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31

두 가지 좀비 이야기를 읽었다

딱히 좀비와 연관된 사건이 있었다거나 한 건 아니고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공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좀비 이야기는 그래도 좀 보는 편이다. 좀비물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를 우선 말하자면 그냥 재밌다. 물려봐야 좀비, 혹시 좀비가 등장하면 어서 빨리 좀비가 되어 한 명이라도 빨리 잡아먹자 - 당연하지만 먼저 좀비가 되는 게 먹을 게 많다.

우선 맥스 브룩스의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세계대전 Z'를 봐볼까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가 잠깐 발랄한 생각같은 걸 한 거 같기는 한데 서바이벌 가이드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솔깃하진 않았다.

머리를 기르지 말것이나 좀비를 모는 방법 등 실질적인 가이드들이 들어있긴 하지만 중간중간 들어있는 이야기꾼 같은 문장들이 서바이벌 가이드를 읽고 있다는 기분을 방해한다. 즉 만약 좀비들이 거리를 누비고 다녀 좁은 벙커에 숨어 이 책을 빨리 읽고 대비를 해야하는 입장이라면 필요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좀비 연구서' 정도면 적당하지 않았을까.

 

또 하나는 아이작 마리온의 웜바디스. 아이북스에서 샘플을 다운받아 읽다가 구입했다. 샘플에 들어있는 처음 챕터에서 좀비 시점으로 서술된 사냥을 떠났다가 돌아오기까지 이야기가 꽤 생동감넘치고 재미있었기 때문인데...

하지만 그 이후 계속 되는 이야기들은 그냥 그랬다. 뭐 주인공 좀비가 좀 문제가 있는 좀비이긴 하지만 좀비들이 학교에 다니질 않나, 결혼을 하질 않나, 사랑했던 인간을 보호하고 데려오질 않나 이런 것들이 영 시큰둥해서...

하긴 기존 개념의 좀비나 극의 초반 상태에 그저 멈춰있는 좀비였다면 나올 이야기가 전혀 없긴 하다. 대사가 꿰에엑 꿰에엑 말고 또 뭐가 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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