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8

소동, 패턴, 셔츠

1. 꿈을 잘 안 꾸는 편인데 어제는 밤새 무슨 꿈을 꿨다. 아주 어수선한 대소동극인게 꿈이 마치 영화 호프 같다. 호프가 리즈 시절 처럼 올타임 관용구로 굳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짧은 기간이라도 이미지를 대충 전달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대충 기능이 있지 않나 싶은데.


2. 내가 꾸는 꿈 중에 반복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게 어디선가 위급하게 도망을 가는 패턴이 있다. 예전에는 일자대로 같은 분위기였는데 살이 점점 붙어서 거리도 복잡해지고, 골목도 있고, 건물도 들어서고 있다. 저절로 나오는 건 아니고 꿈을 꾸면서 이런 게 더 있으면 하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는 것 같다.

이번의 대소동극은 저 타입은 아니었다. 그래도 꿈의 공통점도 몇 가지가 있는데 흑백, 1인칭 시점, 꿈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음 이 정도가 대표적인 특징인 것 같다. 꿈이라는 건 인식하고 있어도 어딘가 빠지면 휘청하고, 도망다니고 있으면 조마조마하다. 꿈 속에서 혹은 잠결에 다리를 쭉 뻗으면 무릎에 쥐가 나는 데 이 패턴도 변하지가 않는다. 

일종의 구마 행위로 기분 나쁜 꿈을 꾸면 로또 복권을 산다. 어차피 떨어질테고 거기에 혹시 생겼을 지 모르는 불운을 실어 나르는 방식이다. 매번 사지는 못하고 1, 2년에 한 번 사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몇 달 전에 이런 식으로 로또를 샀다가 5만원에 당첨된 적이 있다. 


3. 최신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지만 길라잡이 같은 게 없어서 고민하다가 제미나이한테 추천을 받아 몇 가지 앨범을 들어봤다. 추천 받은 음반은

Floating Points – Cascade (2024)
Jon Hopkins – RITUAL (2024)
Overmono – Pure Devotion (2026)
Skee Mask – Resort (2024)
Blawan – SickElixir (2025)
Clark – Steep Stims (2025)
Craven Faults – Sidings (2026)

Geese – Getting Killed (2025)
caroline – caroline 2 (2025)
FKA twigs – EUSEXUA (2025)
Wednesday – Bleeds (2025)
Model/Actriz – Pirouette (2025)
Low – Hey What (스튜디오 사운드 디자인 참고작)

Jon Hopkins – Singularity (2018)
Skee Mask – Compro (2018)
Bicep – Isles (2021)
Overmono – Good Lies (2023)

몇 곡 듣다가 그냥 뛰어넘은 음반도 있긴 한데 며칠에 걸쳐서 쭉 들었다. 들어보고 느낀 점이라면 2026년, 더 크게는 2020년대는 음악의 전성기 같은 게 아니라는 거다. 시대의 스타일,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커다란 힘이 느껴지는 게 없고, 전반적으로 다들 궁싯거리고 있다. 재능 있는 사람이라면 팝, 힙합, 케이팝 처럼 자본이 흘러다니는 쪽에 자리를 잡는 게 낫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런 종류의 음악이 돈이 아니라 멋짐이라도 제공할 수 있다면 그래도 가는 사람이 있을텐데 요새 과연 그런가 싶은 생각도 들고. 


4. 날씨가 이토록 급작스럽게 바뀔 수 있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다. 습기가 싹 빠지면서 낮에는 건조하고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고 밤에는 선선하다. 정말 이대로 여름이 끝나버린 건가 싶기는 한데 벌써 9월이긴 하니까. 그래도 추석이 아직 지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짜증나는 텀이 한 번은 더 찾아올 것 같기는 하다. 요즘에는 긴소매 셔츠만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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