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31

사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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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의 사진은 텀블러, 플리커에도 올라가 있다. 나머지 둘은 예전에 올렸던 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뭐 다 이런 거지.

백팩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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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구하면 사용기라도 남겨놓고 싶어진다. 이렇게 흔한 물건도 마찬가지다. 이것도 병이다.

물론 이런 짓이 나름 효용도 있어서 이걸 언제부터 썼더라 궁금할 때 찾아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부실한 제목과 태그, 어디에 올렸는지 모른다는 점(이건 블로그를 대부분 통합하면서 조금 쉬어졌다) 등으로 올린 기억은 있는 데 못찾는 경우도 꽤 있다. 여튼 딱히 패션 이야기는 아니니 여기에 살짝 남겨 놓는다.

 

쓴지 한 달 쯤 되가는 이 백팩은 좀 웃기는 게 앞의 지퍼가 주머니가 아니고 그냥 몸통 안으로 들어가는 다른 문이라는 거다. 즉 위의 지퍼나 가운데 지퍼나 만나는 곳은 같다. 처음에는 이런 웃기는 짓을 하다니라고 어처구니가 없군 하고 생각했는데, 등 뒤에서 가방을 내리지 않고 물건을 뺄 때 상당히 편하다. 그 섬세한 분석에 나름 감탄했다. 하지만 안에 분리된 수납 공간이 두 개만 더 있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더불어 현재 얌전히 보관되어 있는 만다리나 덕의 백팩과 비교하면 무게를 흩어놓는 설계에 문제가 있어 같은 양을 넣어도 노스페이스 쪽이 무겁게 느껴진다. 원래 들고 다니는 양에서 휴지 하나만 더 들어있어도 금새 알아차리고 무거워하는 나같은 인간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아래가 천인 버전과 세무 가죽인 버전 두가지가 있는데 만원 차이가 난다. 올 천 버전은 색상이 약간 발랄하고, 半 천 半 세무 버전은 조금 진중하다. 진중한 버전이었다면 좀 더 좋았을 텐데싶은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내게 선택의 여지가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만약 진중 버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발랄 버전이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안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어쨋든 어디라도 가고 싶다. 이 말하려고 써본다.

20110529

강아지 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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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의 이름은 웅이다. '웅'인지, '웅이'인지는 모르겠다. 집에서 기르던 막내(요크셔테리어)를 동생이 데려갔는데 하나를 더 들였다. 올해 쯤 태어난, 이제 아기다. 하지만 노년의 막내가 웅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하도 받아서 일단 집에 데려왔다.

털은 요크셔테리어인데 몸통은 마르치스를 닮았다. 다리도 튼튼하고, 허리도 튼튼하고, 힘도 세다. 막내는 평생 무거운 적이 없는 아이인데 이 녀석은 벌써 무겁다.

이 녀석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 말귀를 전혀 못알아듣는 다는 사실. 예전에 기르던 마르치스 '뿌찌'와 성격이 상당히 닮았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하기 싫은 건 안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현재 내 방을 화장실로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는 사실 -_-.

챔스 결승

볼까 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일찍 잠든 덕분인지 잠에서 깨어났고 전반 약간 놓쳤지만 대충 봤다.

예전에 잠깐 말했지만 나는 일단은 아스날의 팬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별로 안좋아한다. 아무리 봐도 재미도 별로 없고 매력도 별로 없다. 아스날과도 여러 면에서 악연인 팀이기도 하다. 05-06 시즌에 아스날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그 어이없던 엉망의 경기를 여전히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아스날 최고의 라이벌은 여전히 토트넘이라고 생각하지만 맨유도 만만치않다. 하지만 요즘에는 뭐 알다시피... -_-

FC 바르셀로나에는 호감을 가지고 있다. 경기를 꽤 재미있게 하고 팀의 오랜 역사가 지니는 그 찬연한 정치색에도 찬사를 보낸다. 팬이라면 긍지를 가져도 되는 팀이다. 아스날과 05-06 시즌 챔스 결승에서 만났었는데 그때 1-0으로 이기고 있다가 2-1로 역전패 당했었다.

어쨋든 바르셀로나를 내심 응원은 하고 있었다.

 

 

경기 전 생각으로는  일단 승리의 경험, 선수들의 스탯, 스펙, 전술의 경험도 등등 거의 모든 면에서 바르셀로나가 앞서있는 건 확실하기 때문에 맨유가 그냥 맨유 축구를 해서는 승산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결국 맨유는 바르셀로나를 도발시켜 제풀에 무너지게 하는 방법 말고는 별 수가 없을 거고, 그래서 게임은 반칙과 헐리우드 쇼가 남발하는 아마 매우 지저분한 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웸블리에서 한다는 것도 이런 식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데 굉장한 득이다.

그게 아니라면 챔스 예선에서 아스날이 바르셀로나를 잡았을 때처럼 철저한 수비 위주로 가능한 효율적으로 풀어가다가 역승을 노리는 방식 정도 하지 않을까 싶었다. 현재 맨유의 선수진과 별로 어울리는 방법은 아니다. 플래쳐도 없고.

 

 

하지만, 예상과는 좀 많이 다르게 맨유는 가감없이 맨유의 축구로 상대했다. 언뜻 이해가 가지도 않고, 그렇게 해서 과연 될 거라고 정말 생각을 한 건지 싶지만 어쨋든 퍼거슨은 그런 선택을 했다. 예상과 다른 점 또 하나는 둘의 차이가 나긴 날 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 정도로 벌어질 지는 몰랐다는 것.

경기는 뭐, 알다시피 전혀 게임도 안됐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저 전형적인 바르셀로나 식 축구에 맨유는 아무런 대책도 가지고 있지를 않았다. 루니의 골처럼 어쩌다 생긴 기회를 골로 연결하는 거 말고는 별 뾰족한 수도 없었고, 후반에는 작전이고 뭐고 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 공을 잡고 있어야 작전을 쓰지. 기억이 맞다면 맨유는 그나마 작전을 살릴 수 있는 코너킥 기회도 한 번도 없었다.

어쨋든 맨유는 바르샤에 완전히 말렸다. 뒤로 옆으로 앞으로 패스하는 공 하염없이 쫓아다니다가 완전히 지쳐버렸고, 그 덕분에 후반에는 다들 얼굴에 피로가 역력했다. 지금 생각해도 맨유가 바르셀로나를 뚫을 방법은 루니가 한 골 넣은 것처럼 대책없이 힘으로 물어부치며 진인사대천명 하는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바르셀로나는 사비도 사비지만 메시는 정말 -_- 뭐 역시나 말도 안되는 사람이다. 메시의 무서운 점 첫번째는 앞에 수비가 겹겹이 막고 있어도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그걸 가로지르고 나가 그저 제 할일을 한다는 점이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냐.

 

 

자 결승이 끝났다. 문제는 지금 상황으로선 바르셀로나의 전성기가 더 계속 될 거라는 점이다. 패싱 축구의 완성형에 최고급 개인기, 전술 이해도까지 완벽하게 결합되어 있다. 경기 전에 리네커의 인터뷰처럼 메시가 부상 당하기를 기다리는게 차라리 나을 거 같다. 역시 바르샤 잡을 건 무리뉴 밖에 없는 건가.

20110528

거지같은 보안 액티브 엑스들

하도 당한게 많아 어떻게든 엔프로텍트를 가능한 피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비슷한 류로 알이라는 글자가 맨 앞에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여튼 아이폰 사용 이후로는 금융 거래는 가능한 아이폰으로 처리한다. 또 다행히 몇몇 사이트들이 크롬 등의 브라우저를 지원하기 시작했기도 하다.

어쨋든 오늘 BC카드 사이트 가입을 하려다 문제가 시작되었다. 오픈 브라우저는 추후 지원 예정이라고 써있는 걸 보고 아 또 뭔가 잔뜩 깔려나보다라는 한숨이 몰려 왔다. 그리고 사이트에 들어가자 마자 뭔지 모를 삼형제를 - 키보드 보안, 어쩌구 세이프, 또 뭔가 엔프로텍트 이름이 붙어있는 것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뭔가 되는 듯 싶더니만 BC카드 사이트에서는 회원 가입이니 할 틈도 없이 'USB 구성 요소가 변조되었습니다'라는 알 수 없는 문구의 팝업이 계속 뜨기 시작했다.

USB, 구성 요소는 무슨 말인지 알겠고 '변조'는 대체 뭘까 싶어서 사전을 찾아보니

1) 변조(變造) : 개조, 변작

2) 변조 : 전파 따위를 변하게 하는 일, 조바꿈, 진동수를 변화시켜 전파 따위를 변하게 하는 일, 잘 진행되던 상태가 달라짐

3) 변조(遍照) : 부처님의 빛이 온 세계와 사람의 마음을 두루 비춤

4) 변조(變潮) : 달라져 가는 사조나 조류

대략 이런 뜻이 있다. 설마하니 USB 구성 요소의 빛이 온 세계와 사람의 마음을 두루 비춤은 아닐테고 1보다는 2, 2의 마지막 뜻이 아마 가깝지 않을까 싶다. 해석하자면 UBS 구성 요소가 잘 진행되었는데 달라졌다는 소리다.

하지만 왜?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도 위 문구의 팝업 창은 계속 위로 위로 하나씩 뜨고 있었다. 이렇게 오류로 팝업이 계속 뜨는 장면은 참 오래간 만에 본다.

인터넷을 검색해 봤더니 엔프로텍트에서는 바이러스 검사하고 당사로 연락하라는 이야기만 써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가 들어오듯 화면이 휙 나갔다 돌아오고 USB 장치에 전원이 모자르다는 경고가 뜸,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던 리모콘 나감 -> 재부팅 -> 인터넷 먹통 -> 네트워크 사용 안함으로 바꾼 다음에 다시 설정 -> 하지만 아이피 재설정 실패 -> 모뎀도 끄고 컴퓨터도 끄고 다시 부팅 -> 한참 찾더니 결국 원상태로 복귀 성공.

BC카드 사이트는 무서워서 못들어가겠다. 아, 참 피곤한 인생이다.

20110527

저번에는 귀찮아서 지웠고

저번에 말했지만 반복 - 일단 진행을 보면 -> VISA 마크가 붙어있는 체크 카드를 발급받기로 결심

-> 기업은행 찾아감 -> 통장 신청 / 인터넷 뱅킹 신청 / 체크 카드 신청함

종이 통장 없는 페이퍼리스 통장도 있다는 데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은근히 쓸 게 많아 안 물어봄(사실 VISA체크 카드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분이었음) : 후회됨, OTP를 사게 될 줄 알았는데 시크리트 카드(숫자 잔뜩 적힌 플라스틱)를 주길래 그냥 받아왔음 : 후회됨

-> 체크 카드 일주일 있다 나온다고 들었음

 

-> 10일 지난 후 소식 없길래 전화 -> 고객 센터 : 모르겠음, 신청한 직원에게 물어보세요 -> 은행 찾아감 -> 신청 안했다는 사실 발견, 다음 주 화요일까지는 꼭 받게 하겠음 -> 신경질 내면서 돌아옴

-> 그날 새벽에 은행 고객 센터에 항의글 남김 -> 다음날 아침에 담당자에게 전화 옴(이 텀은 정말 번개같이 빨랐다) : 집에 찾아온다고 : 왜 와요 : 사과할려구요 : 오지 마세요, 저 집에 없어요 : 아녜요 갈께요 등등 -> 결국 찾아와서 음료수 남겨놓고 감 : 항의 철회해 주세요 -> 네 알았어요 철회할께요

 

-> 시간이 흘러 다음 주 화요일 : 지남 -> 수요일 우체국 아저씨에게 전화 옴 : 집에 아무도 없어요 -> 목요일 카드 받음 -> 밤에 집에 왔는데 등록을 해야 된다길래 홈페이지 들어감 -> OTP 카드가 있어야 등록되요 -_- -> ARS는 22시까지(카드에 붙은 스티커와 딸려온 안내 용지의 전화 번호가 다름 1566-2566과 1588-2588

 

직원 아저씨의 약간의 게으름과 나의 후회될 일 두가지가 체크 카드 발급을 근 한 달 일정으로 만들어냈다. 생각해 보면 별 일 아닌데, 조금 의욕이 불타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약간 신경질이 났고 지금은 만사가 귀찮아졌다.

다 집어치우고 리셋한 다음 시티 은행을 찾아가 새 출발을 해 볼까하는 생각도 드는데 역시 귀찮다. 시티를 찾아가보고 싶은 이유는 그나마 그쪽이 체크 카드가 좀 예쁘기 때문이다. 기분이라도 좋잖아.

20110525

두통의 원인

맨 골골대는 이야기만 써대서 나도 좀 그러긴 하지만, 두통이 계속되고 있다. 더위나 카페인 문제는 아닌 거 같다. 덥지 않을 때도 계속되고 있고, 카페인은 충분히, 너무 충분히 마시고 있다. 얼마 전부터 파악하기 시작한 어카운트 트랙에 의하면 내 생활비 중 커피가 식비 다음으로 2위다.

근래의 두통은 울렁거리지 않고 지리한게 특징이다. 뭐랄까, 산소가 모자라는 기분이다. 이런 일이 있으면 나같은 경우, 원인을 알고 싶어한다. 원인을 알기 위해 머리를 싸매느라 두통은 더욱 지리해진다.

예상하는 원인은 몇가지 있다. 첫째는 먼지. 급작스럽게 따뜻해지면서 먼지가 너무 많다. 특히 방에 먼지가 너무 많다. 좁아 터질 거 같은 방이라 이 영향은 직접적이다.

둘째는 감기다. 아무래도 감기에 걸려있는 거 같다. 오뉴월 개도 안걸린다는 감기에도 걸렸고, 봄볕에 타면 님도 못알아본다는데 님은 커녕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게 살이 타고 있다. 선크림을 사야되는데... 라고 생각하지만 결단을 못내리고 있다.

손톱에 이상이 있다. 증상을 보건대 소문으로 듣던 무좀인 거 같다. 발에도 안생기던게 손에 생기다니. 몸에서 멋대로 발생하는 현상을 목도하면 기분이 안좋기 때문에 마음 같아서는 팡이제로를 사다가 막 뿌려대고 싶지만 그러면 안될거 같다. 바닷물에서 한 삼일 첨벙첨벙 놀면 좋을텐데...

병원에 가볼까 하는데 역시 결단을 못내리고 있다. 지금은 곤란하다... 왠지 이 말이 해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는 아이폰이다. 조막만한 걸 시도때도없이 쳐다보고 있지니 눈도 침침해지고 목도 아프다. 그래서 두통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놀고있는 노키아를 좀 들고 다녀볼까. 거기는 앱도 다 지워서 할 게 없다.

뭐 이러고 있다. 아이폰으로는 ㅂ과 ㅁ이 맨날 틀린다. 너무 치기 어려워.

20110523

무심함

아이폰 앱들 중에서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환경에 처해있을 때 그냥 꺼져버리는 앱들이 있다. '지하철'이라는 앱이 그렇고, '웨더스타'도 그렇다. 또 뭐가 있었던 거 같은데 인지하는 순간 거의 지워버리기 때문에 기억이 안난다. '올레 내비' 장난 아니다. 어쩌다 괜찮은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그렇다.

이건 명백히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았거나, 실패했거나 둘 중 하나다. 대충 대충 일을 처리한 거다.

또 다른 걸로는, 저번에도 이야기했는데, 지하철이 텅 비어있는데 굳이 옆자리에 앉는 사람 그리고 칸이 여러 개 있는 공공 화장실이 텅 비어있는데 굳이 옆자리에 앉는 사람. 이건 무심함을 떠나 일종의 정신 이상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피하고 본다.

또 텅텅 비어있는 식당에서 바로 건너편 자리 마주보이는 자리에 앉는 사람도 있다. 모르는 사람하고 마주보면서 밥 먹으면 좋은가? 하여간 세상에는 별 사람 다있다.

이건 그냥 싫은 건데 담배 피면서 바닥에 줄창 침뱉는 사람. 왜 그러는지 이유를 전혀 모르겠는데 이건 정말, 다 먹여버리고 싶다.

어쨋든 이런 무심함 참 싫어한다.

 

그건 그렇고 오늘 어느 지점에 앉아있었더니 까치가 내 머리 위를 돌며 나를 경계했다. 퍼더덕 거리며 까악 까악하는 소리가 들리길래 위를 올려다 봤더니 내 머리 바로 위를 활강하고 있었다. 머리 바로 위에서 제자리에 멈춰있는 모습을 아래에서 보는 건 꽤 입체적이고 꽤 신비롭다.

웃긴 게 두 번이나 그랬다(다른 장소). 오늘 내 복장이 까치에게 거슬리는 뭔가가 있었나보다.

그러고보니 아주 예전이지만 비둘기가 나를 공격한 적이 있다. 아침에 학교에 가는데 갑자기 비둘기가 달려들어 내 머리를 쳤다. 앗 뭐야 하면서 뒤를 돌아봤는데 비둘기 역시 턴하더니 다시 나를 공격했다. 까치와 마찬가지로 그 턴하는 모습은 무척 입체적이고, 경이롭다. 그러면 뭐해 나 때리러 오는 건데.

이유를 모르고 공격 당하면 굉장히 마음 상한다. 비둘기마저 날 미워하다니 ㅠㅠ 내가 조류에 시큰둥하듯 -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치킨은 좋지만 - 그들도 나에게 적대적이다. 그렇다고 미워하는 건 아닌데 미움당하니 슬프다.

더구나 새들이 나를 공격하면 영화 버드가 생각나 더 무섭다. 그 부리로 내 눈을 쪼아대면 이를 어쩔까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별로 답이 없다. 걔네들은 날고, 나는 땅바닥에 붙어있다. 전적으로 불리하다.

그나마 길에 사는 고양이, 모르는 강아지들은 약간은 서로 정답다. 물론 대책없이 짖어대는 놈들도 많지만.

 

또 하나, 이 블로그 유입의 가장 큰 양을 차지하는 건 검색 엔진이다. 검색 엔진이 85% 정도, 직접 트래픽이나 추천 사이트(추천이 뭘까?)가 나머지다. 그런데 근 1년 간 검색어 수위는 '부산 게이 사우나'와 '벳키'다.

벳키는 이해가 가는데 부산 게이 사우나는 도대체 뭘까. 찾아봤더니 부산이라는 말과 게이라는 말과 사우나라는 말이 한 포스팅 안에 들어가 있어서 그렇다. 지금 쓰는 이 포스팅에도 이제 세 단어가 한 묶음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부산 게이 사우나라....

21일 오후 2시, 20도

5월 20일은 비가 내렸다. 타다닥 거리는 굵은 비부터, 비가 오는 지 안오는 지 알 수 없었으나 몸이 스르륵 젖어드는 안개비, 아주 잠깐 구름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등등 변덕스럽기 그지 없는 날씨였다. 그리고 너무 추웠다. 바람은 안 불었지만 몸 곳곳에 한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5월에 이렇게 추운 날이 있었던가.. 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21일은 더웠다. 비는 그쳤고, 아침 공기는 상쾌했다. 맑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어제 비 덕분에 가시 거리 안의 초록은 선명했다. 탄천을 걷기로 했지만 오늘 입은 옷은 너무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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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에서 나온 트랙탑 앞에 써있는 유벤투스는 옷을 구입할 당시에는 커다란 별 두개에 빛나는 명문 구단이었지만, 그 사이에 승부 부정 파문, 2부 리그로 강등, 벌금때문에 그리고 2부로 떨어진 구단 때문에 떠나는 주전 선수들로 엉망이 되었다가 다시 1부 리그로 승격해 4, 5위에서 헤매는 시절까지의 역사가 있었다. 즉, 오래된 옷이다.

이 옷은 약간 두툼해, 20일 날씨에는 춥고 21일 날씨에는 덥다. 이 정도 두께의 옷은 이제 한국의 날씨에서는 입을 타이밍을 찾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정직하게 이 옷이 적당하게 사용 될 시즌은, 아무리 생각해도 1년 중 70시간 안팎이다.

어쨋든 이 두터움과 검정 빛깔은 5월, 오후 2시 20도의 햇빛을 잔뜩 빨아들였고 나는 2km로 걷고 난 후 지쳐 떨어졌다. 뱃속도 엉망이었다.

그저께는 고기 국수와 만두를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잔뜩 쳐먹고, 뱃 속에서 불어나는 압력을 견디며 블루베리 요거트라는 걸 마셨다가 뒤집어졌다. 그리고 오늘은 빈 속에 매운 풋고추를 먹으면서 와, 이거 맵네를 연신 외치며 계속 쳐먹은 다음, 차곡 차곡 모은 커피빈 쿠폰으로 얼티밋 아이스 블렌디드인가 뭔가를 벌컥벌컥 마시고, 탄천 햇빛 아래서 더위에 달궈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식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햇빛은 뜨거웠지만 그래도 강변가에서 아른거리는 풀 냄새는 너무 좋았다. 봄에 여행을 떠나 외지고 숲으로 둘러싸인 종착지에 도착해 문을 딱 열었을 때 나는 냄새. 배 아픔과 살짝 먹어버린 더위에 정신이 반쯤 나가있으면서도 냄새가 참 좋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후배 집 침대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며 뒹굴거리다가 저녁에는 나가수를 봤다. 배가 아파서 이소라는 못봤고, 주르륵 지나가고, 임재범을 봤다.

박정현과 김범수가 하위권일거라 생각했고, 그러면 저번주와 통합해 4, 5, 6위 선을 왔다 갔다 할 YB, 김연우, BMK가 위험할 거라 생각했고, BMK는 선곡운이 아주 좋았기 때문에 결국은 YB와 김연우가 각축전을 벌일 거라 생각을 했다. 정답은 김연우였다. 상당히 어려운 퀴즈다. 김범수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3등이었다.

두번 경연에서 YB는 5등과 5등, 김연우는 6등과 4등을 했다. 7위가 상위권으로 튀어올라가 버리면 7위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도 7위를 하게 된다. 합산의 묘미이기도 하고, 합산의 모순이기도 하다. 이러면 이소라가 초기에 말했던 꾸준한 5위나 6위로 버티는 전략은 위험해 진다. (아마도) 그걸 알았기 때문에 넘버 원을 했고, 그걸 하다가 약간 지쳐버렸다.

임재범이 감동을 주는 이유가 진정성 때문이다라는 트윗글을 봤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소라도, 박정현도, 김범수도, 김연우도 진정으로 노래를 부른다. 당연히 구석구석까지 삶이 담겨있다. 김연우의 경우는 그의 말대로 다만 고단한 시련이 많이 담겨져 있지 않을 뿐이다.

이 게임은 그러므로 매우 전략적이다. 두 경연의 합산이 되면서 더욱 그렇게 되었다. 다만 그 전략이 책상 앞에서 짜낸 게 아니라, 오랜 가수 생활과 무대에서의 관중과의 경험 축적이라는 본능이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임재범은 아주 좋았다. 내가 아주 싫어하는 방식을 - 문화 예술 활동에서 감정을 솔직하게 표면에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 그걸 뛰어넘어서 해낸다.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임재범이 주는 감동의 좀 더 명확한 정체는,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그리고 11시 42분에 출발하는 공휴일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집에 들어왔다. 고단한 하루다. 하지만 한 건 거의 없다. 먹었고, 잤고, TV를 봤고, 누워 있었다. 몬스터에서 요한이 외치던 hilfe mir, hilfe mir라는 문구가 자꾸 머리를 떠돈다. 하지만 오늘 만난 내 후배와 마찬가지로, 손을 벌릴 곳은 없다. 점점 사라지기만 한다.

20110519

모나라당

모나라당 자문위원이라는 사람의 트윗과 페북이 오늘 화제다. 그가 사태가 조금 커지고 이후 수습하는 모습, 그리고 페북에 남긴 글을 보면 그는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이건 사회가 정직해야 한다느니, 기강이 바로 잡혀야 한다느니 하는 가히 실소기 나오는 일류 드립을 치는 모씨와 비슷한 스트럭쳐지만, 수준이 매우 낮아 딱히 웃음도 주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 레벨로 뻘드립의 세계에 함부로 발을 들이면 안된다. 이미 모나라당에는 중원의 거목같은 뻘드립류의 최강자들이 포진하고 있는데 깜냥 부족이다. 도를 더 닦아라.

어쨋든 그 사람이 남겼다는 이야기를 보면 그는 이미 자문 위원은 커녕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눈치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떠드는 의지를 제어할 방법도 없는 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흉악한 잡범으로 변신하는 건 오직 시간 문제다.

격리와 요양, 약물 치료의 병행을 요구한다. MB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우리의 복지가 이 정도 심각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은 될거라 믿는다.

그건 그렇고 전두환이 학살자가 아니라면 과연 뭘까?... 대머리?

5월하고도 19일

어제 오늘 내가 다시 봐도 무슨 이야기인지 대체 모르겠는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 오늘은 약간 진지한 모드로 한 번. 하지만 사실 오늘은 참으로 버라이터티한 날이었고 그래서 많이 피곤하다.

518이었다. 이 둘은 붙여서 말해야 의미가 더 짙어지는 거 같다. 별로 할 말은 없는 날이다. 예전에, 그러니까 매년 5월 18일만 되면 연세 대학교 도서관 앞에 찾아가(거기서 항상 추모 집회가 있었다) 멍하니 담배라도 피면서, 머리에 알루미늄 색 거대한 대야를 얹고 계시던 할머니에게 당근과 시금치가 들어있는 김밥을 사다 꾸역꾸역 먹던 시절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약간 흥분해서 정말 나쁜 놈들이다 라는 등등의 말을 했더니 혹시 친척 중에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는 지 물어본 사람이 있다. 그런 건 없다. 재밌는 건 다카키 마사오 욕을 한참 하고 있을 때도 똑같은 질문을 한 사람이 있었다.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재미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쨋든 갑자기 더워지기 시작하는 5월 특유의 뿌옇고 텁텁한 공기는 더 지독해진 모습으로 여전히 남아있지만, 적어도 4월부터 5월까지 한창 가투가 이어지는 시절은 끝났다. 역시 재밌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적어도 역사적으로 바뀐 건 하나도 없는 거 같다. 우리는, 이건 대형 국가에 둘러쌓여있다보니 만들어진 특유의 습성같은 건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어쨋든 좀 묻고 가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남이가 따위의 말들은 여전히 유효하고,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어떤 것도 청산하지 못했다. 그럴 의지도 별로 없어보인다. 우리가 남이가.

항상 드는 생각은 나도 그렇고, 미래의 한국 사람도 그렇고 혹시나 또 전쟁의 시대가 찾아와 우리가 식민지가 되었을 때, 과연 그들에게 나라 지키려면 싸워야한다고 말할 유인이 있는 가 하는 점이다. 보아하니 알맞게 굽신거리고, 알맞게 살아남으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별 탈도 없든데. 예전에는 그래서는 안된다 뭐 이런 민족적인 마인드도 있었던 거 같은데, 요새는 그런 건 없어졌다. 만약 싸우게 된다면 거대 매판 자본주의나 독재 같은 걸 무찔러야되 뭐 이런 마인드나 있을려는지 모르겠다.

천안함 사건이나 군대 내 자살 사건, 혹은 총격 사건 등의, 중대하지만 어설픈 마무리로의문이 남아있는 사건이 났을 때,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의 사건의 경우에도, 인터넷 게시판에서 가끔 보는 이야기들이 있다. 관련된 군인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들이 계속 입 다물고 있을 리가 없다는 거다. 그러므로 진실은 틀림없이 밝혀질거라는 고운 믿음들. 하지만 나는 그런걸 그다지 믿지 않는다.

80년 광주에서도, 그 전에 꽤 많은 사건들에서도 수도 없이 많은 애꿏은 목숨들이 명을 달리했는데 그들을 쐈을 사람 어느 누구 하나 입 한번 뻥긋하지 않고 있다. 구조와 집단의 힘이라는 건 이렇게 무섭다. 양심 고백같은 건 극히 예외적인 일이고, 보통은 코너에 몰릴 때로 몰려서 나온다. 하지만 아무도 코너로 몰지 않고, 혹은 이제와 그런 이야기 하면 뭐하나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야지 따위의 어설픈 이야기로 묻어버릴려는 사람이 지천에, 특히 이 사회의 상층부에 널려있다. 그런 점에서 경제 이런 걸 떠나 이 곳의 미래가 그다지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그렇다.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된다는 마인드가 결국 모두를 죽일 것이다.

20110518

조악한 기반

어제 불만이 가득해 쓴 글은 일단 비공개 처리합니다. 문장도 꽤 조악하고, 뭐 그래요. 일도 좀 복잡하게 흘러갔고요. 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또 썼는데 말을 쉽게 꺼내는 경망스러운 태도는 이제 좀 자제하려고요. 이건희나 MB 욕이나 하는게 적어도 마음은 편합니다.

딴 이야기나 좀 하죠.

야후 메일을 오래 전 부터 쓰고 있습니다. 회원 가입일이 2000년 7월 14일이네요. 정말 한참동안 형편없는 서비스를 자랑했습니다. 갑자기 pop 서비스를 유료화해서 한동안 안쓰기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생각난 김에 찾아봤는데 gmail은 어디서 가입일을 확인하는 지 못찾았습니다. 아마 2004년 쯤에 만들었을거에요. 첫번째 트윗은 2008년 9월 8일 오후 4시쯤에 올렸군요.

여하튼 야후가 이번에 개편을 했는데 좀 그럴듯해 졌어요. 완벽하진 않습니다. 주소록에 merge 기능도 없고, 사라진 링크들도 상당수 방치되어 있어요. 그래도 꽤 깔끔해졌습니다. 메모장 기능이 있는데 그것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제 쓴 글도 야후 메모장에다 썼던 겁니다.

그렇다고요.

20110516

맥심 인스턴트 커피

P216

맥심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면, 곧바로 꽉꽉 조여서 깨질 거 같았던 머리통 주변의 모세 혈관이 팽창되면서, 혈액이 제대로 흘러들어가고, 그러면서 두통이 비로소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이 기분은 정말 지독하다. 담배를 끊는 건 참을 수 없는 무료함을 주지만, 적어도 몸을 이렇게 아프게하지는 않는다.

20110515

사진

1000000322

사진 관리가 엉망이다. 뭐가 어디에 있는 지 모르겠다.

 

요인이 몇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flickr(링크) 프로 계정의 만료다. 프로 계정을 쓸 때는, 사실 별 생각도 없이 자동적으로, 사진들을 하드 드라이브에 넣은 다음 플리커에 집어 넣었다. 플리커 링크로 블로그나 트위터 포스팅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잘 모른다.

그리고 저번 포스팅에서 잠깐 적었는데, 요새 뭘 쓸 때 콤마가 좀 많다, 템포를 잠깐 늦추면서 딴 이야기 / 혹은 관련되지만 약간 멀리 있는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싫어한다, 여기 저기 찍어서 올리는 사진들을 여기에 모을 생각을 했었다.

지금 가끔 찍는 사진이 올라가는 곳은 하드 디스크의 D 드라이브, twitpic, tumblr 정도다. 사이트 두개가 다 사실,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도 마찬가지지만, 그다지 믿을 만 한 곳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이폰에서는, 아이폰 용량이 좀 작아서, 사진을 찍으면 꼭 필요한 몇가지를 빼고는 전부 다음 클라우드에 올려버린다. 유클라우드를 썼는데 어딘가 좀 어설퍼서 다음으로 바꿨다.

결론은,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할 지를.

 

사진은 텀블러에 올린 거다.

막간 홍보 http://macrostar.tumblr.com/

이렇게 이름 모를 잔 풀들이 가득한 곳을 좋아한다. 이왕이면 아래에 늪 같은 게 있었으면 더 흥미진진했겠지만 그냥 땅이다. 만약 늪이었다면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없었을 거다.

BBC인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인가에 헬기로 떨어뜨려놓으면 뭐든 막 먹는 아저씨 나오는 방송이 있다. 지나가다 몇 에피소드를 본 적 있는데 미국 남부인가에 있는 늪... 은 아니고 하여간 삼림이 온통 물에 잠겨져있는 지대가 나온 적 있다. 악어도 살고 뭐 그런단다. 여튼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 허리 쯤까지 고여있는 바닥이 안보이는 물 을 헤쳐나가는 기분. 절대 그런 곳에 가고 싶지 않다.

그래도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대체 저 평화로워 보이는 속 안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습하고, 음울하지만 겉은 파릇파릇하다. 이런 갭을 느끼는 기분이 참 좋다.

가끔 저기에서 산에 사는 고양이를 본다. 재밌는 점 중 하나는 산 아래 학교에 내려와사는 고양이들은 예쁘게 생겨서 사람들의 귀여움을 많이 받는데, 산 안에서 터프하게 사는 고양이들은, 과연 뭘 먹을까 - 산 아래 고양이들이 통조림이나 사료를 먹는 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까 - 확실해 생긴 것도 터프하다. 몸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열했던 생존의 흔적들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런 애들은 멀리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나같은 방해꾼을 좋아하지 않는다.

논리가 결정하는 건 사실 별로 없어 보인다

제목이 긴데 제목 그대로다.

예를 들어 정치. 정치는 심리적인 움직임이다. 바보같은 사람이 당선되는 경우도 있고, 왜 안될까 싶은 사람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이익만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인기만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복합적이고 미묘한 기류를 타고 움직인다. 그래서 어렵다. 하지만 재미있고, 예측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세상이 움직인다.

민노당이 지루하지만 아마도 옳은 부분이 많은 공약을 자꾸 내세우지만 실패하는 건 이런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당선이 토론으로 결정된 다면, 혹은 투표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무척 진지하다면, 그쪽이 많이 당선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그런 건, 나이가 먹으면 더 현명해지니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을 대표로 세우자 혹은 일률적 IQ 검사를 통해 가장 높은 사람을 서울대 교수를 시키자라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쓸모없는 예상이다.

스타쉽 트루퍼스였나, 거기서는 무슨 검사만 하면 얘는 어디로 가서 뭘 하라고 결정이 된다. 같이 처음 훈련을 받지만 거기서 누구는 전쟁을 지휘하는 고급 장교가 되고, 누구는 최전방에서 총을 들고 뛰어다니며 괴물과 싸우는 보병이 된다.

혹시 미래에는 이렇게 될 지도 모른다. 인간 복제가 성행하면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광부, 누구는 태어날 때 부터 군인,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교수로 점지어 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쨋든.

학자들이 엄밀한 논리로 이론을 전개한다. 과학 쪽 같은 아마도 달라지지 않을 논리의 결과물들도 있다. 그걸 실현하기 위해서는 돈이 들고, 정치가 개입된다. 옳다고 승리하는 건 아니다. 틀리다고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게 어딨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몇 천년 동안 인간이 다 죽지 않고 균형을 이뤄내는 방법이다. 나라마다 룰이 조금씩 다르지만, 어쨋든 그런게 있다.

 

경제학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은, 언젠가부터, 사회 과학 쪽에서 수학이나 물리학의 자리를 점유하려고 한다. 수학과 물리학을 몽땅 들고와서 세상에 대입시킨다. 이런 게 옳을 리가 없다. 누구는 우유가 먹고 싶고, 누구는 콜라가 먹고 싶다. 사람이 이득만 생각한다면 담배나 술 따위가 세상에 단 한개라도 팔릴 리가 없다. 그렇지만 무지하게 잘 팔린다.

그렇지만 논리 싸움, 정책을 두고 벌어지는 토론에서는 언제나 이긴다. 무조건 맞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 학자들이 논리의 스트럭쳐를 제공하고, 정치인들이 거기서 쓸만한 것들을 뽑고, 그걸 괜찮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그런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고리가 무너져버렸다는 점이다. 즉, 경제학자들이 행정학 등을 등에 업고 현실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게 엉망이 되고 있다.

더 옳은 지는 몰라도, 더 팍팍하다. 능력이 안되지만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용납이 되지 않고, 능력이 되지만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이 용납이 되지 못한다. 어쩌면, 스타쉽 트루퍼스에 나오는 세상 정도가 엄밀한 고전 경제학자들이 원하는 세상일 지도 모른다. 과연 그렇게 된다면 검사에 의해 그들이 교수감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온다면 자리를 내 놓을까?

 

케인지안의 재미있는 점은 그 부분을 은연 중에 간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다, 라는 게 전제 어딘가에 깔려있다. 요새는 클래시컬의 영향을 많이 받아 그런 패기있는 주장을 하는 케인지언들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게 아쉽기는 하다. 여하튼 이런 주장은 인간이 보다 개입하고, 그러므로 부정의 소지가 있다는 게 문제다.

이건 가만히 두면 보통의 경우 점점 더 커지고, 감시하자면 감시의 조직과 담합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 안그러면 이번 금감원 사태 같은 게 일어난다 - 역시 감시 부분이 점점 더 커진다.

정답은, 아마도 답이 없다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경제학과 대학생들의 시험은 체점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복잡하게 문제를 끌고 가지 않는다. 그런 점도 고전학파가 더 인기인 요인이 아닌가 싶다. 경제학을 엄밀한 수리학으로 몰고 갈 수록, 교수의 입지가 더 견고해지고, 더 확실해지고, 타 학문과의 괴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건 답이 안나오는 것 가지고 토론을 하는 문화의 비 효용성에 대한 안티 테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치가 없는 토론이란 건 별로 없다. 지리한 과정이 반복되고, 합의를 위해 그걸 봉합하는 발란스를 찾아내는 노력을 계속 하다보면, 요령이 생긴다. 내 경험에 의하자면 이런 봉합의 발란스는 '지나친' 토론 말고는 방법이 없다.

질려버릴 때 까지 떠들며 싸워대야, 그제서야 이렇게는 안되겠으니 타협을 좀 해보자는 말이 나온다. 책으로 배워서는 절대 이런 방법을 몸에 못 익힌다. 그런데 요새는 경제학을 책으로 배우니, 이런 봉합의 기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지고, '더 옳은 것'을 밀어부치는 기술만 발전한다. 더불어 '덜 옳은 것'을 밀어버리는 기술도 발전한다.

확실히 민주주의의 경험이 오래된 나라들이 이런 룰을 어렸을 때 터득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깨닫고 있(었)다. 요새는 그런 거 같지도 않다. 미국처럼 역사가 짧은, 그리고 타국과의 토론이 별로 필요없는 힘을 가지게 된 나라가 득세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뭐 이런 생각을 잠깐 했다. 여기는 발전소니까.

20110514

폐허의 컬렉션

어제 밤에 오래간 만에 아이팟 안에 들어있는 곡들을 바꿨다. 예전에는 열심히 한번씩 뒤집었는데 요즘에는 귀찮아서 잘 안한다. 이럴 땐 120기가짜리 클래식을 못 산게 왠지 슬프다.

어쨋든 멍하니 듣고 있는데 이 노래가 들렸다. 오래간 만이다. 작년 11월이었다는데 몇 십년 쯤 지나간 일 같다.

 

 

그녀가 지나간 폐허의 콜렉션 도대체 얼마나 짓밟고 다닐건데
무너진 사랑탑 파멸의 콜렉션 너도 별 다를 것 없어
이제 나의 노래의 1절이 되어라

아까워 사랑한다는 그 말들 나는 또 인생을 낭비했어
지겨워 이게 뭐 하자는 건지 부끄러워 나는 당한거야

이젠 너에게 사랑은 없어 모두 다 네가 뿌린 씨앗이야
이젠 내게도 사랑은 없어 누군가를 다시 좋아하게 되도

잊지마 그래봤자 난

그녀가 지나간 폐허의 콜렉션 도대체 얼마나 짓밟고 다닐건데
무너진 사랑탑 파멸의 콜렉션 너도 별 다를 것 없어
이제 나의 노래의 2절도 해봐라

잘 살아 아니 똑바로 살아 잘 들어 그렇게 사는 것 아니야
고마워 또 하나 배우게 됐어 다시는 아무도 안 믿어

언젠간 너도 당할지 몰라 적당히 가려가며 집적대봐
언젠가 나도 좋아질 거야 누군가를 다시 좋아하게 돼도
잊지마 그래봤자 난

그녀가 지나간 폐허의 콜렉션 도대체 얼마나 짓밟고 다닐건데
무너진 사랑탑 파멸의 콜렉션 너도 별 다를것 없어

이런 너의 노래로 작업도 해봤지만
안되더군 그저 나는 그녀의 콜렉션 폐허의 콜렉션 파멸의 콜렉션

그녀가 지나간 폐허의 콜렉션 도대체 얼마나 짓밟고 다닐건데
무너진 사랑탑 파멸의 콜렉션 나도 별 다를 것 없어
이런 너의 노래로 돈이나 벌었으면 좋겠어

폐허의 콜렉션 파멸의 콜렉션

 

 

이 가사가 나에게 주는 특별한 의미같은 게 있지는 않다. 그저 오래간 만에 듣는 이 목소리가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지글지글한 가사. 대체 왜 이렇게 목청껏,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열심히 부르는 건지.

문득 생각나서 트위터에 들어가봤더니 여전히 나는 그를 팔로잉하고 있다. 말도 없는, 대답도 없는, 팔로어 숫자 2,910명의 그저 조용한 트위터.

그의 마지막 트윗은 이거였다.

 

멸치를 다듬으며 월드시리즈를 본다 콩나물을 사려면 9시반이 되어야한다 텍사스 좀 이겨라 7차전까지 가야 심심하지 않단 말이다 http://yfrog.com/7b6ztsj

 

검색해 봤더니 그의 컴퓨터에서 나온 유고집 '행운아'도 나왔다고 한다. 사실 조잡한 성격이라 원래 아무리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도 마지막 회는 안본다. 청춘불패도, 영웅호걸도, 태연과 형돈의 우결도, 햇빛 속으로도, 네 멋대로 해라도.

아예 내가 알았던 처음부터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면 몰라도, 어렵다... 과연 그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그것보다 과연 그를 언제까지 기억하게 될까.

20110513

그러한가,

며칠 동안 패션붑을 쉬고 있다. 뭐, 이러 저러한 일들이 나를 여전히 둘러싸고 있고, 머리가 좀 아프다.

또 '나는 가수다'(나가수) 이야기다. 매주 방송을 보고 나서 나가수 이야기를 하는 거 같다. 루틴화되었다고 할까, 뭐 딱히 하는 이야기도 없는데 이런 거라도 쭉 이야기하는게 아, 추워 이런 포스팅이나 올리는 거보다는 나은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공연과 감상의 중심이, 특히 감상 쪽에서, 가창력에서 편곡의 힘으로 미묘하게 넘어가고 있다. 일반적인 감상자들에게 편곡의 힘을 알려준다면 그야말로 나가수 최대의 수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시청률은 아직 모자르지만 일요일 밤 화제의 중심이 되었고, 방송국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으니 뭐든지 다 해도 된다는 자유를 얻은 가수들 중 몇 명은 재빠르게 눈치를 채고 가능한 일을 크게 벌렸다.

임재범이 대표적이고 이소라와 윤도현도 일을 더 벌리고 있다. 하고자 하는 음악의 스케일이 클 수록 유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물론, 그게 나가수에서 오래 살아남는 걸 보장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방송국을 울궈먹으며 하고 싶었던 걸 뭐든 다 해본다면, 떠날 때 떠나더라도 아쉬울 게 없을 것 같다. 일단 하고 싶은 곡 아무거나 불러봐라라는 미션이 떨어졌다는 건,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해봐라는 시그널링이다.

 

* 1번 타자로 나온 임재범이 그걸 했다. 하여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물을 내놨다. 어쨋든 락 버전으로 가겠지? 과연 어떤 풍으로 가려고 할까? 라는 나같은 범인의 예상을 가볍게 깨트렸다. 음악이 좋다/나쁘다의 측면을 떠나 이런 시도 자체가 대단하다.

 

* 박정현은 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스토리 구조를 더욱 더 탄탄하고, 드라마틱하게 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 사실 이런 류의 현장성이 강한 공연은, 디테일을 가지고 승부를 보기가 힘들다. 강렬한 첫인상, 강렬한 하일라이트, 굉장한 카리스마가 눈 앞의 평가단에게는 훨씬 더 잘 먹힌다.

사실 박정현은 지금까지 공연한 모든 곡들이 거의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평온한 시작, 고조, 조금 일찍 다다른 하일라이트, 잠깐 쉬었다가, 더 큰 하일라이트, 마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정 캐릭터에(확실히 뭔가 점점 예뻐지고 있다), 어쨋든 나가수에서는 제일 조그맣고 귀여운 외모에, 펑 터져버리는 폭발력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고 있다(외모 덕이다라고 말하는 건 물론 아니다).

디테일이 강해질 수록 하일라이트가 더 폭발력을 품게 된다. 이런 식의 접근으로 우위를 점하는 건(유일하게 1위를 2번 했다) 박정현 말고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도 박정현 인기의 비결이 뭔지 좀 더 확실한 걸 알고 싶다. 조용필의 곡을 선택한 건 아주 좋았다.

 

* 이소라는 원래 생각보다 장르 커버의 범위가 넓다. 청혼 같은 노래를 부르던 시절과는 어쩌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진화했다. 그의 앨범을 (어쩌다보니) 전부 다 가지고 있는데, 최근에 올 수록 점점 더 소화하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

목소리도 바뀌었고, 창법도 바뀌었고, 가사가 전달하는 내용도 바뀌었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어쿠스틱 + 락 버전으로 커버한 건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는데 그 전에 보아의 No.1을 골랐다는 거에 꽤 놀랐다.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 마지막으로, 옥주현이 나온다고 한다. 몇 군데 게시판을 뒤적거려봤는데 역시 반응이 그다지 좋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예전에 말했듯 아이돌이든 힙합 가수든 그런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인영이 나왔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조금 있지만, 옥주현도 괜찮다.

약간 걱정은, 옥주현이 생각보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어쨋든 그는 나가수에 나오게 된 첫번째 아이돌 출신 가수다. 그가 잘 하면 다른 아이돌들의 루트도 보다 쉽게 열리게 될 거다. 하지만 만약 그가 그다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 한다면 역시 아이돌은 이런데 나오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

 

여기까지 자세히 읽는 사람은 한명도 없을 거 같으니, 조금 더 떠들자. 이렇게 열심히 말하고 있지만, 이번 나가수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은 이제 약간 지루하다는 거다. 아직은 괜찮아 보이지만 이런 긴장감을 언제까지나 유지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보는 사람도 점점 지쳐갈 거다. 프로그램 자체가 너무 무겁다.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선 매니저들이 좀 더 활약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본선을 보여준 다음 편곡이나 연습 과정을 보여주고 그러면서 매니저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건 또 문제가 있는게, 나가수에 출연하는 동시간대에 경쟁하는 해피선데이, 런닝맨의 출연진들에 비해 분명 좀 처진다. 지루함을 덜기 위해 이들이 아무리 뭔 짓을 해도 그 시간에 남격이나 런닝맨을 보는 게 웃기는 일은 더 많다. 이걸 어떤 식으로 극복할 지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관객의 모습을 오랫동안 비춰주는 것과, 결과 발표하면서 '의외' 운운하는 것좀 안했으면 좋겠다. 전자는 감동을 강요하는 거 같아 기분 나쁜대다가 멍한 얼굴을 바라보는 게 너무 민망하고, 후자는 전혀 필요없는 말이다. 대체 의외가 아닌 건 뭐란 말인가.

20110510

오래간만에 컴퓨터

며칠 전에 아이폰 업데이트를 하려고 아이튠스를 켜놓고 다운 받는데 시간이 오래걸리길래 멍하니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픽 하니 꺼져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이폰 업데이트 중에 꺼진게 아닌 것. 정말 골치아파질 뻔 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꺼지네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다. 부팅이 안되고, 왜 그런가 하고 봤더니 하드디스크를 인식 못하고,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오류가 난다. 이럴 때 참 골치아프고 여러가지 생각이 난다 - 아이튠스 폴더를 백업해 놨던가? C드라이브에 뭐뭐가 들어있었지? 윈도우 CD는 어디있지?

컴퓨터의 경우 어쨋든 간단한 인과관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사람보다 편한 점이다. 적어도 기분내키는 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다만 원인 요소가 꽤 많고, 그걸 찾는 게 귀찮고, 포기하자니 더 귀찮기 때문에 문제를 찾아나선다. 퍼즐 푸는 거 같아서 나름 재미있는 점이 있기도 한대, 어쨋든 귀찮다. 날이 갈 수록 점점 더 귀찮아진다.

일단 배를 뜯어놓고 찬찬히 점검을 해봤다. 문제가 단순한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면 보통은 램, 팬(Fan), 전선들. 조금 더 복잡한 곳에서 발생했다면 메인보드, 하드디스크, CPU 정도. S/W의 크랙, 특히 OS의 크랙에 의한 부팅 불가일 경우 재설치 밖에 방법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더 귀찮다.

어쨋든 두 시간 정도 단순 반복적인 노가다(뭔가 다시 연결해 본다, 재부팅, 실패의 반복) 끝에 하드 디스크 쪽에 문제가 있다는 어렴풋한 확신이 왔고, 다시 또 한 시간 정도 단순 반복적인 노가다 끝에 하드디스크에 전원을 공급해 주는 선 중 하나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다음은 선을 다른 비어있는 놈으로 교체해 주는 것으로 완결. 재부팅 성공.

이래놓고 하루가 지났는 데 또 꺼진다. 이번에는 약간 더 심각해서 0X000000A5라는 블루 스크린을 내뿜으며 윈도우 근처에 들어가보지도 못한다. 아... 역시 귀찮다. 어제 밤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어차피 오늘은 휴일이니 포기하고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 뚜껑을 다시 열어(책상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빼는 거 자체가 너무나 귀찮다) 놓고 가만히 바라봤다. 반도체와 전선이 널부러져있는 컴퓨터 안의 모습을 바라보는 게 뭔 소용이 있겠냐 싶겠지만 의외로 문제는 간단한 데서 생기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꽤 많은 경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램을 고정시키는 클립 중 하나가 풀려져있다.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리려나, 이게 아니면 어쩌지 생각하다 일단 그걸 고정시켜놓고 다시 부팅, 성공. 다행이다. 일단은 귀찮은게 끝났으니 안심이다. 며칠 전 하드 디스크 전선 옮길 때 그쪽을 살짝 건드렸나보다.

다시 잘 돌아가는 컴퓨터를 보고 살짝 흐뭇해하며 itunes가 들어있는 내 음악 폴더를 백업해놓고 있다. 문제가 아주아주 심각해지면 이거라도 살아있어야 그래도 일의 30% 정도는 덜어낸다.

하여간 섬세하지는 못한 주제에 까탈스러운 놈이다.

20110502

지루한 취향

야구를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소위 말하는 투수전을 좋아한다. 절정의 기량으로 공을 던지고, 훌륭한 타자들이 그걸 때려내기 위해 분투한 흔적들, 그리고 완벽한 내야의 수비진이 그걸 막기 위해 애쓰는 걸 좋아한다는 뜻이다.

물론이지만 어영부영하며 점수 못내고 흘러가는 걸 좋아한다는 뜻이 아니다. 말하자면 긴장이 넘치는 0의 행진을 좋아한다. 점수는 8회 이전에 1점, 혹은 2점 정도 나는 게 좋다. 그래야 마무리 투수가 등장한다. 그라운드 위와 바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온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있는 마무리 투수야 말로 야구라는 경기의 정점이다.

그런 점에서 홈런 한 두방으로, 실책 한 두개로 경기 흐름이 뒤바뀌어 버리는 경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히 실제로는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어쨋든 이런 완벽한 투수전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페넌트레이스라는 건 길고도 지루하면서도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 거대한 여정이다. 우승을 하고자 하는 팀이 매 경기 이렇게 자신을 불태우면 9월도 되기 전에 제 풀에 꼬꾸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경기는 더 가치있다. (내가 응원하는 메츠는 혹시나 기회가 와도 이런 경기를 펼칠 형편이 요즘은 못된다)

 

축구도 비슷하다. 정교한 패스와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한 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쌓여나가는 과정을 보는 게 재미있고, 또 그걸 막아내는 게 재미있다. 한 5년 전쯤 아스날이 보여줬던 이 과정들은 정말 훌륭했다. 하지만 요즘은 꽤 한심하다. 이태리 대표팀도 좋아한다. 완벽한 카테나치오라는 건 정말로 훌륭하다.

물론 어부지리로 우연히 1점 만들어 놓고 그걸 막으려고 하는 카테나치오는 형편없이 지루하다. 그런 점에서 이태리 프로팀끼리 하는 경기가 확실히 재미있다. 그야말로 차곡차곡 쌓이며 필연을 만들어간다. 그 형편없는 인종주의자 말종 인간들이 그런 경기를 만드는 모습은 실로 경이롭다.

하지만 카테나치오만 가지고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시대는 분명히 지나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프로 리그의 축구라는 건 평범한 인간은 절대 할 수 없는 종류가 되어가게 될 것이다.

 

음악을 들을 때 주로 드럼과 베이스를 쫓아간다. 이 둘에 집중해 듣고 있다보면 멜로디를 담당하는 나머지들이 서서히 쌓여간다. 리듬 라인은 스쳐 들으면 똑같은 거 같지만, 개념있는 프로가 만들었다면 쉴 새 없이 늘어지고, 뭉쳐지고, 흩어지고, 다시 모이는 과정을 거친다. 그 위에 사운드스케이프가 층층이 겹쳐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내가 음악을 감상하는 데 있어 멜로디라는 건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취향 상 멜로디를 중심으로 듣고 있다보면 금방 질려 버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드럼과 베이스 라인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매번 들어도 질리지 않는 리듬 라인을 만들어내는 곡이 좋다.

어쨋든 이런 음악 감상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보컬에 대해 그다지 관대하지 못하다. 예를 들어 U2 음악의 가장 큰 적은 언제나 보노라고 생각해 왔다. 명백히 기계적인 느낌의 연주 위에 너무나 인간적인 목소리가 깔려있다. 이에 비해 펫샵 보이스 같은 경우에는 무척 훌륭하다.

퀸의 경우에는 조금 특이하다.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는 언뜻 감정적이지만, 또한 기계적이다. 그 발란스가 굉장히 좋다. 더구나 나머지 멤버들의 연주도 그 발란스를 함께 만들어간다. 이런 독특한 목소리가 섞여 있는데도 전혀 이질감이 안 느껴진다.

 

그러던 와중에 나가수를 보면서 보컬에 이런 재미가 있구나 하는 걸 조금, 아주 조금 깨닫고 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이미 몇 번 쓴 적 있다. 여하튼 노래라는 건 너무나 감정적이라 조금 무섭다. 상대의 감정을 악기라는 도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맞닥드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내 취향은 기계적인 연주가, 내게 극적인 감정을 만들어내는 거다. 즉 감정은 음악이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그걸 들은 내가 만들어내는 거다. 강요당하는 거 같은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이 그토록 보컬을, 노래를 좋아하는 지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나의 지루하고 지리한 취향이 이번에도 주목하는 건, 하일라이트에 가기까지 가수가 서서히 접근하는 방법이다. 필연성을 획득하는 방법. 어차피 훌륭한 가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절정의 부분은 훌륭하게 소화해 낼 수 있다. 문제는 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다. 이게 참 사람마다 다르다.

박정현의 경우에는 무척 흥미롭다. 그의 노래는 마치 드라마를 보는 거 같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시작이 있고, 사건이 쌓이고, 폭발하고, 정리된다. 그의 표정에, 목소리에, 노래에 기승전결이 확고하게 박혀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무척이나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는다. 드라마틱하다.

이소라의 경우에는 약간 다르다. 사건이 있고, 그게 지나가고, 지나간 감정들이 응축되어 가슴 깊숙하게 쌓인다. 그 상황에서 그걸 끄집어 낸다. 그리고 그걸 그대로 들려준다.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게 아니라 그냥 이야기가 남긴 감정 그 자체다. 이런 건, 잘은 몰라도, 이소라의 정신 건강에 매우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감정을 너무 소모한다.

이소라는 예전에 청혼을 부르던 시절과 비교하면 목소리가 훨씬 가늘어졌다. 그리고 훨씬 디테일이 살아 났다. 좀 더 차분해 지고, 좀 더 절제한다. 그러면서 그 뒤에 숨겨진 복잡하고 거대한 감정의 존재를 청자가 느끼게 만든다. 예전보다 훨씬 더 굉장한 가수가 되어가는 거 같다. 더구나 그게 아직 진행중이다.

어제 김연우의 노래는, 예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있는데 능숙한 서커스를 보는 거 같았다. 아니면 기름칠이 잘 된 좋은 기계. 굉장히 어려울 거 같은 걸, 굉장히 쉽게 해낸다. 기술 점수 만점. 짝짝짝. 그렇지만 어제는 긴장을 한 건지 얼굴이 너무 경직되어 있었다. 얼마 전 비틀즈 코드에 나왔을 때 얼굴과 너무 다르다.

덕분에 이성과 감정 사이의 갭이 두드러졌다. 이건 무대가 익숙해지면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가수라는 방송의 컨셉 상 '사랑한다는 흔한 말'을 불렀다면 훨씬 더 파괴력이 있었을거 같다. 길게 보고 아껴뒀을 수도 있다.

김범수는 오직 하일라이트를 위해서만 노래가 존재하는 것 처럼 보였다. 많이 불안했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많이 불안했다. 하지만 어제 꼴찌는 큰 약이 되지 않을까 싶다. 타이밍이 아주 좋다.

임재범은, 사실 나는 임재범의 보컬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나위 때도 좋아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위에서 예를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이소라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 그냥 감정 그 자체를 덩어리 채 확 펼쳐 버린다. 너무나 개인적이고 너무나 감정적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다 합쳐져 결론적으론 모든 걸 압도해 버린다.

사실 음표상으로 본다면 어제 많이 틀렸다. 하지만 그런 거 따위 알게 뭐냐라는 게 그의 노래에는 존재한다. 그리고 듣는 사람도 그런 거 따위 알게 뭐냐라는 세상에 빠지게 된다. 음악을 목소리로 지배해 버리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기 때문에, 솔직히 이런 건 무섭고 버겁다. 그래서 내가 잘 못 듣는다.

UV(유세윤과 뮤지의 UV)가 얼마 전에 정엽의 라디오에 나왔는데 정엽이 브아솔의 음악에 대한 평가를 물었을 때, 악보에 도가 적혀있다고 꼭 도를 불러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그리고 없는 감정을 일부러 만들려고 하지 마, 뭐 이런 농담을 했다.

임재범의 노래를 듣고 있다보니 그 이야기 생각이 났다. UV는 폼나고 재밌으라고 한 이야기겠지만, 임재범은 그걸 실현하고 있다.

이건 사실 음악이지만 음악이 아니다. 명징하게 표현하기가 조금 어려운데, 어쨋든 뭔가 다른 종류다. 그렇다면 이런 게 과연 '노래'라는 걸까? 이런 게 즐거운가? 이소라의 노래는 이야기 그 자체이지만 여전히 음악의 즐거움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쪽은 공감, 혹은 비공감이 있다. 가는 길이 다르다. 부르기도 힘들겠지만, 듣기도 힘들지 않나? 그렇게까지 음악에 지배당하고 싶지는 않다. 어쨋든 이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20110501

프라다 오피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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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조금 작지만 PRADA라고 선명하게 적혀있다. 모텔도, 호텔도, 여관도, 여인숙도 아닌 무려 프라다 주거용 오피스텔. 미우치아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이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은 은행에 새 계좌를 만들 때 프라다 오피스텔이라고 쓰게 되겠지.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으면 프라다 오피스텔 몇 동 몇 호라고 적혀있겠지. 이왕이면 역 삼각형 테두리도 둘러줬으면 좋았을 뻔 했다.

추위, 오구오구, 훈련

1. 너무 춥다. 집에 오는 길에 날씨를 보니 기온은 0도, 바람이 좀 불어서 체감 온도는 영하 3도 쯤이다. 옷은 작년 한 겨울 쯤 입은 것과 거의 같았는데 셔츠에 플리스, 오리털 파카, 청바지에 운동화였다. 여기에 머플러, 더 추우면 히트텍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