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걸 좋아한다. 단아하다는 건 사전적으로는 단정하고 아담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 사용하는 단아함은 살면서 쌓인 여러가지 취향이 만들어 낸 결과적인 개념어이기 때문에 그 기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고, 그 설명에 별 의미도 없다.
누구나 이런 식으로 취향의 담을 쌓는다. 무의식적일 수도 있고, 의식적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엣지보다는 시크, 머슬이나 글래머러스보다는 발란스와 스탠스가 좋은 것들에 더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발랄한 건 좋아하지만 경망스러운 건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완결성을 가진 경망스러움이라면 가치가 있다.
단아한 것들은 지루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질리지 않으려면 밀도감과 완성도가 중요하다. 괜히 폼만 잡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괜히 길어졌는데 말이 그렇다는 거다. 그냥 문득 생각나길래 써본다.
1. 아이폰 앱 Reeder
RSS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리더를 시간날 때마다 틈틈히 들여다 본다. 아이폰으로 몇가지 앱을 테스트해 보다가 정착한 게 Reeder라는 앱이다. 이 앱은 속도가 빠르고, 오류가 적다는 기능상 장점 외에도 무척이나 정갈하고 점잖다. 구석구석까지 신경을 아주 많이 썼고, 일관성도 좋고, 완성도가 높다. 덕분에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가능하다면 아이폰의 모든 부분을 이런 모습으로 꾸밀 수 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2. 아이콘 팩
꽤 오래 전에 데비앙트에서 얻은 아이콘 팩이라 이름은 잊어버렸다. silver 어쩌구 였을 거다. 윈도우의 모든 아이콘을 이것들로 바꾼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이건 단아한 것과는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한데, 어쨋든 이 아이콘 팩을 상당히 좋아한다. 아쉽게 새로 나온 프로그램들과 대중적이지 않은 프로그램의 경우 업데이트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3. Silverstone의 FT03S
괜찮은 컴퓨터 케이스를 찾아 세상 천지를 뒤지고 다녔지만 컴퓨터 케이스라는 건 그럴 듯한게 하나도 없다. 노트북에는 맥북 프로라는 걸출하게 생긴 모델이 하나 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키보드도 은색이었던 모델을 좋아했는데 바뀌어서 조금 아쉽다.
맥 프로도 근사하게 생겼지만 이건 웹 서핑 따위나 하라고 만들어진 기계가 아니다. 가격도 그걸 명징하게 말해준다. 아이맥도 좋지만 컴퓨터 케이스는(이거 말고 다른 물건들도 마찬가지다) 좋은 걸로 하나 사 놓고 두고두고 쓰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좀 아깝다. 제대로 만들어진 케이스라면 10년도 넘게 사용할 수 있다.
어쨋든 컴퓨터 케이스라는 건 하나같이 허접하거나, 너무 기계적으로 생겼거나, 어디로 가는 지 모르게 우주적 / 미래적으로 기괴하거나(이건 게 약간 인기가 좋다), 지루하거나, 바보같다.
나라도 뛰어들어 만들고 싶지만 케이스 하나에 백만원 막 이러면 잘 팔릴거 같지가 않다. 그렇게 정성을 쏟을 동네는 아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주방기구는 그럴 듯 하게 생긴 게 참 많다.
바이킹의 VCSB542 냉장고 같은 건 무척 예쁘다. 단호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하루에 집안에서 냉장고가 언뜻 언뜻 보이는 시간과 컴퓨터 케이스가 언뜻 언뜻 보이는 시간이 그다지 큰 차이가 있을거 같지는 않다. 즉 컴퓨터 케이스는 지나치게 푸대접을 받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요즘들어 타협을 볼 만한 물건들이 조금씩은 나온다.
실버스톤에서 나온 FT03S는 약간 균형감이 이상하기는 한데 말끔해 보여서 마음에 든다. 좀 좋은 쓰레기통처럼 생겼다. 높이가 487mm고 가로가 235mm라 덩치가 좀 있다. 그런 주제에 mATX 보드만 들어간다. 내부도 컴퓨터 케이스치고는 희안하게 생겼다. 파워 버튼이나 USB 같은 건 위에 있다.
아직 출시가 되지 않았는데 국내 출시가 되면 대략 20만원대로 나올 거 같다. 좀 괜찮은 케이스들은 두껍고 무겁기 때문에 인터넷 해외 구매는 무리다.
이건 그냥 컴퓨터 케이스처럼 생겼는데 구석구석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다. 특히 내부가 마음에 들어 나처럼 컴퓨터를 자주 열어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뜯을 때 마다 기분이 좋을거 같다. ATX 사이즈가 들어가는 이유로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텐데 현재 가격이 35만원 이상으로 역시 좀 비싸다.
4. NOCTUA의 쿨링팬
컴퓨터 내부에 쿨링팬을 붙일 수 있는 곳은 다 붙이는 편이다. 그래서 쿨링팬도 어지간히 헤매고 다녔다. 하지만 좀 좋은 것들은 튜닝용이라 번쩍 번쩍 너무 요란하거나 아니면 그냥 까맣게 생긴 것들 뿐이다. 그러다가 이걸 발견했다.
녹투아는 오스트리아 회사로 팬은 대부분 대만에서 만든다. 성능도 꽤 좋은 편이고 무척 조용하다. 팬 끝 부분이 조금씩 깎여있는데 그것 때문에 뭐가 더 좋고 그렇단다.
어쨋든 이 쿨링팬의 생김새와 완성도가 무척 마음에 든다. 쿨링팬치고는 조금 비싸지만 못살 정도는 아니다. 지금은 80mm 하나 붙어 있는데, 상태가 안좋은 92mm짜리와 앞에 120mm짜리도 바꿔 줄 예정이다. CPU 쿨러도 나온다.
5. 인케이스의 뱀부 슬라이더 에그플란트
꽤 헤매고 다니다 결정한 아이폰 케이스. 이거 말고 마음에 드는 대안은 같은 뱀부 슬라이더 시리즈 중에 머쉬룸 정도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케이스에 대한 주변의 평은 무척 안좋다. ㅠㅠ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를 한번도 못들어봤다. 역시 내 취향이 그닥 인기가 없나보다.
이 색에 대해서는 추억이 하나 있다. 예전에 군대 있을 때 벽에다 붙일 게시판 같은 걸 만들 일이 있었는데 페인트를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섞다가 저것과 거의 비슷한 색이 나왔다. 내심 무척 마음에 들어서 그 색으로 칠했는데 역시나 평이 안 좋았다. 행정 보급관의 약간 난감한 표정과 "좀 더 밝은 색으로 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난다. 경험이 말해주는 건 이 색은 전통적으로 인기가 없다는 사실.
아이폰 4용도 비슷한게 있기는 한데 4는 각지게 생겨서 이런 케이스가 그다지 어울리진 않는다. 그쪽은 범퍼 쪽이 훨씬 매칭이 좋아 보인다.
어쨋든 Recyled 40%인 것도 마음에 들고, 약간 거칠거려서 미끄럽지 않게 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그렇지만 주변의 미움도 좀 그렇고, 3GS를 앞으로 2년쯤 더 쓸 생각도 있기 때문에 인케이스 3GS용이 다 사라지기 전에 발랄한 종류로 하나 더 사놓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몇 개 더 있는데 너무 길어졌다. 나머지는 다음에 생각나면 계속. 이 포스팅은 어디다 올릴지 결정을 못해 두 군데 다 올린다. 계속 이렇게 할 수는 없는데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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