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냉기가 사방에 서려있다. 손에 닿는 것 어느 하나 따뜻한 게 없다. 따뜻은 커녕 구석구석부터 코어까지 운명적으로 차가워져있다. 입김을 허허 불며 샤워를 하고(그래도 보일러 녹인 이후 뜨거운 물은 용케 나온다, 올레~) 여름엔 그렇게 벗어대도 덥더니 겨울엔 그렇게 껴입어도 춥다.
12월 말 쯤에 군대에 갔었는데 그때의 냉기도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다. 무서운 건 추위가 아니라 냉기다. 주변의 모든 것들에 치명적인 냉기가 서려있었다. 햇빛이 조금 비친다고, 따뜻한 방에 조금 앉아있는 다고 이 냉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의 기억이란 건 알량하기 그지없어서 중요한 것들은 모두 암흑 속으로 사라지는 주제에 이런 건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머리 속이 얼어붙으면 생각을 안하게 되고 본능적이 된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좀비가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 다니듯 따뜻한 곳을 찾아다닌다. 외풍 때문에 창문을 담요 두개로 막아놨더니 밤인지, 낮인지, 여기가 어딘지, 난 누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 하긴 하자 싶어서 요새는 휴대폰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올린다. 전화기 붙잡고 있어봐야 전화할 곳도 별로 없고, 전화올 곳도 별로 없으니 apps들만 설치했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한다. 전에 쓰던 노키아 전화기를 꺼내 이건 뭐 할게 없을까 생각해보고, 전설의 맥 노트북 145b도 꺼내 액정을 살릴까 생각해 본다. 살려봐야 할 게 없다. 그냥 살리는 재미 뿐이다.
좀 더 예전에는 오디오, 키보드, 컴퓨터, 문구류. 생각해보면 머리가 복잡하면 찾아가는 대피구를 계속 마련해 놓고 있는 거 같다. 이쪽 분야는 별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다. 덩어리가 명확하게 있고, 뭐가 나오고, 구경하고, 써보고, 새로운 것들을 찾아보면 된다. 간단하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멍청한 기분이 계속되니 기분이 안좋다. 집중하면서 상큼한 기운을 느낀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젠장할.
201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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