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프를 보고 왔다. 영화를 보고나니 생각나는 것들 몇 가지.
a) 우선 이 영화의 제목은 "호포읍 대소동"이 더 어울릴 거 같다. "대소동"이라는 나름 전통적인 단어가 들어간 최고 제작비 영화가 됐을 수 있었을텐데. 주인공 3인을 포함해 등장인물들의 약간 이상한 억양과 은근 또박또박한 발음이 대소동의 분위기를 더 배가시킨다. 혹시나 이 영화가 이상하게 보인다면 줄거리나 CG가 아니라 이런 억양 때문이 아닐까 싶다.
b) 2편이 나올 것인가 라고 하면 일단 이 영화에서 호포읍 사람들과 괴물(외계인)은 서로 오해가 있고, 억울한 것도 있고, 너무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이 상태로 균형을 이뤄버렸다. 해소가 된다면 한쪽이 억울해지고 화해를 한다면 너무 시시해진다. 즉 이 상태로 완결이 되었다. 더 뭐가 필요할까 싶다.
c) 물론 이 영화 속에 드리워져 있는 애매한 구석들은 만약 1편의 성공으로 나홍진 감독에게 2편, 3편을 찍을 많은 예산이 주어진다면 우주 대서사시 같은 걸로 얼마든지 확장시킬 수 있을 것 같다.
d) b)의 견해의 약점은 그렇다면 영화 맨 마지막의 대화들은 무엇인가 하는 건데 그것도 그렇고 다른 에피소드들, 대사들 모두 그냥 매크로스의 승무원들이 선장의 명령에 따라 의미를 알 수 없는 복명복창을 외치는 것과 뭐 다를 게 있나 싶다. 그냥 대사를 해야되네 정도 분위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 분위기는 a)의 억양이 만들어내는 인상과 마찬가지다.
e) 조인성의 정체는 무엇인가. 불사신인가.
f) 전반적으로 사냥꾼으로 나오는 두 그룹이 너무나 패셔너블하다. 그 무리의 주인공 조인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전형적인 일본식 신대륙 패션의 두 축인 헌터들의 헤비 듀티와 와코 마리아, 비트 다케시 영화에 나올 법한 야쿠자 풍 룩을 잘 보여준다.
g) 약간 옛날 사람 같은 의견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내가 뭘 본거지"라고들 했다는 칸느의 반응을 되새겨 보면 이상하고 괴상한 영화를 만날 기회가 참 한정적인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 이상한 영화는 잔뜩 있고 찾으려고 한다면 옛날보다 훨씬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찾을 일이 없다. 요즘 이상한 영화 중 가시성이 높은 것들은 별로 없다.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 같은 건 나름 이상하긴 했지만 그건 영화의 미라기보다는 줄거리의 미가 아니었나 싶다.
h) 영화 전체가 뭔가의 패러디, 오마주, 인스피레이션 등으로 가득 차 있는데 굳이 찾을 이유를 주진 않는다는 게 이 영화의 미덕 같다. 그런걸 늘어놓고 어디 한 번 찾아봐라! 끌끌끌 하는 어리숙한 구석이 없는 건 상당한 장점이다.
i) 음문석이 연기한 목수로 나오는 양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입도 눈도 돌아있다.
j) 점프도 하고 180도 드리프트를 수시로 하는 스텔라를 볼 수 있다는 건 나름 귀한 체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