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 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일찍 잠든 덕분인지 잠에서 깨어났고 전반 약간 놓쳤지만 대충 봤다.
예전에 잠깐 말했지만 나는 일단은 아스날의 팬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별로 안좋아한다. 아무리 봐도 재미도 별로 없고 매력도 별로 없다. 아스날과도 여러 면에서 악연인 팀이기도 하다. 05-06 시즌에 아스날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그 어이없던 엉망의 경기를 여전히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아스날 최고의 라이벌은 여전히 토트넘이라고 생각하지만 맨유도 만만치않다. 하지만 요즘에는 뭐 알다시피... -_-
FC 바르셀로나에는 호감을 가지고 있다. 경기를 꽤 재미있게 하고 팀의 오랜 역사가 지니는 그 찬연한 정치색에도 찬사를 보낸다. 팬이라면 긍지를 가져도 되는 팀이다. 아스날과 05-06 시즌 챔스 결승에서 만났었는데 그때 1-0으로 이기고 있다가 2-1로 역전패 당했었다.
어쨋든 바르셀로나를 내심 응원은 하고 있었다.
경기 전 생각으로는 일단 승리의 경험, 선수들의 스탯, 스펙, 전술의 경험도 등등 거의 모든 면에서 바르셀로나가 앞서있는 건 확실하기 때문에 맨유가 그냥 맨유 축구를 해서는 승산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결국 맨유는 바르셀로나를 도발시켜 제풀에 무너지게 하는 방법 말고는 별 수가 없을 거고, 그래서 게임은 반칙과 헐리우드 쇼가 남발하는 아마 매우 지저분한 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웸블리에서 한다는 것도 이런 식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데 굉장한 득이다.
그게 아니라면 챔스 예선에서 아스날이 바르셀로나를 잡았을 때처럼 철저한 수비 위주로 가능한 효율적으로 풀어가다가 역승을 노리는 방식 정도 하지 않을까 싶었다. 현재 맨유의 선수진과 별로 어울리는 방법은 아니다. 플래쳐도 없고.
하지만, 예상과는 좀 많이 다르게 맨유는 가감없이 맨유의 축구로 상대했다. 언뜻 이해가 가지도 않고, 그렇게 해서 과연 될 거라고 정말 생각을 한 건지 싶지만 어쨋든 퍼거슨은 그런 선택을 했다. 예상과 다른 점 또 하나는 둘의 차이가 나긴 날 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 정도로 벌어질 지는 몰랐다는 것.
경기는 뭐, 알다시피 전혀 게임도 안됐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저 전형적인 바르셀로나 식 축구에 맨유는 아무런 대책도 가지고 있지를 않았다. 루니의 골처럼 어쩌다 생긴 기회를 골로 연결하는 거 말고는 별 뾰족한 수도 없었고, 후반에는 작전이고 뭐고 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 공을 잡고 있어야 작전을 쓰지. 기억이 맞다면 맨유는 그나마 작전을 살릴 수 있는 코너킥 기회도 한 번도 없었다.
어쨋든 맨유는 바르샤에 완전히 말렸다. 뒤로 옆으로 앞으로 패스하는 공 하염없이 쫓아다니다가 완전히 지쳐버렸고, 그 덕분에 후반에는 다들 얼굴에 피로가 역력했다. 지금 생각해도 맨유가 바르셀로나를 뚫을 방법은 루니가 한 골 넣은 것처럼 대책없이 힘으로 물어부치며 진인사대천명 하는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바르셀로나는 사비도 사비지만 메시는 정말 -_- 뭐 역시나 말도 안되는 사람이다. 메시의 무서운 점 첫번째는 앞에 수비가 겹겹이 막고 있어도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그걸 가로지르고 나가 그저 제 할일을 한다는 점이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냐.
자 결승이 끝났다. 문제는 지금 상황으로선 바르셀로나의 전성기가 더 계속 될 거라는 점이다. 패싱 축구의 완성형에 최고급 개인기, 전술 이해도까지 완벽하게 결합되어 있다. 경기 전에 리네커의 인터뷰처럼 메시가 부상 당하기를 기다리는게 차라리 나을 거 같다. 역시 바르샤 잡을 건 무리뉴 밖에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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