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5

헨리 페트로스키의 '연필'을 읽다

연필을 꽤 좋아한다. 퉁 쳐서 문구류를 꽤 좋아해 사실 자잘하게 가지고 있는 것도 많다. 연필은 지금 추세로 봐선 평생 써도 남을 만큼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주 많이 가지고 있는 건 아닌데, 연필 하나를 몇 년 쓰는 거 같다.

그렇다고 레어템들을 모으는 수집가 타입은 아니다. 그렇게까지 귀찮은 짓은 못한다.

수집 스타일이라기보다 가능한 많은 모델을 선정해 테스트해 보고 최적의 모델부터 습득의 편리함(애써 골랐는데 단종되면 곤란하다), 가격대(자루당 만원 이러면 매우 곤란하다) 등을 고려해 하나의 제품을 고르는 방식을 선호한다. 결론이 나오면 가능한 잔뜩 쌓아둔다.

그러다 질리면 또 가능한 많은 모델... 을 반복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최초 비선택 된 제품들은 나름 이유들이 있기 때문에 이거는 뭐가 아쉽고, 저거는 뭐가 아쉽고 하는 이유로 보통은 처음 선택한 모델로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런 식으로 결정한 것들이 꽤 많다. 연필, 연필깎이, 지우개, 만년필, 볼펜, 메모장, 필통을 비롯해 컴퓨터용 쿨링팬,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 패드, 아이폰 케이스, 텀블러, 물통, 속옷, 양말 등등등. 굉장히 귀찮은 성격이다. 나도 안다.

어쨋든 이렇게 선택된 연필은 파버 카스텔 9000이다. 네 박스 정도가 쟁겨져 있다(요즘에 약간 모델 체인지가 있어서 얼마 전 그냥 한 자루를 샀는데 약간 달라진 걸 느꼈다). 그리고 테스트 용으로 구입했던 연필들이 여전히 수두룩하다. 몽당 연필 버리는 게 아까워서 연필 홀더도 몇 가지가 있다.

연필 홀더의 세계도 꽤나 넓고 깊다. 영어로 extender라고 한다. Lyra에서 나온 나무로 된 걸 하나 구입하고 싶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영 파는 곳이 없어 망설이고 있다.

http://macrostar.egloos.com/4781363

 

얼마 전에 우연히 저 책을 발견했다. 보통 연필에 대한 책은 괜히 감상적이거나, 무슨 추억담이거나, 아니면 매우 폼나게 찍힌 사진들이 잔뜩 실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전혀 그런 게 아니다. 쉽게 생각하고 심심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꼼꼼하게 적혀 있어서 오래 걸렸다.

001.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002. 연필의 조상을 찾아서
003. 연필이 없었을 땐 뭘로 썼을까
004. 연필의 역사
005. 어떻게 연필 속에 심을 넣었을까
006. 더 좋은 연필을 발견인가 발명인가
007. 연필 산업의 비밀
008. 싹트는 미국의 연필산업
009. 소로우의 연필 사업
010. 아주 좋은 것도 더 나아질 수 있다
011. 연필의 미래

이게 목차. 헨리 페트로스키는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듀크대학 석좌 교수다.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두껍게 쓰다니, 하는 감탄이 잠시 일어났다. 저자는 하지만 연필에 대해 감탄한 상태로 이런 저런 모델들을 개더링하는 수집가 스타일에 가깝다.

재미있냐 그러면 재미는 없다. 하지만 연필을 좋아한다면 가져다 놓고 그 역사를 잠시 느끼며 뒤적거리기 좋은 책이다. 무슨 브랜드가 좋고 이런 정보는 거의 없다. 마트가면 파는 노란색 몽골이 제일 좋다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있는데 뭐(참고로 몽골은 나무가 쓰레기라 심지어 연필깎이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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