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30

나치, 슈페어, 히틀러

슈페어의 나치 시절 이야기를 읽으면서 좀 흥미로운 사실을 몇 가지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은 전반적으로 슈페어의 변명문 같은 종류고 그러므로 왜곡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업무 처리의 날짜, 방식 같은 건 제대로 기록되어 있다. 좀 걸러 들어야 할 필요가 있고, 다른 방식으로 확인해 봐야할 것들도 있다.

1) 히틀러는 정말 전쟁을 하려는 건 아니었다. 이건 체코 점령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독일이 어흥~ 하면 상대는 항복한다...는 식을 유지했다. 체코의 경우 (뜻밖에) 고도의 국경 방어막을 갖춰 놓고도 정말로 항복을 해버렸는데 나중에 전후 재판 때 만약 항복하지 않고 저항했으면 당시의 독일도 별 수는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1차 대전 때의 무기 생산량은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도 회복하지 못했다. 이건 슈페어가 군수 장관으로 보급을 총괄했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체코에서의 뜻밖의 항복은 폴란드, 벨기에 등에서도 연이어 나타났고 이는 영국과 프랑스의 우유부단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또한 어흥~ 했는데 항복하지 않은 나라를 쳐들어 갔는데(히틀러는 안절부절 못했다고 한다) 이긴다... 이 때문에 이상한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처칠, 프랑스에서 드골이 지도자가 되면서 이런 양상은 크게 달라지게 된다.

히틀러는 기본적으로 직언을 하는 부하를 다 짤라 버렸기 때문에 나중에는 좋은 이야기만 들려주는 부하들 밖에 없었다. 이게 히틀러가 상황을 크게 오판하게 된 이유다.

2) 당시 영국 등에 총동원령이 떨어졌지만 독일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나치가 투표로 당선되긴 했지만 전쟁을 개시하면서 + 동시에 독재 국가가 된다 독일인들은 뭐랄까... 지지를 그만둔 거 같다. 파리를 점령 했을 때도 베를린에서는 큰 환영이나 축제 같은 게 벌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독재 국가가 되었고 정적을 숙청하고 위험을 선 제거하는 강압적인 정치 말고는 별 통치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지지 기반이 취약했다. 그렇기 때문에 총동원령 같은 걸 내리지 않았다... 고 슈페어는 설명한다.

이 부분은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 하는데 히틀러의 스타일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걱정이 좀 많은 타입인데 그 걱정의 종류가 좀 종잡기가 어렵고, 희한한 곳에서는 아주 자신감이 넘친다. 즉 독재 국가의 경우 강압적 통치 수단으로 정부를 유지하기 때문에 일부러 동원령을 내리는 곳들도 많다. 다 소집해 놓으면 통제가 쉽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렇게 가고 있는 거 독일인들이 탐탁치 않아 하는 게 무슨 상관이랴.

오히려 영국에서는 총동원령이 떨어지고 물자 제한이 시작되었다는 것도 재미있다. 루스벨트도 마찬가지로 총동원령 비슷한 걸 내렸었다. 이게 민주정이라 그랬다고 슈페어는 생각하는 데... 잘 모르겠다. 뭐 영국 입장에서 나치에 대해 대단한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결국 싸워야 하겠구나라고 영국인들이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내가 궁금했던 부분 즉 히틀러의 독재가 독일에서 어떻게 가능했고 그 시작이 어땠나는 이 책이 알려주지 않는다. 뭐에 눈들이 번쩍 뜨인 건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건데...

20161226

연말 몇 가지

1. 원인을 아는 두통은 인간이어서 한심함을 느끼고(예컨대 카페인 부족, 나쁜 공기), 원인을 모르겠는 두통은 해결 방안을 딱히 모르겠으니 한심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두통은 모두 한심하다... 여튼 오늘 종일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2. 딱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소박한 연말 망년회에도 한 번 꼈고, 출판사 사람도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써야 할 원고를 쓰다 보니까 나름 올 한 해를 정리해 보게 된다. 겸사겸사 머리도 깎았고, 머리를 깎느라 기다리는 동안 그간 귀찮아서 내버려 두고 있었던 사람들 블록도 하고 등등 하며 좀 더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기분을 만들어 본다. 동의는 할 수 없지만 이해는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냥 아예 이해가 안되는 일도 있다. 이 중 후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결론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을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거다.

여하튼 2011~2016년 이라는 텀 하나는 끝이 났다. '그' 사건이 있었던 없었던 그 텀이 끝났다는 건 마찬가지다. 앞으로 다가올 턴이 어떤 모습일 지 지금 상황에서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좀 나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게 되고 좀 더 나을려면 뭐가 있어야 하나 생각해 보게 된다. 뭐 정치와 음모, 계략에 내가 그다지 관심도 소질도 없는 게 분명한 이상, 맞다고 생각하는 걸 열심히 꾸준히 밀고 나아가는 일 말고는 당장 뭐가 있겠나.

3. 에이프릴 티저는 뭔가 좀 아쉽다. 1월 4일에 음원이 나온다니 일단 기다려 본다. 채경과 진솔을 한 팀으로 엮는다는 것, 이런 팀을 가지고 과연 무엇을 어떤 모습으로 내놓는가...가 디에스피 작금의 상황을 알려줄 거라고 생각한다. 카드 - 오나나는 이해가 좀 안되고. 왜 그걸 제대로 안 써먹고 있지...

4. 옷 구매에는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 뭔가 머리 속에 킵을 해놓고 할인을 기다리고 할인이 시작된다. 가용 자금 역시 타이밍이 있다. 이게 시간이 잘 안 맞으면 그 다음 걸 찾아 가야 한다. 아쉽지만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는 거고 부디 좋은 주인 만나서 잘 지내고 곱게 늙어갔으면... 하는 거다. 뭐든 그렇지 뭐.

5. 동네의 믿을 수 없는 자리에 스타벅스가 생겼다. 저기 스타벅스 생길 거 같지 않아?라고 누가 말했을 때 설마 그럴리가 있겠냐며 비웃었는데 다시 한 번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20161222

노노노를 왜 발라드로 부르나

좋은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까 이번 스페셜 앨범에 대한 약간의 불만을 제기해 봄.... 불만은 바로 세 곡의 리믹스 버전이다. '노노노', '럽', '네가 설렐 수 있게' 이렇게 세 곡이 리믹스로 들어가 있는데 '노노노'와 '럽'은 발라드, '네설수'는 R&B 편곡이라고 되어 있다. 리믹스 이름은 다르지만 다 비슷비슷한 풍인데... 우선 느리게 불렀다고 발라드인가... 싶기도 하지만 가장 이상한 건 노노노다. 이 곡은 기본적으로 힐링송이라고 콘셉트를 잡았고 힘내라, 힘내자 이런 류의 곡이다. 그러므로 이런 곡을 처량한 발라드로 부를 이유를 모르겠다. 게다가 결과물도 그다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슬퍼하지마 노노노' 같은 이야기를 무엇 때문에 그렇게 처량하게 불러야 하는 건가...

노노노라는 곡도 그렇고 에핑이라는 그룹의 컨셉트도 그렇고 차라리 떠들썩하게 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컨데 이런 거.



뭐 그렇다고...


그리고 이왕 시작한 김에 덧붙이자면 타이틀 곡 '별의 별'. 이 곡은 팬을 위한 스페셜 앨범이라고 공언한 음반의 타이틀 곡으로 설명 그대로 팬송이다. 그런데 보미 파트에 '딱 너 같은 남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죠'라는 가사가 있다. 이 부분은 에핑의 팬 중에서 여자를 아예 제외해 버리고 있거나 아니면 팬송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왜 굳이 이 자리에 '남자'라는 단어를 넣어서 이 노래의 대상을 대폭 한정했는지, 노래의 내용도 대폭 한정해 버렸는지 대체 모르겠다.

위증의 이익

비록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자기를 방어하는 건 현대 사회를 사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다. 예컨대 "네 죄를 네가 알렸다"처럼 윽박 질러서 뭔가 해결하려는 건 절대 왕정 시대, "저는 이런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건 소비에트 공산 사회 같은 절대주의, 전체주의 시대의 유산이다. 그러므로 범죄인도 변호인을 두는 게 의무화 되어 있다. 자기가 하지 않은 범죄를 뒤집어 쓸 우려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문제도 있다. 예컨대 이런 방식을 채택한 결과 자기 방어를 위해서는 위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방식을 버리기에는 사회적 이익이 더 높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고 그러므로 전체주의화 할 가능성이 높은 장치다. 시민은 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국가 권력이 방종할 수 없도록 하는 권리와 무기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게 여기까지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기 마련이다. 위증이 존재할 수 있다면 그걸 막기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즉 균형이 올바르게 맞춰져야 한다. 예를 들어

(위증의 이익) x (위증이 걸릴 가능성) vs (위증의 불이익) x (위증이 걸리지 않을 가능성)

이 둘 사이에서 범죄자는 판단을 해야 하고 법은 위증을 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위증의 범죄 처벌 형량이 매우 높아야 한다. 즉 위증을 하려고 할 땐 그게 걸렸을 때 불이익이 위증을 해서 얻는 이익보다 훨씬 높아야 이 비례는 성립이 가능하다. 그냥 이건 시민의 권리다 라고 놔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증거 인멸도 마찬가지다. 증거 인멸은 죄를 낮추기 위해서 하는 거다. 이게 무슨 당연한 권리인 양 대기업이 증거 인멸을 시작하면 뉴스에 보도가 되고 기업 쪽에서는 의례적으로 그저 연례적인 서류 파쇄라고 변명을 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범죄 수사가 시작되면 관련 증거를 인멸하지 못하도록 정례화 해야 한다. 그리고 증거를 인멸하려고 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증거 인멸만 안했어도...'라는 생각이 날 정도로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

이건 뭐 대놓고 위증하고 증거 인멸도 하라고 법이 강요를 하고 있으니(비례가 맞지 않다는 건 하라는 소리다) 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뭔가 현대적 룰이 잘못 들어와 있다. 국회가 일을 해야 해.


국회가 일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한 김에 덧붙이자면 : 이번 국회 청문회야 뭐 특별한 사건이니까 하는 게 맞겠지만 정기 국정 감사 같은 건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사원이 존재하는데 국회가 매년 정기 감사를 할 이유가 없다. 정부의 부정 부패를 막는 건 감사원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게 차라리 더 도움이 된다. 정기 국정 감사 같은 걸 매년 하니까 -> 의원들은 여기서 튀어 유권자들 눈에 띄려고 한다.

즉 법을 만드는 것보다 국정 감사에서 호통 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한 의원들이 법 만드는 데 더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 물론 정부 입안 법들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국회는 그런 곳에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개입해 간섭을 해야 한다. 의원과 보좌관들이 밤을 새가며 해야 할 일은 국정 감사 질문지 작성이 아니라 정부 입안 법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다각도로 검토해 수정하고 보완하는 일이다.

20161219

좋은 팀

비록 콘서트에는 못갔지만 올라오는 후기를 보면서 참 좋은 팀을 응원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사실 처음에는 말 잘 듣고 반항 안할 거 같은 애들 모아서 팀을 만들었겠지만 이들은 지금까지 그걸 극복해 왔다. 꽤 옛날 예능에서 구색 맞추기처럼 잠깐 선보일 때는 가족과의 약속이었던 새끼 손가락은 팬과의 이야기로 완성되어 돌아왔고, 마찬가지로 예능에서 웃긴다고 선보였던 안녕 굿바이는 그때는 연인과의 이별이었지만 이제는 예전 자신과의 이별로 완성되어 돌아왔다. 여튼 이렇게 자기 방식으로 자기의 길을 가고 있다. 



이런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행운이기도 하고 또 지금까지 길을 만들어 왔다는 게 능력이기도 할 게다. 잘한 게 있다면 이들을 바라보는 팬이 된 거고 못한 게 있다면 조금 더 일찍 팬이 되지 못했던 거 뿐. 응원합니다.



사진은 모두 보던 후기에서 무단 게재. 문제시 삭제. 근데 마지막 사진.. 뭔가 에바의 컬러인데...

20161218

체코의 리디체 마을

최근 들어 슈페어의 기억과 HHhH를 읽으면서 나치를 되짚고 있다. 사실 나치는 히틀러와 괴벨스 이야기만 많이 들어봤지 자세한 내용은 아는 게 거의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대충 정리를 해보고 있다. 그런 중에 HHhH에 리디체 마을 학살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 나와 있는 걸 보고 좀 더 찾아봤다. 이 사건에는 인류에 대한 절망과 희망이 동시에 들어 있다.

간단히 사건 요약을 하자면. 하이드리히가 암살을 당하고 게슈타포가 범인을 찾아 나서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러다가 밀란이라는 남자가 안나라는 여자에게 연애 편지를 보냈는데 그걸 안나가 다니는 공장장이 먼저 받았다. 그걸 읽어보고 뭔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게슈타포에 신고한다. 내용은 그냥 연애 편지였는데 뭔가 모호한 여운이 남기게 적혀 있다. 뭐 아무 의도도 없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저 우연이다. 어쨌든 아무 단서나 쥐잡듯이 찾으며 이미 3천 명이나 체포한 게슈타포는 이 편지를 보낸 남자가 사는 곳 리디체를 덮친다. 뭐 엄한 마을 사람들 붙잡고 뭔짓을 해봐야 나올 건 물론 전혀 없다. 히틀러는 아직 살아있는 레지스탕트 조직, 범인을 숨겨주고 있는 체코에 대한 경고로 리디체 마을을 파괴할 것을 명령한다.

1942년 6월, 인구 4백 명 남짓의 리디체 마을은 이렇게 해서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수용소로 끌려가고 임신한 여자 4명은 낙태를 당한다. 이후 공식적으로 192명의 남자, 60명의 여자, 88명의 아이가 살해 당했고, 마을에 불을 지르고 건물은 다 파괴한 다음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린다. 히틀러가 이 마을의 존재 자체를 없애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 당시 상황을 보면 나치는 독일 내에서 수용소를 운용하고 점령한 체코 등지에서 독재 정치를 하고 있었지만 대외적으로는 국가 사회주의라는 전체 주의를 잘 이행하고 있는 나라로 포장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치가 좋은 점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서구의 인사들도 있었고 국제적으로도 외교 등을 수행하는 데 별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나치는 다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학살을 비밀스럽게 처리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리디체에서 있었던 일은 매우 자랑스럽게 대외에 알린다. 이 부분을 잘 모르겠는데 나치 쪽에서 이걸 알리는 게 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체코, 그리고 다른 나라들도 떠들면 이렇게 된다...는 걸 알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식은 9월 쯤 세계 곳곳에 알려지고 곧바로 각종 연대가 만들어진다. 영국에서는 스토크온트렌트와 스태포드샤이어의 광산 노동자를 중심으로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리디체를 다시 건설하자는 뜻으로 Lidice Shall Live라는 펀드가 만들어진다. 멕시코 시티,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에는 리디체를 추모하는 뜻으로 마을의 이름을 리디체로 바꾼다. 미국에는 추모 공원이 만들어지고 칠레에서는 나치의 학살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다. 이집트와 인도는 공식적으로 추모와 연대의 뜻을 전한다.

HHhH에 나온 이야기로는 수많은 예술인들이 작품을 통해 리디체를 알리고 애도하고, 연합군이 투여한 폭탄, 소련군이 쏜 폭탄에 수많은 군인들이 리디체라는 이름을 적는다. 워싱턴에서 해군 보좌관은 "미래 세대가 왜 이번 전쟁에 참여했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리디체의 이야기를 들려줄 겁니다"라는 발표를 한다.

즉 체코를 위협하려던 나치 그리고 히틀러는 정치가 아니라 광기를 드러냈고 이 사건으로 그해 말쯤에는 그간 공들여 쌓고 있던 나치의 선전전을 믿는 사람은 세상에서 거의 사라진다. 나치는 광기에 휩싸인 인류의 적이 된다.

즉 이 사건은 리디체의 비극임과 동시에 나치의 만행을 세상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리디체에는 희생을 추모하는 이런 동상이 있다. 이 82명의 아이들은(소년 40명, 소녀 42명) 1942년 여름 폴란드의 헤움노 데스 캠프에서 살해된 1~16세의 아이들이다.

전쟁이 끝난 후에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여성 153명과 아이 17명이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위에서 말한 리디체 쉘 라이브 펀드에서 모은 기금으로 마을은 1949년에 원래의 자리에 복구가 되었다.

20161216

시리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반군의 알레포 철수가 계속되고 있다. 이 전쟁의 안타까운 점은 누가 이겨도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거고 그 와중에 그냥 가만히 평화를 누리며 살고 싶은 시민들이 계속 죽어간다는 거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평화가 와도 그 다음엔 기근이 기다리고 있다. 참고 : 기후 변화가 시리아 사태에 미치는 영향(링크). 즉 어느 날 갑자기 평화와 사회 재반 시설의 확보가 동시에 이뤄져야 이 모든 게 멈추고 시리아에서 이유도 없이 죽는 사람들이 사라진다. 그런데... 여기에 수니파와 시아파 등 종교, 서방-러시아의 대립, 이란-사우디-터키의 대립...이 껴 있기 때문에 그런 평화가 와도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여튼 최근 상황에 대해 참고할 만한 기사로 인디펜던트 지에 실린 '우리가 지금까지 본 뉴스는 가짜다'(민중의 소리에 번역본이 올라와 있다 - 링크), 시리아를 교두보로 중동에 대한 영향력 확보에 성공하고 있는 러시아(링크)가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현재 싸우고 있는 건 독재자의 정부군(러시아가 협력중) / 자유 시리아 등 반군(서방 및 미국이 지원) / IS / 쿠르드 / 그 외 등등이 있다. 2011년에 전쟁이 시작된 이후 다들 한 번씩은 승기를 잡아 봤는데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이후 정부군이 대탈환에 성공하고 있다. 그 중 중요한 지역이 올해 내내 공세를 하던 알레포고 지금 시리아 반군이 철수를 합의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세력들 중 전쟁을 끝낼 만한 힘이 있는 곳은 없다.

평범한 전통 마인드로 보자면 미국이 개입해 있는 반군이 이기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더 큰 문제가 몇 가지 있다. 미국은 표면적으로 IS 등 테러 조직 척결, 기본적으로 러시아 견제를 위해 이 전쟁에 들어가 있는데 결정적으로 시리아는 세속적이긴 해도 이슬람 국가고 게다가 반미 정서가 상당하다는 거다. 자유 시리아라고 딱히 좋은 것도 없는 세력이고 마찬가지로 가스 폭탄 등 이상한 짓을 잔뜩 하고 있다.

이번 알레포만 봐도 반군은 의약품과 물자가 없다고 원조를 바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냈는데 정부군이 알레포 점령한 후 창고에 잔뜩 쌓여있는 원조 약품 등을 발견했다. 물론 세가지 세력이 다 미디어 이용을 무척 잘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믿기엔 곤란하다. 여튼 미국은 온건한 자유 세력에 원조를 하겠다고 했고 그래서 자유 시리아를 골랐지만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시리아에 그런 건 없다.

이 전쟁은 민주주의 vs 독재자의 구도에서 이미 엄청나게 멀어졌고 전쟁이 계속되면서 시리아라는 복잡한 나라 - 그 주변 나라들까지 - 가 가지고 있는 모든 모순점이 다 튀어 나와 그냥 모두가 모두를 무찌르고 자기가 원하는 모습의 나라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게다가 자신이 원하는 나라 같은 건 얽혀 있는 주변국이 너무 많아서 - 터키, 이스라엘 크게는 세계 속의 아랍과 중동 그 자체 - 현 상태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이 담겨진 뉴스는 이거(링크). 프랑스와 러시아가 낸 유엔 결의안이 모두 부결되었다는 내용인데 프랑스가 낸 초안은 알레포 반군 지역에 대한 정부군 + 러시아의 폭격을 중단하라는 거였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이 참여한 투표에서 11국이 찬성, 러시아와 베네수엘라가 반대, 중국과 앙골라가 기권했다.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통과되지 못했다.

그리고. 트럼프와 러시아의 관계가 의심스러운데 이에 따라 미국이 반군 지원을 그만둘 가능성이 높다. 참고(링크). 러시아 쪽에서는 반군이 화학 무기를 쓴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화학 무기는 정부군도, IS도 쓰고 있는 게 거의 확실하다.



과연 이 전쟁이 어떻게 정리가 될 수 있을까. 나 같은 사람은 전혀 모르겠고 부디 똑똑한 분들이 혜안을 내놓으며 어떻게 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이 전쟁에 대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진행 사항을 쳐다보고 있는 게 핵심이다. 아무도 관심 없는 전쟁엔 아무도 눈에 띄게 나서려 하지 않는 법이고 그 동안 애꿎은 사람들만 계속 죽어간다.

최약자인 여성과 어린 아이의 관점에서 뭐가 그나마 생존률이 높을까.. 따져 보자면 그나마 아사드의 승리 -> IS를 비롯한 근본주의자, 원리주의자를 몰아내고 기존의 세속적 질서 유지(원래 이슬람 중심의 자유 종교 국가였다) -> 아사드가 약속한 새 대통령 선거를 실시 -> 미국, 러시아, 서방 국가의 질서 유지를 담보로 한 원조... 정도가 아닐까 싶다. 모두 다 너무나 어렵지만 이런 단계를 성공적으로 거치면 괜찮아 질 수도 있지 않을까.

20161215

스텐 마크 투

하이드리히 암살 사건에서 가장 황당한, 슬픈, 웃기는 부분은 스텐 기관단총이다. 게슈타포를 총지휘하고 유대인 총학살 계획을 감독했고 체코에서 말 안 듣는 이들은 다 총살하고 레지스탕스를 궤멸로 몰아간 하이드리히가 총독으로 와 있던 체코슬로바키아에 영국과 해외의 체코 망명 정부에서 훈련을 시키고 보낸 두 명의 암살자가 갖은 고난 끝에 드디어 커브길에서 하이드리히의 메르세데스와 마주친다. 커브를 틀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차 앞에 두 명의 요원 중 한 명 가브체크가 기관총을 겨누고 격발을 한다. 하지만 총이 발사되지 않는다.


이 거지 같은 총이 문제를 일으킨 거다. STEN Mk II. 이름은 이 총을 디자인한 영국의 레지널드 쉐퍼드(S) 소령과 해롤드 터핀(T) 그리고 왕립 소화기 공장이 있는 엔필드(EN)에서 나왔다. 구조가 굉장히 간단해 차칫 잘못하면 계속 발사가 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저 순간에는 아예 발사가 되지 않았다.

마크 2는 문제가 너무 많았던 마크 1의 개량판으로 가장 많이 생산되었고 2차 대전 때 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국 전쟁에 참전한 영국군도 스텐(2차 대전 이후 사용된 건 Mk V라고 한다)을 들고 왔다. 여튼 영국제란 역시...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작전은 하이드리히가 죽었으니 결론적으로 성공했지만 나치의 피의 보복으로 13,000명이 살해당한다. 여기에 들어 있는 게 잘 알려진 나치가 리디체 마을과 레자키 마을을 완전히 파괴한 사건이다. 처칠은 이에 분노해 독일 마을 6개를 폭격하자고 했지만 보복을 두려워한 연합군 측이 반대한다.

이렇게 모든 게 종전 뒤로 미뤄지고 이 암살의 성공은 영국과 프랑스의 뮌헨 협정이 파기되고 나중에 수데티 산맥을 체코슬로바키아 영토로 해서 폴란드와 국경이 그어지게 된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할되면서 이쪽은 체코 땅이 된다. 즉 체코인 13,000명이 죽은 이 사건 덕분에 지금 국경의 초석이 만들어 진 거다. 그렇다... 전쟁이란 이런 것이다.


소설에 의하면 약간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는데 하이드리히는 다른 요원 쿠비시가 던진 폭탄에 파편을 맞았고 이후 일주일 있다가 사망한다. 그런데 몸 속에 폭탄 파편, 자동차 파편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 같은 게 잔뜩 박혔는데 메르세데스 가죽 소파를 채운 말총이었다고 한다. 메르세데스는 이후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요새는 뭐 말총을 넣을리야 없겠지만.

HHhH

제목인 HHhH는 히믈러의 두뇌는 하이드리히라는 의미다. 이 책은 역사 소설이지만 역사 소설이 아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역사 소설을 쓰려는 사람이 수집한 역사 자료를 산처럼 쌓아 놓고 그 속에서 소설을 써간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소설을 쓰려는 주인공이 자료를 구하고 쌓아 놓고 뒤적거리며 머리 속으로 장면을 상상하고 중얼거리는 걸 받아 적은 이야기다. 주인공인 소설가까지 픽션인가 아닌가 찾아봤는데 기본적으로 논픽션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논픽션인지 알 수는 없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이 분이 소설을 쓰는 "전문가"가 아님이 느껴진다(데뷔작이다). 자료의 홍수 속에서 쓸지 말지 고민하고 버리는 아이템을 아쉬워하며 그 자체로 살짝 써먹는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역사적 사실이자 작품으로도 여러 번 다뤄진 소재가 조금은 신선하게 흘러간다. 즉 커다란 사건 뒤에 존재하는 복잡한 이야기들에 대해 각주를 붙이 듯 종종 깊게 파들어가기 때문에 배경의 이해가 용이하다. 소설 자체의 완성도라면 몰라도 분명 효율적이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타입의 생동감이 있다.

이렇게만 전개되었으면 그렇구나... 할텐데 막판에 이르러 이 책은 다큐멘터리에서 소설로 완연하게 완성된다. 앞뒤의 약간 다른 전개 방식에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어쨌든 이건 역사책이 아니라 소설이므로 그런 점에서 보자면 꽤 괜찮은 전략이다.

내용 중간에 꽤 비싼 레어 아이템을 놓고 책에 참고할 내용이 있을지 고민하며 살까 말까 고민하는 장면이 있는데(결국 구입한다) 비슷한 개인적인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왠지 이 주인공도 사정이 고만고만하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이 소설은 2010년에 공쿠르 최우수 신인상을 받았고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영화화도 되었다. 이제는 아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지 싶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알베르트 슈페어의 기억"이었기 때문에 결국 히틀러가 신임 했던 대단히 다른 두 명의 인간 슈페어와 하이드리히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이상한 연말이 아닌가라고 생각해 보면 확실히 이상하긴 하다.

20161214

유덴라트

제국주의 국가, 독재자 등이 점령 지역을 다스릴 때 하나하나 손을 대다가는 끝이 없다. 그러므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피지배자들을 둘로 갈라 한 쪽이 한 쪽을 통제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피지배층 중 소수의 특권 계층을 형성하고(큰 대가가 없어도 주변에 비해 호의, 안락, 생존 정도면 충분하다) 그들이 나머지를 억압한다. 이는 또한 불만이 생겼을 때 지배 국가나 독재자로 향하지 않고 그 특권 계층을 향하게 된다는 이점도 있다. 문제가 커지면 그때야 제일 높은 곳에서 나서며 둘 다 잘못... 이러면 된다. 이런 방식은 특권층과 적극적인 반대층 사이에 있는 중립적인 사람들에게 자기 검열을 하도록 만드는 기재가 될 수도 있다.

이 사례는 무수하게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예컨대 가까이는 한국에서 노동 운동을 억압할 때 쓰던 구사대 - 노조를 들 수 있다. 이건 전문 컨설팅 업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지금도 있다. 사측 입장에서 보자면 효과적인 수단이다. 또 국내의 정치적 산물인 지역 대립 구도도 마찬가지다. 요즘 청년층 - 노년층을 나눠 서로에 신경질을 내게 만드는 것도 크게 봐서는 비슷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보수 여당은 무식한 척을 하면서 정치 혐오를 만들고 동시에 청년 - 노년의 갈등을 부각한다.


여튼 이 방면으로 유명한 게 유덴라트다. 하이드리히는 원래 유대인을 게토 지역으로 모는 걸 반대했는데 그 이유는 모여 있으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통제가 불가능하고 반란의 불씨가 생겨날 수도 있으므로 도시에 흩어져 살고 독일인이 감시하게 하자... 는 거였다.

이게 나치가 폴란드를 점령한 후 폴란드 유대인 관리에 있어서 방식을 조금 바꾸게 되는데 아이히만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간단한데 유대인을 도심의 게토에 몰아 살게 하고 유덴라트라는 유대인 의원회를 구성한다. 1만명을 기준으로 1만명 이하는 12인, 1만명 이상은 24인으로 유대인 공동체 안에서 권위를 가지고 있는 유대인 남성으로 위원회를 만들고 독일인 시장의 관리 하에 뒀다.

권위는 있지만 독일어 가능자 우선, 사회주의자 배제, 반 나치주의자는 물론 배제, 이익이 생기므로 사업가들이 많이 참여했으므로 자연적으로 친 나치적 위원회가 만들어진다. 이 안에서 치안은 물론이고 복지, 수도, 직업 알선 등도 전담했다. 이후 점령한 네덜란드 지역에서도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이렇게 몇 년을 지속하다가 피지배 유대인에게 비난을 받고, 수용소로 방침을 바꾸면서 위원회에서도 반대를 했기 때문에 처형하고 사라졌다. 전쟁이 끝난 후 평의회 의원 중 몇 명은 나치 부역 혐의로 고발되었다.

일제의 경우 지방에서 서원을 활용했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여튼 인간의 가장 나약한 측면을 이용한 통치 방법 중 하나로 시민이 살 길은 연대 밖에 없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안정된 루틴

1. 춥다. 너무 춥다. 12월 들어선 이후 안 추운 순간이 없는 거 같다. 과하게 따뜻하게 입고 다녀야 겠다.

2. 고독한 미식가 시즌 5를 다 봤다. 잠자기 전에 보는데 역시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시리즈다. 30분 정도 밖에 안되지만 맨 앞 인트로 보고, 일 하는 장면 건너 뛰고, 식당 생긴 거 보고, 먹는 거 뭐 시키는 지 보고, 음식 나오는 거 보고, 먹는 거 건너 뛰고, 다 먹고 나오는 걸 본다. "먹는 거 건너 뛰고"를 챙겨 보는 경우는 나오는 메뉴가 평소에 어떻게 먹는 건지 궁금했을 때다.

뭐 아무렴 어때라고 생각하지만... 예전에 처음 마구로 동을 먹었을 때 밥 위에 참치가 올려져 있고 그 위에 와사비 조각이 얹어져 있는 걸 보고 대체 이걸 어떤 식으로 먹어야 하는 걸까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대충 안다. 고독한 미식가 덕분이다.

3. 미식가를 다 보고 나서 소문의 프듀101을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아마츄어 + 오디션은 보지 않는데, 어쨌든 이걸 한 번은 봐야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다 싶어서 언젠가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올해가 넘어가기 전에...

여튼 여기 나온 100여명의 출연자 중 많은 이들이 표준 계약에 따라 앞으로 7~8년 정도 이 바닥을 끌고 나갈 가능성이 높은 건 분명하다.

처음 5분을 봤는데... 초반에 장근석은 소문대로 정말 굉장했다. 정말 적확한 캐스팅이다. 이후 첫 등장이 DSP의 윤채경, 조시윤이다. 인서트 장면으로 카라의 영지가 잠깐 나와 응원한다. 이어서 김도연과 최유정이 속해 있는 판타지오 연습생들이 우르르 들어오는데 들어 오다가 최유정이 무대에 걸려 넘어진다. 

여기까지 보고 아 이거 밀도가 너무 높다...는 생각에 꺼버렸다. 많은 등장인물을 알고 있고, 결과를 알고 있고, 유명한 에피소드를 알고 있다. 그러므로 디테일만 보게 된다... 이거 아무래도 보기 힘들 거 같은데 -_-

4. 극히 안정된 생활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09시에 집에서 나서고 22시에 집에 들어온다. 몇 년째 1130 - 1700에 먹던 식사는 1230-1815로 바꿨다. 저녁을 일찍 먹으니 자꾸 밤에 뭘 먹게 되는 거 같아 조금 조정했다. 그리고 혼자서 떡볶이는 먹지 않는다(안 그러면 너무 자주 먹게 된다), 뭔가 일 하나를 끝내면 선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아무 때나 먹으면 매일 먹을 태세다)는 원칙을 정해 저번 달 부터 지키고 있다. 그랬더니 밤에 치킨을 먹게 되었다. 치킨은 비싸니까... 그만 먹어야지.

20161212

21세기

지지 하디드가 고등학교 때 배구를 했다는 걸 보고 검색을 해보다가 가족 관계를 보게 되었다. 우선 어머니가 학창 생활은 평범하게 보내라고 해서 말리부 고등학교를 다닐 때 배구 선수를 했었다고 한다. 평범할 수 없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2세에 베이비 게스 모델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재밌는 점은 게스 모델로 발탁한 게 폴 마르시아노라고. 대체 2세의 아이에게서 뭘 봤길래!

여튼 배구는 꽤 잘했는지 우측 공격수로 활동했고 주장도 했다. 지역 신문 말리부 타임스에서 당시 경기 등의 기사를 찾을 수 있는데 지지 하디드(와 몇 명)이 배구부에 들어오면서 활약이 꽤 좋았는지 배구부의 밝은 미래와 기대에 대한 전망을 볼 수 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배구와 모델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모델로 갔다.

95년 4월 생이니까 나이를 가늠해 보자면 AOA의 설현, 에이핑크의 남주와 동갑이다. 뭐 신인은 넘었고 최전선의 아이돌 나이대...라고 보면 될 듯.


- 아버지는 모하메드 하디드라고 팔레스타인 계 부동산 갑부. 특이한 점은 43세였던 1992년에 요르단 스피드 스키 대표로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에 참가했다는 거.

어머니는 욜란다 하디드라고 모델이었다. 네덜란드 출생이라 원래 이름은 욜란다 반 덴 하릭.

이 둘이 결혼해서 자녀로 지지 하디드와 벨라 하디드가 있다.


- 욜란다 하디드는 이혼하고 뮤지션 데이빗 포스터와 결혼한다. 그리고 이 시절 "비버리힐스의 하우스와이브"라는 리얼리티 쇼로 유명해졌다. 자녀는 없고 이후 이혼.


- 데이빗 포스터도 결혼을 여러 번 했는데 비제이 쿡, 레베카 다이어, 린다 톰슨, 욜란다 하디드. 이 중 주목할 만한 분은 린다 톰슨이다.

- 린다 톰슨은 뮤지션이자 배우다. 미인 대회에도 나가서 1972년 미스 테네시였다. 이 당시 엘비스 프레슬리와 염문이 있었다. 이 분은 결혼을 두 번 했는데 80년대에는 브루스 제너와 살았고 90년대에는 데이빗 포스터와 살았다.


- 브루스 제너 이야기는 유명한데 크리스티 크라운오버, 린다 톰슨, 크리스 카다시안 이렇게 세 번 결혼을 했다. 크리스티 크라운오버와의 사이에서 버튼 제너와 카산드라 마리노, 린다 톰슨과 사이에서 브랜든 제너와 브로디 제너, 크리스 카다시안과 사이에서 카일리 제너와 켄달 제너가 태어났다. 이후 브루스 제너는 케이틀린 제너가 되었다.


- 크리스 카다시안은 결혼을 두 번 했는데 로버트 카다시안, 브루스 제너다. 로버트 카다시안과 사이에서 태어난 게 커트니 카다시안, 킴 카다시안, 클로에 카다시안이다.


여기까지 나온 사람을 보면 셀레브리티 비중이 굉장히 높다. 지지 하디드와 켄달 제너는 오랜 친구 사이로 유명한데 위에서 보듯 가계도를 따라 가다 보면 만나게 되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켄달 제너 아버지의 전 부인 = 지지 하디드 새 아버지의 전 부인.

이걸 보면서 느끼는 게 여러가지 있는데 1) 뭔가 미국의 유명인들은 이런 식으로 광의의 한 가족이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2) 켄달과 지지의 관계는 개념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해는 가는데 실제로 어떤 기분일지는 잘 모르겠다. 하하하!에 가까울까 오오!에 가까울까.


앞으로 10년 쯤 지나면 이 가계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20161211

생존

미사리 아저씨들 특유의 권위 의식을 피해 다니다 보니 세상이 다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고 계속 도망치다 보니 결국 여기까지 왔다. 속이 터지거나 홧병으로 죽는 것과 굶어 죽는 것 중에 뒤쪽이 마음이라도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여튼 밀리고 밀리는 와중에 어떻게 패션에 관한 이런 저런 글을 쓰고 있다. 뭐 생계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단 생존을 하고 있다.

올해 1년을 거치면서, 아니 최근 몇 년을 거치면서 여러 이야기를 썼고, 어딘가를 통해 여러 사람이 봤겠지만(아마도), 하려는 이야기는 인기도 없고 인류는 커녕 주변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의욕이 자꾸 줄어든다. 무슨 이야기를 듣고 "아, 이런 걸 써야지!" 하는 생각들이 자꾸 희미해진다. 아주 오래 전 패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었고, 지금 하는 일은 패션에 대한 글을 쓰는 거 밖에 없게 되었는데 에너지가 넘치질 않는다. 좋지 않다.

20161204

9일이 다가오고 있다

비박 소위 새누리 비주류 분들은 매우 고민이 많을 요즘이다. 나같은 사람과는 비교가 안되게 똑똑하신 분들이지만 이럴 때일 수록 쉽게 생각하시라는 생각을 담아 잠깐 이야기를 해 본다.

여튼 현대사에서 9일은 두고두고 이야기 될 매우 중요한 지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분명 대중의 분노는 이렇게 계속 가지는 않을거다. 속도가 문제지 확실하게 사그라든다. 세상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정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코 앞에 떨어져 있는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게다가 겨울은 춥다.

하지만 비록 시민들의 기억력에 한계가 있다고 해도 그럴수록 기억은 점차 간단한 이분법 하에 놓이게 된다. 나쁜 사람, 나쁘지 않은 사람 두 가지다. 세세한 건 잊어버릴 지 몰라도 아주 나쁜 것, 아주 어처구니 없는 건 명확하게 각인이 되고 날 속인 그 사람들 이라는 이미지는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꼭 정의의 편이 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자진해서 악의 앞잡이가 될 필요는 더욱 없다. 덜 나쁜 것과 더 나쁜 게 있다면 당연히 더 나쁜 것, 복구가 어려운 걸 피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두 가지 목표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우선은 재선이고 그 다음은 여당이 되는 거다. 대통령 선거는 이 풍랑 속에서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멀어봤자 아직 지금의 기억이 보다 선명한 1년 후고 그보다 더 빠를 가능성이 높다. 총선은 3년 후다. 3년이면 먼 훗날 같지만 그게 그렇지만도 않다. 둘 중에 하나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한다면 당연히 후자, 여당이 되는 거다. 게다가 아직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지금 선을 잘 그어놓으면 분명 유의미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혹시 이게 잘 안 풀리더라도 재선이 되면 또 다음 기회는 계속 남는다.

이번 대통령의 실정은 사이즈와 스케일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박대통령 신화를 재조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덕분에 지금 얻고 있던 우월한 포인트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역 특유의 보수적인 성격이 어딜 가지는 않는다. 그런 분들이 3년 후에도 박통의 후광을 떠올릴 지 이 어처구니가 없는 비상식적 실정 속에서 앞으로 3년 간 정신을 차리고 지역을 챙기는 분들을 떠올릴 지는 잘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게다가 지금 시점에서 여당 주류파를 따라간다고 과연 그 득이 올지도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어차피 이 혼동의 와중에 그들에게 배신자 낙인이 찍힌 건 어쩔 수 없다. 지금 주류가 계속 주류로 남는다면 다음 대통령 선거 그 다음 총선에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건 분명하다. 지금 사건에서 보듯 그들은 비상식적이고 무자비한 방식으로 장애물들을 쳐낸다.

그리고 만약 내가 그 주류파 중 하나라면 때릴대로 때려놓고 잘 안될 거 같으니 사실은 내 편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절대 챙기지 않을 거다.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비록 비주류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여당이다. 밀어내고 헤게모니를 차지할 기회라면 바로 지금이다. 비상식을 막아 낸, 어처구니 없는 실정을 막아내 지역과 국가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준 여당 의원으로 지역에서는 기억할 거다. 3차 담화를 보면서 느꼈겠지만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물론 거기엔 지금부터 3년이 더 중요하겠지만 첫 자리를 잘 잡아놔야 한다.

어쨌든 적어도 더 나쁜 걸 선택해 자신의 미래를 더 불투명한 곳에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9일 탄핵안 의결에 표를 던지는 게 아주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분명히 3년 간 더 많은 걸 해볼 수 있는, 자기가 왜 그랬는지를 투표권자들에게 분명하게 이야기하며 더 튼튼한 자신의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우위점이 주어질 거다.

뭐 이런 거 다들 너무나 잘 아실테니 이쯤으로.

20161201

시위의 방향

1) 대통령 물러나라

-> 안 물러나고 버팀
-> 시민이 끌어내릴 수 있는 법적 절차가 없음. 혁명 밖에 없는데 바람직하지도 않고 불가능
-> 물러나게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지는 곳 : 국회
-> 국회를 압박


2) 대통령을 감옥으로

-> 사법부의 판단에 맡김.
사법부는 법에 기반해 판단을 내리는 곳. 그러므로 사법부에 대해 시위를 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함. 특히 사법부가 법의 기준을 여론에 기반해 자의적으로 적용하면 사회에 개입하는 정도가 늘어나고 이런 식으로 투표 없이 구성되어 있는 사법부에 적극적인 힘을 만들어 주는 건 좋을 게 없음
-> 판단의 기반이 되는 법을 만드는 곳 : 국회
->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압박
-> 기준이 되는 법에 위배되는 판결을 사법부가 내림 : 역시 법적 절차에 의한 징계 필요


시민이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도, 헌법의 범위 안에서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곳도 결국은 국회임. 길게는 선거, 짧게는 여론 압박.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결국 어제 뉴스에 나왔던 "지역 지지 계층의 여론"(링크)이 이 모든 일의 출발점이 된다. 어영부영 망설이며 이것 저것 따지는 동안 지역 여론 쪽에서는 반동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비박은 이제 탄핵 생각이 없음으로 흘러가고, 의결이 불가능해 보이니까 국민의당도 그렇게 움직인다.

심지어 이 사이트 같은 변방의 시시한 곳에서도 탄핵 이야기를 한 게 11월 9일이고 문 대표 왜 망설이는지 모르겠다고 한 게 11월 17일인데 지금이 12월 1일이다. 범죄자에 대한 예절과 예우를 핑계로 한 계산기 두드리기는 결국 이렇게 반동의 빌미만 준다.

그러든 말든 대의의 길, 옳은 길을 간다고? 탄핵 같은 거야말로 정치고, 고도의 테크닉과 정략이 필요한 장이다. 역풍이 어쩌고 하면서 계산기 두드렸던 거 빤히 아는데 좋은 방법 다 던지고 이제 와서 고난의 길을 함께 가자고 외치는 거야 말로 자가당착이고 현실 외면이다.

당장 절실히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열매는 점점 멀어져 가고 시민들은 지쳐가며 세상은 원래 이런 거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절망만 더욱 커진다. 눈 앞의 고통을 외면하는 건 결코 대의의 정치가 될 수 없다. 여튼 이제 완전 혼돈과 절망의 정국임.

추위, 오구오구, 훈련

1. 너무 춥다. 집에 오는 길에 날씨를 보니 기온은 0도, 바람이 좀 불어서 체감 온도는 영하 3도 쯤이다. 옷은 작년 한 겨울 쯤 입은 것과 거의 같았는데 셔츠에 플리스, 오리털 파카, 청바지에 운동화였다. 여기에 머플러, 더 추우면 히트텍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