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9

먼지

방은 더워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온도계는 30도를 가리킨다. 창문과 열기를 쏙쏙 빨아들이는 얇은 콘크리트 벽이 남에서 서로 가는 햇빛을 내 방 벽이 그대로 받아 건물 자체를 익히지만 낮에는 어떻게든 나가기 때문에 집에 잘 없다. 그리고 밤에는 습한 열기 - 이것들은 둥둥 떠다니며 모두를 괴롭힌다 - 만 없다면 큰 문제는 없다. 지금이 그렇다.

장마가 시작된 지 좀 되었지만 (비는 딱 한 번 봤다만) 다행히 아직은 그렇게까지 습하지가 않다. 앞으로 7월과 8월, 길게는 9월 중순 정도까지 습한 열기로 시름시름 앓을테고 그 다음 곧바로 또 온도가 떨어져 오리털 이불을 덥고도 벌벌 떨 계절이 올 거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먼지다. 바깥에 나갔다가 오면서 뭘 그리 짊어지고 오는 지는 몰라도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둬도 이틀이 지나면 책상 위에 얇게 먼지가 쌓여있다. 사일쯤 지나면 심각해진다. 손으로 쓱 쓸면 명백한 두께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창문을 닫을 수는 없다. 어찌될 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삼계탕과 비슷한 상태가 될 거 같다.

여튼 저 먼지를 하루 8시간 씩 꼼작없이 뒤집어 쓰고 있다는 뜻이다. 대략 3년 쯤 살았는데 아마 지금쯤이면 해운대 해수욕장 모래사장 정도만큼 내 폐 안에 쌓여있지 않을까. 뭔 짓을 해도 몸이 시름시름 아픈 건 먼지 탓이 아닐까. 무섭다 먼지. 어디서 오는거냐 먼지.

20130628

티브이

적어도 티브이에서 보는 사람에 대해선 편안하고 평범하고 어질고 착한 내 이웃같은 성품은 관심이 없다. 그런 사람이 주는 평온함은 그냥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므로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상한 사람들 - 사실 그런 이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 에나 조금 관심이 간다. 

그런 점에서 예를 들어 패리스 힐튼이나(요새 안 보이네) 사와지리 에리카에 대해 싸가지 없어서 싫어 등등의 말을 하는 건 잘 이해가 안 간다. 

물론 내 친구가 그렇다면 골치가 좀 아플 지도 모르겠지만 사와지리가 싸가지가 있든 말든 어차피 화면 안에서나 볼 사람이고 내 친구 따위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되는데(우리나라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왜 그게 신경쓰이는 지 잘 모르겠다. 

주변 지인의 싸가지없음 만큼 신경이 쓰이는 건가? 아니면 계도해서 새 사람을 만들고 싶은 건가? 혹시나 만나 친구가 될 지도 모르니 그 전까지 싸가지 없음이 사라지길 바라는 걸까?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이니까 뭔가 배울 거라든가 모범을 찾으려는 걸까? 옆에 사람에게서도 못 배우는 걸 왜 티브이에서 찾아. 과연 뭘까나...

20130627

스틸 어라이브

1. 쓸데없는 소리는 이제 '의식적'으로라도 그만해야지 싶다. 언제부터 이러는 거지... 를 곰곰이 생각해 보다.

2. 에디 슬리만의 리조트 사진은 예쁘장하게 뚝뚝 떨어져있다. 그게 뭔가 기분나쁜데 내 편견 탓인가 생각해 보고 있다. 편견의 제거는 꽤 어렵다. 그러면서 타인에게 편견의 제거을 요구하고 있다니 그것도 나름 부당하다.

3. 패션 화보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는 구석구석까지 콘트롤 된 결과물을 보는 거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건 정교한 지도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물론 반대의 입장, 즉 들여다 봄을 당하는 모델의 입장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라이브보다 정교하게 통제된 스튜디오 음반을 좋아하듯이 스냅샷이나 스트리트샷보다는 스튜디오샷이 좋다. 하지만 역시 그런 것은 길거리 특유의 생동감이 없고 또한 적나라하다. 그건 그것대로 무서운 일이다.

4. 제대로 된 물건을 구입하고, 그것들을 갈고 닦으며 쓰고 싶다. 그런 경험이 끝나버린지 대략 십 년은 지난 거 같다.

5. 뭐 여튼 그러하다. 떠든다고 뭔가 나타나지 않고, 침묵한다고 뭔가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해 왔는데 꼭 그렇치만도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최근 한다. 하지만 그런 설레발은 내가 지닌 재주가 아니기도 하다. 멋대로 틀어지는 걸 보는 건 언제나 즐겁지 않지.

6. 왜케 오타가 많이 나... 타이핑 어려워.

20130625

크랭크셋


페달이 달려있는 부분의 톱니를 크랭크라고 하는 거 같다. 반듯한 프레임이나 뒷바퀴의 카세트도 괜찮지만 자전거는 저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 다 합쳐놓은 완결체 자전거의 모습은 사실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다. 폭이라는 게 없으니 두툼함이 주는 안락함이 없다.






여차하면 좀비와 싸울 때도 써먹을 수 있을 거 같다. 요즘은 이런 사진을 멍하니 보며 시간을 떼운다. 매장을 찾아가면 조금 더 실감나겠지만 그런 일을 할 정도로 친한 샵도 없고, 또 가서 보는 에너지와 사진을 보는 에너지를 비교해봤을 때 더위라는 변수를 고려하면 그렇게 득도 없고...

최후의 끽연자를 읽다

츠츠이 야스타카(쓰쓰이 야스타카)의 '최후의 끽연자'를 읽다. 순전히 제목 때문이다. 단편선집이고 번역본은 2008년에 나왔다. 원래 단편들은 '최후의 끽연자'만 1987년작이고 나머지는 1970년대 작품이다.

특유의 오두방정이라할까 그런 건 여전하다. 단편이라 꾸역꾸역 밀고 나아가기 보다는 순간의 상상력에 의존한 게 약간 아쉬웠지만 단편선집을 붙들고 할 소리는 아니다.


'야마자키' 중간에 이렇게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런 거 약간 좋아한다. 뮤지컬은 너무 화려하고 스펙타클해서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영화용 뮤지컬이나 예능에서 뜬금없이 뮤지컬이 나오는 장면은 꽤 좋아한다. 일상->비일상으로 넘어가는 순간 주변 공기에 드리워지는 약간의 어색함과 주연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움은 언제봐도 두근거린다. 

책의 경우엔 주변의 모습을 동시에 재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만큼 도드라지진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넘어갈 때는 역시 흥겹다.

20130621

농담

농담이니 여기에 적는다. 돌체와 가바나가 감옥에 간다고 한다. 탈세인가 뭐 그렇던데 한 명은 1년, 한 명은 6개월인가 그렇게 봤다. 정확하진 않다. 돌체는 시칠리아 출신이고 가바나는 밀라노 출신이다. 시칠리아 출신하면 역시 대부가 떠오르고 돌체는 또 그렇게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돌체와 마피아와의 관계는 혹시나하고 검색해봐도 나오는 게 없다. 도메니코 말고 다른 돌체 중에 마피아 보스 같은 사람이 예전에 있었는지 그 사람만 나온다.

여하튼 돌체가 감옥에 간다니까 뭔가 패밀리가 그들의 가족을 보살펴주고, 출소하는 날은 베레모를 쓴 뚱뚱한 아저씨들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환영을 해줄 거 같다. 대부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편견은 잘 안 없어진다.

 

씨엘이 나는 나쁜 계집애 어쩌구 하면서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안락해 보이는 거리 구석에서 꽤 좋은 옷을 차려 입은 펠로우들과 춤이나 추고 있는 동안 헬로비너스는 방긋방긋 웃으며 나 왜 집에 안데려가냐 ㅂㅅ 오늘 재워줘 하는 노래를 부른다. 씨엘의 문제점은 그 자리부터 시작이 아닌가. 이에다가 금니 끼운다고 나쁜 계집애가 되는 게 아니잖아.

 

더우니까 자꾸 뭘 잊어버린다. '분실'은 익숙한 체험이 아니다.

 

더워서 데스크탑을 켜지 못한다. 그래서 노트북만 쓰는데 그렇기 때문에 음악과 단절되어 있다.

20130618

The Wire를 다 봤다

The Wire 시리즈를 다 봤다. 사실 시즌 2는 안 봤는데 굳이 급하게 볼 필요는 없을 거 같고 언제 시간이 좀 나거나 하면 보든가 할 생각이다. 이제 와서 이걸 '충격적'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여튼 복잡하게 꼬인 일상의 모습들이 재미있었다.

사실 연기자들의 프로필들을 찾아보며 화면의 모습과 대조해 보는 게 가장 재미있었고, 그 다음은 볼티모어 경찰의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예산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전자의 경우 예를 들어 에이본 박스데일의 경우 역을 맡은 배우는 우드 해리스다. 1969년생 시카고 출신으로 아버지는 버스 드라이버였다. 노던 일리노이 대학에서 시어터 아트 부분 학사, 뉴욕대학에서 석사를 받았다. 뉴욕대를 다니던 중 농구 드라마 Above the Rim에서 투팍의 상대팀 선수역을 하며 메이저 데뷔를 했다.

뭐 정말 갱단 출신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성실히 연기를 공부한 이들이고, 그런만큼 꽤 잘들 해 낸다.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곱게 자라다가 안타깝거나 / 웃기거나 / 기가 막히거나 / 황당하거나 등등의 하위 삶을 직간접으로 접하게 된 경우 양상은 꽤 다양하다. 그러다가 문학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창작의 길로 접어든 경우 이런 것들이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뭐 사실 운동권이 된다든가, NGO에 들어간다든가 해도 양상은 비슷하다.

이 경우 가장 짜증나는 타입은 자신이 곱게 자랐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일체화시켜 버리는 경우다. 능력이 출중하다면 어디에선가 환호도 받겠지만 따지고 보면 이도 저도 아니고 별 쓸모도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내부자의 다큐만이 훌륭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어차피 이 문화의 소비자는 또한 대부분 곱게 자란 이들이다.

그러므로 이 중간 어디쯤에 자리를 잡고 균형을 잡는 정도가 알맞은 역할일텐데 훌륭한 결과물은 찾기가 어렵다.

 

더 와이어의 경우 경찰 출신과 언론인 출신이 쓴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거리의 삶과 마주쳐 봐야 차창 밖 풍경인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중산층과도 다르고, 마약 중독자나 코너에서 약을 팔고 있는 조직에 속한 이들과도 다르다. 양쪽 모두에 속하지 않지만 양쪽 모두의 삶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선택한 방식은 이러쿵 저러쿵 결론을 향해 달리지 않고 끊임없이 연속되는 '이런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였다. 이게 과연 좋은 방식인가... 하면 잘 모르겠다. 찜찜한 구석이 명백히 존재한다. 하지만 히트를 치고 시즌 5까지 꽤 많은 이들의 생계를 책임져 줬으니 좋은 일 아닌가라면, 그 점에서는 물론 옳다. 어차피 자본주의는 이 마지막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나.

노래들

1. 투개월 예림양이 솔로 음반을 냈다. 올라잇(All right)과 컬러링 두 곡을 밀고 있는 듯.

예림아 이제 프로의 세계잖아... 라고 말하는 듯한 올라잇의 티저가 있었는데 MV 본편은 아직 안 나왔다. 오피셜 Lyric 비디오라는 약간 이상한 장르의 MV가 하나 있다.

좀 너무 고만고만해서 아깝지 않나... 싶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2. 백아연도 솔로 2nd EP가 나왔다.

아... 제와피...

 

3. 원더걸스의 예은은 리오 케이코아라는 그룹의 '줄 수 있어'라는 곡의 피처링을 했다. 양동근도 참여.

 

그리고 원더걸스의 유빈은 아이비의 신곡 'I Dance'에 참여했다.

 

아... 제와피 ㅜㅜ 예은은 잘 모르는 팀 피처링에 참여했는데 존재감이 나쁘지 않다. 예은 정도면 좀 더 큰 프로젝트를 해도 되지 않을까. 선예에 묻혀있기는 했지만 그냥 저렇게 지나가긴 좀 아깝다. 잘 어울리는 곡을 만나(작곡도 하든가?) 좋은 솔로라도 선보이면 좋겠다.

요즘 공중파 예능도 하나 하고 있는데 그렇게 착한 방송도 좋지만 좀 더 전투적인 방송에 뛰어들어봐도 잘 하지 않을까 싶고. 예전부터 보면 곧잘 괜찮게 하던데..

유빈은 잘한다 못한다를 떠나 여튼 독특하다. 물론 걸그룹 출신 여성 래퍼라는 게 한 길을 진득하게 파는 게 어렵긴 하지만 만약에 유빈이 저 길을 계속 파고 들어갈 수 있다면 과연 종착점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비 곡에서는 기합이 빡 들어가 있네.

20130617

발견된 문제점들

요즘 자전거를 종종 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링크) 새로운 자전거가 생겨 시험 운행을 해봤다. 뭐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내 손에 들어온 건 삼천리 자전거의 바운스라는 놈이다. 빌려온 공구로 조립을 했는데 처음이라 대체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하는 놈들이 많았다. 몸에 맞게 튜닝을 해야하지만 일단 부품들은 모두 제자리에는 들어간 것 같다.

광운대 입구에서 출발해 반포대교 북단까지 왕복해서 총 38km, 2시간 정도 걸렸다.

1. 핸들바를 너무 낮게 달았다. 안장과 높이가 안 맞는다. 뭔가 발란스가 좀 이상해서 타는 동안 허리, 다리, 팔, 목 등등 온 몸이 아프다.

2. 조금 가다가 체인이 풀리더니 크랭크 커버가 깨지며 떨어져 나갔다. 체인은 다시 꼈는데 크랭크 커버는 나사 붙이는 부분이 다 깨져있다. 일단 떼어내고 크랭크 커버 없어도 달릴 수는 있으니 계속 갔다. 다만 덕분에 다리에 기름때가 계속 튀었다. 크랭크 커버는 역시 구해야 겠다.

3. 앞쪽 크랭크 기어가 안 먹는다. 단을 바꾸면 체인이 풀린다. 처음에는 멈춰서 다시 결합했는데 풀렸다가 요령껏 패달링을 하면 다시 껴진다는 건 알았다. 언제 다시 껴질 지, 그리고 다시 껴질 때 1단일지 2단일지는 복불복이다. 여튼 정상은 아니다.

5. 뒤쪽 기어는 그래도 작동은 잘 하는 편인데 반응이 매우 늦다.

4. 앞바퀴 쪽에서 끼익끼익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난다. 저속일 때 소리가 더 크고 뭐가 문제인가 가만히 집중해 보면 바퀴가 도는 데 약간의 마찰이 느껴진다. 원인은 미상.

5. 밝은 전조등을 앞 방향으로 비추며 달리는 자전거가 건너편에서 오면 아무 것도 안 보인다. 하이빔을 키고 달려오는 자동차를 마주보는 것과 같다. 여튼 중간에 어두운 부분이 많아 전조등은 달아야 겠다. 후미등은 있는데 괜찮게 작동한다.

6. 핸들 그립의 고무가 오래되서 그런지 너무 끈적거린다. 비누와 치솔로 닦아봤는데 별로 나아지는 건 없음. 교체해야 할 것 같다.

 

대충 이 정도.

자전거를 타며 '운동'을 할 때 조깅을 할 때와 다르게 느껴지는 애매한 기분이 뭘까 곰곰이 생각을 해 봤다. 런닝의 경우 똑같은 코스를 계속 뛰면서도 어떻게 페이스를 유지할 것인가, 이번 기록은 몇 분 안으로 할 수 있을까 등등을 생각한다.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이런 거지만.

하지만 자전거는 일단은 '운송 수단'이고 이렇게 계속 가면 부산도 나온단 말이지(달리기에 비해 실현의 가능성이 훨씬 크다) 따위 생각을 하다 보니 자꾸만 멀리, 그리고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가보려는 욕심에 사로 잡힌다. 결국 운동은 뒷전이고 새로운 길에 접어들고 루트를 발견하는 즐거움에 몰두하게 된다. 아무래도 문제는 이 부분인 듯.

그래서 당분간은 여기저기 안 돌아다니고 20km를 기준으로 시간을 단축하는데 몰두해 볼 생각이다. 장안교 앞 벤치까지가 대충 10km정도다. 더구나 바로 넘으면 나타나는 청계천과 중랑천이 합류하는 곳, 곧바로 한강과 만나는 부분은 길이 매우 복잡하다. 기어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페이스를 1km가는 데 2분 30초 정도로 유지하는 게 일단은 목표다. 한번 쉬고 나면 눈에 띄게 페이스가 떨어진다.

이것만 하면 좀 심심하니까 2주에 한 번 정도 반포나 여의도까지 가서 좀 뒹굴다 오고.

20130616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보다

표가 생겨서 CGV 중계점에서 22시 40분 회를 봤다. 다 끝나고 나니 1시쯤. 중계점 처음 가봤는데 나름 화려하고(건축업 종사자 후배군 말로는 요새 신장 개업 영화관들은 저렴한 타일, 화려한 조명이 추세라고) 미쿡풍 폴폴 나는 게 재미있었다. 토요일 오밤중 상영인데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이 많은 점도 인상적. 요즘엔 이런 분위기인가.. 백투더퓨처의 한 장면 같잖아.

가증스러운 농담과 신파 스토리가 어울려 한숨이 나거나 닭살이 돋는 순간이 꽤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류의 드라마치고는 무난하게 만들어져 있어 다행히 볼 수는 있었다(부끄러운 거 잘 못본다 ㅜㅜ). 하지만 막판 늘어짐이 너무 굉장해서 어안이 벙벙해지고 앞의 단점 따위 사실 모두 잊혀진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렇찮아도 요새 이름 잘 못외우는데 머리 속의 디비와 불일치가 좀 있어서 누구지... 했던 사람들이 꽤 많다. 이현우의 경우 어디서 봤더라 했는데 런닝맨 나왔을 때(이 영화 홍보로 김수현과 함께 출연했었다) 쟤 뭐지 싶어서 찾아봤던 배우다. 예능 쪽 자주 나와도 괜찮겠던데.

그리고 썰전에서 들은 말 몇 가지도 퍼즐이 맞춰졌다. 그런데 이런 것도 비엘물이라고 하나? 내가 상정하고 있던 그 장르물의 폭이 너무 좁은 건가. 여튼 그런 면으로 시시덕거리는 건 피씨를 꽤나 강조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19] 붙여놓고 버스에서 우연히 본 여자 팬티의 색이나 브래지어 끈 이야기 따위에 낄낄거리는 댓글을 봤을 때의 그 기분이 든다.

여하튼 간만에 극장에서 영화봤다!

20130607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을 보다

다크니스 아니고 2009년에 나온 더 비기닝. 원래는 그냥 STAR TREK이었는데 국내 개봉시 더 비기닝을 붙였다고 한다. 다크니스도 원래 Into The Darkness다. 

내 생애 최초의 스타 트렉이다. 뾰족귀 벌칸을 지나가다 흘낏 본 적은 있지만 그게 전부고 벌칸이라는 이름도, 스팍이니 커크니 하는 것들도 어제 보면서 알았다.

물론 시리즈를 봤다면 뭔가 더 깊은 구석을 알아챘겠지만 큰 무리없이 볼 만 했다. 복잡한 이야기없이 커크와 스팍의 만남이 주된 줄거리고 거기에 시간 꼬임이 아주 약간 등장한다.

중간에 스팍과 우후라의 키스 장면이 나오는데 오리지널 TV 시리즈 방영할 때, 그러니까 60년대 말이겠지?, 스팍과 우후라의 키스 장면이 TV 드라마에 등장한 최초의 백인-흑인 키스신이라고 한다. 그런 걸 생각하면 스타 트렉의 장대한 역사가 약간 실감이 난다.

다크니스를 볼까 싶어서 본 건데 보고나니 오리지널 시리즈가 매우 궁금해졌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을 타는 거면 몰라도 이런 긴 드라마는 보지 않으련다. 보는 동안은 몰랐는데 위노나 라이더가 나온다. 엥? 하고 찾아봤더니 정말이다. 마른건가? 못 알아보다니.

20130606

아돌프에게 고한다를 보다

데즈카 오사무가 주간 문예춘추에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연재한 만화다. 단행본 5권으로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취재에서 시작되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립까지 독일 사는 일본인, 폴란드 사는 유태인, 일본 사는 독일인, 일본 사는 유태인, 사회주의자들, 나치스트들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힌 드라마다. 거대한 이슈를 뒤에 물고 있지만 내용 자체는 작은 사람들이 끈질기게 죽어가고, 살아남는 이야기다. 이런 드라마는 '새로움'보다는 자글자글한 '진득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리고 작가가 일본인이라는 점에서 이 자글자글함에 좀 더 복잡한 선이 드리워진다. 그런 점에서 바라보기에도 흥미로운 만화다.

20130605

공의 경계를 다 봤다

空の境界라고 쓴다. 총 8편으로 1~7장까지가 있고 에필로그가 있다. 줄거리가 뒤섞여있어서 끝까지 봐야 이야기의 전체 틀 파악이 되는데 그렇게 복잡하게 꼬아놓은 건 아니다. 이런 중장편이 보통 그렇듯 장마다 제작진이 다르고 그러므로 등장 인물의 얼굴이 미묘하게 다른데 꽤 신경쓰인다.

초반에는 그렇군하고 보다가 모순나선에서 급 재미있어졌는데 그 이후 이야기를 너무 키우는 바람에 좀 이상해졌다. 쿨데레/츤데레/얀데레가 합쳐져있고 인격도 세 개나 되는 주인공 료우기 시키가 후반부에 갈 수록 귀여운 짓을 너무 많이 한다. 이 둘 다 인기가 많아지다보니 그런게 아닐까 싶다.

공의 경계의 좋았던 점은 여주인공이 X데레임에도 남주인공이 멍청이가 아니라는 건데 다 끝나고 보니 남 부럽지 않은 멍청이다. 평화와 평온을 추구하는 레벨이 신지나 쿈 같은 캐릭터와 차원이 좀 다르다.

다 보고 나서 인터넷을 좀 뒤적거려봤더니 5월에 1장이 3D로 나왔다. 그리고 올해 가을에 새로운 편인 '미래복음'(미래복음 서?)이 개봉한다고 한다. 잘 됐다. 혹시 우리나라에도 들어오면 반갑게 봐야지. 료우기 시키와 고쿠토 미키야가 결혼을 해서 애가 있다고 한다... 시키 그럴 줄 알았으무.

20130602

몇 가지를 봤고 몇 가지를 들었다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을 봤다. 어제 개봉했다.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이런 류의 드라마는 끝없이 나온다. 이는 마치 대중가요 가사가 똑같음 이야기를 계속 하는 거 같아도 매 순간 그에 동감하는 사람들, 가사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끝없이 등장하는 것과 같다. 

인류는 네트가 아니니까 공통지도 공통감도 없는 법. 누군가는 버리고 가지만 누군가는 묵묵히 하던 일을 한다. 자꾸 그걸 잊는다. 


공의 세계를 몇 편 더 봤다. 시키가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상한 거 다들 아는데 자꾸 강조하는 게 이상하다.


헬로비너스, 이효리, 씨엘의 신곡 같은 것들을 들었다. 헬로비너스는 어쩌려는 거야. 이지연/효리/예은이 함께 나오는 방송을 봤다... 음 그 멤버가지고 만든 결과치고는 좀 아쉬웠는데 애초에 그런 재미를 노린 건 아니었으니. 2편으로 나눠 방송하는데 다음회도 볼까 생각 중이다.

20130601

엘리제를 위하여

진짜사나이를 처음으로 봤다. 제대할 때 태어난 애가 아마 지금쯤 학교를 다니고 있을 만큼 시간이 지났는데도 화면을 보고 있으니 뭔가 답답한 기억이 아스라히 떠오른다. 현역이야 그렇다쳐도 대체 저들은 저기서 무얼하고 있는 건가. 방송같은 거로 보는 군대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그리고 택시(김구라, 전현무)를 봤는데 진짜사나이의 류수영과 샘 해밍턴이 나왔다. 포병 부대가 끝났고 어디를 가든 다음 번엔 유격 훈련을 받는단다.

군생활 동안 유격 훈련을 두 번 갔다. 3박 4일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사단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판 모르는 '아저씨'들이 조교로 있는 유격장에 갔었다. 결론적으로 내 경우 두 번 합쳐서 정작 훈련을 제대로 받은 시간은 계산해 보니 2일 + 반나절이다. 뭐 이건 못하겠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필사적으로 요령을 피웠으니까. 덕분에 욕 참 많이 먹었지... ㅋ

그런데 '나의 군생활'이라고 하면 그 '2일'이 떠오른다. 유격장 아침 기상 음악이 '엘리제를 위하여'였다. 요즘은 자동차 후진할 때 그 소리 듣기 어렵네. 띠리리리하는 음악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나면 습기가 가득찬 대형 텐트와 침낭, 딱 이맘 때 아침의 쌀쌀한 공기, 덜그덕거리는 온 몸 그리고 산 어디선가 들리는 개구리 울음 소리에 섞여서 들리는 하루를 시작하는 한숨 소리들.

이런 경관은 참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져라 좀.

추위, 오구오구, 훈련

1. 너무 춥다. 집에 오는 길에 날씨를 보니 기온은 0도, 바람이 좀 불어서 체감 온도는 영하 3도 쯤이다. 옷은 작년 한 겨울 쯤 입은 것과 거의 같았는데 셔츠에 플리스, 오리털 파카, 청바지에 운동화였다. 여기에 머플러, 더 추우면 히트텍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