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1

더위, 증폭, 통증

1. 낮에는 거의 40도, 밤에도 거의 30도에 가깝게 오르던 더위가 한풀 꺾였다. 보통은 처서가 넘어야 뜨겁지 않은 바람이 불어오는데 이번에는 입추를 넘으면서 불어온 걸 보면 극강의 더위가 예년에 비해 길지는 않았던 거 같다. 다만 남쪽에는 40도 넘게 며칠을 가는 날이 이어진 걸 보면 극강의 수준이 더 올라간 게 달라졌다.

더위가 한풀 꺾인 건 일단은 태풍 덕분이다. 태풍이 하나씩 왔으면 열돔에 튕겨 나가고 습기나 몰아넣으면서 더 덥게 만들어놨을 텐데 주변에 3개나 있으니까 열돔도 방법이 없는 거 같다. 즉, 이건 그저 올해의 운이다. 더 높아진 극강의 수준이 앞으로 계속 우리를 괴롭히게 될 거다. 거기에 사상 최대의 엘리뇨가 발생했으니 수온이 올라가고 이게 가을, 겨울 날씨에도 영향을 미칠 거 같다. 

아무튼 더위가 한풀 꺾이긴 했으니 이대로 다시 올라가지만 않으면 좋겠다. 이래놓고 다시 돌아오면 더 짜증날 거 같다.


2. 도심은 왜 이렇게 더운가를 생각해 보면 가장 큰 원인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같다. 열을 잔뜩 빨아들였다가 내뱉는다. 동대문역 옆에 낙산성곽길이 있는데 거기에 큰 돌이 몇 개 있어서 잠깐 앉을 수 있다. 그나마 거기가 그늘이어서 앉았는데 돌이 뜨끈뜨끈한 게 찜질방 수준이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산길, 흙길 잠깐만 걸어봐도 내뿜는 열기는 훨씬 적다. 그렇다고 이런 대도시의 도로와 인도를 흙길로 만들 수는 없다. 자동차가 다 파헤쳐 놓을테고 비라도 좀 내리면 엉망진창이 될 거다. 열을 가져다 냉기로 내뿜고, 냉기는 가져다 온기로 내뿜는 건물과 도로 만드는 자재는 만들 수 없는걸까. 

그런 걸 만들어 내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르고 일단 중요한 건 나무인 거 같다. 도시에는 빽빽하게 나무가 들어차 있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다. 애초에 서울의 경우 도로가 너무 넓고 일자로 설계되어 있다. 편의를 위해서라지만 넓은 도로와 높은 건물은 더위를 확대 증폭 재생산하고 밤이 되도 내뿜는다. 마찬가지로 넓은 도로와 높은 건물은 겨울의 바람을 확대 증폭 재생산한다. 

길이 좀 더 좁아야 나무로 뒤덮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무를 잔뜩 심었을 때 생기는 문제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 열기가 만들어 내는 문제 보다는 낫지 않을까. 


3. 저번 주에 평영에서 새로운 동작을 시험삼아 해 본 뒤로 허리 통증이 멈추질 않고 있다.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20260803

견제, 더위, 수치

1. 우리나라는 이승만 정권 때 거의 경찰 주도 독재국가였다. 검찰 통제가 있긴 했지만 이승만의 신임 속에서 내무부 치안국, 현 경찰이 가장 큰 권력을 발휘했고 정치 파동, 야당 탄압, 부정 선거, 언론 검열 등을 주도했다. 419 때 총을 쏜 것도 경찰이었다. 박정희 군사 정권이 들어서면서 부터는 그 자리가 군인들로 바뀌었다. 그리고 군인들이 밀려나고 난 후 검찰이 핵심이 되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냐 하면 독재 정권 바탕에 권력 유지의 방식으로 경찰, 군인 같은 권력 기관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권력권에서 경찰과 군인을 몰아내는 과정과 정치 개혁을 검찰을 통해 추진하면서 여러 권한을 독점하게 된다. 경찰이나 사법부, 대배심 제도나 시민 선출로 권력 균형을 도모하는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균형을 잡아야 할 부문이 독재를 보조했고 그걸 밀어내는 과정에서 검찰 권력이 형성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검찰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그 핵심은 검찰의 권한을 다른 곳으로 넘기는 게 아니라 견제와 균형을 만들 방법을 찾는데서 나와야 한다. 검찰에 대해 나쁜 기억이 있다고 그저 몰아내려고만 하는 건 경찰 싫다고 군인 들여놓았던 이들과 다를 게 뭐가 있나 싶다. 지금 식의 개혁의 결과는 그냥 검찰이 주도하던 권력추를 경찰 혹은 그 비슷한 기구가 가져가는 걸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경찰은 행정부 소속이라 권력의 힘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삐져나오게 될지 알 수 없다. 검찰이 자의에 따라 뭉개고 수사에 나서고 해서 생겼던 문제들을 경찰이 안 할 거라는 믿음이 과연 어디서 나온 건지 궁금하다. 몇 가지 설치해 놓은 견제와 균형이 과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다. 아무리 봐도 말도 안되는 소리다.

감시가 심해질 거라면서 자체 개혁 노력을 당부한다는 데 이런 나이브한 생각이 또 있을까. 중수청과 공수처가 권력 핵심의 약점들을 파악하고 나면 그때부터 딜이 가능해진다. 검찰 시기에 익히 봐왔던 거다. 이제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정권이 바뀌든 말든 아무도 건드리지도 못할 거임. 


2.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다. 서울은 그래도 저번 주만 해도 해가 지고 나면 바람도 꽤 불었는데 이제 그런 것도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도 조금 늦게 시작한 덕분에 예상 무더위 기간이 좀 짧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어쨌든 앞으로 2주, 3주 정도만 잘 버티면 이 망할 여름도 또 지나가겠지. 대신 올해도 끝나가겠지.


3. 갑자기 허리가 아파서 제대로 못 움직이고 있다. 생활을 못할 정도는 아닌데 꽤 불편하다.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주말 평영에서 문제가 생긴 거 같다. 허리, 복근에 힘을 주고 굽히지 않고 엉덩이를 집어 넣으면서 몸을 일으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보고 몇 번 시도를 해봤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때 잘못된 자극이 생긴 게 아닐까. 아무튼 몸에 뭔가 새로운 시도가 있으면 반드시 후유증을 남긴다. 


4. 이와 별개로 피검사를 했는데 헤모글로빈이 약간 모자르다고 한다. 즉 일종의 빈혈. 갑자기 왠 빈혈. 위험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경계 바로 아래니까 문제는 없다. 검사가 있기 전 일주일 간의 생활과 식사를 되돌아보면 더워서 녹초가 된 것 외에 거의 매일 생선을 먹었다. 삼치, 고등어, 가자미, 장어, 광어회, 우럭회 등등. 인생을 되돌아봐도 어류 섭취가 굉장히 많았던 한 주였다. 

혹시 그것 때문일까 해서 제미나이한테 물어봤더니 헤모글로빈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건 이전 3, 4개월 간의 누적에 가깝기 때문에 그게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은 별로 없고 더구나 생선 종류는 철분과 비타민이 아주 많기 때문에 그것 덕분에 조금 오른 걸 수도 있다고 한다. 그냥 아침에 물 마신 것 때문에 낮게 나올 수도 있다고. 아무튼 찾아보니까 비타민 C를 많이 먹고 식후 커피나 차를 마시지 말라고 한다. 

20260718

호포읍 이야기

1. 호프를 보고 왔다. 영화를 보고나니 생각나는 것들 몇 가지. 

a) 우선 이 영화의 제목은 "호포읍 대소동"이 더 어울릴 거 같다. "대소동"이라는 나름 전통적인 단어가 들어간 최고 제작비 영화가 됐을 수 있었을텐데. 정호연의 레벨이 더 높기는 하지만 나머지 주인공 2인을 포함해 등장인물들이 모두 약간 이상한 억양과 은근 또박또박한 발음을 하는데 이게 대소동의 분위기를 더 배가시킨다. 혹시나 이 영화가 이상하게 보인다면 줄거리나 CG가 아니라 이런 억양 때문이 아닐까 싶다.

b) 2편이 나올 것인가 라고 하면 일단 이 영화에서 호포읍 사람들과 괴물(외계인)은 서로 오해가 있고, 억울한 것도 있고, 너무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이 상태로 균형을 이뤄버렸다. 해소가 된다면 한쪽이 억울해지고 화해를 한다면 너무 시시해진다. 즉 이 상태로 완결이 되었다. 더 뭐가 필요할까 싶다.

c) 물론 이 영화 속에 드리워져 있는 애매한 구석들은 만약 1편의 성공으로 나홍진 감독에게 2편, 3편을 찍을 많은 예산이 주어진다면 우주 대서사시 같은 걸로 얼마든지 확장시킬 수 있을 것 같다.

d) b)의 견해의 약점은 그렇다면 영화 맨 마지막의 대화들은 무엇인가 하는 건데 그것도 그렇고 다른 에피소드들, 대사들 모두 그냥 매크로스의 승무원들이 선장의 명령에 따라 의미를 알 수 없는 복명복창을 외치는 것과 뭐 다를 게 있나 싶다. 어이쿠 대사를 해야되나 하는 분위기다. 사실 영화 전체가 그렇다. 이런 분위기는 a)의 억양이 만들어내는 인상과 마찬가지다.

e) 조인성의 정체는 무엇인가. 불사신인가.

f) 사냥꾼으로 나오는 두 그룹이 상당히 패셔너블하다. 그 무리의 주인공 조인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전형적인 일본식 신대륙 패션의 두 축인 헌터들의 헤비 듀티와 와코 마리아의 룩북이나 비트 다케시 영화에 나올 법한 야쿠자 풍 룩을 잘 보여준다. 

g) 약간 옛날 사람 같은 의견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내가 뭘 본거지"라고들 했다는 칸느의 반응을 되새겨 보면 이상하고 괴상한 영화를 만날 기회가 참 한정적인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 이상한 영화는 잔뜩 있고 찾으려고 한다면 옛날보다 훨씬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찾을 일이 없다. 요즘 이상한 영화 중 가시성이 높은 것들은 별로 없다.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 같은 건 나름 이상하긴 했지만 그건 영화의 미라기보다는 줄거리의 미가 아니었나 싶다.

h) 영화 전체가 뭔가의 패러디, 오마주, 인스피레이션 등으로 가득 차 있는데 굳이 찾을 이유를 주진 않는다는 게 이 영화의 미덕 같다. 그런걸 늘어놓고 어디 한 번 찾아봐라! 끌끌끌 하는 어리숙한 구석이 없는 건 상당한 장점이다.

i) 음문석이 연기한 목수로 나오는 양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입도 눈도 돌아있다.

j) 점프도 하고 180도 드리프트를 수시로 하는 스텔라를 볼 수 있다는 건 나름 귀한 체험이었다.

k) 그래서 이 영화가 재미있냐고 하면 재미있다. 광기까지는 모르겠지만 우당탕탕이 있다. 다 닥쳐라 나는 간다하는 파워가 있다. 밀도가 좀 낮게 느껴지는 게 약간 아쉽지만 영화를 보면서 상당히 오래간 만에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다.


더위, 증폭, 통증

1. 낮에는 거의 40도, 밤에도 거의 30도에 가깝게 오르던 더위가 한풀 꺾였다. 보통은 처서가 넘어야 뜨겁지 않은 바람이 불어오는데 이번에는 입추를 넘으면서 불어온 걸 보면 극강의 더위가 예년에 비해 길지는 않았던 거 같다. 다만 남쪽에는 40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