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24

오후만 있던 일요일

눈이 왔다. 그것도 많이 왔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으로 펑펑 내리는 눈을 보면서, 세상의 궤도가 분명 어딘가 삐끗한거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너무 추웠고, 온기가 남아있던 이불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오후에 일어나 이것 저것 입에다 막 집어넣고, 밖에 나가는 걸 포기하고 이불 속에서 TV를 봤다. 백점만점, 세바퀴, 무한도전 등등등. 그리고 녹차를 마시고 빵을 먹었다. 또 TV를 봤다. 난생처음, 꽃다발, 남자의 자격, 우리 결혼했어요 등등등. 다시 녹차를 마시고 빵을 먹었다. 또 TV를 봤다. 런닝맨, 영웅호걸 등등등.

눈이 그쳤고, 해가 졌다.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몸을 열심히 씻었다. 각질 제거하는 툴까지 들고 들어가 쓱싹쓱싹 밀어댔다. 뜨거운 물이라는 건 정말 좋다. 매년 겨울에 온천을 한 번은 갔는데 올해는 어찌될 지 모르겠다. 가고 싶다.

저번 달에 모 백화점 쇼핑몰에서 로션 하나를 구입하고, 우수 상품평을 완전 노린 후기를 하나 쓴 적이 있는데 만원 쿠폰이 들어 왔다.

스킨과 클렌저가 다 떨어져가기 때문에 만원으로 그거나 보태자 싶어 쇼핑몰을 한참을 뒤적거렸는데 문득 귀찮아져서 관뒀다. 이번 달에는 뭔가 살 것들이 많고, 하나같이 필수품이다. 골치아파질 한 달이다. 계획을 잘 잡아야 한다.

그냥 자려고 했는데 배가 막 고파와서 고민하다가 라면을 끓여먹었다. 파가 없어서 고추만 조금 넣었더니 배 속이 안좋다.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부터 컨디션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니까 아픈 것도 긴가민가 하다.

과하게 먹었더니 이거 참... 이라는 생각이 들어 또 녹차를 마셨다. 그렇지만 이 상태로 누으면 틀림없이 또 체할 것이다. 이거 참... 그래서 이 포스팅을 쓰기 시작했다. 즉 이 글은 소화용이다. 지금까지는 별 효용은 없는 듯 하다.

군납용 코냑이 한 병있고, 면세점 J&B 제트가 한 병있다. 저거나 한 잔 마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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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평화,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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