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08

보고, 듣고

1. 존 르카레의 '영원한 친구'를 다 읽다. 며칠 전에 말했듯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잘 안 읽혔는데 그래도 어찌 저찌 다 읽었다.

사샤도 그렇고 먼디도 그렇고 있을 법 하기는 한데 어딘가 와 닿지가 않는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인물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 전 포스팅에서 말했듯이 상당히 기시감있는 인물들이다.

스케일을 너무 길게 잡았기 때문일까? 사샤와 먼디의 계속된 만남에 대해 내가 시큰둥해 했기 때문일까? 글자들에서 예전에 없던 이상한 흥분이 감지되기 때문인가?

다만 유디트나 카렌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는 궁금하다.

2.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애니메이션(2기)을 다 봐버렸다. 보다보니 몇 편은 예전에 봤던 거라는 기억이 떠올랐다. 맥락없이 봐서 기억이 희미해져 있었나.

우선 이 애니는 그림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눈코입과 턱선의 위치가 미묘하게 내 취향이 아니다. 특히 하루히.

결국은 인셉션 비슷하게 하루히가 설정해 놓은 세상을 쿈의 눈을 거쳐 들여다 봄 정도라는 생각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 세상을 설정한 하루히라는 인간이 어지간히 멍청이라는 것. 그 점이 매력이기도 하고, 재미이기도 하고, 불만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나머지 멤버들은 투사(projection)라고 할 수 있다.

중간에 엔들리스 에이트라는 소제가 붙은 시리즈가 있는데 이 8편은 정말 굉장하다. 사실 이런 시도 자체가 굉장한 실험이라고 할 수 있기는 한데 근본적으로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요소라고는 (개인적으로) 매번 바뀌는 나가토 유키의 가면 밖에 없었다.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사람이라면 폭탄을 들고 교토 스튜디오를 찾아갈 만도 한데 그런 일이 없었다니 놀랍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된 소설이 1000만부가 팔렸다는 사실. 그렇게 인기가 좋을 이야기인가. 역시 세상은 어렵다.

그리고 이건 좋다.

3. 이하이의 공개된 5곡을 들었다. First Love Pt.1 풀 앨범으로 낸다고 하더니 반씩 나눠서 공개하나 보다. 확실히 케이팝스타에서 같이 등장한 두 명과는 지금 상태로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

출발점 자체는 무척 좋게 들리지만 문제는 이하이 포지셔닝 자체가(거기에 프로모션도 보자면) '오, 좋은데'가 아니라 '헉, 이럴수가'가 필요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것. 이걸 극복해 가는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기대된다. 여하튼 이제 시작이니까 할 수 있는 최대치를 갱신해 가며 점점 더 좋은 곡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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