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3

그러한가,

며칠 동안 패션붑을 쉬고 있다. 뭐, 이러 저러한 일들이 나를 여전히 둘러싸고 있고, 머리가 좀 아프다.

또 '나는 가수다'(나가수) 이야기다. 매주 방송을 보고 나서 나가수 이야기를 하는 거 같다. 루틴화되었다고 할까, 뭐 딱히 하는 이야기도 없는데 이런 거라도 쭉 이야기하는게 아, 추워 이런 포스팅이나 올리는 거보다는 나은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공연과 감상의 중심이, 특히 감상 쪽에서, 가창력에서 편곡의 힘으로 미묘하게 넘어가고 있다. 일반적인 감상자들에게 편곡의 힘을 알려준다면 그야말로 나가수 최대의 수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시청률은 아직 모자르지만 일요일 밤 화제의 중심이 되었고, 방송국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으니 뭐든지 다 해도 된다는 자유를 얻은 가수들 중 몇 명은 재빠르게 눈치를 채고 가능한 일을 크게 벌렸다.

임재범이 대표적이고 이소라와 윤도현도 일을 더 벌리고 있다. 하고자 하는 음악의 스케일이 클 수록 유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물론, 그게 나가수에서 오래 살아남는 걸 보장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방송국을 울궈먹으며 하고 싶었던 걸 뭐든 다 해본다면, 떠날 때 떠나더라도 아쉬울 게 없을 것 같다. 일단 하고 싶은 곡 아무거나 불러봐라라는 미션이 떨어졌다는 건,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해봐라는 시그널링이다.

 

* 1번 타자로 나온 임재범이 그걸 했다. 하여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물을 내놨다. 어쨋든 락 버전으로 가겠지? 과연 어떤 풍으로 가려고 할까? 라는 나같은 범인의 예상을 가볍게 깨트렸다. 음악이 좋다/나쁘다의 측면을 떠나 이런 시도 자체가 대단하다.

 

* 박정현은 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스토리 구조를 더욱 더 탄탄하고, 드라마틱하게 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 사실 이런 류의 현장성이 강한 공연은, 디테일을 가지고 승부를 보기가 힘들다. 강렬한 첫인상, 강렬한 하일라이트, 굉장한 카리스마가 눈 앞의 평가단에게는 훨씬 더 잘 먹힌다.

사실 박정현은 지금까지 공연한 모든 곡들이 거의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평온한 시작, 고조, 조금 일찍 다다른 하일라이트, 잠깐 쉬었다가, 더 큰 하일라이트, 마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정 캐릭터에(확실히 뭔가 점점 예뻐지고 있다), 어쨋든 나가수에서는 제일 조그맣고 귀여운 외모에, 펑 터져버리는 폭발력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고 있다(외모 덕이다라고 말하는 건 물론 아니다).

디테일이 강해질 수록 하일라이트가 더 폭발력을 품게 된다. 이런 식의 접근으로 우위를 점하는 건(유일하게 1위를 2번 했다) 박정현 말고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도 박정현 인기의 비결이 뭔지 좀 더 확실한 걸 알고 싶다. 조용필의 곡을 선택한 건 아주 좋았다.

 

* 이소라는 원래 생각보다 장르 커버의 범위가 넓다. 청혼 같은 노래를 부르던 시절과는 어쩌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진화했다. 그의 앨범을 (어쩌다보니) 전부 다 가지고 있는데, 최근에 올 수록 점점 더 소화하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

목소리도 바뀌었고, 창법도 바뀌었고, 가사가 전달하는 내용도 바뀌었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어쿠스틱 + 락 버전으로 커버한 건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는데 그 전에 보아의 No.1을 골랐다는 거에 꽤 놀랐다.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 마지막으로, 옥주현이 나온다고 한다. 몇 군데 게시판을 뒤적거려봤는데 역시 반응이 그다지 좋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예전에 말했듯 아이돌이든 힙합 가수든 그런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인영이 나왔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조금 있지만, 옥주현도 괜찮다.

약간 걱정은, 옥주현이 생각보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어쨋든 그는 나가수에 나오게 된 첫번째 아이돌 출신 가수다. 그가 잘 하면 다른 아이돌들의 루트도 보다 쉽게 열리게 될 거다. 하지만 만약 그가 그다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 한다면 역시 아이돌은 이런데 나오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

 

여기까지 자세히 읽는 사람은 한명도 없을 거 같으니, 조금 더 떠들자. 이렇게 열심히 말하고 있지만, 이번 나가수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은 이제 약간 지루하다는 거다. 아직은 괜찮아 보이지만 이런 긴장감을 언제까지나 유지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보는 사람도 점점 지쳐갈 거다. 프로그램 자체가 너무 무겁다.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선 매니저들이 좀 더 활약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본선을 보여준 다음 편곡이나 연습 과정을 보여주고 그러면서 매니저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건 또 문제가 있는게, 나가수에 출연하는 동시간대에 경쟁하는 해피선데이, 런닝맨의 출연진들에 비해 분명 좀 처진다. 지루함을 덜기 위해 이들이 아무리 뭔 짓을 해도 그 시간에 남격이나 런닝맨을 보는 게 웃기는 일은 더 많다. 이걸 어떤 식으로 극복할 지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관객의 모습을 오랫동안 비춰주는 것과, 결과 발표하면서 '의외' 운운하는 것좀 안했으면 좋겠다. 전자는 감동을 강요하는 거 같아 기분 나쁜대다가 멍한 얼굴을 바라보는 게 너무 민망하고, 후자는 전혀 필요없는 말이다. 대체 의외가 아닌 건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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