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페어의 나치 시절 이야기를 읽으면서 좀 흥미로운 사실을 몇 가지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은 전반적으로 슈페어의 변명문 같은 종류고 그러므로 왜곡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업무 처리의 날짜, 방식 같은 건 제대로 기록되어 있다. 좀 걸러 들어야 할 필요가 있고, 다른 방식으로 확인해 봐야할 것들도 있다.
1) 히틀러는 정말 전쟁을 하려는 건 아니었다. 이건 체코 점령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독일이 어흥~ 하면 상대는 항복한다...는 식을 유지했다. 체코의 경우 (뜻밖에) 고도의 국경 방어막을 갖춰 놓고도 정말로 항복을 해버렸는데 나중에 전후 재판 때 만약 항복하지 않고 저항했으면 당시의 독일도 별 수는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1차 대전 때의 무기 생산량은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도 회복하지 못했다. 이건 슈페어가 군수 장관으로 보급을 총괄했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체코에서의 뜻밖의 항복은 폴란드, 벨기에 등에서도 연이어 나타났고 이는 영국과 프랑스의 우유부단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또한 어흥~ 했는데 항복하지 않은 나라를 쳐들어 갔는데(히틀러는 안절부절 못했다고 한다) 이긴다... 이 때문에 이상한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처칠, 프랑스에서 드골이 지도자가 되면서 이런 양상은 크게 달라지게 된다.
히틀러는 기본적으로 직언을 하는 부하를 다 짤라 버렸기 때문에 나중에는 좋은 이야기만 들려주는 부하들 밖에 없었다. 이게 히틀러가 상황을 크게 오판하게 된 이유다.
2) 당시 영국 등에 총동원령이 떨어졌지만 독일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나치가 투표로 당선되긴 했지만 전쟁을 개시하면서 + 동시에 독재 국가가 된다 독일인들은 뭐랄까... 지지를 그만둔 거 같다. 파리를 점령 했을 때도 베를린에서는 큰 환영이나 축제 같은 게 벌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독재 국가가 되었고 정적을 숙청하고 위험을 선 제거하는 강압적인 정치 말고는 별 통치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지지 기반이 취약했다. 그렇기 때문에 총동원령 같은 걸 내리지 않았다... 고 슈페어는 설명한다.
이 부분은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 하는데 히틀러의 스타일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걱정이 좀 많은 타입인데 그 걱정의 종류가 좀 종잡기가 어렵고, 희한한 곳에서는 아주 자신감이 넘친다. 즉 독재 국가의 경우 강압적 통치 수단으로 정부를 유지하기 때문에 일부러 동원령을 내리는 곳들도 많다. 다 소집해 놓으면 통제가 쉽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렇게 가고 있는 거 독일인들이 탐탁치 않아 하는 게 무슨 상관이랴.
오히려 영국에서는 총동원령이 떨어지고 물자 제한이 시작되었다는 것도 재미있다. 루스벨트도 마찬가지로 총동원령 비슷한 걸 내렸었다. 이게 민주정이라 그랬다고 슈페어는 생각하는 데... 잘 모르겠다. 뭐 영국 입장에서 나치에 대해 대단한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결국 싸워야 하겠구나라고 영국인들이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내가 궁금했던 부분 즉 히틀러의 독재가 독일에서 어떻게 가능했고 그 시작이 어땠나는 이 책이 알려주지 않는다. 뭐에 눈들이 번쩍 뜨인 건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건데...
2016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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