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0

오래간만에 컴퓨터

며칠 전에 아이폰 업데이트를 하려고 아이튠스를 켜놓고 다운 받는데 시간이 오래걸리길래 멍하니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픽 하니 꺼져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이폰 업데이트 중에 꺼진게 아닌 것. 정말 골치아파질 뻔 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꺼지네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다. 부팅이 안되고, 왜 그런가 하고 봤더니 하드디스크를 인식 못하고,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오류가 난다. 이럴 때 참 골치아프고 여러가지 생각이 난다 - 아이튠스 폴더를 백업해 놨던가? C드라이브에 뭐뭐가 들어있었지? 윈도우 CD는 어디있지?

컴퓨터의 경우 어쨋든 간단한 인과관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사람보다 편한 점이다. 적어도 기분내키는 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다만 원인 요소가 꽤 많고, 그걸 찾는 게 귀찮고, 포기하자니 더 귀찮기 때문에 문제를 찾아나선다. 퍼즐 푸는 거 같아서 나름 재미있는 점이 있기도 한대, 어쨋든 귀찮다. 날이 갈 수록 점점 더 귀찮아진다.

일단 배를 뜯어놓고 찬찬히 점검을 해봤다. 문제가 단순한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면 보통은 램, 팬(Fan), 전선들. 조금 더 복잡한 곳에서 발생했다면 메인보드, 하드디스크, CPU 정도. S/W의 크랙, 특히 OS의 크랙에 의한 부팅 불가일 경우 재설치 밖에 방법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더 귀찮다.

어쨋든 두 시간 정도 단순 반복적인 노가다(뭔가 다시 연결해 본다, 재부팅, 실패의 반복) 끝에 하드 디스크 쪽에 문제가 있다는 어렴풋한 확신이 왔고, 다시 또 한 시간 정도 단순 반복적인 노가다 끝에 하드디스크에 전원을 공급해 주는 선 중 하나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다음은 선을 다른 비어있는 놈으로 교체해 주는 것으로 완결. 재부팅 성공.

이래놓고 하루가 지났는 데 또 꺼진다. 이번에는 약간 더 심각해서 0X000000A5라는 블루 스크린을 내뿜으며 윈도우 근처에 들어가보지도 못한다. 아... 역시 귀찮다. 어제 밤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어차피 오늘은 휴일이니 포기하고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 뚜껑을 다시 열어(책상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빼는 거 자체가 너무나 귀찮다) 놓고 가만히 바라봤다. 반도체와 전선이 널부러져있는 컴퓨터 안의 모습을 바라보는 게 뭔 소용이 있겠냐 싶겠지만 의외로 문제는 간단한 데서 생기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꽤 많은 경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램을 고정시키는 클립 중 하나가 풀려져있다.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리려나, 이게 아니면 어쩌지 생각하다 일단 그걸 고정시켜놓고 다시 부팅, 성공. 다행이다. 일단은 귀찮은게 끝났으니 안심이다. 며칠 전 하드 디스크 전선 옮길 때 그쪽을 살짝 건드렸나보다.

다시 잘 돌아가는 컴퓨터를 보고 살짝 흐뭇해하며 itunes가 들어있는 내 음악 폴더를 백업해놓고 있다. 문제가 아주아주 심각해지면 이거라도 살아있어야 그래도 일의 30% 정도는 덜어낸다.

하여간 섬세하지는 못한 주제에 까탈스러운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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