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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8

추석 잡담

추석하고는 별 관계 없는 이야기고. 아이돌 기획 방송으로써 주간아이돌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최근 들어 한 아이돌 팀만 20분 쯤 보여주는 방송이 없다. 보통은 여러 팀이 함께 나와 분량 싸움을 해야 하는데 - 그 와중에 팀의 멤버 한 명이라면 정말 어렵다 - 오직 한 팀만 나오는 건 요즘 세상에 정말 드문 장점이다.

또 주간아이돌 MC진이 예전 모닝구 전성 시대의 우타방의 이시바시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멤버 한 명 한 명 캐릭터를 만들고 눈에 띄는 사람이 있으면 집중하고 강화한다. 그러고 나면 나중에 이걸 다른 방송에 나갔을 때도 써먹게 된다. 이건 사실 이 방송에 나오는 팀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나오는가에서 향방이 약간 갈리기는 한다. 신곡 홍보나 팀을 알리는 데 우선 집중하는 팀과 이제 그 단계는 지났다고 판단해 멤버 각자의 인지도 향상을 노리는 팀은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하는 건 '노래를 부르는 행위'에 전혀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간아이돌에서 팀으로 보여주는 건 랜덤 플레이 댄스다. 즉 팀으로써 군무의 완성도에 집중하지 노래 부르는 건 거의 시키지도 않고 보여주지도 않는다. 사실 케이 아이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 부분이다. 이 방송에서 보컬이 소비되는 부분은 기껏해야 고음 대결 같은 데나 아주 가끔 메인 보컬이 요청에 의해 한 소절 정도 부르면서 실력 과시하는 경우 뿐이다. 이런 점에서 립싱크를 반대하는 음악 방송과 극단적으로 대치점에 서 있고, 같은 음악이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아이돌을 소비하게 한다. 사실 이건 초기에 주간아이돌 세트의 한계에서 비롯된 방식일텐데 우연이든 뭐든 매우 훌륭한 결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라스를 비롯해 아이돌이 나오면 곤란하고 민감한 질문을 던지는 방송과 완전히 다른 점인데 예를 들어 연애 스캔들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 방송에서 소비되는 아이돌 스캔들은 오직 주간아이돌이 자체 제작한 스캔들 뿐이다.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방송에서는 이상한 꼬투리를 잡아 자체 연애설을 양산한다. 그리고 기획의 일부로써 가공된 연애담만을 계속 이용할 뿐 실제와는 완전 괴리되어 있다. 3년을 넘게 했으니 이제는 자체 내러티브가 얼추 형성되었고 그러므로 그 안에서 계속 소비할 수 있다. 실제 연애담을 지닌 게스트가 올 경우 보통은 아예 언급을 안한다.

이 방송이 이렇게 틀이 꽉 잡혀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다른 장점 중 하나는 게스트로 찾아온 아이돌 팀을 보고 있으면 이들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 그 전략에 충실한 지 같은 걸 대략 엿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베스티나 레인보우의 경우 한계 같은 게 한 눈에 들어와버렸다. 너무 준비한 듯한 것도 웃기지만 너무 준비 안 한 듯한 것도 웃기게 된다. 이 선이 매우 어려운데 그 지점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데서 실력이 나오는 듯.

문제는 시청률이 낮고 케이블의 파급력이 낮다보니 팬덤 외에는 인지도가 거의 없다는 건데 사실 뭐 팬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좀 더 분명하고 명확한 캐릭터를 보여준 다는 것만 가지도고 충분히 존재 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20140907

최근에 본 몇 편의 영화

최근이라고 해봐야 거의 올해 초로 소환되는데 여하튼 영화를 몇 편 봤다. 요새는 뭐 그냥 누가 보자고 하면 그거 보는 편이라 선택에 자의는 거의 없다. 이런 식으로 보는 게 나름 재미가 있네 하는 생각이 든다.

1. 해무 : 드라마를 안 보다보니 미키유천이 연기하는 거 처음 봤다. 김윤석의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약간 늘어지네 싶었다. 근데 요새 그런게 영화의 경향 같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길어졌다 - 그러고보면 예능도 이런 - 길어지면서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영화에 내가 좀 민망해 하는 구석이 있다... 이런 거 잘 못봄. 훈련을 해야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웃어버렸다.

2. 타짜 2 : 이것도 아무 것도 모르고 봤는데(해무에 박유천이 나오는 지 크레딧 보고 알았다) 그래도 이건 탑이 나오는 건 알고 있었다(설마 주연인지는 몰랐다). 왜 탑이지 했는데(전반적으로 어설픔) 영화를 보고나서 타짜 만화 시리즈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니 타짜 2(이 영화의 원작이다) 주인공이 원래 좀 어설프다. 그러고보면 맞는 캐스팅같기도 하고... 이하늬, 신세경은 가히 최고다.

3. The Wolf of Wall Street : 길~~~다.

4. Edge of Tomorrow : 이거 좀 웃김.

여튼 CGV 중계점에서 밤 9시에 시작하는 타짜 2를 곰곰이 보다가 문득 영화를 다시 좀 챙겨서 보고 다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는 듣는 노래도 걸스데이와 에이핑크 밖에 없는 거 같고.. 해도 너무하게 무식해 졌다... ㅜㅜ 근데 집에서 제일 가까운 데가 메가박스 상봉점이야.. 그렇다면 역시 스쿠터?

20140423

보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1, 2를 다 봤다. 시즌 1의 1회가 꽤나 인상적인 덕에 다 보게 되었는데 지금 얼핏 생각해 보면 뭐가 인상적이었는지 잘 생각나질 않는다. 

특이하다고 할 만한 건 역시 소재인데 암투와 배반이 판치는 정치계 묘사에서 부인들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야당이 거의 나오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후자의 경우, 생각해 보면 다수당의 유력자 시선에서 본다면 야당은 그저 주어진 마찰 계수일 뿐이고 눈에 보일리도 없고 문제가 될 것도 별로 없다. 그 사실을 이렇게 펼쳐놓고 보여주는 건 역시 신선하다.

보는 내내 립 바베큐가 꽤 먹고 싶어진다는 것도 효용 중 하나다.

20131102

노래들

뭐든 장사가 그런 면이 있는데 걸그룹, 아이돌의 경우 워낙 많은 그룹이 있는 상황에서

- 뭐든 결국 눈에 걸릴 건 걸리게 되어있다 : 예를 들어 크레용팝 / 아무리 잘난 걸 내놔도 적당한 홍보 채널이 없으면 묻힌다

가 되겠다. 전자는 이미 성공한 자들의 꼰대질 아이템으로 자주 사용되고(너가 노력을 안해서 그러는 거지 뭔 남탓이냐, 내가 처음 시작할 땐 말야...), 후자의 로망을 간직한 분들은 아침 방송이나 오후 6시 쯤 하는 내고향 어쩌구 류의 프로그램에 '홍보가 안되서 그렇지 정말 좋은 제품입니다'라며 뭔가 들고나온 중소 기업 사장님들에게서 전형적인 예를 볼 수 있다.

여하튼 이건 사실 알 수 없는 것. 우연히 TINT라는 그룹의 '첫눈에 반했어'라는 곡을 들으며 시작되었다.

http://youtu.be/nREEyUJ5rH8

 

- EvoL의(이블이라고 읽나보다) GET UP

http://youtu.be/rAUwimJaZKU

 

- 글램의 거울 앞에서

http://youtu.be/PreOQpat5Mg

 

여기까지는 로엔發. 그리고

 

- 지아이의 비틀즈

http://youtu.be/3j1E5DKVPr0

 

- 딜라이트의 MEGA YAK

http://youtu.be/TloLiJE5jsM

 

뭐 그렇군.

내일은 없지

이번 주에 나온 것들 중 가장 흥미로운 건 역시 현아와 장현승의 트러블 메이커 2, 내일은 없어다.

가끔 지하철에서 한껏 멋을 부린 초등학교 고학년, 혹은 중학교 저학년 쯤의 여자 아이를 보게 된다. 딱 붙는 니트나 조막만한 숄더백 같은 걸 걸치고 굉장히 짧은 치마 따위를 입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완전히 넋을 놓고 또래의 친구들과 떠드는 데 정신이 없거나 아니면 굉장히 불안한 상태다. 둘 다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 지에 대한 자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일반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예컨대 속옷 같은 게 보이게 되는 일이 많다. 마찬가지로 어디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다. 이게 곧 노하우가 쌓일 테고 그런 일은 사라질 거다. 물론 나는 그런 걸 일부러 보는 voyeur 같은 데에는 큰 관심이 없으므로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이제 멋부림의 시작 선상에 서 있는 한 인간의 모습은 역시 흥미롭다.

여하튼 이런 상황에서 속옷을 보임은 섹시의 행위가 아니다. 그냥 보여지는 거다. 그런 걸 좋아하는 마니아도 세상엔 있지만 그건 이 이야기에서 뺀다.

물론 섹시의 행위일 때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든가, 어떤 목적이든 유혹을 하려한다든가 할 때 그런 행위를 한다. 또는 의식적으로 자신을 무의식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히피 시대가 끝나고 뉴 멕시코로 몰려가 누드촌을 만들었던 사람들처럼 이게 뭐 어때, 인간은 원래 이런 거야라는 주장이 포함된 경우다.

그렇지만 위 지하철의 경우는 그게 아니다. 그냥 저러고 있는 거고,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겐 섹시할 수도 있을 무엇이 생성된다. 그저 반응이 좋아서 TV에서 본 춤을 추는 재롱 잔치를 하는 아이도 비슷한 선상에 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리액션을 기억한다.

현아의 경우 그게 뭐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자주 재롱 잔치의 꼬마 아이를 떠오르게 한다. 아마도 생김새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데 여하튼 이제 막 섹시 스타의 본격 궤도에 오르려는 분이므로 그런 게 생각나지 않는 시점이 언제일까 MV가 나올 때 마다 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편견 때문일 지도 모르는데 지금 건 아직 아닌 거 같다.

 

장현승 쪽은 좀 더 재미있다. 빅뱅 오디션의 탈락 멤버, 비스트의 현 멤버, 뻥장군과 시크 가이로 나름 유명하지만 평범한 일반인의 눈으로는 요섭, 두준, 기광, 용준형과 같이 있는 나머지 둘 중 한 명. 그리고 현아랑 뭘 할 때 마다 나오는 무표정과 무력함이 만드는 무색 무취함.

누가 이 둘의 조합을 골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정말 잘 만들어 진 건 분명하다. 둘이 뒤엉켜 있어도 누가 남인지 여인지 잘 모르겠고 둘이 다 벗고 있어도 아마 모를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여하튼 이런 장은 현아가 맘대로 날 수 있게 해주는데 위에서 말 했듯 아직은 훨훨 날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쯤 뒤는 역시 기대한다. 그러므로 이런 걸 계속 내놔야 한다. 홧팅.

 

(섹시 컨셉의 아이돌이 정말 많은데 정작 올해 초중반에 기억에 맴도는 건 노노노 아닌가)

20131010

두 편의 영화를 보다

1. 엘리시움을 봤다. 이건 뭐 이것저것 생각해봐도 개과천선의 여지는 없어보이는데 원래 주인공으로 에미넴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랬다면 왠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중국에서는 극락공간, 홍콩에서는 극락제국2154, 대만에서는 극락세계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2154는 시대 배경이 2154년이다. 

2. 왓치맨을 봤다. 이런 극은 초반 허들을 잘 못 넘기는 편인데 일단 넘기고 나면 열심히 본다. 그래서 도서관에 있던 만화도 몇 장 들춰보다가 나오는 이들 생김새만 좀 보다 말았었다. 여튼 삶이 너무나 지루했던 덕분인지 3시간이 넘는 걸 꾸역꾸역 볼 수 있었다. 원작을 좀 봐야겠다.

20131008

더 퍼시픽을 보다

얼마 전에 볼거다 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다 봤다. 더 퍼시픽, 태평양 전쟁 이야기다. 태평양 전쟁은 사실 노르망디나 롬멜, 서부전선 이야기에 비하면 아는 게 거의 없다. 진주만과 미드웨이, 노몬한과 만주,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뭐 이런 것들을 단편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 입장에서는 맘 편하게 볼 수도 없다. 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지였다. 더 퍼시픽 처음에 과달카날 전투 이야기가 나오는데 과달카날에 비행장을 만든 사람들은 징집된 조선인들이다(아래 이야기 할 책 '헨더슨 비행장'에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론은 약간 있지만 결코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글로세스, 이오지마, 오키나와 다 마찬가지다.

1944년부터 조선도 징집이 시작되었으니(그전까지는 강제 모병) 이 영화에서 잽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죽어나간 사람들 사이에 대체 몇 명이나 우리 할아버지 격 되는 분들이 껴 있는지 알 수도 없다. 이런 이야기는 다른 자료 등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여기선 줄인다. 태평양 전쟁 전체를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는 전투의 측면에서 훨씬 미시적인 곳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위에서 잠깐 말했듯 더 퍼시픽은 과달카날, 글로세스, 펠렐리우, 이오지마, 오키나와 전투를 다룬다. 미 해병대 제 1사단이 참가한 전투들인데 과달카날과 이오지마, 오키나와 말고는 처음 들어본다. 펠렐리우 전투에서는 다 합쳐서 미 해병대만 6,000여명이 전사했다는데(공식적으로 미군 1,794명, 일본군 10,695명이 전사) 어쩜 이렇게 낯설지.

지금은 무인도가 태반인 태평양 가운데 섬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해병대의 역할은 간단하다. 일본군이 외딴 섬에 활주로를 만든다 -> 요새화 시킨다 -> 그러므로 그걸 뺏기위해 미 해병대가 상륙한다 -> 싸운다. 필리핀, 호주, 괌, 하와이를 지척에 둔 작은 섬들에서 이런 전투가 수도 없이 벌어졌다.

언젠가부터(내 기억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상륙 작전의 두근거림을 극대화시키는 영화들이 꽤 많다. 어두컴컴한 함내에서 두근거리며 전장으로 다가간다. 갑판문이 열리고 해병을 잔뜩 태운 암트랙이 바다로 들어간다. 총알과 포가 계속 날아오고 이윽고 해변에 도착하면 날아오는 포탄 속에서 내린다. 그리고 해변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노르망디나 펠레리우나 반대쪽 입장도 마찬가지다. 멀리 배들이 잔뜩 등장하고 폭탄이 쉼없이 날아든다. 기관총을 꼭 붙잡고 숨죽이며 기다린다. 이윽고 함정의 갑판들이 열리고 군인을 잔뜩 실은 수륙양용차들이 구름같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들이 내리기 시작하고 그걸 막는다. 정글과 요새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 숨막히는 긴장감이 계속 반복된다.

이건 뭐... 미친 짓이다. 펠렐리우에서 이런 짓을 몇 달을 계속 했다는데 사람이 안 미칠 수가 없다. 전쟁의 참혹함 입장에서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보다 더 퍼시픽이 훨씬 더 끔찍하다. 영화의 주제가 전쟁과 정신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부 다 미쳐간다.

 

잘 모르는 내용이 많아 몇 가지 책을 찾아봤는데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종교 이야기 등등이 읽는 이를 당혹스럽게 만들지만 '헨더슨 비행장'이 더 퍼시픽에 나오는 전투와 주변의 정황을 파악하는데 적합했다. 더 자세한 책들도 있겠지만 사태 파악을 하는데는 이 책과 웹 서핑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2013-10-07 20.34.58

엔하위키의 이오지마 전투를 보면 이오지마 상륙 작전이 만든 처참한 미군의 피해가 원자폭탄 투하를 보다 쉽게 결정하게 된 계기라는 흥미로운 견해가 있다(링크). 제네레이션 킬은 볼까 말까 싶다.

20130628

티브이

적어도 티브이에서 보는 사람에 대해선 편안하고 평범하고 어질고 착한 내 이웃같은 성품은 관심이 없다. 그런 사람이 주는 평온함은 그냥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므로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상한 사람들 - 사실 그런 이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 에나 조금 관심이 간다. 

그런 점에서 예를 들어 패리스 힐튼이나(요새 안 보이네) 사와지리 에리카에 대해 싸가지 없어서 싫어 등등의 말을 하는 건 잘 이해가 안 간다. 

물론 내 친구가 그렇다면 골치가 좀 아플 지도 모르겠지만 사와지리가 싸가지가 있든 말든 어차피 화면 안에서나 볼 사람이고 내 친구 따위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되는데(우리나라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왜 그게 신경쓰이는 지 잘 모르겠다. 

주변 지인의 싸가지없음 만큼 신경이 쓰이는 건가? 아니면 계도해서 새 사람을 만들고 싶은 건가? 혹시나 만나 친구가 될 지도 모르니 그 전까지 싸가지 없음이 사라지길 바라는 걸까?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이니까 뭔가 배울 거라든가 모범을 찾으려는 걸까? 옆에 사람에게서도 못 배우는 걸 왜 티브이에서 찾아. 과연 뭘까나...

20130618

The Wire를 다 봤다

The Wire 시리즈를 다 봤다. 사실 시즌 2는 안 봤는데 굳이 급하게 볼 필요는 없을 거 같고 언제 시간이 좀 나거나 하면 보든가 할 생각이다. 이제 와서 이걸 '충격적'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여튼 복잡하게 꼬인 일상의 모습들이 재미있었다.

사실 연기자들의 프로필들을 찾아보며 화면의 모습과 대조해 보는 게 가장 재미있었고, 그 다음은 볼티모어 경찰의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예산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전자의 경우 예를 들어 에이본 박스데일의 경우 역을 맡은 배우는 우드 해리스다. 1969년생 시카고 출신으로 아버지는 버스 드라이버였다. 노던 일리노이 대학에서 시어터 아트 부분 학사, 뉴욕대학에서 석사를 받았다. 뉴욕대를 다니던 중 농구 드라마 Above the Rim에서 투팍의 상대팀 선수역을 하며 메이저 데뷔를 했다.

뭐 정말 갱단 출신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성실히 연기를 공부한 이들이고, 그런만큼 꽤 잘들 해 낸다.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곱게 자라다가 안타깝거나 / 웃기거나 / 기가 막히거나 / 황당하거나 등등의 하위 삶을 직간접으로 접하게 된 경우 양상은 꽤 다양하다. 그러다가 문학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창작의 길로 접어든 경우 이런 것들이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뭐 사실 운동권이 된다든가, NGO에 들어간다든가 해도 양상은 비슷하다.

이 경우 가장 짜증나는 타입은 자신이 곱게 자랐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일체화시켜 버리는 경우다. 능력이 출중하다면 어디에선가 환호도 받겠지만 따지고 보면 이도 저도 아니고 별 쓸모도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내부자의 다큐만이 훌륭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어차피 이 문화의 소비자는 또한 대부분 곱게 자란 이들이다.

그러므로 이 중간 어디쯤에 자리를 잡고 균형을 잡는 정도가 알맞은 역할일텐데 훌륭한 결과물은 찾기가 어렵다.

 

더 와이어의 경우 경찰 출신과 언론인 출신이 쓴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거리의 삶과 마주쳐 봐야 차창 밖 풍경인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중산층과도 다르고, 마약 중독자나 코너에서 약을 팔고 있는 조직에 속한 이들과도 다르다. 양쪽 모두에 속하지 않지만 양쪽 모두의 삶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선택한 방식은 이러쿵 저러쿵 결론을 향해 달리지 않고 끊임없이 연속되는 '이런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였다. 이게 과연 좋은 방식인가... 하면 잘 모르겠다. 찜찜한 구석이 명백히 존재한다. 하지만 히트를 치고 시즌 5까지 꽤 많은 이들의 생계를 책임져 줬으니 좋은 일 아닌가라면, 그 점에서는 물론 옳다. 어차피 자본주의는 이 마지막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나.

20130607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을 보다

다크니스 아니고 2009년에 나온 더 비기닝. 원래는 그냥 STAR TREK이었는데 국내 개봉시 더 비기닝을 붙였다고 한다. 다크니스도 원래 Into The Darkness다. 

내 생애 최초의 스타 트렉이다. 뾰족귀 벌칸을 지나가다 흘낏 본 적은 있지만 그게 전부고 벌칸이라는 이름도, 스팍이니 커크니 하는 것들도 어제 보면서 알았다.

물론 시리즈를 봤다면 뭔가 더 깊은 구석을 알아챘겠지만 큰 무리없이 볼 만 했다. 복잡한 이야기없이 커크와 스팍의 만남이 주된 줄거리고 거기에 시간 꼬임이 아주 약간 등장한다.

중간에 스팍과 우후라의 키스 장면이 나오는데 오리지널 TV 시리즈 방영할 때, 그러니까 60년대 말이겠지?, 스팍과 우후라의 키스 장면이 TV 드라마에 등장한 최초의 백인-흑인 키스신이라고 한다. 그런 걸 생각하면 스타 트렉의 장대한 역사가 약간 실감이 난다.

다크니스를 볼까 싶어서 본 건데 보고나니 오리지널 시리즈가 매우 궁금해졌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을 타는 거면 몰라도 이런 긴 드라마는 보지 않으련다. 보는 동안은 몰랐는데 위노나 라이더가 나온다. 엥? 하고 찾아봤더니 정말이다. 마른건가? 못 알아보다니.

20130605

공의 경계를 다 봤다

空の境界라고 쓴다. 총 8편으로 1~7장까지가 있고 에필로그가 있다. 줄거리가 뒤섞여있어서 끝까지 봐야 이야기의 전체 틀 파악이 되는데 그렇게 복잡하게 꼬아놓은 건 아니다. 이런 중장편이 보통 그렇듯 장마다 제작진이 다르고 그러므로 등장 인물의 얼굴이 미묘하게 다른데 꽤 신경쓰인다.

초반에는 그렇군하고 보다가 모순나선에서 급 재미있어졌는데 그 이후 이야기를 너무 키우는 바람에 좀 이상해졌다. 쿨데레/츤데레/얀데레가 합쳐져있고 인격도 세 개나 되는 주인공 료우기 시키가 후반부에 갈 수록 귀여운 짓을 너무 많이 한다. 이 둘 다 인기가 많아지다보니 그런게 아닐까 싶다.

공의 경계의 좋았던 점은 여주인공이 X데레임에도 남주인공이 멍청이가 아니라는 건데 다 끝나고 보니 남 부럽지 않은 멍청이다. 평화와 평온을 추구하는 레벨이 신지나 쿈 같은 캐릭터와 차원이 좀 다르다.

다 보고 나서 인터넷을 좀 뒤적거려봤더니 5월에 1장이 3D로 나왔다. 그리고 올해 가을에 새로운 편인 '미래복음'(미래복음 서?)이 개봉한다고 한다. 잘 됐다. 혹시 우리나라에도 들어오면 반갑게 봐야지. 료우기 시키와 고쿠토 미키야가 결혼을 해서 애가 있다고 한다... 시키 그럴 줄 알았으무.

20130531

미래일기를 보다

만화책으로 좀 보다가 애니로. 얀데레의 표본이라할 수 있는 가사이 유노가 나오는 애니다. 여튼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얀데레 / 츤데레 유행은 필연적으로 멍충이 중2병 남자 주인공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래야 저 캐릭터가 더 생동감을 얻고 빛을 내고 주인공의 각성도 등장할 수 있으니까.

미래일기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본 에바와 비교해 보면 재미있다. 신지를 보고 답답해들 하지만 요새 애니는 그런 주인공들 천지다. 그저 하는 소리라고는 이게 뭐야 무서워 / 난 그저 평화로웠으면 좋겠어.. 등등. 또한 이런 인물을 중심으로 하렘물을 꾸미기도 적당하다. 그저 피하기만 하는데 다들 좋아해.

얀데레를 비롯해 이런 패턴들의 경우 말하지면 자신감을 잃은 남성의 판타지같은 거라 할 수 있다. 이런 류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게 어떤 상황에서 비롯된 걸지는 대략 짐작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루트를 밟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류의 억압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줄 수 있는 대리충족형 판타지는 아직 없다. 얼핏 생각나는 건 기껏해야 흠.. 성매매나 룸싸롱같은 거? 

생각해 보면 최근 자꾸 눈에 띄는 남성의 공공장소 자위행위 사건 같은 게 뭔가 비슷한 맥락에서 발생한 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데... 여하튼 이런 류가 원인이 된 듯한 사회 현상을 당분간은 주목해 봐야할 듯.

아, 미래일기는 별로 좋아하는 화풍이나 진행 스타일은 아니었다. 가사이 유노같은 캐릭터라면 좀 더 폼나게 꾸밀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뭐.

20130513

이브의 시간을 보다

이브의 시간을 봤다. 원래 인터넷 연재로 만들어졌고, 그걸 합쳐서 극장판이 나왔다. 2010년인가 국내 영화제에서 상영했었는데 그땐 못 봤다. 스즈미야 하루히도 그때 상영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전반적으로 평범. 인간과 로봇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는 블레이드 런너에서 원형이 너무나 훌륭하게 완성이 되어버려서 좀 더 특별한 무엇이 있지 않는 한 그것과 비교 선상에서 보게 된다. 뭐 프로토타입이 있는 다른 이야기 구조들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지만 인간 - 로봇이라는 건 가지고 놀기에 너무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보게 되는 건 : 강아지 웅이랑 지내다 보면 이런 영화에 자주 나오는 말은 안 통하지만 마음은 좀 통하는 초기형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또 로봇만도 못한 인간들이 세상에 워낙 많은 거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것들을 되새김질 하며 실사로, 만화로, 글로 만들어진 세계를 또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아 저런 일도 있을 수 있겠구나까지 간 것들이 너무 귀하다.

20130502

러브 익스포져를 보다

몇 년 만인 거 같은 데 또 봤다. 머리가 번잡하고, 그다지 새로운 걸 받아들일 마음이 없고, 그런 여유도 없을 때 예전에 봤던 것들을 뒤적거리며 된이게 된다. 비록 구석구석까지 기억이 남아있지 않지만 그래도 어떻게 돌아가는 지는 알기 때문에 훨씬 마음은 편하다. 더구나 조금 더 극적이어도, 조금 더 엉망이어도 밀도가 너무 낮지만 않다면 큰 상관은 없다. 너무 루즈하면 지금 머리 속의 생각들에 떠밀려버리기 때문에 조금 곤란하다.

여하튼 이런 마음을 안고 뒤적뒤적거리다가 러브 익스포져를 봤다. 며칠 전에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문득 생각났던 제목이기도 하다.

요코, 불쌍한 요코, 모든 걸 망쳐버린 요코. 본심의 타이밍이 안 맞으면 어떻게 되는 지. 엉뚱한 곳에 집착하며 왜곡되면 어떻게 되는 지 여실히 보여준 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예나 지금이나 끔찍하게 슬프다. 비록 영화는 좋게 끝나긴 하지만 그 순간을 떠올려보면 마치 온갖 고생을 하다 죽는 순간에 다달아 아 이제 이런 고통들이 끝이 났구나하며 짓는 미소를 보는 거 마냥 끔찍하다. 살아있기에 계속 살아가는 나날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마지막은, 다행이다.

20130428

EOE를 보다

내친 김에 EOE를 다시 봤다. 이것은 다시 봐도 응석의 결정체이자 완전체다. 너무나 단단해 깨고 들어갈 구멍조차 없다. 이것보다 더 중2스러운 게 과연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아마 없을 거다. 그런 시절은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안노 히데아키는 EOE를 희망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었다.


하지만 그때는 1997년. 지금은 2013년이다. 큐를 보고나서 궁금해진 건 과연 안노가 이제 하나가 남은 뒷 이야기에서,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이다.

안노가 신극장판을 시작하면서 썼던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를 다시 읽어봤다. 거기서 그는 에바는 반복의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다. 확장된 새로운 이야기라고들 하지만 이미 밝힌 제목도 도돌이표다.

하지만 과연 그가 시치미 뚝 때고 뻔뻔하게 다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에게는 이야기할 만한 희망이 정말 남아있을까. 그리고 혹시나 희망을 이야기한다고 그것이 과연 97년에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들릴까?

글쎄, 잘 모르겠다. 그때는 희망이라는 게 있었을 지 몰라도 지금 여기에는 아마도 없다.

그리고 스즈미야 하루히 같은 것처럼 변주를 하다가 이제는 아마도 에바의 세계를 뛰어 넘어버린 이야기들을 생각한다면 아마도 다르게 나아가야 할 거다.


여하튼 이걸로 마지막 편이 나올 때까지 에바에 대한 생각은 끝이다.

20130427

다른 건가

IXYDa

Evangelion The New Movie Q (BD 1280x720 AVC AACx2 [5.1 2.0]).mp4_20130426_234244.609

다른 거였나.

 

Evangelion The New Movie Q (BD 1280x720 AVC AACx2 [5.1 2.0]).mp4_20130426_230844.531

니어 써드 임팩트. 그냥 다 죽어버려.

20130426

에반게리온 Q를 봤다

에바큐를 보고 왔다. 뭐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됐고, 사실 나는 정확히 에바큐 실시간 세대인 건 아니지만 관성으로 보고 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마자 나오는 주변의 탄식 소리들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티비판 마지막 처럼 계속 징징거리기만 할 줄 알았기 때문에 그건 아니잖아 앗싸~ 대략 이런 기분.

여하튼 이런 류의 작품에 대해 흔히 나오는 이야기가 감독도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수수께끼의 인과가 맞지 않고 구멍이 너무 많다 등등의 이야기들이다.

사실 이런 건 전혀 문제가 아니다. 엄한 수수께끼가 잔뜩 있다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이건 대체 무슨 이야기지 하면서 탐닉하진 않는다. 남자들이 여럿 나온다고 후죠시가 무조건 몰리는 것도 아니고, 등장 인물들이 90분간 섹스만 한다고 인기있는 AV가 되는 건 아니다.

즉 사람을 끌어들이는 미끼가 따로 있다는 거다. 이건 약간 결과론 적일 수도 있고, 제작진의 의도가 들어가 있을 수도 있다. 뭐에 반응하는 지 파악하고 있다면 그것을 넣는다. 때때로 그저 몸에 익은 대로 만들다보면(오타쿠 출신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관객들이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나 얼추 비슷하게 만든다고 그리 되는 게 아니다.

뭐 그렇다고. 코엑스 M2관에서 방영하는 에바, 그리고 공각기동대 3D가 좀 궁금하다.

 

내용 이야기를 약간 덧붙이면 - 약간의 스포 포함

기존 내용 구도에서 매우 스무스하게 방향을 바꾼 게 좋았다. 그리고 그것이 기존의 프레임(결국은 모두 박사님 뜻이에요)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괜찮았다.

결국 지금까지 나온 캐릭터들이 이등분이 되었는데 임팩트가 마무리되고 신인류가 나오는 게 나은지, 아니면 임팩트를 막아내고 지금까지 살아있던 사람들이 계속 사는 게 나은지 사실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보는 입장에서 누구도 적이 아니고, 누구의 선이 아니게 된다. 전반적으로 꽤 산뜻하다. 신지야 어차피 끝까지 칭얼칭얼거릴테니 상관없고.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을 볼 수 있을 듯.

약간 덧붙이자면 이것이 성장 드라마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20130309

소실을 보다

제목이 길어서...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消失)을 보다. 밤에 들어와서 기분이 뭔가 답답해 하고 있다가 봤다. 기분이 안 좋을 때 트위터나 블로그에 떠들면 떠드는 대로, 조용히 있으면 조용히 있는 대로 더 좋지 않다. 일종의 딜레마.

 

소실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애니 시리즈에서 이어지는 극장판 애니다. 사전에 TV판을 보지 않았으면 내용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이 영화는 스즈미야 시리즈에 멍청이들만 나온다는 개인적인 가정이 옳다는 게 증명되었다는 정도 의미가 있다.

큰 의미는 없을 듯 하지만 심심하니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

처음에 쿈이 트랩에 걸리고 문예부실, 그리고 나가토 유키의 집 신을 보고 저 트랩을 만든건 나가토 유키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나중에 쿈이 구구절절 이야기하기는 하는데 별로 설득력은 없다. 뒤에 빤한 청춘의 사랑 이야기가 깔려 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데 차마 그 이야기를 못하니 그렇게 떠들게 된다.

이건 쿈과 하루히의 관계에서도 얼추 비슷하게 보인다. 자꾸 피해가다 보니 변명이 쌓인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모여 세계를 구성한다.

사실 쿈이 선택지를 앞에 놓고 벌이는 절규에서도 그렇고, 나가토 유키도 그렇고 여러 면에서 에바가 생각난다. 말하자면 넓고, 얇고, 소소하게 에바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짓(결국은 자아 확립 및 재발견에 대한 이야기다)을 하는데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우엔 극을 구성하는 프레임 자체가 그렇게 넓은 시야를 제공해 주지는 못한다.

 

어쨌든 나가토 유키는 이 영화에서 여러가지 면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는 캐릭터다. 결국은 고백했다 채인 이야기라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 사정상 스케일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고, 긍정적인 면은 아직 나가몽에게 가능성은 있다(이 구도를 본격적으로 이용한다고 해도 아마 끝까지 그저 끌고만 가고 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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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이 두 장면의 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나머지가 존재한다. 뒤가 아마도 진짜 펀치용.

아야나미 레이는 갈등의 끝에서 때려 부숴졌는데 나가토 유키는 웃는다. 이 애티튜드의 차이가 두 작품의 세계관을 그렇게 벌려 놓고 있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잠시.

20130308

보고, 듣고

1. 존 르카레의 '영원한 친구'를 다 읽다. 며칠 전에 말했듯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잘 안 읽혔는데 그래도 어찌 저찌 다 읽었다.

사샤도 그렇고 먼디도 그렇고 있을 법 하기는 한데 어딘가 와 닿지가 않는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인물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 전 포스팅에서 말했듯이 상당히 기시감있는 인물들이다.

스케일을 너무 길게 잡았기 때문일까? 사샤와 먼디의 계속된 만남에 대해 내가 시큰둥해 했기 때문일까? 글자들에서 예전에 없던 이상한 흥분이 감지되기 때문인가?

다만 유디트나 카렌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는 궁금하다.

2.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애니메이션(2기)을 다 봐버렸다. 보다보니 몇 편은 예전에 봤던 거라는 기억이 떠올랐다. 맥락없이 봐서 기억이 희미해져 있었나.

우선 이 애니는 그림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눈코입과 턱선의 위치가 미묘하게 내 취향이 아니다. 특히 하루히.

결국은 인셉션 비슷하게 하루히가 설정해 놓은 세상을 쿈의 눈을 거쳐 들여다 봄 정도라는 생각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 세상을 설정한 하루히라는 인간이 어지간히 멍청이라는 것. 그 점이 매력이기도 하고, 재미이기도 하고, 불만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나머지 멤버들은 투사(projection)라고 할 수 있다.

중간에 엔들리스 에이트라는 소제가 붙은 시리즈가 있는데 이 8편은 정말 굉장하다. 사실 이런 시도 자체가 굉장한 실험이라고 할 수 있기는 한데 근본적으로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요소라고는 (개인적으로) 매번 바뀌는 나가토 유키의 가면 밖에 없었다.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사람이라면 폭탄을 들고 교토 스튜디오를 찾아갈 만도 한데 그런 일이 없었다니 놀랍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된 소설이 1000만부가 팔렸다는 사실. 그렇게 인기가 좋을 이야기인가. 역시 세상은 어렵다.

그리고 이건 좋다.

3. 이하이의 공개된 5곡을 들었다. First Love Pt.1 풀 앨범으로 낸다고 하더니 반씩 나눠서 공개하나 보다. 확실히 케이팝스타에서 같이 등장한 두 명과는 지금 상태로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

출발점 자체는 무척 좋게 들리지만 문제는 이하이 포지셔닝 자체가(거기에 프로모션도 보자면) '오, 좋은데'가 아니라 '헉, 이럴수가'가 필요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것. 이걸 극복해 가는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기대된다. 여하튼 이제 시작이니까 할 수 있는 최대치를 갱신해 가며 점점 더 좋은 곡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20130303

토라도라를 보다

걸즈운트판처를 보다가 때려 치우고 토라도라를 봤다. 총 25편. 2회까지만 보면 어떻게 전개될 지 대충 짐작할 수 있고, 보면서 내내 난 더 이상 이런 걸 볼 수 있는 인간이 아니구나 했지만 이왕 보기 시작한 거 라는 기분으로 하루에 한 편 정도씩 끝까지 봤다.

막판에는 예상했던 거 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바람에 꽤 흥미진진했다. 극 자체가 이렇게까지 들떠 버리면 그래도 보는 게 심하게 낯 뜨겁지는 않게 된다. 23편 정도까지는 좀 힘겹고 그 다음부터 감정선이 하늘로 튀어오른다. 80년대 하이틴 드라마와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만 이런 식으로 끌고 나가는구나.

그래도 그렇지 사실 막판에 너무 급하게 템포를 끌어올리려는 꽤 많은 이야기가 너무 심하게 겹치고 압축되어 덜컹거리는 건 약간 아쉽다. 야스코 이야기는 그렇게 지나치기엔 아깝다.

여하튼 화면 가득히 '청춘'과 '사랑'이 넘실댄다.

더위, 증폭, 통증

1. 낮에는 거의 40도, 밤에도 거의 30도에 가깝게 오르던 더위가 한풀 꺾였다. 보통은 처서가 넘어야 뜨겁지 않은 바람이 불어오는데 이번에는 입추를 넘으면서 불어온 걸 보면 극강의 더위가 예년에 비해 길지는 않았던 거 같다. 다만 남쪽에는 40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