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31

미래일기를 보다

만화책으로 좀 보다가 애니로. 얀데레의 표본이라할 수 있는 가사이 유노가 나오는 애니다. 여튼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얀데레 / 츤데레 유행은 필연적으로 멍충이 중2병 남자 주인공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래야 저 캐릭터가 더 생동감을 얻고 빛을 내고 주인공의 각성도 등장할 수 있으니까.

미래일기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본 에바와 비교해 보면 재미있다. 신지를 보고 답답해들 하지만 요새 애니는 그런 주인공들 천지다. 그저 하는 소리라고는 이게 뭐야 무서워 / 난 그저 평화로웠으면 좋겠어.. 등등. 또한 이런 인물을 중심으로 하렘물을 꾸미기도 적당하다. 그저 피하기만 하는데 다들 좋아해.

얀데레를 비롯해 이런 패턴들의 경우 말하지면 자신감을 잃은 남성의 판타지같은 거라 할 수 있다. 이런 류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게 어떤 상황에서 비롯된 걸지는 대략 짐작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루트를 밟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류의 억압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줄 수 있는 대리충족형 판타지는 아직 없다. 얼핏 생각나는 건 기껏해야 흠.. 성매매나 룸싸롱같은 거? 

생각해 보면 최근 자꾸 눈에 띄는 남성의 공공장소 자위행위 사건 같은 게 뭔가 비슷한 맥락에서 발생한 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데... 여하튼 이런 류가 원인이 된 듯한 사회 현상을 당분간은 주목해 봐야할 듯.

아, 미래일기는 별로 좋아하는 화풍이나 진행 스타일은 아니었다. 가사이 유노같은 캐릭터라면 좀 더 폼나게 꾸밀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뭐.

20130528

20130522

간만에 들은 것 이야기들

1. 다프트 펑크의 Random Access Memories를 듣다. 휴먼 애프터 올과 트론을 들으면서 좀 재미없다 했었는데 이번 건 그래도 약간 재미있다. 사실 홈워크 때부터 다프트 펑크는 아 참 곱구나... 하면서 졸음이 오는 그런 것이었는데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물론 졸리다고 나쁘다는 건 아니다.

어쨌든 요새 몸이 이상할 정도로 피곤한데 잠 속에서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2. 데이빗 보위의 Scray Monster를 듣다. 이유는 간단한데 Daft Punk를 아이튠스에 넣고 보니 그 아래에 David Bowie가 보이길래 아, 오래간 만에 이런 느낌으로. 이 둘 사이에 댄디 워홀과 다리엔 브록킹튼이 있는데 전혀 땡기지 않는다. 지금 시점에 가만히 듣고 있자니 꽤 재미있는 음반이었군 싶다.

3. 포미닛의 Name Is 4Minute을 듣다. 인트로 격인 What's My Name?은 이전 포미닛 느낌이 좀 나는데(뭔가 씩씩한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진군가라 하기도 그렇고 아레나 풍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여튼 들어보면 됨) 다음 곡부터는 약간 바뀐 새 분위기다. 여전히 무수한 걸그룹들 사이에서 현아말고 포미닛 만의 특징을 찾는 게 애매하지만 나쁘진 않은 듯.

예전에도 그랬나 싶은데 소현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4. She & Him의 Volume 3. 이전 음반들과 크게 다르진 않다. 바뀌면 사실 그것도 이상하지.

5. 비욘세의 4. 이런 건 잘 못 듣겠어...

20130520

표류교실을 보다

사진은 2권 표지. 세미콜론에서 나온 무수정 무삭제 완전판으로 3권으로 나왔다. 살면서 다양한 깝깝한 것들을 봐왔지만 표류교실은 그 방면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한 작품이다. 온통 시끄럽고, 등장인물들은 흥분해 소리를 질러대고, 그러면서 아이들은 계속 죽고, 말도 안되는 거 같은 위기가 끊임없이 찾아온다. 이렇게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어 계속 계속 파고 들어가 온 사방을 빈틈없이 만지며 다 끄집어 내놓는 게 세상에 뭐가 또 있을까 싶다.

20130519

초안산

친구가 녹천역 주변으로 이사온 후 가끔 주변 공원을 어슬렁 거린다. 일요일엔 할 일없는 아저씨들이라 ㅜㅜ 녹천역 바로 옆에 초안산 근린 공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두 번이나 올라간 김에 그 곳의 역사를 좀 탐구해 봤다. 높이가 114m라 산이라고 하긴 좀 그럴 지 몰라도 높이에 비해 범위가 좀 넓어서 안으로 쑥 들어가면 순식간에 산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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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는 대략 A 지점. 보다시피 왼쪽엔 인수봉과 삼각산, 위쪽엔 도봉산, 오른쪽엔 수락산과 불암산이 위치해 있는 가운데다. 한 고려시대 쯤에 초안산 위에 서 있었다면 사방을 둘러싼 봉우리들을 보며 감탄했을 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파트 사이로 정상이 살짝 보이는 정도다. 그래도 오늘처럼 날이 확 개인 날에는 꽤 멋지게 보인다.

서울 안팎의 산들이 그러하듯 안을 돌아다녀 보면 군부대의 흔적이 느껴진다. 바로 아래 광운대역 옆에 있는 영축산 근린공원 아래 쪽엔 여전히 작은 군부대가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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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사진으로 보면 헬기장이 하나 보이고 각종 체육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인조 잔디 축구장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상당히 깨끗하다.

이 동네는 신석기 유적이 발견되었으니 굉장히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었다. 이 곳에 얽혀 있는 이야기 중 큼지막한 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초안산에서 조선시대 분묘군이 발견되었다. 사적 440호로 조선시대 분묘가 1,000여개가 있는데 특히 내시부의 내시 분묘가 모여있다. 그래서 '내시네 산'이라고도 불렀다. 가장 오래된 묘는 1634년, 인조 12년이라고 한다. 이 곳의 묘는 거의 모두 서남쪽을 향하고 있다. 맨 위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그쪽에 궁궐이 있다.

 

또 하나는 창동전선. 서울 북쪽은 다 산이라 육군이 점령을 위해 침입하려면 두개의 루트가 있다. 하나는 주공격선인 개성-문산-파주를 따라 내려오는 선. 또 하나는 포천-의정부를 거쳐서 내려와 창동-미아리에 이르는 선이다. 당시 노원구 쪽은 논 사이에 난 달구지 길이 대부분이라 창동-수유리 쪽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여하튼 의정부가 손쉽게 점령되고 북한군이 내려오기 시작하자 당시 국군은 창동선을 저지선으로 선정하고 창동-쌍문동-우이동 라인을 따라 구릉이나 골짜기에 병력을 집중 배치했다. 하지만 27일 오전 적의 공격이 시작되고 11시에 창동 방어선은 바로 무너진다. 그래서 미아리 방어선이 구축된다.

북한군이 미아리 방어선에 나타난 건 27일 오후 5시 쯤. 그때부터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지만 28일 오전 1시에 북한군 전차가 미아리 방어선을 뚫고 돈암동 방면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위 내용은 찾아본 거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 군 시절에 읽은 게 있다. 당시 전차 침입을 저지하기 위해 목교와 길음교에 폭약을 설치했었다. 하지만 목교는 구멍만 났다가 나중에 전차 무게를 못 이겨 무너졌고, 길음교에 설치한 폭약은 폭발하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사건 이후 당시 한국군에 급하게 만들어졌던 공병을 미군이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되어서 이후로 이런 중요 폭파는 직접 했다나 뭐 그런 이야기였다.

 

등산의 측면에서 입구부터 가로질러 정상 찍고 내려오는 데 대략 30분 정도 걸리는 산이다. 나무도 많고 꽃도 많고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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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스타그램은 뭐가 잘못된 건지 직접 찍으면 자꾸 '다음' 버튼을 누를 수가 없어서 사진을 버려야 한다. 아쉽다.

클로즈드 노트를 보다

1.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날 클로즈드 노트를 봤다. 사와지리 에리카가 베츠니 나이라는 세기의 명언을 남겼던 바로 그 영화.

2. 의문 : 사와지리는 그 영화 홍보를 할 때 대체 왜 그런 모습으로 나왔던 걸까. 영화와 관계가 있나 했는데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3. 베츠니 나이라고 했던 말에 백번 동감한다. 실로 할 말이 없는 영화다. 지금와서 깨닫는 바 사와지리는 진실을 말했던 것이다. 이 묘한 어색함(전혀 긍정적이지 않은 의미다)이 뭔지 모르겠는데 나오는 모든 이들, 심지어 화면, 떨어지는 꽃잎 하나도 어색하다.

20130518

5월 18일

한때 이것 만은 꼭 간다는 다짐을 한 적도 있었는데 그런 말이 무색하게 이제는 5.18 추모식에도 잘 가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5.18 민중 항쟁이 있었던 날이다. 그때 내가 그 곳의 학생이었다면 죽었을테고, 그때 내가 그 곳의 군인이었다면 죽였을테지라고 생각해 보면 정말 인간은 알량한 기반 위에 서 있구나하는 게 느껴진다.

이제는 이런 말 자체가 흔한 형식처럼 느껴지는 시절이 되었을 지 몰라도 그 분들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만들어 준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비록 세상이 아직은 민주주의가 품을 수 있는 이상대로 완연히 돌아가고 있지 않을 지 몰라도, 느리게라도 더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20130517

5월 17일

1. 요즘 들어 꽤 많은 이야기를 여기에 끄적거리다가 지운다. 논쟁과 개종, 계몽, 혁명, 우파니샤드와 바흐리만, 마르크스와 발자크, 영화와 음악들, 사진과 메시지함 그리고 사람들. 소용없다. 끄적거리다가 보면 리셋/리셋/리셋.

1-1. 대부분의 경우 논증은 논리적 우위로 인해 설득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른 사고체계 하에 있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이런 경우 논쟁은 설득이 아니라 개종 비슷한 대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적인 사상을 품고 있는 혁명이 대부분 실패했다. 진실이라고 생각되는 이상을 성급히 덮어씌울려고 하지만 세상은 그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이건 상대 진영에서도 마찬가지다. 풍선에 산소를 가득 채워넣는 것과 같다. 틀린 건 하나도 없고 풍선은 부풀어 오를테지만, 위험하다.

가끔 생각하는 극단적인 비유가 있는데 : 예를 들어 그리스 시민들이 모여 투표를 해서 1+1=3이라고 결정을 했다고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다. 우주가 어떻게 되지 않는 한 이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사회에서는 1+1=3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고, 그 균형점으로 안정을 찾고 있다. 그래서 저런 투표 결과가 나왔을 거다.

그러므로 저게 1+1=2로 다시 되돌아가기 까지는 쉽지 않은 전개가 요구된다. 누군가 기득권을 내놓아야 하며, 안정은 흔들리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제 자리로 돌아가겠지만 그것이 증명으로 인해 가능한 건 아니다. 자연 과학의 경우도 그런 경향이 있는데 사회 과학의 경우는 더욱 지난하다.

논증이나 야유, 비웃음이나 개탄으로 ㅇㅂ나 ㄲㅅㅁ, 혹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관심을 끄는 건 대체 어떤 배경 하에서 그런 종류의 인식이 탄생했느냐하는 구조의 빈틈이다. 교육, 그리고 기득권의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고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그 다음은 일단 생성된 저런 이들이 일종의 전향을 하기 전까지 함께 사는 방법 - 무엇을 내줄 수 있고, 무엇을 가져올 수 있는가 - 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란 그런 것이다. 이런 걸 일소에 해소하려면 혁명, 혹은 이에 준하는 사고의 변화가 필요하다. 전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후자는 가능하고 꽤 자주 많은 사람들의 준거가 바뀌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이 부분이 약간 복잡하다. 지금의 설파가 그 순간 설득력을 가져올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부정적이다.

1-2. 물론 실패한 혁명이나 실패한 이상의 설파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누군가의 희생이 지금 우리를 살고 있게 하는 건 분명하고, 그 덕분에 조금이라도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

1-3. 마오는 대약진운동의 실패 이후 거의 모든 실권을 상실한다. 더구나 실권을 잡은 류샤오치와 덩샤오핑에 의해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나타난 대기근이 사라진다. 마오로서는 이제 끝장이 난 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공산주의 교육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풀뿌리 교육을 실시한다. 권력을 잃고 침잠하는 줄 알았지만 그의 교육 이념 아래 몇 년 후 홍위병이 탄생한다. 마오가 정말 무섭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 이런 부분이다.

2. 윌리엄 깁슨의 카운트다운, 제프 다이어의 지속의 순간들을 읽고 있다.

3. 5월 17일은 1980년 비상 계엄을 전국으로 확대시킨, 쿠테타가 시작된 날이다. 박정희가 5.16에 했으니 나는 5월 17일, 그런 마인드였을 거다.

4. 아무래도 당분간 입을 좀 닫고 있는 게 좋겠다. 트위터를 보고 있으면 심하게 외로워진다. 블로그에다가 패션 이야기나 나불대며 해야지.

20130513

위키피디아를 뒤적거리다가

낮에 뭔가 찾을 일이 있어서 위키피디아를 뒤적거렸다. 그런 짓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부분은 열심히 읽게 되는데.

우선 장택상. 한국 통사책이라면 중간에 이름이 두 번 정도 나올 수 있는 인물이 아닌가 싶은데(근현대사 전문 서적이라면 좀 더 나오겠지만) 사실 자세한 건 모른다. 가만히 읽다보니 박정희의 부가 장택상 부의 소작농이었고, 성혜림(김정일 부인)의 부와 친척이라고 한다.

3.15 부정선거가 있고나서 북한의 김일성도 이승만이 물러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이승만)를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충분한 권위와 특색을 지닌 인물이 없다. 또 다시 부통령이자 민주당 최고위원인 가톨릭신자 장면도 적합하지 않다. 그나마 권위를 누리고 있었던 조봉암 진보당 당수은 평화적 조국통일이라는 당 강령을 성급하게 공표하는 바람에 이승만의 명령으로 체포돼 지난해 처형되고 말았다. 부르조아 민주당 최고위원인 조병옥은 1960년 3월 15일 대선후보였으나 선거를 며칠 앞두고 급사했다. 현재로서는 남조선 정치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인물은 반공연맹 의장 장택상이다. 그러나 그는 친일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은 그를 신뢰할 수 있는지 망설이고 있다."

여하튼 조선 말부터 시작해 일제시대 - 자유당 시대 - 한국 전쟁 - 4.19 - 5.16을 거쳐 1969년까지 메인스트림 주변에 끊임없이 머무르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보통 그러하듯 인생 궤적이 굉장히 복잡하다. 꽤 재미있는 부분은 움직이는 포인트와 침묵하는 포인트. 그게 이런 격동의 와중에 수명을 다 누린 원동력이었을 거다. 위키피디아(링크) 참조.

 

또 하나는 유고 내전(링크). 유고슬라비아 내전은 이 나라가 6개로 갈라졌기 때문에 이제는 내전이라고 부르지 않고 유고슬라비아 전쟁이라고 한다. 분리 독립 전쟁이 크게 4번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보스니아 전쟁(링크)이 있었고 그때 스레브레니차 집단 학살 사건(링크)이 있었다. 읽다보면 두통이 생길 정도로 깝깝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정말 살아있다는 건 그저 운에 지나지 않는다.

이브의 시간을 보다

이브의 시간을 봤다. 원래 인터넷 연재로 만들어졌고, 그걸 합쳐서 극장판이 나왔다. 2010년인가 국내 영화제에서 상영했었는데 그땐 못 봤다. 스즈미야 하루히도 그때 상영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전반적으로 평범. 인간과 로봇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는 블레이드 런너에서 원형이 너무나 훌륭하게 완성이 되어버려서 좀 더 특별한 무엇이 있지 않는 한 그것과 비교 선상에서 보게 된다. 뭐 프로토타입이 있는 다른 이야기 구조들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지만 인간 - 로봇이라는 건 가지고 놀기에 너무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보게 되는 건 : 강아지 웅이랑 지내다 보면 이런 영화에 자주 나오는 말은 안 통하지만 마음은 좀 통하는 초기형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또 로봇만도 못한 인간들이 세상에 워낙 많은 거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것들을 되새김질 하며 실사로, 만화로, 글로 만들어진 세계를 또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아 저런 일도 있을 수 있겠구나까지 간 것들이 너무 귀하다.

20130512

연등행렬

며칠 전에 이야기했듯 연등행렬을 보러 갔다. '긴 행렬을 따라간다'라는 상상을 했으나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 자리에 두 시간 넘게 있는 동안 계속 새로운 것들이 지나갔으니. 여하튼 위 사진 같은 분위기를 상상하며 갔고 한참 동안 저런 모습을 봤다.

 

 

하지만 천태종의 용과 코끼리를 본 후 (개인적으로는) 치유고 뭐고 사사로운 모든 게 무의미해 졌다. 이렇게 덴서티 높은 강렬한 영상은 나머지 다른 것들을 시시하게 만든다. 더 쎈 걸 내놔…

여하튼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은 또 모르겠지만 이 연등 행사를 위해 준비하는 모습, 부활절 달걀을 하나씩 싸는 이들, 성탄절을 준비하는 이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며 왜 절이나 교회, 성당에들 다니는 지 약간은 이해가 되었다. 일종의 유신론자이지만 세례명만 가지고 아무 곳에도 나가지 않는 나같은 사람은 현재로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곳이다.

20130511

잡다한 나열

1. 구글 리더를 쓸 때는 뭐든 그냥 rss를 찾아 거기다 등록을 했다. 이제 구글 리더가 없어지니 문제가 생겼는데 봐볼까 싶은 페이지들을 페이스북, 텀블러, 트위터 등 여기저기에서 라이크나 팔로우를 누르게 된다. 이래가지고는 예전 북마크하고 별 차이가 없다. 눈여겨볼 만한 걸 찾아 읽는데까지 드는 품이 너무 늘어난다.

2. 피들리는 나쁘진 않은데 한 눈에 들어오는 정보량이 작아선지 슥슥 지나가다 보면 뉴스가 더 없어요~ 가 나온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3. 나는 좌도 싫고 우도 싫고 치우친 게 싫어, 중도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중도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균형점이라는 건 혼자의 마음 속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여럿의 의견 속에서 만들어지는 법이다. 그런데 혼자 중도의 마음을 가지려면 그 모든 것들을 굽어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물론 가능한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보통의 경우 난 중도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저 생각을 하기가 귀찮아져서  대충 모나지 않아 보이는 것들을 그때 그때 고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필요한 건 혼자 앉아서 뭐가 적절한 중간의 의견일까 상상해 보는 게 아니라 의견이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끼리 함께 모여 살기 위해 어느 건 버리고 어느 건 챙기는 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상상과 현실이 꽤나 달라서 자주 해봐야 실력이 는다.

4. 요 세상에 며칠 사건 사고가 매우 많았다. 아까 집에 들어와 뉴스를 한참 뒤적거렸는데 두통이 온다.

5. 그건 그렇고 집이 너무 건조하다. 마른 기침이 난다. 요새 잦은 잔병치레의 원인이 그게 아닌가 싶다. 가습기는 비싸니 젖은 수건이라도 걸어놔야 할까...

6. 인간과의 만남이라는 건 참 어렵다. 사실 매우 취약한 부분인데 요새 들어 더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능수능란해지고 싶은 욕심은 없는데 납득이 안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7. 아이폰 타자 너무 어려워.


20130508

최근 한 달

최근 몇 주간의 삶은 지리하고, 별 가치도 없지만 끝없이 계속되고 있는 삼류 연극같다. 수많은 이들의 복잡하고, 아름답고, 때로는 한많은 삶들은 주변에 목석처럼 서 있고 다난한 사건들이 클리셰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런 사건에 진정성 넘치는 이야기를 붙여보고 싶지만 기운이 없다.

사랑의 블랙홀에서 빌 머레이는 루핑 끝에 참 사랑이라도 얻었지만 이 루핑의 끝에 뭐가 기다리고 있을 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저번에는 기억만 했는데 이번에는 경과라도 남겨놔 본다.

 

지난 한 달간 한강 다리를 걸어서 세 번 건넜고, 지갑을 네 번 습득했으며, 신용 카드를 세 장 줏었다. 그리고 투신 현장에 두 번 있었다. 오늘은 이 중 세 가지가 등장한다. 마포 대교를 건넜고, 여고생이 주인인 듯한 핑크색 지갑을 하나 주웠고, 마포 대교에서 20대 후반 여자(경찰 추정)가 뛰어내렸다.

항상 서쪽 편으로만 건너던 마포대교를 오늘은 왠 일로 동쪽 편으로 건넜고, 나는 그저 한들한들 거리고 있었고, 세번째 전망대(마포대교에서 투신을 하도 많이 해 생명의 다리로 재구성되었고, 중간에 다시 생각하라고 생명의 전화와 세 개의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다)에 들어가 다리 지도를 보며 이제 200미터만 더 가면 되는 군 하며 자리를 뜨는데 사람들이 난간으로 우~ 모여들었다.

사태의 진행이 저번 명동 유니클로 앞과 똑같다. 오늘따라 여고생들이 좀 많았고(그러고보니 이것도 저번과 같다 - 하지만 마포대교는 원래 다른 다리에 비해 사람이 약간 많은 편이다), 앞에 있던 어떤 젊은 남자가 바로 신고를 했다. 잠시 기다리니 다리 아래에서는 배가 나타났고, 다리 위에는 소방차들이 나타났고, 한강 둔치에는 앰뷸런스가 나타났다.

컴컴한 밤이었지만 다리 위에서 떨어진 방향을 알려주니 배가 랜턴을 비춰댔다. 다행히 물 위에 떠 있어서 바로 건져냈다고 오케이 사인을 보냈왔다. 죽진 않았다고 생각되지만 옆의 소방관 아저씨는 생사는 아직 불확인이라고 말해줬다. 집에 들어와 뉴스를 찾아봤지만 없다. 저번에는 사망이었는데, 무슨 짐을 지고 있는 지야 나로선 알 수 없지만 이번은 그래도 살아계시길 기원한다.

이 반복에 딱히 의미를 두고자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런 일에 그렇게 놀라거나 충격을 받는 타입의 인간도 아니다. 이와 관계없이 그 한 달 동안 내 삶이 더 궁핍해진 거나 힘들 뿐이다. 찾아보니 서울에서 하루에 7.5명이 자살한다. 마포대교를 검색했더니 5월 5일 어린이날에도 오후에 20대 초반 여자가 물에 뛰어들었다(이 분은 낮이었고 바로 구출되었다).

여하튼 핑크색 지갑은 지하철 역에 맞겼는데 아마도 안의 정보로 연락을 한다고 합니다. 혹시 마포대교에서 5월 8일 지갑을 분실하신 분은 지하철 공사 유실물 보관소를 찾아보시길.

20130505

구글 플러스

구글 플러스를 뒤적거리다가 플러스 홈에 적었는데 여기에다가도 옮겨본다.

요새는 텀블러에 손이 많이 간다. 그런데 티스토리에도, 블로그스팟에도 텀블러 공유 기능은 없다. 물론 URL을 복사해서 붙이면 인식은 하지만 그와는 약간 다르고. 그래서 구글 플러스에 와봤다.

블로그에 쓴 글 아래에 있는 구글 플러스 버튼을 눌렀더니 타임라인에 쉐어가 아니라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비슷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버튼을 누른 결과물이 대체 어디있는 건지 몰라서 한참을 찾았다.

구글 플러스는 페북과 트위터를 이상하게 합쳐놓아서 그런지 뒤적거리면 다른 SNS에 있는 기능을 대부분 볼 수 있기는 한데 어디에 있는 건지 찾기가 어렵다. 그건 트위터처럼 한 눈에 볼 수 있는 '타임라인'이나 페이스북의 '담벼락'(그러고보니 예전에는 이렇게 불렀던 거 같은데 요새 이 단어를 본 기억이 없다)이 어디인지 감이 잘 안 잡힌다.

왼쪽 사이드바를 보면 홈, 프로필, 탐색의 순으로 적혀 있고, 위쪽에 역시 탭으로 정보, 소식, 사진 등등이 나열되어 있는데 글자만 보면 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비록 리스트(일종의 즐겨찾기라 할 수 있다)가 숨겨져 있기는 하지만 트위터의 매우 직관적인 형태에 비하자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인식의 허들이 좀 높아 보인다. 기본적으로 서클이라는 게 피부에 와 닿지가 않는다.

그리고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끊임없이 이 사람 알지 않니? 저 사람 알지 않니? 이 사람을 추가해봐만 계속 눈에 보이기 때문에 아 귀찮아, 대체 사람들이 떠들고 있는 건 편안히 읽어보는 건 어디에서 하는 거며 정신이 급 피곤해진다.

여하튼 처음부터 분류하며 사용자 리스트를 만드는 것과, 일단 아는 사람을 잔뜩 쌓아놓고 나중에 필요에 의해 분류하는 게 다른데 거기서부터 이해가 잘 안가서 그러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최근, 특히 미국 쪽에서는, 꽤 사용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SNS라 하니 이건 내가 작동 방식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게임을 만지작거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하겠다.

뭔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참을 했네.

20130503

금요일

1. 금요일이네?

2. ㅈㅇㅈ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종일 타임라인, 블로그, 커뮤니티 등 가는 곳 마다 있다. 뭐 사연은 안타깝지만(비일비재한 종류이긴 하지만) 이렇게 범시민적인 위로와 한탄을 보고 있자니 금방 다시 일어나실 듯. ㅋㅂㅅ 정규직과 이제 결혼도 하시는데 뭐.

3. 어디를 손대도 하나같이 재미가 없는데 텀블러 약간 괜찮은 거 같다. 사진 업로드의 편리함 같은 걸 제외하고 기존 블로그와 차이가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미묘한 부분이 있음. 하지만 포토셋인가 하는 텀블러에서 iOS용으로 내놓은 앱은 이게 뭔가 싶다. 여튼 좀 잡다하게 늘어놓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베어풋 사진을 모으는 텀블러를 만들었다. 맨발 페티시가 있는 건 아닌데... 여하튼 그렇다. 부끄러워말고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범남성류는 모두 제외, 필요없어.

4. 담배피다 침 뱉는 인간들은 부디 뱉은 침들을 온 몸에 바르고 죽어버려라.

5. '똥 모에' 이야기를 보고 문득 기억이 난 건데 : 좀 애매하긴 한데 똥 모에라든가 어떤 종류의 모에나 페티시(모든 종류는 아니다)를 하는 사람을 보면 너무 곱게 자랐거나, 너무 험하게 자랐거나 둘 중 하나가 생각난다. 물리적 환경이든, 아니면 높은 울타리의 자아 덕분이든. 허들은 남이 세워줄 수도 있지만 스스로 세운 것도 많다. 그리고 어렸을 때 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다 늙어서 구축하는 경우도 있다.

스카톨로지 같은 건 느낌이 약간 다르다. 이건... 잘 모르겠다.

6. 제일모직 계열 이메일 전단을 받고 있는데 이 회사 세일을 너무 많이/너무 자주한다.

7. 나는 오타쿠에요 / 오덕인가? / 4차원이에요 / 정상은 아닌 거 같아요 등등의 발화를 그다지 신뢰하진 않는다. 물론 학습에 의한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보통의 경우엔 그런 걸 되뇌이기도 전에 이미 그곳에 가 있다.

8. 넘겨짚는 건 언제나 위험하다. 특히 그것이 자신의 경험 축적에 기반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여하튼 어쩌다보니 주변에 곱게 자란 분들이 많아져서 엄하고 사소한 일가지고 급 흥분하고 하는 장면을 자주 보다보니 정신이 피로하다.

9. 한때 트위터에서 블록을 남발했는데 요새는 뮤트를 남발하고 있다.

20130502

문득 생각나서 몇 장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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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익스포져를 보다

몇 년 만인 거 같은 데 또 봤다. 머리가 번잡하고, 그다지 새로운 걸 받아들일 마음이 없고, 그런 여유도 없을 때 예전에 봤던 것들을 뒤적거리며 된이게 된다. 비록 구석구석까지 기억이 남아있지 않지만 그래도 어떻게 돌아가는 지는 알기 때문에 훨씬 마음은 편하다. 더구나 조금 더 극적이어도, 조금 더 엉망이어도 밀도가 너무 낮지만 않다면 큰 상관은 없다. 너무 루즈하면 지금 머리 속의 생각들에 떠밀려버리기 때문에 조금 곤란하다.

여하튼 이런 마음을 안고 뒤적뒤적거리다가 러브 익스포져를 봤다. 며칠 전에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문득 생각났던 제목이기도 하다.

요코, 불쌍한 요코, 모든 걸 망쳐버린 요코. 본심의 타이밍이 안 맞으면 어떻게 되는 지. 엉뚱한 곳에 집착하며 왜곡되면 어떻게 되는 지 여실히 보여준 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예나 지금이나 끔찍하게 슬프다. 비록 영화는 좋게 끝나긴 하지만 그 순간을 떠올려보면 마치 온갖 고생을 하다 죽는 순간에 다달아 아 이제 이런 고통들이 끝이 났구나하며 짓는 미소를 보는 거 마냥 끔찍하다. 살아있기에 계속 살아가는 나날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마지막은, 다행이다.

20130501

진격의 거인

며칠 전에 답답해서 잘 못보겠다고 했는데 살짝 참고 진격의 거인을 보고 있다. 사실 처음 볼 때는 좀비물 변형류인가, 그렇다면 장편으로 어떻게 끌어갈 거지 이런 식으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약간 다르다.

그림도 좀 엉망이고, 뭔가 충실한 재미는 별로인데 대신 매우 스피디하고, 더구나 이야기를 끌어가는 사람이 나름 이야기꾼같다.

기본적으로 진격의 거인에는 인간, 거인이 있고 그 다음에 인간 사이의 관계, 인간과 거인의 관계, 거인 사이의 관계가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하나같이 다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것들이므로 궁금해 할 것도 없다. 이런 경우 대체 뭔지 모르는 상황이 한참을 흘러가고, 그러다 보면 아 이 안에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던 거구나 하고 깨닫게 되거나(에반게리온), 아니면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설명하며 연대기 순으로 나아가게 된다(드래곤볼).

하지만 진격은 자 이런 일이 생겼네 - 무슨 일일까 - 여기에 이런 사연이 있거든 - 그 다음 사건 식으로 흘러간다. 없던 흥미를 만들어내고, 에피소드를 할애해 그 이야기를 하면서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이 쌓여가고, 그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조금씩 더 이야기의 폭을 키울 수 있다.

더구나 새로 등장하는 사건이 계속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거인-인간 상식을 파괴해 나가기 때문에 이게 보고 있자니 꽤나 흥미진진하다.

화요일

서강대교와 마포대교 두 개를 건넜더니 구 킬로미터 쯤 된다. 다리 두개는 합쳐봐야 정작 사 킬로 남짓일텐데 군더더기가 많다. 날씨는 알맞게 선선하니 괜찮았다. 밤에 한강 다리를 건너다 보면 밤섬 주변에 떠 있는 배를 종종 보는데 뭐하는 걸까 궁금하다. 한강 어부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훨씬 상류나 하류일텐데.

인스타그램에 올린 시시한 사진들. 도로 사진은 장노출 사용가능한 앱으로 한 건데 자동차가 유령 물결처럼 나왔다.





추위, 오구오구, 훈련

1. 너무 춥다. 집에 오는 길에 날씨를 보니 기온은 0도, 바람이 좀 불어서 체감 온도는 영하 3도 쯤이다. 옷은 작년 한 겨울 쯤 입은 것과 거의 같았는데 셔츠에 플리스, 오리털 파카, 청바지에 운동화였다. 여기에 머플러, 더 추우면 히트텍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