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자기를 방어하는 건 현대 사회를 사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다. 예컨대 "네 죄를 네가 알렸다"처럼 윽박 질러서 뭔가 해결하려는 건 절대 왕정 시대, "저는 이런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건 소비에트 공산 사회 같은 절대주의, 전체주의 시대의 유산이다. 그러므로 범죄인도 변호인을 두는 게 의무화 되어 있다. 자기가 하지 않은 범죄를 뒤집어 쓸 우려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문제도 있다. 예컨대 이런 방식을 채택한 결과 자기 방어를 위해서는 위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방식을 버리기에는 사회적 이익이 더 높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고 그러므로 전체주의화 할 가능성이 높은 장치다. 시민은 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국가 권력이 방종할 수 없도록 하는 권리와 무기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게 여기까지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기 마련이다. 위증이 존재할 수 있다면 그걸 막기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즉 균형이 올바르게 맞춰져야 한다. 예를 들어
(위증의 이익) x (위증이 걸릴 가능성) vs (위증의 불이익) x (위증이 걸리지 않을 가능성)
이 둘 사이에서 범죄자는 판단을 해야 하고 법은 위증을 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위증의 범죄 처벌 형량이 매우 높아야 한다. 즉 위증을 하려고 할 땐 그게 걸렸을 때 불이익이 위증을 해서 얻는 이익보다 훨씬 높아야 이 비례는 성립이 가능하다. 그냥 이건 시민의 권리다 라고 놔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증거 인멸도 마찬가지다. 증거 인멸은 죄를 낮추기 위해서 하는 거다. 이게 무슨 당연한 권리인 양 대기업이 증거 인멸을 시작하면 뉴스에 보도가 되고 기업 쪽에서는 의례적으로 그저 연례적인 서류 파쇄라고 변명을 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범죄 수사가 시작되면 관련 증거를 인멸하지 못하도록 정례화 해야 한다. 그리고 증거를 인멸하려고 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증거 인멸만 안했어도...'라는 생각이 날 정도로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
이건 뭐 대놓고 위증하고 증거 인멸도 하라고 법이 강요를 하고 있으니(비례가 맞지 않다는 건 하라는 소리다) 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뭔가 현대적 룰이 잘못 들어와 있다. 국회가 일을 해야 해.
국회가 일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한 김에 덧붙이자면 : 이번 국회 청문회야 뭐 특별한 사건이니까 하는 게 맞겠지만 정기 국정 감사 같은 건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사원이 존재하는데 국회가 매년 정기 감사를 할 이유가 없다. 정부의 부정 부패를 막는 건 감사원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게 차라리 더 도움이 된다. 정기 국정 감사 같은 걸 매년 하니까 -> 의원들은 여기서 튀어 유권자들 눈에 띄려고 한다.
즉 법을 만드는 것보다 국정 감사에서 호통 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한 의원들이 법 만드는 데 더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 물론 정부 입안 법들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국회는 그런 곳에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개입해 간섭을 해야 한다. 의원과 보좌관들이 밤을 새가며 해야 할 일은 국정 감사 질문지 작성이 아니라 정부 입안 법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다각도로 검토해 수정하고 보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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