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9

초안산

친구가 녹천역 주변으로 이사온 후 가끔 주변 공원을 어슬렁 거린다. 일요일엔 할 일없는 아저씨들이라 ㅜㅜ 녹천역 바로 옆에 초안산 근린 공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두 번이나 올라간 김에 그 곳의 역사를 좀 탐구해 봤다. 높이가 114m라 산이라고 하긴 좀 그럴 지 몰라도 높이에 비해 범위가 좀 넓어서 안으로 쑥 들어가면 순식간에 산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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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는 대략 A 지점. 보다시피 왼쪽엔 인수봉과 삼각산, 위쪽엔 도봉산, 오른쪽엔 수락산과 불암산이 위치해 있는 가운데다. 한 고려시대 쯤에 초안산 위에 서 있었다면 사방을 둘러싼 봉우리들을 보며 감탄했을 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파트 사이로 정상이 살짝 보이는 정도다. 그래도 오늘처럼 날이 확 개인 날에는 꽤 멋지게 보인다.

서울 안팎의 산들이 그러하듯 안을 돌아다녀 보면 군부대의 흔적이 느껴진다. 바로 아래 광운대역 옆에 있는 영축산 근린공원 아래 쪽엔 여전히 작은 군부대가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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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사진으로 보면 헬기장이 하나 보이고 각종 체육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인조 잔디 축구장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상당히 깨끗하다.

이 동네는 신석기 유적이 발견되었으니 굉장히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었다. 이 곳에 얽혀 있는 이야기 중 큼지막한 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초안산에서 조선시대 분묘군이 발견되었다. 사적 440호로 조선시대 분묘가 1,000여개가 있는데 특히 내시부의 내시 분묘가 모여있다. 그래서 '내시네 산'이라고도 불렀다. 가장 오래된 묘는 1634년, 인조 12년이라고 한다. 이 곳의 묘는 거의 모두 서남쪽을 향하고 있다. 맨 위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그쪽에 궁궐이 있다.

 

또 하나는 창동전선. 서울 북쪽은 다 산이라 육군이 점령을 위해 침입하려면 두개의 루트가 있다. 하나는 주공격선인 개성-문산-파주를 따라 내려오는 선. 또 하나는 포천-의정부를 거쳐서 내려와 창동-미아리에 이르는 선이다. 당시 노원구 쪽은 논 사이에 난 달구지 길이 대부분이라 창동-수유리 쪽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여하튼 의정부가 손쉽게 점령되고 북한군이 내려오기 시작하자 당시 국군은 창동선을 저지선으로 선정하고 창동-쌍문동-우이동 라인을 따라 구릉이나 골짜기에 병력을 집중 배치했다. 하지만 27일 오전 적의 공격이 시작되고 11시에 창동 방어선은 바로 무너진다. 그래서 미아리 방어선이 구축된다.

북한군이 미아리 방어선에 나타난 건 27일 오후 5시 쯤. 그때부터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지만 28일 오전 1시에 북한군 전차가 미아리 방어선을 뚫고 돈암동 방면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위 내용은 찾아본 거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 군 시절에 읽은 게 있다. 당시 전차 침입을 저지하기 위해 목교와 길음교에 폭약을 설치했었다. 하지만 목교는 구멍만 났다가 나중에 전차 무게를 못 이겨 무너졌고, 길음교에 설치한 폭약은 폭발하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사건 이후 당시 한국군에 급하게 만들어졌던 공병을 미군이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되어서 이후로 이런 중요 폭파는 직접 했다나 뭐 그런 이야기였다.

 

등산의 측면에서 입구부터 가로질러 정상 찍고 내려오는 데 대략 30분 정도 걸리는 산이다. 나무도 많고 꽃도 많고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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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스타그램은 뭐가 잘못된 건지 직접 찍으면 자꾸 '다음' 버튼을 누를 수가 없어서 사진을 버려야 한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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