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따뜻, 앵앵, 증거

1. 시험 기간이 끝났나 보다. 도서관은 다시 조용해졌다. 4월 말의 햇빛도 무척 따뜻하다.


2. 운동을 좀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제가 무릎과 발이다. 조금만 무리하면 둘 다 아파. 이 둘이 아프면 유산소, 근력 모두 문제가 생긴다. 스트레칭은 생각날 때 마다 하고 있는데 숨이 차는 경험을 일주일에 세네번은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듣고 나서 그게 꽤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저번 주에 도서관 뒷산에 올라갔다가 일주일 간 잘 걷지도 못했던 과거가 있다.


3. 자려고 누웠는데 모기가 앵앵거리는 소리가 났다. 돌아왔구나 모기. 모기는 앵앵거리는 소리만 없으면 최후의 승리자가 되지 않을까. 애써 잡을 이유가 사라진다. 생존을 위한 최고의 비행술을 위해 앵앵거리는 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는 건 뭐랄까, 마블 영화에 완벽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생태계의 균형감이랄까. 

얼마 전 뉴스에 보니까 미국에서 올해가 매미가 깨어나는 해라 1000조마리인가가 예상된다고 한다. 아마도 모기는 훨씬 더 많을 거다. 이렇게 개체수가 많으면 뭔가 굉장한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그걸 중심으로 진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세상이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는 않나 보다.

아무튼 모기향을 꺼냈는데 이게 머리가 꽤 아프다. 예전에는 괜찮았는데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방이 좁기 때문이다. 전자 모기향은 아주 아프고 매트형은 약간 덜 아프기 때문에 작년부터 매트형을 쓰는데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거 같진 않다. 그렇다고 모기향을 피울 수는 없잖아. 연기가 자욱할 거 같은데.


4.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진화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는데 수백, 수천 만년 단위로 변화하는 건 또 나로서는 상상의 영역 바깥이긴 하다. 증거들이 꽤 있으니 믿을 수 밖에. 


5. 유튜브 뮤직에 대한 불만 중 하나는 검색을 할 때 연도별 검색 같은 게 안된다는 것. 관심있는 장르, 분야에서 최근에 어떤 음악이 나오는 지 궁금한데 쉽게 눈에 보이질 않는다.


6. 무슨 대단한 음악을 듣고, 무슨 대단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미성년을 대상화하고 방패막으로 쓰는 분을 옹호하는 걸 보면서 케이팝이라는 거 자체에 좀 질려버렸다. 재미는 없어지겠지만 약간 멀리하려고.

20240424

휘청, 유지, 저편

1. 도서관 사람이 많아서 집에 이틀 있었다가 오늘 나갔다. 이틀 정도만 집에 있어도 다리가 살짝 휘청거려. 하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나 봄.


2. 하이브 - 어도어 사건에서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민희진이 지분을 20%나 가지고 있는 것. 자본 투자 없이 어떻게 이렇게 가지고 있나 했는데(예전에 봤을 때는 분명 하이브 100%였다) 옵션이 있었다. 20%라니! 대단하다! 저거 공시가 저번 달인가 그랬더만.

아무튼 이 사건은 본체와 자회사로 운영되는 하이브의 운영 방식에 의문을 남기게 된다. 평상시라면 케이팝이라는 특수한 직종의 특징으로 볼 때 각자의 운영 방식을 유지할 수 있고 적당한 거리감은 서로 윈윈하는 데 도움이 된다. LVMH나 케링 같은 패션 conglemate가 이런 방식이다. 

하지만 자회사가 본체보다 더 수익이 높고 인기가 많은 경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독립을 꿈꾸게 되는 거다. 법이 어떻게 되어있는 지는 모르겠는데 어도어의 경우 사내이사가 민희진 임명이었다고 한다. 즉 본체로부터 간섭이 없는 상태다. 규모가 작으니까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구조라면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다. 처음에는 시스템이 아쉽겠지만 성장하고 나면 왜 내가 먹을 걸 쟤가 가져가지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본진에서는 팔아 넘긴다와 다 쫓아내고 유지한다 중 선택을 하게 된다.

패션 대기업 집단의 경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경영 CEO를 본진에서 임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분을 51%만 가지고 있는 경우도 꽤 있는데 아마도 이런 권리를 통해 균형과 견제를 꾀하고 있는 듯. 물론 여기라도 완전히 안정적인 건 아니다. 그렇지만 예컨대 구찌는 케링의 브랜드라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거다. 이건 누가 자본을 대고 이익을 가지고 가느냐의 문제다.


3. 그러고보니 구찌를 두고 벌어진 케링(당시는 PPR)과 LVMH의 인수 대결도 꽤 흥미진진했었다. 예전 일이라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있었군.


4. 아무튼 하이브의 질문에 대한 어도어의 첫번째 회답은 세상이 다 나를 베끼고 있어 + 뉴진스는 내 편 이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두 가지 답이 다 문제가 많지만 가장 큰문제는 이게 여론에 특히나 좋지 않다는 것. 이후 답이 있었지만 비공개라서 알기 어렵고 결국 하이브가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수순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부터 궁금한 건 하이브는 뉴진스를 어떻게 빼낼 것인가, 그게 가능할까 정도인 듯. 어도어를 껍데기를 만들어서 다시 사들인다는 점과 그 실현 방식에 있어서는 피프티 피프티와 비슷한 점이 좀 있는데 피프티의 경우 아티스트의 계약 당사자가 어트랙트였던 데 비해 뉴진스는 계약 대상이 하이브가 아니라 어도어라는 차이가 있다. 


5. 민 대표의 기자회견 혹은 라방이라 할 만한 일이 있었다. 이걸 보면서 문득 든 생각.

일단 이 무대의 주인공인 방 의장과 민 대표 두 명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회사 대표들이다. 그게 너무나 전형적이고 그 모습을 그대로 생방에서 이야기 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나름의 공감을 하며 받아들이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기대하는 건 뉴진스의 음악이지 민희진이 아니기 때문에 이건 별로 도움이 안됨.

아무튼 하이브의 남초 이사진과 민 대표의 막무가내식을 비교해 보자면 양쪽 다 직원들에게는 재앙일텐데 그래도 하이브 고위, 하이브 직원, 어도어 고위, 어도어 직원 사이에는 약간씩 다른 반응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서 어느 쪽이 다수냐 하면 당연히 하이브 직원 같은 상황이다. 물론 슬쩍슬쩍 걸러서 본 반응은 커뮤니티 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어도어 입장에서 바라본 하이브 고위직의 모습에 빙의를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기사 딸린 차 타고 골프나 치러 다니면서 같은 말은 매우 효과적이다. '그래 맞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음.

민 대표의 케이팝에 대한 불만과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민 대표 타입의 사람과 일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생각이 지워지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오늘 같은 말투, 언어의 사용 방식은 오랫동안 기억 어딘가에 묻혀 있던 불쾌한 감정들을 자극한다. 시혁님이 개꼰대로 호칭이 바뀌는 타임까지 보고 더 보기가 어려워지고 급격하게 피곤해진 건 그런 이유다. 힘들다. 이걸 다시 기억의 저편에 묻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전환의 계기가 필요할 거 같다.


6. 아무튼 그의 라방 속에는 쉼없는 욕설, 미성년 착취, 엄한 곳에 자아 의탁, 인형놀이, "어렸을 때가 더 예뻤다" 류의 가스라이팅 등등 혐오스러운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아무래도 케이팝을 그만 들을 때가 된 듯.


7. 야구를 안 본다고 했지만 집에 오는 길에 티빙에서 딱 하기 때문에 조금씩 챙겨보게 된다. 응원할 팀이 딱히 없는데 최강야구에서 본 두 선수가 가 있는 팀 한화와 키움을 일주일 쯤 봤는데 둘 다 정말... 황영묵이 10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있다지만 다 부질없다. 야구는 안 보는 게 맞는 거 같다.

20240422

수급, 변함, 위상

1. 아이언 렁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링크). 철 원통으로 몸을 감싸고 기계식 인공 호흡을 하도록 만드는 기계로 사람은 머리만 빼놓고 살게 된다. 소아마비 환자들이 들어가는 데 계속 거기에만 있는 건 아니고 건강이 좋을 때는 잠깐 씩이라도 나올 수 있다. 어릴 때, 나이가 든 후에는 거기 있어야 한다. 이제는 현대적인 호흡 치료법도 있고 소아마비 자체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 가장 오랫동안 사용한 분이 2명이 있는데 폴 알렉산더와 마사 릴라드다. 

폴 알렉산더는 1946년생인데 1953년에 처음 아이언 렁에 들어갔다. 10살이 넘어가면서 부터 철폐 바깥에서 사는 삶을 늘려갔고 법학 박사 학위도 따고 변호사 자격증도 따는 등 열심히 살았다. 2020년 8년에 걸쳐 집필한 자서전 Three Minutes for a Dog: My Life in an Iron Lung을 내놨고 2024년에는 틱톡 계정을 계설하기도 했는데 올해 3월, 78세로 세상을 떠났다. 아이언 렁 속에 가장 오랫동안 산 사람으로 기네스 북에도 올랐다.

마사 릴라드는 1948년생이고 역시 1953년에 아이언 렁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아이언 렁을 사용한 거의 마지막 환자였다고 한다. 지금도 아이언 렁 속에 있고 폴 알렉산더 사망 이후 이 기계에 살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한다. 소식에 의하면 오래된 기계라 부품 수급 등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2. ㅁㅎㅈ이 케이팝의 큰 문제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건 기획사 성비 균형 문제와 큰 연관이 있는데 덕분에 ㅁㅎㅈ에게 엄한 방어막이 깔린다. 성비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발을 붙일 수 없을 거다. 사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ㅁㅎㅈ 없는 ㄴㅈㅅ를 약간 기대해 봤고 그럴 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건 쉽지 않을 듯.


3. 시험 기간이라고 도서관이 시끄럽길래 집에 있다. 집에 있으면 2시간 정도 여유가 생기는 게 장점이지만 밥을 해먹고 뒹굴거리고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할 일을 해야지.


4. 최강야구 시즌 3가 시작되었다. 1회 스토브 리그, 2회 트라이 아웃이 있었는데 이 둘은 역시 좀 재미가 없다. 스토브 리그는 유튜브로만 올려도 충분하고, 트라이 아웃은 더 재미 없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이 새로운 선수 만나는 거니 반 회차 분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다. 시즌 3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최소 승률 조절이 있는 걸 암시하며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있는 거 같은데 엄한 몰카를 두 번이나 하는 제작진의 감각을 보면서 약간 왜 저러지 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두고봐야 할 듯. 정의윤은 경고의 의미라도 있어 보이지만 신재영은 그냥 만만해서 저러는 거 아닌가 하는 싶어서 좀 그랬음. 아무튼 시즌 3가 정점이 되어야 할텐데 깔끔하게 떠내 보내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보여줄 지 기대해 보고 있다. 그리고 김성근이 조련하는 니퍼트가 궁금하다. 부디 뭉찬처럼 과도한 무거움과 결과 집착으로 나아가지 않기를.


5. 여고추리반 시즌 3도 이번 주 시작된다. 박지윤이야 그렇다 쳐도 멤버 모두가 이 시리즈가 시작될 때와 소위 위상이 좀 달라져 있다. 연예인 짬을 꽤 먹은 상태라 퀄리티가 꽤 높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따뜻, 앵앵, 증거

1. 시험 기간이 끝났나 보다. 도서관은 다시 조용해졌다. 4월 말의 햇빛도 무척 따뜻하다. 2. 운동을 좀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제가 무릎과 발이다. 조금만 무리하면 둘 다 아파. 이 둘이 아프면 유산소, 근력 모두 문제가 생긴다. 스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