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8

conv.

대화다운 대화를 해 본지 4일이 지났다. 그때도 그렇게 즐거운 내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많이 힘들어졌다. 어쨋든 그리고나서 거의 한 마디도 말을 안해본 것 같다. 심지어 편의점 아저씨도 감사하다는 내 인사에 대답을 안한다. 고양이도 소시지를 던져줬더니 냉큼 들고 사라진다. 잠깐도 안 놀아주다니 섭섭하다.

사실 요 몇 년간은 마치 굶주림과 폭식의 패턴처럼, 한동안 침묵하다 누군가 만나면 막 떠드는 경우가 많았다. 서로에게 좋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조만간 생긴다면 조금 말 수를 줄일 생각을 해 본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더 막막하다.

연이어 내리는 비 탓인지 세상이 온통 습하고, 손은 다 벗겨지고, 벌써 끕끕한 냄새가 난다. 냄새와 날씨에 민감한 사람으로서 - 사실 습도에 민감한 거 같다 - 기분이 안 좋다. 불현듯 혼자말을 할까봐 약간 겁도 난다. 사람 많은 장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앱을 산 김에 체크해봤는데 일주일 간 평균 5시간 22분을 누워있었다. 잠 잔 시간은 그래프로 보건데 3시간 30분 쯤 씩 된다. 잠이 부족하고 커피를 많이 마시니 몸이 확실히 이상하다. 그래서 인스턴트 맥심은 그만 마실 생각이다.

네거티브한 의견을 많이 들어서인지 번호를 아는 이들에게 연락하기도 망설여진다. 뜬금없는 걸 좋아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을 돌아보면 그런 건 보통 나만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블로그에 대고 쉴 새 없이 떠들고 있는 거 같다. 요새 우와사의 중심 음악인 서모씨와 탤런트 이모씨, 아니 김모씨에 대한 긴 이야기도 썼는데 부끄러워서 안 올리고 있다. 아마 저렇게 머물다 지워질 듯.

어쨋든 이 일을 어쩌나하고 생각한다. 내 장점 중 하나는 무슨 일이 생겨도 이 일을 어쩔꺼나하고 생각 한다는 점이다. 시시하지만 자랑할란다. 하지만 답이 잘 안 나온다는 게 내 단점이다.

발망의 shy하다는 크리스토페 아저씨는 이제 뭐 할까. 고향에 돌아가 밀 농사를 지으려나. 능력만 있다면 그 사람이랑 갈리아노 데려다가, 같은 팀이지만 서로 말 안해도 되는 장신구 가게라도 열고 싶다. 이 멤버로 브라질에서 장사하면 모르긴 해도 바다가재 같은 건 맘껏 먹을 정도는 벌 수 있을 거 같다.

언제 나는 무생물이 될 것인가를 생각한다. 먼지가 되어 바람에 휙 날리면 기분이 어떨 지 궁금하다. 파리 텍사스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그 멍한 표정들. 참 좋은 영화다. 뭔 이런 소리를 떠들고 있는 건지. 내일도 소시지를 들고 갈 건데, 고양이가 좋아해주면 조금은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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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 시합,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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