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20

단호함, 왜곡, 열일

1. 칼 라거펠트가 세상을 떠났다. 예전에 키에슬로부스키가 세상을 떠났을 때 정말 엄청나게 슬퍼하던 선배 생각이 문득 났다. 나는 그런 식으로 좋아하는 패션 디자이너가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좋아하는 디자이너, 옷은 많지만 역시 없는 거 같다. 패션이라는 게 꽤나 감정적인 영역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어딘가 잘못된 거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식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사는 게 더 즐거웠을 거 같은데. 팬이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거 같다.

2. 아무튼 회사 샤넬은 칼 라거펠트 사망 소식, 후임 발표 소식을 몇 시간 간격으로 곧바로 발표했다. 주주를 안심시켜야 하는 공개 기업도 아니고 또 권력 공백을 막아야 하는 봉건 왕조도 아니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기는 한데 아무튼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공홈의 오피셜 발표는 칼 라거펠트의 사망 소식만 있으므로 이건 WWD의 연이은 보도가 만들어낸 왜곡된 이미지일 수도 있다.

3. 눈이 많이 내렸다. 그리고 날이 맑아졌다. 대보름달이 선명하게 보였고 또 밤이 깊어지더니 구름이 달을 가렸다. 변화가 꽤나 버라이어티하긴 했는데 더웠다가 추웠다가 한 건 아니라 아주 인상적이진 않았다. 그렇지만 변화가 꽤 크긴 했으므로 남겨 놓는다.

4. 이달소가 컴백을 했고 아이들이 티저를 내놨다. 예전에는 쉬어 가는 달 같은 게 있었는데 요새는 그런 게 없다. 그룹도 많고 그 그룹들도 다들 열일을 한다.


20190218

오늘은 쉬는 날이었다

1. 오늘은 종일 아무 하지 않고 집에 있자고 결심을 했고 그래서 집에 있었다. 집에서 이것 저것 봤는데 푹에 있는 BBC의 고양이 다큐멘터리 꽤 재미있었다. 근데 집에 있으니까 식생활 패턴이 약간 엉망이 된다. 집에서 아무 것도 안 먹기 시작한지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났고 그러므로 먹을 게 없다.

2. 최근 이상한 원고 의뢰를 많이 받는 거 같다. 심지어 원고를 받은 이후 연락이 두절되고 잠수를 타버리기도 한다. 우울한 시즌이다.

3. 안경 수리를 맡겼는데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문제가 있는 거 같다. 역시 우울한 시즌이다.

4. 그리고 아이돌 이야기도 잠깐. 이건 글을 쓰면서 연구를 좀 해보다가 든 생각인데


이건 있지 직캠. 다른 그룹들에 비해서도 매우 극대화되긴 했지만 아무튼 케이팝 걸그룹은 골반을 상당히 많이 쓴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면 예전엔 이런 식의 안무가 없었는데 보아, 소녀시대를 거치며 고도화되기 시작했다. 또한 힘이 넘치고 스텝이 복잡한 남성 안무와 상당히 차이를 보인다. 요새는 양쪽이 모두 더욱 정교해지며 예컨대 남성 그룹 안무의 표현력과 여성 그룹 안무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일단은 성별 차이를 더 강화시키는 형식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라면 일단 기존 사회의 편재 방식이라는 힘도 있겠고, 누구를 타겟으로 삼는가라는 문제도 있을 거다. 모두의 사랑을 받는 "범국민스타" 같은 걸 노리고 나오는 아이돌 그룹은 거의 없지 않을까.

아무튼 비슷한 방식으로 걸그룹 문화가 발달했지만 상당히 다른 식이 된 경우도 있다.


케야키자카46의 두 개의 계절. 왜 이 뮤비냐 하면 오늘 유튜브 추천에 떠서 봤기 때문에... 48, 46계열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경우 케이팝 타입의 정교한 집단 안무를 추구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사실 그런 게 가능하려면 일단 중고생을 선수촌(이 경우는 숙소겠지) 같은 곳에 가둬놓을 수 있어야 한다...

아무튼 보다시피 골반은 커녕 (콘셉트 영향도 있겠지만) 신체적 미성숙함과 고등학생 풍의 약간의 정서 과잉이 혼재되어 있다.

뭐 한국이나 일본이나 장단점이 있겠다. 단점 이야기는 끝도 없겠고. 다른 걸 보면 한국의 경우 따지고 보면 훨씬 극단적으로 허리를 강조하는 미국 등지의 댄스 안무를 유화시키고 대신 딱딱 맞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트워킹을 트워킹처럼 하는 경우는 없다. 일본은... 뭐 굳이 말하자면 학교를 다니고 사생활의 영역을 확보하면서 저런 스타로 살 수 있다는 게 나름 장점이 아닐까 싶다. 

4. 이 부분에 대해 살짝 뭘 썼었는데 짧게 말하기엔 역시 아쉬운 데가 있어서 가능하다면 언젠가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긴 하다.

5. 그리고 든 생각이 문화 산업이 규모가 어느 수준을 넘으면 대중의 선택은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케이팝, 보이그룹, 걸그룹. 아무리 관심이 많아도 개인은 결코 양을 커버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형 산업체, 언론의 힘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과연 언제까지 대성공을 거둔 중소돌이 나올 수 있을까.

20190211

콘셉트, 무의미

1. 나인뮤지스가 활동 종료를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팬미팅을 한다는 것 같다.

나뮤, 브레이브걸스 조금 더 멀리는 레인보우는 기획 미스가 남긴 전형적인 흔적들이다. 회사의 잘못된 판단, 혹은 생각없는 판단이 훌륭한 멤버들을 어떻게 캐릭터의 늪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지 잘 보여준다. 세 그룹이 모두 남자한테 헤어졌다고 징징거리는 노래나 부르다가 활동이 끝났는데 그런 걸로 과연 뭘 보여줄 수 있을 거고 어떤 사람들에게 어필해 팬층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걸까. 아쉬운 그룹들이다.

2. 감성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이성으로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럴 수 있었다면 패션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게 잘못된 거다라는 판단도 무의미하다. 그런 잘못은 애초에 바로 잡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3. 1과 관련해 아무 것도 모르는 소녀 콘셉트는 절대 먹히지 않고 이런 류에서 그나마 가능한 게 발전과 힐링 콘셉트다. 우리 함께 힘을 내요. 내가 있으니 힘을 내는 안됨. 아무튼 그렇게 성공한 게 에핑이었고 이제 나이와 경험, 경력을 쌓고 난 후 약간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팬덤과의 관계는 여전히 힐링에 가깝다. 그게 두텁게 유지되고 새로운 유입이 안락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

요새 프미나가 비슷한 느낌이 나고 있는데 정교하게 가다듬어 지고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럽밤으로 방향을 좀 틀긴 했는데 유리구두부터 진행을 보면 (아학) 교복이 지워지는 단계가 상당히 선명하게 드러난다. 즉 갈피를 못잡고 있는 건 아니다. 거기에 클로버와 회복회가 있다. 약속회는 좀 그런데...

아무튼 꽤 재밌다고 생각한다. 럽밤이 그룹의 방향과 팬층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곡이었지만 이 계열은 다른 그룹들과 겹치는 부분이 너무 많은 영역이 아닌가 싶긴 하다. 곧 컴백할 거 같은데 과연 무슨 카드를 꺼낼 지 기대하고 있다. 이제 규리 출장, 복귀 같은 이벤트도 없고 아학 교복도 없고 온전히 프미나의 이름으로 뭔가 보여줄 차례다.

4. 그건 그렇고 프듀48로 AKB를 알게 되었고 그걸로 46그룹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렇구나 하고 있다고 요 며칠 노기자카와 케야키자카 곡들을 좀 들었는데 케야키자카 곡들이 꽤 들을 만 하다. 뮤비와 가사, 내레이션이라는 매우 큰 장벽이 있는데(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사립고 아싸같다) 어차피 못알아 듣기 때문에 틀어놓고 일하기 좋다.

5. 안경 고쳐야 한다... 귀찮은 일은 자꾸 쌓여.

단호함, 왜곡, 열일

1. 칼 라거펠트가 세상을 떠났다. 예전에 키에슬로부스키가 세상을 떠났을 때 정말 엄청나게 슬퍼하던 선배 생각이 문득 났다. 나는 그런 식으로 좋아하는 패션 디자이너가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좋아하는 디자이너, 옷은 많지만 역시 없는 거 같다. 패션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