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4

4월 24일

일요일. 바람이 무척 많이 불었다.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냉장고를 뒤져 생명을 약간 더 연장시키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음악을 좀 들었고, 탑 기어를 하나 봤고, 영어 공부를 조금 했고, 생각을 했다. 생각, 생각. 소화가 너무 안되 근처로 산책을 나갔다. 두꺼운 스웨터에 나름 두터운 잠바를 껴 입었지만 그래도 추웠다. 햇빛은 내리 쬐는데 내가 추운 건지, 밖이 추운 건지 모르겠다. 바람 막겠다고 후드를 뒤집어 썼는데 귀에서 계속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웅웅거리며 울린다.

꽤 넓은 근린 공원에는 어린 아이들은 공 하나를 놓고 냅다 뛰어다니고 있었고, 벤치에는 노인 분들이 가만히 앉아 계셨다. 전도를 하시는 아주머니는 유료인 유적지에 들어갔다오면 안되겠냐고 관리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집에서 나온 지 몇 분이나 되었다고, 갑자기 지쳤지만 마땅히 앉을 곳도 없었다. 골목은 공사중이라 먼지가 계속 날렸다. 사진이나 찍을까 하고 나왔지만 그다지 내키지도 않는다.

종일 전화를 붙잡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헤매고 있다. 답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지만 뚜렷하게 보이는 건 없다. 사람에게도, 인생에게도 무책임하다. 나 자신에게 책임을 가진 다는 것과, 불투명한 지향점을 쫓는 다는 것과 다른 이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나가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그걸 사실 잘 모르고 있었던 거 같다. 재미있는 것들을 쫓기에 여기는 꽤 삭막하다.

그건 내 탓도 아니고, 남 탓도 아니다. 뭘 재미있어했던 건지도 이제 잘 모르겠다. 지쳤다는 생각을 한다. 권투 선수가 한참 맞다보면, 찰나의 기회가 와도 펀치를 올릴 수 없을 만큼 지쳐있듯, 하릴 없이 지친다.

사실 몇 가지를, 나름은 필사적으로 쫓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을 안하는 데, 그제 좋은 생각인지, 안좋은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 그걸 다시 생각하기에도 너무 늦었다. 더구나 그렇게 잘 되어가고 있지도 않다. 그게 그냥 지나가고 나면 이제 어떻해야 할까, 그걸 잘 모르겠다. 계속 울기만 하기에도 밤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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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평화,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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