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녹천역 주변으로 이사온 후 가끔 주변 공원을 어슬렁 거린다. 일요일엔 할 일없는 아저씨들이라 ㅜㅜ 녹천역 바로 옆에 초안산 근린 공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두 번이나 올라간 김에 그 곳의 역사를 좀 탐구해 봤다. 높이가 114m라 산이라고 하긴 좀 그럴 지 몰라도 높이에 비해 범위가 좀 넓어서 안으로 쑥 들어가면 순식간에 산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괜찮은 편이다.
위치는 대략 A 지점. 보다시피 왼쪽엔 인수봉과 삼각산, 위쪽엔 도봉산, 오른쪽엔 수락산과 불암산이 위치해 있는 가운데다. 한 고려시대 쯤에 초안산 위에 서 있었다면 사방을 둘러싼 봉우리들을 보며 감탄했을 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파트 사이로 정상이 살짝 보이는 정도다. 그래도 오늘처럼 날이 확 개인 날에는 꽤 멋지게 보인다.
서울 안팎의 산들이 그러하듯 안을 돌아다녀 보면 군부대의 흔적이 느껴진다. 바로 아래 광운대역 옆에 있는 영축산 근린공원 아래 쪽엔 여전히 작은 군부대가 하나 있다.
위성 사진으로 보면 헬기장이 하나 보이고 각종 체육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인조 잔디 축구장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상당히 깨끗하다.
이 동네는 신석기 유적이 발견되었으니 굉장히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었다. 이 곳에 얽혀 있는 이야기 중 큼지막한 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초안산에서 조선시대 분묘군이 발견되었다. 사적 440호로 조선시대 분묘가 1,000여개가 있는데 특히 내시부의 내시 분묘가 모여있다. 그래서 '내시네 산'이라고도 불렀다. 가장 오래된 묘는 1634년, 인조 12년이라고 한다. 이 곳의 묘는 거의 모두 서남쪽을 향하고 있다. 맨 위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그쪽에 궁궐이 있다.
또 하나는 창동전선. 서울 북쪽은 다 산이라 육군이 점령을 위해 침입하려면 두개의 루트가 있다. 하나는 주공격선인 개성-문산-파주를 따라 내려오는 선. 또 하나는 포천-의정부를 거쳐서 내려와 창동-미아리에 이르는 선이다. 당시 노원구 쪽은 논 사이에 난 달구지 길이 대부분이라 창동-수유리 쪽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여하튼 의정부가 손쉽게 점령되고 북한군이 내려오기 시작하자 당시 국군은 창동선을 저지선으로 선정하고 창동-쌍문동-우이동 라인을 따라 구릉이나 골짜기에 병력을 집중 배치했다. 하지만 27일 오전 적의 공격이 시작되고 11시에 창동 방어선은 바로 무너진다. 그래서 미아리 방어선이 구축된다.
북한군이 미아리 방어선에 나타난 건 27일 오후 5시 쯤. 그때부터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지만 28일 오전 1시에 북한군 전차가 미아리 방어선을 뚫고 돈암동 방면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위 내용은 찾아본 거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 군 시절에 읽은 게 있다. 당시 전차 침입을 저지하기 위해 목교와 길음교에 폭약을 설치했었다. 하지만 목교는 구멍만 났다가 나중에 전차 무게를 못 이겨 무너졌고, 길음교에 설치한 폭약은 폭발하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사건 이후 당시 한국군에 급하게 만들어졌던 공병을 미군이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되어서 이후로 이런 중요 폭파는 직접 했다나 뭐 그런 이야기였다.
등산의 측면에서 입구부터 가로질러 정상 찍고 내려오는 데 대략 30분 정도 걸리는 산이다. 나무도 많고 꽃도 많고 좋은 곳이다.
요즘 인스타그램은 뭐가 잘못된 건지 직접 찍으면 자꾸 '다음' 버튼을 누를 수가 없어서 사진을 버려야 한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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