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05

춘망증

그다지 봄을 타는 성격은 아니다. 그냥 겨울이 지나가면서, 에고 이제 살았구나... 얼어죽진 않았군하는 생각 정도 한다. 바람 막 불고 그러는 가을은 좀 타는 거 같다. 가을엔 생일도 있어서 별로 즐겁지가 않다. 여하튼 추위가 확확 풀리고 봄바람이 부는 좋은 날씨는 그것만으로도 좋다.

다만 신체는 봄을 좀 탄다. 정확히는 환절기 증세다. 얼굴에 뭐가 막 나고, 손이 막 벗겨진다. 온통 간지럽다. 아무리 좋다는 걸 쳐 발라도 별로 소용이 없다. 그리고 쉴 틈없이 졸리다. 나른하다. 주변의 추세를 살펴보면 다들 피곤하고 졸려하는 거 같기는 한데 좀 유난한 거 같다.

계속 졸리니 힘이 없다. 그래도 못자니 면역력이 약해진다. 그래서 막 뭐가 나는게 아닐까 싶다. 겨울잠도 필요하고, 봄잠도 필요한, 생각해보니 여름 도피도 필요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다.

 

아키라의 네오 도쿄도, 블레이드 러너의 LA도, 터미네이터의 지상 세계도 하나 같이 흐리다. 아키라와 터미네이터의 세계에서는 낙진 때문이고,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환경 오염 때문이다. 약간 다르지만 풍경은 비슷하다.

말로만 듣던 방사능 비를 맞이하게 되었다. 물론 핵전쟁 이후의 낙진에 의한 비처럼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지만 여하튼 명시적인 이름은 방사능 비다. 다행인 건 핵전쟁 때문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시즌이라서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처럼 삭막하지는 않다.

블레이드 러너의 인조인간을 부르는 명칭은 안드로이드다. 필립 K 딕의 소설과는 조금 다르게 요즘은 안드로이드를 들고 다니며 앵그리 버즈 같은 걸 한다. 그래도 방사능 비는 내린다.

며칠 전에 삼각지 원 대구탕에서 어머니와 대구탕을 먹으면서 일본 문제로 이제 조금 있으면 대구탕 못먹을지도 모른다느니 이런 이야기를 잠시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뭐 이런 시절이 지나가고 있고, 나는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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