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12

간밤에 꿈을 꿔서 기록해 본다.

한참 자다가 눈을 떴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건 꿈이다, 이건 꿈이 아니다를 구별 못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마도 눈을 뜨며 깨어났다면 꿈 안에서 깨어난 게 아니라 정말로 깨어난 것일거다. 전화기를 들고 시계를 보니 5시 가까운 4시 몇 분이었다. 여하튼 어둑어둑한 가운데 책장이 보였다.

2013-03-12 13.23.15

낮에 보면 이런 모습이다. 윤곽만 보이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둥굴레차와 17차가 쌓여있는 부분이 있는데 어둠 속에서 저게 T자, 혹은 大자 비슷한 모습으로 보였다. 저게 뭐였더라 하고 한참 생각하는 동안 그것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꿈틀거렸는데 아주 조금씩 커졌다. 가만 생각해 보니 아주 서서히 다가오는 중. 다가오는 속도는 매우 느렸지만 혼자 제자리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었고 그 동작은 꽤 빨랐다.

어쨌든 저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이건 또 뭐야 이 일을 어쩌지하고 있는데 점점 가까이 오면서 꽤 커지기 시작했다.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발로 찰 결심을 했다. 가만히 타이밍을 노리다가 윤곽이 좀 더 선명해 질 무렵 - 생긴 걸 보니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 것 같았고, 살짝 어린 쇼군 목각 인형 같은 느낌이었다 - 이불 속에서 발로 뻥 찼다.

깨어난 건 틀림없겠지만 아마도 이건 꿈이겠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발로 허공을 있는 힘껏 뻥 찬 순간 발바닥에 매우 선명한 감촉 - 뭔가가 맞았다 - 라는 느낌이 전해졌다. 목각 인형은 마치 히치콕 영화의 한장면처럼 뒤로 슈슈슉 밀려났고 책장 안으로 사라졌다.

지금 잠 들면 저 놈이 다시 돌아올텐데 생각했지만 다시 잠들어 버렸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여전히 발에는 뭔가 차버린 기운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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