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4

유덴라트

제국주의 국가, 독재자 등이 점령 지역을 다스릴 때 하나하나 손을 대다가는 끝이 없다. 그러므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피지배자들을 둘로 갈라 한 쪽이 한 쪽을 통제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피지배층 중 소수의 특권 계층을 형성하고(큰 대가가 없어도 주변에 비해 호의, 안락, 생존 정도면 충분하다) 그들이 나머지를 억압한다. 이는 또한 불만이 생겼을 때 지배 국가나 독재자로 향하지 않고 그 특권 계층을 향하게 된다는 이점도 있다. 문제가 커지면 그때야 제일 높은 곳에서 나서며 둘 다 잘못... 이러면 된다. 이런 방식은 특권층과 적극적인 반대층 사이에 있는 중립적인 사람들에게 자기 검열을 하도록 만드는 기재가 될 수도 있다.

이 사례는 무수하게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예컨대 가까이는 한국에서 노동 운동을 억압할 때 쓰던 구사대 - 노조를 들 수 있다. 이건 전문 컨설팅 업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지금도 있다. 사측 입장에서 보자면 효과적인 수단이다. 또 국내의 정치적 산물인 지역 대립 구도도 마찬가지다. 요즘 청년층 - 노년층을 나눠 서로에 신경질을 내게 만드는 것도 크게 봐서는 비슷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보수 여당은 무식한 척을 하면서 정치 혐오를 만들고 동시에 청년 - 노년의 갈등을 부각한다.


여튼 이 방면으로 유명한 게 유덴라트다. 하이드리히는 원래 유대인을 게토 지역으로 모는 걸 반대했는데 그 이유는 모여 있으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통제가 불가능하고 반란의 불씨가 생겨날 수도 있으므로 도시에 흩어져 살고 독일인이 감시하게 하자... 는 거였다.

이게 나치가 폴란드를 점령한 후 폴란드 유대인 관리에 있어서 방식을 조금 바꾸게 되는데 아이히만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간단한데 유대인을 도심의 게토에 몰아 살게 하고 유덴라트라는 유대인 의원회를 구성한다. 1만명을 기준으로 1만명 이하는 12인, 1만명 이상은 24인으로 유대인 공동체 안에서 권위를 가지고 있는 유대인 남성으로 위원회를 만들고 독일인 시장의 관리 하에 뒀다.

권위는 있지만 독일어 가능자 우선, 사회주의자 배제, 반 나치주의자는 물론 배제, 이익이 생기므로 사업가들이 많이 참여했으므로 자연적으로 친 나치적 위원회가 만들어진다. 이 안에서 치안은 물론이고 복지, 수도, 직업 알선 등도 전담했다. 이후 점령한 네덜란드 지역에서도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이렇게 몇 년을 지속하다가 피지배 유대인에게 비난을 받고, 수용소로 방침을 바꾸면서 위원회에서도 반대를 했기 때문에 처형하고 사라졌다. 전쟁이 끝난 후 평의회 의원 중 몇 명은 나치 부역 혐의로 고발되었다.

일제의 경우 지방에서 서원을 활용했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여튼 인간의 가장 나약한 측면을 이용한 통치 방법 중 하나로 시민이 살 길은 연대 밖에 없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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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기초, 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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