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5

버릇

별 볼일 없는 일을 할 때도 테제를 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 방침이나 논거를 정하는 건 90년대 식 버릇이다. 좀 귀찮은 데 잘 안 없어진다. 어차피 신독(愼獨)의 세계라지만 그래도 뭔가 방향성이라도 있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하는 것도 있다. 그래도 결과를 내 놓기 전에 앉을 자리가 제대로 인가 찾는 습성은 그다지 좋지 않다.

블로그를 두 개 운영하고 있다. 여기하고 패션붑이다. 이거 말고 돌아가고 있는 게 두 개 더 있는 데 별로 의미는 없다. 거기다는 뭘 할까 정리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매우 명확하다. 메인은 패션붑과 이곳 발전소다. 패션붑은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원래는 독고다이 패션 크리틱만 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면 쓸 것도 별로 없고, 또 오는 사람도 몇 명 없어서 새 소식이 훨씬 많다. 거기에 '영국의 고급품'이나 '파네라이 시계'같은 나와는 그다지 관계 없어 보이는 이야기도 많다. 파네라이 따위, 누가 던져주기 전에는 내 손목에 걸릴 날은 없다. 그래도 도메인 비용 정도는 그 블로그에서 자체 충당하고 싶기 때문에 조회수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혹시 수익이 많아지면 취재 등으로 폭을 넓히고 싶다.

하지만 패션붑은 태생에 한계가 있는게,  만약 현역 에디터를 하고 있다면 겸사 겸사 비용 없이 취재도 가능하고, 새로운 소식도 훨씬 빨리 접할 수 있게 된다. 에디터가 취미로 나처럼 블로그를 하고 있다면 따라갈 수가 없다. 누가 보도 자료 보내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 구글링에 의존하고 있는데 참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가능한 많이 보태거나 중간에 섞는 걸로 추스려 가고 있는데 사실 조회수 차이가 너무 난다. 이 말은 인기가 없는 이야기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뜻이다.

하루키의 달리기 이야기를 보면(얼마 전 나온 수필집인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뭔가 말하고 싶은게 있어서(여기서 '말'이 꼭 speak라는 워드를 뜻하는 건 아닐테다) 그들이 그렇게 기를 쓰고 달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정말 기를 쓰고 달리는 건가. 그렇게 하고나서 뭔가 할 말이 있는 건가. 잘 모르겠다.

 

발전소는 패션붑에 패션을 몰 면서 잡담과 더불어 책이나 영화, 음악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가만 보니까 요새 내가 책도 영화도 보질 않고 있다. 잡담도 어처구니 없게 수준이 낮다. 그래도 조금 더 정제시켜 이야기를 써놓고 싶다. 경제 이야기만 잔뜩 있는데 문득 아이유 음반 이야기를 해도 너무 이질감을 느끼지는 마시라는 의미에서 써 놓는다.

살짝 덧붙이면 한동안 '연대를 구하여...'가 제목이었는데 바꾼 지 시간이 좀 흘렀다. 나름 기다리던 대처 방법이 오지도 않을 거라는 작은 확신과, 사고 속에서 나름 한계를 실감했기 때문도 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게, 구축해 놓고 수정해 가는 세계관이 옳기는 한 건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이것 역시 진보 진영에서도 인기가 없는 솔루션으로 보인다. 패션에서나 사회에서나 자꾸 인기 없는 것만 고른다. 인기가 많은 것만 골라도 시원찮을 판에 사실 좀, 골치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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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 유지,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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