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01

온연히 나의 몫이다

자다가 깼다. 아니, 잠을 잔건지 안잔건지 모르겠다. 겨울 이불은 이제 너무 두껍다. 땀을 흘렸고, 냄새가 난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몸에서 안좋은 냄새가 난다.

멍하니 누워있다가, 또 뭔가를 끄적거리며 웅얼거리고자 휴대폰을 든다. 노키아 이즈 한글 키패드로 글자를 마구 늘어놓던 생각이 난다. 그것도 땀이 많이 났었다.

아이폰은 대신 오자가 많다. 뭐, 그런 이야기다.

어제는 골치아픈 꿈을 꿨다. 배경과 등장 인물은 바뀌는데 프레임은 항상 같다. 헐리우드에서 고전을 리메이크하듯이 스케일이 점점 커지고 미장센의 디테일이 치밀해진다.

물론 소품이 바뀌었다고 구조가 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인상이 바뀐다. 만든 사람에게는 제 자식같겠지만 예술은 어쨋든 받아들이는 자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달라진 인상은 개개인에게 중대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어쨋든 밤새 쫓겨다녔다. 익숙한 미로를 돌아다녔고, 여유도 생겨 사람들 틈 사이에서 식사를 하며 쫓는 자를 기다리기도 했다. 꿈 속에서 쫓기던 자가 누리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약간은 기분이 누그러졌다. 중동 풍의 식당이었다. 인도 여자가 날 쳐다보던 기억이 난다.

지금 뭘 하고 있나, 생각했다. 잘 모르겠다. 일감이 생기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니 이럴 땐 일을 벌려야한다는 것 정도 본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토록 떠오르는 게 없다는 사실이 꽤 버겁다. 퍼낸 것도 없는데 고갈된다면 그것처럼 우울한 이야기가 없다.

옛날 사람들을 생각한다. 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나도 알고, 그들도 알겠지만 그렇다고 말을 꺼낼 처지는 아니다.

따락 따락 거리는 아이폰 타자 소리는 무척 감성적이다. 프로의 솜씨가 느껴진다. 컴퓨터의 키보드처럼 물리적으로 들어가는 느낌은 없지만, 소리가 간격을 만들어낸다.

물론 너무 작아 오자가 많이 나기 때문에 조금 더 컸으면 하는 생각은 있다. 가로 모드도 괜찮기는 한데, 이건 또 보이는 창이 너무 작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템포를 자꾸 잊어버린다.

너무 늦었구나. 내일 또 후회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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