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름이 오면 위스키를 산다. 이렇게 된 유래를 따라 올라가면 꽤 궁상맞고 지리한 과거들이 파묘되지만 아무튼 언젠가 여름 이렇게 잠들면 아침에 백숙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실제적인" 걱정을 하던 시절에 어떻게 되든 차라리 위스키나 한 잔 마시고 디비져 누워있자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한동안 멈췄다가 작년 여름 오래간 만에 작은 사이즈를 하나를 구입했었고 올해도 하나를 구입했다. 사실 평소에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아주 가끔 맥주 두 잔 정도 마시는 정도라 미국인처럼 데일리 위스키 따위가 필요한 인간은 아닌데 아무튼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그럴 때 적당한 위스키 이야기.
지금까지 여러 종류를 구입해 왔는데 용도에 맞추자면 몇 년 숙성 고급 라인 이런 건 필요없고 그저 저렴한 게 최고다. 그렇다고 또 너무 저렴하면 그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적절 수준이라는 게 생기게 되는데 대략 2, 3만원 대에서 고르고 있다. 아주 오래 전에는 커티샥, 발렌타인, 조니 워커, 산토리 이런 걸 구입했었다. 럼과 보드카도 잠깐 시도해 봤었는데 만사가 귀찮기 때문에 보통 스트레이트라, 요새는 니트라고 하드만, 좀 힘들어서 관뒀다. 최근 들어서는 버번 추세다.
영국 위스키 쪽은 오래 숙성된 것과 아닌 것들 사이에 차이가 아주 크고, 가격도 차이가 많이 나고, 저렴 종류는 뭔가 기분 나빠지는 뉘앙스가 있다. 하지만 버번 종류는 옥수수의 한계 때문인지 숙성이 짧은 기본 버전도 그렇게까지 지독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대신 오래 된 것도 또 고만고만한 느낌이 든다. 결론적으로는 좋은 위스키를 챙겨 놓고 싶으면 오래 숙성된 고급 위스키 쪽으로 가는 게 낫고 그냥 던져놓고 아무 때나 마실 용도로는 베이직 버번이 취향인 것 같다.
잠깐 비교해 보자면 일단 잭 다니엘스 올드 넘버 세븐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붕 떠있고 목이 쉰 듯한 맛이 난다. 그래도 500ml 단위가 있고 가끔 2만원 대에도 구할 수 있는 게 좋긴 하다.
짐빔 오리지널, 소위 화이트 라벨은 꽤 괜찮은 편이다. 가격도 750ml 짜리를 보통 2만원 대에 구할 수 있어서 아마도 버번 3총사 중에 제일 낮은 거 같다. 그렇지만 약간 달다. 또한 알콜과 향 사이가 약간 어긋나 있는데 그건 저렴 위스키, 버번 종류 공통의 특징이긴 하다. 아무튼 한 병이 다 끝나기 전에 좀 질리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와일드 터키는 걔중 약간 비싸다. 101 기본 버전 750ml 짜리가 4만원 대 정도 하는 거 같은데 종종 3만원 대를 찾을 수 있다. 가격 레벨 차이를 감안해야 겠지만 아무래도 이게 가장 훌륭하긴 하다. 거부감도 낮고 상당히 심플하다. 대단찮은 기술은 아니더라도 그걸 아주 잘 하면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타입이다. 어렸을 적에 온더락은 와일드 터키! 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온더락으로 마셔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이 자꾸 들기는 한데 스트레이트로도 별 상관은 없다.
아무튼 이런 것들이 있는데 작년에는 잭 다니엘스였고 올해는 와일드 터키로 가고 있다. 이런 흐름이면 내년에는 짐빔이겠지.
2. 넷플릭스에 가스인간이라는 일본 시리즈가 있길래 1회를 잠깐 봤다. 오구리 슌, 아오이 유우, 히로세 스즈 같은 사람들이 나오는데 극본이 연상호다. 뭐 극본이라서 시리즈 전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언론, 단체, 매스미디어, 스트리머 등등 인물 구도가 지옥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특히 지옥을 보면서 스트리머의 영향에 인상이 꽤 깊었나 생각을 했었는데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감독(가타야마 신조)이 지옥을 참고했을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