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인 거 같은 데 또 봤다. 머리가 번잡하고, 그다지 새로운 걸 받아들일 마음이 없고, 그런 여유도 없을 때 예전에 봤던 것들을 뒤적거리며 된이게 된다. 비록 구석구석까지 기억이 남아있지 않지만 그래도 어떻게 돌아가는 지는 알기 때문에 훨씬 마음은 편하다. 더구나 조금 더 극적이어도, 조금 더 엉망이어도 밀도가 너무 낮지만 않다면 큰 상관은 없다. 너무 루즈하면 지금 머리 속의 생각들에 떠밀려버리기 때문에 조금 곤란하다.
여하튼 이런 마음을 안고 뒤적뒤적거리다가 러브 익스포져를 봤다. 며칠 전에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문득 생각났던 제목이기도 하다.
요코, 불쌍한 요코, 모든 걸 망쳐버린 요코. 본심의 타이밍이 안 맞으면 어떻게 되는 지. 엉뚱한 곳에 집착하며 왜곡되면 어떻게 되는 지 여실히 보여준 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예나 지금이나 끔찍하게 슬프다. 비록 영화는 좋게 끝나긴 하지만 그 순간을 떠올려보면 마치 온갖 고생을 하다 죽는 순간에 다달아 아 이제 이런 고통들이 끝이 났구나하며 짓는 미소를 보는 거 마냥 끔찍하다. 살아있기에 계속 살아가는 나날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마지막은, 다행이다.
201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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