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07

방사능 비가 내리던 날, 멜론

방사능 비가 내렸다. 방사능이 있었고, 비가 있었다. 체르노빌 때도, 중국이나 소련이 핵실험 했을 때도 방사능 비는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 맞는 거랑 모르고 맞는 거랑은 조금 다르다. 예컨대 굳이 무해함을 증명하기 위함이 아니라면 일부러 맞을 필요는 없다. 방사능을 떠나서도 황사도 있고, 중금속도 있고 뭐 원래 엉망진창이다.

 

이런 경험이 있다. 교토 은각사 뒤에 가면(딴 곳일지도 모른다) 물이 쫄쫄쫄흐르는 돌로 만들어진 옛날 식수대처럼 생긴 것과 나무로 만들어진 국자가 있다. 원래 옛날 건물같은 데를 가면 건물 뒤를 돌아다닌다. 집 주인의 묘한 취향같은 게 어른거려서 꽤 재미있다. 이런데서 살면 여기 맨날 짱박혀 있겠구나 싶은 곳도 찾아보고. 어쨋든 그러다가 발견했다.

마셔도 된다라는 안내문을 보고(영어였다) 마침 목이 마른 김에 이끼가 빼곡히 박혀있는 걸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셨다. 잘 마시고 나서 보니, 그 안내문에는 마시면 안된다고 써 있었다.

대체 왜 그 잠깐 사이에 일부러 확인까지 했는데 잘못 봤는지 전혀 모르겠다. 정말 뭐에 잠깐 홀렸는지도 모르겠다. 목이 말랐지만 절박하지는 않았었다. 외지에서는 그런 안내문에 민감해야 한다.

어쨋든 막상 알고 나니 이끼 비린내가 더 확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갈증은 한 밤이 될 때까지 멈추질 않았다. 아마도 심리적인 이유가 더 컸을 것이다. 말하자면 원효대사와 비스무레한 경험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원융회통도 화쟁도 깨닫지 못했고, 대승기신론소나 금강삼매경론도 쓰지 못한 채 블로그 통합을 할까 말까 고민이나 하고 있다.

 

종일 커피도 많이 마시고, 녹차도 많이 마시는 바람에 카페인 과다로 몸도 붕 떴다. 안정이 안되니 불편하다. 어제 못참고 떡볶이를 먹은 바람에 속도 좋지 않다(과하게 매웠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멜론이 너무나 먹고 싶었는데 그게 마음 속에서 증폭되기 시작했다. 트윗질도 해놓고 집에 가는 길에 홈플러스에 들렀다.

5천원까지라면 사 먹는다 결심을 했고, 꼭 이런 식으로 결정하면 7,8천원 쯤 하더라 예상하며 그러면 어떻게 하지 생각했는데 두가지 있던 멜론은 모두 12,500원. 정말 낙담하고 말았다. ㅠㅠ

할 수 없이 세개에 750+750원이라는 과자 세트(빼빼로, 예감, 제크)를 하나 사고 화장솜을 사서 버스타고 왔다. 그리고 참외를 먹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맘을 달래는 기분이 든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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