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8

최근 한 달

최근 몇 주간의 삶은 지리하고, 별 가치도 없지만 끝없이 계속되고 있는 삼류 연극같다. 수많은 이들의 복잡하고, 아름답고, 때로는 한많은 삶들은 주변에 목석처럼 서 있고 다난한 사건들이 클리셰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런 사건에 진정성 넘치는 이야기를 붙여보고 싶지만 기운이 없다.

사랑의 블랙홀에서 빌 머레이는 루핑 끝에 참 사랑이라도 얻었지만 이 루핑의 끝에 뭐가 기다리고 있을 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저번에는 기억만 했는데 이번에는 경과라도 남겨놔 본다.

 

지난 한 달간 한강 다리를 걸어서 세 번 건넜고, 지갑을 네 번 습득했으며, 신용 카드를 세 장 줏었다. 그리고 투신 현장에 두 번 있었다. 오늘은 이 중 세 가지가 등장한다. 마포 대교를 건넜고, 여고생이 주인인 듯한 핑크색 지갑을 하나 주웠고, 마포 대교에서 20대 후반 여자(경찰 추정)가 뛰어내렸다.

항상 서쪽 편으로만 건너던 마포대교를 오늘은 왠 일로 동쪽 편으로 건넜고, 나는 그저 한들한들 거리고 있었고, 세번째 전망대(마포대교에서 투신을 하도 많이 해 생명의 다리로 재구성되었고, 중간에 다시 생각하라고 생명의 전화와 세 개의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다)에 들어가 다리 지도를 보며 이제 200미터만 더 가면 되는 군 하며 자리를 뜨는데 사람들이 난간으로 우~ 모여들었다.

사태의 진행이 저번 명동 유니클로 앞과 똑같다. 오늘따라 여고생들이 좀 많았고(그러고보니 이것도 저번과 같다 - 하지만 마포대교는 원래 다른 다리에 비해 사람이 약간 많은 편이다), 앞에 있던 어떤 젊은 남자가 바로 신고를 했다. 잠시 기다리니 다리 아래에서는 배가 나타났고, 다리 위에는 소방차들이 나타났고, 한강 둔치에는 앰뷸런스가 나타났다.

컴컴한 밤이었지만 다리 위에서 떨어진 방향을 알려주니 배가 랜턴을 비춰댔다. 다행히 물 위에 떠 있어서 바로 건져냈다고 오케이 사인을 보냈왔다. 죽진 않았다고 생각되지만 옆의 소방관 아저씨는 생사는 아직 불확인이라고 말해줬다. 집에 들어와 뉴스를 찾아봤지만 없다. 저번에는 사망이었는데, 무슨 짐을 지고 있는 지야 나로선 알 수 없지만 이번은 그래도 살아계시길 기원한다.

이 반복에 딱히 의미를 두고자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런 일에 그렇게 놀라거나 충격을 받는 타입의 인간도 아니다. 이와 관계없이 그 한 달 동안 내 삶이 더 궁핍해진 거나 힘들 뿐이다. 찾아보니 서울에서 하루에 7.5명이 자살한다. 마포대교를 검색했더니 5월 5일 어린이날에도 오후에 20대 초반 여자가 물에 뛰어들었다(이 분은 낮이었고 바로 구출되었다).

여하튼 핑크색 지갑은 지하철 역에 맞겼는데 아마도 안의 정보로 연락을 한다고 합니다. 혹시 마포대교에서 5월 8일 지갑을 분실하신 분은 지하철 공사 유실물 보관소를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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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기초, 반점

1. 요새 달리기를 하고 있다. 오래 된 건 아니다. 한 달 조금 넘은 거 같다.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이틀에 한 번 5km가 목표지만 일주일에 두 번도 어렵고 5km는 아직 못 뛰어 봤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다. 원래는 수영을 배우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