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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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참 잡담을 좋아한다. 이익되는 건 하나도 없고, 쓸데없는 소리하다 손해만 보는 거 같은데 그래도 참 좋아한다.

2. 일이 애매하고 지지부진하게 돌아가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주체가 아닌 경우에는 괜히 이러쿵 저러쿵 하거나, 아예 챙기며 나서는 것도 오지랖 질 같아서 또 싫다. 소소한 거라면 차라리 내가 챙기마 하고 시그널링이라도 보내고 싶은데 그런 것도 사실 애매하다. 쓸데 없이 오해 먹기 십상이다. 딜레마.

3. 연말이라고 그래도 소소하게 몇 명을 만나거나 대화를 했다. 극히 소소해 라멘을 먹거나 제육 볶음을 먹고 집에 가는 정도. 내 어둠 속 심연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술은 가급적 마시지 않고 있다.

4. 뭘 좀 나르다가 손을 다쳤다. 사진가지고 장난치는 게 꽤 재미있어서 소소하게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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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크게 아픈 건 아닌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물건을 나를 때 잠시 몸에 힘을 줬는데 고작 그것 때문에 몸의 오른쪽 반면이 온통 알이 배겼다. 이게 무지하게 아프다.
여실한 운동 부족, 특히 근력 부족 ㅠㅠ

5. 식스팩 만들어볼까. 가능하기는 한 걸까? / 그다지 좋지 않은 신호 / James Blake는 확 와닿진 않고, Mount Kimbie는 좀 끌리는 게 있다 / 두통이 갑자기 만개하고 있다. 한참 안 아팠는데 / 테리 리차드슨은 한심하다.

6. 기회가 된다면 논리 실증 주의에서 프래그머티즘으로 넘어가는 부분을 조금 깊게 읽어볼 예정이다.

7. 여행은 갈 때는 좋은데 올 때 너무 슬프다. 그나마 갈 때 즐거움이 너무 커서 계속 가게 된다. 만약 가능하다면 돌아오지 않을 여행만 가고 싶다.

8. 가요대전을 봤다. 연말이라는 게 실감나니까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실력 면에서 좀 다른 레벨이라고 할 수 있는 윤미래를 제외하더라도, 워낙 이미지가 많이 소비 된 그룹들이어서 그런지 졸면서 보다가 벌떡 일어나게 할 만한 포스를 느낀 팀은 없었다.

기억 나는 것들을 나열해 보면 - 2NE1 - 박봄이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민지 춤 잘추는 데 보고 있으면 조금 무섭다, 씨엘은 너무 업되지 않았나 싶긴 하지만 연말 라이브니까 그 정도는 뭐 / 미스 에이와 F(X)가 역시 좋다는 생각을 했고 / 원더 걸스는 내가 그래도 자칭 팬인데도 영 별로 였다 ㅠㅠ / 구하라는 너무 너무 말랐다, 어휴.

우리 나라 아이돌들은 사실 군무가 중심인데 카메라가 너무 혼잡하게 나돌아다녀 정신이 없었다. 인피니트 같은 경우에는 뭘 하고 있는 건지도 감이 잘 안왔다.

9. 침잠하고 있다. 명백하게 느껴진다. 이 역시 매우 좋지 않은 신호다.

20111227

Mount Kimbie의 Carbonated를 듣다

이 블로그는 사실 최초의 목적은 패션에 관련되지 않은 모든 쓰고 싶은 말들을 올리는 거였고 두번째 목적은 내 귀찮은 습관 중의 하나인 로그(log)들, 특히 음악과 영화, 도서나 전시에 대해 기록을 남겨두는 거였다. 귀찮은 습관이 더한 생활의 나태함과 만나 한동안 뜸 했지만 그래도 원래 하던대로 이제는 좀 챙겨나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Mount Kimbie의 Carbonated를 들었다. 아마도 2011년에 나온 EP로 4곡에다가 Carbonated라는 곡의 두가지 리믹스 버전이 들어있다. 네이버 뮤직은 나름 광활해 Carbonated는 들을 수있다.

사실 모르는 밴드였는데 알게 된 과정은 Nightmares on Wax를 듣다가, 간만에 이런 걸 들으니 재미있구나, 뭐 좀 다른 거 없나하고 뒤적거렸고, 올뮤직 가이드의 비슷한 뮤지션 중에서 발견했다.

올뮤직 가이드의 비슷한 아티스트 목록은 뭔가 듣다가 비슷한 걸 들어보고 싶은데 딱히 정보가 없을 때 찾아가기는 하지만 보통은 정말 허접하고 믿지 못할 리스트들로 엮여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치포크의 리뷰도 뒤적거리다가 나온 자켓 사진이 꽤 마음에 들었다. 뭐 이런 과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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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듣는 음악의 방향이 그쪽으로 뻗어있는지 덥스텝 계열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덥스텝은 장르 이름은 폼나게 들리기는 한데 El-B를 비롯해 Skream, N Type 그리고 플라스틱맨이나 리차드 제임스의 몇가지 작업들을 듣기는 했는데 시기적으로 뭔가 잘 안맞았다. 한창 사운드스케이프가 쌓이는 걸 좋아하던 시절에는 차라리 아예 Chill Out이나 D'n'B가 더 맞았던 거 같다.

그러다가 제임스 블레이크를 좀 끄적거리다(이건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거쳐서 Mount Kimbie에 잠깐 멈췄다.

딱 자켓 같은 음악을 한다는 점에서 이건 표제 음악인가 뭐 이런 생각도 잠시 했다. 다만 아쉬운 건 매우 폼나기는 하는데 공간(엠비언트)을 활용하는 방식이 뭔가 모자르다고 할까, 포스가 부족하다고 할까 그런 게 있다. 잘 흘러간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 하는 게 별로 없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니 그려려니 하고 있다.

어쨋든 이 시간에 일부러 커다란 헤드폰을 꺼내 듣는 걸 후회할 정도는 아니었다. 2010년에 나온 정규 음반 Crooks & Lovers를 조만간 들어봐야겠다. 나는 결국 이런 것도 좀 좋아하나 보다.

20111225

헨리 페트로스키의 '연필'을 읽다

연필을 꽤 좋아한다. 퉁 쳐서 문구류를 꽤 좋아해 사실 자잘하게 가지고 있는 것도 많다. 연필은 지금 추세로 봐선 평생 써도 남을 만큼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주 많이 가지고 있는 건 아닌데, 연필 하나를 몇 년 쓰는 거 같다.

그렇다고 레어템들을 모으는 수집가 타입은 아니다. 그렇게까지 귀찮은 짓은 못한다.

수집 스타일이라기보다 가능한 많은 모델을 선정해 테스트해 보고 최적의 모델부터 습득의 편리함(애써 골랐는데 단종되면 곤란하다), 가격대(자루당 만원 이러면 매우 곤란하다) 등을 고려해 하나의 제품을 고르는 방식을 선호한다. 결론이 나오면 가능한 잔뜩 쌓아둔다.

그러다 질리면 또 가능한 많은 모델... 을 반복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최초 비선택 된 제품들은 나름 이유들이 있기 때문에 이거는 뭐가 아쉽고, 저거는 뭐가 아쉽고 하는 이유로 보통은 처음 선택한 모델로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런 식으로 결정한 것들이 꽤 많다. 연필, 연필깎이, 지우개, 만년필, 볼펜, 메모장, 필통을 비롯해 컴퓨터용 쿨링팬,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 패드, 아이폰 케이스, 텀블러, 물통, 속옷, 양말 등등등. 굉장히 귀찮은 성격이다. 나도 안다.

어쨋든 이렇게 선택된 연필은 파버 카스텔 9000이다. 네 박스 정도가 쟁겨져 있다(요즘에 약간 모델 체인지가 있어서 얼마 전 그냥 한 자루를 샀는데 약간 달라진 걸 느꼈다). 그리고 테스트 용으로 구입했던 연필들이 여전히 수두룩하다. 몽당 연필 버리는 게 아까워서 연필 홀더도 몇 가지가 있다.

연필 홀더의 세계도 꽤나 넓고 깊다. 영어로 extender라고 한다. Lyra에서 나온 나무로 된 걸 하나 구입하고 싶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영 파는 곳이 없어 망설이고 있다.

http://macrostar.egloos.com/4781363

 

얼마 전에 우연히 저 책을 발견했다. 보통 연필에 대한 책은 괜히 감상적이거나, 무슨 추억담이거나, 아니면 매우 폼나게 찍힌 사진들이 잔뜩 실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전혀 그런 게 아니다. 쉽게 생각하고 심심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꼼꼼하게 적혀 있어서 오래 걸렸다.

001.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002. 연필의 조상을 찾아서
003. 연필이 없었을 땐 뭘로 썼을까
004. 연필의 역사
005. 어떻게 연필 속에 심을 넣었을까
006. 더 좋은 연필을 발견인가 발명인가
007. 연필 산업의 비밀
008. 싹트는 미국의 연필산업
009. 소로우의 연필 사업
010. 아주 좋은 것도 더 나아질 수 있다
011. 연필의 미래

이게 목차. 헨리 페트로스키는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듀크대학 석좌 교수다.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두껍게 쓰다니, 하는 감탄이 잠시 일어났다. 저자는 하지만 연필에 대해 감탄한 상태로 이런 저런 모델들을 개더링하는 수집가 스타일에 가깝다.

재미있냐 그러면 재미는 없다. 하지만 연필을 좋아한다면 가져다 놓고 그 역사를 잠시 느끼며 뒤적거리기 좋은 책이다. 무슨 브랜드가 좋고 이런 정보는 거의 없다. 마트가면 파는 노란색 몽골이 제일 좋다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있는데 뭐(참고로 몽골은 나무가 쓰레기라 심지어 연필깎이를 망친다).

20111222

두 개의 기사, 나눔과 복지

http://www.welfare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29314

월곡동에서 사고가 있었다. 위 기사 참조. 가장 큰 원인은 기초 생활 수급자 대상 탈락과 깎임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무허가 판자촌에 들어갔고, 거기서도 간호 비용으로 아슬아슬하게 생계를 이어갔고, 이 모든 것들은 8분의 화재로 다 사라졌다.

 

http://www.hg-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835

이건 성북구 트위터에서 올라온 기사다. 내용은 안타까운 소식에 성금이 많이 모였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냉방의 방에서 자는 사람이 없도록 나눔과 봉사의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를 위해 협의체가 구성되었는데 구성원은 개인 사업자, 종교인, 복지관계자, 공무원, 봉사단체 회원 등등이다.

복지 협의체와 사회 복지관, 그리고 공무원이 끼어 있고, 성북구에서 장례비와 치료비 240만원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이를 민관이 함께 발 벗고 나서는 미담으로 소개했고, 이런 게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구조적인 문제다. 실질적인 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복지 자금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만약 다 제대로 돌아간다고 하면 그 액수에 문제가 있다. 법률이나 시행령 그리고 시행 방법의 어떤 부분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언제든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저렇게 병이나 다른 이유로 기초 수급을 못 받거나 삭감된 노인이나 가족이 사선 가까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성북구는 저걸 미담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물론 미담이다. 누군가 자발적으로 나눔과 봉사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저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자발적인 나눔과 봉사는 어쨋든 부차적인 일이다. 복지 분야 정책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고, 잘 집행되는 상황에서 모자라는 부분이나 일손이 딸리는 부분을 봉사로 채울 수는 있다.

하지만 저 기사에서 볼 수 있듯 딱히 다른 해결책은 없다. 나눔과 봉사가 이 문제의 유일한 솔루션이다.

그렇지만 나눔과 봉사가 복지 문제의 대책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건 어디까지나 자발에 의한 것이고 그러므로 임의적이다. 어디에 구멍이 나도, 누군가 정작 필요한 사람이 도움을 받지 못해도 그것은 이 체제 자체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산물이다. 그리고 누구의 책임도 없다.

결국 돌아다니며 예방을 하고, 또 누군가 저런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 훈훈한 미담이나 몇 개 더 등장하고 마는 일이 반복된다.

대체 왜 다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모여 나눔과 봉사를 계속 펼치는 거 같은데 계속 저런 사고가 발생하는가. 왜 매년 동지날(12월 22일, 오늘이다)에 죽어간 노숙자에 대한 추모제가 서울역에서 열리는가.

애초에 소 잃고 외양간 땜질하듯, 근본적인 부분은 아무도 손보지 않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진짜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한 정책 자체가 나눔과 봉사 따위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의 하나 나눔과 봉사가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져도, 아무도 구걸인들에게 동전을 던져 주지 않게 되더라도 법의 보호 아래서 저런 사람이 없어야 하는 게 제대로 된 세상이라고 믿는다.

20111222

가끔 몸에서 냄새가 난다. 날씨에 지레 겁을 먹고 너무 두꺼운 옷을 입을 때가 있다. 바쁜 걸음으로 조막만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따뜻하게 데워진 지하철 의자에 앉았을 때 기분 나쁜 냄새가 목덜미 사이로 올라온다. 부랑자의 냄새다. 뭔가 지긋지긋해진다. 이어폰을 꼽은 채 시시한 노래들을 듣지만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다. 이 냄새가 옆 사람에게는 안 났으면 좋겠다. 부랑자 놀음은 누구에게는 유희지만 누구에게는 닥쳐오는 현실이고, 누구에게는 삶 그 자체다. 이런 말이 무섭다.

요즘 음악을 듣는 패턴은 두 가지다. 하나는 네이버 뮤직에서 TOP 50이나 신곡 50을 듣는다. 어디까지나 hear의 레벨이다. 그러다가 뭔가 listen하게 되면 기억에 남겨 놓는다.

또 하나는 아이튠스에서 랜덤 플레이다. 이상하게, 곡들이 참 많이 들어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들리는 건 다 비슷비슷하다. 내가 모은 곡들이니 취향이기 때문인가. 하지만 아이유부터 소닉 유스까지, 올맨 브라더스에서 에릭 돌피까지, 몽골800에서 라흐마니노프까지 나름 커버하는 범위가 넓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비슷한 느낌의 정체가 같은 플레이어에 같은 EQ 세팅, 같은 이어폰 때문인건가 생각하고 있다.

어쨋든 이렇게 듣다가 뭔가 마음에 들거나 하면 앨범을 돌린다. 지금은 Nightmares on Wax의 Carboot Soul 음반을 듣고 있다. Belle and Sebastian의 You don't send me, Pavement의 Stop Breathing, 하마사키 아유미의 walking proud에 이어 Nightmares on Wax의 fren the middle이 나왔고 그래서 Carboot Soul을 듣기 시작했다.

침잠된 목소리로 시원찮은 곡을 연주한다. 시시하지만, 지금 상황에 꽤 잘 어울린다. 나는 지금 손에서 나는 냄새에 괴로워하고 있고, 비누로 몇 번을 씻고 왔고, 방은 코 감기의 흔적들 - 휴지들 - 이 널려있다. 편의점에서 사 온 위생천을 두 병 마셨고, 그래서인지 배가 고프다. 그래픽 카드의 이상으로 컴퓨터는 수시로 꺼진다. 지금 끄적거리는 이 글도 난데없이 꺼지면 사라질 것이다. 묘한 긴장감이다.

손에서 냄새가 난다. 70정도는 담배 냄새고 30정도는 강아지 냄새다. 가끔은 살 냄새가 난다. 가끔은 남의 냄새가 난다. 나는 냄새에 민감하다. 이 냄새가 싫다, 라고 생각한다. 무취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항상 무슨 냄새인가가 난다.

내 방에는 시계가 없다. 째깍거리는 소리 속에서는 절대 잠을 못들기 때문이다. 무소음 벽 시계를 사 볼까 했는데 관뒀다. 마리메코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판매하는 인조 잔디가 깔려있는 벽 시계는 참 예뻤다. 잔디를 좋아한다. 학교 다닐 때는 수시로 잔디밭에서 잠이 들었고, 얼굴의 반쪽만 새까맣게 탔다. 그래도 바삭거리는 소리와, 냄새와, 스며들어있는 수분의 기분 좋은 조합이 좋다.

밤이다. 아니 새벽이다. 이 1년 간 시간에 잠 들어있던 날이 며칠 되지 않는다. 아마 열 손가락 안에 다 들어갈 것이다. 4시가 되면 세상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난한 자들은, 그냥 굶어 죽을 생각이 아니라면, 그 때부터 움직여야 한다.

다음 주에는 사람들을 좀 만나고 싶다. 오랫 동안 못 봤던 사람들을 만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경우도 있을테고, 괜히 만났나 싶을 때도 있을테고, 어떤 기대감 같은 거에 부풀 경우도 있을테다. 만나고 싶지만 못 만나는 경우도 있을테고, 만나고 싶지 않지만 만나는 경우도 있을테다. 몇 명 글자로만 아는 사람들을 보고 싶은데,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다.

어쨋든 그런 게 인생이니까. 하지만 31일까지 이제 며칠 남지가 않았다. 마음은 꽤 조급한데, 몸은 위태로울 정도로 느긋하다.

플레이는 랜덤으로 다시 바뀌었다. 알리의 365일을 듣는다. 이 다음 노래는 Pink Floyd의 Us and Them이고(코러스가 너무 진득해서 별로다), 아이유의 좋은 날 Inst 버전이다. 그 다음은 the Beatles의 I'm Happy Just to Dance with You다. 이 곡은 A Hard Day's Night에 실려있다.

이렇게 새벽이 또 지나가고 있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별로 없다.

20111220

20111217

김정일이 사망했단다. 사회 분위기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정리가 참 안되는 문제라(북한 문제는 전반적으로 잘 모르겠다) 이런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건 참 조심스럽지만 그냥 생각나는 이야기들만 내리 써 본다.

김일성의 경우에는 그래도 이런 저런 '다난한 일'을 거치며 권력을 쌓은 느낌이 있다. 1912년 생이니까 미국으로 치면 greatest generation의 첫 자락이고(위키피디아의 greatest generation 링크) 그 때 쯤 태어난 사람들이 다 그렇듯 역사의 가장 복잡하고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에 살았던 사람이다.

뭐 그 때 태어난 게 자기 뜻도 아니고, 그 역사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운명... 팔자니 의미를 축소할 수도 있겠지만 어쨋든 공사다망한 시기들이다.

그런 사람이니 죽었을 때 뭔가 좀 복잡한 생각들이 있었다. 하지만 김정일의 경우 조금 다르다. 말하자면 아무리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어도 정주영은 밑바닥을 조금은 알고 거기서 뭔가 일으킨 사람이지만, 정몽구나 정몽준은 시작할 때부터 견고한 망 안이었기 때문에 결국은 부모 덕이지 뭐하는 거와 같다. 이병철은 원래 좀 부자였던 걸로 알고 있다.

어쨋든 이런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민감도가 무척 큰 상황에 처해 있었고, 이런 저런 일들을 거쳐 세계관을 확립한 사람들이다. 그 세계관에 동의하든 안하든, 그리고 범법 행위에 대한 처벌 문제의 유무가 있든 없든 이런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세계관 형성을 약간은 이해를 하는 편이다.

- 이게 참 말로 하기가 어렵네.

 

하지만 김정일의 경우, 위원장 임명 전후 등 시기에 물론 복잡하고 정치 권력 투쟁이 있었겠지만 어쨋든 김일성 아들이라는 타이틀을 날 때 부터 지니고 있던 사람이다. 뭔가 딱히 바꾼 것도 없고, 그냥 철저하게 가지고 있는 것들을 수호함,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키움으로 일관했다. 아까 위의 정 씨 자손들이나 삼X 기업의 이XX와 그의 1남 2녀가 그런 사람들이다. 나는 이런 사람에는 사실 거의 관심이 없는 편이고, 뭘 했다고 하든 그려려니 싶다.

정리해 보면 뭔가 일으켜 세운 거에는 관심이 많은데(새로운 포지셔닝 실현), 그걸 강화하고 넓힌 건(포지셔닝의 강화, 확대) 관심이 확 떨어진다.

 

결국 김정일은 내게 별 관심이 없는 종류의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83년생(이름은 잊어버렸다)의 흥망성쇄는 좀 궁금하다. 그가 체제를 굳건히 하려면 역시 러시아나 중국의 도움이 필요할 테고, 만약 쿠테타가 일어난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싶다. 뭔가 숨가쁘게 움직일텐데 말했든 무슨 사건이든 초기 민감도가 매우 큰 상황이다.

어쨋든 10.26에서 12.12까지 2개월이 채 안 걸렸었다. 우리의 역사가 그들에게 교훈이 되길.

20111216

불균형

1. 어디선가 쌀독에 마늘 몇 쪽을 넣어 두면 벌레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쌀독도 없고, 그냥 종이 봉지채(이건 가마니는 아니고 뭐라고 하지, 포대) 두고 있는데 쌀벌레를 딱히 많이 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벌레는 찝찝하니 마늘 몇 쪽을 던져 두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시작되었다. (아마도) 쌀 포대에서 기어 나온 게 확실한 새까맣고 단단해 보이는 몸체에 느리게 - 하지만 꾸준히 기어다니는 그 놈들이 사방에 널리기 시작했다. 마늘은 살균의 기능은 없고 그저 쫓아내는 기능만 있는 모양이다. 왜 이렇게 많은 겨. 나는 지금껏 벌레를 함께 먹고 있었던 것인가.

여튼 사방에 기어다닌다. 지금 이 순간 내 몸 어디엔가도 있지 않겠나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2. 예전에 바퀴가 몇 마리 보이길래 방치해 둔 적 있다. 그랬더니 4월, 5월 따뜻함과 함께 대 창궐 집이 점렴당해 버렸다. 아, 빼앗긴 나의 쉴 곳이여. 딱히 생각나는 방법이 없어서 스프레이와 파리채, 고무 장갑과 후레시를 든 채 온 집 구석구석을 뒤져 그들을 말살시켰다.

일요일 오후의 수많은 학살 끝에 일단 사태는 진정이 되었고 약 1년 정도 바퀴는 사라졌다. 하지만 물론, 끝은 아니었다. 이건 청소와 정리 습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저절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여튼 저번보다 더 심할 때 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방치되었고, 바야흐로 새벽에 화장실에 가는 동안에도 몇 마리가 밟혀 죽는 초만원 사태를 초래했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그 사각 사각거리는 소리의 섬뜩함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다.

인터넷을 뒤져 새로운 솔류션을 찾다가 발견한 건 맥스포스겔인가 맥스파워겔인가 뭔가 하는 약. 밑져야 본 전 식으로 그 약을 옥션에서 구입해 설치했다. 종이에 설치 위치 지도까지 표시하며 처음 1개월 동안 두고 다 회수, 다시 2개월 두고 다 회수, 80% 두고 3개월 이런 식으로 1년이 흘렀다.

사실 첫 3개월 째에 그들은 거의 모두 학살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6개월 정도 더 교체를 했다. 스프레이와 파리채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량 학살의 방식이다. 혹시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아직 남아있는 약은 보관중이다.

이렇게 2~3년 쯤 지났는데 아직까지 그들은 레욱트라 전투에서 패배한 스파르탄처럼 두번째 대학살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그 다음에 나타났는데 아마도 지역의 맹주였을 바퀴가 순식간에 사라지자 돈벌레, 짚신 벌레에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이상하게 생긴 벌레들이 갑자기 창궐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에서든 자연은 균형을 이루고 있고, 그 균형이 문득 깨지면 엉뚱한 것들이 창궐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건 문득 창궐한 벌레의 자기 능력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환경 변화에 의한 능력 밖의 일이므로 다 한때이고 그런 시절은 사라져간다.

20111215

알리, 영혼이 있는 마을을 듣다

우선 음반 이야기.

순간 임팩트가 대단한 가수가 있고, 음반으로 곱씹으면서 들어야 그 가치를 알게 되는 가수가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일단 알리는 임팩트가 강하다. 불후...에서는 대단했다. 목소리, 동작, 표정 등 그런 종류의 경연에서는 어지간하면 경쟁자가 따라잡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효린은 약간 다르다. 그는 댄스 중심의 걸그룹의 멤버고, 불후...는 과외 활동이다. 거기서 갭이 만들어지고 발란스가 만들어진다. 갭을 유지하는 건 중요하다. 현아나 아이유가 나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데(음악을 떠나 인간 자체가), 그 이유는 갭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착하고 성실하고 연예인같은 소시나 원걸하고는 다르다.

그게 의도한 것이든, 훈련한 것이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든 그런 건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자연스러운 거라면 정말 연예인이 될 것이고 훈련이면 언제가 깨질 지도 모른 다는, 그래서 무너지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존재하는 정도다. 어쨋든 21세기 초반의 완성형 아이돌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임팩트가 강하다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건 아니라는 것과, 더구나 노래를 잘 한다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노래는 좋은 음악을 위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어쨋든. 음반은 풀로 듣기에는 약간 지루하고 질린다. 임팩트 강한 목소리가 계속 머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랜덤으로 듣다가 다른 곡 속에서 한 두 곡 흘러나오는 건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다. 어차피 정규 음반을 내 놓기는 했어도 싱글로 활동할 테니 알리 자신에게는 별로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타이틀인 '촌스럽게 굴지마(feat. 용준형)'도 나쁘지 않고, 음반 나오기 전에 싱글로 나왔던 '뭐 이런 게 다 있어'도 괜찮다. 이 곡과 비슷한 연장선 상에 있는 '365일'도 요즘처럼 추운 날에 잘 어울린다. 깝깝하고 속 터지는 가사의 노래를 불러도 이소라의 그것처럼 심연으로 치닫지 않기 때문에 깔끔한 맛이 있다. '뭐 이런 게 다 있어'를 부를 때의 알리는 참 좋다.



그리고 나영이. 처음에 신문에서 기사를 읽고 오바하는 거 같은 데라고 생각은 했다. 역시 바로 논란이 되었다. 딱히 네가티브 이슈 메이킹도 아닐거라고 생각하고(그게 효과가 있기나 할까와 불후..로 좋은 이미지를 쌓기 시작한 입장에서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당이 아마츄어도 아니고), 뭐 시작은 좋은 뜻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무지가 잘못을 소각하지 못한다.

약간 더 넓은 이야기를 해보자.

약자를 위한 착한 일이라는 건 그저 의도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상 급식, 몸을 팔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아프리카와 인도의 어린 여자아이들, 축구공을 만드는 중국의 어린이들에 대해 그냥 뭐든 도와주면 되겠지하는 안일하고 자기 만족적인 구호 활동들이 대부분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한 건 그 때문이다. 이런 건 매우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고,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가능한 모두 고려해야 하고, 그러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수정해 가야 한다. 

똑똑한 NGO들이나 지식인들이 많드는 복지 정책이 정작 가난한 이들에게는 별 혜택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들도 이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이 임대 주택 8만호 건설 계획 같은 걸 다른 방식으로 바꾸게 하는 진보 진영의 압력이 무척 거세다. 그걸 굉장히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건 그 때문이다.

어쨋든 상상으로는, 그리고 책상 앞에서는 결코 다른 사람이 처지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그건 분명하다.



논란의 알리의 그 노래가 어제(12월 14일)부터 제작되는 씨디에서 빠졌고, 오늘 부(12월 15일)로 음원 사이트에서 삭제되었다. 수록곡이 11->10으로 바뀌었는데, 그럼 보너스 한 곡이라도 줘야 되는 거 아닌가. -_-

PS 이 문제는 약간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가 바뀌었다. 상상력은 현실을 결코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일단 써놓은 건 이렇게 둔다.

버릇

별 볼일 없는 일을 할 때도 테제를 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 방침이나 논거를 정하는 건 90년대 식 버릇이다. 좀 귀찮은 데 잘 안 없어진다. 어차피 신독(愼獨)의 세계라지만 그래도 뭔가 방향성이라도 있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하는 것도 있다. 그래도 결과를 내 놓기 전에 앉을 자리가 제대로 인가 찾는 습성은 그다지 좋지 않다.

블로그를 두 개 운영하고 있다. 여기하고 패션붑이다. 이거 말고 돌아가고 있는 게 두 개 더 있는 데 별로 의미는 없다. 거기다는 뭘 할까 정리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매우 명확하다. 메인은 패션붑과 이곳 발전소다. 패션붑은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원래는 독고다이 패션 크리틱만 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면 쓸 것도 별로 없고, 또 오는 사람도 몇 명 없어서 새 소식이 훨씬 많다. 거기에 '영국의 고급품'이나 '파네라이 시계'같은 나와는 그다지 관계 없어 보이는 이야기도 많다. 파네라이 따위, 누가 던져주기 전에는 내 손목에 걸릴 날은 없다. 그래도 도메인 비용 정도는 그 블로그에서 자체 충당하고 싶기 때문에 조회수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혹시 수익이 많아지면 취재 등으로 폭을 넓히고 싶다.

하지만 패션붑은 태생에 한계가 있는게,  만약 현역 에디터를 하고 있다면 겸사 겸사 비용 없이 취재도 가능하고, 새로운 소식도 훨씬 빨리 접할 수 있게 된다. 에디터가 취미로 나처럼 블로그를 하고 있다면 따라갈 수가 없다. 누가 보도 자료 보내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 구글링에 의존하고 있는데 참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가능한 많이 보태거나 중간에 섞는 걸로 추스려 가고 있는데 사실 조회수 차이가 너무 난다. 이 말은 인기가 없는 이야기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뜻이다.

하루키의 달리기 이야기를 보면(얼마 전 나온 수필집인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뭔가 말하고 싶은게 있어서(여기서 '말'이 꼭 speak라는 워드를 뜻하는 건 아닐테다) 그들이 그렇게 기를 쓰고 달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정말 기를 쓰고 달리는 건가. 그렇게 하고나서 뭔가 할 말이 있는 건가. 잘 모르겠다.

 

발전소는 패션붑에 패션을 몰 면서 잡담과 더불어 책이나 영화, 음악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가만 보니까 요새 내가 책도 영화도 보질 않고 있다. 잡담도 어처구니 없게 수준이 낮다. 그래도 조금 더 정제시켜 이야기를 써놓고 싶다. 경제 이야기만 잔뜩 있는데 문득 아이유 음반 이야기를 해도 너무 이질감을 느끼지는 마시라는 의미에서 써 놓는다.

살짝 덧붙이면 한동안 '연대를 구하여...'가 제목이었는데 바꾼 지 시간이 좀 흘렀다. 나름 기다리던 대처 방법이 오지도 않을 거라는 작은 확신과, 사고 속에서 나름 한계를 실감했기 때문도 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게, 구축해 놓고 수정해 가는 세계관이 옳기는 한 건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이것 역시 진보 진영에서도 인기가 없는 솔루션으로 보인다. 패션에서나 사회에서나 자꾸 인기 없는 것만 고른다. 인기가 많은 것만 골라도 시원찮을 판에 사실 좀, 골치가 아프다.

20111213

굿 바이 게리 무어


게리 무어의 솔로 앨범을 처음 들어본 게 언제였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도 ‘Still Got the Blues’가 나왔던 1990년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도 LP로 가지고 있다. 필 리뇨트가 있던 밴드 스키드 로우의 멤버였기 때문에 계보 외우던 시절이라 그 존재를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어쨋든 개인적으로는 나름 듣보잡 기타리스트였다.

스틸 갓 더 블루스에서도 지금 기억을 떠올리라면 생각나는 건 스틸~ 갓 더 블루~스 하는 타이틀 곡의 후렴구와 자켓 뒷 면에 찍혀있던 햄버거 사진 정도다. 본토 햄버거 맛을 잘 모르던 당시의 나로서는 그 큼지막하고 뭔가 잔뜩 들어있는 햄버거가 너무나 맛있게 보였다.


여튼 아무리 잘 만들어도 퓨전 음식 따위 보다는 제대로 만든 원형 보존형 된장 찌개가 더 가치있지 않냐하는 마인드를 지니고 있는 나에게 게리 무어는 영 마뜩치가 못했다. 하필 주 장르도 그 고고한 이름, 장르의 아버지 블루스다.

거기다가 이름이 게리 무어가 뭐야. 블루스라면 역시 존 리 후커, 비비 킹, 티 본 워커 같은 멋지구리한 이름이어야 했다. 한번 양보해서 백인이면 라이 쿠더나 스티브 레이 본 정도면 그래도 이름을 되뇌이는 보람은 있다.

그리고 블루스라면 미시시피나 오스틴 근처 출신이어야지 하는 마음도 한 몫하고 있었다. 아일랜드 벨페스트에서 온 백인 블루스 기타리스트라니. 2억 만리 타향에서도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가 울렁거리며 들리는 거 같은 데 왜 데모 안하고 블루스 같은 걸 하는거야 라는 어린 아이 적인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결정적으로 스타 대접을 하기엔 너무 못 생겼다. 뭐 편협하든 말든 열광하기에는 3가지나, 그것도 크리티컬한 제약 조건들이 있다.



게리 무어는 1952년 생이다. 고향은 벨페스트인데 1968년에 더블린으로 이사를 간다. 앨버트 킹이니 더 쉐도우니 더 비틀즈니, 아니면 고향 동네 사람 존 메이얼이니 이런 저런 영향을 받던 그에게 나타난 멘토가 있었으니 바로 플릿우드 맥의 피터 그린이다. 나중에 트리뷰트도 내고, 피터 그린이 쓰던 레스폴 기타도 사들이고 그런다.

어쨋든 블루스를 하긴 하는데 미국에서는 별로 알려지지가 않았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꽤 히트를 친다.

68년 더블린에 와서 필 리뇨트의 스키드 로우에 합류한다. 그리고 1973년에 첫 솔로 음반을 내 놓는다. 필 리뇨트는 69년에 씬 리지를 시작하면서 나름 바쁜 와중인데도 게리 무어의 솔로 음반에 많은 도움을 줬다. 78년에 나온 파리지안 워크웨이 등 여러 곡들을 필 리뇨트랑 같이 만들었다.

여튼 그 이후도 나름 장르 따위 가리지 않고 선 굵고 출렁거리는 리듬이 필요한 곳이라면 이런 저런 밴드와 이런 저런 뮤지션들과 함께 꽤 여러가지 작업들을 했다. 참여 한 작업들만 봐도 앨버트 킹, 비비 킹, 밥 딜런, 코지 파웰, 앤드류 로이드 웨버, 진저 베이커, 폴 로저스, 오지 오스본 등 대중 없다.

어쨋든 80년 대에는 그는 록에 보다 집중하고 있었고, 그러다가 90년에 스틸 갓 더 블루스를 내 놓으면서 내가 이래뵈도 블루스 좀 한다고~ 하면서 돌아온다. 내가 게리 무어를 들은 건 이 시점이고 당시에는 사실 그가 80년 대에 뭘 했는지 잘 몰랐다.

그리고 이때 아일랜드 출신 음악인들이 국내에서도 약간 주목을 받으면서 잡지에도 다뤄지고 그랬다. 하지만 엔야, 뷰욕, 게리 무어, U2라니 각각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리고 또 솔직히 말하면, 80년대에 나름 유럽의 네임드였다는 걸 알았다고 해도 고향이랑 이름이랑 못 생긴 게 어디 가는 것도 아니니 뭐 그저 그렇게 생각했을 거 같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흘러 1999년 A Different Beat 이후 게리 무어는 나에게서 완전 멀어져 갔다. 문득 옛날 음악이 생각 나 블루스나 들을 까 해도 선택지에 게리 무어가 포함되기는 어려웠고(필라델피아의 거장들이 CD장에 곤히 잠들어 있다), 그렇다고 옛날 록을 들을까 해도 게리 무어가 포함되기는 어려웠다. 이 즈음 연도라면 차라리 데프 레퍼드 초기 음반이나 UFO가 낫다. 차라리 필 리뇨트는 씬 리지가 있기 때문에 그래도 종종 듣게 된다.

게리 무어는 전반적으로 이런 포지셔닝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그의 기타 톤을 레퍼런스로 삼는 사람도 있을테고, 또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수많은 기타리스트들의 리스트도 있다. 하지만 그는 ‘전설’의 느낌보다는, 언제나 옆에서 그 우울한 얼굴로 선 굵은 기타 톤을 뽐내는, 하지만 있는 지 없는 지 잘 모르는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이 더 크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2011년이 되었고,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부고가 들려왔다. 2월 6일 여자 친구와 스페인 에스토니아의 한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다가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

10년 만에 들은 소식이 사망 소식이라니- 오호 통재라 하는 아련한 생각이 없을 수가 없다. 뭐 이게 뭐냐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어쨋든 한 시절 햄버거 사진을 보며 열심히 들었던 음악이고, 기타 키즈들이 대게 그렇듯 파리지안 워크웨이를 둥둥 거리던 시절이 있었던 거다. 그 시절 듣던 음악들은 어딘가 짠 한데가 있다. 자잘하니 모아진 용돈으로 이 달에는 무슨 LP나 테입을 살까 고민한 흔적이 녹아 있고, 좋던 싫던 적어도 한 달은 죽어라 들어 대던 음악이다.

중고등학교 때 듣던 음악, 보던 영화인 들의 부고 소식은 이렇게 시대가 마감되어 가는 구나 하는 생각을 점점 굳게 만든다. 어렸을 적에는 다들 멀쩡히 살아있었고, 부고가 들리는 아티스트들은 책으로나 접하던 사람들이라 몰랐는데 요즘 들어서는 누가 또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런가... 하는 상념에 빠진다. 이왕이면 다들 천수를 누리며 행복하게 제명까지 살면 좋겠다.

간만에 게리 무어를 듣고 있다. LP를 PC로 옮기지 못해 어디서 우연히 들리는 거 아니고는 전혀 듣지 못했는데 정말 오래간 만이다. 네이버 뮤직을 뒤져보니 거의 모든 곡들이 다 올라와 있다. 소리가 너무 깨끗한 게 약간 낯설고, 알량한 이어폰으로 듣느라 예전에 그 미드 레인지 음역대를 잘 살려 놓은 굵은 기타 톤이 쿵쿵 거리며 뱃 속을 울리는 느낌이 없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뭐 하나 변한 것 없이 감상적이고, 여전히 조금씩 오글거리게 유치하다.

싫다는 게 아니다. 그런 게 바로 게리 무어다.

20111207

나불나불대는 소리

1. 잡담. 뭘 해도 십원이라도 되는 걸 해야 함,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스타팅 포인트를 잘 못찾고 있다. 이런 방면으로는 영 재주가 없나... 어쨋든 나불나불.

2. 전반적으로 블로그에 나불대는 포스팅의 depth가 떨어지고 있는 걸 느낀다. 마지널한 포인트에 놓여 있는 자의 숙명인가 싶기도 하지만 더 열악한 상황에서 더 나은 이야기를 쓰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기본적인 것게 갖춰져야 뭐든 하려는 마음을 먹는 건 내 운명의 저주이고, 훈련으로 극복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어쨋든 해결되면 그래도 나름 괜찮을텐데 싶기는 한데, 세상에 기본이라는 게 참 어렵다.

3. 나도 난로에 주전자 올려놓는 작업실이 있었으면 좋겠다. 떡도 구워먹고.

4. 네이버 탑 100(최근 멜론에서 네이버 뮤직으로 갈아탔다)을 제외하고 요즘 듣는 음악은,

이디오테잎 : 11111101 - 신나는데, 풀 앨범을 듣기에는 좀 지겹다. 오래 듣기에는 소리가 많이 지루해진다라는 점이 다프트 펑크와의 차이점이다. 다프트 펑크가 안 지루하다는 건 아니고. 순간 임팩트가 큰 음악일 수록 이런 경향이 강한 듯 하다.

DJ Shadow : The less you know, the better - 5년 만에 나온 정규 음반. 천재, 라는 느낌은 예전 정도는 안 든다. 그래도 뭐 방에 멍하니 앉아 있을 때 듣는 음악으로 DJ Shadow 만한 것도 몇 개 없다.

Hotei with Fellows : All time Super Guest - 보위의 호테이 토모야스 30주년 기념으로 베스트 앨범에다 게스트를 초대해 함께 연주한 음반. http://tower.jp/item/2900909/ALL-TIME-SUPER-GUEST 이거. 난 이 사람 기타의, 교과서 적이지만 명료한 사운드를 꽤 좋아한다.

Amy Winehouse : Back to Black - 에이미 와인하우스도 그렇고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그렇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면 연습을 참 열심히 했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일단 이들의 이미지 상, 노래 부르는 테크닉 같은 걸 코치 받으며 그걸 극복하려고 열심히 반복하는 게 상상이 잘 안간다. 대체 언제 하는 거야. 어쨋든 에이미의 목소리는 굉장하다. 안타깝다.

한때는 로우 파이 음악에 나름 심취한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다지 땡기지 않는다. 취향이란 돌고 도는 거니 나중에 또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일이고. 뭐 이런 것들.

5. 무한도전을 3주 정도 안봤다. 저번 주에 박명수 12세인가는 봤다. 나름 무한도전 좀 봤다고 하는데, 몇 주간 전혀 안 땡기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달력도, 꼬리 잡기도 별로 궁금하지가 않다.

요즘 계속 보는 버라이어티는 무한걸스. 멤버 체인지가 대충 끝나고 송은이-백보람-김신영-김숙-신봉선-안영미-황보 체제로 완성되었다. 7명은 3시즌 정도 한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은 듯. 어쨋든 요새 무한걸스는 막장 버라이어티의 왕이다. 말도 안되게 웃긴다.

또 하나 보는 건 힐링 캠프. 장소 섭외가 참 좋아서 저기에 놀러가고 싶다, 라는 기분으로 본다. 청춘 불패도 다 봤는데(이제 4회인가 그렇다), 역시 저기에 놀러가고 싶다, 는 기분으로 본다. 거기에 더해 강지영이 꽤 재밌다. 어떻게 그렇게 안 어색하게 할 수가 있는 거지.

6. 민음사 출판그룹 연말 페밀리세일 진행합니다! 이번주 주말 이틀간 최대 70%할인! 민음사 최초 페밀리세일, 책공장에 초대합니다:) http://bit.ly/ua9hOe

라는 트윗을 봤다. 신간 제외하면 기본 50%란다. 절판된 책 들 중 마침 요새 찾고 있는 게 있는데 고민 중이다. 있을 지도 모르겠고, 파주 좀 멀기도 하고, 사실 차비나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_-

7. 저번 주에 지방을 잠깐 휙 돈 적 있는데 사방이 방치되어 썪고 있는 배추밭 들이었다. 농사라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때려치고 농사나 지을까, 나름 돈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글쎄...

8. 트위터 팔로우 숫자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통제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계기가 있어 팔로잉 숫자를 확 늘렸다. 그래서 현재 157명이다. 따라가기가 좀 힘들다. 이렇게 저렇게 챙겨서 이슈를 따라가고 리드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난 그런 재주는 참 없는 거 같다. 더구나 나는 대충 짐작에 무척 약하다.

9. 요즘 찌질하다. ㅠㅠ

20111206

유니클로, 우익 지원설

유니클로의 우익 지원설, 독도 교과서 자금 지원설은 정기적으로 한 번씩 튀어나오는 거 같다. 나도 궁금해서 몇 번 확인을 해 봤는데 별다른 내용은 나온 게 없다.

물론 그 기업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무슨 일이 돌아가고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몰래 지원하고 있다면 알 길이 없다는 뜻이고 즉 가능성이 0%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특히 아래 리스트를 봐도 알 수 있지만 기업이 커지면 워낙 여기저기 일도 벌리고, 눈치도 보게 되니까 앞 뒤가 안맞는 경우(우익도 지원하고 반우익적인 발언도 하고 등등)도 많다.

법인이라고 한 명은 아니니까 세상 일이 다 그렇지 뭐 사실. 여튼 유니클로 우익 지원은 결론적으로 모르겠고, 명확하게 밝혀지는 게 있다면 그때 또 다시 한번 포스팅 할 예정.


사실 유니클로의 야나이 회장이 예전 고이즈미 시절에 장사 안되게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왜 하는 지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것 때문에 일본 사이트들을 좀 찾아보면 야나이 타다시는 장사 때문에 나라를 판 매국노라느니, 재일 한국인이라는 소문도 있다느니, 할아버지가 야쿠자였다느니 하는 사이트들을 발견 할 수 있다. 즉 오히려 일본 내에서 반 우익 기업이라고 우익의 질타를 받고 있다.

우익 계열에서 작성한 악덕 반일 기업 리스트 같은 것도 있는데 유니클로를 비롯해 IBM 재팬(여기 사장님이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중지와 모든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비 건립을 요구했다), 롯데 소프트, 아사히 맥주, 몬테, 덴츠 심지어 TBS나 NHK 같은 기업도 올라와 있다.

이런 리스트는 일본 야후에서 売国、在日企業을 검색해 보면 잔뜩 나온다.

http://search.yahoo.co.jp/search?p=%E5%A3%B2%E5%9B%BD%E3%80%81%E5%9C%A8%E6%97%A5%E4%BC%81%E6%A5%AD&search.x=1&fr=top_ga1_sa&tid=top_ga1_sa&ei=UTF-8&aq=&oq=

나름 체계적인 취합 리스트로 보이는 http://www35.atwiki.jp/kolia/pages/45.html 를 보면 유니클로의 본사 패스트 리테일링은 A 등급으로 '미세하지만 일본에 악영향, 꼭 불매하고 싶다' 레벨이다.

여기에 보면 무인양품은 S+(일본에 명확한 영향, 절대 불매하고 싶다)로 유니클로보다 약간 더 높고, 아사이 맥주는 SS 등급으로 일본에 상당한 악영향 레벨이다.


가만 보면 우리나라에서 만든 우익 지원 일본 기업 리스트랑 겹치는 것도 꽤 많다. 뭐 더 재밌는 건 한국에서는 일본 극우라고 까이고, 일본에서는 반일 기업이라고 까이고 있는데 그러든 저러든 유니클로는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계속 신나게 팔리고 있는 거 같다.

http://deliciousicecoffee.blog28.fc2.com/blog-entry-3649.html

이런 글도 있다. 댓글 보면 꽤 재밌다.

추위, 오구오구, 훈련

1. 너무 춥다. 집에 오는 길에 날씨를 보니 기온은 0도, 바람이 좀 불어서 체감 온도는 영하 3도 쯤이다. 옷은 작년 한 겨울 쯤 입은 것과 거의 같았는데 셔츠에 플리스, 오리털 파카, 청바지에 운동화였다. 여기에 머플러, 더 추우면 히트텍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