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5

외투, 질림, 격차

1. 날씨가 좀 오락가락한데 아침과 밤에 여전히 춥다. 적어도 울 펠트 안감이나 플리스 안감이 들어간 색 코트라도 입어야 된다. 물론 그렇게 입으면 낮에는 덥다. 그러므로 입었다 벗었다 하기 좋게 매니징을 해보고 있다. 좀 귀찮음. 


2. 기본적인 방침은 외투의 단추를 다 채우고 나가서 아무 것도 건드리지 않고도 하루를 쾌적하게 날 수 있는 착장이다. 일교차가 10도가 넘는 나라에서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긴 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면 될 거 같기도 한데 잘 안된다.


3. KT 장기 사용자 쿠폰으로 밀리의 서재를 구독했다. 그래서 밤에 자기 전, 지하철에서, 일하다 능률이 안 오를 때 각각 3권의 책을 읽고 있다. 

밤에 자기 전에는 최근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을 읽고 있다.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를 읽고 나서 그걸 뒤집어 놓았다는 이야기를 선택했다. 둘을 비교해 보자면 완성도 측면에서는 역시 스타십 트루퍼스인 거 같다. 뭔가 단단한 고전, 마스터피스의 느낌이 있다. 조 홀드먼은 그에 비해서는 좀 어수선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밀리터리 SF에서 한 칸 더 나아가 다른 사상, 다른 이상향이 스쳐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1970년대 히피들은 감명을 받았을 지 몰라도 이제와서 보기엔 좀 민망한 느낌이 있다. 예전에 읽은 거지만 낯선 땅 이방인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다시 볼려고 보니까 절판이군.

지하철에서는 하인라인의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을 좀 읽다가 지겨워졌다. 기본적으로 청소년 도서 특유의 우화 느낌이 잔잔히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듄, 파운데이션, 낯선 별자리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SF 보기가 약간 질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밀리의 서재에 검색해도 나오는 책이 너무 없어서 뒤적거리다가 존 르 카레의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건 BBC 드라마로 봤었고 영어 책으로 시도하다가 관뒀었다. 

하지만 이 책은 지하철에서 보기에 적합하진 않은게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 책 속의 이름을 잘 못 외워서 옆에다 A4지 가져다 놓고 이름과 관계 다이어그램을 그리면서 읽는 사람에게 이런 건 좀 힘들다. 이건 중학교 때 폭풍의 언덕을 읽으면서 몇 번을 읽어도 누가 누군지 모르겠고, 누가 누군지 모르겠으니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가 이름을 적어 놓으면서 읽었더니 이야기 진행 파악이 아주 쉬워지길래 생긴 습관이다. 이번 기회에 그런 거 없이 읽는 데 익숙해져 볼까 하고 있긴 한데 아직 어렵다.

일하다가 졸릴 때 읽는 건 그래도 패션 관련 책들이다.


4. OTT로는 슬로 호시스 시즌 2를 보고 있다. 시즌 1 보면서 개리 올드만이 너무 더러워서 겨우겨우 끝냈는데 뭐 볼까 하다 문득 시작했다. 여전히 너무 더럽다. 게걸스럽게 국수 먹는 거하고 그놈의 코트. 코트를 세탁할 수 있는거야? 하는 대사가 웃기긴 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장벽같은 문제는 슬라우 하우스에서 잭슨 램과 나머지 다른 사람들 간의 능력 격차가 너무 크다는 거다. 얼치기 같은 놈들이 잔뜩 쌓여서 설레발레 하다가 어쩌다 일을 해결함. 데이터 매트릭스에 기반한다면 일 해결의 확률적 측면에서 필터링이 당연하다. 나름 잘 걸러내고 있는 MI5가 그렇게까지 나쁜 조직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존 르 카레 풍 첩보물은 아직은 BBC가 만든 게 최고다. MI5나 BBC나 얼추 같은 사람들이 인생의 어느 갈림길에서 갈린 결과일테니 그런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존 스마일리가 BBC에서 일하고, BBC 시리즈의 제작 스탭이 MI5에서 일하는 평행 우주는 그렇게 멀지 않은 데 있을 테니까.

이렇게 해서 한창 우주 전쟁을 보다가 1943년 독일과 싸우는 거를 지나(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와 더 뉴 룩), 영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로 넘어갔다.

이상한 점은 애플TV가 참 볼 게 없다고 생각하는 데도 시리즈를 쭉 보는 건 애플TV다. 넷플릭스 구독하면 삼체랑 뭐 이런 거 보게 되겠지만. 근데 삼체 이번 시즌엔 우주인들 쳐들어 오는 거 없다고 해서 약간 시큰둥해졌다.


5. 지구마블 세계 여행 시즌 2가 생각보다는 재미있는데 티빙판과 유튜브 판에 미묘하게 다른 점이 있다. 그래서 둘 다 보게 만들긴 한데 안 보는 사람은 아예 관심 없음, 보는 사람에게 2배의 시간을 쓰게 함 전략은 약간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다. 곧 최강야구와 여고추리반이 시작한다. 그거 나오면 SF, 2차 대전, 첩보 전쟁은 좀 뒤로 밀리지 않을까 싶음. 


6. 야구를 몇 경기 봤다. 한화는 좋은 마무리가 없으면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다저스는 글래스노우가 정말 잘 던지던데 내구성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저스는 왠지 별로기 때문에 그들을 견제할 브레이브스를 응원해볼까 하고 최근 경기 하일라이트를 봤는데 화이트 삭스에게 지는 경기를 봤다. 메츠는 뭘 해도 지지부진의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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