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8

conv.

대화다운 대화를 해 본지 4일이 지났다. 그때도 그렇게 즐거운 내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많이 힘들어졌다. 어쨋든 그리고나서 거의 한 마디도 말을 안해본 것 같다. 심지어 편의점 아저씨도 감사하다는 내 인사에 대답을 안한다. 고양이도 소시지를 던져줬더니 냉큼 들고 사라진다. 잠깐도 안 놀아주다니 섭섭하다.

사실 요 몇 년간은 마치 굶주림과 폭식의 패턴처럼, 한동안 침묵하다 누군가 만나면 막 떠드는 경우가 많았다. 서로에게 좋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조만간 생긴다면 조금 말 수를 줄일 생각을 해 본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더 막막하다.

연이어 내리는 비 탓인지 세상이 온통 습하고, 손은 다 벗겨지고, 벌써 끕끕한 냄새가 난다. 냄새와 날씨에 민감한 사람으로서 - 사실 습도에 민감한 거 같다 - 기분이 안 좋다. 불현듯 혼자말을 할까봐 약간 겁도 난다. 사람 많은 장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앱을 산 김에 체크해봤는데 일주일 간 평균 5시간 22분을 누워있었다. 잠 잔 시간은 그래프로 보건데 3시간 30분 쯤 씩 된다. 잠이 부족하고 커피를 많이 마시니 몸이 확실히 이상하다. 그래서 인스턴트 맥심은 그만 마실 생각이다.

네거티브한 의견을 많이 들어서인지 번호를 아는 이들에게 연락하기도 망설여진다. 뜬금없는 걸 좋아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을 돌아보면 그런 건 보통 나만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블로그에 대고 쉴 새 없이 떠들고 있는 거 같다. 요새 우와사의 중심 음악인 서모씨와 탤런트 이모씨, 아니 김모씨에 대한 긴 이야기도 썼는데 부끄러워서 안 올리고 있다. 아마 저렇게 머물다 지워질 듯.

어쨋든 이 일을 어쩌나하고 생각한다. 내 장점 중 하나는 무슨 일이 생겨도 이 일을 어쩔꺼나하고 생각 한다는 점이다. 시시하지만 자랑할란다. 하지만 답이 잘 안 나온다는 게 내 단점이다.

발망의 shy하다는 크리스토페 아저씨는 이제 뭐 할까. 고향에 돌아가 밀 농사를 지으려나. 능력만 있다면 그 사람이랑 갈리아노 데려다가, 같은 팀이지만 서로 말 안해도 되는 장신구 가게라도 열고 싶다. 이 멤버로 브라질에서 장사하면 모르긴 해도 바다가재 같은 건 맘껏 먹을 정도는 벌 수 있을 거 같다.

언제 나는 무생물이 될 것인가를 생각한다. 먼지가 되어 바람에 휙 날리면 기분이 어떨 지 궁금하다. 파리 텍사스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그 멍한 표정들. 참 좋은 영화다. 뭔 이런 소리를 떠들고 있는 건지. 내일도 소시지를 들고 갈 건데, 고양이가 좋아해주면 조금은 기쁘겠다.

20110424

4월 24일

일요일. 바람이 무척 많이 불었다.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냉장고를 뒤져 생명을 약간 더 연장시키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음악을 좀 들었고, 탑 기어를 하나 봤고, 영어 공부를 조금 했고, 생각을 했다. 생각, 생각. 소화가 너무 안되 근처로 산책을 나갔다. 두꺼운 스웨터에 나름 두터운 잠바를 껴 입었지만 그래도 추웠다. 햇빛은 내리 쬐는데 내가 추운 건지, 밖이 추운 건지 모르겠다. 바람 막겠다고 후드를 뒤집어 썼는데 귀에서 계속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웅웅거리며 울린다.

꽤 넓은 근린 공원에는 어린 아이들은 공 하나를 놓고 냅다 뛰어다니고 있었고, 벤치에는 노인 분들이 가만히 앉아 계셨다. 전도를 하시는 아주머니는 유료인 유적지에 들어갔다오면 안되겠냐고 관리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집에서 나온 지 몇 분이나 되었다고, 갑자기 지쳤지만 마땅히 앉을 곳도 없었다. 골목은 공사중이라 먼지가 계속 날렸다. 사진이나 찍을까 하고 나왔지만 그다지 내키지도 않는다.

종일 전화를 붙잡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헤매고 있다. 답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지만 뚜렷하게 보이는 건 없다. 사람에게도, 인생에게도 무책임하다. 나 자신에게 책임을 가진 다는 것과, 불투명한 지향점을 쫓는 다는 것과 다른 이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나가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그걸 사실 잘 모르고 있었던 거 같다. 재미있는 것들을 쫓기에 여기는 꽤 삭막하다.

그건 내 탓도 아니고, 남 탓도 아니다. 뭘 재미있어했던 건지도 이제 잘 모르겠다. 지쳤다는 생각을 한다. 권투 선수가 한참 맞다보면, 찰나의 기회가 와도 펀치를 올릴 수 없을 만큼 지쳐있듯, 하릴 없이 지친다.

사실 몇 가지를, 나름은 필사적으로 쫓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을 안하는 데, 그제 좋은 생각인지, 안좋은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 그걸 다시 생각하기에도 너무 늦었다. 더구나 그렇게 잘 되어가고 있지도 않다. 그게 그냥 지나가고 나면 이제 어떻해야 할까, 그걸 잘 모르겠다. 계속 울기만 하기에도 밤이 짧다.

20110422

f(x), 포미닛, 박봄 등등등

어제 오후는 연예계 빅 사건으로 인터넷이 뒤덮였다. 많은 생각이 들지만 이런 남의 가정사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어쨋든 누군가 날아다니지만 않는다면, 범죄가 아닌 한 별로 관계할 일이 아니라는게 내 기본적인 방침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2집, 3집이 나올 때 레코드 가게 알바를 했었는데, 그때 정말 대단했지. 넥스트 2집이 나올때도 꽤 시끌시끌했다. 아주 커다란, 난데없는 변화가 음반 시장에 찾아오지 않는 한 아마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 풍경이다.

 

사실 어제 쓸데없이 격양되서 포미닛에 대한 긴 이야기를 썼다. 탄식, 걱정, 우려, 앨범에 대한 실망으로 뒤덮인, 왜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썼지 싶게 격앙된 포스팅이었는데 안 올리고 그냥 저장만 해뒀다. 오늘 집에 오면서 뉴스를 돌아보다 보니 포미닛이 엠 카운트다운에서 1위하고 엉엉 우는 사진이 올라와 있더라. 뭐, 안 올리길 잘했다 싶기도 하고. ㅎ

 

언제나 그러했듯이 요즘에도 이것 저것 계속 듣고 있다. 히트하는 곡들도 가능하면 챙겨 듣는 편인데 사실 위에서 말한 서태지와 아이들 시대와는 비교도 안되게, 정말 너무너무 빠르다.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들의 신곡 행진이 잠깐 쉬었던 2, 3주 사이에 왕년 아이돌, 옛날 가수들 싱글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대충 알기라도 하지 파이브돌스, 브레이브 걸스 등등 이러면 아직은 뭔지 잘 모른다.

어쨋든 매번 그러하듯, 요새 들은 몇 가지를 간단한 소개 혹은 단상으로 묶는다.

 

1. f(x)의 피노키오

여전히 훌륭하다. 캐릭터도 확실하고, 그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다만 Nu ABO는 그 특유의 산만함 덕분인지 정말 많이 들었는데도 잘 안질리는 데, 이번 음반은 그에 비해서는 좀 정리가 된 느낌이다.

1집 정규 음반이라 10곡을 다 듣고 있는데 딱히 칸 채울려고 집어놓은 곡 없이 전반적으로 수준도 높고 잘 어울려져있다.

좀 특이한 건 마지막 곡 Lollipop. 샤이니가 피쳐링했다. 알다시피 2ne1이 데뷔한 곡도 빅뱅과 함께 한 Lollipop이다. f(x)껀 Ryan Jhun의 곡이고(효리의 치티 치티 뱅뱅을 비롯해  슈주, 샤이니 곡 등 만들었다), 2ne1은 테디 곡이다.

물론 이 둘은 다른 곡인데 분위기는 뭔가 비슷하다(표절이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그걸 떠나서 2ne1 + 빅뱅의 롤리팝을 빤히 알고 있을텐데 f(x) + 샤이니의 롤리팝을 집어넣은 게 뭔가 재미있다.

 

2. 포미닛의 4minutes left

역시 정규 음반, 1집이다. 2ne1, f(x), 포미닛이 모두 2009년 데뷔인데 2ne1이 진도가 약간 빨리가고 있고 나머지 둘은 비슷비슷하다.

엠카 1위를 했다지만 여전히 나름 탑 클래스의 2년차 아이돌의 정식 음반 치고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포지셔닝도 애매하고, 현아를 데리고 있으면서도 춤하면 포미닛 이런 이야기도 못듣고 있다. 애매한 실력, 애매한 섹시, 애매한 곡 분위기로 나아가고 있다. 아우라가 너무 없다. 차라리 이전 EP의 힘찬 군중 선동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든다. 적어도 그런 걸 하는 팀은 포미닛 밖에 없었다.

 

3. 클로버의 Classic Over

나름 은지원, 길미, 타이푼의 힙합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우와! 정도는 아닌거 같다. 다섯 곡짜리 EP라 이 밴드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쨋든 정식 앨범을 들어보고는 싶다.

 

4. 토니안, 김종민, 천명훈, 브라이언, 김태우 등이 싱글을 내놨다. 김태우는 정식 음반이다. 토니안은 확실한 싸이 스타일의 곡인데 목소리가 예뻐서 어울리는 지 모르겠다. TV에서 우연히 봤을 땐 천명훈 곡이 괜찮게 들리던데 이후로 못 듣고 있다.

 

5. 박봄의 Don't Cry

2ne1은 앞으로 3주에 하나씩 신곡을 내놓는 다는데 그 첫번째 타자는 박봄이다. 이런 식으로 산다라, 또 한 명 정도 나오고 EP나 정규 음반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1집 듣고 깜짝 놀란게 박봄과 산다라의 솔로 곡이 정규 음반에 섞여 있는 점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가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대체 왜 박봄 솔로 음반이나 EP를 안 내주고 2ne1에 섞어버리는 지 잘 모르겠다.

나야 2ne1과 박봄 팬이고, 나름 박봄 스타일을 잘 살렸다고 생각해서 마음에 드는 데 주변에서 들리는 평은 그렇게 좋지는 않다. 그래도 f(x)의 신보가 나온 이 와중에 일단 음반 판매 사이트에서 1위는 찍었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M/V는 꽤 한심하다.

 

6. 김범수 + 태연의 달라

1월에 나온 곡인데 이제야 들었다. 김범수의 위상은 이 곡이 나왔던 1월과 지금이 꽤 다르다. 어쨋든 나가수 1위 가수니까.

사실 김범수의 노래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굉장히 잘 하는 건 분명하지만, 너무 제네랄한 교과서 분위기라 그다지 재미가 없다. 아직 노래를 듣는 재미를 잘 몰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만.

태연은 확실히 아이돌 중에는 발군이다. 날이 갈수록 목소리에 힘이 붙고 있고, 자신의 목소리의 강점을 잘 알고, 잘 활용한다. 하일라이트에서 확 질러버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런 오밀조밀한 느낌을 잘 살린 솔로 음반 같은 게 나오면 꼭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매번 하는데, SM이 걸그룹 솔로는 OST 나 피처링이 아니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뭐 이런 걸 요새 듣고 있다. 말랑말랑한 완성형 곡들에 조금은 지루해져서 다시 실험적인 인디 쪽으로 시선을 돌려볼까 생각 중이다.

20110419

고양이들아, 강아지들아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아, 주인을 잃어버린 강아지들아. 그리고 눈이 달렸으나 신호등을 보지 못하고, 다리가 달렸으나 자동차보다 빠르지 못한 모든 것들아.

제발 도로를 건너지 마라. 뭘 찾는 지는 모르겠다만 건너가봐야 아무 것도 없단다. 지금 있는 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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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제시카 트램프, 하지만 블로그에서 사진을 지운 듯해 링크가 없다.

20110418

기본적으로 잠을 많이 자는 편은 아니다. 대략 5시간 정도. 그것도 근래 파악된 바에 의하면 뒤척이는 경우가 매우 많다. 늦게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대부분 늦게 잠들었기 때문이고 잠들어 있는 시간량은 대게 비슷하다.

이런 식으로 살게 되어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내 몸은 매일 다섯 시간씩 자도록 만들어져 있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씩 매우 깊은 잠에 빠진다. 학창 생활을 시작한 이래 이런 패턴이 고착화되었다. 결론적으로 대략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그러니까 일년에 두 번 정도씩 대책없이 쿨쿨 잔다.

덕분에 고등학생, 중학생 때 둘 다 대략 6번 정도씩 지각(혹은 조퇴)가 있다. 잠에서 깨어보면 점심 시간이고,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잠깐이라도 학교에 나갔다가 조퇴를 하든, 계속 있든 했기 때문에 결석은 없었다. 초등학교 때는 아직 패턴이 만들어지지 않아 시시 때때로 안가고, 집에 오고 뭐 이런 불량한 패턴을 유지했기 때문에 엉망이다.

 

물론 이런 깊은 잠이라는 게 아무때나 오는 건 아니고 보통은 몸이 안좋을 때(예를 들어 감기) 찾아온다. 이런 루틴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이렇게 한 번씩 모든 걸 잊고 푹 자면 큰 감기도 잘 안걸린다는 거다. 덕분에 크게 아파본 적은 없다.

이런 패턴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대학 생활 때다. 술 먹고 퍼지는 경우가 생기는 바람에 한번씩 자는 깊은 잠이 의미가 없어졌다. 이런 잠은 또 너무 잦으면 소용이 없다. 물론 이런 건 1, 2학기때 잠깐이라 대략 술자리가 줄어들면서 다시 평온해졌다.

또 하나의 위기는 군 생활이다. 여러가지로 좀 곤란하다.

군 생활할 때 3번 정도 드러누웠는데 한 번은 금방 나을 거였고(물집이 생긴 게 추위에 얼었다), 또 한 번은 심각하진 않았지만 질기게 갔고(식중독 비슷한 현상으로 한참을 고생했다), 마지막은 심각했지만 금방 회복되었다(유격 훈련장에서 꼬꾸라졌다, 금방 다 괜찮아졌지만 계속 아픈 척 했다 - 병장 때라). 세번 다 병원에 들어가거나 하는 일은 없이 그냥 이삼일 드러누워 자다 나았다.

어쨋든 덕분에 드러누울 수 있었고, 나름 몸도 기존 패턴을 잘 따라갔다.

 

요즘에 들어서는 이런 패턴을 잘 만들지 못한다. 오늘은 죽도록 자야겠다 생각을 해도, 자꾸 깨어난다. 영혼을 지배하는 불안감의 문제도 있고, 커피를 너무 잦게 마시는 문제도 있고, 예전처럼 아주 피곤하게 살고 있지 않은 문제도 있다.

그와 관련있는 지 몰라도 잔병이 무지하게 많아졌다. 툭하면 체하고, 툭하면 감기가 걸린다. 그러면서도 꼬꾸라질 정도로 아프진 않아 질질 늘어진다. 결론은, 또 감기에 걸렸다. 그래서 오늘은 좀 많이 자려고 일찍 집에 들어왔다. 그래놓고 이렇게 또 떠들고 있다.

하지만 잠에 좋은 아세트아미노펜이 잔뜩 들어있는 감기약을 먹었고, 따뜻한 옷도 입었다. 어쨋든 자야겠다.

4월의 어느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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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는 벌써 벚꽃이 날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4월도 끝나간다. 낮에는 무척 덥다. 햇빛은 꽤나 따갑다. 하지만 밤은 여전히 춥다. 내 몸의 냉기는 여전히 다 빠져나가지 않아, 낮에 병든 닭처럼 햇빛을 한참 쬐고 있다가도 잠시만 그늘에 들어가면 다시 추워진다. 어제는 던킨 도너츠에 2시간 쯤 멍하니 앉아있었다.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고, 터무니없게 졸리기 시작했다. 멍하니 두들 점프, 타이니 윙스 같은 게임을 하다가 인터넷 게시판과 트위터를 뒤적거렸다. 옆 자리의 아주머니 네 분은 매우 시끄러운 톤으로 돌아가면서 자식 자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자신들이 대학다닐 때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강에는 개들이 많았다. 하나같이 귀엽다. 다들 잠시 한눈을 팔기도 하지만 주인을 쫓느라 정신이 없다. 강아지들에게는 이런 종류의 절박함이 있다. 주인을 잃어버린 강아지들은 얼굴에 금방 티가 난다. 그 초조함, 그 긴장감.

오늘도 낮은 더웠다. 바람이 잠시만 불어도 간담이 서늘해지지만, 그 서늘함의 깊이가 점점 얕아지는 걸 느낀다. 조금만 더 있으면,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워질 것이고, 또 나는 대체 그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몰라 좌절하게 될 것이다.

필요없는 단어들만 둥둥거리며 떠오른다. 실제로 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둥둥둥. 멀리서 들려오는 북 소리. 사라진 사람들을 계속 생각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을 계속 생각한다. 이 의미없는 루틴은 계속 마음 깊은 곳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20110412

바람이 많이 불었고, 생각보다 더웠다

아침부터 머리가 너무 아팠다. 하지만 대관절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두통약을 하나 먹었고, 혹시 카페인 부족 현상 중에 하나인가 싶어 맥심 인스턴트 커피를 몇 잔 마셨고, 어제 일요일에 너무 뒹굴거리기만 해서 몸이 찌뿌둥해 그런 건가 싶어 가볍게 산책을 했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다.

어쨋든 그렇게 하루를 지내다가 문득 이건 좀 걷든지하며 몸을 좀 혹사시켜야 괜찮아지겠다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아무래도 어제 너무 가만히 있어서 그런거 같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몸과 마음에서 오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멜론이 먹고 싶으면 먹어야 하고, 스테이크가 먹고 싶으면 먹어야 한다. 운동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 어쨋든 걷기라도 해야 한다. 급하게 필요로 하니까 시그널링을 보내는 거다.

 

그래서 걷기 시작했다. 낮에는 그리 덥더니 해가 지고나니 쌀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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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 만에 이 루트로 걸어본다. 겨울에는 어지간히 따뜻한 방한복이 있지 않는 한 엄두가 안나는 코스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모자가 날라갈 거 같아 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밤섬 옆 어둠 속에 작은 배가 한 척 있는 거 같았는데, 잘 안보였다. 뭐가 있는 건가 하고 가만히 보고 있는데 한강 한 가운데로 번쩍거리는 경광등을 단 모터 보트가 지나갔다. 뭔가 문제가 있는 거라면 저쪽에서 알아서 하겠지. 고질라가 숨어있다는 걸 알게 되더라도, 내게 별 뾰족한 수가 있을리 없다.

열심히 걷다보니 생각보다 몸이 후끈해졌다. 아침과 밤의 쌀쌀함이 무서워 계절감없이 따뜻하게 입기는 했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거보다 더웠다. 바람 때문에 얼굴의 체온이 확확 떨어져가는 걸 느끼면서도 땀이 흘렀다.

서강대교는 변한게 없다. 바로 옆 마포대교가 널찍하고 쾌적한데 비해, 서강대교는 좁고 을씨년스럽다. 평균 5km/h대로 열심히 걸으면서 어제 챙겨놓은 음악을 들었다. 요즘 아이팟에는 아이튠스에서 20회 이상 들은 곡 200곡, 한 번도 듣지 않은 곡 50곡을 골라내(스마트 리스트라는 좋은 게 있다) 랜덤으로 듣고 있다.

생각을 덜어내며 열심히 걷는 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핑크 플로이드, 벨 앤 세바스찬 같은 것들을 흘려듣다가 2ne1과 f(x)에서 멈춰섰다. 결국 급하게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놓고 둘 만 반복해 들었다. 2ne1은 꽤 되는 데 f(x)는 Nu ABO 한 곡 밖에 없다(피노키오를 기다리고 있다, 안 좋으면 가만 안둘거다).

한강을 5km/h의 속도로 열심히 건너는 일에 이보다 더 적합한 음악은 없다. 경쾌하고, 드럼과 베이스는 알맞게 진중하고, 반복적이고, 질리지 않는다. 훌륭하다.

 

나름 열심히 4km를 걸었는데 그다지 나아진 건 없었다. 하지만 문득, 계속 속이 답답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어제 밤부터 체해 있던 것이다. 시시 때때로 체하는 주제에 항상 이렇게 늦게 깨닫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낮에 가스활명수라도 사놓을 걸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아침부터 안좋았으니 범인은 어제 먹은 음식이다. 어제 먹은 음식은 둘 - 평범한 점심 밥, 내가 만든 저녁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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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트가 안맞아서 작게 올린다)

 

트위터에도 올렸는 데 어제 밤에 난데 없이 꽁치김치찜이 너무 먹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져가며 급하게 만들어먹었다. 비록 통조림이지만 광화문에 꽁치김치찜 파는 식당에는 꽁치가 달랑 두 조각밖에 안들어있는데 나는 마음대로 넣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통조림에는 꽁치가 여섯 조각 들어있었다) 신나게 만들어 급하게 먹어댔다.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지만 딱히 문제가 될 만한 요소는 없었다. 결국 급하게 먹은 게 죄다. 슬프다.

그건 그렇고 토요일에 쟈니 덤플링 반달 군만두를 먹었는데 그게 너무 너무 또 먹고 싶다. 아휴. 체해서도 이런 걸 생각하고 있다니.

20110410

오늘 찍은/캡쳐한 사진 몇 장

간만에 마음이 동해 지오캐싱을 찾으러 갔는데 못찾았다. 하필 사람이 너무 많아 진득하게 뒤지고 다닐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오캐싱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조금 더 자세히.

여하튼 사진을 딱히 잘 찍어서 신난다 하면서 올리는 건 아니고, 4월 9일 토요일은 이런 날이었구나 싶어 올려본다. 그러고보니 작년 연말에 플리커 만료된 이후 그쪽은 거의 안가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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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은 아이폰에 써볼까 싶어 다운받았는데 별로다. 다만 저 컬러톤이 마음에 든다.

20110407

방사능 비가 내리던 날, 멜론

방사능 비가 내렸다. 방사능이 있었고, 비가 있었다. 체르노빌 때도, 중국이나 소련이 핵실험 했을 때도 방사능 비는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 맞는 거랑 모르고 맞는 거랑은 조금 다르다. 예컨대 굳이 무해함을 증명하기 위함이 아니라면 일부러 맞을 필요는 없다. 방사능을 떠나서도 황사도 있고, 중금속도 있고 뭐 원래 엉망진창이다.

 

이런 경험이 있다. 교토 은각사 뒤에 가면(딴 곳일지도 모른다) 물이 쫄쫄쫄흐르는 돌로 만들어진 옛날 식수대처럼 생긴 것과 나무로 만들어진 국자가 있다. 원래 옛날 건물같은 데를 가면 건물 뒤를 돌아다닌다. 집 주인의 묘한 취향같은 게 어른거려서 꽤 재미있다. 이런데서 살면 여기 맨날 짱박혀 있겠구나 싶은 곳도 찾아보고. 어쨋든 그러다가 발견했다.

마셔도 된다라는 안내문을 보고(영어였다) 마침 목이 마른 김에 이끼가 빼곡히 박혀있는 걸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셨다. 잘 마시고 나서 보니, 그 안내문에는 마시면 안된다고 써 있었다.

대체 왜 그 잠깐 사이에 일부러 확인까지 했는데 잘못 봤는지 전혀 모르겠다. 정말 뭐에 잠깐 홀렸는지도 모르겠다. 목이 말랐지만 절박하지는 않았었다. 외지에서는 그런 안내문에 민감해야 한다.

어쨋든 막상 알고 나니 이끼 비린내가 더 확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갈증은 한 밤이 될 때까지 멈추질 않았다. 아마도 심리적인 이유가 더 컸을 것이다. 말하자면 원효대사와 비스무레한 경험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원융회통도 화쟁도 깨닫지 못했고, 대승기신론소나 금강삼매경론도 쓰지 못한 채 블로그 통합을 할까 말까 고민이나 하고 있다.

 

종일 커피도 많이 마시고, 녹차도 많이 마시는 바람에 카페인 과다로 몸도 붕 떴다. 안정이 안되니 불편하다. 어제 못참고 떡볶이를 먹은 바람에 속도 좋지 않다(과하게 매웠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멜론이 너무나 먹고 싶었는데 그게 마음 속에서 증폭되기 시작했다. 트윗질도 해놓고 집에 가는 길에 홈플러스에 들렀다.

5천원까지라면 사 먹는다 결심을 했고, 꼭 이런 식으로 결정하면 7,8천원 쯤 하더라 예상하며 그러면 어떻게 하지 생각했는데 두가지 있던 멜론은 모두 12,500원. 정말 낙담하고 말았다. ㅠㅠ

할 수 없이 세개에 750+750원이라는 과자 세트(빼빼로, 예감, 제크)를 하나 사고 화장솜을 사서 버스타고 왔다. 그리고 참외를 먹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맘을 달래는 기분이 든다. 다행이다.

20110405

춘망증

그다지 봄을 타는 성격은 아니다. 그냥 겨울이 지나가면서, 에고 이제 살았구나... 얼어죽진 않았군하는 생각 정도 한다. 바람 막 불고 그러는 가을은 좀 타는 거 같다. 가을엔 생일도 있어서 별로 즐겁지가 않다. 여하튼 추위가 확확 풀리고 봄바람이 부는 좋은 날씨는 그것만으로도 좋다.

다만 신체는 봄을 좀 탄다. 정확히는 환절기 증세다. 얼굴에 뭐가 막 나고, 손이 막 벗겨진다. 온통 간지럽다. 아무리 좋다는 걸 쳐 발라도 별로 소용이 없다. 그리고 쉴 틈없이 졸리다. 나른하다. 주변의 추세를 살펴보면 다들 피곤하고 졸려하는 거 같기는 한데 좀 유난한 거 같다.

계속 졸리니 힘이 없다. 그래도 못자니 면역력이 약해진다. 그래서 막 뭐가 나는게 아닐까 싶다. 겨울잠도 필요하고, 봄잠도 필요한, 생각해보니 여름 도피도 필요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다.

 

아키라의 네오 도쿄도, 블레이드 러너의 LA도, 터미네이터의 지상 세계도 하나 같이 흐리다. 아키라와 터미네이터의 세계에서는 낙진 때문이고,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환경 오염 때문이다. 약간 다르지만 풍경은 비슷하다.

말로만 듣던 방사능 비를 맞이하게 되었다. 물론 핵전쟁 이후의 낙진에 의한 비처럼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지만 여하튼 명시적인 이름은 방사능 비다. 다행인 건 핵전쟁 때문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시즌이라서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처럼 삭막하지는 않다.

블레이드 러너의 인조인간을 부르는 명칭은 안드로이드다. 필립 K 딕의 소설과는 조금 다르게 요즘은 안드로이드를 들고 다니며 앵그리 버즈 같은 걸 한다. 그래도 방사능 비는 내린다.

며칠 전에 삼각지 원 대구탕에서 어머니와 대구탕을 먹으면서 일본 문제로 이제 조금 있으면 대구탕 못먹을지도 모른다느니 이런 이야기를 잠시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뭐 이런 시절이 지나가고 있고, 나는 졸리다.

카니에, 티아라 그리고

오래간 만에 요즘 듣는 음악들.

우선 칸예라고들 하던데 카니에 웨스트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2010년 11월에 나온 음반. 이 음반은 매우 훌륭하다. 정말로 훌륭하다. 섬세하고, 웅장하고, 진중하다. 그리고 70분 동안 플레이를 해놓고 1번 트랙부터 차례대로 앨범을 듣는 재미가 존재한다. 차곡차곡 쌓이면서 그림이 완성된다. 어쨋든 이것은 힙합은 아니다.

 

그리고 티아라. 요새 티아라를 자주 듣는다. 예전에도 몇 번 말한 Temptastic. 비록 EP지만 아마도 내 블로그에서 카라와 함께 가장 자주 언급한 걸그룹 음반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음악 자체는 f(x)나 미스에이 쪽이 훨씬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아라에는 어딘가 정이 간다. 살짝 흐르는 뽕짝의 기운과 통속적이고 편한 멜로디, 가끔 껴있는 말도 안되는 가사.

머리 속이 복잡할 때 정말 부담없이 듣고 있다. 참고로 소연, 은정, 지연 팬이다. 아이유 정도의 파괴력은 없었지만 정글피쉬 OST에 실린 지연의 솔로곡도 나쁘지 않았다(얼굴하고 목소리하고 느낌이 꽤 다르다)

그리고 '괜찮아요' 중간에 화영의 랩이 있는데, 걸그룹 래퍼들이 사실 고만고만한 구색 맞추기인 경우가 많은데 목소리가 꽤 마음에 든다.

 

Bushwick Bill의 Phantom of the Rapra. 이 파란만장한 아저씨는 2010년에 조지아에서 마리화나와 코카인 소지 혐의로 체포되었다. 이미 전과가 있어서 추방당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쨋든 작년에 이 뉴스를 보고 CD로 가지고 있던 이 음반을 컴퓨터에 인코딩했었는데 그래놓고 또 한참 있다가 요새 가끔 듣는다.

상당히 실험적인 면이 있기는 한데 90년대 중반이라 요즘 들으면 그렇게 새롭지는 않다. 그래도 듣다보면 저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디테일을 상당히 중시하는 섬세한 음악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음반이다.

요새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살짝 검색해보니까 추방은 면했다는거 같다.

20110403

프로야구 시즌 시작

며칠 전후로 2011년 야구 시즌이 시작되었다. 한국 리그, 메이저리그 둘 다 꽤 오랜 응원팀을 가지고 있다. 두산하고 뉴욕 메츠다. 한동안 야구에 관심을 끊고 살았는데 올해는 대충 돌아가는 상황이라도 파악할 생각이다.

우선 메츠. 메츠는 솔직히 우승은 아주 어렵고, 리그 안에서도 희망이 별로 없다. NL 동부 리그에는 필리스와 브레이브스라는 거대한 벽같은 존재가 버티고 있고, 말린스는 커녕 내셔날스도 버겁다. 작두를 타도 한두 게임으로 안되고 한도 없이 타야 뭔가 일을 낼 수 있다.

구단주는 매도프 금융 사기에 휘말렸고, 선수진은 붕괴했다. 선발, 불펜, 마무리, 내야, 외야 어디하나 안심이 되는 곳이 없다. 하지만 메츠의 팬들은 승패나 우승 따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_-).

어차피 어쩌다 한 번씩 일어나는 일이고(69년과 86년에 월드 시리즈 우승을 했다), 되면 좋고 안되도 그만이다. 그래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 우승하는 모습을 2번은 더 볼 수 있을 거라는 믿음같은 게 있다.

개인적으로 목표는 리그 3위. MLB.tv는 커녕 아이폰 앱 MLB at Bat도 고민을 하긴했는데 마음만 상할 거 같아 안샀다. 4월 안에 결정하고 at Bat 정도는 사볼까 생각하고 있다.

나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팀은 레드 삭스와 인디안스. 절대 싫은 팀은 양키스.

 

그리고 두산. 메츠에 비해 두산은 올해 분위기가 아주 좋다. 로스터가 탄탄한 느낌이 든다. 충분히 우승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일요일이라고 오래간 만에 LG와의 라이벌 전을 뭔가 계속 먹으면서 보고 있는데 0-5로 깨지고 있다. 나름 잘 하는거 같은데 점수가 계속 벌어지네(ㅠㅠ). 아직 4회니까 두고 봐야지.

 

어쨋든 올해도 화이튕이다. 나도 좀 잘되고, 너희들도 좀 잘되자.

20110401

온연히 나의 몫이다

자다가 깼다. 아니, 잠을 잔건지 안잔건지 모르겠다. 겨울 이불은 이제 너무 두껍다. 땀을 흘렸고, 냄새가 난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몸에서 안좋은 냄새가 난다.

멍하니 누워있다가, 또 뭔가를 끄적거리며 웅얼거리고자 휴대폰을 든다. 노키아 이즈 한글 키패드로 글자를 마구 늘어놓던 생각이 난다. 그것도 땀이 많이 났었다.

아이폰은 대신 오자가 많다. 뭐, 그런 이야기다.

어제는 골치아픈 꿈을 꿨다. 배경과 등장 인물은 바뀌는데 프레임은 항상 같다. 헐리우드에서 고전을 리메이크하듯이 스케일이 점점 커지고 미장센의 디테일이 치밀해진다.

물론 소품이 바뀌었다고 구조가 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인상이 바뀐다. 만든 사람에게는 제 자식같겠지만 예술은 어쨋든 받아들이는 자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달라진 인상은 개개인에게 중대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어쨋든 밤새 쫓겨다녔다. 익숙한 미로를 돌아다녔고, 여유도 생겨 사람들 틈 사이에서 식사를 하며 쫓는 자를 기다리기도 했다. 꿈 속에서 쫓기던 자가 누리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약간은 기분이 누그러졌다. 중동 풍의 식당이었다. 인도 여자가 날 쳐다보던 기억이 난다.

지금 뭘 하고 있나, 생각했다. 잘 모르겠다. 일감이 생기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니 이럴 땐 일을 벌려야한다는 것 정도 본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토록 떠오르는 게 없다는 사실이 꽤 버겁다. 퍼낸 것도 없는데 고갈된다면 그것처럼 우울한 이야기가 없다.

옛날 사람들을 생각한다. 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나도 알고, 그들도 알겠지만 그렇다고 말을 꺼낼 처지는 아니다.

따락 따락 거리는 아이폰 타자 소리는 무척 감성적이다. 프로의 솜씨가 느껴진다. 컴퓨터의 키보드처럼 물리적으로 들어가는 느낌은 없지만, 소리가 간격을 만들어낸다.

물론 너무 작아 오자가 많이 나기 때문에 조금 더 컸으면 하는 생각은 있다. 가로 모드도 괜찮기는 한데, 이건 또 보이는 창이 너무 작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템포를 자꾸 잊어버린다.

너무 늦었구나. 내일 또 후회하겠네.

슬럼프

슬럼프다. 그냥 모른척하고 지나가려고 했는데 써놓고 자신을 객관화시키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 써본다. 내 슬럼프의 증상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육체적으로는 배가 고파지고, 잠이 많아지고, 얼굴에 뭐가 많이 나고, 다리가 좀 아프다. 정신적으로는 솔깃한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물론 여기서 솔깃은 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허접한 걸 수도 있다... 사실 대부분 허접하다.

어쨋든 솔깃한 것들이 쉬지도 않고 떠올라야 정상인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고 그저 멍해진다. 이번에는 좀 더 심각한 게 책을 봐도 글자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증상은 참으로 오래간 만이다. 이런 경우의 해결 방안은 돈벼락을 맞던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든지, 뭘 막 사든지, 갖가지 새로운 시각적 자극을 잔뜩 느끼던 지 하는 것들이다.

이 중 돈벼락과 뭘 막 사는 건 현 상황으로는 매우 희박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과 새로운 시각적 자극을 찾는 건 그냥 희박하다.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혹시나 뜬금없이 한번 보자고 말해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참고로 저는 무척 재미없는 사람이므로 그냥 요새 좀 많이 바쁘다고 말하면 된답니다(-_-).

추위, 오구오구, 훈련

1. 너무 춥다. 집에 오는 길에 날씨를 보니 기온은 0도, 바람이 좀 불어서 체감 온도는 영하 3도 쯤이다. 옷은 작년 한 겨울 쯤 입은 것과 거의 같았는데 셔츠에 플리스, 오리털 파카, 청바지에 운동화였다. 여기에 머플러, 더 추우면 히트텍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