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내가 다시 봐도 무슨 이야기인지 대체 모르겠는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 오늘은 약간 진지한 모드로 한 번. 하지만 사실 오늘은 참으로 버라이터티한 날이었고 그래서 많이 피곤하다.
518이었다. 이 둘은 붙여서 말해야 의미가 더 짙어지는 거 같다. 별로 할 말은 없는 날이다. 예전에, 그러니까 매년 5월 18일만 되면 연세 대학교 도서관 앞에 찾아가(거기서 항상 추모 집회가 있었다) 멍하니 담배라도 피면서, 머리에 알루미늄 색 거대한 대야를 얹고 계시던 할머니에게 당근과 시금치가 들어있는 김밥을 사다 꾸역꾸역 먹던 시절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약간 흥분해서 정말 나쁜 놈들이다 라는 등등의 말을 했더니 혹시 친척 중에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는 지 물어본 사람이 있다. 그런 건 없다. 재밌는 건 다카키 마사오 욕을 한참 하고 있을 때도 똑같은 질문을 한 사람이 있었다.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재미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쨋든 갑자기 더워지기 시작하는 5월 특유의 뿌옇고 텁텁한 공기는 더 지독해진 모습으로 여전히 남아있지만, 적어도 4월부터 5월까지 한창 가투가 이어지는 시절은 끝났다. 역시 재밌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적어도 역사적으로 바뀐 건 하나도 없는 거 같다. 우리는, 이건 대형 국가에 둘러쌓여있다보니 만들어진 특유의 습성같은 건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어쨋든 좀 묻고 가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남이가 따위의 말들은 여전히 유효하고,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어떤 것도 청산하지 못했다. 그럴 의지도 별로 없어보인다. 우리가 남이가.
항상 드는 생각은 나도 그렇고, 미래의 한국 사람도 그렇고 혹시나 또 전쟁의 시대가 찾아와 우리가 식민지가 되었을 때, 과연 그들에게 나라 지키려면 싸워야한다고 말할 유인이 있는 가 하는 점이다. 보아하니 알맞게 굽신거리고, 알맞게 살아남으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별 탈도 없든데. 예전에는 그래서는 안된다 뭐 이런 민족적인 마인드도 있었던 거 같은데, 요새는 그런 건 없어졌다. 만약 싸우게 된다면 거대 매판 자본주의나 독재 같은 걸 무찔러야되 뭐 이런 마인드나 있을려는지 모르겠다.
천안함 사건이나 군대 내 자살 사건, 혹은 총격 사건 등의, 중대하지만 어설픈 마무리로의문이 남아있는 사건이 났을 때,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의 사건의 경우에도, 인터넷 게시판에서 가끔 보는 이야기들이 있다. 관련된 군인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들이 계속 입 다물고 있을 리가 없다는 거다. 그러므로 진실은 틀림없이 밝혀질거라는 고운 믿음들. 하지만 나는 그런걸 그다지 믿지 않는다.
80년 광주에서도, 그 전에 꽤 많은 사건들에서도 수도 없이 많은 애꿏은 목숨들이 명을 달리했는데 그들을 쐈을 사람 어느 누구 하나 입 한번 뻥긋하지 않고 있다. 구조와 집단의 힘이라는 건 이렇게 무섭다. 양심 고백같은 건 극히 예외적인 일이고, 보통은 코너에 몰릴 때로 몰려서 나온다. 하지만 아무도 코너로 몰지 않고, 혹은 이제와 그런 이야기 하면 뭐하나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야지 따위의 어설픈 이야기로 묻어버릴려는 사람이 지천에, 특히 이 사회의 상층부에 널려있다. 그런 점에서 경제 이런 걸 떠나 이 곳의 미래가 그다지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그렇다.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된다는 마인드가 결국 모두를 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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