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게 팔작 지붕과 맞배 지붕이다. 맞배 지붕은 그림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가장 심플한 구조라 조금 옛날 건물들, 특히 고려시대 이전 건물들의 경우에 많다.
생긴게 심플할 뿐만 아니라 건물을 덮고 있는 넓이가 다른 양식에 비해 작아 비바람에 취약하다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있다. 또 생긴게 워낙 심플하기 때문에 큰 건물일 경우 지붕이 유독 두드러지고 무척 크게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맞배 지붕 건물을 좀 좋아한다. 그 직선적인 심플함도 좋고, 머리만 큰 가분수에서 느껴지는 기괴함이 주는 낯섬도 마음에 든다. 너무 잘 만들어진 자연스러움도 좋지만, 이런 살짝 뒤틀린 것들이 주는 매력이 더 오래 남는거 같다.
사진이 좀 작은데 선운사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졌지만 원래 신라 혹은 백제 때 만들어진 오래된 절인데 오른쪽에 맞배 지붕이 주르륵 보인다. 대웅전의 경우 건물이 커 직접보면 사진보다 훨씬 더 웅장하게 보인다. 풍판이 없는 걸 더 좋아하는데 목조 건물의 보존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수덕사의 대웅전도 대표적인 맞배 지붕 건물이다.
수덕사 대웅전은 1308년 고려 충렬왕때 만들어진 건물로 건립 연도가 명확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다. 그렇지만 사진에서 보이듯 지붕이 약간 곡선이 되어 있는데 이건 일제 시대에 해체되었다가 다시 만들어지며 바뀐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이런 모습이었다. 새로 생긴 저 가녀린 곡선의 미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직선때문에 맞배 지붕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우 아쉽다.
물론 부석사 무량수전과 봉정사 극락전이 더 오래된 건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정확한 건립 연도는 모른다. 다만 두 건물 다 수리 기록이 나와 그보다 더 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경우 1376년(고려 우왕)에 수리 기록이 있고, 봉정사 극락전은 1368년(고려 공민왕) 때 수리 기록이 있다.
봉정사 극락전도 못가봤다. 사진으로는 굉장히 고풍스럽게 보이고, 지붕을 슬쩍 올려놓은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이번에 안동 부근을 지나며 들러볼 기회가 있기는 했는데 시간 관계상 부석사에 들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늘 구본준 기자가 칠갑산에 있는 장곡사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다. 말만 들어보고 가보진 못한 곳이다. 많이 멀지도 않은데 기회 만들기가 참 어렵다.
링크는 http://blog.hani.co.kr/bonbon/31412 장곡사는 대웅전이 두개 있다고 하는데, 그 중 하대웅전의 모습이다. 맞배 지붕에 풍판이 있고 다포 양식이다. 위에 나온 선운사 대웅전도 맞배 지붕에 다포 양식의 건물이다. 위 링크의 포스팅에도 나와있지만 장곡사에 대웅전이 왜 두 개가 있는 지는 잘 모른다고 한다.
절은 공통 양식이 있기는 한데 지역에 맞게, 환경에 맞게 그 무스한 절들이 다들 뭔가 조금씩 다르다는게 꽤 재미있다. 절에 가면 여기는 뭐가 다른가 하고 살펴보게 된다.
이런 맞배 지붕은 우리의 전통 가옥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시골 가면 볼 수 있는 농협 창고도 맞배 지붕이고,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간이역 중에도 맞배 지붕이 더러 있었다. 군산이나 성수동 같은 오래된 공장 지대에서도 볼 수 있다. 일제 시대 영향을 받은 것도 있고, 아닌 것들도 있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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