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5

스텐 마크 투

하이드리히 암살 사건에서 가장 황당한, 슬픈, 웃기는 부분은 스텐 기관단총이다. 게슈타포를 총지휘하고 유대인 총학살 계획을 감독했고 체코에서 말 안 듣는 이들은 다 총살하고 레지스탕스를 궤멸로 몰아간 하이드리히가 총독으로 와 있던 체코슬로바키아에 영국과 해외의 체코 망명 정부에서 훈련을 시키고 보낸 두 명의 암살자가 갖은 고난 끝에 드디어 커브길에서 하이드리히의 메르세데스와 마주친다. 커브를 틀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차 앞에 두 명의 요원 중 한 명 가브체크가 기관총을 겨누고 격발을 한다. 하지만 총이 발사되지 않는다.


이 거지 같은 총이 문제를 일으킨 거다. STEN Mk II. 이름은 이 총을 디자인한 영국의 레지널드 쉐퍼드(S) 소령과 해롤드 터핀(T) 그리고 왕립 소화기 공장이 있는 엔필드(EN)에서 나왔다. 구조가 굉장히 간단해 차칫 잘못하면 계속 발사가 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저 순간에는 아예 발사가 되지 않았다.

마크 2는 문제가 너무 많았던 마크 1의 개량판으로 가장 많이 생산되었고 2차 대전 때 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국 전쟁에 참전한 영국군도 스텐(2차 대전 이후 사용된 건 Mk V라고 한다)을 들고 왔다. 여튼 영국제란 역시...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작전은 하이드리히가 죽었으니 결론적으로 성공했지만 나치의 피의 보복으로 13,000명이 살해당한다. 여기에 들어 있는 게 잘 알려진 나치가 리디체 마을과 레자키 마을을 완전히 파괴한 사건이다. 처칠은 이에 분노해 독일 마을 6개를 폭격하자고 했지만 보복을 두려워한 연합군 측이 반대한다.

이렇게 모든 게 종전 뒤로 미뤄지고 이 암살의 성공은 영국과 프랑스의 뮌헨 협정이 파기되고 나중에 수데티 산맥을 체코슬로바키아 영토로 해서 폴란드와 국경이 그어지게 된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할되면서 이쪽은 체코 땅이 된다. 즉 체코인 13,000명이 죽은 이 사건 덕분에 지금 국경의 초석이 만들어 진 거다. 그렇다... 전쟁이란 이런 것이다.


소설에 의하면 약간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는데 하이드리히는 다른 요원 쿠비시가 던진 폭탄에 파편을 맞았고 이후 일주일 있다가 사망한다. 그런데 몸 속에 폭탄 파편, 자동차 파편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 같은 게 잔뜩 박혔는데 메르세데스 가죽 소파를 채운 말총이었다고 한다. 메르세데스는 이후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요새는 뭐 말총을 넣을리야 없겠지만.

댓글 없음:

댓글 쓰기

피곤, 시합, 용어

1. 어제는 덥긴 했지만 전국 곳곳에 폭우가 내린 탓인지 선선한 바람도 불고 공기도 맑고 그랬다. 오후 4시 정도까지는 평화로운 날이었는데 그때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 아무튼 버스를 3회 정도 타게 되었는데 매번 10분씩 기다렸고 선선한 바람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