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5

바위, 평화, 느림

1. 요즘은 숙면을 위해 조용히 자는 편이지만 예전에는 수면 다큐를 틀어놓고 자는 경우가 많았다. 요새도 문득 너무 조용한 게 거슬리면 틀어 놓는다. 유튜브에서 수면 다큐를 검색해 보면 대부분 우주, 지구의 역사 관련 다큐인 경우가 많다. 딱히 흥분할 데도 없고 나긋나긋한 톤으로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인 거 같다. 그리고 사실 가만히 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며칠 전에 지구의 역사 이런 종류의 다큐를 틀어 놨는데 지구 표면에서 가장 오래된 바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찾아봤더니 알래스카, 호주 등 몇 군데 있는 거 같다. 38억년 된 바위라고 한다. 38억년 동안 바위였다. 12억년 전에도 8000만년 전에도 바위... 그냥 계속 바위... 물론 원래 모양에서 떨어져 나간 애들도 있고 해서 많이 바뀌긴 했을 거다.

지구의 역사를 보면 45억년 전 쯤에 태양 주변을 돌던 여러 소행성들이 합쳐지면서 지구가 형성되었고 달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41억년 전 쯤부터 38억년 전 쯤까지 혼돈의 시기였는데 운석들이 무수히 떨어지고 화산 활동도 많아지고 뭐 그랬다가 진정이 될 때 자리를 잡은 바위다. 당시에는 산소도 없고 오존층도 없었다고 하니 지금 화성이나 달에 있는 돌처럼 조용히 있었을 거 같다. 하긴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돌들이 하릴없이 중력을 따라 떠돌고 있긴 하지. 가스 행성은 뭐라도 하니까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있는데 암석 행성은 역시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거대한 돌덩어리 이미지가 강하다.

암석 행성은 크기에 한계가 있는데 태양계에서 제일 큰 암석 행성은 지구다. 우주에는 목성보다 큰 암석 행성도 있다고 한다. 하긴 뭔들 없을라고. 아무튼 38억년을 가만히 있었다니 기회가 된다면 보러 가보고 싶다.


2. 어제 저녁으로 짬뽕과 군만두를 먹었는데 새벽에 자다 깨서도 뱃속에서 중화요리 냄새가 올라오는 거 같다. 컨디션도 상당히 좋지 않고 아무튼 당분간은 평화로운 음식만 먹어야 겠다.


3. 요새 집에 크롬북을 두고 도서관에 맥북을 두고 있는 데 집에서 크롬북은 거의 오디오, TV 처럼 쓰고 있다. 너무 느려서 뭘 할 수가 없음. 가끔 이렇게 도서관 나왔다가 생각날 때 이런 저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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