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18

ER과 지니

며칠 전 폴트라인을 보다가 몇 가지 확인하려고 거시 교과서를 펴 보다가... 그래도 거시 책은 별 의미없는 거 같아도 꾸준히 업데이트를 했는데 안 한지 꽤 지났다. 마음 같아서는 조장옥 교과서를 하나 사다가 한달 쯤 보고 싶은데. 여하튼 의미없고 시덥잖은 이야기를 할 거니 유의미한 논의를 찾으신다면 고 백.

2013-03-18 15.19.13

이런 도표가 있는데 적혀 있듯 파란색은 ER 지수, 빨간 점선은 지니 계수다. 보다시피 IMF를 경계로 풀쩍 뛰어올랐다. 그 이후 ER이 더 높은 곳에서 유지되는 상태로 왔다갔다 하고 있다. 도표에서 보다시피 둘은 거의 플러스 상호관계로 움직이는데 간혹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두드러지게 보이는 게 2002~2003년이다. ER은 올라가는데 지니는 내려간다. 사실 경제 변동의 와중에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는데 :

보통 ER은 양극화, 지니는 소득 불균형을 뜻하므로 저 상황은 양극화는 심화되면서 소득 불균형은 완화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뭘까 생각해 봐도 잘 떠오르지가 않는다.

ER 지수는 ㅣYi - Yjㅣ(쓰는 게 귀찮아지기 시작하는데...)를 가중 평균해서 구하니까 사실 소득이 벌어진 정도를 뜻한다. 지니 계수는 잘 알다시피 로렌츠 곡선으로 구하는데 이건 누적 점유율이 기반이므로 금액이 나오지는 않는다.

결국 양극화의 간극이 넓어지면서 로렌츠 곡선은 조금 완만해진 상태(중간 소득 비율이 늘어난)가 2002년에 잠깐 있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부자가 더더 부자가 되고 있는데 중간 소득자 비율이 늘어나는 현상은 발생하기가 꽤 어려운데 수출이 무지하게 잘 되고 월급도 많이 줬다든가 하는 일이 있었나... 그래서 이 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찾아봤다.

 

2013-03-18 15.23.49

2002년 하면 일단 떠오르는 건 월드컵인데 김대중 정권 마지막 해다. 즉 선거가 있던 해. 위 표를 보면 물가는 안정되고, 경제 성장률은 전 해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했다. 국제 행사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벌린 경제 정책이 나름 성공적으로 시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02년은 본격적인 저금리가 시작된 해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시중 자금이 주식이나 채권에서 빠져나와 주택 시장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2013-03-18 15.52.59

2002년의 가격 상승률 그래프가 가장 가파른데 2005년에 잠시 주춤하고 2006년에 다시 오른다. 주택담보대출도 거의 비슷하게 움직인다. 낮은 금리 조건 하에 소비가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상태에서(IMF이후 소비는 경기를 더 과열시키든지, 더 수축하게 만들든지 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어차피 이자율을 확보해야 하니 당연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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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R이 낮아지고, 파이가 높아지니까 r은 뚝 떨어진다...

주택경기가 과열되면서 2006년부터 은행의 BIS 비율을 높이고,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고 하는 등의 정책이 시작된다.

결국 저 때 지니 계수가 떨어진 건 이런 정책이 이제 막 시작될 때니 미래를 볼 수 없었을 테고(자아실현적기대가 이후 본격화되면서 별 큰 이유도 없이 계속 올랐다고 할 수도 있다) 더구나 큰 행사를 앞두고 시민들의 협조같은 것도 있었을테고... 그런 쪽으로 생각해 보면 사회 자본은 완전 쓸데없는 이야기는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뭐 그런 생각을 잠깐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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