(이름은 잊어버렸다)의 흥망성쇄는 좀 궁금하다. 그가 체제를 굳건히 하려면 역시 러시아나 중국의 도움이 필요할 테고, 만약 쿠테타가 일어난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싶다. 뭔가 숨가쁘게 움직일텐데 말했든 무슨 사건이든 초기 민감도가 매우 큰 상황이다.

어쨋든 10.26에서 12.12까지 2개월이 채 안 걸렸었다. 우리의 역사가 그들에게 교훈이 되길.

20111216

불균형

1. 어디선가 쌀독에 마늘 몇 쪽을 넣어 두면 벌레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쌀독도 없고, 그냥 종이 봉지채(이건 가마니는 아니고 뭐라고 하지, 포대) 두고 있는데 쌀벌레를 딱히 많이 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벌레는 찝찝하니 마늘 몇 쪽을 던져 두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시작되었다. (아마도) 쌀 포대에서 기어 나온 게 확실한 새까맣고 단단해 보이는 몸체에 느리게 - 하지만 꾸준히 기어다니는 그 놈들이 사방에 널리기 시작했다. 마늘은 살균의 기능은 없고 그저 쫓아내는 기능만 있는 모양이다. 왜 이렇게 많은 겨. 나는 지금껏 벌레를 함께 먹고 있었던 것인가.

여튼 사방에 기어다닌다. 지금 이 순간 내 몸 어디엔가도 있지 않겠나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2. 예전에 바퀴가 몇 마리 보이길래 방치해 둔 적 있다. 그랬더니 4월, 5월 따뜻함과 함께 대 창궐 집이 점렴당해 버렸다. 아, 빼앗긴 나의 쉴 곳이여. 딱히 생각나는 방법이 없어서 스프레이와 파리채, 고무 장갑과 후레시를 든 채 온 집 구석구석을 뒤져 그들을 말살시켰다.

일요일 오후의 수많은 학살 끝에 일단 사태는 진정이 되었고 약 1년 정도 바퀴는 사라졌다. 하지만 물론, 끝은 아니었다. 이건 청소와 정리 습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저절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여튼 저번보다 더 심할 때 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방치되었고, 바야흐로 새벽에 화장실에 가는 동안에도 몇 마리가 밟혀 죽는 초만원 사태를 초래했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그 사각 사각거리는 소리의 섬뜩함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다.

인터넷을 뒤져 새로운 솔류션을 찾다가 발견한 건 맥스포스겔인가 맥스파워겔인가 뭔가 하는 약. 밑져야 본 전 식으로 그 약을 옥션에서 구입해 설치했다. 종이에 설치 위치 지도까지 표시하며 처음 1개월 동안 두고 다 회수, 다시 2개월 두고 다 회수, 80% 두고 3개월 이런 식으로 1년이 흘렀다.

사실 첫 3개월 째에 그들은 거의 모두 학살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6개월 정도 더 교체를 했다. 스프레이와 파리채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량 학살의 방식이다. 혹시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아직 남아있는 약은 보관중이다.

이렇게 2~3년 쯤 지났는데 아직까지 그들은 레욱트라 전투에서 패배한 스파르탄처럼 두번째 대학살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그 다음에 나타났는데 아마도 지역의 맹주였을 바퀴가 순식간에 사라지자 돈벌레, 짚신 벌레에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이상하게 생긴 벌레들이 갑자기 창궐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에서든 자연은 균형을 이루고 있고, 그 균형이 문득 깨지면 엉뚱한 것들이 창궐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건 문득 창궐한 벌레의 자기 능력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환경 변화에 의한 능력 밖의 일이므로 다 한때이고 그런 시절은 사라져간다.

20111215

알리, 영혼이 있는 마을을 듣다

우선 음반 이야기.

순간 임팩트가 대단한 가수가 있고, 음반으로 곱씹으면서 들어야 그 가치를 알게 되는 가수가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일단 알리는 임팩트가 강하다. 불후...에서는 대단했다. 목소리, 동작, 표정 등 그런 종류의 경연에서는 어지간하면 경쟁자가 따라잡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효린은 약간 다르다. 그는 댄스 중심의 걸그룹의 멤버고, 불후...는 과외 활동이다. 거기서 갭이 만들어지고 발란스가 만들어진다. 갭을 유지하는 건 중요하다. 현아나 아이유가 나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데(음악을 떠나 인간 자체가), 그 이유는 갭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착하고 성실하고 연예인같은 소시나 원걸하고는 다르다.

그게 의도한 것이든, 훈련한 것이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든 그런 건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자연스러운 거라면 정말 연예인이 될 것이고 훈련이면 언제가 깨질 지도 모른 다는, 그래서 무너지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존재하는 정도다. 어쨋든 21세기 초반의 완성형 아이돌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임팩트가 강하다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건 아니라는 것과, 더구나 노래를 잘 한다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노래는 좋은 음악을 위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어쨋든. 음반은 풀로 듣기에는 약간 지루하고 질린다. 임팩트 강한 목소리가 계속 머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랜덤으로 듣다가 다른 곡 속에서 한 두 곡 흘러나오는 건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다. 어차피 정규 음반을 내 놓기는 했어도 싱글로 활동할 테니 알리 자신에게는 별로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타이틀인 '촌스럽게 굴지마(feat. 용준형)'도 나쁘지 않고, 음반 나오기 전에 싱글로 나왔던 '뭐 이런 게 다 있어'도 괜찮다. 이 곡과 비슷한 연장선 상에 있는 '365일'도 요즘처럼 추운 날에 잘 어울린다. 깝깝하고 속 터지는 가사의 노래를 불러도 이소라의 그것처럼 심연으로 치닫지 않기 때문에 깔끔한 맛이 있다. '뭐 이런 게 다 있어'를 부를 때의 알리는 참 좋다.



그리고 나영이. 처음에 신문에서 기사를 읽고 오바하는 거 같은 데라고 생각은 했다. 역시 바로 논란이 되었다. 딱히 네가티브 이슈 메이킹도 아닐거라고 생각하고(그게 효과가 있기나 할까와 불후..로 좋은 이미지를 쌓기 시작한 입장에서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당이 아마츄어도 아니고), 뭐 시작은 좋은 뜻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무지가 잘못을 소각하지 못한다.

약간 더 넓은 이야기를 해보자.

약자를 위한 착한 일이라는 건 그저 의도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상 급식, 몸을 팔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아프리카와 인도의 어린 여자아이들, 축구공을 만드는 중국의 어린이들에 대해 그냥 뭐든 도와주면 되겠지하는 안일하고 자기 만족적인 구호 활동들이 대부분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한 건 그 때문이다. 이런 건 매우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고,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가능한 모두 고려해야 하고, 그러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수정해 가야 한다. 

똑똑한 NGO들이나 지식인들이 많드는 복지 정책이 정작 가난한 이들에게는 별 혜택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들도 이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이 임대 주택 8만호 건설 계획 같은 걸 다른 방식으로 바꾸게 하는 진보 진영의 압력이 무척 거세다. 그걸 굉장히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건 그 때문이다.

어쨋든 상상으로는, 그리고 책상 앞에서는 결코 다른 사람이 처지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그건 분명하다.



논란의 알리의 그 노래가 어제(12월 14일)부터 제작되는 씨디에서 빠졌고, 오늘 부(12월 15일)로 음원 사이트에서 삭제되었다. 수록곡이 11->10으로 바뀌었는데, 그럼 보너스 한 곡이라도 줘야 되는 거 아닌가. -_-

PS 이 문제는 약간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가 바뀌었다. 상상력은 현실을 결코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일단 써놓은 건 이렇게 둔다.

버릇

별 볼일 없는 일을 할 때도 테제를 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 방침이나 논거를 정하는 건 90년대 식 버릇이다. 좀 귀찮은 데 잘 안 없어진다. 어차피 신독(愼獨)의 세계라지만 그래도 뭔가 방향성이라도 있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하는 것도 있다. 그래도 결과를 내 놓기 전에 앉을 자리가 제대로 인가 찾는 습성은 그다지 좋지 않다.

블로그를 두 개 운영하고 있다. 여기하고 패션붑이다. 이거 말고 돌아가고 있는 게 두 개 더 있는 데 별로 의미는 없다. 거기다는 뭘 할까 정리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매우 명확하다. 메인은 패션붑과 이곳 발전소다. 패션붑은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원래는 독고다이 패션 크리틱만 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면 쓸 것도 별로 없고, 또 오는 사람도 몇 명 없어서 새 소식이 훨씬 많다. 거기에 '영국의 고급품'이나 '파네라이 시계'같은 나와는 그다지 관계 없어 보이는 이야기도 많다. 파네라이 따위, 누가 던져주기 전에는 내 손목에 걸릴 날은 없다. 그래도 도메인 비용 정도는 그 블로그에서 자체 충당하고 싶기 때문에 조회수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혹시 수익이 많아지면 취재 등으로 폭을 넓히고 싶다.

하지만 패션붑은 태생에 한계가 있는게,  만약 현역 에디터를 하고 있다면 겸사 겸사 비용 없이 취재도 가능하고, 새로운 소식도 훨씬 빨리 접할 수 있게 된다. 에디터가 취미로 나처럼 블로그를 하고 있다면 따라갈 수가 없다. 누가 보도 자료 보내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 구글링에 의존하고 있는데 참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가능한 많이 보태거나 중간에 섞는 걸로 추스려 가고 있는데 사실 조회수 차이가 너무 난다. 이 말은 인기가 없는 이야기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뜻이다.

하루키의 달리기 이야기를 보면(얼마 전 나온 수필집인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뭔가 말하고 싶은게 있어서(여기서 '말'이 꼭 speak라는 워드를 뜻하는 건 아닐테다) 그들이 그렇게 기를 쓰고 달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정말 기를 쓰고 달리는 건가. 그렇게 하고나서 뭔가 할 말이 있는 건가. 잘 모르겠다.

 

발전소는 패션붑에 패션을 몰 면서 잡담과 더불어 책이나 영화, 음악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가만 보니까 요새 내가 책도 영화도 보질 않고 있다. 잡담도 어처구니 없게 수준이 낮다. 그래도 조금 더 정제시켜 이야기를 써놓고 싶다. 경제 이야기만 잔뜩 있는데 문득 아이유 음반 이야기를 해도 너무 이질감을 느끼지는 마시라는 의미에서 써 놓는다.

살짝 덧붙이면 한동안 '연대를 구하여...'가 제목이었는데 바꾼 지 시간이 좀 흘렀다. 나름 기다리던 대처 방법이 오지도 않을 거라는 작은 확신과, 사고 속에서 나름 한계를 실감했기 때문도 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게, 구축해 놓고 수정해 가는 세계관이 옳기는 한 건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이것 역시 진보 진영에서도 인기가 없는 솔루션으로 보인다. 패션에서나 사회에서나 자꾸 인기 없는 것만 고른다. 인기가 많은 것만 골라도 시원찮을 판에 사실 좀, 골치가 아프다.

20111213

굿 바이 게리 무어


게리 무어의 솔로 앨범을 처음 들어본 게 언제였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도 ‘Still Got the Blues’가 나왔던 1990년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도 LP로 가지고 있다. 필 리뇨트가 있던 밴드 스키드 로우의 멤버였기 때문에 계보 외우던 시절이라 그 존재를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어쨋든 개인적으로는 나름 듣보잡 기타리스트였다.

스틸 갓 더 블루스에서도 지금 기억을 떠올리라면 생각나는 건 스틸~ 갓 더 블루~스 하는 타이틀 곡의 후렴구와 자켓 뒷 면에 찍혀있던 햄버거 사진 정도다. 본토 햄버거 맛을 잘 모르던 당시의 나로서는 그 큼지막하고 뭔가 잔뜩 들어있는 햄버거가 너무나 맛있게 보였다.


여튼 아무리 잘 만들어도 퓨전 음식 따위 보다는 제대로 만든 원형 보존형 된장 찌개가 더 가치있지 않냐하는 마인드를 지니고 있는 나에게 게리 무어는 영 마뜩치가 못했다. 하필 주 장르도 그 고고한 이름, 장르의 아버지 블루스다.

거기다가 이름이 게리 무어가 뭐야. 블루스라면 역시 존 리 후커, 비비 킹, 티 본 워커 같은 멋지구리한 이름이어야 했다. 한번 양보해서 백인이면 라이 쿠더나 스티브 레이 본 정도면 그래도 이름을 되뇌이는 보람은 있다.

그리고 블루스라면 미시시피나 오스틴 근처 출신이어야지 하는 마음도 한 몫하고 있었다. 아일랜드 벨페스트에서 온 백인 블루스 기타리스트라니. 2억 만리 타향에서도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가 울렁거리며 들리는 거 같은 데 왜 데모 안하고 블루스 같은 걸 하는거야 라는 어린 아이 적인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결정적으로 스타 대접을 하기엔 너무 못 생겼다. 뭐 편협하든 말든 열광하기에는 3가지나, 그것도 크리티컬한 제약 조건들이 있다.



게리 무어는 1952년 생이다. 고향은 벨페스트인데 1968년에 더블린으로 이사를 간다. 앨버트 킹이니 더 쉐도우니 더 비틀즈니, 아니면 고향 동네 사람 존 메이얼이니 이런 저런 영향을 받던 그에게 나타난 멘토가 있었으니 바로 플릿우드 맥의 피터 그린이다. 나중에 트리뷰트도 내고, 피터 그린이 쓰던 레스폴 기타도 사들이고 그런다.

어쨋든 블루스를 하긴 하는데 미국에서는 별로 알려지지가 않았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꽤 히트를 친다.

68년 더블린에 와서 필 리뇨트의 스키드 로우에 합류한다. 그리고 1973년에 첫 솔로 음반을 내 놓는다. 필 리뇨트는 69년에 씬 리지를 시작하면서 나름 바쁜 와중인데도 게리 무어의 솔로 음반에 많은 도움을 줬다. 78년에 나온 파리지안 워크웨이 등 여러 곡들을 필 리뇨트랑 같이 만들었다.

여튼 그 이후도 나름 장르 따위 가리지 않고 선 굵고 출렁거리는 리듬이 필요한 곳이라면 이런 저런 밴드와 이런 저런 뮤지션들과 함께 꽤 여러가지 작업들을 했다. 참여 한 작업들만 봐도 앨버트 킹, 비비 킹, 밥 딜런, 코지 파웰, 앤드류 로이드 웨버, 진저 베이커, 폴 로저스, 오지 오스본 등 대중 없다.

어쨋든 80년 대에는 그는 록에 보다 집중하고 있었고, 그러다가 90년에 스틸 갓 더 블루스를 내 놓으면서 내가 이래뵈도 블루스 좀 한다고~ 하면서 돌아온다. 내가 게리 무어를 들은 건 이 시점이고 당시에는 사실 그가 80년 대에 뭘 했는지 잘 몰랐다.

그리고 이때 아일랜드 출신 음악인들이 국내에서도 약간 주목을 받으면서 잡지에도 다뤄지고 그랬다. 하지만 엔야, 뷰욕, 게리 무어, U2라니 각각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리고 또 솔직히 말하면, 80년대에 나름 유럽의 네임드였다는 걸 알았다고 해도 고향이랑 이름이랑 못 생긴 게 어디 가는 것도 아니니 뭐 그저 그렇게 생각했을 거 같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흘러 1999년 A Different Beat 이후 게리 무어는 나에게서 완전 멀어져 갔다. 문득 옛날 음악이 생각 나 블루스나 들을 까 해도 선택지에 게리 무어가 포함되기는 어려웠고(필라델피아의 거장들이 CD장에 곤히 잠들어 있다), 그렇다고 옛날 록을 들을까 해도 게리 무어가 포함되기는 어려웠다. 이 즈음 연도라면 차라리 데프 레퍼드 초기 음반이나 UFO가 낫다. 차라리 필 리뇨트는 씬 리지가 있기 때문에 그래도 종종 듣게 된다.

게리 무어는 전반적으로 이런 포지셔닝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그의 기타 톤을 레퍼런스로 삼는 사람도 있을테고, 또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수많은 기타리스트들의 리스트도 있다. 하지만 그는 ‘전설’의 느낌보다는, 언제나 옆에서 그 우울한 얼굴로 선 굵은 기타 톤을 뽐내는, 하지만 있는 지 없는 지 잘 모르는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이 더 크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2011년이 되었고,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부고가 들려왔다. 2월 6일 여자 친구와 스페인 에스토니아의 한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다가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

10년 만에 들은 소식이 사망 소식이라니- 오호 통재라 하는 아련한 생각이 없을 수가 없다. 뭐 이게 뭐냐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어쨋든 한 시절 햄버거 사진을 보며 열심히 들었던 음악이고, 기타 키즈들이 대게 그렇듯 파리지안 워크웨이를 둥둥 거리던 시절이 있었던 거다. 그 시절 듣던 음악들은 어딘가 짠 한데가 있다. 자잘하니 모아진 용돈으로 이 달에는 무슨 LP나 테입을 살까 고민한 흔적이 녹아 있고, 좋던 싫던 적어도 한 달은 죽어라 들어 대던 음악이다.

중고등학교 때 듣던 음악, 보던 영화인 들의 부고 소식은 이렇게 시대가 마감되어 가는 구나 하는 생각을 점점 굳게 만든다. 어렸을 적에는 다들 멀쩡히 살아있었고, 부고가 들리는 아티스트들은 책으로나 접하던 사람들이라 몰랐는데 요즘 들어서는 누가 또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런가... 하는 상념에 빠진다. 이왕이면 다들 천수를 누리며 행복하게 제명까지 살면 좋겠다.

간만에 게리 무어를 듣고 있다. LP를 PC로 옮기지 못해 어디서 우연히 들리는 거 아니고는 전혀 듣지 못했는데 정말 오래간 만이다. 네이버 뮤직을 뒤져보니 거의 모든 곡들이 다 올라와 있다. 소리가 너무 깨끗한 게 약간 낯설고, 알량한 이어폰으로 듣느라 예전에 그 미드 레인지 음역대를 잘 살려 놓은 굵은 기타 톤이 쿵쿵 거리며 뱃 속을 울리는 느낌이 없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뭐 하나 변한 것 없이 감상적이고, 여전히 조금씩 오글거리게 유치하다.

싫다는 게 아니다. 그런 게 바로 게리 무어다.

20111207

나불나불대는 소리

1. 잡담. 뭘 해도 십원이라도 되는 걸 해야 함,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스타팅 포인트를 잘 못찾고 있다. 이런 방면으로는 영 재주가 없나... 어쨋든 나불나불.

2. 전반적으로 블로그에 나불대는 포스팅의 depth가 떨어지고 있는 걸 느낀다. 마지널한 포인트에 놓여 있는 자의 숙명인가 싶기도 하지만 더 열악한 상황에서 더 나은 이야기를 쓰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기본적인 것게 갖춰져야 뭐든 하려는 마음을 먹는 건 내 운명의 저주이고, 훈련으로 극복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어쨋든 해결되면 그래도 나름 괜찮을텐데 싶기는 한데, 세상에 기본이라는 게 참 어렵다.

3. 나도 난로에 주전자 올려놓는 작업실이 있었으면 좋겠다. 떡도 구워먹고.

4. 네이버 탑 100(최근 멜론에서 네이버 뮤직으로 갈아탔다)을 제외하고 요즘 듣는 음악은,

이디오테잎 : 11111101 - 신나는데, 풀 앨범을 듣기에는 좀 지겹다. 오래 듣기에는 소리가 많이 지루해진다라는 점이 다프트 펑크와의 차이점이다. 다프트 펑크가 안 지루하다는 건 아니고. 순간 임팩트가 큰 음악일 수록 이런 경향이 강한 듯 하다.

DJ Shadow : The less you know, the better - 5년 만에 나온 정규 음반. 천재, 라는 느낌은 예전 정도는 안 든다. 그래도 뭐 방에 멍하니 앉아 있을 때 듣는 음악으로 DJ Shadow 만한 것도 몇 개 없다.

Hotei with Fellows : All time Super Guest - 보위의 호테이 토모야스 30주년 기념으로 베스트 앨범에다 게스트를 초대해 함께 연주한 음반. http://tower.jp/item/2900909/ALL-TIME-SUPER-GUEST 이거. 난 이 사람 기타의, 교과서 적이지만 명료한 사운드를 꽤 좋아한다.

Amy Winehouse : Back to Black - 에이미 와인하우스도 그렇고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그렇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면 연습을 참 열심히 했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일단 이들의 이미지 상, 노래 부르는 테크닉 같은 걸 코치 받으며 그걸 극복하려고 열심히 반복하는 게 상상이 잘 안간다. 대체 언제 하는 거야. 어쨋든 에이미의 목소리는 굉장하다. 안타깝다.

한때는 로우 파이 음악에 나름 심취한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다지 땡기지 않는다. 취향이란 돌고 도는 거니 나중에 또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일이고. 뭐 이런 것들.

5. 무한도전을 3주 정도 안봤다. 저번 주에 박명수 12세인가는 봤다. 나름 무한도전 좀 봤다고 하는데, 몇 주간 전혀 안 땡기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달력도, 꼬리 잡기도 별로 궁금하지가 않다.

요즘 계속 보는 버라이어티는 무한걸스. 멤버 체인지가 대충 끝나고 송은이-백보람-김신영-김숙-신봉선-안영미-황보 체제로 완성되었다. 7명은 3시즌 정도 한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은 듯. 어쨋든 요새 무한걸스는 막장 버라이어티의 왕이다. 말도 안되게 웃긴다.

또 하나 보는 건 힐링 캠프. 장소 섭외가 참 좋아서 저기에 놀러가고 싶다, 라는 기분으로 본다. 청춘 불패도 다 봤는데(이제 4회인가 그렇다), 역시 저기에 놀러가고 싶다, 는 기분으로 본다. 거기에 더해 강지영이 꽤 재밌다. 어떻게 그렇게 안 어색하게 할 수가 있는 거지.

6. 민음사 출판그룹 연말 페밀리세일 진행합니다! 이번주 주말 이틀간 최대 70%할인! 민음사 최초 페밀리세일, 책공장에 초대합니다:) http://bit.ly/ua9hOe

라는 트윗을 봤다. 신간 제외하면 기본 50%란다. 절판된 책 들 중 마침 요새 찾고 있는 게 있는데 고민 중이다. 있을 지도 모르겠고, 파주 좀 멀기도 하고, 사실 차비나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_-

7. 저번 주에 지방을 잠깐 휙 돈 적 있는데 사방이 방치되어 썪고 있는 배추밭 들이었다. 농사라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때려치고 농사나 지을까, 나름 돈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글쎄...

8. 트위터 팔로우 숫자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통제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계기가 있어 팔로잉 숫자를 확 늘렸다. 그래서 현재 157명이다. 따라가기가 좀 힘들다. 이렇게 저렇게 챙겨서 이슈를 따라가고 리드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난 그런 재주는 참 없는 거 같다. 더구나 나는 대충 짐작에 무척 약하다.

9. 요즘 찌질하다. ㅠㅠ

20111206

유니클로, 우익 지원설

유니클로의 우익 지원설, 독도 교과서 자금 지원설은 정기적으로 한 번씩 튀어나오는 거 같다. 나도 궁금해서 몇 번 확인을 해 봤는데 별다른 내용은 나온 게 없다.

물론 그 기업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무슨 일이 돌아가고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몰래 지원하고 있다면 알 길이 없다는 뜻이고 즉 가능성이 0%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특히 아래 리스트를 봐도 알 수 있지만 기업이 커지면 워낙 여기저기 일도 벌리고, 눈치도 보게 되니까 앞 뒤가 안맞는 경우(우익도 지원하고 반우익적인 발언도 하고 등등)도 많다.

법인이라고 한 명은 아니니까 세상 일이 다 그렇지 뭐 사실. 여튼 유니클로 우익 지원은 결론적으로 모르겠고, 명확하게 밝혀지는 게 있다면 그때 또 다시 한번 포스팅 할 예정.


사실 유니클로의 야나이 회장이 예전 고이즈미 시절에 장사 안되게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왜 하는 지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것 때문에 일본 사이트들을 좀 찾아보면 야나이 타다시는 장사 때문에 나라를 판 매국노라느니, 재일 한국인이라는 소문도 있다느니, 할아버지가 야쿠자였다느니 하는 사이트들을 발견 할 수 있다. 즉 오히려 일본 내에서 반 우익 기업이라고 우익의 질타를 받고 있다.

우익 계열에서 작성한 악덕 반일 기업 리스트 같은 것도 있는데 유니클로를 비롯해 IBM 재팬(여기 사장님이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중지와 모든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비 건립을 요구했다), 롯데 소프트, 아사히 맥주, 몬테, 덴츠 심지어 TBS나 NHK 같은 기업도 올라와 있다.

이런 리스트는 일본 야후에서 売国、在日企業을 검색해 보면 잔뜩 나온다.

http://search.yahoo.co.jp/search?p=%E5%A3%B2%E5%9B%BD%E3%80%81%E5%9C%A8%E6%97%A5%E4%BC%81%E6%A5%AD&search.x=1&fr=top_ga1_sa&tid=top_ga1_sa&ei=UTF-8&aq=&oq=

나름 체계적인 취합 리스트로 보이는 http://www35.atwiki.jp/kolia/pages/45.html 를 보면 유니클로의 본사 패스트 리테일링은 A 등급으로 '미세하지만 일본에 악영향, 꼭 불매하고 싶다' 레벨이다.

여기에 보면 무인양품은 S+(일본에 명확한 영향, 절대 불매하고 싶다)로 유니클로보다 약간 더 높고, 아사이 맥주는 SS 등급으로 일본에 상당한 악영향 레벨이다.


가만 보면 우리나라에서 만든 우익 지원 일본 기업 리스트랑 겹치는 것도 꽤 많다. 뭐 더 재밌는 건 한국에서는 일본 극우라고 까이고, 일본에서는 반일 기업이라고 까이고 있는데 그러든 저러든 유니클로는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계속 신나게 팔리고 있는 거 같다.

http://deliciousicecoffee.blog28.fc2.com/blog-entry-3649.html

이런 글도 있다. 댓글 보면 꽤 재밌다.

20111130

라스트 판타지

아이유의 새 음반 라스트 판타지를 듣고 있다. 3집인가? 아마 그럴거다. Boo랑 미아가 있는 음반이 있었고, 좋은 날이 있던 음반이 있었다.

아이유 음반을 듣다보면 좀 어둡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편견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좀 그렇다. 어린 데 작곡도 하고 기타도 잘 친다네하고 찬양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음반을 듣는 입장에서는 존 레논도 메탈리카도 비발디도 아이유도 똑같은 선상에 놓고 듣는 음악일 수 밖에 없다.

여튼, 너랑 나가 타이틀인 거 같다. 멜론 같은 걸로 음악을 들으면 편한 점이, 새 음반이 나왔을 때 곡 리스트에 뮤직 비디오 마크가 뜬 걸 보면 따로 설명 안해도 아, 이게 타이틀인가 보구나 하고 짐작할 수가 있다.

타이틀은 잘 모르겠고 쭉 들으면서 괜찮네 하며 지나간 건 비밀과 4AM. 삼촌 같은 건 너무 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 민망했다.

예전에 아이유 한창 때 스케줄이 너무 많아서 팬들이 걱정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뭐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욕심이 많아 보이는 아이다. 오늘 인터넷 뉴스를 뒤적거리다가 -

"아버지가 갖고 싶어하던 차를 선물해드렸다”고 말했다. 국산차인지 외제차인지를 아이유에게 물으니 아이유는 갸우뚱하며 매니저에게 뭐냐고 질문했다.

이런 기사를 봤는데, 이런 거 보면 좀 무섭게 보인다. 정말 몰랐을까? 내가 너무 부정적인 건가. 하지만 신예림 나이가 아니잖아.

컴퓨터

그래픽 카드 윙윙윙 소음 -> 뜯어서 팬 모터에 구리스 바름 -> 윙윙은 멈췄는데 컴퓨터가 자꾸 이상 현상 -> 자꾸 꺼지다가 그래픽 카드 드라이버 꼬임 -> 다시 뜯어서 구리스 닦아냄 -> 드라이버 재 설치 -> 소음 없어지고 일단은 정상

이런 일이 있었다. 증상이 무척 다양했는데 블루 스크린, 그냥 멈춤, 화면 깨짐, 재부팅 등등이다. 이 모든 원인은 단 하나, 그래픽 카드에 붙어있는 쿨러가, 멈춘 것도 아니고 느리게 돌아서 생긴 일이다.

fx5600-325-550

가운데 선풍기처럼 생긴 게 쿨러다.

기계라는 게 다 그렇지만 컴퓨터라는 건 참 신기하다. 별거 아닌 거 같은데 그런게 큰 원인이 된다. 어떤 현상이 생겼을 때 그냥 원인을 찾아내라면 조금 어렵겠지만 어쨋든 뭔가 문제가 생기면 원인이 있는거다. 잘 돌아가던 애가 문제가 생기면 보통 원인은 한 가지다. 가장 최근에 한 행동에 문제가 있었던 거다.

아주 가끔이지만 둘 이상의 고장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하나만 더 있어도 인과 관계 재 구성이 꽤 복잡해진다.

지금까지 대충 경험에 의하면 블루 스크린이 유난히 자주 뜨기 시작하면 램이 문제인 경우가 많았다. CPU, 하드, 메인보드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청소한다고 컴퓨터 뚜껑 열었다가 헐거워진 쿨러 핀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오늘처럼 보기에는 별 이상이 없는데 문제가 있을 곳은 여기 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에 다시 해봐서 멀쩡해지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아무 이상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이런 단순함이, 문제 해결 과정의 명확함이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중간에 마음이 변하지도, 아니면 심적인 문제로 고통을 겪는 경우도 없다. 어제 아침에 먹은게 체해서 꽤 고생을 했는데, 밤 12시에 잠 자려고 누을 때 까지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 이런 것보다는 훨씬 쉽다. 물론 세상 만사가 이렇게 시작과 끝이 명확하게 떨어져서 이해가 쉽지는 않다.

20111124

우중충한 오후

특별 등기라는 걸 기다리다가 집에서 점심이 지나갔다. 특별 등기. 이름이 참 거창하다.

배가 고팠는데 딱히 먹고 싶은 게 없다. 어제 강아지 밥이 똑 떨어지는 바람에 웅이도 하루를 굶었다. 어제 밤에 닭고기로 만든 간식 세개랑 개껌을 하나 줬었다. 줬다가 다시 가져오려고 붙잡으면 안 뺏길려고 발악을 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슬퍼진다. 설마 내가 니 밥을 뺏어 먹겠냐...

어쨋든 둘 다 굶은 채 가만히 앉아있다. 만사가 귀찮아 세수도 하지 않고 있다가 커피를 끓여 마셨다. 새로 구입한 전기 주전자는 용량도 커지고, 손잡이 부분도 좋아졌는데 못 생겼다. 머리만 큰 고려시대 돌 불상을 보는 거 같다. 그래도 물은 잘 끓여진다. 이것 저것 투덜거릴 때가 아니다.

그리고 또 가만히 앉아있다. 아이폰으로 TV나 볼까 싶어 틀었다가 이내 꺼버렸다. 시끄럽다. 바람소리가 창문을 친다. 차라리 그걸 듣고 있는 게 낫다. 그러다가 우당탕 우당탕하는 소리를 듣는다. 방 옆 베란다에 보일러가 설치되어 있는 데 그 위는 양철 지붕이다. 아무래도 거기에 까치가 집을 튼거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했지만, 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라면이 하나 있길래 끓여먹었다. 온 집안이 구석구석 지저분하다. 웅이가 들어온 이후 그런 경향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매번 그거 하나는 열심히 닦아내는 데 강아지 오줌 냄새가 여전히 나는 거 같다.

요즘은 후각이 민감하다. 길바닥에서 지나가버린 고양이 흔적도 찾아낸다(이건 약간 과장이고 아파트 화단 옆 같은 곳을 지나면 고양이 오줌 냄새가 난다).

딩동 딩동하는 신경질 적인 소리가 들리고, 등기가 온다. 등기가 두 개다. 둘 다 별 볼일 없는 거지만, 그렇다고 별 볼일 없는 것 때문에 우체국 아저씨가 왔다 갔다 하는 것도 힘들고, 우체국에 찾으러 가는 것도 힘들다. 받는 게 별 볼일 없음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벌써 3시. 이제 어떻게 하나 생각하다가 역시 집을 나가기로 한다. 집에 있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담배만 피게 된다. 밖에 나가면 그나마 입맛이 생긴다.

여전히 춥다. 바람은 좀 가셨지만 그렇다고 추위가 사라진 건 아니다. 큰 벽에 둘러쌓여있고 유니콘이 뛰어다녔다든가 하던 무라카미의 소설이 생각난다. 저기 어디에 벽이 있을 거 같다. 그러고보니 조깅을 한 지 꽤 오래되었다.

겨울이라는 건 너무 춥다. 찬 바람이 불면 가슴이 아프고 구역질이 난다. 이제 곳 방 온도는 보일러를 아무리 틀어도 15도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어제 뉴스에 보니 겨울철 실내 권장 온도는 23도, 차상위 계층 겨울철 집안 평균 온도는 15도, 그 중 30%는 13도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통계 따위 정권의 속임수일 뿐이라 하며 안 믿는 편인데 이걸 보니 왠지 잘 못 생각하고 있던게 아닌가 싶다. 매우 적합하다.

아이팟을 랜덤으로 돌리고 있는데 스퀘어푸셔가 나온다. 갑자기 짜증이 난다. 햄버거를 먹을까 생각을 했다. 아니다, 밥이나 먹자. 요즘 밤 11시에 GS25에서 파는 김탁구 빵을 사먹는 버릇이 붙었다. 김탁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이게, 은근히 맛있다. 800원.

해가 졌다. 가만히 서서 보니 왼쪽 하늘에 하나, 오른쪽 하늘에 하나 뭔가가 반짝반짝 빛난다. 인공위성인가? 그런데 인공위성은 왜 빛나는 거지? 하늘 빛이 정말 예쁘다. 아이폰 카메라 따위로는 담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해가 지는 하늘만 보면 녹색 광선을 찾게 된다. 인상이라는 건 정말 오래도록 남는다.

가격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들 한다. 많은 부분 그것은 옳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차 산업 부산물, 재료, 원료 등의 경우 눈에 확 보이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그저 흘러가면서 자연적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정보에는 불균형이 존재하고, 거래 비용도 있다. 또 담합이나 독점도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냐, 싶지만 요즘 거대 다국적 기업이나 거대한 권력은 손가락으로도 하늘 정도는 쉽게 가릴 수 있다.

덕분에 아디다스의 구형 유로파나 나이키의 고추장 에어 포스같은 나름 사연들이 있는 아이템들도 존재한다. 여기에 아디다스나 나이키가 개입하고 있느냐는 모르겠다.

모델들을 돌려가면서 PPL이나 광고, 연예인 손목에 채우는 롤렉스는 중고 가격에 명백히 개입하고 있다. 이렇게 순차적으로 모델들이 유행의 흐름을 타는 브랜드도 드물다. 샤넬 같은 경우에는 끊임없이 가격을 과도하게 올려가며 중고 가격을 유지시킨다. 물론 이건 수요가 확보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인데, 여기에는 다음 시즌에는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갈 것이다라는 구매자들의 예상도 함께 개입되어 있다.

언제나 그렇듯 원래 잘 만들어진 고급품은 계속 가격이 비싸다. 고려 청자는 고려 중기에도 아무나 쓸 수 없는 그릇이었고, 지금은 아무도 쓸 수 없는 그릇이 되었다. 당시에 고려 청자 장인이 브랜드를 만들었다가 1000년 쯤 지나서 망해버렸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고려 청자에는 브랜드나 만든 이의 서명 같은 건 없다.

 

 

갑자기 가격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 본 두가지 이야기 때문.

우선 체리. FTA로 체리 가격이 내릴 거라는 신문 기사가 널리 회자되었다. 안타깝게도 관세 하락 따위가 가격을 내리지는 못한다. 이건 대체재와도 관련된 문제다. 지금은 미국산 소고기의 수요가 한정적이라 가격을 함부로 올리지 못한다. 하지만 이게 어느 정도 시장 안에 파고 들어간 이후라면 미국산 소고기를 호주산이나 뉴질랜드 산보다 아주 낮게 유지할 이유가 사라진다. 결국 마진만 높아진다.

체리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딱히 체리 없으면 못사는 필수재도 아니고, 대체재도 많이 있다.

 

 

그 다음 에르메스. 가끔씩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게시판에서 에르메스 가방 가격이 회자되는 경우가 있다. 버킨, 3500만원. 뭐 이런 건 화제가 되기 충분하다.

이건 뭔가 좀 더 복잡하기 때문에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대충 이야기해 보자. 우선, 에르메스는 아주 훌륭한 가죽 구입 루트를 세계에 확보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좋은 품질의 가죽은 가죽 업자가 직접 쓸 게 아니라면 어지간하면 에르메스로 흘러들어간다. 이건 에르메스에게 무척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이런 확보 비용들은 고스란히 가방 값으로 전이된다.

예전에 로로 피아나의 베이비 캐시미어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가죽이나 원단 이런 걸 중시하는 회사들의 재료 확보에 대한 집착은 나름 대단하다.

http://fashionboop.com/11

 

그리고 에르메스에는 어셈블 라인이 없다. 혼자 만든다. 에르메스의 모든 제품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버킨이나 켈리같은 가방은 혼자 만든다. 혼자 만들고, 만든 사람의 이름을 넣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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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69E가 만든 사람 표시다. 오른쪽 네모 L은 만든 연도로 2008년 생산분임을 알려준다. 버킨백을 혼자 만드는 광경은 시범이지만 여기(링크)서 볼 수 있다. 에르메스 장인은 에르메스가 세운 가죽 학교 출신으로 뽑는다.

이름을 새겨 놓는 이유는 뭐냐하면, 가방을 만들 때 가죽을 남겨 놓는다. 그리고 만든 사람이 나중에 수리 요청이 들어오면 그때 가죽을 가지고 직접 해준다(하지만 공짜는 아니다). 말하자면 평생 책임제 비슷한 거다. 만든 사람이 은퇴하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자 이렇게 해서 3,500만원이다. 비싸냐 하면 물론 비싸다. 가죽으로 할 수 있는 최고로 비싼 것들을 합쳐 놓은 다음에 최고로 비싸게 받고 있다. 과연 소나타 값 정도 되는 가방을 들고 다니는 여자는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벤츠 값 정도 되는 시계를 손목에 차고 다니는 남자도 있는 게 세상이다.

에르메스는 이렇게 가격을 조절하고 있다.

 

뭔가 이런 걸 쓰려던 게 아니었는데 내용이 이상해졌다... -_-

20111123

하나만 믿고 간다

일본은 원전 문제로 아마도 골치가 아플 지경일텐데 대충 묻어놓은 채 미래만 보고 간다는 마인드인 것 같다. 유일한 피폭 국가이면서도 그 에너지가 주는 가공할 힘에 반한 건지, 질린 건지, 어쩐 건지 어쨋든 일본 사회 재건립의 토대로 원자력 에너지는 자리매김을 했다. 또한 제국주의 시대가 끝나고 냉전 이후에는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안락함도 만끽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일본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태도는 엄청나게 큰 사태가 터졌음에도 크게 달라지진 않아 보인다. 물론 반대와 우려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아사히 신문 조사에 따르면 47개 지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탈 원전으로 가야 한다는 사람은 2명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즉 무슨 일인가 생기고 있음을, 그것도 아주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내심 직감하고는 있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내기는 너무 어렵고, 그래도 위험을 감수해야 겠지만 그래도 믿을 건 이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 위 내용은 다른 분 글이라 대충 이 정도까지만 하고,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게 뭐가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했는데 어제 FTA 의회 통과를 보며 든 생각은 바로 수출이라는 거다.

 

극한 빈국에서 군사 혁명이 나더니 어느 날 부터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우리 나라는 어딘 가에서는 많은 걸 잃었을 지 몰라도, 수출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극한 빈곤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경이 그 자체일 거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섰지만 여전히 그 기억을 떼어 내지는 못하고 있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에 한 푼 보탬이 된다면 독재도 용인되고, 부정이나 부당함도 용인되고, 경공업이나 다른 분야의 손해도 용인되고, 몇 군데 대형 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도 용인된다.

수많은 불편함들이 있지만 그냥 넘어가고, 부정이나 부패마저 떠 안고 만다. 결국 수출은 이데올로기처럼 작용한다.

FTA에 대해서 우려들은 하고, 극한 반대도 나타나고 있지만 (그다지 믿을 수는 없을 지 몰라도) 여론 조사나, 또 나이 드신 어른 들은 여튼 수출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찬성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여러 곳에서 말하듯 불편함이 있을 지도, 손해가 있을 지도, 또는 서민 이하 계층의 경우 아주 극한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을 지언정 그건 당장의 일도 아니고, 또 수출에 도움이 된다하니 정작 이익을 볼 당사자가 아닌 입장에서도 용인한다.

물론 곳곳에서 패러다임 쉬프트는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 몇 군데가 수출을 열심히 해 봐야 대기업이나 유력한 직군에 적을 두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기 살림에는 하나 도움도 안되고, 오히려 손해(특히 복지 분야나 물가 등에서)만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에 도움이 된다니까'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로 자리잡고 있다. 어쨋든 수출 덕분에 다시 일어선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FTA에 대한 찬성도 가능해진다. 뭔가 위험하다는데, 정말 괜찮을까 싶기는 한데, 그래도 자유 무역은 수출을 증대시킬 거라는 일종의 립 서비스는 여전히 잘 먹히고 있고, 이것 때문에 살 수 있다는 믿음도 여전히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왠지 휘성의 '놈들이 온다'가 생각나는 군. 자세히 쓸까 싶었지만 대충 이렇게 단상만... -_-

20111122

지나가는 것들

FTA는 계속 반대해왔다. 세상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다. MB가 못생겼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KB가 불쌍하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걸 기반으로 하는 게 대의 민주주의다.

정말 옳은 것들, 논리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들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애초에 소비에트 실험도 성공했을 것이다. 소비에트라는 건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피곤한 시스템이고, 감시가 없을 때 빠질 수 있는 구멍도 많았다. 즉 본능과 다르게 움직이려니 귀찮았고, 가만히 내비뒀더니 스탈린 같은 괴물을 키우게 되었다.

그렇다면 대의 민주주의는 틀렸나 하면 적어도 아직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똑똑한 왕이라도 그가 다스리는 독재에 비해 낫다고 믿고, 또 현 상황에서 이것 만한 게 없기도 하다. 만약 가능하다면 좀 더 소규모 지방 자치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요새는 워낙 복잡해지고 돈도 많이 들어서 이런 것도 점점 더 녹록치 않게 된다. 몽테스키외나 로크가 이야기하던 시절과도 또 엄청나게 다르다.

여튼 FTA에는 반대한다. 한미든 한일이든 아니면 어디든 다 같다. 두 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비교 우위설이라는 게 그다지 믿기지가 않고(FTA는 비교 우위에 기반하고 있다), 그리고 한계 효용이 감소한다는 것도 그다지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후자는 전자의 논거이기도 한데, 매번 이야기하는 심플한 예가 밥이다. 배고플 땐 밥이 맛있지만, 배가 부르면 밥이 맛없어진다. 즉 한계 효용은 Q가 늘어날 수록 감소한다. 뭐,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예를 들어 돈을 생각해 보자. 돈이 많아지면 효용이 감소할 거 같나? 과연 어느 시점에서 감소할까. 100억? 1000억? 1조? 감소점이 존재하기는 하나? 돈이 많아지면 더 많은 돈을 만드는 데 쓸 수 있다. 그래서 이제 그만 벌어도 되겠네, 하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 더구나 물려주거나, 주변에 쓸 수도 있다.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효용 따위 100조가 되도 한 눈금도 감소하지 않는다.

결국 한계 효용이 감소하지 않는 재화는 존재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가지면 이제 필요없다는 자연의 논리(사자들은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기 때문에 톰슨 가젤이 살 수 있는 여백이 존재한다)는 인간 세계에는 완벽히 적용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사실 보다 많은 숙고와 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쯤에서 치운다. 그냥 대충,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거다.

어쨋든 비교 우위에 의해 우리가 팔 수 있는 것과 미국이 파는 것 사이에 균형이 존재할 거라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이런 거래는 물건만 존재하는 게 아니고 나라 간 힘의 균형이라는 외적 요인이 함께 존재한다. 경제가 경제만 홀로 서있고, 그런 외적 요인을 무시하는 건 그저 나이브한 바람일 뿐이다. 여튼 이게 틈을 만들어내고, 틈이 존재하면 그게 뭐든 파고 들어온다.

 

그건 그렇고 항상 의문은 왜 우리의 대기업들이 한미 FTA를 찬성하는 가 하는 점이었다. 현대는 미국에도 공장이 있고, 반도체는 원래 관세라는 게 그다지 높지 않다. 그리고 공장은 점점 커지며 외국으로 옮겨간 곳도 많다. 그렇다면 FTA는 그다지 이익이 될 거 같지 않다. 오히려 관세 없이 들어오는 미국 자동차 같은 게 더 위협적이지 않을까.

물론 지금 미국 자동차가 별로 안팔리는 게 가격 탓이라고 생각하는 오바마도 좀 웃기긴 하지만 사실 오바마도 아마도 잘 알면서 미국 자동차 업계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립 서비스 정도(관세가 내리면 아마도 잘 팔릴 거에요)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오바마도 재선이 발등에 불이다(개인적으로는 현 상황에서는 별 이변이 없는 한 안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어쨋든 이런 상황에 소가 쥐잡듯 별종 하나 만들어지면 꽤 잘 팔릴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런 건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현상이다.

중소기업들이 찬성하는 건 약간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시장에는 빈틈들이 있기 마련이고 누군가 운 좋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 선점해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그토록 중시하는 수출에서 대기업 : 중소 기업의 비중은 7:3 정도다(참고로 중소 기업의 고용 창출은 99 정도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통계나 재선에 도움이 안되는 무리도 없다).

그나마 3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30%라는 작은 수치를 점유하고 있고, 그나마 갈갈이 흩어져 있어 딱히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정치권이 발벗고 나서고 있다고는 믿을 수 없다.

 

그렇다면 다시 대기업.

FTA로 무역 자유화가 진행되어도 미국 기업들이 마음대고 들어올 수는 없다. 뭔가 교두보, 발판, 현지 소식통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거대한 사업이 진행될 때 대기업과 합작(내지는 그냥 투자) 정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자본의 규모가 커질 수 있으므로 이런 면에서는 대기업에 좋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아마도 공공 기관들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특히 물(상수도, 하수도), 전기, 공항, 도로, 의료, 연금 같은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고, 반독점 상태로 운영되는 분야들이다. FTA로 모든 분야의 시장화가 더욱 진행될 것이고 여러 압박들을 통해 이런 것들이 시장에 나올 거다.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 아시아, 러시아 등 국가가 증명하듯 이런 분야는 문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그런 나라에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이 직접 들어갔지만 여기는 골목이어도 만만치 않은 갑부들이 꽤 많다. 결국 대기업들이 잔뜩 쌓아놓고 투자 안하고 붙잡고 있는 돈들은 아마 여기에 쓰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이런 분야의 사영화는 계속 진행될 것이고, 결론적으로 삶의 유지 비용은 점점 올라가게 될 거다.

그러면 어떻할 것인가.

여당에 2/3에 달하는 의석수를 몰아주고, 삼성이 수출 많이 하면 괜히 기뻐하고, 성희롱을 하든 말든 자기네 동네에 도로라도 하나 더 놔 준다면 의원으로 뽑아주는 작금의 상황에서 극복 방법은 전혀 없어 보인다.

삼성이 건강 보험 분야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의료비가 오르기 시작하고, 가난한 이들이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고 다니고, 또는 포기하고, 그래서 결국 삼성 매출액 드디어 500조 돌파~ 라는 기사가 헤드라인에 나온다고 해도 우리 나라 기업이 잘 된다니 이 얼마나 좋은가, 역시 삼성이구나 하며 감탄할 사람들이 여기에 얼마나 많은데.

어쨋든 만약 가능하다면 관련 대기업 주식을 한 푼이라도 사 놓으면(이것도 잘 골라야지 엄한데 넣으면 독박이다) 그나마 입에 풀칠들은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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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1

두 편의 영화를 보다

극장이 아니라 TV와 DVD. 원래는 제목에다가 'The Help'를 봤다 이런 식으로 포스팅해서 나중에 언제쯤 뭘 봤구나 쓰려고 하는데(아주 예전 싸이 클럽과 이글루스에는 그런 흔적이 남아있다) 딱히 별다른 평을 남기는 것도 아닌데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여튼 로그(log)를 남기고 싶어하는 버릇이 마음에 안 든다. 특히 별로 할 말이 없는 게 두 편 넘게 있으면 그것도 보기에 좋지 않다.

여튼 주말에 동생이 지방에 가는 바람에 동생 집에서 강아지 시터를 했다. 밤, 아침 두 번 세 봉지의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면서 케이블 TV에서 방영되는 영화와 DVD를 봤다.

이상한 점 중 하나는 집에 있을 때는 TV로 영화 따위는 전혀 보질 않고 버라이어티만 보는데 이렇게 낯선 곳에서 자게 될 때는 버라이어티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멍하니 만화책을 보거나, 그냥 강아지랑 놀거나,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있거나, 영화 채널에서 하는 영화를 보게 된다. 저번에 일 주일 정도 동생 집에 머무를 때는 정말 많은 영화를 봤었다. 신체 리듬의 변화와 관련된 것일까? 잘 모르겠다.

 

1. 실종 - 김성홍 감독, 출연은 문성근, 추자현 등등. 여튼 혼자 자는 밤에 보기에는 별로 안좋은 영화다. 게다가 밤에 불 다 꺼놓고 누워서 보고 있는데 강아지가 갑자기 어둠 속을 바라보면서 막 짖어대는 바람에 더 짜증이 났다.

영화는, 다른 건 몰라도 문성근 연기가 기가 막힌다. 그 희미한 웃음, 냉정한 표정, 그리고 도끼질이라니. 마지막에 문성근 - 추자현 대결은 사실 리얼리티가 좀 떨어지지 않나 생각되 현실과 완전 유리시키고 영화 자체만 바라보는 측면에서는 아쉬웠다. 정상적이라면 그런 식으로 전개될 리가 없을 거 같고, 비극으로 끝났을 거 같다.

 

2. 신세기 에반게리온 파. 저번에 서에 이어 파를 봤다. TV 시리즈에서는(TV 방영분 26편인가와 End, Death, Rebirth) 관계(남녀 관계든 인간 관계든)에서 오는 성장과 갈등 쪽에 조금 더 무게 중심이 가 있다고 하면, 서-파로 이어지는 신극장판에서는 좀 더 개인적인 측면에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이다.

어쨋든 TV판 처음 시작할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가 진행되면서 점점 판을 키운 건 맞는 거 같다. 여튼 연구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기존 시리즈와 신극장판은 따로 봐도 별 상관은 없을 듯. 전반적으로 에반게리온은 별로 정교하지는 않은 미스테리에 기반하고 있는데 그런 스토리보다는 인간 하나 하나의 단면들이 더 중요하게 취급된다. 그러든 저러든 '답답하다'는 느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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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내내 이러고 본 거 같다. 무거워 -_-

20111119

트라우마

이건 어디까지나 트라우마에 관련된 일이다. 만약 어딘가를 올라야 하거나, 어딘가를 가야한 다면 그렇게 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

20111118

소소한 근래의 리슨과 와칭

1. 라구람 라잔의 폴트 라인을 여전히 천천히 읽고 있다. 너무 천천히 읽는 거 같기는 하다.

2. 러셀의 철학이란 무엇인가도 겸사 겸사 보고 있다. 러셀은, 재미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너무 오래되서 마치 사해 문서 같은 걸 보는 기분이다. 종이는 금방이라도 분해될 것 처럼 바스락거리고 냄새, 옛날 책에서 나는 그 냄새, 도 많이 난다.

3. La Reux(라 루라고 읽나보다)라는 영국 그룹을 우연히 소개 받아 들어봤다. 여성 2인조 듀오로 레트로한 분위기의 신스팝 그룹이다. 요즘 오밀조밀한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볼륨을 좀 키워놓고 듣는 때가 많은데 이 그룹은 무엇보다 당당거리는 신스 베이스 음이 매력적이다.

4. Perfume 이야기를 며칠 전에 잠깐 했는데 그들의 모든 음반을 다 구했다. 하지만 얘네들은 음악보다 춤이 더 매력적인거 같다. MV로 구할 걸 그랬다. Perfume만 계속 들으면 골치가 아파오는 데 랜덤으로 듣다가 중간에 한 번씩 나오면 그건 참 좋다.

5. 어제 귤을 먹으면서 폴트 라인을 읽으며 아이튠스 DJ를 틀어놨는데 셀로니우스 몽크가 흘러나왔다. 그래, 이렇게 좋은 게 있었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6. 잠을 자려고 누워있다가 갑자기 생각나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 서를 봤다. 머리가 복잡할 때 이런 식으로 도주하는 건 좋지 않은 데 자꾸 그런다. 여튼 덕분에 오늘 종일 고스란히 졸리다.

동생이 에반게리온을 꽤 좋아해 잔뜩 얻어놓은 게 있었는데, 보다가 보니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보는 거였다. TV 판만 봤던 거 같다. 그리고나서 위키피디아에서 몇 가지 관련된 내용을 읽어보고 잠들었다. 내가 연표 보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조만간 TV 판을 다시 돌고 파와 사도신생, 에어도 보게 될 거 같다.

딱히 확 끌리는 게 있는 건 아니고, 에반게리온이 분명 어느 특정 연도 쯤 출신의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친 거 같은데 그 정확한 느낌은 잘 모르겠다. 내 쪽을 예로 들자면 더 영향을 미친 건 역시 999와 아키라 쪽이다. 그리고 공각기동대를 조금 좋아한다(그 웃기는 진지함이 너무 좋다).

7. 이태리의 새 총리는 마리오 몬티라는 사람이다. 학부는 경제학 전공으로 이태리에서 마치고 예일대로 가 토빈의 제자였단다. 포트폴리오 이론, 토빈의 q, 토빈세, 케인지안, 합리적 기대가설을 부인한 바로 그 토빈이다. 여기서 요지는 정치계에 꽤 머무르긴 했지만 어쨋든 경제학자가 총리가 되었다는 점이다.

8. iTunes Match를 구독하고 싶다. 음원 세탁도 매력적이지만(불법 음원에 비용을 매기는 데 성공한 건 정말 천재적 발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데스크탑에만 묶여있는 mp3들을 해방시켜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일단은 지금 쓰고 있는 멜론이 끝날 때 까지(보름 쯤 남았다)는 가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아이팟 나노에서의 불편함(연결, 선곡, 전송)은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Blogger 아이폰용 공식 앱

아이폰 앱스토어를 뒤적거리다가 Blogger 공식 앱이 나와있는 걸 발견했다. 대체 언제 내놓은거야.

기념으로 사진 첨부도 테스트. 가끔 써봐야겠다. 참고로 사진의 저 우동, 허접하게 보이지만 정말 맛있다. 옆에 김밥도. 뜨끈뜨끈해서 감기엔 정말 최곤데 먹고 싶다 ㅠㅠ


참고 : Setting에서 사진 크기를 미리 손 봐 놓아야 함.

20111116

트랄랄라

어제 이 UV의 신곡, 감정 과잉의 드라마를 본 후 얘네들도 초기와는 많이 달라졌구나, 어지간히 헤매네 했는데 어제 밤에 계속 이 노래를 들었다. MV 말고 그냥 음악은 보다 더 간촐해서 조금이나마 더 나은 거 같다.

여튼 딱히 음악적인 방향 따위 없기 때문에 복고, 디스코, 블루스, 트로트, 댄스, 록앤롤 아무거나 막 해도 된 다는 건 스타일이 중요한 음악 신에서 나름 복이다. 음악 스타일은 딱히 없고 - 만약 있다면 뮤지나 유세윤 식의 어떤 ㅆㅂ ㅈㄴ 멋져 정도, MV에서도 그런 대사가 잠깐 나온다 - 그룹의 스타일만 남아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뭘 해도 이해가 된다.

20111114

구질구질한 이야기

1. 할 일이 꽤 많다. 밀린 일도 많고, 오늘 할 일도 많고, 앞으로 할 일도 많다. 그런데 돈 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니 밥 걱정, 차비 걱정을 끊임없이 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능률도 전혀 오르지 않는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

2. 빅뱅 이론 시즌 4, 올해 했던 거,를 봤다. 등장 인물이 꽤 많아졌다.

3. 춥다. 요즘 패딩 조끼가 땡긴다.

4. 자라 이번 가을/겨울은 예쁜 남자옷들이 꽤 많다.

5. 머리를 너무 안쓴다는 반성에 책을 좀 읽기로 했다. 소설책 이런 거도 괜찮지만 당분간은 복잡하고 머리를 많이 쓰는 책을 읽을 생각이다. 일단 지금 읽고 있는 폴트 라인이 끝나면 디버블링을 읽을 예정이다.

그 이후로는 근 10년간 방치되어 있던 독서 계획을 시작할 생각이다. 원래는 좀 여유가 생기면 하려고 했는데, 돌아가는 모습을 보아 하니 여유 따위는 죽는 순간 까지 안 올 거 같다.

프레게의 '산수의 기초'를 시작으로 카르납의 '과학 철학', 비트겐슈타인의 '수학의 기초의 이해' 등을 읽을 예정이다. "Well, God has arrived. I met him on the 5.15 train." 퍼스나 셀라스 까지 나아가보고 싶기는 한데 혼자 읽는 독서에 그렇게 까지 장황하게 힘을 뺄 필요가 있을 까 싶다. 괜찮은 코치(Coach)가 있으면 좋겠는데 구할 수 없다는 게 좀 아쉽다.

원래 리차드 로티의 책 몇 권 번역본으로 구입 해 읽으려고 했는데(예전 험한 시절에 감행한 원서 제본판을 몇 권 가지고 있기는 하다), 다 절판이다.

웃긴게 로티의 책이 원래 정가가 10,000원에서 15,000원 정도 되는데, 헌책방에 3만원에서 5만원 정도 가격이 매겨져 올라와있다. 어디선가 로티가 대 유행을 한 건가, 왜 이 모양이 되도록 출판사에서는 다시 발행을 안하고 있는 걸까, 200권만 더 내놔도 초과 수요는 싹 사라질 거 같은데.

20111113

TV를 켰네

개리는 맨날 TV를 끈 다는데 나는 열심히도 켜놓고 있다.

1. 영화를 봤다. The Help. 내가 가장 안좋아하는 타입, 그러니까 환난 극복의 교훈적인 드라마인데, 그래도 생각보다 꽤 재미있게 봤다. 이런 드라마는 괜한 감동 유발을 유도한다던가, 진득진득하지 않게 유지시키는 부분이 포인트인 거 같다. 그러나 저러나 미국이라는 나라는 참 넓다.

 

2. 예전에도 이야기한 적 있는데, 코미디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TV로 보는 라이브 스탠딩 개그는 좋아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그런 건 무대를 찾아가서 현장감을 즐기며 봐야하는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고, 이왕 TV로 보는 거라면 완성도 높게 짜여진 쪽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방송에 우연성이 너무 개입되는 것도 - 차라리 버라이어티에서 복불복 같은 걸로 형성된 우연성은 괜찮은데 짜여진 연기를 소화하다가 나오는 우연성, 즉 현장성은 -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쪽으로 역시 완벽한 건 영화인데, 코미디로 1시간 30분 이상은 그것도 좀 보기에 부담스럽다.

여하튼 그래서 개콘, 웃찾사 뭐 하나 열심히 본 게 없다. 그런데 요새 TvN의 코미디 빅리그를 챙겨보고 있다. 다 보는 건 아니고 옹달샘, 아메리카노 안영미 부분, 아3인 도입부 이렇게 세 팀.

옹달샘은 이제 버라이어티에서 무르익은 3인방의 짜여진 콩트 도전이라 매번 궁금하고, 아3인은 관람객 참여 전까지 흡인력이나 밀도감이 꽤 마음에 든다.

그리고 아메리카노. 안영미는 무한걸스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에는 솔직히 좀 안 어울리다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별로인 코미디언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메리카노에서는 그야말로 최고다. 안영미가 저런 사람이었나 매번 생각을 한다. 정말 완벽히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이런 사람은 콩트를 해야 되.

20111110

Tip the Scale, the Roots

오피셜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볼 수 없게 막혀있다. 그나마 되는 건 2분 후 쯤에서 끊기고. 이건 그래서 야매... 로 하려고 했는데 보니까 2nd Verse부터는 가사만 있고 아직 곡 발표는 안한 듯. 12월 6일 공개 예정이다.

 

영어는 정말 자신없지만(ㅠㅠ) 대충 보면

tip the scale은 무게가 나간다, 뭐 이런 느낌. Urban Dic에서 찾아보니까 뭔가 넘치게 가지고 있다는 뉘앙스도 있는 거 같다. 그러니까 I live life tryna tip the scale에서 tryna는 trying to니까 나도 좀 잘 살려고 했다, 정도.

Rob Peter to pay Paul은 Paul한테 갚기 위해 Peter껄 훔쳤다, 즉 뭔가 해결하려고 하다 점점 더 꼬여간다는 의미...

정확하게 못 알아들어서 문제지 딱히 모르는 글자는 없다... 그래도 굉장히 갑갑한 분위기라는 건 알 수 있을 듯. 자신없는 분야는 이쯤에서 그만. ㅠㅠ

 

[Chorus : Dice Raw]
I’m a side of suicide
Heads or tails
Some think life is living hell
Some live life just living well
I live life tryna tip the scale
My Way, my way
My Way, my way

[1st Verse - Black Thought]
Yo, I’m always early
I never take off cause I got a job
Rob Peter to pay Paul
Now I realize it’s the winner that takes all
Do what I gotta do cause I can’t take loss
Picture me living life as if I’m some animal
That consumes it’s own dreams like I’m a cannibal
I won’t accept failure unless it’s mechanical
But still the alcohol mixed with the botanical
I guess I be referred to the owners manual full of loaners
Full of all the homeless throwaways and the stoners
Soldiers of the streets with 8th grade diplomas
And the world awaiting their shoulders as a bonus
Look, let he without sin live without sin
Until then, I’ll be doing dirty jobs like swamp men
Counting the faces of those that might have been
It’s like living that life but I won’t live that life again

[Chorus : Dice Raw]
I’m a side of suicide
Heads or tails
Some think life is living hell
Some live life just living well
I live life tryna tip the scale
My Way, my way
My Way, my way

[2nd Verse - Dice Raw]
Lotta niggas go to prison
How many come out Malcolm X
I know I’m not shit
Can’t even talk about the rest
Famous last words
You under arrest
Will I get popped tonight
It’s anybody’s guess
I guess a nigga need to stay cunning
I guess when the cops coming need to start running
I wont make the same mistakes
From my last run in
You either done doing crime now or you done in
I got a brother on the run and one in
Wrote me a letter he said when you comin
Shit man I thought the goal’s to stay out
Back against the wall
Then shoot your way out
Getting money’s a style that never plays out
Till you in a box
And your stash money’s paid out
The scales of justice
Ain’t equally weighed out
Only two ways out
Digging tunnels or digging graves out

[Chorus : Dice Raw]
I’m a side of suicide
Heads or tails
Some think life is living hell
Some live life just living well
I live life tryna tip the scale
My Way, my way
My Way, my way

20111109

고양이

요즘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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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쉬 숏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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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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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시니안.

 

코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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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안 블루.

 

하지만 집에 가면 웅이가 눈을 껌뻑거리며 달려드니 차마 그럴 수가 없구나.

공론의 장

검찰이 FTA 괴담에 대해 구속 수사 방침을 밝혔는데 현 여당에서 반발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또 그에 대한 반발이 나왔다. 여당 모 의원은 '거짓말도 공론의 장에서 자유롭게 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나 뿐만 아니라 이 분의 과거사에 대해 할 말이 참 많고, 이미 또 많이 거론되었지만 사실 그런 일 따위 아랑곳 하지 않는 의지의 표상이지만 그런 건 여기선 넘어가자.

 

심 의원이 무슨 뜻으로 말한 건지는 알겠지만 이 말은 당연히 잘못되었다. 당연히 거짓말도 공론의 장에서 자유롭게 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만에 하나, 자신만 진실을 알고 있고, 나머지 아래 시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두렵고, 또 그 때문에 어린 백성들이 호도되는 게 두렵다면 거짓말을 막을 게 아니라, 그게 사라지도록 대답을 하고, 반박이 있으면 투명하게 밝히면 된다.

천안함 사건 때 의혹이 확산된 이유는 무엇인가. 정보를 차단했기 때문인가, 정보를 공개했기 때문인가.

여당 의원들은 주어 없는 모님 들러리 서느라 그런 건지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구별도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나중에 모님께서 과연 빵이라도 한 그릇 사줄 거 같은가?

 

일단 이런 분야에 있어서 '막는다'는 발상이 대체 어떻게 가능한 지 궁금하다. 반대의 입장으로 만약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 의원의 FTA 찬성 의견을 막으려고 한다면, 막힐 건가?

분명한 건 그도 아마 자신이 한 말이 엉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모르다면 그건 정말 잘못된 일이지만 아무렴 그 정도로 사고 체계가 엉망일 거라고는 믿지 않는다.

아마도 그저 다음 총선에서 보수층의 표를 몇 장이라도 더 받기 위한, 또는 FTA를 오매 불망 기다리며 공공 서비스 분야를 구입하기 위해 현금을 잔뜩 준비 중인 대기업들의 후원금이나 지지의 빛을 조금이라도 맛보기 위한 립 서비스 정도로 생각된다.

 

집권 여당이라면 거짓말에 호도되는 시민들을 걱정할 게 아니라 왜 정부에서 발표한 대답들이 시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게 우선 아닐까. 이런 게 너무나 지나친 상식이라서, 그리고 그런 걸 기대하는 바람에 이렇게 사람들이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 걸까.

 

* 오늘 SNS 차단이 화제인데 웃기는 가정을 한 번 해보자면

정치글 만연 -> 트위터 차단 -> FTA 통과 -> 트위터 정치적 차단 등의 행위로(이건 어떻게 보면 진입 장벽이다) 미투데이 등과의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한국 정부 제소(ISD는 이런 데 쓰라고 있다) -> 정부는 차단 이후의 손해에 대해 배상 -> 트위터 차단 해제

뭐 이런 것도 가능할 듯. 만에 하나 한미 FTA가 통과된다면 국보법이 통상 장벽이라고(예를 들어 며칠 전 넷의 자유를 주장한 에릭 슈미트) 주장할 수도 있을 듯.

20111107

열꽃

주말이 되기 전에는 금전 문제로 마음 앓이를 하고, 주말이 되고 나서는 또 다른 문제로 마음 앓이를 했다. 그리고 월요일,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집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밖으로 나갔다. 입맛도 전혀 없어 궁싯거리며 졸았지만, 알량한 내 위는 해가 질 때가 되자 배가 고프다는 동물적 신호를 계속 보냈다.

화장실이 급할 때, 배가 너무 고플 때, 내 동물적 본능에 또 다시 절망하고 운명을 탓한다. 이럴 때 마다 예전에 장나라가 스토커로 나오는 한국 영화의 장면, 헤어져서 슬퍼 죽겠는데 배가 고파 비빔밥을 먹는 장면이 떠오른다. 여튼 잠깐 뭔가를 먹었지만 배고픔이 사라지는 순간 다시 이성과 감정이 고개를 든다.

오래간 만에 좀 걸어다닐까 싶어 광흥창으로 갔다. 서강 대교와 마포 대교. 한 때 열심히 걸으며 건너던 다리들. 바람이 많이 불었고, 싸구려 츄리닝 바지 때문에 발목이 계속 시렸다. 하지만 두 치수 큰 거대한 패딩 조끼는 생긴 거의 한심함과는 다르게 충실히 역할을 수행했고, 등에서 땀이 흘렀다. 밑창이 뜯겨진 운동화 바닥으로 잔 돌이 자꾸 들어왔다. 한강 대교 인도에 왠 잔돌이 그리 많은지.

한창 공사중이었던 여의도 공원 건너편의 거대한 건물은 공사가 끝났는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쌍둥이 빌딩, 신한 은행, 여의도 공원, 순복음 교회, 국회 의사당. 그리고 건너편에서 지나치게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 낯 익은 풍경.

하지만 눈이 아프다. 앞에서 얼굴이 시커멓게 보이는 몸집이 큰 남자가 담배를 피면서 다가온다. 약간 무섭지만 그도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두 치수 큰 국방색 패딩 조끼에 발목이 짧은 회색 츄리닝 바지를 입은 남자가 다가오는 모습이 그에게 어떻게 보였을 지 잠깐 궁금하다.

타블로의 열꽃은 한강 대교를 밤에 건널 때, 그 조용함과, 그 어두움에 너무 잘 어울린다. 목적에 적합한 음악 리스트가 있는 건 기쁜 일이다. 바람소리가 이어폰 너머로 들리고, 시커먼 강물이 천천히 흐르는 모습이 보이고, 자동차들이 속절없이 지나가는 동안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요새 밤에 한 편씩 보는 디스커버리의 다큐멘터리 Man vs Wild에서 베어 그릴스가 캐나다 북쪽 빙하 구역에서 산 아래를 보며 냉혹하지만 아름답다며 감탄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 곳은 대체 얼마나 멋질까. 그런 곳이라면 북극곰에게 잡혀 먹어도 행복할 거 같다.

여의나루 역 앞에서 왜인지 집에 있길래 들고 나온 초코 파이를 먹는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이 하나 있는데 갈까 말까 잠깐 고민한다.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지하철을 탄다. 뜨거운 물이 나오는 온천에 가서 목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간다면 한 번도 써보지 않았지만 이태리 타월이라는 걸 사들고 가고 싶다.

Be my Baby

그러니까 어제 0시에 음반에 멜론에 출현하고 지금까지 타이틀 곡 Be my Baby를 다섯 번 들었고, 이제서야 (적어도) 이 곡이 왜 타이틀이 되었는 지는 살짝 알겠다. 그렇다고 이 곡을 타이틀로 정한 데에 동의한 다는 건 아니다. 풀 음반을 두 번 정도 들었는데(Stop!과 Nu Shoes는 몇 번 쯤 더 들었다), 대충 이 정도 쯤에서 뭐라도 적어본다.

그러니까 시간을 좀 앞으로 돌려보자. 2007년 원더걸스가 아이러니로 데뷔를 했다. 그리고 소녀시대가 다시 만난 세계로, 카라가 Break It으로 차례대로 데뷔했다. 첫 싱글의 어중간함을 거쳐 차례대로 2007, 2008년 대 히트곡들을 내놓으면서 걸그룹 아이돌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사실 2009년, 2010년 계속 걸그룹 시대가 슬슬 끝나지 않을까 생각하는 포스팅을 했었는데, 세상은 전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고,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중순까지 태어난 연예인을 하고 싶은 여자 아이들은 거의 데뷔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걸그룹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일본, 동남아, 유럽, 미국 등으로 활동의 폭도 넓어졌고, 아이들은 소녀에서 아가씨가 되었고, 음악은 후크에서 좀 더 세련된 팝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여전히 걸그룹의 파워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나가수 이후 보컬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보다 커졌고, 그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TV 버라이어티를 통한 장르의 재 조명이 있었다.

아무리 노래를 잘 한다지만 그래도 걸그룹은 창작곡이라도 부르지, 나가수와 불후의 명곡으로 이어진 과거 노래에 대한 재조명 집중은 약간 아쉬운 면도 있기는 하지만 어쨋든 획일화는 또 다른 전기를 맞이한 게 사실이다.

 

어쨋든, 이렇게 저렇게 흘러가며 2011년 카라, 소녀시대가 차례대로 정규 음반을 발표했다. 그걸 보면서 이제 정말로 걸그룹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문을 열었던 원더 걸스가 깔끔하게 마무리 지으며 문을 닫고 끝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개인적인 기대와는 다르게 티아라가 이 틈에 껴버렸다)

즉 순수히 개인적으로 이번 원더걸스 음반에 대해 기대하던 건 그런 마무리였고, 어제 그 음반이 나왔다.

 

어제 밤에 처음 들을 때는 사실 여러가지 면에서 납득이 좀 안갔지만 너무 부흥하지도, 너무 무너져버리지도 않을 정도라는 점에서 그럭저럭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Art Cool은 좀 웃겼고, Nu Shoes는 괜찮았고, Be my Baby / Stop!은 그럭저럭이다. 두 곡 중에서는 Stop!이 그나마 좀 낫고, Be my Baby도 Rad.D 믹스가 좀 더 낫다.

그러고보면 5명 구성인데 래퍼가 둘 이라는 건, 그럼에도 랩 중심의 그룹은 아니라는 건, 그리고 또한 둘 다 그렇게 랩을 잘 하는 건 아니라는 건 좀 재밌다.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듣고 있다.

20111106

11월

1. 생각해 보면 어제 저녁에 내린 비는 November Rain이다. 또 생각해보니 저번 주에 문득 헤비 메탈, 그 중에서도 엘에이 메탈 시절이 생각 나 아이팟에 그쪽 계통 음악들을 꼭꼭 채워 넣었다. 엘에이 건스, 신데렐라, 건스 앤 로지스, 포이즌. 약간 다른 방향으로 세풀트라, 메탈리카, 메가데스, 슬레이어.

꼭꼭 채워넣고 일주일 간 한 번도 아이팟을 틀지 않았다. 그냥 멜론 스트리밍으로 톱 100을 랜덤 플레이로 들은 게 다다. 몇 곡 빼고는 딱히 감흥도 없고, 즐겁지도 않고, 뭐 그런. 타블로에 피처링 태양인 Tomorrow는 다 좋았는데 M/V는 어떻게 할 수도 없을 만큼 한심했다. 괜찮다-라고 생각했는데 이후로는 괜히 붕붕 지나가는 외제차 두 대만 생각난다.

2. 잡담이 많다.

3. 밤 11시에 안암동은 바글바글했다. 화단 옆 넙적한 돌에 앉아 커피에 소시지 빵을 먹었다.

4. 날이 갑자기 풀렸다. 낮 기온이 25도? 깝깝한 기온이다. 기온 때문인지,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시내의 은행잎은 몽창 떨어져서 꽤 예쁘다. 빈 도로에 낙엽이 떨어져있는 모습을 보면 좀비 영화의 텅텅 빈 마을이 생각난다. 뭔가 불쑥 튀어나오면 더 리얼할 텐데.

5. 좀비 세상이 들이닥치면 난 맨 먼저 좀비에게 먹혀서 좀비가 된 다음, 목이 잘려 죽을 거 같다. 레지던트 이블에 의하면 좀비는 식욕만 살이있는 존재이므로 아프지는 않을 듯.

6. 가끔 내가 벽이 된 거 같다. 사람들이 벽에 얌체공이나 토마토, 낙지를 던지듯 나에게 던져댄다. 아프고 한심하다.

7. 날씨  탓인지 무척 피곤하다. 오늘 타우린 잔뜩 들어있다는 핫식스인가를 마셨고, 진한 아메리카노를 잔뜩 마셨다. 결론적으로 우중충한 기분에 빨리 몸을 뉘이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는다. 잠만 오지 않는다.

8. 야후 메일 옆에 메신저가 뜨는 데 가끔 거기 내가 뜰 때가 있다. 혼자 떠들면 좀 웃긴다.

9. 잡담은 9번이 끝인 게 좋다. 10은 두 칸이라 위 쪽 번호들 앞에 다 0을 붙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욕구.. 라는 말은 좀 우습군.

20111105

기차

bb
사진은 누비라라는 무궁화호 수준 정도되는 전기 열차다. 대전 근처까지 다니는 거 같다. 타본 적은 없다. 이렇게 보니 이것도 소위 충룩(蟲look)이다.

기차라는 걸 참 좋아한다. 기차도 좋고, 기차역도 좋고, 기차길도 좋다. 그닥 매니아는 아니어서 딱 보고 몇 호 열차고 특징은 뭐고 하는 건 전혀 모르고, 그저 보고 타는 걸 좋아할 뿐이다.

가끔 국내 여행을 다닐 때 외진 곳에 있는 기차역을 가보기도 한다. 승부역, 부전역, 나전역, 구절리역 등등등. 내가 가본 역 중에 이미 사라진 곳도 많다. 아쉽다.

대학 때 여행 삼아서 비둘기호로 부산을 간 적이 있다. 하여간 징그럽게 오래 걸린다. 그래도 그때는 맨 뒷 칸 문이 열려있어서 거기 메달려 담배도 피고, 졸기도 하고, 터널 지나갈 때 소리도 지르고 했었다. 도착하고 났더니 얼굴에 까맣게 먼지가 달라붙어 있었다. 여튼 그건 좀 못할 짓이다. 이 열차편은 아니지만 기차를 좀 오래 타보고 싶다면 지금도 도전해 볼 만한 코스는 있다.

청량리역에서 부전역까지 가는 무궁화호 기차가 아침하고 밤, 하루에 두 번 있다. 이 열차 코스는 흥미진진하다. 청량리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향해 원주, 제천을 거친 다음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희방사를 지나 영주, 안동으로 내려온다. 여기서 동쪽으로 빠지며 경주와 불국사 역을 지나고 동쪽 해안 라인을 따라 월내, 좌천, 기장을 거쳐 부산 시내로 진입한다. 그리고 해운대와 동래를 거쳐 부전역에 도착한다. 이렇게 8시간이 걸린다. 이 열차는 3만원이다.

기차 정도는 아니지만 지하철도 좋다. 기차라는 게 하나같이 특유의 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경향이 있지만 뭐 사실 시내 버스에서 나는 냄새보다는 낫지 싶다.

또한 서울역 2층에서 3층 사이에 있는 긴 계단에 앉아 멍하니 아이폰 같은 걸 보면서 들리는 도착과 출발을 알리는 안내 소리와, 멀리서 라이트를 빛내며 기차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도 좋아한다. 그 계단 진동이 굉장해서 앉아있으면 엉덩이가 아프다.

여튼 기차는 특유의 안정감이 있다. 일단 레일 덕분에 좌우로 흔들리지 않는다. 그게 가져다 주는 안정감이 굉장하다. 그래서 버스를 타도, 승용차를 타도 뭔가 불안하다. 좌우 뿐만 아니라 위 아래로도 흔들리는 비행기나 배는 말할 것도 없다. 사실 비행기라는 건 그 쇳덩어리가 뜬 다는 게 아직도 그닥 믿기지는 않는 운송 수단이다.

이런 경향은 약간 철이 없는 면도 있어서,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 끝나고 밤에 자대로 떠나는 기차를 타는데 그것도 약간 설레었다. 살면서 타본 유일한 공짜 기차다. 더플백을 메고 줄을 쭉 서서 멀리서 들어오는 기차를 보면서, 우왕 기차를 타네~ 속으로 생각했다.

아쉽게 나는 논산 연무대 역에서 서대전 역까지만 간 다음에 거기서 내렸다. 생각해 보니까 입대할 때도 혼자 입석표 끊어서 기차로 갔다. 두껍고 촌티나는 나일론 오리털 잠바를 입고 논산 훈련소로 털레털레 들어갔었지.

그렇지만 기차는 버스에 비하면 꽤 비싼 편이고, 시간 맞추기도 어려워서 잘은 못탄다. 그래도 동해선 어딘가 쯤 열차길 근처에 앉아있다가 털털털 거리며 지나가는 걸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소박하지만 하나같이 적어도 어딘가를 가야 한다는 점에서 내 꿈은 이루기가 참 어렵다.

20111103

한우의 날

어제 트위터에서 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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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봤는지 찾기가 어려워서 트위터에서 '한우의 날' 검색. @skk955라는 분이 올린 사진.

 

Pink-Floyd-Album-Covers-799653

역시 이게 생각난다. 핑크 플로이드의 1977년반 Animals.

이 음반은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회를 돼지(정치인), 개(부자, 사업가), 양(노동자)로 나누고 이 중 Dogs에 가장 날선 비판을 가져다 댄다. 그냥 도식적으로 음악 길이를 봐도, Dogs가 17분 10초, Pigs가 11분 29초, Sheep이 10분 21초다. 뭐, 조지 오웰이나 핑크 플로이드나 지금 눈으로 보면 너무 도식적인 감이 있기는 하다.

그냥 음악의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을 뽑으라면 Dogs다. 드라마틱하다.

저 소를 누가 저기다 띄운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2011년 현 시점에서 나름 훌륭한 오브제다. 보통 그러하듯 작가와 관객의 시점은 괴리되기 마련이다.

20111102

아이콘 팩

가끔 쉬지 않고 떠들 때가 있다. 바로 지금.

오랫동안 로켓독이라는 독 애플리케이션을 윈도우에서 사용하고 있다. OS X에 들어있는 독의 아류 쯤으로 보면 되는데 이게 나름 가볍고해서 계속 쓴다. 이게 아이콘을 세팅해 놓을 수가 있는데 한동안 토큰 화이트라는 아이콘 팩을 사용해왔다. deviantart에서 구했던가, 뭐 그렇다.

preview

이렇게 생긴 팩이다. 블랙 버전, 화이트 버전 두 가지가 있는데 화이트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3

그리하여 이런 모습이다. XP에서도 거의 똑같은 모습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튼 뭐 이랬는데 슬슬 지겹다... 그래서 아이콘 팩을 찾아 나섰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다... 뭐 좀 솔깃한 거 없으려나. 결론은 아이콘 팩 추천 좀 해주세요 ㅠㅠ

20111101

경주텔... -_-

모텔 이야기는 아니고... 인터넷 게시판에 와레즈 이야기가 나온 걸 보니 문득 생각이 난다.

그러니까 아주 옛날 옛날, 01410, 01411 뭐 이런 걸로 삑삑 거리는 소리 들으며 인터넷... 이 아니고 그땐 뭐지, 여튼 그런 데 접속하던 시절이 있었다. atdt인가. 아직도 기억이 나네.

당시에 하이텔 - 나우누리를 거쳐 유니텔로 자리를 옮겨갔는데 딱히 아주 열심히 동호회 활동을 한 기억은 없다. 모든 망에서 go humor와 go plaza를 즐겨 쳤고, Rock 동 글이나 읽었고, 나우누리 시절에는 U&Me 블루 팬클럽에 가입했었고, 유니텔에서는 그래도 모던락 소모임 정모도 자주 나가고 그랬다.

처음 텔넷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맨 처음 접속해 본 해외 인터넷 망은 브라질의 어떤 도서관인가 뭔가 하는 곳이었다. 리스트를 보고 가장 멀리 있는 거 처럼 보이는 곳에 들어갔었다.

여튼 그러던 시절에 01410 접속해 보면 하이텔, 나우누리 말고도 여러가지 뭔지 모를 것들이 있었다. 심심할 때 마다 하나씩 들어가보고 대부분은 가입이라든가 이런 관문 때문에 그냥 나왔었는데 그 중 하나가 경주텔이다... 여기 자료실 안에 IBM에서 에뮬로 돌리는 애플 게임들이 있었다... -_-

한때 애플 II를 붙들고 마법을 쏘고, 약초를 모으고, 오크를 때려 죽이고, 동료가 데몬의 마법에 죽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복수를 다짐하고, 마법 도끼를 찾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할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지금도 비슷하지만... 울티마를 다시 해보기로 하고 3, 4, 5를 받아서 플레이했다.

그래픽이 오밀조밀한 건 역시 5였지만, 게임의 재미는 4다. 애플 시절 가장 재미있게 한 게임은 Bard's Tale과 울티마 4였다. Wizardry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딱히 취향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류작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Shadow of Lords던가 하는 건 조금 좋아했다.

여튼 울티마 4는 드라마틱한 게임이다. 오크들과 싸우고, 명상을 하고, 문스톤을 모아 열쇠를 찾고, 동료들을 취합하고, 브리타니카 대륙을 돌아다닌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8가지 미덕이 있고, 그걸 상징하는 문스톤을 모으고, 그게 3가지 진리 뭐 이런 걸로 취합되고 최종적으로 하나로 합쳐진다 이런 거였다.

그리하여 마지막 동굴을 탐험하며 질문들에 차례로 대답을 해야 하고, 맨 마지막 대답은 Infinite였다... 그렇다... 니가 있어야만 여기가 패러다이스, 억지로 너를 가둬버린 패러다이스의 그 인피니트다..

흐음. 이런 생각이 드네.

그냥 이야기

1. 요새 일기는 일기 블로그에, 잡담은 트위터에, 패션은 패션붑에, 그외 잡다한 다른 하지만 조금이라도 검색해서 찾아 들어올 만한 이야기는 에브리붑에 올리고 있다. 그러므로 여기는 애매한 포지셔닝에 의해 할 말이 별로 없다. 약간 미화시켜 말하자면 트위터에 올리기에는 조금 긴 잡담, 일기장에 쓰기에는 조금 심각한 이야기나 되면 WLW에서 '발전소' 탭을 누른다.

 

2. 말하자면 이건 긴 잡담이라는 소리다.

 

3. 요새 밥을 잘 안 먹는다. 그래도 일정하게 유지되던 템포가 깨졌고, 제자리 찾기를 어려워하고 있다.

 

4. 타블로의 열꽃 Part I과 II를 듣고 있다. 이소라가 참여한 '집'과 태양이 참여한 'Tomorrow'가 특히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이렇게 감정적인 음악은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게 분명하다. 그래도 타블로는 아주 냉정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선을 지킨다. 보통은 그렇다.

나는 가수다에 나오는 윤민수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기가 하려던 개그에 먼저 웃어버리는 개그맨을 보는 거 같다.

 

5. 멜론 플레이어를 노트북에 설치했다. 스트리밍 1개월 이용권이 생겨서 써볼 생각이다. 노트북의 알량한 하드는 음악을 많이 집어넣기가 좀 그렇다. 하지만 WIN7에서 관리자 권한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아직도 이해가 잘 안된다. 왜 아이튠스나 푸바는 관리자 권한을 요구하지 않는데, 멜론은 그것을 요구하는 거고, 뭔가 잘못되면 프로그램 아이콘 마저 보이지 않는 걸까.

뭔가 숨어있다...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6. 오렌지 카라멜의 상하이 로맨스는 최고다. 이왕 이렇게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7. 나의 어머니는 요리에 취미도, 재능도, 의지도 없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대충 먹었고, 고등학교 때 매점을 처음 만났을 때는 마치 신천지가 열리는 거 같았다. 결론적으로 소위 '집 밥'에 대한 로망은 거의 없다.

미식에 딱히 큰 뜻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주 조금은 관심이 있고, 보통은 여튼 맛 없지만 않으면, 그리고 못 먹는 게 들어있지만 않으면 잘 먹는 편이다. 못 먹는 리스트는 많이 까탈스럽지는 않지만 존재한다.

이거 말고 내 식성의 특이한 점은 똑같은 걸 두 번 연속 먹는 거에 민감하다는 거다. 이건 아마 급식 버릇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학생 식당이든, 함바집이든, 이름 적으면서 먹는 회사 앞 정식 부페든 똑같은 반찬이 연속으로 두 번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쨋든 그리하여 나는 급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지방에 놀러가도 별미를 찾아가는 게 아니면 대학 식당 같은 데서 먹는 게 편하다. 뭔가 고르지 않아도 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주는 대로 먹어도 어딘가 숨어있는 영양사가 그래도 나름 이것 저것 발란스를 맞춰 놓았을 거다. 청결 이런 건 어차피 사 먹는 것들은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고, 그래도 요즘 급식은 대형화 되었으므로 감시의 눈길도 나름 많지 않을까 싶다.

군대 있을 때도 먹을 거가 문제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내 군 생활 식단의 약간 특이한 점은, 거의 하루 두 끼만 먹었고, 그 대부분을 간부 식당에서 얻어 먹었다. 간부 식당은 보급이 아니라 사실 장교, 하사관들이 사다 먹는 건데 여튼 그들이 낸 돈 덕분에 나름 맛있는 걸 많이 먹었다. 이제와 이야기지만 고맙다. 그리고 간부 식당 취사병 최고참이 내 1개월 선임이었는데 맛있는 거 좀 잘 만들었던 거 같다.

지금도 밥은 어디선가 정 시에 배급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좀 한다. 계란찜하고 꽈리고추에 멸치 함께 볶은 거만 자주 주면 나는 만사 오케이다.

 

8. 매번 하는 말 같지만 이번에도 벽에 부딪혔다. 이번에는 좀 더 단단하고, 끝이 정해져있고, 그래서 나는 막막하다.

8-1. 밤에 서울 한 바퀴만 돌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차도 없고, 자전거도 없네.

8-2. 이런 쓸데 없는 이야기는 왜 하고 있는 거야.

20111028

수풀

E0936

길고양이들은 가끔 비둘기나 까치같은 새를 잡는다. 화단 위에 깃털이 보이면 과연 저 초록 속에 과연 무엇이 있을지 문득 겁이난다.

20111026

오늘의 댓글

트위터에서

'현재와 같은 갈등 구조 속에서 투표를 할 동기를 가질 수 있는 계층은, 실생활과 관련없는 이념적 가치를 투사하여 정치적 열정을 가질 경제적 여유가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선거와 관련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문화자본과 여유을 갖춘 계층이다'

 

이런 트윗을 읽었다. 솔직히 말해 열정과 여유가 넘칠 뿐 다른 사람 처지 따위는 전혀 이해 못하는 전형적인 테이블 스칼러 타입의 주장이라 별로 언급하거나 곰곰이 생각할 가치는 못 느끼지만, 리트윗을 다섯 명이나 했길래 잠깐 짚어본다.

이 미친 소리에 동조할 이유를 별로 못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전형적으로 이념 투표에 기대고 있는 내 자신이 열정, 특히 경제적 여유 따위는 전혀 없는 형편이고, 특히 이번 서울 시장 선거에서는 극히 현실적인 이유 - 임대 주택의 확대 - 를 고려해 투표를 했기 때문이다.

그걸 떠나서라도 이런 단정적인 어구를 구가할 어리석음과 자신만만함이 대체 어디서들 이렇게 쑥쑥 튀어나올 수 있는 건지 정말 궁금하다.

20111025

댓글

요즘은 게시판 같은 곳에서 글 보다가 약간 욱해서, 혹은 이해가 안가서, 혹은 재미로 댓글을 달려고 막 쓰다가 그냥 취소 누르고 나오는 일이 꽤 많다. 굳이 욱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오지랍이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괜한 오해의 바닥을 걷게 될 가능성을 안는 것도 짜증나고 등등등.

물론 말 해놓고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오늘 같은 경우에는 가터 벨트. 개인적으로는 블랙 카튼 보이레그나 쇼트브리프가 예쁘다고 생각하지만(-_-) 굳이 말 할 필요는 있었을까 싶다.

어쨋든 그래서, 여기다 단다 -_-

* 10년 쯤 지난 예전 일이지만 샤넬에서 가방 앞에 장신구 붙이는 일만 평생 하신 프랑스 할머니와 인터뷰를 한 적 있습니다. CP. Company에서 염색하시는 분(평생 업이었는데 스카웃되서 오셨다고)도 뵌 적 있고, 신세계에서 했었던 에르메스 가방 제조 시연회를 참석은 못했지만 이야기는 들은 적 있습니다. 에르메스의 경우 에르메스에서 만든 학교를 나와야 장인으로 에르메스에 취업이 가능합니다.

물론 그 바닥 이익률이 워낙 높아서 멋대로 만들어놓고 상표만 붙이는 회사들도 있지만 아닌 회사들도 꽤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사실 소비자의 감식안이 나름 필요하죠. 당연하지만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면서 아무런 감식안이나 정보도 없이 단지 이름 값만 보고 구입하는 건 바보짓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주변에서 서식하는 회사들도 많이 있구요.

여튼 소문과 유행 선도력에 민감하고 그렇기 때문에 한 순간에 사라지는 회사도 꽤 많습니다. 구찌도 바닥을 쳤었지만 다시 살아났죠. 그렇게 생각처럼 허투루 돌아가지는 않아요.

 

*.. 낮에 몇 개 더 있었는데 생각이 안난다.

오래간 만에 몇 장의 음반

오래간 만에 새 음악을 좀 찾아들었다. 신나는 게 듣고 싶어서 빌보드 댄스/일렉트로닉 챠트 1~3위도 받았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 등등등.

1. Björk의 Biophilia. 오래간 만에 듣는다. 이 분께서는 변한 게 하나도 없이 더 단단해지고 더 넓어졌다. 이런 음악이 1위를 하는 세상은 나쁘지 않다.

 

2. LMFAO의 Sorry for Party Rocking. 끝도 없이 신나는 음악이 듣고 싶었는데 생각처럼 마구 신나진 않아서 약간 아쉬었다.

LMFAO는 대체 뭐하던 놈들인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 LA의 출신의 일렉트로-랩 듀오. 프로듀서, DJ, 옷 디자이너인 Redfoo와 SkyBlu가 2007년에 만들었고 몇 년간 클럽을 돌다가 2008년에 싱글 'I'm in Miami Bitch'로 메이저 데뷔를 했다.

음반은 2009년 Party Rock, 2011년에 Sorry for Party Rocking이 나왔다. 딱히 살펴볼 게 없는 간촐한 바이오그래피다.

참고로 우리가 셔플 댄스라고 부르는 그 춤은 원래 이름이 멜버른 셔플이다. Rocking이나 The Shuffle이라고도 부른다. 1980년대 말에 나왔는데 본격적인 중흥은 1990년대 중반, 그 이후 다큐멘터리가 나오는 등 전설이 되는가 싶더니 요새 다시 살아났다. 이름처럼 고향이 멜버른이다. 자세한 내용은

http://en.wikipedia.org/wiki/Melbourne_Shuffle

 

3. Lady Gaga의 Born this Way. 지금 히트치고 있는 곡은 You & I다(박봄 노래 아님).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듣다보면 80년대 댄스 음악이 일렉트로닉의 시대에 묻혀있다가 어떤 식으로 살아남았는지 느낄 수 있다.

요즘 국내에서 90년대 댄스 그룹들이 재결성하는 흐름도 같은 선상에 있는 듯 싶다. 오늘 연예 뉴스에서 보니까 잼도 재결합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이전 음반에 비해 막 굉장하다 이런 느낌보다는 익숙한 음악이 요즘스럽게 세련되어졌다는 느낌이다. 가만히 듣고 있기 편하다.

여튼 이렇게 3개의 음반이 빌보드 댄스/일렉트로닉 1에서 3위다.

 

4. 타블로의 열꽃 Part I. 전반적으로 어둑어둑. 타블로가 메인이기는 하지만 에픽하이라는 그룹 안에서 얽혀있는 음악을 좋아했는데 타블로 목소리가 너무 전면이라(솔로 음반이니 당연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약간 어색하게 들렸다. 그걸 커버하려고 피쳐링으로 많은 음악인들이 참여했음에도 뭔가 좀 그렇다.

이소라가 참여한 '집'이라는 노래가 참 마음에 든다.

 

5. 카라의 STEP. 이게 은근히 들을 만 하다.

20111024

무제

아무렇지도 않게 또 세상은 흘러가겠지. 어떤 이의 극한 기쁨도, 어떤 이의 극한 슬픔도 무심하게 그 위에 얹혀놓은 채.

두 편의 영화를 봤다

하루 밤 사이에 본 것도 아니고, 2주 정도 전에 하나, 어제 하나. 요즘 보통 그러하듯 이걸 꼭 봐야지하고 챙겨둔 영화를 본 것도 아니고 그냥 이건 뭐지 하는 기분으로.

 

우선 리포맨(Repo Man). 감독은 미구엘 사포닉(사포크닉? Miguel Sapochnik), 주드 로와 포레스트 휘태커가 투 톱 주인공이다. 예전에는 헐리우드 영화는 어지간해서는 비극을 만들지 않는다는 공식 같은 게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막판 뒤집기로 약간 꼬인 영화들이 인기다. 이 유행의 시작이 어디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데 여튼 약간 일본 영화 풍이라고 할까, 다 끝날 때 쯤 되어 '알고 봤더니...' 식이 꽤 많다.

여튼 꽤 깝깝하고 어두운 세기말 적인 영화다. 영화는 그려려니 싶은데 음악이 꽤 어울린다.

 

 

또 하나는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감독은 야자키 히토시, 주연은 여자 배우 4명. 이 영화는 사실 리포맨보다 더 깝깝한 이야기인데 그래도 옹기종기 디테일한 화면들 덕분에 그렇게까지 비극적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여자 4명의 일상을 옴니버스 식으로 보여주다가 이렇게 저렇게 하다 끝에 우연히 겹친다, 뭐 이러는데 그렇다고 심훈의 상록수 같은 건 아니고 아기자기하다.

주연 4명 중 이케와키 치즈루, 나카고시 노리코, 나카무라 유코 3명은 낯이 익은데 나나난 키리코는 처음 봤다. 키리코는 원래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하는데 가끔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이 영화에서도 그림 그린다). 치즈루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노키코는 예전에 TBS의 '임금님의 브런치' 레귤러였고 CF 같은 곳에서도 종종 보인다. 유코는 뭐 많이 나오는 사람이고.

여튼 이 영화도 좀 깝깝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는 인간 군상이 잘 드러나있다.

20111020

the Boys

소녀시대의 정규 3집 the Boys를 아침부터 듣고 있다. 13곡, Teddy Riley가 참가한 곡은 하나, 타이틀 곡인 'the Boys'로 작곡과 편곡을 했다. 가사는 유영진. 다른 곡들은 작사, 작곡 다양한데 '봄날 (How Great is Your Life)'라는 곡 작사가 멤버인 수영이다.

여기까진 팩트고 이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보자면, 역시 소녀시대는 음악보다는 버라이어티다. 훨씬 잘 한다.

점수는 상대 표시를 위한 것임으로 별 의미가 없다는 가정 하에, 별다른 변칙없이 정통 아이돌 걸그룹 루트를 걷고 있는 세개의 그룹을 생각해보면 : 일단 소시는 버라이어티(95)>음악(80), 원걸은 버라이어티(65)<음악(90), 카라는 버라이어티(80)=음악(80) 정도로 호감을 가지고 있다. 2ne1의 경우에는 메이저 버라이어티에 많이 참가하지 않고 2ne1TV라는 자기들 놀이터를 구축하며 버라이어티에서 약간 변칙 노선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률적인 비교가 조금 어렵다. 음악(95)은 가장 마음에 든다.

또 개인적인 관심사인 패션 측면에서는 2ne1을 제외하고는 고만고만. SM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그 이상한 유니폼 컨셉은 너무 싫고, 이번 카라 step은 괜찮았던거 같은데 같은 노래로 활동하면서도 점점 이상해 지고 있다. 원걸은 소희의 사복 말고는 볼 게 별로 없는데 그게 굉장히 우월하다.

예전 윤아의 버라이어티 실패(패떳2)가 뼈아팠겠지만 그건 무리한 방송 컨셉 자체의 문제가 더 컸고, 써니는 이번에도 청불2에 출연을 확정했고, 태연이야 뭐 어디다 던져놔도 제 몫을 하고(예전에 신정환이 케이블에서 진행하던 프로에서 첫 MC를 보던 태연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제시카는 캐릭터를 아예 바꾸며 새 사람으로 환골탈태했고(하지만 어제 라디오스타에서 구하라와 전화 통화하는 모습은 새 캐릭터와 완전 일치가 되진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일말의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어쨋든 그건 전화였으니까. 여튼 이왕 그리 나간거 좀 더 확실히 밀어붙였으면 좋겠다), 서현은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여기저기 계속 나오고 있다.

여튼 소시 컴백으로 기대가 되는 건 음반보다는 이번 가을 개편 이후 버라이어티에서의 활약이다. 뭐 그런 것도 21세기 아이돌 그룹이 할 일이고 맡아야 하는 분야다.

이제 올해는 원더걸스 컴백 하나 남은 건가. JYP는 영 싫은데 원걸 노래는 그래도 좋단 말야. 뭐 노래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번 음악은 그래도 꽤 정교하게 들린다는게 장점이다. 소리가 아주 부드럽다.

20111013

아니면 말고

1.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SM=2201&idxno=488182

이 기사를 읽어 보면 여당 원내 대표는 국회에서 임시 총회를 소집해 지자체별 사정을 고려, 소득과 관계없이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한다는 내용의 복지 당론을 최종 추인했다고 한다.

내용을 더 읽어보면 알겠지만 소득 50% 까지 차등 지원이라는 문구를 삭제해버렸다.

별 의미도 없어 보이는 안건 가지고 마치 무상 급식 실시하면 자본주의도, 세상도 끝난 다는 듯 이념의 소용돌이로 서울을 몰아 넣으며 투표를 했고, 끝나고 나서도 실질적인 승리라니 하는 등 따위의 이해하기 어려운 논평으로 좋아들 하더니 결국 결론은 소득과 무관한 무상 급식 당론 채택이다.

현 여당 후보를 비롯해 지금껏 '복지 포퓰리스트'라고 그렇게 비판들을 하더니 이제 와서는 슬그머니 자기 자신을 그들이 만든 개념 '복지 포퓰리스트' 명단에 올려놓고 있다.

뭐 반성 논평이라도 한 마디 있으면 그래도 그럴 듯 하겠는데 이렇게 얼렁뚱땅 일을 처리하다니 그런 집단인지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역시 당황스럽다.

 

2. 1만원 이하 신용 카드 거부 안건으로 또 나름 시끄럽게 만들더니 이것 역시 아님 말고로 끝났나보다. 신용 카드 수수료로 영세 업자들에게 부담이 되서 카드 거부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영세 사업장에 대한 수수료 할인이나 아니면 다른 혜택을 생각하는 게 순서다.

뭐 이런 걸 정책이라고 내놓더니 비판이 잦으니까 그냥 또 아니면 말아라로 끝이다.

3. 미주 지역에서 블랙베리가 불통사태로 난리라는 뉴스가 있었다. 이 뒤에 OccupyWallStreet가 있다는 소문이 위키리크스 발로 나왔다. 그러니까 문자 메시지 등으로 확대되는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야기인데 뭐 설마 그럴까 싶다(아이폰 이용자가 더 많을테니 그걸 막는게 더 낫지 않을까). 그래도 블랙베리가 보안면에서 상당히 뛰어나 시위의 기밀 유지 등 용도에 안성 맞춤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4. 딴지 일보는 모바일 뷰 쪽은 아예 관심을 안 둘 생각인건가?

5. 그외에 모바일 사이트는 없고 거기에 둥둥 떠다니는 팝업 광고를 올리는 모든 언론사 사이트들도 마찬가지.

6.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을은 착착 지나가고 있다.

20111010

주말 TV 관람기

잡설 : TV 관람기를 요새 꽤 자주 올리는 거 같다. 여기 말고 다른 곳에도 올린다. 뭐 크게 의미는 없고 요새 마주하는 문화/예술/창작품 들 중에 가장 많이 접하고 있는 문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편식하는 거 같아 다시 책과 영화, 음악을 좀 더 열심히 들을 까 한다. 집에 있는 데스크탑 키보드를 하도 오랫동안 두드리지 않았더니 키보드 누를 때 마다 스프링 녹슨 소리가 난다.... 윤활류 작업을 해야 하는 건가... ㅠㅠ

 

1. MBC 뉴스 : MBC 뉴스는 땡전 뉴스라는 비아냥을 여전히 듣고 있는 이득렬 시대의 교훈을 벌써 잊어버린 거 같다. 안타깝다.

2. 불후의 명곡 : 불후의 명곡을 보고 있다. 나가수는 너무 무거운 분위기 덕분에 시청 피로도가 좀 쌓여 있는 지 잘 안보게 된다. 인순이 출연 이후 거의 보고 있지 않은 거 같다. 인순이를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문제는 아니다.

여하튼 불후의 명곡을 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한데, 나는 나름 임정희의 팬이다. 사실 내 음악 취향하고 좀 안 맞는 경향이 있기는 한데 여튼 그냥 왠지 예전부터 응원하고 있다. 임정희도 그렇고, 원더걸스도 그렇고 그냥 여기서 우결이나 찍고, 가끔 런닝맨 나와서 범인 잡기나 하며 즐겁게 살지 왠 고생이냐... 라는 생각이 있다. 그래도 뭐 자기들이 원하는 바였다니 잘 해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임정희는 불후의 명곡에서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다. 프로그램 자체가 후반부 출전이 유리하게 되어 있는데 세번 출연에 1번으로 2회, 2번으로 1회다. 물론 그것만이 이유의 모든 건 아니다.

임정희의 목소리는 좋지만, 사실 톤이 아주 독특한 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래 듣고 있으면 조금 질리는 면이 있다. 그리고 목소리가 무척 직선적이고 힘이 넘친다. 그래서 리듬을 타기가 무척 어렵다. 그가 주목을 크게 받았던 오페라 스타나 골든 레이디를 들어보면 쭉쭉 뻗어나가는 음악에 아주 적합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R&B와 소울을 좋아한다. 이 둘은 출렁거리는 그루브가 특징으로 기본적으로 쭉쭉 뻗는 음악이 아니다. 이런 부분은 바비킴이나 김조한 같은 사람의 노래를 들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둘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쭉쭉 뻗는 소리가 아니다. 출렁거림이 기본적으로 실려있다. 하지만 임정희는 아니다.

여기에서 조금 딜레마가 생긴다. 내 생각에는, 임정희는 한국식 발라드나 락 발라드, 레이디 가가 스타일의 백인 댄스 음악에 훨씬 어울리는 스펙을 가지고 있다. 불후의 명곡에서 선곡이나 편곡을 할 때도 그렇게 직선적인 면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면 훨씬 나은 결과가 나올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는 흑인 음악을 훨씬 좋아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고 하는데 이건 남이 뭐라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비슷한 생각을 이정에 대해서도 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예전에도 한 적이 있는데, 그도 그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음악과 그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음악 사이에 차이가 좀 있는 거 같다. 물론 스티비 원더의 Isn't she lovely같은 곡은 무척 잘하는 데, 그건 그가 이 노래를 너무 많이 불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어쨋든 만약에 내가 임정희의 코치라면, 가능한 좀 더 직선적으로, 고음을 강조하기보다는 힘이 넘치게, 자잘자잘한 것들을 다 휘어잡고, 나몰라라하며 끌고 나가버리는 방향으로 잡을 거 같다.

3. 아포칼립토 : 우연히 이 영화를 봤다. 아마존 정글의 부족 이야기다. 대체 멜 깁슨은 무슨 생각을 하고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20111006

불필요

1) 장이 별로 좋은 편은 아니다. 거기다 밀가루 음식도 좋아하고, 커피도 많이 마신다. 그래서 배가 아픈 일이 많아 화장실에 자주 간다. 2)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 돌아다니는 일이 많다. 이것 저것 뭐 볼 게 없나 찾는 것도 있고,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3) 또 그냥 맘 내키면 모르는 동네 같은 곳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이런 습성들이 결합되서 나타나는 현상은 -> 뭔가 정말 자주 줍는다는 거다.

대충 기억에 남아있는 것만 떠올려 봐도 까르띠에 지갑, 몽블랑 지갑, 몽블랑 명함 지갑, 아이리버 mp3, SD 메모리 카드, 코치 파우치 등등이 있다. 장소도 무척 다양해 화장실, 땅 바닥, 어딘가의 선반 위, 버스 의자 등등이다.

이거 말고 지금까지 잊어버린 건 우산을 제외하고 명함 지갑(대체 모르겠다), 그냥 지갑(돈 조금, 신분증, 누가 훔쳐갔다), Klaatu 1집 CD(이것도 누가 훔쳐갔다) 정도가 있다. 가방을 항상 들고 다녀서 그런지 누군가 훔쳐가는 게 아니면 잊어버리는 게 많은 편은 아니다.

여튼 몽블랑은 연이 좀 많은 거 같다. 분실 - 명함 지갑, 만년필이 있고, 습득 - 명함 지갑, 남성용 반지갑이 있다. 아무래도 좀 좋은 애들은 분실이든 습득이든 확실히 기억이 오래 가기도 하고 그렇다. 결론적으로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몽블랑 제품은 하나도 없다... ㅠㅠ

 

어쨋든 기본적으로 뭔가 보이더라도 가만히 두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지갑 같은 건 혹시나 싶어(쓸데 없는 오지랍이긴 하다) 주워서 어딘가 가져다 주게 된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문제는 습득한 장소에서 맡기는 곳까지의 이동이다. 그 중간에 혹시 분실한 물건을 찾으러 온 주인과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두 번 정도 있었는데, 둘 다 기억이 별로 좋지가 않다. 괜한 의심을 사면 괜히 분하다.

결국 세운 원칙은 뭔가 줍게 되면 - 특히 화장실 같은 곳에서는 - 일단 주머니에 넣고 이동해 안내 데스크나 관리 사무소에 맡긴다. 뭔가 좀 이상해 보이기는 하는데 이게 제일 편하다. 그다지 잘하는 행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어쨋든 지금까지의 경험이 이렇게 만들었다. 직접 당사자와 대면해서 별로 좋을 게 없다. 지름길이 있기는 하지만 절차를 따라가는게 적어도 마음은 편하다.

 

이러든 저러든 아예 이런 일이 안 생기는 게 최고다. 주인을 잃은 자들이 부디 내 눈에 안 뜨이길 바랄 뿐이다.

20111005

유럽은 뭐가 문제일까

그리스나 스페인, 이태리 등 지금 경제와 관련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문제점이 복지 문제 따위로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게 자꾸 말하는 일군의 무리들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기 사정이 있는 여러 나라)에 존재 하는 데 이건 우리나라 정치 사정에서 나온 논리일 뿐이지 별로 관계없다.

만약 그런 게 문제였다면 복지가 잘 되있고 오래된 나라부터 문제가 생겨야 한다. 하지만 보다시피 전혀 그렇지 않다.

자유 시장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논리에는 그들의 말이 다 맞다고 가정해도 문제점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낮은 장벽과 관련된 것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시장 원리라는 건 선택이 자유로울 때 가능하다. 그에 따라 잘못된 것들은 도태되고, 잘 된 것들은 살아남는다. 그래서 그들은 무역 장벽을 낮춰야 하고, 그래야 보다 더 높은 효율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알겠지만 정작 자유화된 건 돈과 다국적 기업의 진출 뿐이다. 자본과 함께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 바로 노동은 전혀 자율화되지 않았고 노동의 국경 장벽도 전혀 낮아진 적이 없다. 오히려 각국의 이민 정책은 더 강화되고 있고, 유럽도 마찬가지다. 돈만 벌기 위해 오는 거지 그 수익을 공유할 생각은 전혀 없다.

미국은 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게 나라가 합쳐지듯히 연합된 국가다. 그래서 United States다. 예전 자유 주의자들이 주장하듯 디트로이트는 자동차를 열심히 만들면 되는 거고, 오하이오는 감자를 열심히 만들면 된다. 그리고 상호 교환을 통해 생산 균형점을 찾아간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의 노동자가 열심히 자동차를 조립하는 건 또 다른 의미로 자신이 먹을 감자를 경작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오하이오 감자 농사 짓는 사람이 너무 많으면 감자 노동자는 짐을 착착 싸서 차에 싣고 디트로이트로 떠나면 된다. 이로서 노동 균형점도 찾아진다.

이 화폐와 노동의 균형점 찾기를 통해 미국 내에서 의미있는 금리의 균형점도 찾아지고, 물가가 결정된다.

 

하지만 유로라는 이름으로 화폐가 통합된 EU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물론 EU국 사람들과 비EU국 사람들 간에 차이는 있다. 그렇다해도 미국처럼 마음대로 왔다갔다 하는 세상은 아니다. 언어도 심하게 다르고 생각도 심하게 다르다. 화폐는 통합되었는데 노동은 통합되어 있지 않고, 결국 경제도 통합되어있지 않다.

각기 다른 균형점이 필요한데 그게 불가능한 상황으로 평균적인 점에서 환율이 결정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돈 많은 애들이 갑이다. 독일(부자 유럽국의 예시다)은 그래서 계속 부자가 되고, 남유럽 쪽 나라들은 점점 문제만 생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유로를 깰 위인은 없을 거 같다. 위인이 필요한 게 아니라 합치는 것도 그랬지만 깨는 것도 아마 무지하게 복잡할 거다. 하지만 독일에만 자본이 몰리는 상황은 어떻게든 타개해야 한다. 이걸 어떻게 타개할까. 그런 방법이 있는지 솔직히 전혀 모르겠지만, 결국은 독일이 유로 존에서 빠지는 정도에서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111004

무급 인턴

나꼼수 최근 2회를 듣지 못했다. 못 들은 건지, 안들은 건지 어쨋든 아이폰 안에 들어가 있는데 마음이 심난하고 부산해 듣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무급 인턴 이야기를 들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운영하는 무급 인턴제다.

무급 인턴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다. 복지나 봉사와 관련된 단체에서는 많이들 무급 인턴을 실시하는 걸로 알고 있다. 다만 봉사와는 조금 다르다. 봉사의 경우에는 제 돈 들여가며 하는 경우도 알다시피 많이 있다.

하지만 나꼼수에서 말한, 스펙에 최고이기 때문에 무급 인턴은 용인된다는 논리는 이상하다. 이 논리에는 이상한 함정들이 담겨있다. 여기 나오는 스펙은 어디에 사용되는 것일까. 바로 취업이다. 아니면 나중에 사회적인 활동이나 봉사를 업으로 한다고 해도 거기에서 좋게 쓰일 스펙이다. 그렇다면 무급 인턴은 누가 할 수 있는가.

 

등록금 투쟁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아무리 해도 등록금을 따라갈 수가 없다, 생활비를 댈 수가 없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무급 인턴은 생활비와 등록금이 해결된 상황에서 가능하다. 아슬아슬할 수도 있고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가능해야 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그게 가능하지도 않고 절대 불가능하기 때문에 취업을 위해 유급 인턴을 뛰던가 생활비와 등록금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뛴다. 가난이라는 건 원래 이런 거다. 일면 당연해 보이는 것도 못한다.

물론 낮에는 무급 인턴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일하면 되지 않냐 뭐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에는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다.

결국 생활비와 등록금이 해결된 사람들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무급 인턴을 하며 소위 '최고'의 스펙을 얻게 된다. 이 스펙은 취업 등을 위해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돈 문제가 해결이 안되 유급 인턴과 아르바이트를 뛴 자들은 '최고'의 스펙을 얻을 수 없고 나중에 취업이나 사회라는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다.

 

나중에 사회 운동을 뛰어들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도 마찬 가지다. 무급 인턴이 가능해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 비슷한 무급 인턴을 경험한 사람은 나중에 NGO 등에서 일하려는 마음을 먹는다면 면접을 할 때 훨씬 좋은 인상을 주게 될 것이다. 반대는 위와 마찬가지다. 맨 피시방, 과외, 편의점 알바로 세월을 보냈는데 딱히 봉사든 NGO든 경험이 있을리가 만무하다.

이건 그들이 지금까지 말해온 것들, 돈이 많아서 따로 일 안하며 좋은 학력을 얻어 좋은 데 들어가거나, 작은 회사를 차려주고 자식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거기에 일을 몰아 주식을 폭등시켜 재산을 물려주는 일과 '구조적으로'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구조적이라고 말한 점에 유의해주기 바란다. 그게 위의 예처럼 나쁜 일일 수도 있지만, 좋은 일인 경우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다. 즉 부나 지식, 경험의 되물림이다.

부나 직업, 지식의 되물림을 완전히 막는 건 불가능하고 좋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 차이가 너무 심해서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문제가 있는 거다. 당장 끼니 걱정, 등록금 걱정, 대출금 이자 걱정에 밤 잠을 못 이루는 자들은 아름다운 가게의 무급 인턴이라는 그 '스펙'에 좋다는 자리에, 혹은 그 대의에 찬성하고 있어 함께 참여하고 싶지만 결코 들어갈 수가 없다.

기성 사회의 즉물적인 되물림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면 자기 조직이 가지고 있는 현 방법의 문제점도, 또 그걸 극복할 다른 방법도 생각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없고, 또 지금껏 그런 문제를 비판하던 사회자들이 저걸 저런 식으로 얼버무리며 지나쳐 버리는 건 말이 안된다.

NGO나 NPO의 무급 인턴이라는 건 나라의 복지가 그런 문제를 커버할 수 있는 다음에야 가능하고, 그래야 정말 옳은 방향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참여한 사람들이 그런 문제가 해결 가능해 무급인 지 알고 참가했다는 인터뷰를 올리는 건 실질적으로 이 문제와 별로 관계없는 이야기다.

정작 들어야 할 이야기는 아름다운 가게의 인턴이 무급인지 알았기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자들, 그러니까 정말 그런 것도 할 돈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0111003

occupy wall street

월가 시위가 의외로 계속되고 있다. 벌써 3주 째다. 이들은 맨하탄에 진을 치고 사람들이 가져다 준 음식을 먹고, 발전기 전원으로 노트북을 쓰면서 시위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지극히 평화적인 시위로 거리 구석을 점령하고 있을 뿐 BoA에 폭탄을 던진다든가하는 일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Occupy라는 이름으로 거기 가 앉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말하자면 '본진'에서 일어난 본격적인 시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홈페이지는 https://occupywallst.org/

가장 최근 소식에 의하면 브룩클린 브리지에서 행진을 하려고 하다가 700여명이 체포되었다.

결국 오바마에 기대한 개혁의 실패는 이런 식의 저항을 맞이하게 되었다. 걔네나 우리나 너무 오랫동안 사회 지배층 내에 밀착되어 버린 기존 세력에 기대할 건 이제 없다.

20111002

티브이 관람

연휴 기간 동안 또 TV를 많이 봤다. 가장 큰 원인은 pooq이라는 아이폰 앱 때문이다. 덕분에 드디어 MBC, SBS 한정이지만 TV를 볼 수 있게 되었다. KBS도 곧 협약이 된다니 기대된다. 이왕 이리 된 거 EBS도 나오면 좋겠다.

 

무한도전은 저번 회가 더 재미있었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이름에서 벗어나 나름 짜임새있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느낌의 예능 방송이 만들어졌다. 어차피 결과물을 보는 입장이라면 이런 방향이 더 좋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도식화시킨 암시들을 풀어서 보여주느라 전회의 긴장감이 많이 반감된 기분이 들었다. 하나마나는 당연 재미있었고.

 

개인적인 코미디에 대한 의견을 잠시 말하고 지나가자면 : 일단 라이브 콩트쇼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그걸 TV로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콘을 비롯해 예전 웃찾사 등등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라이브 코미디는 현장에서 보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굳이 방송으로 보여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묘미이기 때문이다. 연극을 TV나 영화로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역시 잘 짜여진(프로들끼리 느낌으로 주고 받으며 애드립이 쫙쫙 진행되는 것도 사실 잘 짜여진의 범주 안에 든다), 그래서 짜여진 티가 나지 않을 정도 레벨에 가 있는 코미디를 좋아한다.

이건 이야기가 많이 길어질 거 같으니 이쯤에서 생략.

 

매트릭스 2를 케이블에서 하길래 잠시 봤다. 중간에 일이 있어 나가느라 후반부 반 정도는 못봤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나머지를 볼 가장 좋은 방법은 뭐가 있을까나... 여튼 사실 매트릭스 2, 3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_-)

 

런닝맨은, 제시카의 캐릭터 변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예전에는 시크한 아가씨였는데 좀 더 도발적이 되었고 말괄량이가 되었다. 훨씬 마음에 든다.

 

짝을 본 적은 없는데 소문은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저번 추석 연휴와 이번 연휴에 걸쳐 두가지 응용 버전을 봤다. 하나는 추석 때 연예인 연예촌인가 하는 방송으로 동해, 박현빈, 강예빈, 이해인 등등이 나왔다. 또 하나는 무한걸스. 무한걸스 멤버들과 고영욱, 천명훈 등등이 나왔다.

방송인이 아닌 아마츄어가 나오는 방송은 좀 민망한 느낌이 들어 거의 보질 않는다(민망하고 난감한 걸 잘 못본다. 영화 리플리도 뭔가 민망해서 화면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위탄 정도 몇 편 봤는데 윤상과 윤일상이라는 프로듀서가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 듣는지 궁금해서다. 그나마 방송인들이 나온 거라 그럭저럭 볼 수 있었다. 그걸 보며 든 생각은 역시 짝은 안보길 잘했다는 거(연예인 짝을 보면서 알게된 프로토타입의 구성 방식은 꽤 재미있었다). 정신적 데미지가 클 방송이다.

20110930

짧은 산보의 기록 - 진해, 마산

기회가 생겨서 이제는 구(區)가 된 두 도시를 2시간 정도 씩 돌아다녔다. 마치 물건을 사기 전에 사용기들을 쥐잡듯 뒤지듯이 두 도시를 돌아다녀볼 기회에 꽤 많은 자료를 찾아봤다.

 

우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 보자면,

그러니까 83년 혹은 84년 쯤 아버지 직장 문제로 여름 방학을 이용해 마산에서 한 달 정도 살았던 적이 있다. 그 짧은 와중에 태풍이 몰려와 수해도 났었다(-_-). 어쨋든 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도시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는 건 거의 없는데 곰곰이 떠올려보면 돝섬, 산호 공원, 어느 산에 있던 사람들 많이 놀러오던 계곡 정도다.

이번에 돌아다니며 산호 공원은 찾아갔는데 어릴 적 기억과는 역시 많이 달랐다. 하지만 보통 어릴 적 기억은 굉장히 커보이는데 막상 나중에 가보면 작은 편인데, 산호 공원은 기억 속에는 돌로 된 표지판이 서 있는 조그마한 공원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꽤 큰 산이었다.

오래간 만에 가 본 산호 공원과 용마 공원 사이에 낡은 집들이 잔뜩 모여있다. 이번에 갔을 때만 그런 건지 아주 이상한 분위기가 물씬 감도는 곳었는데, 여튼 군데 군데 할아버지들이 가만히 앉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나를 빤히 쳐다봤고, 몸에 약간 장애가 있는 사람이 산책을 하고 있었고, 어떤 남자가 담 너머에서 나를 보며 우렁차게 짖어(개 처럼...)댔다. 라스 폰 트리에의 킹덤이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마산에 잠시 거주할 당시 쯤 군항제를 보겠다고 가족이 함께 진해에 간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역시 몇 시간 남짓의 짧은 머무름이다. 그 당시 기억은 도심에 대한 건 전혀 없고 거대한 해군 부대와 부대를 돌아다니던 낡은 버스, 그 안에서 군항제 안내를 하던 하얀색 해군복을 입은 군인 정도다. 벚꽃의 정취 따위를 알 나이는 아니었다.

 

 

그리고 찾아본 바에 의하면.

마산은 아주 오래된 도시다. 조선시대에는 마산창이 있었고(조창, 주변 동네의 조세를 다 모아 배나 육로로 서울로 실어나른다), 일제 시대에 마산창을 다 헤쳐버리고 일본인 거주지들이 생겼다. 한때 술, 간장을 비롯해 나름 산업이 융성했는데 지금은 도시 자체가 꽤 빚더미라 마산, 창원, 진해 통합 때도 그 문제로 갈등이 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에도 아주 오래된 지형, 골목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몇 안되는 재미있는 곳이다. 꽤 크고, 맛있는 것들도 꽤 많고(민물 생선, 바다 생선 요리가 동시에 발달해 있다), 마산 도심을 연구하는 블로그들도 몇 찾을 수 있다.

진해는 원래 그냥 시골 마을이었는데 1910년대에 일제에 의해 건설된 계획 도시라고 한다. 최초의 방사형 계획 도시로 함경도 나남도 같은 방식으로 건설된 도시라고 한다. 진해는 생각보다 상당히 작았고, 그 와중에 해군의 교육 사령부가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아이폰 여행 기록 앱을 테스트해 보다가 ontheroad.to가 괜찮은 거 같아 정착해 보려고 이번 짧은 산보 동안 이용해 보았는데 그다지 좋지가 않다. 느리거나 이런 건 상관없지만 순간 순간 입력하는 데이터는 제대로 들어가야 하는데 꼬여버리는 바람에 (A 웨이포인트에 B 사진이 들어가는 등등 이상한 일들이 생겨났다) 골치가 좀 아팠다. 그리고 나중에 블로그에 올리고 싶어도 embed가 되지 않는다. trackmytour를 사는 게 나을까 싶다.

어쨋든 이 번에 돌아다녀 보니 두 도시 다 바다에 접해 있기는 하는데, 와 바다구나~ 하는 감흥을 느낄 만한 구석은 없다. 마산 도심에서 아래 쪽으로 구산면 정도 내려가야 거제도를 사이에 둔 좀 제대로 된 바다가 보인단다. 창원 여행 지도를 찾아보니까 구산면 쪽으로 자전거 코스가 있던데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

아래는 캡쳐한 지도고 링크를 누르면 조금 더 자세한 사진 같은 걸 볼 수 있다.

1 

진해 http://macrostar.ontheroad.to/3/

 

2

마산 http://macrostar.ontheroad.to/20111/

 

마산은 자전거로 돌아다닌 코스도 기록했다. 오른쪽으로 쭉 갔다가 온 건 딱히 재미있는 볼 거리가 있었던 게 아니라 허당로라는 길 이름이 재미있어서 신나게 가다가 길을 잘 못 들어서 저리 됨.

route

20110927

사용기들

에브리 붑이라는 솔직히 약간 수익 목적의 블로그가 있는데, 거기에 지샥 이야기를 올렸다가 지웠다. 이거 뭐, 별 것도 없는 삶을 중계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숨기는 맛이 있어야지.. -_-

여튼 그냥 심심하고 졸린 김에 읇조리는 이야기다.

우선 커피.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데 드립 커피는 비싸고 귀찮고, 캡슐 커피는 비싸고 맛없고(기대를 많이 했는데 통조림 같은 느낌에 무척 실망했다), 티백형은 만들 때 마다 맛이 너무 다르고(매우 민감하다), 달짝지근한 인스턴트 모카 맥심은 아무리 생각해도 몸에 많이 안 좋은 거 같아서(요새는 마시면 오바이트가 쏠린다, 그러면서도 계속 마셔..) 다시 인스턴트 블랙 커피로 돌아왔다.

한때 대비도프를 구입해다가 인스턴트의 맥시멈을 뽑아내겠다고 연구를 해가며 마시던 바로 그 병 인스턴트다.

이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는데 일단 제조가 간편하고(커피 스푼과 물의 조화만 잘 파악해 놓으면 된다, 표준은 1.8g과 120ml http://macrostar.egloos.com/4031674 참고) 청소가 쉽다. 다만 블랙으로만 마시면 좀 지겨운데 그럴 때는 1.8g에 60ml + 180ml 우유로 카페 라테 흉내를 내면 된다. 그것도 귀찮으면 1.8g에 240ml를 넣어 연한 커피, 60ml를 넣어 진한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도 있다... 뭐 사실 물에 섞는 종류는 뭐든 이런 식으로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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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도프, 이과수, 치보, UCC, 맥심(도 맛있다) 등등 병 인스턴트 커피들이 있지만 UCC The Blend를 사봤다. 114는 마셔봤는데 이번 건 스미야키라는 커피다. 스미야키는 에콰도르산 커피를 숯으로 로스팅해 스모키한 향이 나는 특징이 있다. 둔해서 그런지 스모키를 느끼기는 좀 힘들었다.

UCC의 대표작은 114와 117인데 둘 다 브라질, 에콰도르 등 산지의 커피를 블렌딩(섞은) 인스턴트 커피다. 114는 부드럽고, 117은 좀 쓰다. 

 

이거 말고 라면도 하나 처음 먹어봤다. 원래 꼬꼬면을 사볼려고 했는데 헤매고 다니다 결국 실패하고 나가사끼 짬뽕을 사봤다. 요즘 이런 식으로 나가사끼 짬뽕을 먹게 된 사람들이 무척 많다.

참고로 신라면은 박스로 사다놓고 매일 밤 11시에 2년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게 10년도 전 일이다. 그 이후 한 때는 신라면이라면 냄새도 맡기 싫고 봉지도 보기 싫었는데, 요새는 있으면 먹을 수는 있는데 직접 사는 경우는 없다.

한 때는 경건한 자세로 연구하며 라면을 먹었는데, 저번에도 말했듯이 요새는 정확한 제조 방법을 지켜 나만의 노하우 어쩌구로 완성하는 따위보다 그저 남이 끓여주는 라면이 최고다.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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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長崎)는 사실 맛있는 게 많은 도시인데 대표적으로 짬뽕, 가마보코(어묵), 카스테라 같은 게 있다. 나가사키 카스테라 완전 맛있다든데 못 먹어봤다 ㅠㅠ

여튼 이 짬뽕은 원래 별로 안매운 걸로 아는데 삼양 나가사끼(철자가 다르구나) 짬뽕은 살짝쿵 매콤하다. 이거, 이름을 떠나 꽤 맛있다. 이걸 먹고 났더니 그렇다면 꼬꼬면은! 하며 더 기대가 된다.

 

그건 그렇고 마말레이드 잼은 왜 안파는 거야. 딸기잼 샀잖아 ㅠㅠ

구질구질한 세계, 리쌍

리쌍의 2011년 새 음반 제목은 AsuRa BalBalT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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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쌍은 상당히 특이한 길을 걷고 있다. 한때 온통 구질구질한 내용 천지인 노래를 했지만 언젠가부터 버라이어티에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예능계에 임하는 자들이라면 모두 부러워할 토/일 골든 타임의 간판 예능 프로에 나와 활약하고 있다. 그 와중에 2년 간격 쯤으로 나오던 새 음반이 나왔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예전 리쌍의 음악의 기억이라고 하면 단순한 멜로디에 극하게 구질구질한 가사들이다. 돈은 없고, 돈 많은 애들은 부럽고, 겨우 번 돈은 모두 떼이고, 여자는 떠나고, 집세는 밀리고, 자기들이 하는 음악은 무시 당하고, 옆에서는 정신 차리라고 난리고, 세상은 온통 갑갑하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 만큼은 변했다. 한달에 몇 천은 벌고(독기), 유재석에게 성실함을 배우고 음악도 너무 재밌다(회상). 리쌍 식 사랑 노래도 있고(TV를 껐네...), 여전히 헤매고 있는 비지에게 좋은 날이 올거라고 기다리라고 조언도 해준다(죽기 전까지 날아야 하는 새).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무한도전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캐릭터를 가진 길처럼, 구질구질함은 배경처럼 저변에 깔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흘러갔고, 그들은 주말 버라이어티의 레귤러고, 음반은 방송 금지를 당하든 말든 각종 인터넷 차트 10위 권 안에 몇 곡이 멤돈다.

그런 만큼 그들은 과거의 구질구질함에 함께 울던, 하지만 그 자리에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들을 버려야 하고 동시에 위로해야 하고(잘 먹힐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했던 것들보다 더 한 곡들을 만들어야 한다. 하림, 개코, 백지영, 정인, 비지, 국카스텐, 10cm 같은 팀들이 그 폭을 넓히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구라의 골수 팬들이 그랬던 것처럼, 옛날 생각에 아쉬운 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TV를 껐네... 뮤직 비디오는 참 예쁘다.

식욕의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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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를 평균선으로 예전에는 상단의 형태였는데 요새는 하단의 형태로 바뀌었다. 나이 탓인건가 ㅠㅠ. 여튼 극심한 공복감이 계속되고 있음.

20110923

중앙 은행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중앙 은행의 할 일은 물가의 안정이다. 물론 아닌 곳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세와 같이 물가의 안정이다.

이건 한국은행법 제 1조 설립 목적에 나와있다.

한국은행법 제 1조 이 법은 한국은행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 3조에서는 한국 은행의 통화 신용 정책은 물가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 5조에서는 정부와 협의해 물가 안정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정부는 경제 성장을 추진하고, 한국 은행은 물가 안정을 추진한다는거다. 서로가 서로에게 제한 요인이 되어 주는 거다. 정부는 한국 은행의 물가 안정 정책을 기정 사실로 간주하고 그 제한 속에서 경제 성장을 추진하고, 한국 은행은 정부의 성장 정책을 기정 사실로 간주하고 그 제한 속에서 물가 안정을 추진한다.

 

며칠 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에 무리를 주면서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달성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전에 나경원 의원이 자위대 기념 행사를 찾아가 놓고 그게 뭔지 몰랐다고 변명하는 것처럼, 이 사람도 한국 은행이 뭐 하는 곳인지 잘 모르고 가 앉아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게 통한다. 헌법에 농지의 임대차 및 임대 계약이 금지되어 있다고 써 있어도 몰랐어요 하면 통하고, 법률에 부동산 매매시 신고 가격을 낮게 하면 안된다고 되어 있어도 몰랐어요 하면 통한다.

물론 몰랐어요는 아무나 통하는 게 아니다. 나 같은 사람이 몰랐어요라고 하면 법의 강한 원칙 중에 하나 '무지는 죄를 소각하지 않는다'가 나타난다. 한국의 법은 아주 당연하게도 만민에게 공통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모르면 몰랐어요라고만 하는게 지금까지 추세였다면, 이 분은 더욱 나아가 법률에 적힌 목표는 알바 없고 내 맘 마인드다. 더 엉망 만들기 전에 빨리 그만두고 나왔으면 한다.

20110922

J.E.후버

후버댐의 후버가 아니다. 참고로 후버댐의 후버는 허버트 클락 후버로 1800년대 말 미국 대통령이다.

여튼 존 에드가 후버라는 사람이 있었다. 주경야독해 야간 대학을 졸업하고 법무부에 들어간 이후 그는 수사국에서 일했다. 여기서부터 비밀 서류를 만든다든가 은밀한 임무를 처리한다든가 하는 노하우를 익힌 후버는 1924년에 수사 국장이 되고 1935년에 이 조직을 FBI로 확대 개편해 내는 데 성공한다. 그는 이 조직의 수장을 48년간 역임한다.

후버가 관심의 초점이었던 이유, 그리고 그를 아무도 내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정보의 독점이다. 유력자들과 관련된 각종 정보들은 그를 법 위에 존재하게 만들었고, 그 법 위에서 그는 더욱 정보를 수집했다. 아무도 그를 제어하지 못했다. 해외 정보망까지 장악하려는 후버에 대항해 트루먼이 CIA를 창설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후버 사후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FBI의 공식 수사 문건 중에 정작 안보와 관련된 것들은 20%밖에 안되었다. 나머지는? 국가 안보와는 전혀 무관한 내용들이었다. 매커시즘 열풍 속에서 스파이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도청, 불법 침입을 불사했다.

그 중에서도 정작 중요한 것들은 소위 후버의 비밀 파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영화나 소설의 소재가 되고 있다. 그게 어디 있는 지 없는 지는 모른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김대중 정권이 탄생했을 때 안기부 곳곳에서 어떤 문서들을 계속 활활 태워버렸다는 '소문'이 떠오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보의 독점자는 국정원과 검찰이다. 둘다 전혀 제어가 되지 않는다. 사기관으로는 많은 이들이 삼성이라는 곳을 든다.

국정원은 그나마 대통령의 직할 조직으로 대통령의 콘트롤이 약간은 미치지만 검찰 쪽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말을 듣는 척 하는 거 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 쪽은 그 쪽의 이익 만을 쫓고 있다. 왜 그럴까.

 

감시의 기관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의 힘은 엄청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법의 힘을 제어한다. 사법부는 주도적으로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들어온 재판의 판결을 통해서만 의지를 표출할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의 강한 제어를 받는다.

물론 우리의 경우에는 제어가 좀 심한 편이고 그래서 정부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다. 예전 군사 정권때도 어처구니 없는 짓들에 비분 강개해 뛰쳐나가버린 그래도 의식있는 재판부가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것도 별로 안보인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면 대학의 헌법이나 법률 교과서에서 두고두고 놀림을 당하겠지만(그래서 판결문에는 재판관의 이름이 적히는 법이다) 그런거야 나중 일이다. 나중 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지도 않을거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실상 사법부에 발을 걸치고 있다. 누구도 그들을 감시하지 않고 제어도 없다. 자기들이 직접 한다. 덕분에 강력한 힘과 기동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거기에 다가, 정보가 있다.

전현 정부에서 검찰 개혁을 위해 감사 창구를 둔다든가 하는 묘안들을 생각하고는 했지만 다 실패했다. 아마도 법원 개혁보다 훨씬 어려울 거다. 왜 그러냐하면 기존 양 정당에서 정치 좀 했다는 사람들 치고 검찰에 아쉬울게 없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이건 후버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대통령들은 아쉬울 때 후버를 긴요하게 써먹었지만 동시에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목을 죄어왔다. 도덕 군자 뭐 이래야 된다는 게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뭔가 있는 듯 하며 립 플레이만 해도 상대방은 쫄게 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에 후버가 자연사하고 후버의 비밀 파일이라는 게 사라지면서(혹은 발견되지 않으면서, 또는 아예 있은 적도 없으면서) 자연스럽게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왜냐하면 일 인에 기대고 있는 게 아니라 조직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처치 곤란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결국 시민들의 손에 달려있다. 기존 거대 양당제가 청산되어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여기에도 존재한다. 완전 새로운 사람들을 뽑아야 한다. 능수능란하지 못할 지 몰라도 차라리 그게 낫다.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몇가지 투표가 점점 다가오며 이 쪽 방면으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여당, 야당, 검찰, 그리고 이에 편승한 몇몇 조직들의 생사가 걸려있기 때문에 아마도 많은 제어가 잇다를 것이다. 미국의 정책들이 점점 어리숙해 지는 것도(동시에 힘의 과시로 흐른다) 양당제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여러가지 세력들이 존재해 왔지만 따져보면 다 엇비슷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힘을 너무 과시했고 덕분에 텐션이 너무 강해졌다. 이제 무슨 짓을 더 할 수 있을 지 모른다. 다가올 선거들은 그래서 너무나 중요하다.

20110919

인스턴트

1. 요즘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 나온 옷만 입는다. 아이돌의 음악들을 주로 듣고 그것도 대부분 싱글로 듣는다. 버라이어티를 많이 보고 읽는 건 대부분 인터넷이다. 먹는 건 편의점 도시락, 햄버거, 김밥 헤븐, 식당 들이다. 다행이라 할 수 있는 건 라면을 먹는 빈도가 예전에 비해 아주 많이 줄어들었다는 거다.

인생이 인스턴트 같다.

2. 여튼 좀 재미가 없다. 그래서 약간 진득한 취향 재개발에 나섰다. 옷과 밥은 비용적인 문제로 조금 힘들고 일단 처음은 가지고 있던 풀 음반을 주르륵 다시 듣기다. 예전부터 몇 번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잘 안된다. 그리고 책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아주 길고 지루한 책으로.

3. 그 전에 요새 들은 아이돌을 비롯한 메이저 시장의 음악 이야기를 먼저.

- B2ST의 'Fiction'은 재미있었다. 아이돌 곡 답게 유순하고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지만, 약간 고약함과 구질구질함이 기저에 깔려있다.

- 장우혁의 '시간이 멈춘 날'은 솔직히 꽤 마음에 들었다. 컴백하고 나서 무대도 TV에서 본 적 있고, 버라이어티에 나와서 그 신기한 춤 추는 것도 본 적 있었는데 아무래도 TV라 그런지 음악은 그렇게 귀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대충 들어보고 아이팟에 넣어놨다가 지하철에서 랜덤으로 듣고 있는데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장우혁이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 이제 솔로 3집차고 좋은 노래를 가지고 있는데도 너무 아이돌 타입으로 시장에 접근한 거 같다. 춤이 장점이기는 하지만 그걸 보여주는 데 너무 집중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여튼 너무 빨리 사라진 거 같아 약간 아쉽다.

- 카라의 STEP은 그냥 신난다. 예전 카라의 매력은 걸그룹다운 어설픔을 양껏 귀여운 척과 씩씩함으로 커버하는 거였는데 이번 곡은 좀 많이 세련됐다. 그래도 기존의 카라스러움을 아주 버리지 않고 군데군데 쌓아 올라갔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실력이 꽤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HotShot. 이 곡과 이 곡이 포함될 음반은 아직 풀 버전이 나오진 않았는데 유투브에 오피셜로 풀린 1분 46초 짜리 버전을 들었다. 브아걸 입장에서는 이번 음반에 대한 부담이 아마도 엄청나게 클게 분명하고, 그 만큼 개인적으로도 꽤 기대하고 있다.

공개된 곡을 듣고 시부야 케이, 혹은 칸노 요코의 카우보이 비밥 오프닝 곡 분위기의 냄새가 상당히 난다는 생각을 했다.

- 현아의 솔로 음반도 꽤 들을 만 하다. 버블팝도 괜찮았고 G.NA와 용준형이 참여한 A Bitter Day도 좋았다. 현아의 랩은 은근히 매력적이다. 

- 이건 약간 다른 이야긴데 틴탑의 향수 뿌리지마라는 곡은 정말 굉장하다. 이승기의 누난 내 여자 운운 따위와는 비교가 안되게 민망하다.


4. 그리고 EMF의 Shubert's Dip과 리쌍의 .. 음반 제목 이름을 못외웠다... 새 음반을 듣고 있다.

20110914

받아쓰기 기사의 폐혜

나도 작은 회사를 다녀 보면서 대충 느꼈지만 하여간 중소 기업 - 정부 - 언론 - 금융권 이 편대는 엉망진창이다. 나라에서 무슨 산업을 육성한다고 세금으로 자금을 마련하면 여튼 벌떼처럼 한 몫 잡아보려는 자들이 몰려든다.

예전에는 기껏해야 인테리어에 온갖 정성을 다 들인 다음 구경시키고 밤에 술 마시면서 정부 지원금이나 금융사에서 빌려주는 펀드 정도 떼먹는 수준이었지만 요즘에는 증권이라는 틀을 통해 훨씬 더 대규모로 피해자들을 분산시키며 사기를 친다.

사실 이런 분야에서 엄청나게 능력이 좋고 앞 뒤 세심하게 꼼꼼한 분을 우리는 다들 알고 있다.

여튼 저 집단들 중 시민들의 콘트롤이 가능한 부분은 정치를 통한 정부와 구독/신뢰를 통한 언론사인데 현 시점에서 보면 둘 다 허망하기 그지없다. 인터넷 댓글들 모아 기사를 쓰는 건 좋다. 그래도 기자라면 확인 정도는 발품을 팔아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어떤 '목적'(작게는 트래픽 확보에서 크게는 정치적 영향력 만들기)이 존재하다보니 뒷 일은 알게 뭐냐가 되버린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절독을 선언하는 건데 욕을 해대면서도 계속 읽고들 있으니 할 수 없다.

이런 실태를 보면 예전에 케이블 TV에서 파파라치의 일상을 다룬 TV의 다큐멘터리가 생각난다. 그 방송에 보면 미국인들의 파파라치에 대한 태도는 매우 부정적이다. 몰래 숨어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주변 시민들의 왜 그렇게 사냐, 그런 식으로 살지 마라하는 훈계와 충고가 이어진다.

하지만 파파라치가 존재하는 이유는 당연히 그걸 보는 사람들 때문이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파파라치에 의하면 흥미 만점인 사진의 경우 1000만 명 정도가 본다고 한다. 이거야 뭐, 파파라치로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무도 안보고, 그래서 팔리지도 않을 그렇게 애를 써가며(내 생각보다 훨씬 대규모고 정보력/자본력도 좋아보였다) 스타를 쫓아다닐 이유가 없다.

 

어쨋든 이런 기사를 보고 문득 생각나서 올려본다. 저 기자는 자신이 쓴 기사로 사기에 일조했다는 사실을 자각이나 하고 있으려는지.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313461&cloc=

http://www.segye.com/Articles/NEWS/ECONOMY/Article.asp?aid=20110914004539&subctg1=&subctg2=

딜레마

여름은 더워서 못 살겠어서 싫고

그렇다고 더위가 끝나는 건 세월이 흘러가는 느낌이 피부에 닿아서 싫다.

이제 겨울이 오면 추워서 못 살겠어서 싫겠지.

이런 이야기는 차마 트위터에는 못 올리겠다.

취향

1.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탑 밴드를 몇 편 봤다. 아마 이 블로그에 몇 마디 쓴 적도 있을거다. 사실 처음에 탑 밴드를 봤었는데 몇 편 보고 그만 뒀다.

그 이유를 대충 말해보자면 : 보컬이 없는 instrumental 밴드에 대한 홀대, 이와 연계되어 비 다양성(슈게이징은 커녕 하드코어, 랩 메탈도 없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멘토 제도에 대한 불신 정도다.

멘토 제도, 그리고 시청자 투표 제도는 어쨋든 결과를 왜곡시키고, 출연 밴드의 목표를 중위화시킨다. 이게 딱히 나쁘다는 건 아니고(대중 음악의 중심은 대중이니까) 그냥 취향 상 안맞는 거 같아서 안 봤다는 소리다.

 

2. 그러다가 문득 생각나서 봤다. 맨 처음 봤을 때와 똑같게 두 팀 + 한 팀이 눈에 들어왔다.

우선 한 팀은 톡식. 기타 + 드럼이라는 이상한 구성에다가 뭐랄까... 좀 직선화 된 드림시어터 풍이라고 해야 하나, 여튼 재미는 없는데 연습은 많이 해야 하는 종류의 음악을 한다. 공연 자체는 흥미롭기는 한데 톡식이 베이스가 없어도 되겠다라고 생각한 이유가 뭔지 지금까지 궁금하다.

다음 동영상을 찾아보면 한상원도 그게 좀 궁금했는지 어쨋는지 한상원이 베이스를 치며 세션하는 게 나온다. 연습량은 역시 많은 거 같고, 기본기도 괜찮은 편이 아닌가 싶다. 다만 세 번 쯤 잼을 하는데 마지막 쯤에 가면 프레이즈가 좀 질린다.

인기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두 팀. 먼저 POE. 맨 처음 눈에 들어왔던 팀이다. 얘네도 키보드&보컬 + 베이스 + 드럼이라는 변칙 구성이다. 더불어 여성 보컬이 밴드의 음악 색을 혼자 다 메고 간다고 봐도 될 만큼 밴드 음악 내에서 위치가 절대적이다.

어쨋든 처음에는 무척 신선하고 재미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까 조금 버거운 감이 있다. 너무 무겁기도 하고, 톤이 일정해서 지루하기도 하고.

 

마지막은 게이트 플라워즈. 이 밴드는 다른 것보다 기타가 너무 귀에 들어왔고 베이스 - 드럼 라인의 탄탄함도 무척 좋았다. 보컬은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그런데 보컬의 이런 이국적인(아니면 흔하지 않은) 톤의 배합 덕분에 보다 더 신선하게 들리는 점이 있다.

여튼 재미있는 밴드다. 게이트 플라워즈의 악어새든가, 초반에 유치원 생들 모아다 놓고 연주하는 곡은 정말 최고다.

 

3. 누가 우승할 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코치해주는 척 하면서 신대철이 기타치는 모습이 좀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살짝 있다.

따뜻, 앵앵, 증거

1. 시험 기간이 끝났나 보다. 도서관은 다시 조용해졌다. 4월 말의 햇빛도 무척 따뜻하다. 2. 운동을 좀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제가 무릎과 발이다. 조금만 무리하면 둘 다 아파. 이 둘이 아프면 유산소, 근력 모두 문제가 생긴다. 스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