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3

무심함

아이폰 앱들 중에서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환경에 처해있을 때 그냥 꺼져버리는 앱들이 있다. '지하철'이라는 앱이 그렇고, '웨더스타'도 그렇다. 또 뭐가 있었던 거 같은데 인지하는 순간 거의 지워버리기 때문에 기억이 안난다. '올레 내비' 장난 아니다. 어쩌다 괜찮은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그렇다.

이건 명백히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았거나, 실패했거나 둘 중 하나다. 대충 대충 일을 처리한 거다.

또 다른 걸로는, 저번에도 이야기했는데, 지하철이 텅 비어있는데 굳이 옆자리에 앉는 사람 그리고 칸이 여러 개 있는 공공 화장실이 텅 비어있는데 굳이 옆자리에 앉는 사람. 이건 무심함을 떠나 일종의 정신 이상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피하고 본다.

또 텅텅 비어있는 식당에서 바로 건너편 자리 마주보이는 자리에 앉는 사람도 있다. 모르는 사람하고 마주보면서 밥 먹으면 좋은가? 하여간 세상에는 별 사람 다있다.

이건 그냥 싫은 건데 담배 피면서 바닥에 줄창 침뱉는 사람. 왜 그러는지 이유를 전혀 모르겠는데 이건 정말, 다 먹여버리고 싶다.

어쨋든 이런 무심함 참 싫어한다.

 

그건 그렇고 오늘 어느 지점에 앉아있었더니 까치가 내 머리 위를 돌며 나를 경계했다. 퍼더덕 거리며 까악 까악하는 소리가 들리길래 위를 올려다 봤더니 내 머리 바로 위를 활강하고 있었다. 머리 바로 위에서 제자리에 멈춰있는 모습을 아래에서 보는 건 꽤 입체적이고 꽤 신비롭다.

웃긴 게 두 번이나 그랬다(다른 장소). 오늘 내 복장이 까치에게 거슬리는 뭔가가 있었나보다.

그러고보니 아주 예전이지만 비둘기가 나를 공격한 적이 있다. 아침에 학교에 가는데 갑자기 비둘기가 달려들어 내 머리를 쳤다. 앗 뭐야 하면서 뒤를 돌아봤는데 비둘기 역시 턴하더니 다시 나를 공격했다. 까치와 마찬가지로 그 턴하는 모습은 무척 입체적이고, 경이롭다. 그러면 뭐해 나 때리러 오는 건데.

이유를 모르고 공격 당하면 굉장히 마음 상한다. 비둘기마저 날 미워하다니 ㅠㅠ 내가 조류에 시큰둥하듯 -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치킨은 좋지만 - 그들도 나에게 적대적이다. 그렇다고 미워하는 건 아닌데 미움당하니 슬프다.

더구나 새들이 나를 공격하면 영화 버드가 생각나 더 무섭다. 그 부리로 내 눈을 쪼아대면 이를 어쩔까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별로 답이 없다. 걔네들은 날고, 나는 땅바닥에 붙어있다. 전적으로 불리하다.

그나마 길에 사는 고양이, 모르는 강아지들은 약간은 서로 정답다. 물론 대책없이 짖어대는 놈들도 많지만.

 

또 하나, 이 블로그 유입의 가장 큰 양을 차지하는 건 검색 엔진이다. 검색 엔진이 85% 정도, 직접 트래픽이나 추천 사이트(추천이 뭘까?)가 나머지다. 그런데 근 1년 간 검색어 수위는 '부산 게이 사우나'와 '벳키'다.

벳키는 이해가 가는데 부산 게이 사우나는 도대체 뭘까. 찾아봤더니 부산이라는 말과 게이라는 말과 사우나라는 말이 한 포스팅 안에 들어가 있어서 그렇다. 지금 쓰는 이 포스팅에도 이제 세 단어가 한 묶음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부산 게이 사우나라....

댓글 2개:

  1. 하하 저도 싫어해요 무신경한 사람들/행위들
    제 경험으로는 세대적으로 이런 경향이 편재되어 있는 것 같은데
    (혹은 전세대의 가치관/행동양식을 무조건 수용한 현세대)
    비극이라면 한국은 무신경하게 살아도 서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거겠죠... 인구밀도도 너무 높고 사회적 강요도 심한 편이라
    호주같은 나라는 무신경함으로 치면 한국못지 않은데, 워낙 사회적 스트레스가
    낮은 동네라 잘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도 까마귀한테 공격당한 적 있습니다. 충격적이죠 새한테 공격당한다는
    게...

    아마 새끼가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둥지를 튼 나무 근처에 지나가서
    그럴 거예요
    그러니 새의 사정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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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nose님 / 제 생각에도 까치는 새끼와 관련된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알 낳는 시기인가봐요. 돌아다니는 데가 어둡고 습한 곳이어서 그런지(-_-) 자꾸 마주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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