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2

뜨거운 물

1. 손가락, 발바닥도 아프고 온 몸이 찌뿌둥해서 언제 목욕탕이나 갈까 하다가 오늘 다녀왔다. 낮에 회의니 뭐니 해서 가만히 앉아 일 할 시간도 별로 없었고 날씨도 꾸물꾸물한 김에. 동네, 도서관 근처, 중간 정착지에 있는 목욕탕이 모두 망해서 좀 검색을 했는데 애매한 거리에 있긴 했다. 보니까 18시 종료, 20시 종료 이런 게 많네. 밤까지 하는 건 따로 찾아야 하고 또 밤에 가면 청소하는 경우도 있어서 미리 알아놔야 하나보다.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아무튼 찾아간 목욕탕에는 37도, 43도 온탕이 있었고 뜨거운 물은 역시 좋다. 보통은 들어갈 수 없는 수준의 온탕이 하나쯤 있는데 거기는 그렇지 않았다. 뜨거운 공기는 아주 싫어하고, 뜨겁고 습한 공기는 더욱 싫어하는 데 뜨거운 물속은 이 모든 걸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좋다. 다만 요새 사우나 1만원 정도 하는 듯. 비쌈... 손가락, 발가락은 괜한 자극이 생겼기 때문인지 미세한 통증이 있다.

목욕탕에 앉아있다가 사우디 - 아르헨 경기를 봤다. 후반 40분이었고 추가 시간이 10분 넘게 주어졌다. 침대 축구를 원천 봉쇄하는 계획인 듯 하다. 사우디가 이기는, 아마도 이번 월드컵 최대 이변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경기를 목격해서 이걸로 다 봤네 싶은 생각도 잠시. 집 크롬북이 영상 틀기가 어렵고 공중파 방송과는 접점이 거의 없기 때문인지 월드컵을 하는지 마는지 이런 상태다.


2. 어쨌든 그런 하루였음. 점심은 진진의 OX 볶음밥을 먹었고 저녁은 돼지불백을 먹었다. 소박한 고기의 날이네.


3. 잠깐 생각 난 예전 이야기를 하자면 어렸을 적엔 돈까스 카레라는 걸 본 적이 없다. 집에서 돈까스를 먹으려다가 3분 카레가 있네 이런 거면 몰라도 파는 건 못 본 거 같다. 볶음밥에 짜장도 그렇다. 이건 정말 짜장이 왜 옆에 있는 지 모르겠음. 사실 중국집에 짬뽕도 별로 없었던 기억이다. 동네 중국집 주요 메뉴는 짜장과 우동이었음. 거기에 가끔 짬뽕 파는 집. 중국집 우동은 나가사키 짬뽕과 상당히 비슷하다. 

아무튼 돈까스 카레와 볶음밥 짜장 둘 다 90년대 넘어가면서 보게 된 거 같다. 이 조합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대충 때우려는 느낌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대충 때우는 건 사실 크게 상관이 없긴 하지만 그게 너무 강해 의지가 지나치게 느껴지면 거부감이 든다. 물론 돈까스 좋아함, 카레 좋아함, 볶음밥 좋아함, 짜장 좋아함. 2번의 볶음밥이 꽤 맛있어서 생각난 이야기...

20221115

바위, 평화, 느림

1. 요즘은 숙면을 위해 조용히 자는 편이지만 예전에는 수면 다큐를 틀어놓고 자는 경우가 많았다. 요새도 문득 너무 조용한 게 거슬리면 틀어 놓는다. 유튜브에서 수면 다큐를 검색해 보면 대부분 우주, 지구의 역사 관련 다큐인 경우가 많다. 딱히 흥분할 데도 없고 나긋나긋한 톤으로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인 거 같다. 그리고 사실 가만히 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며칠 전에 지구의 역사 이런 종류의 다큐를 틀어 놨는데 지구 표면에서 가장 오래된 바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찾아봤더니 알래스카, 호주 등 몇 군데 있는 거 같다. 38억년 된 바위라고 한다. 38억년 동안 바위였다. 12억년 전에도 8000만년 전에도 바위... 그냥 계속 바위... 물론 원래 모양에서 떨어져 나간 애들도 있고 해서 많이 바뀌긴 했을 거다.

지구의 역사를 보면 45억년 전 쯤에 태양 주변을 돌던 여러 소행성들이 합쳐지면서 지구가 형성되었고 달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41억년 전 쯤부터 38억년 전 쯤까지 혼돈의 시기였는데 운석들이 무수히 떨어지고 화산 활동도 많아지고 뭐 그랬다가 진정이 될 때 자리를 잡은 바위다. 당시에는 산소도 없고 오존층도 없었다고 하니 지금 화성이나 달에 있는 돌처럼 조용히 있었을 거 같다. 하긴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돌들이 하릴없이 중력을 따라 떠돌고 있긴 하지. 가스 행성은 뭐라도 하니까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있는데 암석 행성은 역시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거대한 돌덩어리 이미지가 강하다.

암석 행성은 크기에 한계가 있는데 태양계에서 제일 큰 암석 행성은 지구다. 우주에는 목성보다 큰 암석 행성도 있다고 한다. 하긴 뭔들 없을라고. 아무튼 38억년을 가만히 있었다니 기회가 된다면 보러 가보고 싶다.


2. 어제 저녁으로 짬뽕과 군만두를 먹었는데 새벽에 자다 깨서도 뱃속에서 중화요리 냄새가 올라오는 거 같다. 컨디션도 상당히 좋지 않고 아무튼 당분간은 평화로운 음식만 먹어야 겠다.


3. 요새 집에 크롬북을 두고 도서관에 맥북을 두고 있는 데 집에서 크롬북은 거의 오디오, TV 처럼 쓰고 있다. 너무 느려서 뭘 할 수가 없음. 가끔 이렇게 도서관 나왔다가 생각날 때 이런 저런 이야기.


20221110

삭신, 본잠, 건조

1. 여전히 매우 피곤하다. 삭신이 쑤시고 발가락도 다시 아프기 시작해서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 속에 좀 있을까 싶은데 동선이 괜찮은 곳이 없다. 원래 6개월에 한 번 정도 가던 곳이 있었는데 코로나 시기에 폐업을 했고 또 하나 발견한 곳은 20시에 문을 닫는다. 


2. 본격적으로 책 작업을 하고 있고 생활 리듬이 매우 단순하다. 문제는 1과 겹치는 데 너무 졸리다는 거다. 본잠을 빼고 하루에 2번은 적어도 30분씩 자는 거 같고 집에 가면 씻고 잠들어서 7시간은 자는 거 같다.


3. 뉴진스 관련해 소비를 거의 하지 않고 있지만 이 정도 히트를 친 곡이면 어쨌든 들리게 된다. 어텐션은 확실히 좋은 곡이다. 젊음이 어쩌구 하며 마냥 달리는 것도 아니고 살랑살랑. 이렇게 천천히, 하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는 속도감이 잘 느껴지는 노래는 참 드물다.


4. 트리플S의 롤렉스도 웃기는 노래다. 롤렉스는 비유도 뭣도 아니고 정말 반짝이는 롤렉스를 가지고 싶다는 노래다.


5. 1과 2 때문인지 재미있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머리가 바싹 말라가듯 건조하다.

20221102

연결

이상하게도, 라는 말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이번에는 정신이 너무 피곤하다. 새벽에는 아침이구나 하고 일어나 씻고 이를 닦고 커피를 내린 다음에 시계를 보니 3시였다. 분명 시계가 7시 35분이었고 어디선가 아침 같은 분위기가 나는 소리도 들었지만 아마도 아니었다. 사건의 충격 혹은 기존에 쌓여있는 스트레스가 과중됨 등의 원인이 있겠지만 그런 걸 생각하는 걸 일단 관뒀다. 어디가서 떠들면 좀 나을까 싶긴 한데 그럴 데도 딱히 없고 당분간 뉴스를 좀 피하고 하는 일과 한가한 생각들에 집중할 생각이다. 물론 인터넷 세상에 연결되어 있으니 완전히 피할 방법이 없긴 한데 아무튼 그러하다.

수급, 변함, 위상

1. 아이언 렁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링크 ). 철 원통으로 몸을 감싸고 기계식 인공 호흡을 하도록 만드는 기계로 사람은 머리만 빼놓고 살게 된다. 소아마비 환자들이 들어가는 데 계속 거기에만 있는 건 아니고 건강이 좋을 때는 잠깐 씩이라도 나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