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오래간 만에 아이팟 안에 들어있는 곡들을 바꿨다. 예전에는 열심히 한번씩 뒤집었는데 요즘에는 귀찮아서 잘 안한다. 이럴 땐 120기가짜리 클래식을 못 산게 왠지 슬프다.
어쨋든 멍하니 듣고 있는데 이 노래가 들렸다. 오래간 만이다. 작년 11월이었다는데 몇 십년 쯤 지나간 일 같다.
그녀가 지나간 폐허의 콜렉션 도대체 얼마나 짓밟고 다닐건데
무너진 사랑탑 파멸의 콜렉션 너도 별 다를 것 없어
이제 나의 노래의 1절이 되어라
아까워 사랑한다는 그 말들 나는 또 인생을 낭비했어
지겨워 이게 뭐 하자는 건지 부끄러워 나는 당한거야
이젠 너에게 사랑은 없어 모두 다 네가 뿌린 씨앗이야
이젠 내게도 사랑은 없어 누군가를 다시 좋아하게 되도
잊지마 그래봤자 난
그녀가 지나간 폐허의 콜렉션 도대체 얼마나 짓밟고 다닐건데
무너진 사랑탑 파멸의 콜렉션 너도 별 다를 것 없어
이제 나의 노래의 2절도 해봐라
잘 살아 아니 똑바로 살아 잘 들어 그렇게 사는 것 아니야
고마워 또 하나 배우게 됐어 다시는 아무도 안 믿어
언젠간 너도 당할지 몰라 적당히 가려가며 집적대봐
언젠가 나도 좋아질 거야 누군가를 다시 좋아하게 돼도
잊지마 그래봤자 난
그녀가 지나간 폐허의 콜렉션 도대체 얼마나 짓밟고 다닐건데
무너진 사랑탑 파멸의 콜렉션 너도 별 다를것 없어
이런 너의 노래로 작업도 해봤지만
안되더군 그저 나는 그녀의 콜렉션 폐허의 콜렉션 파멸의 콜렉션
그녀가 지나간 폐허의 콜렉션 도대체 얼마나 짓밟고 다닐건데
무너진 사랑탑 파멸의 콜렉션 나도 별 다를 것 없어
이런 너의 노래로 돈이나 벌었으면 좋겠어
폐허의 콜렉션 파멸의 콜렉션
이 가사가 나에게 주는 특별한 의미같은 게 있지는 않다. 그저 오래간 만에 듣는 이 목소리가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지글지글한 가사. 대체 왜 이렇게 목청껏,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열심히 부르는 건지.
문득 생각나서 트위터에 들어가봤더니 여전히 나는 그를 팔로잉하고 있다. 말도 없는, 대답도 없는, 팔로어 숫자 2,910명의 그저 조용한 트위터.
그의 마지막 트윗은 이거였다.
멸치를 다듬으며 월드시리즈를 본다 콩나물을 사려면 9시반이 되어야한다 텍사스 좀 이겨라 7차전까지 가야 심심하지 않단 말이다 http://yfrog.com/7b6ztsj
검색해 봤더니 그의 컴퓨터에서 나온 유고집 '행운아'도 나왔다고 한다. 사실 조잡한 성격이라 원래 아무리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도 마지막 회는 안본다. 청춘불패도, 영웅호걸도, 태연과 형돈의 우결도, 햇빛 속으로도, 네 멋대로 해라도.
아예 내가 알았던 처음부터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면 몰라도, 어렵다... 과연 그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그것보다 과연 그를 언제까지 기억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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